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 - 2010년 10월호 월간디자인

2016. 12. 24. 23:29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 성공사례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
글 : 월간디자인 김영우 기자
출처 : 2010년 10월호 월간디자인 특집 '서비스디자인' 중에서 사례 발췌

201010_월간디자인 특집_환자존엄성을 위한 디자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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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병원에 가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프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던 불편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병원은 환자의 치료를 위한 공간인데, 의사가 환자를 잘 돌보는 환경인 동시에 환자에게도 만족스러운 환경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영국의 전 국민이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보장제도 NHS는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고,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atient Dignity)’ 프로젝트를 디자인카운슬에 의뢰했다. 이에 디자인카운슬은 디자이너, 제작회사,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의 의료 보건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6개 팀을 만들어 병원 환경과 환자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2, 3 경량 스크린 & 커튼 록(Lightweight Screen & Curtain Lock)
디자인: 투게더 크리에이티브 컬래버레이션(Together Creative Collaboration), 앤서니 디킨스 스튜디오(Anthony Dickens Studio)
제작: Suck UK
병원은 위급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공간이다.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쉽고 빠르게 공간을 변형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때 경량 스크린만 있으면 벽을 세우지 않고도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다른 구조물 없이 따로 세울 수 있고 가벼운 데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쌓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가 쉽게 한 것은 물론이다. 커튼 록은 기존에 사용하던 커튼 레일에 끼워 커튼을 고정시키는 고리다. 누군가 갑자기 커튼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환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여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기존 커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고리를 거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의료 공간을 이용하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아이디어다.


4, 5, 6 만능 가운(Universal Gown)
디자인: 벤 드 리시(Ben de Lisi) 제작: 실버리드(Silvereed)
링거를 맞으며 병원에 입원해보거나 병실에서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존 환자복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공감할 거다. 소매통이 약간 넓긴 했지만, 한쪽 팔에 주삿바늘이 꽃힌 상태로 입고 벗기는 불편했다. 벤 드 리시가 디자인한 가운은 앞뒤가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라 의료 장치를 그대로 두고도 환자가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다. 또한 앞뒤가 따로 없는데 한쪽은 V넥, 다른 쪽은 라운드넥으로 되어 있어 환자복이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입을 수 있다. 호흡기를 단 환자에게 환자복을 입힐 수 없다는 중환자실의 수간호사의 이야기가 입고 벗기 편한 만능 가운을 디자인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7, 8 다목적 가운과 ICU 커버(Inclusive Gown & ICU Cover)
디자인: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Helen Hamlyn Centre, Royal
College of Art)
헬렌함린센터 디자인팀은 제일 먼저 환자복을 구매하면서부터 폐기할 때까지 과정을 살펴봤다. 환자들은 검사를 받을 때, 화장실에 갈 때, 바깥 구경을 하러 병실 밖으로 나갈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언제든 환자복을 하나만 입고 있어야 했다. 다목적 가운은 이런 모든 상황에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 허리 벨트만 따로 교체할 수 있어 벨트가 망가지면 가운을 통째로 버려야 했던 기존 가운의 단점을 보완했다.


또한 위급한 상태에 놓인 중환자를 위한 ICU 커버는 일회용 부직포를 원단으로 사용해 감염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응급 상황에서 치료할 부위를 쉽게 찢을 수 있도록 했다. 직접 사용하는 환자를 생각한 다목적 가운과 ICU 커버 디자인은 원래 있던 것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기존에 생각하지 못하던 사소한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1, 2 리클라이닝 데이 체어, 베이 스크린 & 판초 (Reclining Day Chair, Bay Screen & Poncho)
디자인: 피어슨로이드(PearsonLloyd), 제작: 컬튼 헬스케어(Kirton Healthcare)
리클라이닝 테이 체어와 베이 스크린, 판초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의사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만든 것들이다. 리클라이닝 테이 체어는 침대와 의자의 중간 형태로 바퀴가 달려 있어 휠체어를 탄 것처럼 돌아다닐 수 있고, 앞으로 쉽게 기울어져 환자가 앉고 일어서기 훨씬 편하다. 링거를 걸 수 있는 스탠드, 보관 주머니, 산소 탱크도 갖추었다. 베이 스크린은 길이가 1.5m인 칸막이로 누워 있을 때 반대편에 있는 환자는 보이지 않지만, 지나가는 의료진은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의 디자인이다. 또한 벽에서 45도 정도로 비스듬하게 설치해 직각으로 나뉜 공간을 사용할 때보다 더 넓은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자나 침대에 있는 환자를 이동시키기가 훨씬 쉽다. 

소매가 없는 판초는 환자복 위에 입고 리클라이닝 테이 체어에 앉아서 이동하거나 베이 스크린을 친 공간에서 대기할 때 환자가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보완용 환자복이다.

 



3 사인 시스템(Signage System)
디자인: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Helen Hamlyn Centre, Royal College of Art)
온갖 종류의 검사실이 있는 병원에서 특정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게 사인 시스템이다. 그런 데다 영국의 NHS는 서로 다른 성별의 환자가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같은 성별의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병실에도 성별 표시가 필요하고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쉽게 변경할 수 있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황색과 파란색을 적용한 사인으로 성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문과 벽에 부착하기도 하고 샤워실과 화장실 문 위쪽으로 돌출시켜 먼 거리에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조명이 켜지도록 해 야간에도 잘 보인다. 병원 스태프들은 편리하게 사인을 변경할 수 있고, 환자와 방문객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인 시스템이다.

 


4 환자 정보(Patient Information)
디자인: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Helen Hamlyn Centre, Royal College of Art)
환자의 상태에 관한 것은 중요한 정보다. 어떤 병인지, 알레르기 증상은 없는지 환자 자신도 잘 알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어느 누가 보더라도 쉽게 전달되어야 한다. 의사와 환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환자가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에도 효과적이다. NHS는 환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다양한 정보 시스템을 통해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중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입원 환자들은 일회용 보드에서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는데,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를 환자가 제일 먼저 알 수 있도록 정보 우선순위 체계를 만든 것이 포인트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는 대기 시간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받을 수 있고, 문병객은 터치스크린으로 환자의 위치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또한 침대 옆 스크린에는 기본 정보는 물론 식사 시간이나 의료진의 회진 시간도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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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디자인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디자인 기관
디자인카운슬 www.designcouncil.org.uk
디자인카운슬은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영국의 디자인 기관이다. 디자인을 통해 경쟁력 있고, 창의적이며, 지속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 디자인 정책과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한다. 최근 디자인카운슬은 ‘서비스디자인’을 하나의 새로운 디자인 영역으로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디자인적 사고를 적용한 서비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공공 디자인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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