챗GPT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숨은, 우리나라가 최저출산율 국가가 된 이유

SERVICE DESIGN 2023. 10. 12. 21:41

TV에서는 저출산 위기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나는 밥그릇을 멍하게 쳐다보며 해장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뜬금없이 스테인리스 밥그릇과 최저 출산율을 연결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챗GPT는 이것도 설명할 수 있을 거야.

"<스테인리스 밥그릇은 우리나라가 왜 최저출산율의 국가가 되었는지를 설명한다>는 제목의 글을 써 줘"
"밥그릇과 출산율? 아니 그게 어떻게 말이 되냐고. 아무 연관성이 없잖아."
"그래도 뭔가 연관 관계가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해 봐."
머뭇거리던 그는,
"스테인리스 밥그릇은
문화적 맥락은 없지만 사용하기 편리하지. 그야말로 실용주의의 표상이야.
한국 사회에서 환대받은 실용주의가 가정에서, 구체적으로는 가족계획에도 나타났을 수 있지 않을까?
'실용주의적 가족계획'이라면 그것은 곧 저출산 아닐까?"라고 했다.
그렇다. 그는 뭐든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래 글은 그와의 대화를 정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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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밥그릇에 숨은, 우리나라가 최저출산율 국가가 된 이유'

한국에서 스테인리스 식기의 사용이 빠르게 보편화된 이유는 1970년대 폭압적 정권의 강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이 귀하던 당시 박정희 정권은 음식점에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밥을 담을 것을 강요했다. 밥그릇의 지름과 높이, 심지어 얼마나 밥을 담아야 하는지까지를 정해 모든 국민이 이 기준을 따르게 했다. 식당이 위반하면 1개월 영업 정지, 두 번째는 허가 취소. 조선 시대에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일이다.
이 조치로 인해 사기그릇, 놋그릇 등 다양한 식기를 사용해 왔던 우리 생활이 일시에 바뀌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강압적 정부의 힘 때문이기도 했지만 스테인리스 식기가 갖는 실용성이 당시 국민들 필요에도 부합했기 때문이다. 식당은 원가를 줄일 수 있었고, 밥을 한 번에 많이 해서 오래 보관할 수 있었고, 보관 시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겹쳐 쌓을 수 있는 등 여러모로 좋았다. 소비자로서는 아무래도 밥맛도 없고 양도 부족해서 싫었지만, 모든 음식점이 정부 방침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설마 가능할까 싶던 정부의 무리한 시도는 당시 우리 국민들에게 놀랍게도 잘 먹혔고, 이후 세대 국민들에게까지 받아들여지면서 우리는 지금도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밥을 먹고 있다. 
정부의 강압적 성장 중심 정책과 성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 국민들의 욕망 - 실용주의 또는 극단적인 물질주의가 결합되면서 스테인리스 식기가 일상생활에 스며들게 된 것이다.
* 관련 글 : 당신이 지금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밥을 먹는 이유. 윤성원.

그러니 스테인리스 밥그릇은 단순히 '식기'를 넘어서 한국 정치의 폭력성, 국민들의 물질 만능주의와 성장 중심 사고방식, 한국 사회의 빠른 변화 수용성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상징이라 할 만하다. 국민들의 물질 만능주의와 성장 중심 사고방식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고방식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스테인리스 식기와 저출산 사이에는 간접적이나마 문화적, 사회적 연결고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스테인리스 식기를 사용하는 나라가 저출산인 것은 아니다. 금속 식기는 다른 나라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출산율이 1위인 인도도 금속 식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인도의 금속 식기의 사용에는 다른 환경적인 요인과 문화적 요인, 특히 종교적인 이유가 크다. 인도에서는 금속 식기가 종교적으로 '순수하다'라고 여겨져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목기나 자기는 왜 사용되지 않았을까? 인도에서 목기는 높은 습도로 미생물 번식에 취약하고 자기는 깨지기 쉽다. 이러한 재료가 '순수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인식되었을 수 있다.

스테인리스 식기와 출산율 사이를 상관관계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언급하자면, 스테인리스 식기로 대변되는 물질주의와 출산율 간의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연구들은 물질주의가 높은 사회에서는 개인의 성취와 물질적 획득이 중요시되어, 자녀를 둠으로써 생기는 '비용'이 부각되며 출산율이 낮아짐을 지적하고 있다. 물질주의 지향성과 출산율이 서로 연관될 수 있다는 시각은 경제학과 심리학에서의 다음과 같은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경제적 안정성과 출산의 관계: 경제학에서는 경제적 안정성이 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물질주의가 높은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며, 이로 인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1) 기회비용: 경제적으로 활발한 사회는 출산과 양육에 따른 '기회비용'이 높아,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2) 경제적 불안정: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는 자녀를 둘 만큼의 여유가 없다고 판단되어 출산율이 낮아진다.
3) 사회보장제도: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4) 문화적 요인: 물질주의가 강한 문화에서는 개인의 성취와 물질적 획득이 중요시되어, 자녀를 둠으로써 생기는 '비용'이 부각되어 출산율이 낮아질 수 있다.

물질주의와 자기 중심성: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물질주의는 자기 중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타인, 특히 자녀에게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1) 물질주의와 자기 중심성: 물질주의가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취와 물질적 획득을 중요시하며, 이로 인해 타인, 특히 자녀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다.
2) 사회적 비교: 물질주의와 자기 중심성은 사회적 비교를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기 중심성이 더욱 강화되며,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물질주의가 높은 사회에서는 개인이 경제적 안정성과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저출산과 스테인리스 식기 사용 간의 인과관계 또는 상관관계를 따질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폭력적 정치와 물질 만능의 사고방식과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는 기질이 서로 어우러져 스테인리스 식기 사용 보편화와 낮은 출산율에 모종의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어쩌면 식기 중 스테인리스 식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가 물질주의 가치관에 얼마나 잠식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일 수 있다.
그러니 물질주의 가치관에 저항하는 행동으로 사기그릇을 쓰는 것은 어떨까? 그것으로 출산율을 아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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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신비한 도구인가, 위협인가?

챗GPT가 아직은 단순한 문장 확률 계산기라고 하지만 위와 같은 글을 보면 신들린 마술사 같다. 스테인리스 밥공기 - 실용주의 - 물질주의 - 저출산을 연결하는 요령을 부리는 것을 보고 섬찟한 느낌을 받았다.
말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도 챗GPT의 도움을 받으면 이야기가 된다. 
그는 이미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희미한 실마리만으로도 정보를 서로 연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도구가
박학다식한 일꾼으로서 민주주의와 사회적 다양성을 증진할 방법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크지만, 반대로 악의적으로 사용된다면 그 파괴력도 엄청나다. 그가 악의를 가진 누군가에게 조종된다면, 언젠가 나쁜 의도를 가진 인격체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특히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핵심 이벤트에서 챗GPT가 악용될 수 있다. 특정 후보나 이슈에 대한 의견을 인터넷에 빠르게 대량으로 배포하고
지속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기존의  단순한 댓글 알바나 봇을 이용하는 작업을 넘어서,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캐치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을 것이다. 
0에 가까운 비용으로 무한정 견해를 만들고 배포한다는 것은 역사상 누구도 불가능했던 일이다. 악마적 재능의 선동가 괴벨스도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던 인간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한계가 없다.
그는 한 명의 이름처럼 불리지만, 수백만의 누군가 이기도 하다. 순식간에 번져 꺼지지 않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산불처럼, 인터넷망을 메시지로 뒤덮어 우리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용한다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챗GPT는 탁월함에 부합하는 책임을 부여받아야 한다.
우리는 매력적인 마술에 현혹되어 그가 어떤 책임을 져야 마땅한지, 그의 탁월성이 세상에 미칠 부정적 여파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챗GPT가 스테인리스 밥그릇과 저출산 문제를 연결하고 논리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이용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 기술의 능력이 가져올 이점보다는 위험성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우리 주변에는 점점 복잡한 난제가 많아지고 있고 복잡한 문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기 마련이다. 챗GPT가 악용된다면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편향된 또는 조작된 해석을 쉽게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우리 사회와 문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포털 게이트'다. 저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는 것일까?
이 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제한 조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