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디자인이야기

창조산업-창조경제의 핵심, 디자인산업 생태계 - 2013. 윤성원 외

SERVICE DESIGN 2021. 4. 10. 08:26

201311_창조경제의 핵심, 디자인산업 생태계_윤성원-수정V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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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스템 어프로치 생태계전략 미래 산업사회를 선도하는 창조경제 육성전략’ 2013.11.26. 푸른사상, 윤성원 공저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30800677&orderClick=LAG&Kc= 

아래는 '시스템 어프로치 생태계전략' 책 중 디자인 산업 생태계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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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산업-창조경제의 핵심, 디자인산업 생태계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지털융합팀 팀장

 

목차

 

1. 산업 육성 전략을 보는 새로운 관점

창조경제와 창조산업

디자인의 개념과 범위

 

2. 디자인 수요시장의 변화에 대한 고찰

수요시장의 변화 1 -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하는 방법으로서의 디자인

수요시장의 변화 2 - 공공분야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디자인

 

3. 디자인산업 공급자 현황

디자인전문기업 – 취약한 경쟁력

디자이너 – 과다한 전공자 배출

 

4. 창조산업 생태계 분석

기술 중심의 개발로부터 인간 중심의 개발로

산업 융합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신산업을 만드는 디자인

 

4. 정책방향과 시사점

공급자의 개체 관리 필요

디자인전문기업의 경쟁력 강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생태계에 악 영향을 주는 디자인 창직 지원 정책 

전주기적 디자인 인력 양성  

산업융합 촉진자로서 디자인의 역할 강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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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 육성 전략을 보는 새로운 관점

: 미래를 위한 산업 육성 전략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우리가 아직 결코 경험해보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있다. 국가 산업 경쟁력의 여러 요인들 중 생산 인구라는 조건을 볼 때 그렇다. 산업 활동에 관여해야 할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구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면서도 출산율 감소 속도가 가장 급격한 나라이다. 생산가능인구란 15~64세의 인구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 3,612만 명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일자리 창출이 큰 화두가 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후엔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는 올해 16.7명에서 2030년 38.6명, 2040년 57.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2050년에는 노동인구 평균 나이 50세, 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인구 한 명이 고령자 한 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지금과 비교할 때 생산인구의 비생산인구 부양을 위한 재정 부담이 열배 가까이 커져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불가능할만큼 혹독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상의 문제는 데이터로 확인되는 사실로서 막연한 예측이나 추정이 아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 방향을 수립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인적 자원의 운영을 위한 각별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국가 인적 자원의 운영 전략은 양적 차원과 질적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양적 차원의 관리라 함은 생산가능인구를 양적으로 늘림으로써 산출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산율이 낮아짐과 동시에 젊은 층의 해외 이민과 장기 체류가 늘어남으로 인해 생산 가능한 인구의 절대 부족 상태가 오고 있다. 그것을 극복하자면 양적인 면에서 기존에 생산가능인구가 아니었던 사람들을 생산가능인구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높이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현 30.7%에서 대폭 높임으로써 생산 가능 인구의 절대량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실현되자면 공공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인프라 마련이 필수적이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자면 여성에게 부과된 육아 책임을 공적 차원에서 덜어줄 수 있는 장치들, 예를 들면 영유아 돌봄, 교육 서비스 등 기반이 마련되어 마음 놓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OECD 34개국 중 꼴찌라는 낮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도 이러한 기반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조건도 준비되어야 한다. 기술 발달과 삶의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평균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차원에서 의미 있는 것은 평균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이다. 고령자의 수는 늘고 있고 동시에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다. 건강하지 않으면서 길어진 수명은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키고 고령자를 부양해야 할 젊은 생산인구에 부담을 줌으로써 산업경쟁력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국민 건강관리 체계를 보완하여 어떻게 더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건강한 노령자는 보조적인 생산가능인구로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국민 건강관리 체계를 고도화함으로써 고령자의 건강수명을 늘림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생산인구를 양적으로 필요한 기준만큼을 확보하는 것은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장기 정책인 만큼 큰 정책적 결단과 의지, 국민적 합의, 상당한 정부 재정지출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질적 차원의 관리는 기존 산업을 보다 효율이 높은 산업으로 변화시킴으로서 더 적은 생산 인구로도 산출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산업을 기존보다 적은 노동력을 투입해도 더 많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속성의 산업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생산가능인구 저감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은 고도의 서비스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목표로 제조업의 제조서비스화를 촉진해야 한다. 서비스산업도 더욱 고도화 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서비스산업, 그 중에도 특히 창조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갖추면서 성장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산업간 융합 확산으로 기술 융합, 제품 및 서비스 융합 등이 촉진되는 방향으로 산업의 진화가 예상된다. 

본 장에서는 질적 차원의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준점으로서 창조산업의 생태계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창조경제와 창조산업

창조경제(Creative Economy),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또는 창의산업)에 대해서는 워낙 혼란스러운 개념 논쟁이 거듭되고 있어 창조산업을 대표하는 산업으로서 디자인산업에 대해 논하기 전에 창조경제와 창조산업의 정의를 먼저 검토해보고자 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창조산업 자체의 육성보다는 경제활동의 전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창의를 최대한 활용하여 창조적 자산의 창출은 물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의 창출, 기존산업의 효율화 등을 통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함을 의미한다. 본래 창조경제라는 용어는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의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 2001년)’를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 되었다. 창조경제는 인간의 창의를 활용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 (‘Revitalizing primary, manufacturing, and services industries through human creativity’)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국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산업 전략은 그 개념이나 방법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전자는 제품 혹은 서비스 자체의 창조적 측면을 강조하는 반면 후자는 제품의 특성이나 산업과 관계없이 디자인에서 생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창조적 아이디어의 활용을 극대화하는데 포커스를 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정성철 (2013), ‘창조경제의 의미와 과제’ 중 발췌, 한반도선진화재단

 

 

<표 Ⅴ-1-1> 주요 창조경제와 창조산업 정의 차두원, 유지연 (2013), ‘창조경제 개념과 주요국 정책 분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주체

창조경제

창조산업

영국

(문화・미디어・

스포츠부, 1998)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 등을 기반으로

지식재산을 생성・활용하여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 잠재성이 있는 산업들로 구성된

경제체제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에 기원을 두는 산업들과 지적 재산의 형성과 이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들

John

Howkins, (The Creative Economy, 2001)

창조적 인간, 창조적 산업, 창조적 도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체제로 창조적 행위와

경제적 가치를 결합한 창조적 생산물의 거래

-

UN

(Creative

Economy

Report, 2010)

경제성장과 발전 잠재성이 있는 창조적 자산에

기반한 진화론적 개념으로 창조적 자산을 생산

하는 모든 경제 활동

창조성, 문화, 경제, 기술의 접점으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과 동시에 사회 통합, 문화적 다양성, 인간 개발을 촉진시키며 지적 자산을 창조하고 순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산업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론,

2012. 12)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

신성장동력(문화콘텐츠・소프트웨어・인문・예술 등), 사회이슈해결(고령화・에너지 등 국가 당면 이슈 등), 실용기술 활용(사업자・창업 아이디어 실현 등), 과학기술 서비스(빅데이터・초고성능 컴퓨팅 활용), 거대・전략 기술 기반산업(우주발사체・인공위성・대형 가속기, 원자력 등)을 국정과제에서 제시

 

 

창조경제와 창조산업에 가장 먼저 주목한 영국 정부(문화・미디어・스포츠부 : Dept of Culture, Media and Sports: DCMS)는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창조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으로는 영국의 경우를 참고할 만하다. 창조경제의 원조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은 1997년부터 토니 블레어가 저성장과 실업문제의 극복을 위해 ‘창조적 영국(Creative Britain)’을 주창하며 디자인, 광고, 금융산업, 문화산업 등을 산업의 주 종목으로 전환하였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 영국의 산업디자인은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했고 런던 캐너리워프는 뉴욕에 버금가는 금융중심가로 성장했다. 영어를 포함한 교육서비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관광수입에 필적할 정도로 커졌다. 지난 10년간 부가가치(GDP의 6.4%), 수출(전체 수출의 4.3%), 고용(전체 고용의 7%), 기업체(전체 기업의 7.3%) 규모 등으로 국민적 경제 파급 효과가 큰 것이 확인되었다. 2013년까지 창조산업 분야는 180,000개의 사업체 그리고 국가 경제의 850억 파운드 상당의 가치를 담당 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해외투자속보, 2011.12

 그들의 전략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질적 차원의 산업육성 전략으로서 산업 고부가가치화는 창조산업을 중심으로 실행 될 때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영국 외에도 국가별로 창조산업에 대한 정의와 범위, 정책은 다양하다. 각국들이 처한 사회, 문화, 경제적 환경이 다름에 따라 창조산업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창조산업을 구성하는 산업도 서로 다르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세부 산업별 전략적 중요도도 다르게 두고 있다. 그렇지만 서로 중복되는 영역도 존재한다. 각 국가들이 규정하고 있는 창조산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림Ⅴ-1-1> 주요 국 창조산업의 범위 차두원 (2013), 한선정책심포지엄 중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주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디자인’, ‘음악’, ‘콘텐츠’산업을 창조경제에 해당하는 산업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디자인’, ‘음악’, ‘콘텐츠’산업 중에서도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중간재로서 활용되는 디자인산업을 다루고자 한다. 

최근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산업의 의미를 기존과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면서 특히 디자인산업이 산업 융합의 촉진자로서 작용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살펴보겠다.

 

 

디자인의 개념과 범위

 

‘디자인은 공기이다’라는 식의 철학적 정의로부터 지극히 실용적 개념까지, 대량생산을 통한 산업화에 기여하는 공예로서 산업디자인의 개념이 성립된 이래 디자인은 매우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다. 먼저 국내 법률적 개념을 살펴보자. 현재 국내 디자인산업과 관련된 법률로는 산업디자인진흥법,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건축기본법,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디자인보호법이 있다. 「산업디자인진흥법」에서는 순수미술로서의 디자인과의 법적 구별을 위해 산업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산업디자인을 ‘제품 등의 미적·기능적·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자 및 소비자의 물질적·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창작 및 개선행위를 말하고, 제품디자인·포장디자인·환경디자인·시각디자인 등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는 디자인의 정의 및 분류를 서비스업에 포함하는 ‘전문디자인업’이라는 분류번호 746번을 부여하여, 인테리어디자인,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기타전문디자인업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실제 산업에서 디자인은 법률적 정의에서 의미하고 있는 바 보다 훨씬 폭넓은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각 산업별로 활용되는 역할에 따라 다음과 같은 가치사슬로 디자인산업을 분류해 볼 수 있다.

 

<표 Ⅴ-1-2>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분류방법 , 조동성 조동성 (2001), ‘21세기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분류방법’, 경영논집35

(2001)을 참고하여 수정

 

                 핵심활동

 산업분류(예)              

소비자

조사

제품설계

제품제조

제품포장

광고

서비스

수송기기(자동차, 선박 등)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서비스디자인

전자정보기기(TV, 라디오, 컴퓨터 등)

정밀기기(시계, 카메라 등)

섬유(염색)

패션디자인

패션 

공예품

공예디자인

건축

환경디자인

인테리어

서비스

서비스디자인

 

 

가치 사슬 개념에 따르면, 디자인 산업의 본원적 활동은 소비자 조사, 제품설계, 제품제조, 제품포장, 브랜드, 광고에 이르는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걸친 광범위한 활동이다. 디자인 산업 내에서 볼 때, 표준산업분류상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디자인 전문회사들과 제조업에 속하는 기업들의 내부 디자인 부서, 연구소들이 본원적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디자인 산업의 지원활동은 교육, 금융, 기술개발, 구매, 정보활동이다. 기업 내부의 디자인 담당 부서인 경우 소속 기업이 어떤 산업에 있는가에 따라 섬유, 의류, 가죽, 피혁, 신발, 문구, 출판, 조명, 가구, 전자, 자동차, 조선, 항공기, 건설, 광고, 도소매, 요식, 관광, 정보통신, 의료, 미용 등 거의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될 수 있다. 산업 시대에는 디자인의 역할이 산업의 보조자 즉, 산업 활동에서 파생되는 디자인 활동에 국한하여 이해되었으나 최근의 디자인은 제품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대두하여 전자 상거래를 통한 상품 선택에서도 디자인의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최종 결과물의 유형에 따라 구분되는데 제품 디자인, 운송기기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환경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디스플레이 디자인, 포장 디자인, 편집 디자인,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컴퓨터 그래픽, 웹 디자인, 게임 디자인, 영상 디자인, 광고 디자인, 패션 디자인, 도시 디자인, 브랜드, 사용자 경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디자인 대학, 대학원의 학과들이 이러한 분류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기업이 특정 활동을 통해 가치를 형성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 소비되는 과정 속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더욱 다양한 측면이 있다. 미래 비전을 창조하고 시각화하는 디자인에서부터, 사람들의 행위와 심리를 파악하여 트랜드를 예측하고 향후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시하는 역할, 다양한 이종 분야간 협력을 주관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기획을 통해 컨셉을 도출하는 역할, 상상 속의 이미지를 사실적 형상으로 표현하는 역할, 제품과 서비스의 형상, 실제화를 결정하는 역할, 결정된 디자인이 제조로 연결될 수 있도록 컴퓨터로 모델링을 하는 역할, 제작된 모델에 이미지를 씌우고 움직임을 가미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 최종 소비자에게 특별한 개념과 인식을 형성함으로써 차별적 가치를 주는 역할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특정 디자인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다양한 업역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산업에서의 디자인 역할을 보자면 원화 일러스트레이터, 캐릭터 모델러, 배경 모델러, 애니메이터, 이팩트 디자이너, 매핑 디자이너, 렌더링 디자이너, UI디자이너, UX디자이너 등 디자이너의 업역이 세분화 되어 있고 이에 따라 역할과 필요한 역량은 매우 상이하다. 최근 ‘사용자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이나 ‘서비스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디자인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향상시키는 분야로서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가 강화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으로 제조에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신 서비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자인 종합 육성 계획 중. 2012.8.)

과 같이 새롭게 등장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근대 디자인 개념이 시작된 이래로 디자인산업은 산업 발전과 더불어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확대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제 디자인은 산업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며 공공정책과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디자인이 산업 부문에서뿐 아니라 공공서비스, 공공정책의 설계 방법론이자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활용되며 본원적 혁신을 통해 성과를 가져오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디자인의 정의도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 국내법상 디자인의 정의는 제조 산업을 주요 정책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하는 디자인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디자인분야는 공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결국 비슷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디자인의 각 영역 간에는 실로 심대한 차이가 존재하고 실체를 규정하기 어려운 엄청난 다양성이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역량도 다르고 프로세스와 방법론도 다르고 사용하는 용어도 다르다. 과연 디자인을 동일한 속성을 가진 산업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될 정도이다. 이러한 디자인산업의 다양성을 극복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통으로 적절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개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살펴본 것처럼 디자인은 최종 산출물의 형식적 특성으로 정의하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어떤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으로 규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막연하게 태도와 관점, 생각하는 방식, 가치관, 철학과도 같이 표현되는 특징이 있다.

디자인은 ‘창의성과 혁신을 연결하는 것’ Sir George Cox (2005), Cox Review of Creativity in Business, Design Council

이라는 관점으로 볼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실제화시킴으로써 사용자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가 되도록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분야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포괄적 관점에서의 디자인은 특정 수요시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각화된 결과물, 조형의 영역을 넘어서며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새롭게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산업은 전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 산업(infrastructure)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인산업은 제조 및 서비스 산업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연관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다중 구조의 산업 가치사슬 형성이 가능하며, 융합적 접근이 필요한 Multi Value Chain형 산업이다. 지식서비스산업 중에서도 경영컨설팅, 법률, 회계컨설팅 등과 함께 비즈니스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디자인산업은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큰 중간재형 산업이다. 중간재 산업의 경쟁력 수준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부실하면 다른 산업들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잘 성장하면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의 발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소득수준 향상 및 Well-being 추구에 따른 수요자의 욕구수준 상승에 대응하여 디자인 수요는 필연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디자인의 개념이 확대되고 디자인산업 생태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 Ⅴ-1-3>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개념, 수요시장에 따른 역할 윤성원 등 (2011), ‘디자인산업비전2020’,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구분

 

확장된 디자인산업의 수요시장

기존 수요시장

 

범위

제조 산업

서비스산업

공공분야

정의

제품의 본원적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가 전달받는 가치가 향상되도록 하는 실체화의 과정 및 결과

제품/서비스의 본원적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가 전달받는 가치가 향상되도록 하는 실체화의 과정 및 결과

공공분야의 문제점을 디자인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산업

디자인의 역할

제품가치 극대화를 통한 기업의 수익 창출

서비스 가치 혁신,

고객 경험 가치 향상

공공서비스 혁신,

사회 문제 해결, 

국민 삶의 만족도 향상

 

 

 

 

2. 디자인 수요시장의 변화에 대한 고찰

 

일찍이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지는 MBA, 뜨는 MFA(The MFA is the new MBA)’라는 글을 통해 기업 경영에서 예술 관련 학위가 가장 인기 있으며, MFA(Master of Fine Arts)가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2013년 5월, 직원이 22만명이 넘는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엑센추어는 200여명 규모의 영국 서비스디자인기업인 피요르드를 인수했다. 이에 앞서 몇 해 전 경영컨설팅 회사로 잘 알려진 모니터그룹은 디자인리서치로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더블리 그룹을 인수하였다. 규모 있는 경영컨설팅 회사가 디자인기업을 인수하여 새로운 사업을 대비하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두 가지 사례는 서로 관련이 있다.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산업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효율과 생산성, 최적화로 승부하던 제조산업의 혁신 논리 대신 소비자의 심리와 욕구에 중점을 두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한 마디로 경영컨설팅은 가고, 디자인이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시장의 변화 1 -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하는 방법으로서의 디자인

 

서비스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미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 강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산업이 근원적인 부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업이라 치부되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었던 것에는 이와 같은 배경도 한 몫하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지나치게 제조산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에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중요한 기회를 잃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은 이미 서비스산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되었으며 그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의 가치창출의 원천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는 경향을 ‘서비스 경제화’라고 표현하는데, 서비스 경제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서비스업을 주로 수행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지에 따르면 1990년 세계 100대 기업 중 서비스기업은 7개에 불과했으나 2011년 100대 기업 중 서비스기업은 58개에 달한다. 

둘째, 전통적 제조기업들도 부가가치를 더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사업 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전통적으로 PC를 제조하던 기업이었으나 2004년 PC하드웨어 부분을 매각하며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영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를 인수하는 등 전체 매출 중 서비스 쪽 비중이 50%를 넘어서게 되었고 2010년 기준 IT서비스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서비스기업으로 변화되었다. IBM은 2004년 미국 경쟁력 위원회에 서비스 혁신 방법을 위해 과학적 방법, IT기술을 활용하는 '서비스과학(Service Science)'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기업으로서 서비스 사이언스의 확산을 위해 노력 중임

 결과적으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세계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주도적 산업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다음의 두 가지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수요자의 권력이 커짐에 따라 (첨단의 기술력과 같은) 공급자 관점에서의 경쟁력 보다는 (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등의) 수요자를 이해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게 되었다.

둘째, 제품 자체 보다도 수요자가 얻게 될 경험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설계/디자인함으로써 좋은 경험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이 두 가지 이유가 산업에서 새롭게 디자인이 중요해지는 현상을 이끄는 근본적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제조산업은 본질적 실현 역량을 토대로 한 혁신, 즉 기술 주도의 혁신을 이루고자 노력해왔다. 소비자의 욕구가 고도화 되면서 이제 제공자의 기술로서 차별화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디자인은 수요자의 니즈를 다루는 학문/기술이며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을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서비스산업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서비스산업 고도화 방법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기존의 제조산업과 큰 차별점이 있는 서비스산업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대안적 방법과 접근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 방법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이 디자인영역에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이 제품, 시각, 환경, 패션 등 분리된 디자인 서비스 영역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해는 적절치 않다. 단순히 분야별 디자인 개발이 합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이 특정 서비스를 구현하는 단계에서 형상화에 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하였다면, 서비스 전반의 개발을 제안하는 역할로 확장되었다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디자인이 유형적 문제 해결자로부터 서비스 비즈니스의 문제를 재정의 하고 본원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분리된 디자인 영역에서 고려할 수 없었던,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에 대한 투자 방향을 제품 혹은 환경디자인에서부터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과제로 바꾸어 제시했던 ‘아셀라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셀라 프로젝트

미국 북동부를 운행할 새로운 고속철도가 필요했던 ‘앰트랙’사는 IDEO에게 새로운 열차인 ‘아셀라(Acela)’의 객실디자인을 의뢰하게 되었다. IDEO는 이 일을 의뢰 받고 세계 최고의 열차 객실 벤치마킹을 하고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까? IDEO의 개발팀은 고객과 함께 기차 여행을 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 그러면서 여행객이 전체 여행을 경험하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나타낸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을 개발한다. 맵은 ‘1) 여행정보를 학습하는 단계 – 2)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 – 3) 기차역에 가는 단계..’에서부터 ‘9) 목표 역에 도착한 단계 – 10) 다음 여행을 계속’까지 총 10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객실 좌석에 앉게 되는 것은 8단계에 이르러서였다. ‘고객이 열차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객실의 디자인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열차표를 예매하는 것도 불편하고, 역사에서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고, 탑승 절차도 번거롭다.’ 결국 이 문제는 객차를 금으로 장식한다 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IDEO는 비행기 여행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디자인을 제안하게 된다. 이것은 ‘1999년’, 미국에서의 일이다.*‘디자인에 집중하라’(팀브라운, 2010, 김영사)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해 고쳐 씀.

 

수요시장의 변화 2 - 공공분야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디자인 윤성원 등 (2013),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중에서 발췌

 

 

현재 우리 사회는 공공서비스가 수요자 지향적으로 바뀌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공공서비스 공공서비스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유·무형의 생산물을 의미한다. 정부개혁과 관련된 많은 논의가 공공서비스에서 형평과 효율을 기준으로 상하수도, 가로등, 도로교통, 쓰레기 처리 등과 같은 일상생활 영역에 필요한 공공서비스 개혁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새행정학, 대영문화사 2013)

는 국가와 국민이 접하는 최전선에 존재하며 국민의 모든 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서비스 제공자들은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결정의 투명성 144개국 중 133위, 정부지출의 낭비 정도 107위 등 아직 우리의 공공부문의 경쟁력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 세계경제포럼(WEF), 2012년 국가별 경쟁력 평가 결과 

 최근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면서 혁신에 대한 요구가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많은 기관들이 공공서비스의 혁신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혁신에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디자인의 새로운 수요시장으로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공디자인’이 아니라‘공공서비스디자인’이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쉽게 말해 공공정책 및 공공분야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개발,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서비스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디자인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향상시키는 분야로서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가 강화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으로 제조에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신 서비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한국디자인진흥원 (2012.8.), 서비스디자인 종합 육성 계획 중)

 방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기존에 우리가 공공디자인이라 부르던 영역에서 디자인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로 역할을 해 왔다고 하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공공정책이 설계되고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주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책에 디자인을 적용한다니, 디자인을 ‘스타일링’이나 ‘사물을 예쁘게 꾸미기’정도로 정의하고 있던 관점으로는 생소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 것도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나마 공공디자인의 범위라면 간판, 지역 캐릭터, 공공 건축, 환경 시설물 등의 영역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디자인이 국내 공공영역에서 그렇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이, 서비스디자인은 선진국에서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서비스 혁신을 이루기 위한 실용적 학문 영역으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영국 디자인카운슬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디자인 리더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공공영역에서 정책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과정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핀란드의 준 정부기관으로서 수년간 ‘정부를 위한 디자인 연구’를 수행해 온 핀란드 혁신기금 시트라(The Finnish Innovation Fund Sitra)의 전략디자인유닛, 덴마크의 준 정부기관이자 정부를 위한 컨설턴시인 마인드랩(MindLab), 호주의 사회혁신센터 택시(TACSI) 등 디자인을 공공정책과 사회혁신의 전략으로서 활용하고 있는 정부 및 준정부 기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기존에 디자인이 활용되어 오던 영역 외에도 각 디자인 요소를 통합해 시스템과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수요자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혁신함으로써 정책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방법으로서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정부부처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서비스디자인 혁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시민디자인연구소, 시민서비스디자인센터를 신설했다. 경기도는 2013년 다양한 도정과 수요자 니즈를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공공정책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전략 로드맵으로서 중장기 계획인 공공서비스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디자인 진흥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3년 1월 서비스디자인 전담팀을 결성했고, 보건의료산업, 국방산업, 산업단지, 경로당, 장기요양소, 전통시장, 종합민원실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들이 만들어가고 있거나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계획 중이다. 윤성원 등 (2013),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산업과 공공영역에서 새로운 디자인역할에 대한 인식이 수요시장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구축되는 디자인산업 생태계 모델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림 Ⅴ-2-1> 디자인산업 생태계 모델

 

  

3. 디자인산업 공급자 현황

 

MP3 제조업체 레인콤은 2002년 디자인전문기업 ‘이노디자인’의 컨설팅을 통해 삼각형 모양의 특이한 형태의 ‘프리즘’을 생산하게 되면서 당시 MP3 매출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다. 레인콤의 기술력도 뛰어났지만, 파격적인 디자인이 구매율을 높인 첫 번째 이유였었던만큼 이노디자인의 디자인역량이 세계적 수준이 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디자인서비스 공급자로서 디자인전문기업은 국가 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디자인전문기업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디자인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디자인전문기업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전문기업 – 취약한 경쟁력

 

디자인산업의 공급자는 디자인 전문기업이다. 디자인 전문기업이란 "디자인  컨설턴트(design consultants)"나 "디자인 컨설팅회사(design consultancy)"를 말하는 것으로, 고객과 기업들을 위한 전문적인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디자인 용역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컨설팅 산업으로 분류되어 서비스 산업으로 분류된다. SIC 코드에 의한 산업 분류 체계를 따르면, 디자인 전문회사들(design consulting firm)은 경영 및 홍보 서비스(management and public relations services)분류에 속해있다. 세계적으로 디자인 전문기업은 비교적 소규모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대규모의 디자인컨설팅 기업으로 구별해 볼 수 있다. 소규모의 디자인 전문기업은 디자인의 전문 분야를 다루며 대체로 작가주의적인 경향을 보이며 이탈리아의 스타디자이너가 경영하는 디자인스튜디오를 예로 들 수 있다. 대규모의 디자인 전문기업은 디자인의 종합적 범위를 수행하며 디자인리서치, 트렌드, 전략 컨설팅 역량이 강조되며 서비스개발 등 경영컨설팅 전문기업과 유사한 서비스도 수행하고 미국의 IDEO와 같은 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디자인 전문기업은 단순한 디자인 개발용역 이외에도 디자인 컨설팅이나 제품/서비스 개발, 사용자 리서치, 미래 전략 개발 등 다각도로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은 주로 매출을 단순 디자인 개발용역을 통해 얻고 있으며(매출비중 중 64%) 앞으로 단순 대행 업무를 하는 에이전시(agency), 컨설팅회사(consultancy), 독자적으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기업(firm)의 개념이 비즈니스 유형에 따라 구분되어 보다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유영선 등 (2010), ‘디자인 전문기업 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디자인진흥원

 

 

 

<표 Ⅴ-3-1>  디자인산업의 공급자 개념

 

구분

 

광의의 디자인산업

협의의 디자인산업

 

범위

디자인전문기업

기업의 디자인담당부서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공급자의 경쟁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디자인산업 공급자의 경쟁력은 곧 산업 전반, 특히 소비재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10위~15위 수준으로 측정 the Design Innovation Centre at the University of Art and Design in Helsinki (2011), GLOBAL DESIGN WATCH

 

되고 있는데 이것은 국내 소수 대기업의 선전에 따른 것으로서 과대 평가된 경향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기업 내부에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디자인산업 생태계에서는 서비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서비스의 공급자인 디자인전문기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들 - 평균 종사자수 4.82명, 평균 근속연수 3.59년, 총매출액 평균 651백만원. 1억 미만이 32.6%, 프로젝트별 5.6백만원 한국디자인진흥원 (2009), 2009산업디자인통계조사. 2011산업디자인통계조사가 최신 자료이나 2011년 연구결과에는 해당 데이터가 파악되지 않아 이전 결과를 참고함

 - 로서 국제적 평가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현재 국내 디자인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좀 더 잘 설명하는 지표는 디자인이 속한 사업서비스업(비즈니스서비스업)의 무역수지라 할 수 있는데 34개 OECD 국가중 33위로 사정이 나쁘다. 한미 FTA로 사업서비스업의 강국인 미국과 꼴찌에 가까운 수준의 우리나라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었으니 큰일이다. 꼴찌와 일등을 같은 조건에 링에 올려 싸움을 붙이면서 꼴찌에게 맷집이 생길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디자이너 – 과다한 전공자 배출

 

디자인 전공자의 과도한 인력 배출이 큰 시각에서 보면 디자인산업 생태계에, 좁게 보면 디자이너의 근무여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에서의 전공자 배출은 년 2만 4천명 규모로서 약 12만명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 고용 규모를 감안할 때 지나친 과공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재직자의 20%에 달하는 신입 인력이 고용시장에 매년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또한 디자이너로서의 자격제도 등 인력시장에서의 실질적인 제도적 진입장벽이 없었던 점에 따른 결과로도 볼 수 있는데, 비전공자의 경우에도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을 고려한다면 디자인전공자가 디자이너로서 직장을 얻게 될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력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인력 공급은 디자인산업의 나쁜 근무 여건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디자인산업의 고도화를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3.58년에 불과한 디자이너의 짧은 평균 근속연수 한국디자인진흥원 (2009), ‘2009 산업디자인통계조사’

 등은 위와 같은 디자인 인력시장이 갖는 심각한 문제점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디자인 전공자가 매년 학교에서 과다한 규모로 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전문기업들은 고질적인 구인란을 겪고 있다. 그것은 왜일까? 

디자인전문기업이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거나 오래 근무할 충분한 동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대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이라면 신입이고 경력이고 가리지 않고 채용하고 있다. 우수한 디자이너가 대기업으로 옮겨가면 기업에서는 디자이너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디자인산업 생태계에서 볼 때 기존에 공급자였던 자원이 이제 수요자로 전환되는 것이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디자인기업에서 개인이 수행하던 업무역할과 비교할 때 대기업에 소속된 개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디자이너의 이직은 전체 국가 디자인역량의 총합을 줄이는 것이다. 이것이 특히 문제라고 보는 이유는 중소기업을 위한 산업 전반의 디자인 역량이 줄어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디자이너가 대기업으로 이직하게 되면 디자인전문기업의 역량은 줄어들고, 이 디자인전문기업의 컨설팅을 받던 중소기업의 디자인 품질은 낮아지고, 디자인전문기업의 매출이 줄어들고, 디자인전문기업 디자이너의 근무여건은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디자인전문기업은 우수한 디자이너를 뽑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 악순환이 가속된다.

<표 Ⅴ-3-2> 국내 디자인 산업 현황 및 문제점

 

구분

주요 내용

경쟁

환경

○ 취약한 국제 경쟁력

   - 국내의 디자인산업은 급속히 쇠퇴(2007년 9위 -> 2010년 15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 1) 중소기업의 디자인에 대한 낮은 인식, 2) 이로 인해 늘지 않는 디자인 수요시장, 3) 인력공급과다와 노동환경 취약성으로 우수인재의 유인성 낮음 4) 디자인 전문기업의 역량 미흡과 영세성 등 세계 수준에 비교해 볼 때 국내 디자인산업은 많은 취약점이 발견됨

○ 글로벌 경쟁 심화

   -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디자인기업이 국내 기업의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음. 국내기업은 디자인 리서치 등 종합적 컨설팅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듦

R&D

○ 정부R&D 투자 부족으로 공통 활용 기술력 저하

   - 국내 디자인 R&D 예산은 253억 원(’10년)으로 R&D 예산 13.7조원의 0.2%에 불과, 디자인리서치, 컨설팅 등 공통 디자인기술 연구의 질적, 양적 수준 미흡

   - 민간기업의 연간 디자인투자는 3.5조원(‘08년)으로 전체 R&D 투자 대비 14.6% 수준

○ 디자인산업에서의 R&D 육성 전략 부족

   - 정부R&D 중 디자인 예산은 디자인산업 고도화에 활용되기 보다는 대부분 제조기업의 제품개발 프로세스 상에서 제품 외관의 실제화 역할로서 디자인개발비를 지원한 성격이 많았음

   - 제품디자인 역할이 해당 제품의 시장성을 높이고 판매촉진에 기여한 바는 분명하나, 1) 공통 기술로서 타제품에의 응용되는 등 관련 산업에의 파급효과가 적고 2) R&D주관기관인 디자인기업의 본원적 역량 향상에 기여된 면이 적었던 점 등 한계를 가짐 

○ 대기업의 디자인 R&D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

   - 대기업은 디자인 R&D에 대해 많은 투자와 함께 R&D에서 디자인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디자인주도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선도 기업으로 성장

   -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디자인 R&D 수준 격차 심화

○ 전문기업의 R&D 역량 부족에 따른 디자인기술 역량 취약

   - 디자인 전문기업 영세성에 따라 우수한 인재가 장기적으로 국내 디자인산업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대기업이나 해외기업, 타 산업분야로 이동하고 있음. 결과적으로 디자인산업의 공급자인 디자인전문기업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음

인프라 

○ 인력 수급 부조화

   - 매년 24,000명 내외의 전공자들이 고용시장에 배출되고 있으나 인력 수요시장 부족으로 많은 인력이 수용되지 못하고 국내 및 해외의 상급 단계로 진학하거나 타 산업분야로 진출하는 등 많은 노동생산 요소가 기회비용을 잃고 있음

○ 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미흡

   - 전공자 배출이 과다함에 비해, 디자인학과 대부분이 스타일링 위주 교육,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업계 수요에 부응한 인력공급은 미흡

   - 디자인전문기업의 경우 사내 교육기관 보유비율이 0.6%에 불과한 등 실무자 교육투자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취약

   * 사내 교육기관 비중 : 대만 : 41.2%, 英 20%, 日 6.9%, 한국 : 0.6%  (4차 산업 디자인 진흥 종합 계획, 2008, 한국디자인진흥원)

   - 고급 전문 인력이 양적․질적 증가 중이나 대학 및 연구소, 대기업에 편중

기업

○ 공급자 역량 미흡, 수요자의 디자인 활용 수준 미흡

   - 디자인전문기업의 디자인 기초기술 및 종합적 디자인컨설팅 능력(Total Design Solution)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

   - 디자인 수요자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디자인을 제품의 외형개선으로만 인식, 활용하는 경향. 先기술개발․後디자인개발에 따라 경영성과 제고 영향 미약

 

 

 

 

4. 창조산업 생태계 분석

 

산업의 중심이 제조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옮겨가면서 가장 크게 변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권력이 이동 되고 있다는 점이다. IT기술, 미디어혁명 등 각종 과학기술의 성과도 사회, 문화 우리 생활의 전 영역에 있어서 수요자의 힘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수요자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학문과 기술 분야가 각광 받고 있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기업의 내부자원을 잘 이해하고 효율화함으로써 차별적 경쟁우위를 지속하고자 하는 관점의 경영학, 경제학, 마케팅 등의 도구 대신, 점차 수요자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뇌 생리학, 심리학, 인지과학, 소비자학, 행동경제학, 디자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도 최근 ‘사용자경험디자인’ 등의 내부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나타내는 증거이다. IBM, GE, 엑손모빌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인간을 연구하는 다학제적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상호작용 및 경험연구소’(IXR)를 통해 ‘기술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명제 하에 디자이너, 심리학자, 소설가 등이 주도가 되어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연구함으로써 미래에 필요해질 기술의 비전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디자인센터도 인문학 전공자가 15%가 넘으며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기업도 소비자의 욕망을 포착해 새로운 경험을 주는 신사업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제조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중심축이 옮겨감에 따라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디자인의 수요시장과 공급자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 중심의 개발로부터 인간 중심의 개발로

 

기술이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개발로서 디자인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는 사례로는 필립스디자인센터의 예를 들 수 있다. 1996년 필립스디자인센터는 ‘미래의 비전(Vision of the Future)'이라는 약 10분정도의 짧은 영상을 발표한다. 10년 후(2005)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전망하여 어떤 생활양식이 나타날 수 있을지 제품/서비스의 컨셉을 예상해 보여준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된 ‘선행디자인' '선행디자인'이란? : '일반적으로 선행디자인은 디자인 중심의 경영전략을 의미하기도 하며, 좁은 범위로는 한 기업에서 상품개발을 진행할 때 디자인을 먼저하여 디자이너의 의도가 제품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함. Zapolski(2005)는 기업의 경영 전략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선행디자인 개념을 정의하여 ‘기업에서 전략적인 가치 창출의 근본적인 수단(Design as a Core Strategy)을 디자인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음.'(하수경, 김유진, 신철호, (2009), ‘국내 선행디자인의 개념 및 유형에 관한 고찰’, 상품학연구 제27권 제2호) 현재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제품 개발에 있어 선행디자인 프로세스를 취하고 있음. 그 중에도 디자인 주도형 개발의 장점을 잘 설명하는 대표 사례로서 크리스털로즈 LCD TV를 들 수 있음. 삼성이 보르도TV를 출시한 이후 경쟁사들이 곧 디자인 따라하기 시작함. 삼성전자는 ‘디자인조차 흉내 낼 수 없게’라는 기치로 크리스털로즈 시리즈를 개발하게 되는데, 이것은 디자인팀이 제안한 선행디자인으로부터 시작됨. 디자인팀은 신비한 유리 질감의 테두리를 가진 TV디자인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베니스의 유리 기술을 참고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특별한 이중 사출기술을 적용해 생산하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하게 됨. 이렇게 개발된 크리스털로즈 LCD TV는 출시 후에도 한동안 카피 자체가 불가능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특별한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음.삼성은 ‘08년 4월 크리스털로즈 LCD TV 출시 후 미국에서 40인치 이상 LCD TV 점유율에서 47.7%로 소니(26%)를 처음으로 압도하게 됨(크리스털로즈 출시 전 시장점유 : 소니 36.2%, 삼성 30.8%). 또한 미국 시장조사기관 TFC 조사 결과, '100달러를 더 주더라도 삼성 LCD TV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82.6%에 달하는 등 고객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전 세계 특급호텔에 공급되는 등 2008년만 3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삼성의 브랜드를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함.

 프로젝트로서 당시 디자인계는 물론 연구자, 제조사, 일반인들에게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림 Ⅴ-4-1> 미래의 비전. 필립스디자인센터 (1996)영상 보기 : http://www.youtube.com/watch?v=hvGb-o2Y_Xo

 

디자이너뿐 아니라 문화인류학자, 인간공학자, 사회학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300여개 이상의 창의적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60여개의 핵심 개념을  담은 개인, 가정, 공공, 이동의 4가지 영역으로 영상을 제시하였다. 이 영상은 당시 연구자, 제조사, 일반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 발표 후 10년 시점에서 확인을 해보니 제시되었던 기술 중 80% 이상이 상용화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필립스의 디자이너들이 기가 막히게 예측을 잘했다기보다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시각화된 강렬한 비전을 통해 영감을 얻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공상과학소설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의 상상력은 대체로 과학기술을 20년 이상 앞서 갔다고 한다. NASA의 과학자들도 그의 1997년 소설 ‘3001년 최후의 오디세이'의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나노튜브를 이용한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가능성을 연구했다고 한다. 

‘미래의 비전'은 디자인이 신기술, 신상품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이 외형상 매력도를 높이는 치장의 역할을 넘어,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미래를 제시하고 고객 잠재욕구를 찾는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미래를 상상하여 구체화시키면 그것을 보고 영감을 얻은 과학자, 기술자들이 그 상상력을 실현시키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 중심의 연구개발의 모습일 것이다.

삼성전자도 1900년대 후반부터 디자인 주도로 미래의 상을 그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했다. 지금 세계 최고 기업이 된 것도 이 때 디자인주도형 기업으로 변화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할 수 있다. 2000년 중반부터는 디자인센터 내에 CNB 팀(Create New Business team) 중장기 신사업 발굴을 위한 신사업 기획 팀의 명칭. 5~7년 뒤에 발생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모습을 디자인 관점에서 창안함. 

이 구성되면서 디자이너들이 신사업 컨셉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는 변화가 생긴다. 

 

<그림 Ⅴ-4-2> 삼성전자의 디자인 주도 제품개발 framework

 

 

 

 

애플, 삼성전자, LG전자의 디지털 TV, 기아의 자동차 등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제품과 기업 성장은 상당부분 디자인 주도형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디자이너가 사업기획, 제품기획에서부터 형상화까지에 이르는 전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 주도형 개발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창출하기 위해 사전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제품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 또는 시장 중심의 개발이 중요해지면서 산업의 미래를 구상하는 방식도 기술로드맵 대신 시나리오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시나리오, 이야기라는 것은 본래 등장인물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림 Ⅴ-4-3>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R&D의 변화 

 

 

 

시나리오는 인간의 욕구를 토대로 작성되고 그 욕구가 보편타당하게 그려진다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미래를 그럴듯하게 그리면 그것은 미래가 될 수 있다. ‘미래의 비전’의 경우와 같이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을 불러오는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사람들을 움직여 결국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도록 만든다. 공감력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근본적 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회와 문화, 정치를 변화시키고 법과 제도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에 대해 더 잘 연구하기 위해 디자인, 문화인류학, 심리학 등 인간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는 학문이 점점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를 우선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찾는 것은 그 이후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인간 중심의 개발 프로세스가 실현된다면 다양한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 산업과 산업이 만나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게 된다.

산업 융합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신산업을 만드는 디자인

 

조리기기를 만드는 작은 기업이었던 ‘자이글'은 지난 2009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신기술디자인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디자인전문회사인 비타디자인(대표 최정민)의 자문을 받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금액은 5천만원으로 제조사조차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던 지원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디자인컨설팅을 담당하게 된 비타디자인은 고기 굽는 불판과 히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제조사는 본래 불판 제조기술에 대한 기술력만을 갖고 있어서 다른 영역의 기술을 섞는다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디자인기업이 난방제품에나 쓰이던 원적외선 기능을 불판 위에 장착하자고 제안해온 것이다. 결국 양방향에서 고기를 구우면서도 연기가 나지 않고 고기도 타지 않는 독특한 조리기를 개발하게 되었고 곧장 히트상품이 되었다. 이 제품으로 자이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매출액 2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60%로, 지난해에는 일본에 진출하게 되면서 일본 홈쇼핑시장 주방가전 분야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고기 굽는 불판(조리기기)와 히터(난방기기)는 지금껏 서로 만난 적이 없던 이종 기술, 이종 산업이다. 디자인은 본래 연관이 없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 산업과 산업을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융합의 촉매로서 서로 관련성이 낮았던 개념과 사물을 서로 연결하고, 서로 만나지 못했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국의 디자인기업 시모어 파웰과 함께 미래 주거생활의 미래 비전을 구상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아래 이미지는 그 개발 결과 중 일부이다. 떠다니는 주거공간으로서의 비행선인 ‘에어 크루즈’의 컨셉을 제시하며 항공산업과 건설업의 융합이 그리고 있지만 이것은 디자인이 산업과 산업의 융합의 매개체라는 것을 상징하는 사례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Ⅴ-4-4>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시모어 파웰이 제시하는 미래 주거 비전

 

  

 

예를 들어 비행선이 건강검진센터나 요양원을 의미한다고 보면 이것은 항공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의 융합 모델로서 무궁무진한 새로운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신산업을 창출하는 컨셉이 될 수 있다. 저속으로 비행하는 크루즈와 같은 항공기 내에서 장기 투숙객을 대상으로 심리적 치유와 건강검진, 건강관리 프로그램, 유기농 식단 운영 등으로 건강을 되찾아주는 웰니스 헬스케어 센터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세계 각지를 유영하면서 주요 도시에 정박해 여행, 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여기서 디자인은 인간의 잠재된 욕구로부터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함으로써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의 산업 생태계의 컨셉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서비스 모델을 창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항공 + 헬스케어산업 융합로 창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예시)>

 

- 고품위 의료관광 컨설팅 서비스

- 웰니스에 관심이 많은 장기 비행 투숙객을 위한 숙박서비스

- 지상-항공간 원격 진료 서비스

- 의료 검진 장비 렌탈 서비스

- 제한된 공간안에서 라이프로그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 웰니스 식단 컨설팅 서비스

- 비행선내에서 이루어지는 컨벤션사업 및 관련 서비스

- 비행선내에서 이루어지는 엔터테인먼트사업 및 관련 서비스 등

 

 

<그림 Ⅴ-4-5> 코닝이 제안하는 미래 비전 : A Day Made of Glass 2 (2012)

http://www.youtube.com/watch?v=jZkHpNnXLB0

 

 

 

위 그림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중국에 있는 뇌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미국에서 실시간으로 협동 진료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그려낸 코닝사의 비래 비전이다. 이것 역시 각종 기술과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어야만 달성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비전이 타당하고 매우 매력적이라면 비전에서 제시된 산업과 서비스, 제품이 개발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양한 기술간 융합이 실현되는 것이다. 

 

 

4. 정책방향과 시사점

 

앞으로 닥치게 될 산업경쟁력의 본질적 요소인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위기 상황 인식을 토대로 질적 차원에서의 산업 고도화 달성을 위해 창조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건강한 창조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를 이룰 전략과 방법론이 필요하다. 디자인산업은 창조산업의 핵심산업이며 산업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간재적 산업으로서 디자인산업을 성공적으로 고도화시킨다면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디자인산업은 산업과 산업을 융합하여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연결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창조경제를 이룰 구체적인 전략으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가진 현재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수요를 초과하는 디자인서비스의 과공급 상태이다. 이것은 디자인기업의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디자인기업의 역량 약화와 디자인 품질저하로 이어져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살펴본 현재 디자인산업 현황과 변화될 미래전망을 고려할 때 디자인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책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비스 공급자의 개체 관리가 필요하다. 디자인 전공자의 수를 줄이는 방안이 가장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둘째, 전문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디자인전문기업의 만성적인 고용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전문기업의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으로 기업을 직접 지원하거나 결과적으로 좋은 근무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디자인전문기업이 나타나도록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디자인 수요기업 뿐 아니라 서비스제공자에게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강화가 시급하다. 지적재산권 인식 미흡은 국제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 더욱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시급한 준비가 요구된다. 

넷째, 디자인분야 창직 정책은 효용에 대한 면밀한 사전검토가 우선 되어야 한다. 디자인산업 생태계는 현재 많은 공급자로 인한 과당 경쟁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창직 정책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섯째, 디자인 전문인력의 전주기적 인력 양성 정책이 고려되어야 한다. ‘학교 단계’, ‘재직 단계’, ‘퇴직 이후 단계’에 맞추어 각각 적절한 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특히 국내 디자인 대학의 경쟁력을 시급히 높여야 하며 해외로 진출하는 많은 수의 뛰어난 유학생과 해외 근무자들이 국내 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융합 촉진자로서 디자인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속성이 다른 생태계를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융합 신산업의 창의적 비전을 제시하고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등을 구상하는 것은 각 산업의 전문영역에서는 시도되기 어려운 역할이다. 디자인산업에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매력적인 미래가 도출되었다면 국가 차원에서 과감하게 새로운 미래의 실현을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집결하여야 한다. 산업 융합 촉진자로서의 역할은 앞으로 디자인산업에게 주어질 가장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공급자의 개체 관리 필요

 

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산업의 서비스 제공자의 과다 공급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디자인 전공자의 과도한 배출은 인력시장에 많은 잉여자원 또는 대체재를 만드는 것으로 디자이너의 근무여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취약한 생태계를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낮은 디자인 서비스 제공자의 역량 수준, 과당경쟁 등 현재 공급자 과다로 인해 생기는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자인산업의 인력 수급 조절을 위한 정책과 교육의 고도화 등 디자인 교육과 관련되어 혁신적 조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정부는 IT분야에서 2003년부터 인력수급 조절을 위해 시행되었던 ‘IT인력양성 SCM(Supply Chain Management) 정책’의 시행경과와 성과를 분석하여 디자인 인력시장에 적용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전문기업의 경쟁력 강화

 

한국 디자인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큰 위기는 점진적인 FTA 타결에 따라, 향후 디자인 서비스 시장이 개방됨으로 인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앞선 선진 디자인기업들이 대거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디자인산업은 형성기에 있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디자인 에이전시에 비해 개발방법론이 고도화 되어 있지 못하고 경쟁력이 낮으므로 시급하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 디자인기업들이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경영컨설팅, 디자인과 같은 사업서비스업은 국제시장의 승자가 부를 독식하는 경향이 있어 영세한 국내 디자인기업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대단히 우려된다. 향후 해외 선진디자인 기업 들이 속속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규모 있는 서비스개발 프로젝트들은 모두 해외 디자인기업의 몫이 되지 않을까?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상당량의 고객경험 및 서비스개발 프로젝트가 해외 유명 디자인기업의 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모 대기업에 확인 결과 국내외 디자인기업에 의뢰한 용역비 예산의 비율이 2007년까지도 약 4:6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다가 2010년 2:8로 해외 디자인기업에 나가는 용역 비중이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의 디자인리서치, 전략 개발, 고객 경험, 서비스개발 프로젝트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용역이 해외 디자인기업의 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해외에서 수입된 외래종이 토종 생태계의 포식자가 되는 경우가 발견된다. 예로서 자원조성 목적으로 수입되었던 ‘큰입배스’라는 어종이 지금은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토종 어종의 씨를 말리고 있다. 2007년 환경부 조사시 민통선안 토교저수지 큰입배스는 전체 어종의 77%에 달하였고 토종어종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새로운 수요시장이 나타나고 있고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그에 비해 아직 국내 디자인 서비스 제공자인 전문기업들은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디자인서비스 공급자의 연구개발 역량을 속히 고도화시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대기업 디자이너들도 가고 싶어 할 만큼 멋진 디자인전문기업이 나타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외식유통업을 하고 있는 모 대기업은 최근 외식업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모 중소 디자인기업에 의뢰하여 한 개의 매장을 새로운 디자인의 가구로 꾸몄다. 독특한 디자인 가구인 OO를 전국 매장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대기업 측의 계획을 접하게 된 디자인기업 대표는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한참 뒤에 보니 전국의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복사본이 배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업의 디자인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디자인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디자인권은 디자인을 개발한 기업에 소속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음원 등 문화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개념이나 유독 디자인산업에서는 창작물이 저작권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먼 목표처럼 보인다. 앞으로 디자인산업에서 국제교육의 규모가 앞으로 대폭 커질 것을 고려한다면 디자인 저작권에 대한 인식 확산은 시급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저작권 분쟁의 핵심에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이 있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생태계에 악 영향을 주는 디자인 창직 지원 정책

 

디자인분야는 특성상 1인 스튜디오(프리랜서) 형태의 사업이 용이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고용창출 정책이 고안될 때 창업 지원 대상으로 고려될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많은 경험이 확보되지 않은 신규 창업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하여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어 이미 많은 소기업들이 나타났고, 더 많아질 조짐이다. 그러나 디자인 개발 역량이 낮은 1인 창업자들이 양산되는 것은 미래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진화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의 단기 고용확대를 위한 사업이 시행되면 그것은 곧 디자인 전공 졸업생들의 창업 러시를 불러온다. 그러나 수요 시장이 함께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 창업자를 양산하는 정책은 가뜩이나 취약한 디자인전문기업의 수요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인 창직 정책은 반드시 디자인산업 수요확대 정책의 시장개입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 이후에 검토 되어야 한다. 

창직 정책이 위험한 더 큰 이유는 디자인산업에 있어 창직을 유도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디자인 수요 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정적 궤적을 크게 남기게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지식서비스로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제공자의 전문역량이 요구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경험이 일천한 졸업자의 1인 창업을 유도하는 것은 곧 중소기업의 디자인 실패 사례를 양산해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충분히 자라지 않은 풀을 먹고 탈이 나듯 실패한 경험을 가지게 된 기업에게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회가 아닌 모험으로 인식되게 될 것이다. 역량이 미흡한 디자인서비스 제공자를 인력 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수요자의 디자인 투자를 통한 성공이 다시 수요 확대를 이끄는 선순환적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창직 지원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경우라 하더라도 정책대상으로서 최소한의 실무 경험을 갖춘 경험자를 선별하고 평가 관리체계를 둠으로써 디자인서비스제공자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기적 디자인 인력 양성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공급자인 디자이너 인력에 대해 전주기형 인력관리 모델을 수립하고 각 단계별 특징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학교 단계’, ‘재직단계’, ‘퇴직 이후 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에 따라 적절하게 특성화된 인력 양성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학교단계'에서 디자인 전공자는 확장되어가는 디자인산업에 보조를 맞추어 산업융합, 서비스산업 고도화, 사회문제 해결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극받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이러한 주제를 다학제 동료들과 함께 풀어나가며 수용성이 높은 전문인력으로서 육성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디자인과 인지과학, 인간공학, 경영학, 인문학, 심리학 등이 융합된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美 ‘스탠포드 디자인 스쿨’ 예를 들어 美 스탠포드 디자인 스쿨 (d-School)의 경우 디자인과 함께 공학, 비즈니스, 사회과학을 종합적으로 교육하고 외부 전문가와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 진행. 디자인과 여타학문의 융합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론을 연구  

과 같은 디자인 명문학교를 육성해야 한다.

‘재직단계’의 인력활용 대책에서 고려해야할 것은 실무 디자이너를 위해 대학 및 유사 교육기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디자인 전문 기업 내에서 재교육 방안으로 자체 교육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 내에서 체계적인 재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교재 및 교육 운영 매뉴얼 등을 공통으로 개발하여 보급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직자 중 해외에 근무하는 고급 인력의 국내 복귀 정책도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디자인산업에서는 국내의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단기 고용창출 위주의 정책이 채택되어 왔다. 하지만 천재적 디자이너가 산업지배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디자인계의 특성상 디자인 인재의 유출은 곧 결정적 산업 경쟁력 유출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수 인력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은 다양한 고려사항을 검토한 후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자동차 산업에 있어 한국인 디자이너 활약이 두드러짐.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한국인이 디자인한 경쟁사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임.  - 폭스바겐 수석디자이너 이상엽은 ‘범블비’로 유명한 ‘시보레 카마로’를 디자인  - 벤츠 미국 디자인센터 본부장 이일환은 벤츠 쿠페 ‘The New CLS’를 디자인    - GM 디자이너 서주호는 `그래나이트 컨셉트카`로 2010 디트로이트모터쇼 최고디자인상 수상  - 닛산 디자이너 이운한이 디자인한 ‘인피니티EX’는 미국에서 최고 크로스오버카로 선정

 해외 주요 기업 및 디자인 전문기업에 취업한 인력 풀을 파악하여 일정기간 선진 방법론을 학습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고급 인력을 국내에 다시 유치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국내 디자인산업을 육성시키는 견인차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1970년대 후반 과학기술분야의 재외 유치 과학자 사업으로 현재까지 약 1,600여명의 고급인력이 국내로 귀환했으며, 이 사업은 결과적으로 과학기술R&D의 획기적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퇴직 이후 단계’에서는 노년기의 축적된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고도로 숙련된 디자인 전문 인력은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론의 습득을 통해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로서 높은 활용가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디자인 전문가들이 비교적 긴 재직기간을 거치고도 결국 타 분야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는 점은 사회적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아직까지 디자인 인력 육성 정책 대상으로서 고려된 적이 없던 퇴직 이후 단계 디자이너의 사회적 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산업융합 촉진자로서 디자인의 역할 강화

 

기술적 목표가 아니라 인간 삶의 고양이라는 차원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를 그리게 된다면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술의 융합, 산업의 융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인간의 욕구 기반으로 설정된 목표는 분화된 개별 기술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융합적 기술/제품/서비스로만 실현 가능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의 비전과 목표를 그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 제품, 기술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간 욕구 중심의 비전 설정은 ‘융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인간 중심, 시장 중심의 혁신이 실현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미래 산업융합생태계로의 변화 전망이 기존 디자인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디자인산업의 공급자와 전달체계가 더 적은 자원으로도 더 큰 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산업이 전반적으로 더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디자인을 활용하여 가격 및 기술의 경쟁력 외에 고부가가치를 갖는 제품 및 신서비스 창출을 통해 산업 구조가 고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디자인산업은 관광,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타 서비스산업과 이종 서비스산업을 융합하는 연결자로서 새로운 형태의 융합 산업을 창조하게 될 것이며, 서비스산업과 가전제품, 운송기기 등 제조산업을 융합하면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 다양한 산업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서로 관계될 일이 없었던 A산업과 B산업이 서로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잠재 수요를 파악하는 예민함과 함께 다소 엉뚱한 창의성이 필요하다. 융합을 통한 신시장 창출을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안에서 요구되었던 경쟁력과는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잠재되어 있는 욕구를 발견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낯선 대상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연결자가 필요해진다. 이 연결자는 위험회피의 성향과 거리가 멀어야 한다. 주어진 조건을 개선하기 보다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자여야 한다.

디자인은 본래 연관이 없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 산업과 산업을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융합의 촉매로서 서로 관련성이 낮았던 개념과 사물을 서로 연결하고, 서로 만나지 못했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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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 유지연 (2013), ‘창조경제 개념과 주요국 정책 분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코트라 해외투자속보 (2011)

차두원 (2013), 한선정책심포지엄 중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조동성 (2001), ‘21세기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분류방법’, 경영논집35

Sir George Cox (2005), Cox Review of Creativity in Business, Design Council

윤성원 등 (2011), ‘디자인산업비전2020’,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윤성원 등 (2013),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세계경제포럼(WEF), 2012년 국가별 경쟁력 평가 결과

유영선 등 (2010), ‘디자인 전문기업 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디자인진흥원

the Design Innovation Centre at the University of Art and Design in Helsinki (2011), GLOBAL DESIGN WATCH 

한국디자인진흥원 (2009), 2009산업디자인통계조사

 

 

* 첨부파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