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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 월간디자인 특집) 정부를 위한 디자인

SERVICE DESIGN 2017. 10. 22. 00:58

월간디자인 20164월호 특집
정부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Government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이란 슬로건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문구에 가슴 설레어했던가? 그러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하곤 했다. 디자인이 일으킨 변화는 잠깐의 이벤트에 불과했고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혹자는 ‘디자인의 영향력은 결국 거기까지’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디자이너들은 이런 생각을 전면으로 반박한다.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으로 무장한 이들은 대중과 정책 입안자 사이를 연결하며 효과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사회 시스템과 패러다임에 실질적인 혁신을 가져온 사례를 모으고 이를 가능케 한 방법론까지 소개한다. 케케묵었다고 생각했던 슬로건이 다시 한 번 당신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길 바란다.(월간디자인 특집 기사 발제문 중 발췌)

특집 : 정부를 위한 디자인

- 킨타 몬로이 Quinta Monroy- 주거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GOV.UK- 덴마크 산업 분류 코드 서비스 브랜치코드 Branchekode- 로투노 Low2No- 새로운 디자인의 서재에서 정부를 바꿀 비책을 찾다- 인간 중심적 사고로 정부를 돕는 싱크탱크들

월간디자인 http://mdesign.design.co.kr/

특집기사 출처 :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2/73440?per_page=1

* 월간디자인측 앙해를 얻어 쓸만한 웹 (www.usable.co.kr)에 특집기사 전문을 첨부합니다.(2017.05.29.)

201604_정부를 위한 디자인_월간디자인 (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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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한 표를!
정부를 위한 디자인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이란 슬로건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문구에 가슴 설레어했던가? 그러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하곤 했다. 디자인이 일으킨 변화는 잠깐의 이벤트에 불과했고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혹자는 ‘디자인의 영향력은 결국 거기까지’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디자이너들은 이런 생각을 전면으로 반박한다.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으로 무장한 이들은 대중과 정책 입안자 사이를 연결하며 효과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사회 시스템과 패러다임에 실질적인 혁신을 가져온 사례를 모으고 이를 가능케 한 방법론까지 소개한다. 케케묵었다고 생각했던 슬로건이 다시 한 번 당신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길 바란다.

기획 : 최명환기자,
공동기획 및 도움말 : 이승호 (핀란드 싱크탱크 ‘데모스 헬싱키 (DemosHelsinki)’ 사외이사, 알토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글 : 최명환 기자, 박고은, 정욱섭
칠레의 건축사무소 엘레멘탈(Elemental)이 디자인한 공공주택 프로젝트‘킨타몬로이 (QuintaMonroy)’.엘레멘탈을 이끄는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올해 프리츠커(Pritzker)상을 수상했다.

관찰하라 개입하라 변화시켜라
정부를 바꾸는 디자인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발표한 새로운 도시 브랜드 ‘I·SEOUL·U’는 숱한 논란을 낳으며 온ㆍ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생경함 때문이었을까?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인 가운데 디자이너들 역시 결과물의 조형적 완성도에 이의를 제기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하지만 심미성이나 조형성보다 디자인 결정 측면에서의 획기적인 변화가 월간<디자인>의 관심을 끌었다. 사전 온라인 투표 점수와 ‘천인회의 시민 심사단’, 그리고 전문가 심사단의 투표 점수를 합산해 선정한 ‘I·SEOUL·U’는 대규모 국민 참여를 유도하고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기존에는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디자인 결정’의 전면에 시민이 등장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런 변화는 올해 3년 차를 맞이한 ‘정부 3.0 국민디자인단’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이 직접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해 자신들의 경험과 욕구를 반영한다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241개 기관 248개 과제를 수행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몇 발자국 물러서 보면 이런 변화는 미미하지만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변화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혜택은 무엇일까?

‘성장의 한계’, 똑똑한 정부를 요구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15 년 10월의 3.6%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또 지난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3%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대어온 세계경제는 중국 성장률이 7%대 아래로 내려가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반대로 세계 불황이 중국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속된 불황에 영향을 받는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미국의 부자 도시로 알려진 워싱턴 DC,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은 주 수입원인 근로소득세와 주택세 등 세수가 급감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고, 유럽에서 소위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졌던 그리스와 아이슬란드가 경제 위기를 겪었다. 세계의 정부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고, 이는 공공 서비스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그리스이다. 세계 경제 규모 30위 안에 들었던 그리스는 경제 위기가 닥치자 극도의 긴축정책을 폈다. 공 공 서비스를 크게 축소하고 연금과 각종 수당을 삭감하거나 없앴는데 이는 곧 노인들의 자살, 국립 병원의 폐업, 교사 없는 학교로 이어져 지식인과 경제인들이 유럽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IMF의 재정 지출 삭감을 요구받았던 아이슬란드. 이들은 공공서비스를 축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실업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건강보험 예산을 늘리고 집세, 양육비, 실업 수당의 보조 또한 늘렸다. 아이슬란드는 2013년 2.8%라는 의미 있는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2016년 현재는 건전한 경제로 돌아섰다. 물론 아이슬란드의 공공 지출이 모든 것을 설명하진 않는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그리스와 달리 자국의 통화를 사 용하는 아이슬란드는 자본 흐름을 큰 폭으로 통제해 통화를 평가절하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관광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의 사례는 단순히 정부 지출을 늘이거나 줄이는 것에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령화, 비만 인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성인병의 급증, 생산 기지의 이동으로 인한 경제 구조의 급격한 변화, 급속한 도시화, 천연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물 부족, 지구 온난화 등 경제 외에도 오늘날 세계의 정부들이 당면한 문제는 전방위에 걸쳐 있다. 1972년 도넬라 메도우즈(Donella H. Meadows)를 비롯한 로마 클럽(Club of Rome)의 학자들이 <성장의 한계 The Limits of Growth>를 통해 예측한 위기가 4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더 똑똑한 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똑똑한 정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칠레, 미국, 영국, 덴마크, 핀란드의 사례는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자원을,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활용한다. 서울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투표 등 정량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 소개할 사례들은 사용자의 삶에 스며들어 관찰하는 인류학적 방법론부터 사용자를 파트너로 여기고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안을 상상해나가는 코디자인 워크숍까지 다양한 정성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 의제 설정부터 다양한 사용자,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등 초기 의사 결정 과정에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디자인의 잠재력과 디자이너의 역량을 재고하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을 중심으로 세계 주류 경제학을 흔들어 놓은 행동경제학(behavioural economics)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공공 서비스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껏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이해시키며 설득해 온 디자이 너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공공서비스 및 정책을 만들어가는 데 가장 적합한 인재가 아닐까? 하지만 이 새로운 분야의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기존 디자인 분야에서 요구되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확장된 디자인의 의미를 포용할 수 있는 관용과 넓은 시야, 그리고 빠른 학습 능력이다. 크나큰 잠재력만큼 책임감 역시 막중하다. 잘못된 디자인이 기업의 수익과 브랜드 가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처럼 정책 결정과 집행의 실패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공공에 전가한다. 기업은 하나가 실패하면 다른 하나가 성장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탄탄한 프로세스와 섬세한 관찰력을 갖춰야 하고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국한해서 해결책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문제나 기회 역시 살펴야 한다. 사회는 유기적이며 인간은 복잡하다. 한국은 우리 고유의 역사, 문화, 그리고 정서를 가지고 있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성향과 상황 역시 다른 나라 구성원들의 그것과 다른 만큼 아무리 해외의 좋은 사례와 방법론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따라서 현지화를 염두에 두고 각각의 사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여기 소개하는 사례를 무작정 동경할 필요는 없다. 물론 하나하나 의미 있는 결과물이지만, 덴마크의 마인드랩(MindLab) 외에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런 형태의 디자인 활동에 투자하는 정부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역시 얼마든지 그 흐름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사가 디자이너와 정부 부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글: 최명환 기자
서울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I·SEOUL·U’.
여행통합가이드 투어패스. 2015년 국민디자인단의 과제로 치러진 이 프로젝트는 기관 중심의 서비스를 여정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가능성으로 가득 찬 반쪽짜리 집
킨타 몬로이 Quinta Monroy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이 지난 1월 2016년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주인공은 칠레 출신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 건축 사무소 엘레멘탈(Elemental)을 이끌고 있는 그는 칠레 건축가로는 최초로, 남미에서는 네 번째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아라 베나의 대표작 ‘킨타 몬로이(Quinta Monroy)’는 도시 빈민층을 위한 공공 주택 프로젝트로 이번 수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심사위원단은 “아라베나는 사회 참여적 건축 운동의 부활을 상징한다”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킨타 몬로이 프로젝트를 어느 착한 건축가의 미담 정도로 여겨선 안 된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뒤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칠레에서 공공 주택 이슈가 부상한 것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1990년대. 고무된 칠레 정부는 도심 내 빈민가를 없애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1950~1960년대 서울이 그랬듯 당시 칠레의 도심에는 수많은 빈민이 살고 있었고 이들로 인한 슬럼화 현상은 칠레 정부가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였다. 정부는 은행과 연계해 주택을 지어 제공하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고 봤다. 미화 기준 개인 저축 300달러, 정부 지원금 3700달러, 그리고 은행 대출 비용 7000달러, 총 1만 1000달러의 예산으로 고급 마감재를 활용한 중산층형 주택을 지어 보급하려고 했다. 그러나 근사한 벽지와 보일러 시설까지 완비한 이 공공 주택 프로젝트는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수혜자들의 교통수단과 수입원이었다. 1만 1000달러라는 크지 않은 예산으로 중산층형 주택을 짓기 위해선 부지를 도심 외곽에 마련해야 했는데 주로 도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빈민들에게 주거 공간과 수입원 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일자리를 잃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주택에 설치된 보일러를 떼어내 중고 시장에 팔거나 집을 헐값에 내놓고 다시 도시로 나가자 공공 주택이 또 다른 슬럼이 되어 문제를 해 결하기보다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공공 주택 프로젝트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듯 보였다. 하지만 기회는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왔다. 2002년 하버드 대학교와 칠레를 오가며 소셜 하우징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던 아라베나는 한 세미나에서 그의 새로운 접근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고, 당시 주택ㆍ도시 개발부(Ministry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에서 10만 가구에 공공 주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던 사업 ‘칠레 바리오(Chile Barrio)’의 담당자 실비아 아라오스(Silvia Araos)의 눈에 띄게 된다. 그녀는 북부 항구 도시 이키케(Iquique)의 100여 가구가 자리한 슬럼가에 공공 주택 프로젝트 ‘킨타 몬로이’를 발주했다. 놀랍게도 엘레멘탈의 제안은 ‘반쪽짜리 좋은 집(half-a-good house)’이었다. 건물은 마감이 전혀 안 된 벌거벗은 모양이었고 보일러도 없이 최소한 의 전기ㆍ수도 시설과 욕조만 덩그러니 놓인 집이었다. 이쯤 되면 ‘날림 공사’가 아닐까 싶지만, 사실 이 기괴한 공공 주택 디자인은 면밀한 분석과 관찰의 산물이었다. 우선 아라베나를 비롯해 건축가, 수송 엔지니어, 사회학자로 구성된 다학제팀은 다른 칠레 공공 주택의 실패를 거울삼아 주민들이 이미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결정했다. 주민들이 사회ㆍ경제 적 네트워크를 벗어나지 않도록 한 배려. 문제는 비용이었다. 이때 토지 구입에 든 비용은 도심 외곽에 주택을 지을 때와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높은 금액이었는데 이 예산으로는 기존의 중산층형 주택을 고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대신 이들이 제안한 것은 각 세대가 서로 기대고 있는 형태의 반쪽짜리 연립형 주택, 즉 ‘확장이 쉬운 반쪽짜리 집’이었다. 아라베나와 엘레멘탈은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는 건축 평면도가 아닌 종이 모형을 이용해 실수요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삶과 생활 방식을 살폈다. 그 결과 도심 빈민들에게 벽을 쌓거나 지붕을 올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수년간 슬럼에 살아온 이들에게 허물어진 벽을 다시 세우고, 비가 새는 천장을 고치는 기술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엘레멘탈은 이를 반영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증축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비용을 아끼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벽지도, 페인트도, 심지어는 싱크대 밑 판자 마감도 없는 집이었지만 수도와 전기, 골조 등 집의 내구성과 관련된 시공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주민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판잣집을 지을 수는 있지만, 수도나 전기 등 전문적인 구조를 설계하고 시공 할 능력은 없었기 때문. 이처럼 교통, 수입원 등을 동일 선상에 두고 생각하는 통합적이고 구조적인 사고와 직접 벽을 세울 줄 아는 수혜자의 잠재력마저 결과물에 포함시킨 참여적 디자인 방법론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빚어냈다. 주민들은 입주 후 돈이 모이는 대로 페인트칠을 하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가며 반쪽짜리 집을 완전한 집으로 만들어갔다. 킨타 몬로이는 칠레 정부가 기존에 사용하던 예산 1만 1000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지었지만 주민들이 각자 자신의 터전을 성실하게 가꾼 결과 2년 후 그 평가 가치는 2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유사한 입지 조건의 다른 다세대 주택의 2.6배에 이르는 가격이 다. 킨타 몬로이는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키케를 시작으로 칠레 각지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일궈낸 엘레멘탈은 이후 멕시코, 브라질, 미국 등지의 공공 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10 년 지진과 쓰나미가 마을의 반 이상을 쓸어간 칠레 콘스티투시 온(Constituci n)의 도시 설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 엘레멘탈이 킨타 몬로이를 통해 선보인 개념은 유럽의 난민 주거 문제를 풀 수 있는 방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아라베나는 “좋은 건축은 벽돌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킨타 몬로이는 우리에게 디자인의 진정한 힘은 단지 비싼 재료와 마감, 화려한 형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면밀한 관찰과 통합적 사고, 그리고 수혜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www.elementalchile.cl

글: 최명환 기자
1 2004년 이키케에 지은 공공주택외관. 알레한드로아라베나.
2 2013년에 지은 어느 회사의 직원용 숙소. 킨타몬로이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적용한 모습이다.
3 빌라베르디하우징(VillaVerdeHousing) 프로젝트. 2010년 강도 8.8의 지진과 쓰나미가 칠레를 휩쓴 뒤 콘스티투시온(Constituci n)의 주민들을 위해 진행했다. 역시‘반쪽짜리 집’ 개념이 적용되었다.
4 킨타몬로이의 공공주택 내부 모습. 초기에는 싱크대 문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이 직접 자신의 공간을 가꾸게 됐다.

뉴욕 공공 주택 서비스를 개선하다
주거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타임 스퀘어를 가득 채운 대형 광고판,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들, 화려한 뮤지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욕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활기찬 도시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공존한다. 치솟는 물가와 수입 격차로 인해 뉴욕 시민 상당 수가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2008 년 금융 위기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을 동반한 지역사회 붕 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2012년엔 뉴욕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2년새 뉴욕의 집값 상승률은 임금 인상률의 13배에 이르고 있다.

수요자와 함께 문제점을 찾다

시 당국이 이런 문제를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뉴욕 시는 1980년대에 이미 시민들에게 저렴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공공 주택 공급 서비스 ‘적정형 주택(Affordable Housing)’을 시작해 그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가계 총수입의 30%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는 ‘월세 부담 위험 가구’가 주요 신청 대상이었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눈치챈 마 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시장은 2008년 6만 5000가구로 잡혀 있던 적정형 주택 공급 및 확보량을 2014년까지 16만 5000가구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 시의 주거지 보존 및 개발부(NYC Department of Housing Preservation and Development), 싱크탱크 퍼블릭 폴리시 랩(Public Policy Lab), 그리고 파슨스 디자인 대학(Parsons New School)은 록펠러 재단의 펀딩을 따내 ‘공개 협력: 적정 형 주택 공급 서비스 개선을 위한 시범 서비스(Public Collaborative: Designing Service for Housing)’를 실행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수요자들이 기존 적정형 주택 서비스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기획과 공급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서비스 혼선의 요인과 불편함을 주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팀은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온ㆍ오프라인상의 다양한 매체를 검토했고, 신청 서류 제출을 위해 방문하는 담당 부서를 직접 찾아가 서비스 제공 과정을 관찰했다. 또 담당 공무원 및 수혜자를 인터뷰하고 시민, 임차인 협회, 지역 공동체, 정책 전문가, 금융 담 당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워크숍도 진행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퍼블릭 폴리시 랩은 다음과 같은 디자인 원칙을 도출해냈다.

1. 적정형 주택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진짜 삶을 고려하라.
2. 사용자 중심의 정보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옵션을 충분히 고려한 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라.
3. 지역 공동체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함께 서비스를 구현하고 홍보하라.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배려한 개선안

프로젝트 팀은 이 원칙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갔다. 공급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관료적 절차를 수혜자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이들은 지원 대상자 중 상 당수가 전문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외국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또 기존 양식만으로는 복잡한 신청 절차를 이해하기 어렵단 사실도 알게 됐다. 따라서 프로젝트 팀은 서류 템플릿을 가급적 쉬운 단어로 재구성했으며 지원부터 입주까지 전체 프로세스와 각 프로세스마다 필요한 준비 서류, 그리고 방문해야 할 기관들을 명료하게 시각화한 지원 과정 안내서를 제작했다. 지원자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수입 관련 증빙 서류를 위해서는, 각 가족 구성원의 수입을 뉴욕 시의 주거지 보존 및 개발부의 기준에 맞추어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쉽게 단계별 로 설명되어 있는 ‘온라인 지원을 위한 소득 가이드’를 함께 제 공했다. 프로젝트 팀은 지원 대상자들의 온라인 검색 빈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에 착안해 기존 정보 전달 방식을 오프라인으로 전환시켰다. 이들은 지원 대상자들이 자주 찾는 저렴한 식당과 구직 광고 게시판, 그리고 공공 세탁소에 전단지를 부착했다. ‘적정형 주택 홍보 대사’ 위촉과 뉴욕 시 관계 부처의 거리 홍보 활동 등 대면 활동도 병행했다. 뉴욕에는 이웃 모임과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었고, 이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도 지원자들을 도울 의지가 있었다. 이들을 공식 홍보 대사로 위촉해 서비스 및 정보 기획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정보의 벽 을 낮추고 공식 정보가 지원 대상자들에게 주기적으로 도달되도록 유도했다. 즉 가까운 이웃을 통해 뉴욕시가 제공하는 공식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뉴욕 시는 시범 서비스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된 서류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으며, 홍보 대사 활동도 확대 시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향후 10년간 20만 가구의 적정형 주택을 확대 공급하는 계획안도 발표했다. 뉴욕과 마찬가지로 서울을 포함한 대한민국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을 동반한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공공 임대주택 보급량을 늘리고 있다. 시민과 지역사회 주도의 공동체 토지 신탁 등 적극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수혜자 입장과 눈높이를 고려한 정보가 효과적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먼저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글 : 정욱섭 (쾰른 국제디자인대학원 통합디자인 전공)

지원과정 안내서 : 적정형 주택을 신청하는데 필요한 각 단계를 시각화하고 직접 체크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 지역별로 신청 가능한 적정형 주택을 표시한 전단지.
2 홍보와 시범서비스 평가를 위해 거리로 나선 뉴욕시 주거지 보존 및 개발부 직원들.
3 홍보물 템플릿. 프로젝트팀은 여러 번의 제작과 실제 수혜자들의 피드백을 거쳐 템플릿을 완성했다. 이 홍보물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갱신을 용이하게 하는 차원에서 일반 사무용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는 크기로 제작했다.

조직의 변화가 일궈낸 통합의 힘
GOV.UK

만약 세상에 못난이 웹사이트 경연대회 같은 게 있다면 정부 기관 웹사이트나 지자체 웹사이트가 1~2위를 다툴 것이다. 기능 중심의 웹사이트라 심미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사용이 딱히 편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슬픈 것은 전 세계 어느 정부 기관 웹사이트를 들어가도 사정은 비슷하다는 것. 이쯤 되면 ‘정부 기관 웹사이트는 못 생기고 불편해야 한다’라는 암묵적인 룰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2013년 영국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이 주관하는 ‘올해의 디자인 상(Design of the Year Award)’에 정부 통합 사이트인 ‘GOV.UK’가 선정되는 ‘사건’ 이 벌어졌다. 당시 런던 올림픽 성화봉 디자인 같은 만만찮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이 웹사이트가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정부 웹사이트를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웹사이트는 흔히 조직 구성을 중심으로 정보가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시민들에게는 미로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 사안에 따라 어떤 기관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출산 몇 개월 후 정부에서 주는 출산비를 받지 못한 산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산모 입장에선 ‘출산, 육아와 관련된 혜택’ 정도로 압축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해당 정보를 찾기 위해선 주민 센터, 구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웹사이트를 이 잡듯 수소문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해당 기관의 공식 정보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블로그의 불확실한 정보에 기대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GOV.UK는 단 하나의 주소 아래 모든 정 부 부처의 웹사이트를 통합하고 방문자들이 인지하는 사안을 중심으로 한 정보를 설계하고 검색을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각 기관이 웹사이트를 별도 운영했을 때 드는 천문학적인 지출 예산을 효과적으로 감축시켰고, ‘사안 중심’의 정보 제공은 결 과적으로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크게 늘리는 결과도 얻었다. 즉 GOV.UK는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섬세한 정보 설계로 영국 정부 내 조직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정부 기관 웹사이트를 통합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격다짐식으로 모든 정부 기관의 정보를 욱여넣었다간 더 큰 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불과 6년 전만 하더라도 영국도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부처가 웹사이트를 따로 운영했고 서비스는 중구난방이었다. 그러나 2010년 10월 영국 정부의 디지털 대변인 마사 레인 폭스(Martha Lane Fox) 가 쓴 보고서를 기점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진화가 아닌 혁명 (Revolution Not Evolution)’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정부의 기존 웹 서비스 공급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정부 기관 웹사이트 개발은 거대 IT 기업의 몫이었고 이들의 기술 중심적 접근은 사용자 경험보다는 사용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즉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개별 시스템을 유지ㆍ보수 하는 데에만 주로 집중했던 것.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본질적 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먼저 시스템을 통합하고 조직할 구심점이 필요했다. 영국 국무조정실은 먼저 GDS(Government Digital Services)라는 산하조직을 신설했다. GDS는 그동안 개별 아웃소싱 방식으로 진행하던 웹사이트 개발ㆍ운영을 내부로 돌려 유기적이고 조직적으로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더 단순하게, 더 명확하게, 더 빠르게(simpler, clearer, faster)’를 모토로 프로젝트를 작동시킨 GDS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젊고 재능 있는 인재를 모으는 것이었다. GDS는 정부 소속의 조직이었지만 관료적으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들은 핵 데이즈(Hack days), 부트캠프(Bootcamp) 등 젊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해커 등이 재능을 발휘할 만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조직했다. 이는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 고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GDS가 여느 스타트업 못지않게 역동적인 팀이란 인상을 주었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사전에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GDS의 디렉터들은 스스로를 ‘제설기’라고 부르며 실무진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기존 정부의 조달 관행으로는 활용할 수 없었던 디지털 장비를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 다. GDS의 영리함은 설계와 구현에서도 빛이 났다. 이들은 흩어져 있던 각 정부 기관 웹사이트로부터 지난 10년간의 접속 기록을 받아 사람들이 가장 자주 검색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파악해나갔다. 또 현실적인 인터넷 환경을 인정하고 여기에 맞는 전략을 세웠다. GDS는 시범 버전 설계 당시 ‘구글이 홈페이지다’라는 원칙을 전제했는데 이는 곧 사람들이 정부 관련 정보를 찾을 때 곧바로 GOV.UK로 접속할 것이란 기대를 버렸다는 뜻이다. 즉 대부분의 영국인이 구글 검색을 통해 정부 웹 사이트에 접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여기에 맞게 GOV.UK 가 구글 검색을 통해 한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정보가 담긴 페이지로 접속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설계하고 검색 최적화에 최선을 다했다.

전략적인 경청과 수렴

경청과 수렴은 GDS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각 부처 공무원을 초대해 의견을 모았다간 자칫 이들의 관료적 태도로 인해 프로젝트가 방해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온전히 시민들만 고려했을 때 정부 홈페이지가 편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기에 첫 시범 버전을 공개하기 이전까지는 어떤 이해관계자도 진행 과정에 개입시키지 않았다. 다만 각 부처에서 수년간 일해 오며 시민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워크숍을 진행한 소수의 디지털 전문가는 예외였는데, GDS는 이들에게 설계와 프로토타입을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로 적용하는 ‘애자일(agile)’ 개발을 원칙으로 했다. 이 과정에서 1,000개에 이르는 사용자 요구사항을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에 가장 폭넓게 연관되는 100개로 압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범 서비스와 베타 버전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또 여기서 나타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10가지를 블로그에 공유해 시민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는데, 이 중 기술적으로 가능한 5가지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 전체가 온라인 정보와 서비스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패러다임을 바꾼 이 프로젝트는 강력한 비전과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가진 힘을 보여 준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기억할 것은 바로 ‘사람’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12명의 팀원이 12주의 시간 안에 겨우 우리 돈 4억 원 남짓한 예산으로 이루어낸 일이라는 점. 통합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신속하게 해결책을 제안한 젊은 전문가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국 국무조정실이 만든 GDS 같은 혁신적인 조직 구성을 고민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www.GOV.UK

글 : 최명환 기자

GOV.UK의 메인화면.

“정부서비스와 정보를 찾기에 최적의 장소(The best place to find government services and information)”라는 문구가 검색기능에 집중한 웹사이트의 특징을 보여준다. 검색창 바로 옆에는 마치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처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내용들이 정렬되어있다.

문제의 최전선을 찾아서
덴마크 산업 분류 코드 서비스 브랜치코드 Branchekode Denmark

덴마크는 중소기업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영토는 우리나라의 절반 크기에 인구는 겨우 530만 명이지만 물류 회사 머스크(A.P. Moller-Maersk Group),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 (Novo Nordisk), 오디오 전문 기업 뱅앤올룹슨(Bang and Olufsen)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작은 나라 안에서 수많은 강소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덴마크 특유의 기업가 정신도 한 몫 하겠지만 중소기업을 위한 덴마크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 정부는 중소기업부터 1인 사업체까지 다양 한 소규모 기업의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과 과정은 사업을 등록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사업 등록 과정에서 시작된 혼란 브랜치코드(Branchekode)는 사업 업종 분류를 체계화 해 놓은 ‘표준 산업 분류 코드’를 말한다. 덴마크 정부는 누구나 쉽 게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는 오기율이 25%에 이를 만큼 사용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졌다. 본래 표준 산업 분류 코드는 통계, 관리 등의 목적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관료적인 용어 사용과 국가 분류 체계가 문제의 주요 원인이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신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경우, 기본 적으로 신발류는 브랜치코드 15:20:00에 해당하지만 스포츠화의 경우는 32:30:00, 스키 부츠의 경우 47:72:10으로 구분된 다. 여기에 수선 서비스 제공 여부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코드를 적용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 고개를 갸웃거릴 텐데 혼란스럽기는 덴마크의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작성 서류에는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그대로 사용되어 이러한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온라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등록에 실패한 이용자는 정확한 브랜치코드를 제공받기 위해 전화 문의나 방문을 했고 이로 인해 해당 기관인 덴마크 경제산업부와 통계청은 종종 주요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또 사업자들은 브랜치코드가 실제로는 전혀 연관이 없는 세금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엉뚱한 국세청으로 문의를 했으며 이로 인해 국세청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도 했다. 2011년 덴마크 경제 사업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 내의 특별 기구인 마인드랩(MindLab)에 새로운 브랜치코드 디자인을 의뢰했다. 마인드랩의 디자이너들은 덴마크 경제사업부, 국세청, 통계청, 그리고 실제 사용자들을 매일 만나고 상담하는 공무원들을 초대해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일반인과 공무원 양쪽 모두 사용자다

문제의 최전선은 바로 브랜치코드에 대한 문의로 찾아오는 사용자들과 상담 공무원이 만나는 장소였다. 마인드랩은 바로 여기서 인터뷰, 워크숍, 참여 관찰 등 사용자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곳이 문제가 발생한 장소인 동시에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곳은 문제의 원인인 시스템과 사용자 사이의 접점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여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부터 해결되는 지점까지를 시각화 해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프로젝트 팀은 곧 브랜치코드의 주 사용자가 관련 기관의 관행 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 요한 것은 프로젝트 팀이 다른 쪽에 위치한 사용자, 즉 브랜치 코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문제 발생 시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바로 옆 동료뿐 아니라 관련 부처와도 공유해야 했는데, 그럴 수 있는 적절한 도구와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늘 업무 과부하에 시달렸다. 프로젝트 팀은 일반인뿐 아니라 공무원 또 한 브랜치코드의 사용자로 포함시키며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 했고, 양쪽을 모두 고려한 제안을 통해서만 브랜치코드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로젝트 팀은 우선 브랜치코드 웹사이트에 사용할 표현을 개 발했다. 사용자 조사를 통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어체를 활용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이는 자칫 또 다른 사용자인 공무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 또 브랜치코드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 통계에 문제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따라서 경제사업부와 통계청은 일반인과 공무원 양쪽을 모두 고려한 공식 표현을 개발했다. 새로운 브랜치코드 웹사이트는 소위 ‘자가 학습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평소 잦은 혼란을 초래하던 산업 분류 코드에 상담 공무원이 직접 코멘트를 달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 또 기존에 등록 되어 있던 기업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 새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사용자가 본인의 사업체와 가장 유사한 활동 영역의 회사를 검색하고, 이 과정에서 상담 공무원이 남겨둔 코멘트를 통해 정확한 코드를 파악해나가도록 했다. 어찌 보면 브랜치코드는 작은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덴마크 정부는 이 문제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변화의 가능성이 놓인 접점으로 바라보았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함께 일하지 않았던 기관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하게 되었고,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내놓는 경험도 쌓을 수 있 었다. 정확한 문제 진단을 통해 전통적인 디자인 개선안을 넘어선 결과물을 선보인 브랜치코드는 현재까지도 덴마크 사업자와 공무원의 업무 효율을 동시에 높인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Branchekode.dk

글 : 박고은 핀란드 통신원

브랜치코드의 시스템맵(SystemMap) : 등록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경로를 마치 지하철 노선도처럼 시각화했다.‘신규사업’이라고 표시한 4개의 시작점 어디서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국세청, 덴마크상공회의소, 통계청 등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거나 전화상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면‘브랜치코드발급’에 도착 할 수 있다. 파란색선을 따라가 보자. 잘못된 코드 입력 후 시스템오류메시지를 발견한 사용자는 전화상담을 통해 문제를 이해한 뒤 직접 해결한다. 또한 서면절차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통계청직원의 조치를 통해 브랜치코드를 발급받는다. 시스템맵상의 초록색선은 가장 많은 혼란을 빚는 경우를 뜻한다.

소방 관련 법을 변경시킨 디자인 공모전
로투노 Low2No

목재 산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핀란드에서 나무는 문화적ㆍ역사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재료이지만 1900년 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건물 골조로 나무를 사용할 수 없었다. 19세기에 일어난 대형 화재로 큰 손실을 입은 핀란드 당국이 안전성을 이유로 3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목재 골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던 것. 그러다 2011년 의회는 8층 건물까지 목재 골조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소방 관련 법을 통과시켰고, 이는 현재 핀란드 건축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의 시작점이 바로 디자인 공모전이었다는 것. 핀란드 혁신 기금 시트라 (SITRA)의 전략 디자인 유닛이 에너지 혁신 연구 사업(Energy Programme)을 도와 2009년 진행한 ‘지속 가능한 건물 디자인 국제 공모전 로투노(Low2No)’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결과물 안에서만 솔루션을 찾으려는 일반 건축 공모전과 달리 공모 진행 자체를 문제 해결의 열쇠로 봤다. 즉 통합적인 시각으로 계획한 과정이 해답에 도달하는 길이라 믿은 것이다. ‘무엇’이 아닌 ‘누가’와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 공모전 시트라는 핀란드가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주택 탄소 배출량을 주목했다. 우리는 흔히 플라스틱 제품의 대량 생산이나 자동차, 비행기 등 운송 수단이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주택의 온도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도 전체의 40%에 이른다. 핀란드 또한 예외가 아닌데, 혹독한 겨울 탓에 단열과 난방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주택 탄소 배출량이 40%를 넘어섰다. 로투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모전이었는데 시내 중심가 바로 옆에 자리한 재개발 지역 예 케사리(J tk saari)를 탄소 중립 시험 지역이자 공모전 대상지로 제공했다. ‘저탄소에서 탄소 중립으로’라는 뜻을 지닌 로투 노 프로젝트 전반에는 ‘통합적인 사고’라는 접근 방식이 적용 되었다. 시트라는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에너지 기반 시설, 건축 설계, 시공법, 심지어 사람들의 행동 방식까지 고루 고려할 때 비로소 탄소 중립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유별난 공모전의 첫 단계 과제는 팀 구성이었다. 보통의 공모전과 달리 이 공모전은 누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가 중요했다. 따라서 전략 디자인 유닛은 콘소시엄의 다학제적 구성, 통합적이고 구조적인 사고 능력 등 자신들이 직접 개발 한 까다로운 자격 요청 기준을 적용했다. 또 회사 간 협력, 외 부 연구원의 전문성과 경험 등도 평가 기준이었다. 23개국 74개 팀 중 런던의 건축 컨설팅 회사 애럽(Arup)과 WSP, 덴마크의 BIG, 미국의 REX와 로즈 파트너스(Rose Partners) 이렇게 다섯 팀이 선정됐고, 이들은 공모전의 두 번째 단계인 탄소 중립 도시를 위한 시스템 디자인에 착수했다. 로투노는 참여 팀이 통합적인 변화를 이끌고 탄소 중립 도시를 달성하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브리프(design brief)를 다음과 같이 작성했다. 이를 통해 시트라 디자인 유닛이 로투노를 단발성 행사로 바라보는 것 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확산적인 장기 프로젝트로 바라보고 있음을 유추해낼 수 있다.

1. 타 지역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방법
2. 탄소 중립 달성을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지속 가능성 지표
3. 높은 공간적 가치, 활기찬 지역사회, 사용자의 행동 변화 등 정성적 가치를 통한 지속 가능 전략의 실제적 예시가 될 디자인 안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끈 공모전

심사위원단의 토론 결과, 애럽과 이탈리아의 UX 디자인 전문 회사 익스피어리언티아 (Experientia)가 주축이 되어 개발한 ‘c_life’가 최종 선정됐다. 이 도시 시스템은 사용자 행동과 경제적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접근성 높은 온 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주민이 에너지 소비량을 즉각적으로 알려주는 한편, 개인 사우나 대신 공공 사우나를 설치한 아파트를 제안해 주민들 사이의 소통을 늘리고 전력 피크는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또 그린 대출(Green Mortgages)과 탄소 상쇄 사업처럼 자금 순환 방식을 이용한 국가ㆍ경제적 차원의 결합 방식을 제안했다. 탄소 중립 도시 건설의 파트너를 찾은 시 트라는 이 여세를 몰아 2009년 말 건축 계획에 돌입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목재 골조 건물을 금지하는 소방 관련법이 문제 였다. 8층 규모 건물에 목재 골조를 사용하면 뉴욕과 런던을 850번 왕복 비행하는 것에 상응하는 탄소 흡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나무가 불에 약하다는 편견이었는데, 선정된 로투노 팀의 연구 결과 전문적 설계를 거친 목재 골조는 불에 탄 표면이 구조를 보호하기 때문에 화재 시 완전 붕괴의 위험이 있는 콘크리트 골조보다 오히려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핀란드 환경부는 2011년 8층 건물까지 목재 골조를 사용할 수 있는 소방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건물 을 넘어서는 변화다. 목재의 활용이 활발해지면 높은 인건비와 경쟁 심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핀란드 목재 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다. 이는 결국 핀란드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탄소 흡수 효과를 핀란드 전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 이다. 로투노의 건축 프로젝트는 현재 2017년 준공을 목표로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소방법 변경 이후 예케사리에는 목재 골조로 디자인한 건물들이 계획되고 있으며, 시내에 새로 들어 설 헬싱키 중앙 도서관 역시 목재 골조로 설계하고 있다. 또 핀란드 전역에서 건물 디자인이 아닌 팀을 뽑는 형태의 공모전과 입주자들의 행동 변화에 무게를 둔 건축 계획 역시 속속 등장 하고 있다. 로투노는 단순히 하나의 이벤트로 머물지 않았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공모전의 모든 단계를 유기적으로 바라본 통합적 접근 방법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www.low2no.org

글 : 박고은 핀란드 통신원
로투노의 마스터플랜. 예케사리 지역은 기존에 항구로 사용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헬싱키시의 마스터플랜에 의해 상업, 주거, 산업이 복 합된 지역으로 계획되고 있었다. 전략디자인 유닛은 헬싱키시와 협상을 통해 100 헥타르에 이르는 광활한 크기의 지역을 공모전대상지로 제공받았다.

새로운 디자인의 서재에서 정부를 바꿀 비책을 찾다

지금까지 저소득층을 위한 칠레의 공공 주택, 미국 뉴욕의 적 정형 주택 공급 서비스 개선, 영국 정부의 통합 웹사이트, 덴마 크의 산업분류 코드 서비스, 핀란드의 지속 가능한 건물 디자 인 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살펴보았다. 각기 다른 맥락에서 다른 문제를 해결한 프로젝트들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수요자 중심으로 사고하고, 둘째, 문제를 표면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구조적으로 이해하며, 마지막으로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자인 결과물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러한 접근을 가능하게 할까? 아래의 사례를 살펴보자. 유럽의 작은 지자체에 수영장이 하나 있다. 수영장은 인구가 많지 않은 이 마을의 중요한 시설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공공장소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지역 공무원들이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수영장 이용객이 급감한 것. 현장을 찾은 공무원들은 깨진 유리나 낡은 샤워 시설, 현대적이지 못한 입장 시스템 등을 발견하고 낙후 된 수영장 시설이 이용자 급감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건축가에게 새로운 수영장 디자인을 의뢰했다. 하지 만 몇 주 후 회의실에 나타난 건축가의 해답은 공무원들의 생 각과 크게 달랐다. 수영장을 찾는 이용객 수가 줄어든 진짜 이유는 낡은 시설이 아닌 갑자기 바뀐 버스 시간표 때문이라 는 것. 정각에 오던 버스 도착 시간이 15분 늦어지면서 출근 전 30분 수영을 하거나 퇴근 후와 귀가 전 30분 수영장을 이 용하던 사람들이 겨우 15분 수영을 하기 위해 수영장에 들르거나 종전보다 15분 일찍 집을 나서야 했던 것이다. 아침 출 근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이 챙겨야 할 아이가 있는 사람이 라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감할 것이다. 만약 문제의 원인을 수영장 시설에만 국한해서 찾았다면 버 스 시간표가 주민들의 수영장 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고 건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공무원들과 달리, 건축가는 주민들이 수영장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수영장 밖으로 나와 주민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아이를 등교시키는 부모에게 15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소중한지 공감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수영장 시설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버스 시간표를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는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공무원 들은 왜 버스 시간표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핀란드 혁신 기금의 전략 디자인 유닛을 이끌었던 마르코 스테인베리(Marco Steinberg)의 말을 빌리면 ‘우린 우리가 아는 것은 알지만 무엇을 모르는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버스 시간표가 바뀌어 더 이상 수영장에 갈 수 없게 된 주민 중 대 부분은 굳이 자기 시간을 내가며 해당 부서에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적극적인 주민은 극히 드물고 공무원들은 공무원대로 ‘변화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라고 넘겨짚기 십상이다. 이처럼 공공을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파악해낸다는 것은 ‘문제 해결’ 이전에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핵심적인 활동이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의 현실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프로젝트라면, 설령 관찰이나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알기 어렵다. 하물며 건축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프 로젝트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난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디자인을 활용하면 한국의 정부와 공공 기관이 조금 더 효율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믿는 정책 입안자들과 미래의 디자이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책들을 소개한 다. 이 책들이 소개하는 다양한 접근법은 공공 서비스와 정책 을 디자인하는 데 길잡이가 될 것이다.

행동경제학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였다. 그가 정립한 행동경제학 이론은 인간의 사고를, 즉각적이고 수고는 덜하지만 부정확한 ‘빠른 사고’와 느리고 수고롭지만 정확하고 이 성적인 ‘느린 사고’로 나눠 설명한다. 또 이를 통해 왜 사람들 이 일상에서 합리적인 결정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더 많은지, 그리고 이를 이해하지 못한 정책 입안자들이 ‘이론적 맹목’이나 ‘계획 오류’에 빠지는지 등을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은 애덤 스미스 이후 세계 각국의 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 을 미쳐온 주류 경제 이론인 ‘합리적인 인간’에 정면으로 도전 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최근 유럽 정부들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고려한 정책 입안 실험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탈러ㆍ캐스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2009

오랜 시간 대니얼 카너먼과 협력한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이 지은 넛지는 행동경제학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을 공공 서 비스와 정책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연구자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이 이름 붙인 ‘지각된 유도성(perceived affordance)’을 바탕으로 행동경제학을 설명하기도 해, 디자인과 행동경제학의 연결 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예시를 통해 행동경제학을 쉽게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책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김영사, 2012

넛지만 읽은 독자들은 행동경제학의 메시지를 자칫 소비자나 수혜자들이 ‘우매한 결정’을 하기 쉬우니 그들의 결정을 ‘조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대니얼 카너먼이 평생에 걸쳐 연구한 행동경제학의 정수를 압축해 담은 이 책은 이런 오해를 바로잡는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른 사고’에 의한 오류에 빠질 수 있으며, 정책 입안자와 디자이너 등의 전문가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일독을 권한다.

공감적 관찰 도구

행동경제학을 풀어 쓴 넛지는 개개인에게 무엇이 ‘좋은 선택’ 인지 이미 알고 있을 때 사람들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 좋은 선택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뉴욕의 퍼블릭 폴리시 랩은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수혜자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문제와 해 결안에 대해 고민했다. 마인드랩의 디자이너들은 덴마크의 표준 산업 분류 코드인 브랜치코드를 개선하기 위해 새 사업을 등록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매일 대하며 문제를 해결해주는 상담 직원들 사이의 소통을 관찰하고, 양쪽이 경험하는 어려움에 공감하려고 애썼다. 이렇게 디자인에서 ‘공감적 이해’란 사람들 의 환경에 밀착해 들어가 그들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난 행동 이면에 숨은 맥락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포착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매우 정성적이며 관찰자의 민감성과 통찰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서비스디자인 : 실무에서 들춰보는 인사이트 앤디폴라인ㆍ라브란스로이빌ㆍ벤리즌지음,배상원ㆍ임윤경ㆍ정은기 옮김,카오스북,2016 서비스 디자인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에 목 말랐던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책. 다양한 실제 사례를 곁들여 서비스 수요자 및 공급자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도구를 서비스 디자인 단계별로 심도 있게 설명한 다. 병원, 금융, 교통 서비스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도구 를 활용한 예를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서비스 디자인 도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현실적 제약을 수반하는지 배울 수 있고 해결 방법에 대한 통찰력 또한 얻을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 도구들(가제)

이정주ㆍ이승호 지음, 인사이트, 2017(출간 예정)

사용자 중심 디자인과 협력 디자인이 시작된 곳 중 하나가 바로 북유럽이다. 새로운 디자인 도구들은 이곳에서 일하고 수학한 저자들이 최근 쏟아지는 ‘디자인 툴킷’의 홍수 속에서 혼란에 빠진 디자이너들을 돕고자 쓴 책이다. 사용자 관찰과 협력 디자인의 핵심 도구를 ‘현장 관찰, 소통, 협력, 해석, 활용’으로 나누어 각각의 원리와 요구되는 마음가짐, 단계별 활용법 등을 국내외 사례를 들어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국내에는 상세히 소개된 적이 없는 프로브(probes), 코디자인 워크숍 (co-design workshop) 등의 협력 디자인 도구 활용법을 다루었다.

디자인 싱킹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은 프로젝트의 목표와 제약,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기존 접근법과 차별화되는 디자인 싱킹 만의 특징은 문제를 바라볼 때 단순히 현재 상태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미래지향적 의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적용해보고 그 실현 가능성을 파악하여 수정ㆍ재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칠레의 공공 주택 프로젝트 ‘킨타 몬로이’는 이런 접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족한 예산 안에서 수혜자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올릴 수 있는 이들의 능력을 문제 해결 과정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 정부와 공공을 위한 디자인 활용 보고서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단행본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아래 소개하는 두 권의 책에선 미흡하나마 디자인 싱킹의 실체와, 이를 통해 혁신을 이끌어낸 다양한 프로젝트를 살펴볼 수 있다.

디자인씽킹 : 아이디어를 아이콘으로 바꾸는 생각의 최고지점

로저마틴 지음, 이건식 옮김, 웅진윙스, 2010

우리말 제목과는 다르게 원제는 ‘비즈니스의 디자인: 왜 디자인 싱킹이 떠오르는 경쟁력인가(The Design of Business: Why Design Thinking is the Next Competitive Advantage)’ 에 가깝다. 캐나다 로트만 경영대학 학장인 로저 마틴(Roger Martin)은 이 책을 통해 디자인 싱킹이 디자인 분야를 넘어 ‘큰 그림’, 즉 경영과 전략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가추법(abductive thinking)과 휴리스틱 깔때기(heuristic funnel)는 디자인 싱킹이 어떤 원리로 가능성의 기회를 포착하는지 설명한다.

디자이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이절 크로스의 생각하는 디자인

나이절 크로스 지음, 박성은 옮김, 안그라픽스, 2013

이 책의 원제는 ‘디자인 싱킹: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일하는가(Design Thinking: Understanding How Designers Think and Work)’이다. 디자인 연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학자 중 한 명인 나이절 크로스(Nigel Cross)는 이 책을 통해 디자이너들이 사고하고 일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F1의 수석 자동차 디자이너 고든 머리(Gordon Murray)가 더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차 뿐 아니라 정비공들의 일하는 방식과 핏스톱(pit-stop) 혁신을 통해 F1의 패러다임마저 바꾸어버린 사례는 디자인 싱킹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었던 접근이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엘레멘탈이 프로젝트에 뛰어들기 전 칠레 정부가 들고 나온 ‘중산층형 주택’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제안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시 외곽과 내부에 슬럼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주거를 직업과 수입, 교통수단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구조적 문제로 보지 못한 데서 온 패착이다. 반대로 시트라의 전략 디자인 유닛은 로투노(Low2No) 프로젝트를 통해 100년 전 만들어진 소방법을 바꾸어 8층까지는 목골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단지 특정 지역에 짓는 건물 뿐 아니라 앞으로 지을 수많은 건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 이며 잠재적으로 핀란드 산업의 첨병이었던 목재업을 키우고, 로투노의 궁극적 목표인 탄소 침수 효과를 핀란드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통합적인 해결안을 내는 데 도움을 주는 접근법이 바로 시스템 싱킹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말로 번역된 책은 없지만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아래의 두 책을 소개한다.

Thinking in Systems : A Primer

시스템으로 사고하기 : 입문서

도넬라 메도즈 지음, 다이애나 라이트 엮음, Chelsea Green Publishing, 2008

세계 환경 과학을 선도한 과학자이자 저술가, 시스템 분석가 인 도넬라 메도즈(Donella H. Meadows)의 수업 자료를 그녀의 사후에 묶어낸 책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 싱킹을 가 장 쉽게 설명한 책. 특히 사회에 한 번 들인 잘못된 구조를 왜 쉽 게 바꾸기 어려운지 그 이유에 대해 시스템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챕터 ‘Why Systems Works So Well’, 구조적인 문제 안에서 해결점을 찾기 위한 지혜를 주는 챕터 ‘System Traps and Opportunities’는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하고 싶다.

Learning for Action: A Short Definitive Account of Soft Systems Methodology, and Its Use / Practitioners, Teachers and Students

행동을 위한 참고서: 실무자, 교사, 학생을 위한 짧고 확실한 소프트 시스템 방법론, 그리고 그것의 사용

피터 체클랜드 지음, JW, 2007

경영학자이자 시스템 이론가인 피터 체클랜드(Peter Checkland) 가 영국 국가 보건 서비스 개혁을 위해 오랫동안 협력하면서 개 발한 방법론 SSM(Soft Systems Methodology)을 소개하는 책이다. 체클랜드는 시스템 싱킹을 현업에서 적용할 때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불만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모델링을 제안했다. 관찰과 공감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디자인 싱킹과 맞닿아 있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이 모든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현실은 밝혀진 부분보다 밝혀내야 할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들이 미래에 다가올 새로운 디자인을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더 이상 디자인의 대상이 심미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물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글 : 이승호, 이정주

이승호 핀란드 알토대학교 박사과정 중에 있다. 동대학에서‘정부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Government)’ 수업을 만들어 핀란드 행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싱크탱크‘데모스헬싱키(Demos Helsinki)’의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정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조교수. 현재 싱가포르 노동부, 정보통신개발처, 건강관리처를 비롯한 다양한 정부 기관에 디자인 역량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라는 범선을 움직이는 항해사
인간 중심적 사고로 정부를 돕는 싱크탱크들

‘Government’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배의) 키를 잡다’는 뜻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들은 한 나라의 운명을 이끄는 일이 암초를 피해 유연하게 배를 모는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거대한 범선은 선장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항해를 이어가는 데 항해사나 기관사들의 존재가 절대적이듯 정부를 이끄는 데에도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는 이처럼 정부 조직이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도록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 점점 더 그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다양한 조직을 소개한다.

정리 : 최명환 기자

시트라의 전략 디자인 유닛 Helsinki Design Lab

핀란드 혁신 기금 시트라(SITRA)는 핀란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준정부 기관이다. 1967년 핀란드 은행의 기부금으로 설립한 이 조직은 초기에는 핀란드 기업들의 역량을 키우는 투자 기관으로, 그 후엔 다양한 사회 혁신 연구를 지원하며 핀란드의 풍요에 기여해왔다. 현재는 노령화, 교육, 지속 가능성 등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핀란드 정부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전략 디자인 유닛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시트라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실험하기 위해 실행한 프로그램이다. 디자인을 통해 정부가 당면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끈다는 목표를 가지고 로투노(Low2No)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helsinkidesignlab.org

마인드랩 MindLab

마인드랩은 덴마크가 만든 ‘정부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에이전시’라고 할 수 있다. 시민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3개 행정부와 1개 지자체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이 조직에서는 디자이너, 인류학자, 사회학자, 정치 과학자, IT 전문가 등 다양한 배경의 연구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인간 중심 디자인 원칙을 바탕으로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부처 간의 협력을 도와 효과적인 정책과 질 높은 공공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mind-lab.dk

파티시플 Participle

파티시플은 2005년 영국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힐러리 코틈(Hilary Cottam)이 시작한 조직으로 2015년까지 운영했다. 영국 복지 정책에 큰 영향을 남긴 ‘베버리지 리포트 (Beverage Report)’의 오류를 시민들의 참여와 디자인을 통해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지난 약 10년간 노령화, 가족, 청년, 취업, 건강 등 다양한 문제를 다뤘는데 단순히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에서 수요자의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일원화된 톱-다운 방식의 복지보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실현하는 방향으로, 비용 산정에 집중하기보다 수요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바꾸는 이른바 ‘관계적 복지(relational welfare)’를 위한 비전을 제시 했다. 일례로 노령화 프로젝트에서는 노인 복지를 위해 새로운 친구를 찾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www.participle.net

퍼블릭 폴리시 랩 Public Policy Lab

퍼블릭 폴리시 랩은 2011년 발족한 뉴욕의 비영리 단체로,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공공 서비스와 그 전달 방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참여 디자인 및 시스템 사고에 전문성이 있는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를 비롯해 커뮤니티 기반의 디자이너, 서비스 디자이너 등이 초빙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뉴욕 시 여러 부처와 함께 적정형 주택 공급 서비스, 공립 고등학교 진학 안내 서비스, 소수계/여성 소유 사업체(MWBE) 지원 서비스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publicpolicylab.org

케니스랜드 Kennisland

‘지식 주도 사회 개발을 위한 원동력이 되겠다는 목표로 1998년 설립한 비영리 기관. 케니스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함께’의 힘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온ㆍ오프라인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적 지위나 지역에 상관없이 여러 시민들의 지식과 재능, 경험, 직관을 모으고 이를 통해 사회 혁신을 이끌어낸다.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교육의 개선 가능성, 효율적인 정부, 개방된 문화유산, 저작권법의 현대 화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혁신적 방법론을 제시해왔다. 또한 이렇게 축적한 지식은 최대한 많은 사람과 공유하려고 노력하는데 지식은 공유했을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는 이들의 신념 때문이다.

www.kl.nl

행동 통찰팀 Behavioural Insight Team

행동 통찰팀은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국 내각 사무실 아래 행동경제학 유닛으로 탄생했다. 경제, 심리학, 정책 입안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춘 연구원들이 행동과학 원칙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를 다시 디자인하고 있으며 넛지로 잘 알려진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행동경제학 이론을 근간으로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들은, 최근 스핀 오프(spin off)를 하며 독립적인 기관이 됐다. 현재는 영국뿐 아니라 시드니와 뉴욕에도 오피스를 두고 전 세계 정부들을 돕고 있다.

www.behaviouralinsights.co.uk Organization

월간디자인 http://mdesign.design.co.kr/
특집기사 출처 :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2/73440?per_page=1
* 첨부파일로 보기 : http://cafe.naver.com/usable/4382
* 출처 : 월간디자인 2016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