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7. 00:49ㆍ디자인/디자인이야기
2020.7. Ver. 1. https://servicedesign.tistory.com/199
2021.3. Ver. 2. https://servicedesign.tistory.com/236
2022.5. Ver. 3 https://servicedesign.tistory.com/262
* 최근 수정된 내용(Ver.3)을 참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디자인이 궁금해?
디자인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주제 42선 (최종수정 2021.08.)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신입직원이 디자인, 디자인산업,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대해 이해하고 주어진 역할과 업무의 중요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디자인정책과 디자인산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참고가 되실 것입니다.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혁신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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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검색 엔진을 위해 복사해둔 것입니다. 위 파일을 내려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디자인이 궁금해?
디자인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주제 42선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혁신실
들어가는 글
우리나라의 디자인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조망합니다. 디자인산업의 속성, 디자인 수요시장과 디자인서비스 공급자의 사정, 디자인이 주목받게 되는 배경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디자인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고, 코로나19 이후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우리나라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을 담당하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과 사업을 중심으로 디자인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혁신실 실장
문의 : 031-780-2020
design@kidp.or.kr
목차
한국,
디자인,
진흥원
국가 산업 발전과 디자인
수출 강국의 꿈, 정부 주도 디자인 정책의 시작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변화 과정
숫자로 보는 우리나라 디자인
디자인 사다리
시범사업이 왜 중요한가?
시범사업은 왜 실패하나?
서비스디자인의 서막을 열다
디자인진흥기관이 하는 일
한국디자인진흥원 경영 프레임워크
디자인,
산업
디자인산업, 왜 중요한가?
디자인은 산업의 중간재
디자인은 무엇인가?
디자인은 어떻게 분류되나?
K-디자인, 우리 디자인의 특징
K-디자인을 말한다_인터뷰
54
56
58
60
65
71
디자인,
수요와
공급
17.
18.
19.
20.
21.
22.
23.
24.
디자인, 시장에 대한 이해
수요시장의 변화1 : 제조가 서비스화된다
수요시장의 변화2 : 서비스경제화의 물결
수요시장의 변화3 : 공공부문의 거대한 변화
해외의 공공부문 혁신을 주도하는 디자인 조직
디자인서비스의 공급자, 디자인전문기업
디자인전문기업 & 인하우스디자인팀
너무 많은 디자인 전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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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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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변화가
온다
25.
26.
27.
28.
29.
30.
디자이너의 사정
수요자 중심으로 변해가는 세상
디자인, R&D인가 아닌가?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 R&D로
신산업을 만드는 디자인
산업융합을 이끄는 디자인
98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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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11
115
디자인산업
육성의
과제
31.
32.
33.
34.
35.
36.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 그 과제는?
디자인서비스 공급자 관리의 과제
강한 디자인기업이 필요해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지적재산권
독인가 약인가, 위험한 고용창출 정책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주기 디자이너 양성 정책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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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3
124
125
디자인,
미래
37.
38.
39.
40.
41.
포용국가를 실현하는 디자인
통일한국, 왜 디자인을 말해야 하나?
디자이너, 디자인業
포스트코로나, 디자인의 미래는?
코로나19, 디자인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_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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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한국,
디자인,
진흥원
한국의 특수성 속에서 디자인정책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디자인진흥 50년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디자인사다리, 디자인의 역할 확장의 배경과 의미
시범사업이 필요한 이유
서비스디자인 도입, 확산에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
국가 산업 발전과 디자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을 설립(1970)하고 디자인 진흥을 위한 법을 마련(산업디자인진흥법, 1977)하는 등 정부가 디자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 지 만 50년이 되었다.
50년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기세로 성장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고 2020년 세계 GDP 10위이자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 국가가 되었다.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1962년부터 1997년까지 이어졌던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같이 근대화를 명분으로 한 불균형성장 전략, 국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추진되었던 산업 발전의 계획과 실행이 자리하고 있다. 불균형 성장 전략이란 한정된 자원을 특정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양적 고도성장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재벌 육성, 서울, 영남 등 특정 지역의 집중 개발, 중공업, 중화학공업 등 제조업 중점 개발, 수출 중심 경제와 같이 특정 분야를 선택해 집중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초고속 압축 성장이라는 빛과 양극화라는 그림자를 얻게 된다. 정부 주도 계획 경제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이 이루어졌기에 그 내면을 이해하자면 정부 정책이 어떤 목표를 정했고 실현했는지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을 통해 정책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디자인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1970년 이후 정부가 국가 발전을 위해 디자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추진체계로 한국디자인진흥원(당시 한국디자인포장센터)을 설립한 후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펼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조응해 디자인산업에 관한 정부 정책을 실행해 오는 과정에 디자인산업의 변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디자인산업 진흥의 역사를 디자인의 발전사와 분리해내서 살펴보려고 시도한다면 디자인산업의 현실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계점도 분명하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산업 육성은 디자인산업 자체를 육성해 디자인산업 간 국제 경쟁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제조산업과 수출 성장에 디자인이 필연적으로 필요했던 것이었기에, 제조산업 외 생활 문화, 환경, 공공정책 곳곳에 역동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다양한 면모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은 대체로 두 가지 한계점을 갖는다. 해당 행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 특정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전략적 선택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나 그랬거나, 의도치 않았지만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 인해 배제되는 영역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 디자인산업 현황을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에 의한 결과로만 보기에는 그간 정부 영향이 시장을 좌우할 만큼 압도적인 자원이 투입되었던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정책의 작용 결과를 인과관계로 따져보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정책 효과를 따져보기 어려운 것은 산업 전반이 갖는 문제다. 비약적 경제 성장으로 세계적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우리나라는 이제껏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 정책의 성공 요인에 대해 정확히 평가,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산업 발전에 있어 경제 발전 모델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지도 못했고, 달성한 성과와 함께 사회문화적으로 발생한 각종 문제 요인과 문제의 원인, 해결 방법 등에 대해서도 이해가 높지 않다.1)1) 이종일, 박문수, 「한국경제 50년사 분석 및 산업정책 시사점 고찰」, 한국뉴욕주립대학교, pp.4-5, 2013.
우리의 예상 범위를 넘어 산업,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 변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회, 문화, 우리가 처한 환경도 빠르게 복잡성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성장, 포용성의 상실, 자원의 불균형 심화 등 당면하게 된 총체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대한 효과를 높이자고 하면, 지나온 50년의 디자인산업 육성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타날 기술, 사회변화 동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향후 정부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발전단계 또는 시대별 구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부터 정의하고 단계별로 당시 정부가 투입한 자원과 전략, 추구했던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디자인수요시장의 상황, 사회, 경제, 문화적인 상태에 따라 달성된 것이 무엇인가를 평가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간의 디자인 정책 성과 분석과 평가를 통해 코로나 이후 시대 디자인 정책이 추구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
수출 강국의 꿈, 정부 주도 디자인 정책의 시작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국가 주도의 유일한 디자인 진흥기관으로서 디자인 법/제도, 디자인권리보호, 인재육성, 기업지원, 문화확산, 인프라 제공 등 한국의 디자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디자인과 포장으로 수출 한국을 견인하겠다는 목적으로 한국디자인포장센터라는 이름으로 1970년 창립되었다.
1960년대 수출 중심 성장이라는 국가적 과제는 정부 주도 디자인산업 진흥이 시작되게끔 했던 배경이다. 1960년 2천 2백50만 달러, 1961년 4천 1백만 달러였던 수출이 1964년에 1억 1천 9백만 달러로 급격히 증가2)2) 1964년 11월 30일 1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정부는 이날을 기념해 ‘수출의 날’로 정했다.
3)3) ‘기록으로 보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국가기록원 웹사이트(주요 이슈 > 수출 증대). 2021.
하자 사람들은 제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완성연도인 1971년 수출 목표 10억 달러 달성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예감하게 된다. 1960년대 10년간 연평균 41%, 세계 최고의 수출 신장4)4) 동 기간에 수출 신장 연평균 30%를 넘었던 국가는 세계에서 2개국, 한국과 리비아 뿐이다.
을 기록하며 우리나라는 저개발국가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했고 1971년 수출 10억 68백만 달러로, 도달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수출 목표를 달성한다.
‘자랑할 것 없는 나라, 세계 제일은 가을 하늘’,
1964년 주간한국 창간호 표제5)5) 이 표제가 등장한 1964년은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년∼1966년)이 시도되던 중으로 월남전 파병, 한일협정으로 외화를 벌던 시기였다. (사진 출처: ‘자랑할 건 '가을 하늘'뿐이던 나라서 반도체 자동차 등 연 6000억 달러 '수출 강국'으로’, 주간한국, 2019.09.23.)
그러나 1968년 해외 수출품에 대한 문제 제기가 13%에 달하고 그중 중요한 문제가 포장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자, 포장 문제는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디자인과 관련해 1965년 10월 29일 상공부 인가로 설립된 민간기구 ‘사단법인 한국포장기술협회’, 1966년 정부가 우수 디자인 제품 생산을 통한 수출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6)6)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는 설립 첫해인 1966년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를 처음으로 운영했다. 이것이 현재의 DK어워드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이다.
, 1969년 수출용 골판지 상자 제작해 수출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수출품포장센터’와 같은 기관이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포장기술협회’와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는 포장기술과 디자인의 연구개발 기관이었고, ‘한국수출품포장센터’는 포장재인 골판지의 생산 공급으로 수출 포장에 직접 관여하는 기관이었다.
1969년 정부는 외국 저명 디자이너 초청, 포장센터
설치 등에 예산을 배정7)7) ‘수출진흥확대회의 녹취록 심화 연구’, p152, KDI, 2014
했고 1970년 4월 20일 개최된 청와대 수출진흥확대회의8)8)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10월 5일 수출제일주의를 정부 경제시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을 것을 천명하고 1965년 2월부터 1979년 9월까지 14년간 월 1회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주관했다.(수출진흥확대회의 녹취록 심화 연구, KDI, 2014)
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기존 세 기관을 통합해 ‘재단법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를 설립하기로 한다. 5월19일, 당시 상공부 장관인 이낙선이 겸직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정부 기관과 민간이 통합된 디자인 진흥기관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가 설립되었다. 이것이 현재의 ‘한국디자인진흥원’이다.9)9) 오근재, ‘디자인 코리아’(2020, 한국디자인진흥원) 중 발췌, 요약. pp25-28.
‘한국디자인진흥원’은 10억 달러의 수출 목표를 꿈꾸었던 1970년, 수출 상품 포장 개선의 과제를 해결해 디자인으로 국민의 염원인 수출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1970년 들어서는 수출을 비약적으로 늘리기 위해, 정부는 일본이 그랬듯 중화학공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다.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년~1976년)으로 종합 제철, 석유화학, 기계공업 등 중화학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10)10) 1970년대 중화학 공업을 산업화의 성장 엔진으로 삼고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한 결과 1979년 중화학 공업화율은 51.2%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1970년대에는 기계, 선박, 철강 등 중화학 공업 제품이 수출의 40-50%를 차지한다.
이것은 대폭적인 수출 증대로 이어져 1980년 초까지를 목표로 했었던 1백억 달러 수출을 1977년에 조기 달성하게 되었고, 외신들은 한국의 놀라운 경제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하며 한국을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부르게 된다.11)11) "중화학 국가로 간다"…박정희 대통령 결단, 國力 증폭시켰다. 2014.08.28. 아시아경제
1960년대는 낮은 인건비를 경쟁력으로 하는 1차 산업 생산품과 옷, 신발, 가발 등 경공업 제품이 수출 대부분을 차지했기에 포장과 제품개발 등 디자인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 되었지만, 1972년부터 중공업, 중화학 중심의 수출로 정부 정책이 크게 방향 전환을 하게 되면서 한국디자인진흥원도 수출에 기여하는 기관으로서 역할 정립에 대한 고심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965년부터 14년간 박정희 대통령이 주관해 매달 개최했던 수출진흥확대회의. 사실상 수출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정책기구였다.12)12) 대한뉴스 제804호, 1970, 국가기록원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변화 과정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변화 과정을 몇 개의 단계로 구분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창립 시점인 1970년을 기준으로 10년 단위로 구분해 각 시기가 갖는 정책과 주요 사업이 어떤 양상으로 변화되어 왔는지 특징을 정의하는 단순한 접근이 있을 수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20년 그간 디자인산업 육성의 과정과 성과를 기록한 ‘디자인코리아’라는 책을 발간했다. ‘디자인코리아’에서는 50년의 경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디자이너등록제, 포장기사제도 시행, 디자인포장진흥법 공포 등 포장과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자 주력했다.
1980년대에는 시각, 산업디자인 영역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우수디자인 상품 선정제를 도입해 이를 진흥하고 육성하기 위한 역할을 하였다.
1990년대는 산업디자인전문회사 제도를 운용하고 디자인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보다 체계를 갖추어 디자인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2000년대를 맞아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 산업디자인대회 등 우리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는 많은 계기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광주, 부산, 대구·경북에 지역디자인센터가 개소되는 등 세계화와 동시에 지역화 동향이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확산에 따라 웹, 사용자경험, 콘텐츠 등 디지털디자인 영역이 크게 성장했다.
한국디자인포장센터. 1970~, 서울 종로.
한국디자인진흥원,
2001~, 성남 분당.
2010년대에는 제조서비스화와 서비스산업 확대 등 산업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정책을 통해 서비스디자인 분야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해 신 수요시장을 개척하였고 스타일산업 등 상대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하지 못했던 다양한 디자인 분야로도 지원영역을 확대하였다. 또한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돕는 거점을 마련하여 한국디자인 세계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으며 해외 디자인 나눔 사업으로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극복하며 국제사회에 과거에 받았던 바를 보답하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표 : 한국디자인진흥 50년, 주목할만한 변화13)13) 디자인계 신년인사회 발표자료, 한국디자인진흥원, 윤주현, 2020
>
<표 : 시기별 디자인산업과 한국디자인진흥원 역할, 진흥 정책 변화>
구분
디자인산업성장
한국디자인진흥원 역할
주요 내용14)14)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이 궁금해」, pp.9-10, 2020.
1970~1979
포장디자인
제도화
· 디자이너등록제, 포장기사제도 시행, 디자인포장진흥법 공포 등 포장과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1980~1989
시작디자인, 제품디자인
기반구축, 인식확산
· 시각, 산업디자인 영역이 자리 잡기 시작
· 우수디자인 상품선정제를 도입해 이를 진흥하고 육성하기 위한 역할을 함
1990~1999
웹, UI, 디지털디자인
역량강화, 산업진흥
· 산업디자인전문회사 제도를 운영하고 디자인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를 갖추어 디자인산업 역량 강화와 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
2000~2009
콘텐츠, UX디자인
세계화, 지역화
·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 산업디자인대회 등 우리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됨
· 국내 광주, 부산, 대구경북에 지역디자인센터 개소 등 지역화 동향
· 인터넷 확산으로 웹, 사용자경험, 콘텐츠 등 디지털디자인 영역 크게 성장
2010~2019
서비스디자인
융합화, 특성화
· 제조서비스화와 서비스산업 확대 등 산업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서비스디자인 분야 신수요시장 개척
· 스타일산업 등 상대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하지 못했던 디자인분야로 지원영역 확대
·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돕는 거점 마련, 한국디자인 세계화를 위한 노력과 해외 디자인 나눔사업으로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극복하며 과거에 국제사회에 받았던 바를 보답하는 역할을 함
이에 비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서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가장 의미 있게 변화된 중요한 변곡점을 갖는 시기를 기준으로 단계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김성천(2020)15)15) 김성천, 「디자인 진흥 정책 관점에서 본 한국 디자이너 1세대 논의 및 쟁점」, 한국디자인진흥원, pp.20-24, 2020.
은 정부 정책의 시행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수용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정치 권력의 집권 시기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한국디자인 진흥 정책의 시기를 구분하였다.
<표 : 정권에 따른 디자인 진흥 정책의 변화>
시기구분
주요 내용
1945-1969
디자인 진흥정책 태동
· 해방 후 6.25 한국전쟁과 정치적 혼란기를 거치며 디자인 진흥 정책 및 제도의 모색
·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부 도안과(1946년) 개설부터 이화여대, 홍익대학교 등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교육 실시
· 한국공예시범소(1957년) 설치. 국내 최초로 디자인진흥기관의 기틀 마련
· 대한민국상공미술전람회 개최로 제도적인 디자이너 등용문 마련(1966년)
1970-1980
정부 주도 디자인 육성1기
디자인 제도 정비
· 제3공화국 후반
· 제4공화국
· 5.16 군사정변을 통해 정권을 창출한 제3, 제4공화국의 경제개발 위주 정책 아래 정부 주도 디자인 육성 정책 수립
· 경제개발 촉진을 위해 3개 기관을 통합, 한국디자인포장센터 설립(1970). 정부 주도의 통제와 관리를 통해 디자인과 포장 기술을 발전시킴
· 디자인 환경이 열악한 초창기에 디자인포장센터가 거점 역할로 디자인 활성화를 유도
· 상공미전 운영으로 프로 디자이너 배출, 디자이너 등록 실시(1970년) 및 디자이너 등록제(1972년) 시행, 디자인포장기사 제도 시행 (1974년)을 통해 디자인 인적자원에 대한 정부 관리 시작
· 우수 디자인 인력을 디자인포장센터에서 채용, 디자인 직접 개발을 통해 일반 기업 디자인 지원
· 산업디자인포장진흥법 제정 (1977년)으로 디자인 진흥을 위한 근거 마련
1981-1992
정부 주도 디자인 육성2기
디자인 산업 활성화
· 제5공화국
· 제6공화국
· 신군부 정권에서 세계적 스포츠 및 문화 행사 개최를 계기로 올림픽 상품디자인 개발위원회 설치(1982년), 중소기업 디자인/포장 상담실 운영(1984년), 우수디자인(GD) 선정제(1985년) 같은 성과 중심의 디자인산업 활성화 추진
·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대기업의 세계 진출을 계기로 한국디자인의 수준과 목표를 상향시킴
· 한국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으로 개칭(1991년), 공인산업디자인전문회사 등록제도 실시(1992년),
· 제1차 산업디자인 발전 5개년 계획 발표(1992년)를 통해 디자인산업 기반 조성
1993-2007
디자인 생태계 조성과
세계화
· 문민정부
· 국민의 정부
· 참여정부
· 문민정부 출범 (1993년) 이후 산업디자인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디자인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
· 일반중소기업 R&D 지원을 한국디자인진흥원 직접 개발에서 디자인전문회사를 통한 개발 관리로 전환
· 디자인혁신센터 DIC 설립(2000년), 대전 디자인혁신센터 개소, 코리아디자인센터 준공(2001년), 광주디자인센터(2005년), 부산디자인센터 (2007년)가 설립되며 지역 거점을 통한 지역 디자인 지원 확산
· 제1회 대한민국 진흥대회 개최(1999년) 이후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2000년), 세계산업디자인대회(2001년) 개최, 디자인코리아 해외 전시(베이징 2004년, 상하이 2006년)와 글로벌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2003년) 등을 통한 한국 디자인의 세계화 추진
2008-현재
디자인 인프라 구축과
K-DESIGN 확산
· 이명박 정부
· 박근혜 정부
· 문재인 정부
· 디자인 R&D 관리 기능 이관(2009년) 이후 디자인 인프라 구축과 지원 강화
· 한국디자인 DNA 발굴 정립 사업(2010년), 미래디자인융합센터(2015년), 사이즈코리아센터 (2017년) 등 연구 인프라 구축
· 국내외 유통지원 등 디자인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 디자인분쟁조정위원회(2012년), ISC인적자원개발사업 (2014년), 세대융합창업캠퍼스(2018년), 가산 DK웍스 (2019년) 개소
· 한류 확산에 맞춰 해외 디자인나눔사업(2010년)를 실시하고 KIDP 중국사무소(베이징, 2013년), 중국 이우 한국생활디자인센터 개소(2015년), 한베디자인센터(2018년), 한국디자인 순더비즈센터 개소(2019년) 등 해외 거점을 구축 한국디자인기업 해외진출을 통한 K-DESIGN 확산
정부 시책의 변화를 기준으로 구분을 하는 방법은 정부 시책 이외에도 디자인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변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을 기점으로 정책의 변화 단계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러한 전환 시점에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도 전략적으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생활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지금이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시기를 등 간격으로 나누어 보는 관점과 특정 변화 요인을 기준으로 나누어 보는 관점 모두
1) 1970년을 전후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디자인산업 진흥을 시작하였음을,
2)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이 직접 개발에서부터 점차 간접적 역할로 변화하고 있음을,
3) 디자인산업 분야가 매우 역동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4) 최근 들어 국제화, 지역화의 경향이 강해지는 현상을
똑같이 제시하고 있다.
숫자로 본 우리나라 디자인 2019년 기준
디자인산업 규모 : 18.29조 원
* 디자인산업 규모 = 활용업체, 전문업체, 공공부문, 프리랜서, 고등교육
* 명목 국내총생산(GDP) 1,919조 원 대비 0.95%
* 디자인산업 규모 조사대상 38개국 중 6위, GDP 대비 9위 (2018년 기준)
구분
조원
%
디자인활용업체
12.81
70.03
디자인전문업체
3.96
21.67
프리랜서
1.04
5.69
교육부문
0.25
1.36
공공부문
0.23
1.26
합계
18.29
100.00
* 출처 : 디자인산업통계조사,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전문기업 평균 매출액(디자인분야별)
* 단위 : 백만원
구분
디자인전문업체 수
평균매출액
산업 규모
제품 디자인
1,095
756.84
828,742
시각/정보 디자인
2,298
407.65
936,773
공간/환경 디자인
1,894
853.75
1,617,001
패션/텍스타일 디자인
645
614.96
396,648
서비스/경험 디자인
46
549.17
25,262
디자인 일반
57
329.86
18,802
디지털미디어/콘텐츠 디자인
182
716.85
130,467
산업공예 디자인
34
232.37
7,901
융합 디자인
14
120
1,680
합계
6,264
632.62
3,962,759
* 출처 : 디자인산업통계조사,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인력수 : 33만 명
* 디자인인력 = 디자인활용기업 인하우스디자이너, 프리랜서, 디자인전문회사, 연구·교육자,
구분
명
%
인하우스디자이너
266,075
79.2
프리랜서
49,847
14.8
디자인전문회사
17,026
5.1
연구·교육자
2,333
0.7
공공부문
621
0.2
합계
335,902
100.0
* 출처 : 디자인산업통계조사,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 전공자 배출 : 연 2.1만 명
* 고등교육기관에서 ’19년 2.1만 명의 디자인 전공자 배출
* 2019년 학위별 졸업 비중 : 학사(20,276명 ; 97%), 석사(4966명 ; 2.4%), 박사(148명 ; 0.7%)전체 대학 졸업자 및 디자인전공 졸업자는 ’16년부터 다소 감소 추세
* 출처 : 디자인산업통계조사,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연도별 디자인산업 주요 통계16)16) 출처 : 디자인산업통계조사,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연구실
구 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18년대비증감
디자인 활용률(전체산업 기준)
13.7%
16.0%
16.4%
16.8%
17.2%17)17) 디자인 활용률(전체산업기준) : ’19년부터 전체산업 사업체에서 전문디자인업을 제외한 디자인활용업체 비중
0.4%p
디자인 활용률(특수분류 기준)
29.0%
33.6%
34.4%
35.9%
37.1%
1.2%p
디자인 산업규모
15.65조원
16.91조원
17.55조원
17.86조원
18.29조원
2.4%
디자인활용업체 디자인투자
112,525억원
120,411억원
123,490억원
127,580억원
128,083억원
0.4%
디자인전문업체 매출액
30,599억원
33,578억원
35,247억원
36,245억원
39,628억원
9.3%
디자인전문업체 평균매출액
6.15억원
6.19억원
6.41억원
6.51억원
6.33억원
△2.8%
공공부문 디자인투자
2,717억원18)18) 디자인 전담 부서 예산 총합 + 디자인 전담 부서가 없는 기관의 디자인 예산 총합
(367억원)19)19) 전문디자인업체 등에 발주하는 디자인 용역비를 제외한 공공부문 산업 규모
2,321억원20)20) ’15년 대규모 용역발주(경기도 양주시 511억(’15) → 1.35억(’16) 등)로 인하여 공공부문 디자인투자액 감소
(99억원)
2,343억원
(429억원)
2,292억원
(320억원)
2,308억원
(351억원)
0.7%
프리랜서
8,210억원
10,342억원
11,895억원
9,991억원
10,408억원
4.2%
고등교육
2,464억원
2,485억원
2,476억원
2,517억원
2,482억원
△1.4%
디자인 인력규모
30만명
32.4만명
33.3만명
33만명
33.6만명
1.8%
디자인활용업체 고용 디자이너 수
240,866명
254,489명
255,047명
261,760명
266,075명
1.6%
디자인전문업체 종사자 수
15,232명
(22,728명)21)21) 비디자이너 포함 전문디자인업체 총 종사자 수
18,803명
(29,536명)
18,645명
(29,480명)
17,566명
(27,670명)
17,026명
(25,284명)
△3.1%
공공부문 고용 디자이너 수
676명
708명
823명
830명
621명
△25.2%
프리랜서 수
41,214명
47,655명
56,004명
47,847명
49,847명
4.2%
디자인 관련 고등교육 종사 교원 수
2,690명
2,623명
2,524명
2,408명
2,333명
△3.1%
디자인산업 업체(기관) 수
102,829개
123,640개
131,062개
139,068개
148,517개
6.8%
디자인활용업체
97,572개
117,934개
125,278개
133,216개
141,971개
6.6%
디자인전문업체
4,976개
5,425개
5,502개
5,570개
6,264개
12.5%
공공부문(지자체,정부부처)
281개
281개
282개
282개
282개
-
고등교육 부문 인력 현황
디자인관련 학과 졸업자 수
25,975명
24,203명
22,709명
(20,673명)22)22) 진학자, 입대자, 취업불가능자, 제외인정자, 외국인유학생 등을 제외한 학생 수
21,975명
(19,650명)
20,920명
(18,404명)
△4.8%
디자인관련 학과 취업자 수
14,569명
14,688명
13,427명
13,014명
12,178명
△6.4%
디자인관련 학과 취업률23)23) 취업률 = 취업자/{졸업자-(진학자+입대자+취업불가능자+제외인정자+외국인유학생)}*100
65.1%
66.3%
64.9%
66.2%
66.2%
-
수/출입 격차
671억원
779억원
672억원
548억원
448억원
△18.2%
수출액
741억원
882억원
807억원
711억원
598억원
△15.9%
수입액
70억원
103억원
135억원
163억원
150억원
△8.0%
경제적 가치
94.2조원
103.8조원
117.4조원
124.3조원
128.3조원
3.2%
디자인 사다리
덴마크디자인센터는 디자인의 활용단계를 4단계로 구분해 이를 '디자인 사다리'(Design Ladder)라고 이름 짓고 자국 산업의 디자인 활용 수준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측정하는 모델로 사용한다.
1. 디자인 미활용 단계
2. 디자인을 스타일링으로 활용하는 단계
3. 디자인을 프로세스로서 활용하는 단계
4. 디자인을 혁신도구로서 활용하는 단계
4번째 단계는 디자인을 기업의 최고 혁신 전략으로 활용하는 애플과 같은 기업의 경우를 말한다. 디자인 성숙도를 ‘사다리’로 비유하는 이유는 디자인의 활용 수준이 단계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디자인을 활용해 보아야 나중에 그것을 고도화된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단지를 예를 들어 보자.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산단의 입주기업 80% 이상이 아직 디자인을 접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디자인을 혁신전략으로서 활용하는 디자인 혁신기업의 등장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제시하는 인간 중심의 산업단지가 실현되는 단계에 디자인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타일링으로서의 디자인의 활용이 양적으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더해 디자인 활용의 양적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더 고도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산업단지에서 디자인 활용에 있어서는 어떤 주제를 먼저 다루는 것이 바람직할까?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지 않던 영역에서 디자인을 처음 활용할 때 좀 더 효과적인 분야 또는 주제가 따로 있지 않을까? 이것은 인간의 욕구 단계에서 착안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슬로는 욕구 단계설을 통해 인간의 욕구가 일련의 단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하나의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위계 상 상위층의 다른 욕구가 생겨나는 인간 심리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가 상위층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고 본다면 디자인의 활용 과제 역시 단계적으로 고도화되는 로드맵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장 하위에 위치한 욕구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이다. 이는 물리적 가치 추구의 욕구이면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의, 식, 주, 수면, 성에 관한 욕구)와 안전의 욕구(신체적, 심리적 안전 및 위험회피에 관한 욕구)에 관한 문제를 말하는데 이에 대한 디자인 과제들이 가장 먼저 다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그 기준으로 볼 때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디자인 적용 분야는 범죄 예방, 안전한 근로와 생활 환경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디자인카운슬은 '공공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ublic Good. 2013)에서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는 정황을 3단계의 계단으로 표현했다.
1. 디자인을 통한 문제해결
2. 조직 역량(일하는 방법, 조직문화)으로서 디자인의 활용
3. 정책을 위한 디자인
덴마크 디자인센터의 디자인 사다리는 '가치생산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에 관한 모델이다. 디자인 사다리의 4단계는 모두 영국 디자인카운슬의 3계단 중 첫 번째 단계(Step 1)에 해당한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생산의 도구로서 역할을 넓혀가는 정황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의 수요시장의 요구 변화, 디자인에이전시의 역할 변화 등을 보면 분명 새로운 층인 2단계(Step 2) 이상으로 발전되고 있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가치생산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에 관한 논의보다 가치생산자의 조직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디자인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림 : 디자인 활용모델>
디자인활용모델
디자인사다리, 덴마크디자인센터. 2003년
공공영역의 디자인사다리. 영국 디자인카운슬. 2013년
설명
재화를 생산하는 가치창출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표현한 모델
가치 창출의 주체와 이해관계자의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디자인의 역할을 표현한 모델로서 기존 디자인사다리(덴마크디자인센터)는 이 중 1단계에 해당됨
<그림 : 새로운 디자인 역할의 의미>
시범사업이 왜 중요한가?24)24) 에너지고지서 서비스디자인 사례를 통한 시범사업의 효과적 추진방안 연구’, 디지털예술공학멀티미디어논문지, 윤성원, 2021
국가 정책의 차원에서 디자인 영역 확장은 시범사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시범사업은 민간과 공공 모든 영역에서 실행되고 있다. 시범사업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실행되고 있는 이유는 적은 예산으로 소규모 실행해 그 결과를 확인, 평가할 수 있고 문제를 발견하거나 개선 방향을 찾아 본래 해야 할 사업을 더 정교하게 재설계하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범사업들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시범사업은 실패를 감안하고 하는 것이라고, 또 실패를 통해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해야 할 점을 찾는 것에 의의를 둔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범사업도 실패보다는 성공이 낫다. 작게라도 성공에 근접하게 도달해야 이른바 ‘탄착점’에 더 가까이에서 의미 있는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이 많이 실행되고 있고 많은 실패가 있음에도 시범사업 자체의 성공률을 높이고 실패를 줄일 방법에 관해 연구된 바는 많지 않다. 여기서는 국내 서비스디자인 도입에 앞서 공공부문에서 최초로 시도되었던 2011년의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이 추진되었던 배경과 과정, 결과를 살펴보고 시범사업의 실패 요인이 무엇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해본다.
시범사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본 사업에서 목표로 하는 정책 대상과 유사한 조건의 적정 수 이상의 대상에게 실행된다. 본 사업에서 제공 가능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한 품질로 일정한 기간 제공한다. 시범사업은 적용 후 효과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통해 본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경과로서의 효용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시범사업 실행 이후 결과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의 확인, 분석, 개선방안 도출과 적용 등의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 시범사업은 '디자인이 새로운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정책 대상자들에게 알려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가치를 갖기 때문에 디자인 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영국 디자인카운슬이 보건부와 공조해 추진한 '디자인 세균퇴치 프로젝트(Design Bugs Out)'의 경우도 사업 첫해 의료기기(제품디자인) 개선으로 의료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성과를 낸 후, 다음 차 년에 프로젝트를 확대해 ‘응급실에서의 폭력 사고 저감’ 등 서비스디자인으로 의료서비스와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디자인의 역할 확대를 실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리적인 제품, 환경 개선으로 감염을 줄이는 실질적 성과를 낸 후,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으로 디자인 역할을 확대해 간 것이다.
아직도 디자인이 문제해결 방법론으로서의 가치로 보다는 '실체화된 무엇'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통념상 정부 정책관계자 및 민간에게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 역할, 예를 들면 '서비스디자인'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인식되게끔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디자인 세균퇴치 프로그램의 예에서처럼, 의료 등 디자인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디자인 개발 사업을 우선 추진한 이후, 디자인 결과물이 활용되는 서비스를 개선하는 식으로 보편적 정서상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눈에 보이는 것(물리적, 피상적이고 즉시 해결 가능한 단순한 문제)에서 시작해서 보이지 않는 것(정서, 감성 등 심리적이고 보다 본질적인 것,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으로. 특히 개선을 추진해야 할 주체가 개선을 열망하지 않으며(개선 결과가 성과와 연계되지 않음으로) 개선 결과가 국민 다수에게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림: 기존 고지서(좌), 새로 개발된 새로운 아파트 에너지 고지서(우)
2010년 9월 디자인산업 육성의 주관부처인 지식경제부 디자인브랜드과(현 산업통상자원부 엔지니어링디자인과)의 박종원 과장은 디자인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을 접하게 된 후,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서비스디자인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것을 사례로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에너지 고지서를 다시 디자인함으로써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유발해 에너지 절약을 하게끔 하는 도전적 주제의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을 계획한 것이다. 이것은 국내 공공부문에서 최초로 시도된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이었다.
2010년 당시는 영국 디자인카운슬 등 해외 선진국의 디자인 진흥기관과 연구소, 학계, 디자인 커뮤니티에서는 ‘범죄 유발 심리를 줄이는 디자인’, ‘학교에서의 생활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 ‘건강관리를 잘 할 수 있게 유도하는 디자인’ 등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의 역할을 주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고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며 콘퍼런스, 학술대회, 디자인커뮤니티의 논의 주제로 주목받던 때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과 같은 주제는 정부는 물론이고 디자인계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고 디자인 정책의 범위와 과제로도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서비스디자인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당시 정부 관계자, 그중에도 특히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공무원을 설득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사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실질적 증거를 만들자는 산업부와의 합의에 따라 이 시범사업이 계획되었다.
산업부가 주관하는 산업영역 내에서 에너지 문제는 현안 과제 중 늘 선두에 있는 문제였기에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통한 에너지 절감’을 주제로 결정하였다.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데 가장 효과를 크게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꼽았는데 그것이 '에너지 고지서'였기에, 고지서의 디자인 개선을 세부 목표로 정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의 디자인을 바꿈으로써 그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의 에너지 절감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이 시범사업의 도전 과제가 되었다.
민간 서비스디자인 연구 기관인 한국디자인지식산업포럼 (책임연구자 최미경)이 연구, 디자인개발 등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같은 평형대 이웃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면 빨간색 고지서를, 보통은 노란색을, 적게 사용한 집은 녹색 고지서를 받게 된다. 정보디자인을 활용하여 사용량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개발했다. 고지서에 담긴 정보는 오래 정확히 기억될 수 있는 정보디자인으로 표현되어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기에만 좋은 고지서가 아니라 사용자 리서치와 테스트를 통해 에너지 절감해야겠다는 필요를 느끼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이다.
고지서는 2011년 1월~3월간 방배동 OO아파트 600가구를 대상으로 배포되었고 월평균 10%의 전기료 절감 성과를 냈다. 당시 한 해 전국 주택용 전기 사용액 7.6조 원의 10%면 연간 약 7천6백억 원의 예산 절감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례는 2011년 국제디자인공모전 IDEA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었고 2011년 11월 행정제도 선진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 금상을 수상했고, 2014년 에너지 절약 촉진대회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적용한 에너지 절약형 고지서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시범사업이 종료된 후, 결과가 매체에 알려지면서 ‘고지서 디자인이 왜 서비스디자인인가, 시각디자인이 아닌가’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환경디자인과 같이 디자인행위의 결과가 어떤 대상물에 구현되는가에 따라 분류되던 기존 디자인 분류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달 체계 중 사용자의 에너지 절약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적합한 매개물을 고지서로 보았기에 고지서를 디자인한 것이었으며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디자인이었다. 무엇보다 이 시범사업은 전술한 것처럼 서비스디자인을 디자인산업의 새로운 확장된 영토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이었기에 과정도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활용해 실행했고 결과도 서비스디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에너지 고지서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매년 2개 이상의 공공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을 시행하게 되면서 다양한 분야로 시범사업의 범위를 확대하였고 이것은 국내에 서비스디자인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관련 글 : 디자인으로 사람들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 https://cafe.naver.com/usable/1839
시범사업은 왜 실패하나?25)25) ‘에너지고지서 서비스디자인 사례를 통한 시범사업의 효과적 추진방안 연구’, 디지털예술공학멀티미디어논문지, 윤성원, 2021
앞서 다루었던 에너지 고지서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의 사례를 통해 시범사업의 주제선정, 성과측정시 고려해야 할 점, 디자인의 관리 감리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왜 에너지고지서였을까? (주제 선정하기)
산업부 디자인과(당시 지식경제부 디자인브랜드과)는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와 같은 실이라서 실장의 의사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였다. 시범사업은 통상 짧은 기간, 적은 예산 등 부족한 자원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어야 하기에, 효과적으로 정책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 외에도 시범사업의 주제 선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은 다음 표와 같다.
구분
설명
시책 부합성
국내 외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문제일 것
적합성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제일 것
경제성
비용이 크게 수반되지 않아도 실행 가능한 주제일 것
파급성
경제적, 비경제적 파급력이 큰 주제일 것
실행 용이성
의사결정 및 실행과 관련된 부서가 많지 않은 주제일 것
측정 용이성
적용 전, 후 효과에 대해 정량적 평가가 가능한 주제일 것
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의 경우, 적당한 주제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주제의 예는 다음과 같다.
구분
좋은 주제
나쁜 주제
시책 부합성
고령화, 음주사고
선거율을 높이는 디자인
적합성
왕따, 자살(심리 고관여)
재고상품 관리(심리 저관여)
경제성
행동변화 유발 캠페인
시설을 바꿔야 가능한 문제
파급성
자살율저감, 감염예방
수혜자가 극소수인 주제
실행 용이성
주민센터 활용 개선
교도소내 감화 프로그램
측정 용이성
골목길 범죄율 저감
재난 후 심리 피해 줄이기
시범사업의 성과 측정,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과 측정하기)
에너지 고지서 개발팀은 1단계 디자인 개발을 마치고 새 디자인의 고지서를 방배동 아파트 단지 600가구 모두를 대상으로 1~3월간 적용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같은 환경 조건에서 디자인만 다르게 적용한 대조군을 만들어 조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반은 기존과 같은 고지서로, 반은 개편된 고지서로 배부해 절감효과를 비교하였다면 확실한 성과 측정 자료가 되었을 것이다. 전년인 2010년의 해당 기간과 차이를 비교할 수밖에 없었기에, 실제로는 2010년보다 2011년 기온이 더 낮았음에도 전년보다 기온이 따뜻해서 절약된 것이 아니냐는 식의 지적을 받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시범사업의 성과 측정에 대해 좋은 참고사례는 2012년 시행되었던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범죄예방 서비스디자인 사업(강효진 서울시청 디자인개발팀 팀장)이다. 이 사업은 범죄예방 효과 측정에 적합한 협력 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프로젝트 초기부터 함께 참여하면서 과학적이고 정량적인 성과평가의 기준을 설계하고 시범사업을 마치고 결과가 적용된 후 6개월간 그 성과를 측정하는 등 매우 모범적으로 운영되었다. 서울시는 서비스디자인을 개발, 시범 적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후 성과분석을 위해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6개월의 기간을 두고 사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정량적 성과를 확인함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범죄예방 환경설계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우선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관련 사업 대상지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범사업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사례처럼 사업에서 무엇을 성과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지, 누구를 통해 발표되게 함으로써 권위를 부여할 것인지 등에 대해 미리 구상하고 성과를 설계, 측정, 분석, 홍보하기 위한 시간과 자원을 배분해야 할 것이다.
원안이 관철되지 못했던 이유는? (시범사업 관리하기)
‘...실제 에너지관리공단이 바뀐 고지서를 아파트에 적용해서 얻은 절감효과는 2%대에 그쳤다. 원안이 대폭 수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고지서 제조업을 민간기업에 외주로 맡기고 있는데 제조업체 측에서 고지서 색상을 3가지로 늘리고, 각종 캐릭터나 시각적 이미지를 삽입하는 등 대규모로 개편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제조비용이 올라간다는 이유였다. 고지서 제조업 시장을 한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보니 경쟁입찰도 불가능했다. 결국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채택한 고지서는 기존 고지서와 수정안 사이에서 절충된 수준으로 확정됐다. 종이 상단 색깔을 3가지로 다양화하는 대신 가전제품에 흔히 쓰이는 에너지효율등급과 유사한 반원 모양 현황표를 삽입했다.(중략) 하지만 약간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절감효과를 거두면서 공무원들 인식도 바뀌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총 30만가구에 새로운 고지서를 적용했고 올해는 100만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디자인만 바꿨을 뿐인데…전력난 막은 숨은 공신’. 2013년 09월 11일, 매일경제
(디자인 변경 후) 실제 적용된 아파트 에너지 고지서
그림과 같이 고지서는 초기 디자인에서 많은 부분 변화된 상태로 적용되었다. 변경된 디자인은 초기 산업부가 발표했던 디자인 안과 기능성, 심미성의 측면에서 매우 큰 차이를 갖는다. 특히 넒은 색상면을 통해 심리적 충격을 미치는 부분, 다양한 그래프 표현으로 잔존 기억량을 늘리고 정확하도록 기억되게 하는 측면 등의 인지, 심리적 차원에서 볼 때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디자인임이 분명하다. 당초 디자인은 10% 이상 에너지 절감 행동을 이끌어낸 효과성을 입증한 바 있지만 변경된 고지서 디자인은 심리적 효과 및 에너지 절감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로 바뀌었기 때문에 확인했던 것만큼의 에너지 절감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에너지관리공단측의 이야기로는 2%의 절감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산업부 디자인과와 에너지 정책 관련 부서, 그 산하에 고지서 배부를 담당하는 에너지관리공단, 실제 배부를 위탁하여 운영한 민간기업이 고지서 디자인개선에 관여되는 주요 이해관계자였다. 특히 고지서 위탁을 담당하는 민간기업이 개발 초기부터 관여되어 핵심 아이디어가 나오는 과정에 참여했다면 초기 아이디어가 크게 수정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 것이다.
시범사업은 왜 성공하기 어려운가? (시범사업 관리하기)
시범사업 결과, 전국 아파트 에너지 고지서가 개선되었다. 서비스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시범사업이었지만 본래 의도했던 디자인이 최종까지 이어지지 못했기에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변경된 디자인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었지만 핵심 아이디어를 지켰다면 분명 더 큰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주관하면서 개발 과정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발견, 의도와 부합하는 디자인 개발, 효과 확인의 과정을 거쳐 실제 전국적인 확산이 이루어지는 적용 단계에서 개발 의도와 달리 디자인이 변경되는 것을 경험했던 담당자 입장에서 시범사업이 목적했던 바가 최종까지 구현되기 어려운 이유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다음 내용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시범사업을 준비한다면 성공에 가까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공공영역은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시범 개발된 디자인을 본 사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관리공단은 고지서 공급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요구사항을 다양하게 가미하면서 원안 디자인이 가진 아이디어의 핵심적인 부분인 에너지 등급표의 색상 구성과 표현방식에서부터 글자의 위치, 각 요소의 크기 등 세부적 요소까지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그리고 수정과정은 디자인개발팀의 의도와 무관하게 에너지관리공단 책임 하에 진행되어, 수정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관여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의도에서 디자인된 것인지, 어떤 것은 꼭 지켜져야 하는지 등 의견을 개진할 수 없었다. 디자인 개발까지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했지만 이후 적용은 에너지관리공단이 책임지고 하는 식으로 공공기관은 서로의 역할이 분야별로 나뉘어 디자이너가 디자인 전후 공정까지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디자인이 관련된 전체 프로세스 전체를 관리하자면 관여된 공공기관들을 총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의 심리와 감정을 미묘하게 터치해 행동 변화를 유발해야 하는데 이것이 애초 의도된 바대로 정교하게 구현되지 않는다면 목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공공부문에는 디자인 관련 의사결정을 총괄 관리해 권한을 행사할 전문가나 조직이 없기에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 제시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원안의 아이디어가 훼손되기 쉽다. 외부 전문가가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 전해주어도 조직 내부에 그 가치를 이해하고 지켜내고자 하는 주체가 없다면 디자인 성과는 보장할 수 없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생산에서 발송까지 VAN, 전산업체, 광고, 아파트 입주민 협의체, 아파트 위탁 관리기관, 관리사무소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관여되어 있어 상호 조율에 어려움이 컸다.
* 지경부는 ‘12년에 본 고지서 적용을 100만호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보도함 (2011.11.4. 산업부 보도자료)
둘째, 정부가 가진 정책의 영향력, 조정력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정부가 가진 정책의 영향력, 조정력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고지서 개선사업의 실질적 수행자로 에너지 고지서를 인쇄 배급하는 역할을 하는 기업이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던 관계로 정부의 협상력이 좋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를 위탁 대행하고 있는 기업이 당시 전국 고지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고지서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없는 것이고 정부의 협상력이 작동할 수 없다. 정보 전달 체계에서 절대적 역할을 하는 기업의 결정에 따라야만 한다. 이 사례를 볼 때 정부는 특정 기업이 장악하는 구도를 피하고 다양한 경쟁자가 있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시범사업 실행 이후 그 적용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이다.
산업부의 2011년 R&D과제인 ‘의료기기/환경의 수요자 중심 혁신을 위한 융합형 의료 서비스 디자인 플랫폼 개발’ 연구로 시행되었던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으로 건강검진결과표가 개발, 시범 적용 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디자인을 채택해 전국 확산을 결정한 것은 4년이나 지난 뒤였다. 2015년 1월 27일 건강검진 실시기준(고시) 일부 개정안이 발령되면서 디자인이 명시되어 전 국민이 사용하는 건강검진표에 적용되었다. 시범사업의 디자인이 전 국민에 확산하기까지 시범사업의 주관기관이었던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관여가 없었다면 실현이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시범사업 시행 후 최소 2년간은 사업의 성과분석, 개선안의 반영, 응용안의 개발, 제도화, 적용 효과 분석 등 관련 과제들을 지속하여야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 제기된 주제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정책 사업화되고 각종 규정과 제도에 반영되어 정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주관하는 기관이 시범사업의 주제가 시행된 해를 넘겨서도 지속 관리 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의 후속 조치에 필요한 예산 배정과 책임과 역할을 부여해 관리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핵심 아이디어가 국가 정책에 반영되어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끝까지 감리하는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사업 주관기관이나 담당자의 관심과 헌신에 의지하는 것을 넘어, 과제 수립 시점이나 시범사업 적용 후 결과 평가 등에서도 이후 확산 계획과 실적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 건강검진 결과서, 서비스 디자인을 만나다. 사이픽스 https://cafe.naver.com/usable/1650
시범사업은 디자인이 그간 활용되지 않던 새로운 부문에서 활용될 때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기회다. 시범사업이 매번 독특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경우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시범사업에 관한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갖는 근원적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에서 배운 점을 똑같은 조건에서 다시 재현할 기회는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범사업 운영 시 똑같이 구조적으로 처하게 되는 특징이 있고,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은 참고할만한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만큼, 에너지 고지서 서비스디자인 사례에서의 시사점을 고려한다면 실패의 위험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디자인의 서막을 열다
2010년대 이후 디자인은 기존 영역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26)26) 서비스디자인 :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디자인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향상시키는 분야로서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가 강화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으로 제조에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신 서비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 (2012. 한국디자인진흥원)
은 그 변화의 선두에 있는 신생 디자인 영역이다. 사용자의 ‘서비스경험’을 디자인하는 활동 및 이를 전문적으로 실행하는 디자인 영역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서비스디자인은 매우 다양한 개념 정의가 존재한다. ‘디자이너가 디자이너의 자질과 도구를 가지고 경영컨설팅이 다루어 왔던 서비스기획이라는 대상을 다루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서비스디자인은 여러 분야에서 실현된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서비스의 제공자 및 수요자의 향상된 경험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제공자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두는 경영컨설팅과 비교할 때 관점, 접근 방법, 결과가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용자에게 어떤 차별화 된 경험을 주는 가로 제화의 가치가 결정되는, 경험경제 (experience economy) 시대가 도래한 것이 경험디자인, 서비스디자인과 같은 무형의 디자인 역할이 주목받게 된 배경이다. 1993년 애플 부사장 도널드 노먼이 사용자경험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만든 이래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을 만드는 영역은 디자인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IT기업, 제조업 등에 UX디자이너, 서비스디자이너 직군이 생겨남
* 삼성SDS UX팀은 200명 이상, 삼성전자도 제품디자이너 대신 UX디자인 채용이 늘어남
2008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IDEO의 팀브라운(Tim Brown)이 사고방식으로서의 디자인(Design Thinking)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경영자 사이에서도 무형의 디자인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서비스디자인은 무형의 영역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유형의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1990년대 이전)의 디자인의 역할과 큰 차이점이 있다. 최근에는 조직문화 혁신, 사회혁신, 사회의 복잡한 문제해결 등 복잡하고 기존 방법으로는 해결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방법을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서비스디자인이 국내에 자리 잡게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2010년부터 산업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시범사업 및 R&D 과제로 서비스디자인 과제가 추진되면서 수요시장과 디자인계에도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0년 ‘에너지 고지서디자인’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을 첫 시작으로 에너지, 보건의료, 복지, 산업단지, 전통시장, 학교 등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으로 다양한 공공분야의 사례를 만들어 갔다. 2011년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design dive’라는 서비스디자인 워킹그룹 활동이 시작되어 2013년까지 6차례에 걸쳐 40여 개의 주제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를 통해 총 5백여 명 이상이 참여했다. 참가자간 경험이 확산되면서 2011년 이후 공공기관, 지자체, 민간에 이르기까지 유사 형태의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되었고 참여자들 간 서비스디자인 기업을 창업하게 되는 등, design dive는 국내에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산업을 발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산업의 서비스화 경향이 나타나면서 민간 수요시장에서 사용자 경험의 총체적 가치를 향상할 방법에 대해 주목하게 된 것도 서비스디자인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산업(2011, 현대카드)과 의료산업(2011, 대한병원협회 서비스디자인 국제회의)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움직임이 나타났고 제조업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빨리 인력 채용, 서비스디자인, 사용자경험디자인 인력을 보강하고 서비스디자인 교육과 연구 추진 등 내부 역량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서비스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인식하고 2013년 서비스디자인 전담부서를 설치하였고 제도, 교육, 디자인기업지원, 문화확산 등 기관 전반의 활동에서 서비스디자인의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본격화했다. 지금껏 디자인이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다양한 사례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 연구개발, 교육 등 서비스디자인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추진함과 동시에 ‘산업디자인전문회사’, ‘우수디자인제품선정’ 등 각 주요 사업에 서비스디자인 분야를 추가함으로써 디자인 영역 확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체계를 갖추어갔다.
2014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은 행자부와 산업부와 함께 정책 기획 과정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는 ‘국민디자인단’ 시범운영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고 2015년 10배 이상 확대된 규모로 국민디자인단 사업을 본격 시작, 2020년 현재까지 1천 개 이상 과제에 1만 명 이상이 참가해 정책과 서비스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지속했다. 국민디자인단은 소통과 참여 중심의 정책 개발을 중시하게 된 최근 정부 기조에 발맞추어 국민참여형 정책개발의 대표적 방법으로서 정착되면서 그간 공급자 중심으로 개발되어 온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공공영역의 디자인 시장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4년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협력하여 국가인적자원 양성의 표준이 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 (NCS :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에 서비스경험디자인 표준 모형을 개발하였다.
2014년 12월 30일 디자인의 범위에 서비스디자인이 포함된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이 공포되었다. 산업디자인진흥법 재정(1977년) 이래 최초로 디자인영역에 무형의 디자인이 편입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2017년에는 행정절차법 개정(2017.4.18.)을 통해 국민참여 방법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명시함으로써 서비스디자인이 공공행정 전 과정에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27)27) 국민디자인단의 확산을 위해 행정안전부는 2017년 행정절차법을 개정, 공공서비스디자인 방법이 공공행정 전 과정에 활용될 수 있게 규정화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행정절차법 시행령 개정 내용
제7장 국민참여의 확대
제25조의2(국민참여 확대를 위한 참여방법과 협력의 기회 제공)
② 행정청은 국민의 의사나 수요를 행정과정에 반영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1. 일반인,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여 국민의 수요를 관찰·분석함으로써 공공정책 및 서비스를 개발·개선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 기법
2. 빅데이터(대용량의 정형 또는 비정형의 데이터세트를 말한다) 분석 기법
3. 그 밖에 국민의 의사나 수요를 확인하여 행정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법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193260&efYd=20170418#0000
서비스경험디자인 기사가 국가기술자격에 신설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2019년 6월 1일 개정 고시되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서비스경험디자인 기사 자격 관리기관으로서 지정되었다. 2020년 기사 자격 시험이 개최되었는데 8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신청하여 서비스디자인 영역과 새로운 자격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에는 최초로 별정직 공무원(6급) 중앙정부, 지방정부 약 10명의 공공서비스디자이너 채용이 있었다. 공공부문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행, 민간으로의 파급,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규정화,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서비스디자인은 이제 하나의 주요 디자인 영역으로서 자리매김했다.
디자인진흥기관이 하는 일
세계 각국의 디자인 진흥기관들이 하는 활동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28)28) Department of Innovation Industry & Regional Development, Developing Victoria’s Design Capability, 2003, pp.32~34
하나는 디자인 서비스 공급자에게 초점을 둔 디자인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디자인수요자에게 초점을 맞춘 수요 중심의 접근법이다. 디자인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은 보조금 지원, 디자이너 역량개발, 디자인 유산보호 같은 것이 있으며 디자인의 수요자에 초점을 둔 정책은 디자인수요자의 인식을 높이고 산업의 디자인 활용 능력을 제고하며, 수출을 지원하고 정부 조달 사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 등이 있다. 수요 중심의 접근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 방법은 여러 가지 인식 증진 사업이나 디자이너와 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의 디자인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디자인의 잠재적 소비자를 지원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또는 훈련을 통해 디자이너의 실질적 기술이나 비즈니스 기술을 강화해주거나 국내외 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이 있다.29)29) 디자인정책(2009), 세계디자인경영연구원, pp.67~70
디자인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
① 보조금 사업 : 디자이너와 디자인기업, 단체에 생계유지, 작업 활동 등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네덜란드) 수출 진흥을 위해 해외 전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도 있다.(영국)
② 디자이너 역량개발 : 디자이너 재교육, 인력양성 사업을 말한다.
③ 디자인 유산 보호 관리 : 자국의 디자인 유산을 보존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국가 및 여러 기관이 디자이너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심포지움, 전시개최, 디자인분야 출판물 지원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네덜란드, 스웨덴)
④ 기타 : 기타 직접 지원의 예는 온라인 디자이너 DB 구축 운영, 해외 시장조사 정보 제공 등이 있다.
디자인 수요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
① 시상 제도 : 디자인의 우수성과 유익을 홍보하기 위한 디자인 시상제도를 의미한다.
② 전시 : 디자인의 우수성과 혁신에 관한 전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국제 전시는 수출 증진의 매개이자 문화 외교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③ 공모전 : 공모전은 그 결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디자인 인식을 효과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④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실증 제시 프로젝트 : 시상제도나 전시, 공모전 등은 이미 디자인에 대해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대상들만을 위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자인의 가치를 제시하는 프로젝트들이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디자인 카운슬에서 운영하는 ‘Designing Demand’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업의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를 잠재적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해준다.
⑤ 출판 및 세미나 : 일반적으로 많이 시행되는 디자인 활용 촉진 프로그램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⑥ 수출 증진 : 주요 무역 박람회와 전시회 참가 지원을 의미한다. 현재 영국에서는 무역투자청 UKTI이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⑦ 직접적인 기업 지원 및 디자인 경영 지도 : 정부는 디자인 진흥을 위해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디자인 기술개발사업’인데 디자인전문기업을 통한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디자인 경영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⑧ 미디어 활용 : 보다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디자인 진흥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⑨ 공공 분야 사업 : 정부는 우수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사례를 직접 제시하고 디자인 서비스 구매를 통해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디자인 시장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 진흥 활동은 그 목적에 따라 ‘디자인 장려encouragement’
‘디자인 지원support’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디자인 장려’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게 하고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시회 개최, 디자인 시상제도 실시, 국제 교류 등의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 지원’은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 디자인 관련 사업 지원, 혹은 산업에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활동을 말한다.30)30) 디자인진흥기관 역할모델개발 연구(2006), 한국디자인진흥원·KAIST, p.85
구분
진흥기관명
국가 차원
지방 차원
디자인 장려
디자인 지원
디자인 장려
디자인 지원
한국
한국디자인진흥원
지역디자인진흥원
영국
Design Council
The Lighthouse
Design Wales
RDA team
일본
JDP(구 JIDPO)
JDF
OSAKA Design Center
NAGOYA Design Center
TOYAMA Design Center
AXIS
독일
iF Hannover
Design Zentrum NRW
Design Center Stuttgart
German Design Council
덴마크
Danish Design Center
스웨덴
Svensk Form
SVID
Malmo Design Center
프랑스
APIC
VIA
Lyon Design Center
<표 : 각국의 디자인진흥기관 별 관장영역 및 진흥활동의 목적>
각국의 디자인 정책 수단을 크게 정책개발, 시상 및 인증, 전시, 출판 및 홍보, 국제교류, 교육 및 연수, 연구조사, 개발 및 지원의 여덟 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31)31) 디자인진흥기관 역할모델개발 연구(2006), 한국디자인진흥원·KAIST, p.95
구분
진흥기관명
활동 종류
정책
개발
시상/인증
전시/행사
출판/홍보
국제
교류
교육/연수
연구/조사
개발/지원
한국
N
한국디자인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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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지역디자인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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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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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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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Yorksh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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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ght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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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W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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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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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P(구 JID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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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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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Desig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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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Design Center NA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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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AMA Desig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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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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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Hann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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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Zentrum N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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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Center Stuttg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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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 Design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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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N
Danish Desig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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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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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ensk 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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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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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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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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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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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on Desig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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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 각국의 진흥기관 별 활동 분석>
산업디자인진흥법(제11조.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설립 등)에서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해야 할 사업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개발 지원사업
2. 전시사업
3. 출판 및 홍보사업
4. 정보화사업
5. 교육ㆍ연수사업
6. 지방의 산업디자인 진흥을 위한 사업
7. 국제교류ㆍ협력사업
8. 정부의 위촉사업
9.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현재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8년과 2020년 조직개편을 통해 3본부 12실의 조직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경영방침과 조직의 구성 원리, 특성별 업무 유형은 다음 표와 같다.
경영방침
핵심가치 9D
관련본부
슬로건
특성별 업무 유형
공감, 소통
(Empathy)
· Design(디자인 중심적 사고)
· Definition(법ㆍ규정 재정의)
전략경영
디자인씽킹으로 혁신하다
· 조직혁신
전문성, 세계화
(Glocal)
· DNA(한국디자인의 정체성 발굴)
· Digital(디지털 플랫폼 구축)
· Database(디자인 자료의 가시화)
역량강화
디자인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다
· 디자인인력양성 및 교육
· 디자인연구 및 정책개발
· 해외시장진출
· 디자인문화확산
디지털, 융합
(Smart)
· Deliverable(지속 가능한 에코시스템 구축)
· Dynamic(활발한 디자인 산업 육성)
· Diverse(다문화, 다양화, 국제화 지향)
혁신성장
디자인으로, 신시장을 창출하다
· 기업지원 및 창업육성
· 서비스디자인 및 제조혁신
· 플랫폼 구축 및 정보제공
포용, 안전
(Happiness)
· Dream(행복 실현, 덕업일치)
공통
-
· 사회적 가치 실현
한국디자인진흥원 경영 프레임워크
미션
비전
2020경영목표
경영방침
핵심가치
업무 분류
주요 이해관계자
주요 국내협력 지역
주요 해외 협력 국가
디자인분류
주요 수요산업
미래 중점 연구분야
디자인,
디자인산업
산업으로서의 디자인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디자인산업은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어떤 속성을 갖는 산업인지,
디자인의 정의와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디자인의 분류체계는 무엇인지?
한국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인지?
디자인산업, 왜 중요한가?
OECD의 산업분류로 볼 때 디자인산업은 지식서비스 중 ‘비즈니스서비스업’이다. 디자인은 대표적인 창조산업 또는 창의산업이기도 하다. 디자인산업에 대해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지금껏 대체로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제조업과 동반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인식과는 다른 차원으로 창조산업으로 디자인산업에 대해 주목하고 국가차원에서 집중 육성한 영국의 경우를 소개한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또는 창의산업)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운 개념 논쟁이 있었다. 창조산업을 대표하는 산업으로서 디자인산업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한다. 창조경제와 창조산업에 가장 먼저 주목한 영국 정부(문화・미디어・스포츠부 : Dept of Culture, Media and Sports: DCMS)는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들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창조경제의 원조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은 1997년부터 토니 블레어 수상이 저성장과 실업문제의 극복을 위해 ‘창조 영국(Creative Britain)’을 주창하며 디자인, 광고, 금융산업, 문화산업 등을 산업의 주 종목으로 전환하였다. 20년이 더 지난 지금, 영국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했고 런던 캐너리워프는 뉴욕에 버금가는 금융중심가로 성장했다. 영어를 포함한 교육서비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관광수입에 필적할 정도로 커졌다. 지난 10년간 부가가치(GDP의 6.4%), 수출(전체 수출의 4.3%), 고용(전체 고용의 7%), 기업체(전체 기업의 7.3%) 규모 등으로 국민적 경제 파급 효과가 큰 것이 확인되었다.32)32) 코트라 해외투자속보, 2011.12
그들의 전략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영국 외에도 국가별로 창조산업에 대한 정의와 범위, 정책은 다양하다. 각국들이 처한 사회, 문화, 경제적 환경이 다름에 따라 창조산업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창조산업을 구성하는 산업도 서로 다르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세부 산업별 전략적 중요도도 다르게 두고 있다. 그렇지만 서로 중복되는 영역도 존재한다. 주요 국가들이 규정하고 있는 창조산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림 : 주요 국가 창조산업의 범위>33)33) 차두원 (2013), 한선정책심포지엄 중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주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디자인’, ‘음악’, ‘콘텐츠’ 산업을 창조경제에 해당하는 산업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도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중간재로서 역할을 하는 산업은 디자인이 유일하다.34)34) ‘시스템 어프로치 생태계전략’, 푸른사상, 윤성원 등, 2013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창조산업의 중요성에 주목하였으나 ‘창조산업=콘텐츠산업’으로 정의하며 여타 국가들의 창조산업 개념보다 좁은 범위로 해석하면서 디자인의 가치와 효과에는 인식이 미치지 못하였는데, 타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디자인산업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안목이 부족했던 결과로 보인다. 디자인이 전략적 산업으로서 성장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디자인은 산업의 중간재
최고의 디자인기업 중 하나인 IDEO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25개’ 중 하나로 꼽힌 전력이 있다. IDEO는 동시에 나머지 24개의 혁신기업을 컨설팅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25, 비즈니스위크 https://www.youtube.com/watch?v=ppCo3YXRel8
디자인산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산업의 중간재’라는 것이다. 경영컨설팅, 법률, 회계컨설팅 등과 함께 비즈니스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디자인산업은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큰 중간재형 산업이다. 중간재 산업의 경쟁력 수준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 나라의 디자인산업의 수준이 디자인을 활용하는 국가 전체의 산업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디자인산업의 수준이 높다면 기업들은 같은 노력을 들이고도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산업은 전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 산업(infrastructure)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부실하면 다른 산업들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잘 성장하면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기업도 디자인전문기업이 제공하는 디자인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그 나라의 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좋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과 같이 중요하다.
제조업에서 중간재로서의 디자인이 어떤 양상으로 활용되는지 살펴보자. 서비스 중간투입률이란 제조업에서 최종 부가가치 창출까지 디자인·광고 등 서비스가 중간재로 투입되는 비율을 말하는데, 2011년 기준 영국 55%, 독일 43%, 일본 34%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디자인·엔지니어링 등과 같은 사업서비스에 대한 활용 인식 부족 및 제조업의 긴축경영의 결과로 제조업의 서비스투입 비중은 ’95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에 있다.
* 95년 26.2% -> 11년 19.7%
* 서비스 중간 투입률 = (서비스 중간재 부가가치) / (제조업 최종수요 부가가치)
제품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제조 중간과정에 제조품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서비스업에 대한 투입이 부족해서이다. 사업서비스에 대한 투입 예산을 늘릴수록 그만큼 제조품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지식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디자인, 컨설팅과 같이 제조업을 지원하는 사업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제조업이 고부가가치화 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서비스경제발전전략'에서 2020년까지 제조업내 서비스 중간투입률을 25%로 다시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에게 IDEO와 같은 디자인전문기업들이 있고, 그 기업들을 잘 활용한다면 혁신적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디자인은 무엇인가?
‘디자인은 공기이다’라는 식의 철학적 정의로부터 지극히 실용적 개념까지, 대량생산을 통한 산업화에 기여하는 공예로서 산업디자인의 개념이 성립된 이래 디자인은 매우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다. 현재 국내 디자인산업과 관련된 법률로는 산업디자인진흥법,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건축기본법,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디자인보호법이 있다. 「산업디자인진흥법」은 디자인의 개념, 역할, 산업적 진흥을 위한 방안을 언급하고 있는 법으로 순수미술로서의 디자인과의 법적 구별을 위해 산업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산업디자인을 ‘제품 및 서비스 등의 미적ㆍ기능적ㆍ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자 및 소비자의 물질적ㆍ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창작 및 개선 행위(창작ㆍ개선을 위한 기술개발행위를 포함한다)와 그 결과물을 말하며, 제품디자인ㆍ포장디자인ㆍ환경디자인ㆍ시각디자인ㆍ 서비스디자인 등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35)35) 법률 제16128호 산업디자인진흥법 제2조 정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는 디자인의 정의 및 분류를 서비스업에 포함하는 ‘전문디자인업’이라는 분류번호 746번을 부여하여, 인테리어디자인,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기타전문디자인업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2014년 12월 30일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 공포로 1977년 산업디자인진흥법 재정 이래 최초로 디자인 영역에 무형의 디자인인 서비스디자인이 편입되었다. 디자인의 정의도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디자인산업 육성은 제조산업을 주요 정책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양한 양상으로 확장된 디자인 영역을 고르게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산업에서 디자인은 법률적 정의에서 의미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폭넓은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역동적으로 변화되는 디자인산업 발전속도에 비해 법은 보수적인 입장이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부처 간의 합의를 거쳐야 하기에 유연성과 신속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나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산업디자인진흥법을 비롯한 각종 법, 제도상에도 디자인의 정의와 분류가 산업 변화와 현실을 반영할 수 있게끔 개정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기업 내부(in- house)의 디자인 부서의 경우 소속 기업이 어떤 산업에 있는가에 따라 섬유, 의류, 가죽, 피혁, 신발, 문구, 출판, 조명, 가구, 전자, 자동차, 조선, 항공기, 건설, 광고, 도소매, 요식, 관광, 정보통신, 의료, 미용 등 다양한 산업을 다루게 되고 그 안에서 제품, 시각, 포장, 환경, 서비스의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치사슬 개념에 따르면, 디자인산업은 소비자조사, 제품설계, 제품제조, 제품포장, 브랜드, 광고, 서비스 등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디자인은 최종 산출물의 형식적 특성으로 정의하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가치사슬 속에서의 어떤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으로만 규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막연하게 태도와 관점, 생각하는 방식, 가치관, 철학과도 같이 표현되는 특징이 있다.
디자인은 ‘창의성과 혁신을 연결하는 것’36)36) Sir George Cox (2005), Cox Review of Creativity in Business, Design Council
이라는 관점으로 볼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실제화시킴으로써 사용자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가 되도록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분야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포괄적 관점에서의 디자인은 특정 수요시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각화된 결과물, 조형의 영역을 넘어서며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새롭게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어떻게 분류되나?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최종 결과물의 유형에 따라 분류되는데 제품디자인, 운송기기디자인, 그래픽디자인, 환경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디스플레이디자인, 포장디자인, 편집디자인,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컴퓨터그래픽, 웹디자인, 게임디자인, 영상디자인, 광고디자인, 패션디자인, 도시디자인, 브랜드, 사용자경험, 서비스비즈니스모델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각 디자인 대학, 대학원의 학과들은 이러한 분류로 해당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특정 디자인영역 안에도 다양한 업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게임 산업에서의 디자인 역할을 보자면 원화 일러스트레이터, 캐릭터 모델러, 배경 모델러, 애니메이터, 이팩트 디자이너, 매핑 디자이너, 렌더링 디자이너, UI디자이너, UX디자이너 등 디자이너의 업역이 세분화 되어 있고 이에 따라 역할과 필요한 역량은 매우 상이하다. 소트프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엔지니어와 자동차를 정비하는 엔지니어는 다 엔지니어이지만 서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산업영역, 가치사슬에서의 단계,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전문분야에 따라 필요역량, 프로세스, 방법론, 사용하는 용어도 다르다. 자동차 외관 디자이너와 편집디자이너는 직업에 대한 의미, 직업인으로써 직장 내에서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서도 서로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특정 활동을 통해 가치를 형성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 소비되는 과정 속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더욱 다양한 측면이 있다. 미래 비전을 창조하고 시각화하는 디자인에서부터, 사람들의 행위와 심리를 파악하여 트랜드를 예측하고 향후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시하는 역할, 다양한 이종 분야간 협력을 주관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기획을 통해 컨셉을 도출하는 역할, 상상 속의 이미지를 사실적 형상으로 표현하는 역할, 제품과 서비스의 형상, 실제화를 결정하는 역할, 결정된 디자인이 제조로 연결될 수 있도록 컴퓨터로 모델링을 하는 역할, 제작된 모델에 이미지를 씌우고 움직임을 가미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 최종 소비자에게 특별한 개념과 인식을 형성함으로써 차별적 가치를 주는 역할 등 매우 다양하다.
최근 ‘사용자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이나 ‘서비스디자인’37)37) 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디자인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향상시키는 분야로서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가 강화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으로 제조에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신 서비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자인 종합 육성 계획 중. 2012.8.)
과 같이 새롭게 등장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근대 디자인 개념이 시작된 이래로 디자인산업은 산업 발전과 더불어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확대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제 디자인은 산업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며 공공정책과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은 공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결국 비슷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펴본 것처럼 디자인은 실체를 규정하기 어려운 엄청난 다양성이 있고 각 분류 사이에 이질성이 너무 커서 서로 다른 디자인 영역을 동일한 속성을 가진 산업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품게 될 정도이다. 이러한 디자인산업의 다양성을 극복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통으로 적절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개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간의 디자인정책은 제조산업을 주요 대상으로 맞추고 있었기에 분야별로 확장되며 다변화되는 디자인산업의 각기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일률적으로 계획, 운영되어 온 경향이 있다. 현재 디자인산업과 관련해서는 4개의 다른 정부부처와 기관이 업무특성에 따라 각각 분류 단위나 명칭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표 : 디자인산업 관련 각 부처의 분류체계>
구분
특성
계
분류체계 내역
산업통상자원부
산업
1
· 디자인산업특수분류 : 시각디자인 등 11개
고용노동부
직업 직무
2
· NCS(국가직무능력표준) : 시각디자인 등 12개
· 워크넷 직업분류 : 시각디자이너 등 6개
통계청
직업 직무
2
· 한국고용직업분류(KECO) : 시각디자이너 등 5개
· 한국표준직업분류(KSCO) : 시각디자이너 등 5개
한국연구재단
학술 연구
1
·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 : 시각디자인 등 8개
세계의 주요 표준산업분류에서 디자인은 다음과 같이 분류되고 있다.
<표 : 각국의 전문디자인 산업 분류체계>
CODE
UN 국제표준산업분류(ISIC)
CODE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10차)
7410
Specialized design activities
7320
전문디자인업
7410.1
fashion design
73201
인테리어 디자인업
7410.2
industrial design
73202
제품 디자인업
7410.3
activities of graphic designers
73203
시각 디자인업
7410.4
activities of interior decorators
73204
패션, 섬유류 및 기타 전문 디자인업
CODE
유럽연합 표준산업분류(NACE)
CODE
북미 표준산업분류(NAICS)
74.10
Specialised design activities
5414
Specialized design services
74.10.1
fashion design
54141
Interior deisgn services
74.10.2
industrial design
54142
Industrial design services
74.10.3
activities of graphic designers
54143
Graphic design services
74.10.4
activities of interior decorators
54149
Other specialized design services
디자인의 분류도 산업과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하고 디자인정책도 확장되는 디자인 개념에 맞춰 변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맞춤형으로 디자인산업의 필요에 따른 정책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정책도 디자인 분야별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9년 디자인분류체계를 9개로 규정하고 확대되고 있는 세부영역을 규명하는 등 최근 산업의 실상이 투영된 분류체계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디자인분류체계 재정립 연구를 추진하였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다양화되는 산업의 현실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다.
<표 : 디자인 분류체계38)38) 2019년 디자인 분류체계 재정립 연구 보고서. 한국디자인진흥원. 2019
>
구분
의미
세부분류(예)
제품디자인
Product Design
제품의 기능, 사용, 가치 및 외관 등을 최적화 하도록 사양을 기획 및 디자인하는 디자인 서비스 활동
. 전기·전자 제품디자인
(Elcetronics&Machinery Design)
. 활용품디자인 (Living Goods Design)
. 가구디자인 (Furniture Design)
. 운송기기디자인 (Automotive & Transportation)
시각/ 정보디자인
Visual
Communication
Design
특정 메시지, 이미지 또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거나 가상 현상 등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전달 또는 표현하기 위한 시각 전달 매체를 기획,
디자인 및 관리하는 산업활동
. 정보디자인 (Information Design)
. 패키지디자인 (Package Design)
. 브랜드디자인 (Brand Design)
. 광고디자인(advertising design)
. 편집, 타이포디자인(editorial, type design)
.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
공간/ 환경디자인
Space /
Environment
Design
인간의 생활환경으로서 필요한 생활공간과 환경을 안전성,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보다 기능적, 미적, 경제적으로 디자인하는 산업활동
. 실내건축디자인 (Interior Design)
. 전시디자인 (Exhibition Design)
. 환경디자인 (Environmental Design)
패션/텍스타일 디자인
Fashion/Textile
Design
인간의 인체와 심리적, 감성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예술적 창의성을 지닌 의상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
. 의상디자인 (Apparel Design)
. 텍스타일디자인 (Textile Design)
. 액세서리디자인 (Accessories Design)
서비스/경험 디자인
Service/Experience
Design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사고와 방법을 기반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발굴하여 사용자경험 만족을 위한 유·무형의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산업활동
. 서비스디자인 (Service Design)
. 사용자경험디자인 (Experience Design)
디자인 일반
Design Context
제품 및 서비스 등이 미적· 기능적· 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 및 정책, 법률 등 기반적 요소와 유통· 전시· 소비· 활용 등 이와 관련
된 활동
. 디자인 연구 (Design Research)
. 디자인 경영 (Design Business)
. 디자인 교육/정책 (Design Education & Policy)
디지털미디어
/콘텐츠디자인
Digital Media/
Contents Design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환경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콘텐츠를 사용 목적과 용도에 맞게 최적화하여 디자인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산업활동
. 디지털미디어디자인 (Digital Media Design)
. 콘텐츠디자인 (Contents Design)
. 게임디자인 (Game Design)
. 영상디자인 (Video/Film Design)
산업공예디자인
Craft Design
문화적 요소가 반영된 기법, 기술, 소재, 문양 등을 바탕으로 기능성과 장식성을 추구하여 수작업으로 물품을 만드는 산업활동
. 금속공예디자인 (Metal Craft Design)
. 도자공예디자인 (Ceramic Craft Design)
. 섬유공예디자인 (Fabric Craft Design)
. 목공예디자인 (Wood Craft Design)
. 기타 공예디자인 (Other Craft Design)
융합디자인
Convergence
Design
제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생태계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기술과 인문학, 감성 등을 융합하여 디자인의 산업적 가치와 역량을 향상시키는 통합적인 디자인 활동
. 기술융합디자인
. 인문융합디자인
. 감성융합디자인
K-디자인,
우리 디자인의 특징
최근 3년을 돌아볼 때 한국은 산업(5G세계 최초 상용화:2019), 경제(5030그룹 가입:2018), 정치(남북미 정상 판문점 최초 만남:2019) 문화예술(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2018,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4관왕 달성:2020), 보건(코로나19 모범대응국:2020) 등 다양한 분야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도 스스로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일원이라는 인식과 함께 각 분야에서 정체성을 재정의하고자 하는 자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디자인의 정체성을 찾고 그 정체성을 기반으로 K-디자인의 가치를 세계적 맥락에서 구현해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자 디자인계와 함께 고민하고 극복해 가야야 할 과제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2년 이래 K-디자인 비전을 선포하고 디자인에 있어 한국성을 연구하는 등 한국디자인의 실체를 구체화하려 노력해오고 있다.
K-디자인에는 공감과 배려, 유연성과 창의성, 통합과 융합, 정교한 구현력 등의 특징이 곳곳에 배어 있다. 특히 전통적인 측면에서 여백, 소박, 조화 등의 미적 DNA와 홍익인간, 민본사상, 애민사상, 실사구시 등 철학적 DNA가 융합되어 있다.
이제 한국의 디자인은 과거 근대 서구 문화에서 파생된 디자인 개념을 넘어 우리 안에 자생한 디자인 DNA와 융합, 더욱 창의적인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39)39) 디자인코리아. 2020. 한국디자인진흥원
유연함, 포용성
이어령은 보자기 인문학에서 동양의 문화는 서양의 ‘넣다’와 비교되는 ‘싸는’ 문화라고 규정한다. 서양의 문화는 도시든 옷이든 미리 만들어 놓은 틀 안에 넣는 문화이다. 가방도 그렇다. 우리는 오래도록 가방 대신 보자기를 사용해왔다. ‘싸는’ 보자기는 병을 싸면 길쭉해지고 수박을 싸면 둥근 것이 된다. 쓰다 버린 천 조각을 이은 ‘조각보’로도 보자기를 만들어 이용한다. 보자기를 사용하는 우리 문화에 정형화, 규격화 되지 않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한국인의 자질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보자기는 규격화된 덩어리가 아니라 유연한 네트워크이다.
자체로는 아무 형태를 갖고 있지 않아 융통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다른 모서리를 연결해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창조는 서로 다른 꼭지점을 연결하는 유연성에서 생겨난다. 보자기를 이용하는 우리들은 디자인의 창의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한 글 : 이어령. 보자기 인문학.
변화에 대한 높은 수용성
우리나라는 2018년 12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9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최신기술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보다 빠르게 신기술을 수용하는 사용자가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현재 세계 28개 통신사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중 우리나라는 독보적이다. 우리나라는 4개월 만에 사용자 2백만 명을 돌파했고 매일 2만 명씩 늘고 있다. 세계 5G 가입자 5명 중 약 4명이 한국인이다. 한국에는 빠르게 5G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것에 대해 높은 수용성을 가진 국민들은 가장 좋은 기업 활동의 토양을 의미한다.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5_FNahXNbXU
창의성
1997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듣는 제품을 개발한다. MP3 플레이어는 인류의 음악청취 방식을 디지털로 변화시키며 기존 CD,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악 재생매체를 옛것으로 규정하게 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었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190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 국내 제조기업들이 주목받게 되었다.
사진 : 1997년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 MP-F10 개발 (한국의 벤처기업 디지털캐스트 사)
참고 : http://it.donga.com/3476/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소재인 전분으로 만들어져 사용 후에는 녹는 이쑤시개를 개발했다. 기존에 사용되던 나무 이쑤시개는 음식 쓰레기에 섞여 동물 사료로 쓰이면서 동물들의 내장을 구멍 내는 문제가 있었다. 1995년 나무 이쑤시개를 대체할 수 있는 `녹색의 전분 이쑤시개’가 개발되어 많은 가축의 생명을 구하면서 당시 국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일으켰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런던 디자인뮤지엄 상설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개발 : 김윤영, 장영실과학문화대상 수상
https://namu.wiki/w/이쑤시개
그 외에도 세계 최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싸이월드 개발, 세계 최초의 CDMA 통신서비스 상용화, 세계 최초의 5G 통신서비스 상용화,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세계 최초의 롤러블 TV 개발, 세계 최초의 접는 휴대폰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창조해내고 있다.
융합, 다른 것을 서로 연결하기
전 세계에 우리나라처럼 섞고, 비비고, 끊이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비빔밥은 섞고 비비는 음식 가운데에서도 특히 우리 음식문화의 원리와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표주자이다. 비빔밥은 서로 다른 이질적 음식 재료들이 고추장, 참기름과 함께 버무려지면서 하나의 새로운 음식으로 재탄생된다. 그렇다고 그 재료들의 본래 속성과 형태가 변하지 않고 ‘섞고 비비는’ 과정을 통해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음식으로 바뀌게 된다. 섞는 과정 후에 음식을 먹어 보면 그 변화된 속성을 느낄 수 있다. 융합형 음식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요리할 때는 통합, 먹을 때는 융합의 특성을 가진다. 비빔밥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재료를 통합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음식으로서 디자인 발현의 과정과도 매우 흡사하다.
출처 : http://www.brainmedia.co.kr/Opinion/12654
정교한 구현력
젓가락을 사용하는 대표국인 한중일 중 한국의 젓가락은 미끄러운 쇠 소재이면서 가장 납작하고 가늘고 가장 무거워 다루기에 매우 까다롭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 끼니마다 이 어려운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먹을 수 있다. 손을 많이 움직이는 젓가락사용은 뇌 신경세포를 자극.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한 번 젓가락을 사용할 때 30개의 관절과 60여 개의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포크 사용시의 두 배) 한국인들이 정교한 작업을 하는 능력이 발달한 것에는 젓가락 사용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지배한다” - 엘빈토플러. 미래 혁명
“한국인의 젓가락질은 밥상 위의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 - 펄 벅
한중일 젓가락 사용의 비교
https://www.youtube.com/watch?v=S0ozdR7bAhg
빨리빨리
커피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1976년 세계 최초로 믹스커피 패키지가 개발된다. 어떻게 하면 더 쉽고 빨리 커피를 타 먹을 수 있을까 고안한 결과 간편하게 물에 타 먹을 수 있는 커피 패키지를 개발하였고 이것은 국민들의 커피 문화를 바꾸었다. 한국의 커피숍 매출액은 현재 세계 3위이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1인당 커피를 더 많이 소비한다. 자원이 없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요자가 있다면 기술도, 시장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
사진 : 1976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인스턴트 믹스커피 패키지. 동서식품.
참고한 글 : https://news.joins.com/article/23412668
K-디자인이란 한국의 디자인 정체성(한국다움, Koreanness)이 조화롭게 구현된 국내외에서 기획·생산되는 모든 우수 디자인을 의미한다.40)40) K-디자인이란(2013), 한국디자인진흥원
여기서 한국다움이란 한국의 미적·철학적 DNA와 현재 세계인이 인지하고 있는 한국 디자인의 특성을 의미한다.
이중 미적인 DNA는 여백미, 소박미, 조화미를 말한다. 여백미는 자연과 사람을 배려하는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에서, 소박미는 단순하며 기하학적인 한국 가구의 소박함에서, 조화미는 도자기의 선과 색, 의복의 화려함과 단아함과의 조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철학적 DNA는 홍익인간, 민본사상과 애민사상, 실사구시의 정신을 의미한다. 홍익인간은 인간을 골고루 이롭게 한다는 의미를, 민본사상과 애민사상은 사람을 우선하는 정신을, 실사구시는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K-디자인의 개념은 한국의 디자인과 국가브랜드를 바라보는 해외 수용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2013년 세계의 디자인 거장들과의 인터뷰41)41) 왜 K-design인가 3편(2013), 한국디자인진흥원
에서 나온 의견은 한국다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ㆍ담대함, 독창성, 신뢰성
ㆍ밝음, 대담함, 비비드한 컬러
ㆍ따뜻함, 관대함, 정(情)
ㆍ위계질서
ㆍ집단의식, 사회적 배려심, 근면, 아이디어를 개선하려는 노력
ㆍ단순성, 기능성, 효율성
또한 해외 디자이너들은 한국디자인을 ‘기능적, 합목적적, 감각적, 신속함, 수용적, 융합적’인 특징으로 말하고 있다.
· (기능적, 합목적적) 산업과 상품의 발달로 기능적이고 합목적적 디자인이 많이 나타남
· (감각적, 신속함) 초고속 산업화, 정보화, 사회성장을 배경으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이를 빨리 수용하는 점
· (수용적, 융합적) 다양한 디자인을 블렌딩(blending) 또는 믹싱(mixing)하기를 잘함42)42) 왜 k-design인가1,2,3’(2013. 총 3권), 한국디자인진흥원
K-디자인을 말한다
디자인진흥 50년 기념 디자이너 인터뷰
한국디자인진흥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i-jHEzVgno&list=PLkkJMxdTLuayJyNRSTy2e87TvpfRdJQeM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나건 홍익대학교 교수
“저는 다이나믹스를 한국적 특성이라고 봅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받아들여서 그것을 써 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어느 나라도 할 수 없는 우리 국민이 가진 중요한 디자인적 특징이라고 봅니다.”
고수영 삼성SDS UX그룹장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파이팅'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이 들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한테 관심도 많고 그렇잖아요. 인간에 대한 이해, 공감 능력이 뛰어나요. 파이팅과 공감이 만나서 새로운 어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힘. 그게 한국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이 아닐까요?”
안장원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회장
“본질만 남고 다 버려라, 가장 우수한 디자인은 본질만 남겨놓고 군더더기를 다 버리는 디자인이고 거기에 남은 것이 우리가 가진 정체성이에요. 그것에서 시작하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이 나와요. 이것으로 세계와 승부를 해야 합니다.”
K-디자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5개의 주요 질문]
① 한국적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② 4차 산업혁명(AI)시대의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일까요?
③ 미래 디자인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④ 세계적인 국가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⑤ 코로나19, 디자인 업(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설문 참여하기 URL: http://m.site.naver.com/0Dnbx
‘디자인의 길을 묻다’ 지금까지의 설문 결과보기
URL: http://m.site.naver.com/0DnbE
디자인,
수요과 공급
디자인의 수요시장은 무엇인지?
수요시장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하는 방법으로서의 디자인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공공분야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디자인은 무엇인지?
디자인산업의 공급자, 디자인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디자이너의 전공자 과다배출이 가져온 문제점은 무엇일까?
디자인, 시장에 대한 이해
사회의 발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소득수준 향상 및 Well-being 추구에 따른 수요자의 욕구 수준 상승에 대응하여 디자인 수요는 필연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디자인의 개념이 확대되고 디자인산업 생태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 :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개념, 수요시장에 따른 역할43)43) 윤성원 등 (2011), ‘대한민국산업기술혁신비전2020’,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
구분
확장된 디자인산업의 수요시장
기존 주요수요시장
범위
제조산업
서비스산업
공공분야
정의
제품의 본원적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가 전달받는 가치가 향상되도록 하는 실체화의 과정 및 결과
서비스의 본원적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가 전달받는 가치가 향상되도록 하는 실체화의 과정 및 결과
공공서비스의 문제점을 디자인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분야
디자인의 역할
제품가치 극대화를 통한 기업의 수익 창출
서비스 가치 혁신,
고객 경험 가치 향상
공공서비스 혁신,
사회 문제 해결,
국민 삶의 만족도 향상
디자인 수요시장의 현황
일찍이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지는 MBA, 뜨는 MFA(The MFA is the new MBA)’라는 글을 통해 기업 경영에서 예술 관련 학위가 가장 인기 있으며, MFA(Master of Fine Arts)가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13년 5월, 직원이 22만명이 넘는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엑센추어는 200여명 규모의 영국 서비스디자인기업인 피요르드를 인수했다. 이에 앞서 몇 해 전 경영컨설팅 회사로 잘 알려진 모니터그룹은 디자인리서치로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더블린 그룹을 인수하였다. 규모 있는 경영컨설팅 회사가 디자인기업을 인수하여 새로운 사업을 대비하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두 가지 사례는 서로 관련이 있다.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산업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효율과 생산성, 최적화로 승부하던 제조산업의 혁신 논리 대신 소비자의 심리와 욕구에 중점을 두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한 마디로 경영컨설팅은 가고, 디자인이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인의 수요시장이 변화된 디자인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시장의 변화 1
제조가 서비스화된다
제품 본연의 경쟁력 보다 사용자의 욕구에 집중
필립스는 세계 3대 조명기기 제조기업이다. 약 20년 전부터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람에게 빛이 어떤 경험(감각, 감성, 감정, 느낌, 심리, 기억 등)을 주는지를 연구해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수요시장을 만든다. 필립스 조명의 ‘Hue’는 스마트폰으로 조명을 제어해 집안 분위기를 조절한다. 미세하게 조정된 빛의 자극이 뇌에 전달되어 정서적 안정, 기분 전환, 집중력, 에너지를 높여 주는 것이다. 제조기업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수요자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제품은 서비스의 플랫폼이 된다.
아이폰 구매자는 뛰어난 기능과 품질, 가격경쟁력 때문에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은 제품을 통해 제공되는 쾌적한 서비스경험, 편리한 사용성으로 사용자들이 그 제품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을 구축했다. 최근 출시된 삼성의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한다는 제품 본연의 기능을 넘어 식재료를 인식해 식단을 짜고 식재로를 구매하는 등 가정의 식생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하는 제품이 되고 있다. 휴대폰, 냉장고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제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품판매가 아니라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제조원가가 250달러로 추정되었던 킨들 파이어는 2011년 199달러에 판매되며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기자들이 어떻게 이런 가격에 판매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구입할 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때 벌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품 구매는 한 번뿐이지만 e북은 읽기 위해 사용 시 구매해야 한다. 제조업이 서비스기업으로 전환해야 할 이유를 설명해주는 사례이다. 제품은 서비스의 플랫폼이 되면서 지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바뀌게 된다.
필립스 라이팅은 2015년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의 조명기기를 모두 공짜로 설치하고 유지보수한다. 대신 공항은 얼마나 밝게 해주었는가를 기준으로 비용을 낸다. 공항에 설치된 전등은 필립스의 소유로, 이에 따른 모든 설치, 유지보수의 책임을 진다. 공항 측에서는 초기비용 없이 효율성 높은 LED로 교체할 수 있고 관리와 유지보수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효율이 높은 LED 사용에 따라 더 절감된 전기사용료를 내면 되는 것이다. 제조기업이 서비스업으로 기능을 확장하게 되면 제공자인 필립스의 입장에서도 많은 장점이 생긴다. 제조-유통-사용-폐기에 이르는 제품 라이프사이클 과정 전반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품 수거 후 재처리가 쉬워지는 등 효과적으로 원가절감을 이루게 된다. 이제 제조기업은 마음 놓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된다. 제품 판매를 통해서만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성능도 내구성이 있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고 경쟁사보다 잘 만들기만 하면 된다. 설령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구를 만들 수 있다 해도 그런 제품을 한 번 팔고나면 미래의 전구시장은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그런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전구의 밝음을 서비스로 제공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최대한 오래, 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전구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환경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에도 유리하다.
2017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기존 산업을 보다 효율이 높은 산업으로 빨리 변화시켜 적은 생산 인구로도 경제의 산출을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할 상황이다. 적은 노동력을 갖고도 더 많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변화시켜 노동력이 사라진다는 당면하게 될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자면 제조업은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비스화(Servitization)가 촉진되어야 한다. 디자인은 기존 제품이 사용자의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잠재된 욕구를 만족시키는 신제품을 만들고(Hue),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사용자경험을 만들고(아이폰 UX디자인), 제조역량을 토대로 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을 설계(스키폴 공항의 조명기기 구축운영모델)해 서비스화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요시장의 변화 2
서비스경제화의 물결
서비스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미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 강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산업이 근원적인 부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업이라 치부되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었던 것에는 이와 같은 배경도 한 몫하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지나치게 제조산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에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중요한 기회를 잃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은 이미 서비스산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되었으며 그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의 가치창출의 원천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는 경향을 ‘서비스 경제화’라고 표현하는데, 서비스 경제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서비스업을 주로 수행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지에 따르면 1990년 세계 100대 기업 중 서비스기업은 7개에 불과했으나 2011년 100대 기업 중 서비스기업은 58개에 달한다.
둘째, 전통적 제조기업들도 부가가치를 더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사업 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전통적으로 PC를 제조하던 기업이었으나 2004년 PC하드웨어 부분을 매각하며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영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WC)를 인수하는 등 전체 매출 중 서비스 쪽 비중이 50%를 넘어서게 되었고 2010년 기준 IT서비스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서비스기업으로 변화되었다.44)44) IBM은 2004년 미국 경쟁력 위원회에 서비스 혁신 방법을 위해 과학적 방법, IT기술을 활용하는 '서비스과학(Service Science)'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기업으로서 서비스 사이언스의 확산을 위해 노력 중임
결과적으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요약하자면 세계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주도적 산업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다음의 두 가지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수요자의 권력이 커짐에 따라 (첨단의 기술력과 같은) 공급자 관점에서의 경쟁력 보다는 (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등의) 수요자를 이해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게 되었다.
둘째, 제품 자체보다 수요자가 얻게 될 경험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설계/디자인함으로써 좋은 경험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이 두 가지 이유가 산업에서 새롭게 디자인이 중요해지는 현상을 이끄는 근본적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제조산업은 본질적 실현 역량을 토대로 한 혁신, 즉 기술 주도의 혁신을 이루고자 노력해왔다. 소비자의 욕구가 고도화 되면서 이제 제공자의 기술로서 차별화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디자인은 수요자의 니즈를 다루는 학문/기술이며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을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서비스산업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서비스산업 고도화 방법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기존의 제조산업과 큰 차별점이 있는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대안적 방법과 접근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 방법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이 제품, 시각, 환경, 패션 등 분리된 디자인 서비스 영역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해는 적절치 않다. 단순히 분야별 디자인 개발이 합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이 특정 서비스를 구현하는 단계에서 형상화에 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하였다면, 서비스 전반의 개발을 제안하는 역할로 확장되었다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디자인이 문제해결자로부터 서비스비즈니스의 문제를 재정의하고 본원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분리된 디자인 영역에서 고려할 수 없었던,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에 대한 투자 방향을 제품 혹은 환경디자인에서부터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과제로 바꾸어 제시했던 ‘아셀라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
아셀라 프로젝트
미국 북동부를 운행할 새로운 고속철도가 필요했던 ‘앰트랙’사는 IDEO에게 새로운 열차인 ‘아셀라(Acela)’의 객실디자인을 의뢰하게 되었다. IDEO는 이 일을 의뢰 받고 세계 최고의 열차 객실 벤치마킹을 하고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까? IDEO의 개발팀은 고객과 함께 기차 여행을 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 그러면서 여행객이 전체 여행을 경험하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나타낸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을 개발한다. 맵은 ‘1) 여행정보를 학습하는 단계 – 2)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 – 3) 기차역에 가는 단계..’에서부터 ‘9) 목표 역에 도착한 단계 – 10) 다음 여행을 계속’까지 총 10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객실 좌석에 앉게 되는 것은 8단계에 이르러서였다. ‘고객이 열차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객실의 디자인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열차표를 예매하는 것도 불편하고, 역사에서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고, 탑승 절차도 번거롭다.’ 결국 이 문제는 객차를 금으로 장식한다 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IDEO는 비행기 여행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디자인을 제안하게 된다. 이것은 ‘1999년’, 미국에서의 일이다.
* ‘디자인에 집중하라’(팀브라운, 2010, 김영사)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해 고쳐 씀.
수요시장의 변화 3
공공부분의 거대한 변화45)45) 윤성원 등 (2013),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중에서 발췌
현재 우리 사회는 공공서비스가 수요자 지향적으로 바뀌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공공서비스46)46) 공공서비스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유·무형의 생산물을 의미한다. 정부개혁과 관련된 많은 논의가 공공서비스에서 형평과 효율을 기준으로 상하수도, 가로등, 도로교통, 쓰레기 처리 등과 같은 일상생활 영역에 필요한 공공서비스 개혁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새행정학, 대영문화사 2013)
는 국가와 국민이 접하는 최전선에 존재하며 국민의 모든 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서비스 제공자들은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결정의 투명성 144개국 중 133위, 정부지출의 낭비 정도 107위 등 아직 우리의 공공부문의 경쟁력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47)47) 세계경제포럼(WEF), 2012년 국가별 경쟁력 평가 결과
최근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면서 혁신에 대한 요구가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많은 기관들이 공공서비스의 혁신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혁신에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디자인의 새로운 수요시장으로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공디자인’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디자인’이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쉽게 말해 공공정책 및 공공분야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개발,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서비스디자인48)48) 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디자인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향상시키는 분야로서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가 강화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으로 제조에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신 서비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한국디자인진흥원 (2012.8.), 서비스디자인 종합 육성 계획 중)
방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기존에 우리가 공공디자인이라 부르던 영역에서 디자인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로 역할을 해 왔다고 하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공공정책이 설계되고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주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책에 디자인을 적용한다니, 디자인을 ‘스타일링’이나 ‘사물을 예쁘게 꾸미기’ 정도로 정의하고 있던 관점으로는 생소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 것도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나마 공공디자인의 범위라면 간판, 지역 캐릭터, 공공 건축, 환경 시설물 등 문체부가 관장하는 일부 영역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디자인이 국내 공공영역에서 그렇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이, 서비스디자인은 선진국에서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서비스 혁신을 이루기 위한 실용적 학문 영역으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영국 디자인카운슬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디자인 리더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공공영역에서 정책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과정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핀란드의 준 정부기관으로서 수년간 ‘정부를 위한 디자인 연구’를 수행해 온 핀란드 혁신기금 시트라(The Finnish Innovation Fund Sitra)의 전략디자인유닛, 덴마크의 준 정부기관이자 정부를 위한 컨설턴시인 마인드랩(MindLab), 호주의 사회혁신센터 택시(TACSI) 등 디자인을 공공정책과 사회혁신의 전략으로서 활용하고 있는 정부 및 준정부 기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기존에 디자인이 활용되어 오던 영역 외에도 각 디자인 요소를 통합해 시스템과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수요자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혁신함으로써 정책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방법으로서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이후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정부부처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서비스디자인 혁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3년 1월 서비스디자인 전담팀을 결성하고 보건의료산업, 국방산업, 산업단지, 경로당, 장기요양소, 전통시장, 종합민원실 등 다양한 분야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들이 만들어가며 우리나라 서비스디자인의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가고 있다.49)49) 윤성원 등 (2013),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50)50) 이 책 내용 중 ‘서비스디자인의 도입, 확산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 부분 참고
특히 2018년에는 디자인혁신실을 신설해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디자인씽킹, 디자인주도의 접근법이 조직내 자리잡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비스산업과 공공영역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디자인역할에 대한 인식과 수요시장 변화에 따라 구축되고 있는 디자인산업 생태계 모델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림 : 디자인산업 생태계 모델>
해외의 공공부문 혁신을 주도하는 디자인 조직
디자인을 통해 공공부문 혁신을 시도하는 각 국의 주요 조직들51)51) 정부를 위한 디자인, 2016년 4월호, 월간디자인
(덴마크) 덴마크의 마인드랩 (Mindlab) http://mind-lab.dk MindLab은 세계 최초의 공공 부문 디자인 혁신 연구소.(2002~) 그 연구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 배치 된 비슷한 실험실 및 사용자 중심의 설계 방법론의 확산을 촉발시켰음. 시민과 기업 중심의 정책개발 추구, 질 높은 공공서비스의 개발, 공공부문과 민간영역에서 쉽게 확산될 수 있게 하는 사용자 중심의 툴 개발, 사용자 중심의 정책개발을 위해 부처 간에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도록 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함. MIND Lab은 2019년부터 Disruption Task Force라는 명칭의 수상 직속 조직으로 바뀜.
(호주) 호주 사회혁신센터(TACSI, The Australian Center for Social Innovation) http://tacsi.org.au 2009년 설립된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이자 호주의 대표적인 사회혁신센터. 호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들을 직접 실행하면서 대안을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사회학자, 인류학자, 서비스디자이너, 사회복지사, 마을만들기 활동가, 파이넌스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일함.
(미국) 퍼블릭 폴리시 랩 Public Policy Lab  http://publicpolicylab.org 퍼블릭 폴리시 랩은 2011년 발족한 뉴욕의 비영리 단체로,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공공 서비스와 그 전달 방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 참여 디자인 및 시스템 사고에 전문성이 있는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를 비롯해 커뮤니티 기반의 디자이너, 서비스 디자이너 등이 초빙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음. 뉴욕시 여러 부처와 함께 적정형 주택 공급 서비스, 공립 고등학교 진학 안내 서비스, 소수계/여성 소유 사업체(MWBE) 지원 서비스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네델란드) 케니스랜드 Kennisland  www.kl.nl  ‘지식 주도 사회 개발을 위한 원동력이 되겠다는 목표로 1998년 설립한 비영리 기관. 온ㆍ오프라인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적 지위나 지역에 상관없이 여러 시민들의 지식과 재능, 경험, 직관을 모으고 이를 통해 사회 혁신을 이끌어 냄.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교육의 개선 가능성, 효율적인 정부, 개방된 문화유산, 저작권법의 현대화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혁신적 방법론을 제시해왔음.
(영국) 행동통찰팀 Behavioural Insight Team  www.behaviouralinsights.co.uk 행동통찰팀은 영국 내각 사무실 아래 행동경제학 유닛으로 탄생. 경제, 심리학, 정책 입안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춘 연구원들이 행동과학 원칙을 바탕으로 공공 서비스를 다시 디자인하고 있으며 <넛지>로 잘 알려진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자문으로 참여 중.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행동경제학 이론을 근간으로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들은, 최근 스핀 오프(spin off)를 하며 독립적인 기관이 됨. 현재는 영국뿐 아니라 시드니와 뉴욕에도 오피스를 두고 전 세계 정부들을 돕고 있음. 
기타 참고할만한 사례들
(영국) 디지털서비스디자인 설계 원칙 http://codenamu.org/2013/09/06/uk-gds-design-principle
(호주) 디지털 정부 혁신 전담반
사용자 니즈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도입함
* 호주 DTO는 2010~2015년 영국이 추진한 정부디지털서비스(GDS; Government Digital Service)를 벤치마킹한 것임
https://nia.or.kr/common/board/Download.do?bcIdx=15912&cbIdx=37989&fileNo=1
(싱가포르) 정부 내 디자인 조직 THE Lab 등
싱가포르 정부의 디자인산업 육성 전략 ‘디자인2025’ 발표시 정부의 디자인 활용 확대(디자인 전문가 채용, 조직 구성, 시범사업 실행)가 제시 된 바 있음.
디자인산업의 공급자,
디자인전문기업
MP3 제조업체 레인콤은 2002년 디자인전문기업 ‘이노디자인’의 컨설팅을 통해 삼각형 모양의 특이한 형태의 ‘프리즘’을 생산하게 되면서 당시 MP3 매출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다. 레인콤의 기술력도 뛰어났지만, 파격적인 디자인이 구매율을 높였던 가장 큰 이유였었던만큼 이노디자인의 디자인역량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디자이너들은 표준산업분류상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디자인전문기업’과 기업 내부의 디자인부서 및 연구소와 소속 디자이너들, 소상공, 1인기업, 프리랜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기업 내부의 디자인부서 및 연구소는 디자인서비스의 공급자로 규정하기에 적절치 않다. 기업의 내부 디자인 수요에 따라 디자인하기는 하지만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볼 때 디자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에 디자인을 제공하는 공급자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산업의 공급자는 디자인전문기업이다. 디자인전문기업이란 "디자인 컨설턴트(design consultants)"나 "디자인 컨설팅회사(design consultancy)"를 말하는 것으로, 고객과 기업들을 위한 전문적인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디자인 용역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컨설팅 산업으로 분류되어 서비스 산업으로 분류된다. SIC 코드에 의한 산업 분류체계를 따르면, 디자인 전문기업들(design consulting firm)은 경영 및 홍보 서비스(management and public relations services)분류에 속해있다.
디자인전문기업은 소규모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대규모의 디자인컨설팅 기업으로 구별할 수 있다. 소규모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디자인의 전문분야를 다루며 대체로 작가주의적인 경향을 보이며 이탈리아의 스타 디자이너가 경영하는 디자인스튜디오를 예로 들 수 있다. 대규모의 디자인전문기업은 디자인의 종합적 범위를 수행하며 디자인리서치, 트렌드, 전략 컨설팅 역량이 강조되며 서비스 개발 등 경영컨설팅 전문기업과 유사한 서비스도 수행하고 미국의 IDEO와 같은 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디자인전문기업은 단순한 디자인 개발용역 이외에도 디자인 컨설팅이나 제품/서비스 개발, 사용자 리서치, 미래 전략 개발 등 다각도로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은 주로 매출을 단순 디자인 개발용역을 통해 얻고 있으며(매출비중 중 64%) 앞으로 단순 대행 업무를 하는 에이전시(agency), 컨설팅회사(consultancy), 독자적으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기업(firm)의 개념이 비즈니스 유형에 따라 구분되어 보다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52)52) 유영선 등 (2010), ‘디자인 전문기업 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전문기업은 디자인 서비스 공급자로서 국가 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에 디자인전문기업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디자인산업 나아가 산업 생태계의 현황 파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디자인서비스의 제공자인 디자인전문기업의 경쟁력은 중소기업들의 디자인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이것은 곧 산업 전반, 특히 소비재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디자인의 국제 경쟁력은 10위~15위 수준으로 측정53)53) the Design Innovation Centre at the University of Art and Design in Helsinki (2011), GLOBAL DESIGN WATCH
되고 있는데 이것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역량을 갖춘 소수의 대기업들의 선전에 따른 것으로 과대 평가된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은 디자인산업 생태계에서 보자면 서비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이다.
국내 디자인전문기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경쟁력이 취약하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2019년 산업디자인통계조사 결과로 볼 때 평균 직원 수는 4.97명, 2~4명이 55.9%로 가장 많다. 디자이너 수는 평균 3.15명이다. 매출액은 평균 6억5,073만원으로 조사되었다. 2008년 매출액은 평균 6억6,638만원이었다. 11년 전과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물가상승을 고려(소비자물가지수)하면 2008년을 기준시점으로 할 때 2019년은 1.218배54)54) 통계청 화폐가치 계산 http://kostat.go.kr/incomeNcpi/cpi/cpi_ep/2/index.action?bmode=pay
, 즉 2019년의 디자인전문기업 평균 매출액은 8억1,165만원이 되어야 한다. 약 10년 전에 비해 현재 매출은 80% 수준밖에 안 되는 셈이다.
현재 국내 디자인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좀 더 잘 설명하는 지표는 디자인이 속한 비즈니스서비스업의 무역수지라 할 수 있는데 34개 OECD 국가 중 33위로 경쟁력이 낮다. 2011년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미 FTA는 비즈니스서비스업 세계 1위 국가인 미국과 꼴찌에 가까운 수준의 우리나라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 것으로, 디자인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한 환경변화다. 꼴찌와 일등을 같은 조건에 링에 올려 싸움을 붙이면서 꼴찌에게 맷집이 생길 것을 기대하는 것 같은 상황이다.
디자인전문기업 & 인하우스디자인팀
하나의 기업 내부에 강한 디자인팀이 있는 것보다 하나의 강한 디자인전문기업이 있는 편이 산업에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삼성 회계팀에 뛰어난 전문가들이 몰려있는 것보다 회계컨설팅을 잘하는 기업 하나가 많은 다른 기업들에게 뛰어난 수준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산업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디자인역량이 몰려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에서 55개를 수상하여 역대 최대 수상 실적을 기록하였다. 대기업들이 수없이 따내고 있는 주요 국제공모전 수상작 수를 보면 그들의 높은 디자인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대기업들의 뛰어난 디자인 수준을 우리나라의 공통역량이라고 말할 수 없다. 대기업 내부로 들어간 디자인역량은 산업에서 공통 활용될 수 없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마트에 있어야 할 카트들을 언제부터인가 각자의 집으로 가져가 사용하는 것과 같다. 산업의 중간재인 사업서비스업은 개인용 카트가 아니라 마트의 카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업이다.
한 국가의 디자인산업은 비즈니스서비스업인 디자인전문기업의 역량에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디자인기업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지속 성장하고 있는가로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건강함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공급보다 수요가 풍부하게 있어야 할 것인데 디자인기업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과다 경쟁으로 불안정한 경영과 좀처럼 늘지 않는 수요시장 속에서 힘든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은 아직 매우 취약한 구조다.
디자인진흥을 위해서는 수요기업들이 디자이너를 채용하여 디자인역량을 내부화하기를 돕기보다는 산업에 디자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수 디자인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역량을 강화시켜 뛰어난 디자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너무 많은 디자인 전공자
'디자인 인력의 평균 연령은 33.9세였습니다. 전체 취업자 평균연령이 44.7세임을 고려하면 다른 직종에 비해 약 10년 정도가 젊은 것입니다.'55)55) ‘디자인 직종, 취업 후 3∼5년이 고비’. 연합뉴스. 2014.11.29.
- 기사 중 고용정보원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 발췌
위 기사가 의미하는 실상은 디자이너가 타 직종 평균보다 10년 정도나 일찍 퇴직 또는 전업하게 된다는 것이다. 디자인산업의 공급자는 다른 산업보다 대체로 10년 정도 더 경력이 적다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이 문제의 기획 단계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역할로서 활용되기 보다는 주로 스타일에 국한된 문제해결 방법으로 활용 되는 결과로 나타난다.(초급사원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겠는가?)
또한 이 사실은 오랜 디자인 실무 경력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사회적으로 활용될 기회가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영역에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통찰력이 활용되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사회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가진 인적자산이 중요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소실되고 있다는 말이다.
디자인업종의 이직, 퇴직이 다른 직종보다 10년 정도나 빠른 원인은 무엇일까? 낮은 급여와 많은 업무 등 열악한 근무 조건이라 추정된다. 그리고 근본적 원인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인력 공급이다. 지나친 인력 공급은 상당부분 대학의 과다한 전공자 배출이 원인이다.
디자인 전공자의 과도한 인력 배출이 디자인산업 생태계에, 좁게 보면 디자이너의 근무여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에서의 전공자 배출은 2019년 기준 21,975명 규모로 32만8천명(디자인 활용업체 디자이너 261,760명, 디자인전문업체 디자이너 17,566명, 공공부문 디자이너 830명, 프리랜서 47,847명)56)56) 2019산업디자인통계조사(2019), 한국디자인진흥원
내외인 국내 디자이너 고용 규모를 감안할 때 과공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재직자의 7%에 달하는 신입 인력이 고용시장에 매년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또한 디자이너로서의 자격제도 등 인력시장에서의 제도적 진입장벽이 없었던 점에 따른 결과로도 볼 수 있는데, 비전공자의 경우에도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을 고려한다면 디자인전공자가 디자이너로서 직장을 얻게 될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인력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인력 공급은 디자인산업의 나쁜 근무여건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디자인산업의 고도화를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3.58년에 불과한 디자이너의 짧은 평균 근속연수57)57) 한국디자인진흥원 (2009), ‘2009 산업디자인통계조사’ 해당 지표는 2009년 이후 조사되지 않음.
등은 위와 같은 디자인 인력시장이 갖는 심각한 문제점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디자인 전공자가 매년 학교에서 과다한 규모로 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전문기업들은 고질적인 구인란을 겪고 있다. 그것은 왜일까?
디자인전문기업이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거나 오래 근무할 충분한 동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내부의 디자인팀에서 근무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대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이라면 신입이고 경력이고 가리지 않고 채용하고 있다. 우수한 디자이너가 대기업으로 옮겨가면 기업에서는 디자이너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디자인산업 생태계에서 볼 때 기존에 공급자였던 인적자원이 수요자로 전환되는 것이며 디자인서비스업의 전문성이 소실되고 대신 대기업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다. 디자인전문기업에서 디자인서비스를 제공하던 개인이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해당기업의 디자인업무만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니, 전문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디자이너의 이직은 전체 국가 디자인역량의 총합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우수한 디자이너가 대기업으로 이직하게 되면 디자인전문기업의 역량은 줄어들고, 이 디자인전문기업의 컨설팅을 받던 중소기업의 디자인 품질은 낮아지고, 디자인전문기업의 매출이 줄어들고, 디자인전문기업 디자이너의 근무여건은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디자인전문기업은 우수한 디자이너를 뽑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 악순환이 가속된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도 모든 디자이너들이 가고 싶어하고 오래 근무하고 싶어하는 좋은 디자인기업들이 다양하게 나타나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디자이너 경력관리를 통해 1인 기업, 작은 디자인기업에서 근무해도 디자이너로서 경력이 체계적으로 관리 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19년 디자인 대가기준, 표준계약서, 경력관리를 위한 시스템과 관리체계가 마련되어 비로소 디자인계 오랜 숙원이 해소될 여건이 갖추어졌다.
구분
주요 내용
경쟁
환경
○ 취약한 국제 경쟁력
- 국내의 디자인산업은 급속히 쇠퇴(2007년 9위 -> 2010년 15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 1) 중소기업의 디자인에 대한 낮은 인식, 2) 이로 인해 늘지 않는 디자인 수요시장, 3) 인력공급과다와 노동환경 취약성으로 우수인재의 유인성 낮음 4) 디자인 전문기업의 역량 미흡과 영세성 등 세계 수준에 비교해 볼 때 국내 디자인산업은 많은 취약점이 발견됨
○ 글로벌 경쟁 심화
-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디자인기업이 국내 기업의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음. 국내기업은 디자인 리서치 등 종합적 컨설팅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듦
R&D
○ 정부R&D 투자 부족으로 공통 활용 기술력 저하
- 국내 디자인 R&D 예산은 253억 원(’10년)으로 R&D 예산 13.7조원의 0.2%에 불과, 디자인리서치, 컨설팅 등 공통 디자인기술 연구의 질적, 양적 수준 미흡
- 민간기업의 연간 디자인투자는 3.5조원(‘08년)으로 전체 R&D 투자 대비 14.6% 수준
○ 디자인산업에서의 R&D 육성 전략 부족
- 정부R&D 중 디자인 예산은 디자인산업 고도화에 활용되기 보다는 대부분 제조기업의 제품개발 프로세스 상에서 제품 외관의 실제화 역할로서 디자인개발비를 지원한 성격이 많았음
- 제품디자인 역할이 해당 제품의 시장성을 높이고 판매촉진에 기여한 바는 분명하나, 1) 공통 기술로서 타제품에의 응용되는 등 관련 산업에의 파급효과가 적고 2) R&D주관기관인 디자인기업의 본원적 역량 향상에 기여된 면이 적었던 점 등 한계를 가짐
○ 대기업의 디자인 R&D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
- 대기업은 디자인 R&D에 대해 많은 투자와 함께 R&D에서 디자인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디자인주도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선도 기업으로 성장
-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디자인 R&D 수준 격차 심화
○ 전문기업의 R&D 역량 부족에 따른 디자인기술 역량 취약
- 디자인 전문기업 영세성에 따라 우수한 인재가 장기적으로 국내 디자인산업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대기업이나 해외기업, 타 산업분야로 이동하고 있음. 결과적으로 디자인산업의 공급자인 디자인전문기업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음
인프라
○ 인력 수급 부조화
- 매년 24,000명 내외의 전공자들이 고용시장에 배출되고 있으나 인력 수요시장 부족으로 많은 인력이 수용되지 못하고 국내 및 해외의 상급 단계로 진학하거나 타 산업분야로 진출하는 등 많은 노동생산 요소가 기회비용을 잃고 있음
○ 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미흡
- 전공자 배출이 과다함에 비해, 디자인학과 대부분이 스타일링 위주 교육,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업계 수요에 부응한 인력공급은 미흡
- 디자인전문기업의 경우 사내 교육기관 보유비율이 0.6%에 불과한 등 실무자 교육투자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취약
* 사내 교육기관 비중 : 대만 : 41.2%, 英 20%, 日 6.9%, 한국 : 0.6% (4차 산업 디자인 진흥 종합 계획, 2008, 한국디자인진흥원)
- 고급 전문 인력이 양적․질적 증가 중이나 대학 및 연구소, 대기업에 편중
기업
○ 공급자 역량 미흡, 수요자의 디자인 활용 수준 미흡
- 디자인전문기업의 디자인 기초기술 및 종합적 디자인컨설팅 능력(Total Design Solution)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
- 디자인 수요자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디자인을 제품의 외형개선으로만 인식, 활용하는 경향. 先기술개발․後디자인개발에 따라 경영성과 제고 영향 미약
<표 : 국내 디자인 산업 현황 및 문제점58)58) ‘디자인산업비전2020’,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윤성원 등,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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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온다
디자이너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
디자인은 R&D일까?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R&D로의 변화
산업 융합, 신산업을 만드는 디자인
산업융합의 촉진제로서의 디자인
디자이너의 사정
디자인 분야를 막론하고 현재 국내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다음의 환경에 처해있다.
1. 치열한 경쟁환경(공급자 과다, 진입장벽 낮음) 속에 있다.
디자이너는 산업규모에 비해 과잉 배출된다.
* 연간 디자인 전공자 배출 : 한국 2만1천명, 영국 1만9천명
디자이너 자격제도 등 인력시장에서의 작동하는 실질적인 진입장벽이 없어 비전공자의 경우에도 디자이너로 취업하기 쉽다. 디자인전공자가 디자이너로서 직장을 얻게 될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2.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과거보다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디자인에 돈을 쓰지 않고 있어서 수요시장은 커지지 않고 있다.
국내 디자인산업은 높은 경쟁환경에 있다. 디자인산업의 공급자는 늘고 있는데 수요는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전문기업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줄고 있다.
디자인 전문기업은 3,982개(’10년)에서 6,264개(’19년)로 157% 증가하였는데, 연 평균 매출액은 6.48억원(’10년)에서 6.33억원(’19년)으로 오히려 줄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매출이 80% 이상 줄어든 셈이다. 영업이익도 9.2천만 원(’10년)에서 6.5천만 원(’19년)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59)59)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산업통계조사’, KIDP, p.35, 2020.
* 디자이너 월평균 임금은 전 산업 월 평균 임금보다 약 30만원 낮음. 디자인산업(168.1만원)은 전 산업 월평균(199.4만원)보다 31.3만원 적고, 고부가가치 산업인 SW산업 월평균 (327.1만원)보다 159만원 적음 (한국디자인진흥원, 2019)
*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지식서비스산업인 지식재산서비스업이 ’11년 평균 매출액 6.38억 원으로 디자인업과 크게 차이가 없다가 ’17년에는 11.5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60)60) 손수정, 양승우, 우청원, 목은지, 박현준,「지식재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산업 육성 추진전략 연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p 25, 2020.
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디자인업의 애로를 느낄 수 있다.
3. 정보화, 세계화의 진전으로 해외의 경쟁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대기업들의 해외향 신제품, 통합적 제품 컨설팅, 신제품 전략 개발, 선행디자인 등 규모 있는 일거리는 해외 디자인기업에게로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 프로젝트 수가 적고 규모도 작아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디자인기업이 늘고 있다. 작고 힘들게 벌어 크게 쓰는 정황이다.
*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이 속한 비즈니스서비스업의 무역수지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
4. AI, 자동화 기술 등 신기술이 디자이너가 하던 역할을 대체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산업디자이너는 표준화된 대량 생산품을 디자인해 왔지만 인공지능이 디자인하고 개인화된 소량 맞춤 생산, 유통의 시대가 오고 있다. 디자이너의 노동력이 상당부문 AI와 기계로 대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기술에 대해 높은 수용성을 가져, AI도입과 자동화와 무인화도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로봇 도입률은 세계 1위이다.
* 2016년 기준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로봇 531대로 1위. 2위 싱가폴 398대. 세계평균 69대
오랜 시간 노하우로 익혀야 했던 디자인기술을 AI와 자동화가 대신하게 되면 누구나 쉽게 디자인할 수 있게 되면서 동시에 디자이너의 일거리는 사라질 것이다.
이만하면 디자이너에게는 사면초가라 할 만하다.
수요자 중심으로 변해가는 세상
산업의 중심이 제조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옮겨가면서 가장 크게 변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IT기술, 미디어혁명 등 각종 과학기술의 성과도 사회, 문화 우리 생활의 전 영역에 있어서 수요자의 힘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수요자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학문과 기술 분야가 각광 받고 있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기업의 내부자원을 잘 이해하고 효율화함으로써 차별적 경쟁우위를 지속하고자 하는 관점의 경영학, 경제학, 마케팅 등의 도구 대신, 점차 수요자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뇌 생리학, 심리학, 인지과학, 소비자학, 행동경제학, 디자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도 최근 ‘사용자경험디자인’ 등의 내부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나타내는 증거이다. IBM, GE, 엑손모빌 등 세계 주요기업들은 인간을 연구하는 다학제적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상호작용 및 경험연구소’ (IXR)를 통해 ‘기술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명제 하에 디자이너, 심리학자, 소설가 등이 주도가 되어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연구함으로써 미래에 필요해질 기술의 비전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디자인센터도 인문학 전공자가 15%가 넘으며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기업도 소비자의 욕망을 포착해 새로운 경험을 주는 신사업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제조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중심축이 옮겨감에 따라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디자인의 수요시장과 공급자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자인,
R&D인가 아닌가?
지루하게 반복되는 질문이다.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R&D예산은 317억(디자인기술력향상사업 253억, 디자인기반구축 64억)으로 부처R&D 총예산 4.4조원의 0.72%,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R&D예산은 421억(디자인혁신역량강화사업)으로 산업부 및 중기부R&D 총예산 4.9조원(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분리, 2019년 산업부 R&D예산 3.2조원. 2019년 중기부 R&D예산 1.7조원)의 0.86%,이다. 10년간 약 133%가 증가되었지만 아직 전체 예산의 1%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산업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디자인은 기술을 사용자에 맞추는 기술이다. 디자인의 특성은 매우 다양하여 R&D인 부분도 있고, R&D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 논란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글을 공유한다. OECD 국가들은 정부의 R&D 투자 기준을 가늠하는데 프라스카티 매뉴얼(Frascati Manual)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음은 매뉴얼 중 디자인에 관해 언급된 부분을 정리한 것인데
요는, 디자인은 R&D인 영역도 있고 R&D에 해당되지 않는 영역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경영활동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면서 R&D에 해당되는 디자인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D의 정의 및 범위
OECD(Frascati Manual, 2002)에 따르면 R&D는 ‘사람, 문화, 사회가 보유한 지식의 양을 증대시키거나, 새로운 활용을 고안하기 위해 이 지식을 활용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방법으로 수행되는, 창의적 작업’으로 정의된다.(2.1)
지식의 분야 또는 영역 등은 R&D 포함 여부와 무관, 즉 모든 지식 분야가 R&D에 포함될 수 있다. R&D의 범위는 자연과학 및 엔지니어링에서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망라하는데(1.6), 이는 R&D가 모든 지식 내지 학문분야를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특정 활동의 R&D 포함 여부는 활동의 유형이 아니라, 활동의 목적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R&D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는 과학 및 기술 정보 서비스(scientific and technical information service : 자료의 수집, 코딩, 저장, 분류, 배포, 해석, 분석, 평가 등의 전문화된 활동)'의 경우에도 만약 이 활동들이 ’오로지 또는 주로 R&D 프로젝트를 목적으로 수행될 경우‘에는 R&D 활동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해석은 가장 분명하게 R&D에서 배제될 수 있는 교육훈련(Education and Training)의 경우에도 활동 목적에 따라서는 R&D로 인정될 수 있음을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 예컨대, 대부분의 교육훈련이 R&D에서 배제되나, 대학에서 박사수준 학생에 의해 수행되는 연구는 R&D의 일부로 포함될 수 있다.(2.2.1)
디자인 R&D
구체적인 디자인 활동의 R&D 여부 역시 해당 활동의 유형이나 내용이 아니라, 목적과 특성에 의해 구분된다. 즉, 디자인 활동의 목적과 특성이 R&D의 정의에 부합하는가가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된다.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프로세스의 착안, 개발 및 구현(생산)에 필요한 절차, 기술 사양, 작동 특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 활동은 R&D에 포함(2.3.4. 124)된다. 예컨대, 디자인 외관의 구상(drawings)도 목적에 따라서는 R&D에 포함될 수 있다.
새로운 제품 또는 프로세스에 대한 구상이나 기획이 ‘설계도(drawings)’ 또는 ‘별개의 자료(separate specification sheets)’에 구현되어도 가능하다.(2.3.4. 125)
매뉴얼은 산업디자인 및 드로잉(industrial design and drawing)에 대해서 ‘R&D 활동에서 필요한 경우 R&D에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2.3.4)하고 있다. 즉, R&D의 정의에 부합하는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 활동은 R&D로 간주하는 반면, 생산 또는 생산 준비 목적에서 필요한 경우 R&D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프로토타입의 개발, 엔지니어링활동 등의 R&D 포함 여부에 대한 접근에서도 다시 확인된다.(2.3.4.)
프로토타입(prototype)의 개발은 ‘일차적인 목적이 추가적인 개선(further improvements)에 있는 경우에 한하여’ R&D로 포함되며, 엔지니어링 활동(industrial engineering and tooling up)의 경우에도 신제품이나 신공정의 개발과 관련이 깊을 때에 한해 R&D에 포함된다. 한편, 디자인을 '서비스R&D' 관점에서 파악하더라도 위의 논의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즉, 서비스 활동 중에 R&D의 정의에 부합하는, 즉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나 지식의 새로운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적인 활동의 포함여부에 의해 판단된다.(2.4.3.) 따라서, 혁신 제품·서비스 개발 활동으로서의 디자인 활동과 이 활동의 달성을 위해, 또는 활동 과정에서 이루어진 디자인 지식·경험·스킬 등의 개선·혁신 활동도 디자인 R&D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디자인 활동 또는 디자인 서비스의 제공과 관련한 방법론,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개발 또는 개선은 물론, 서비스의 제공방법(프로세스) 내지 조직화 방법(비즈니스모델 등)의 개발 또는 개선 등도 포괄된다.
글쓴 이 : 허민구 크리엑티브컨설팅 대표
추가 수정 : 윤성원
산업연구원은 일반 기술R&D에 투자했을 때 보다 디자인에 투자할 경우 5배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디자인은 창의성과 혁신의 연결고리로서 R&D의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R&D에는 디자인 활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정부R&D 과제 기획 단계에서 디자인 활용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R&D는 대체로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과제수행)에 주로 집중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그 이전 단계인 ‘어떤 필요 때문에,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과제기획)라는 본질적 탐구의 영역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 영역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R&D에 ‘어떤 필요 때문에,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연구할 때는 기존의 기술로드맵과 기술분야 전문가의 수요조사가 아닌, 사회ㆍ문화 맥락적 연구가 필수적으로 선행 되도록 R&D의 운영 규정이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는 정부R&D 과제가 만들어질 때 사용자가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니즈를 가지게 될지 디자인 리서치(사용자니즈 파악, 미래니즈에 대한 예측 등)와 같은 사회, 문화 맥락적 연구가 선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둘째, 정부R&D 과제 수행에 있어서도 디자인 활용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R&D에는 기능실현의 차원을 넘어 사용편의성, 감성적 만족 측면까지 수요자 중심의 혁신을 유도하는 장치가 없다. 어떤 기술이 시장에 나왔을 때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미세한 차별점이다. 감압식 풀스크린 터치 스마트폰(프라다폰)은 LG가 세계최초로 개발했지만 세계를 재패한 것은 아이폰이었고 우아하게 구현된 사용자경험 디자인, 편리한 사용성이 아이폰의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기존의 R&D 평가 기준에도 사용자 중심의 평가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디자인 활용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랜 기술 중심의 정부R&D의 관성을 깨고 사람 중심의 R&D로 변화 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유도하자면 보다 강력한 변화의 트리거가 필요하다. 사용자경험 만족도 등 사용자 측면에서 R&D의 평가지표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적용한다면 R&D가 사용자 지향으로 변화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R&D 제도개선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R&D를 실현하는 기술로서 디자인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산업부R&D 사업비 산정기준에는 ‘디자인 정보조사’, ‘디자인 개발’, ‘디자인 컨설팅’ 등에 예산편성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보다 다양한 기술 단계별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제시해야 할 것이다. TRL61)61) TRL은 정부R&D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R&D의 프레임워크. 기술상용화 정도에 따라 총 9단계로 정의된다. 산업부의 R&D사업은 주로 TRL 2~7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본래 NASA에서 개발해 항공·우주 및 국방 분야 R&D에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R&D 실정에 맞게 재개발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으나 아직 이에 대응하는 모델은 없는 실정이다.
단계별, 사업별, 제품별 특성에 따라 디자인의 활용 범위와 적용 효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가늠할 수 있는 표준안과 평가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현행과 같이 ‘디자인 정보조사에 대한 예산 편성을 허용한다’는 식의 소극적 방법이 아닌, 기술과 제품 특징에 따라 필수적으로 예산의 적정 비율 이상을 디자인에 활용해야 한다는 등 변화 촉진을 위한 적극적인 관점에서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경험 만족도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자경험디자인, 서비스 이해관계자의 전반적인 욕구를 고려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드는 서비스디자인 등 사용자 중심의 연구개발이 될 수 있게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R&D에서 스타일링으로서의 디자인 활용은 R&D가 아니라는 논란을 가져올 것이므로 지양하는 것이 맞다. 기획과 전략을 수립하는 디자인 역할,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 기술과 제품, 서비스의 기획과 전략을 수립하는 디자인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디자인R&D에 관해 정부는 R&D에서 디자인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체계와 규정을 마련해 디자인에 대한 R&D 비중을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R&D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높일 방안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디자인R&D가 추진되어 온 경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디자인기술개발 사업의 세부 사업으로 디자인R&D를 관리해왔고 기간 중 168개의 디자인R&D 과제가 추진(총 예산 209억원, 과제당 평균 1.3억원)되며 디자인에 대한 학문적 고찰부터 소비자조사, 공용DB 구축, 실용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과제가 연구 개발되었다.
2009년 정부의 R&D 통합관리 방침에 따라 한국디자인진흥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 산업부 산하 7개 R&D 지원기관의 평가관리 업무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으로 통합 이관되어 현재에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디자인분야를 포함하여 산업부의 R&D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기술분야와 통합되면서 구조적으로 디자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평가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 R&D 내에 디자인의 역할 확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은 향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정부R&D 내에서 디자인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입증하고, 디자인의 참여를 통해 R&D가 효과를 높일 방안을 찾고 제도화함으로써 기술 중심의 세상을 좀 더 인간 중심의 세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또한 디자인산업 자체의 고도화를 위해 디자인R&D과제를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필요한 과제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 R&D로
기술이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개발로서 디자인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는 사례로는 필립스디자인센터의 예를 들 수 있다. 1996년 필립스디자인센터는 ‘미래의 비전(Vision of the Future)'이라는 약 10분 정도의 짧은 영상을 발표한다. 10년 후(2005)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전망하여 어떤 생활양식이 나타날 수 있을지 제품/서비스의 컨셉을 예상해 보여준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된 ‘선행디자인'62)62) '선행디자인'이란? : '일반적으로 선행디자인은 디자인 중심의 경영전략을 의미하기도 하며, 좁은 범위로는 한 기업에서 상품개발을 진행할 때 디자인을 먼저하여 디자이너의 의도가 제품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함. Zapolski(2005)는 기업의 경영 전략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선행디자인 개념을 정의하여 ‘기업에서 전략적인 가치 창출의 근본적인 수단(Design as a Core Strategy)을 디자인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음.'(하수경, 김유진, 신철호, (2009), ‘국내 선행디자인의 개념 및 유형에 관한 고찰’, 상품학연구 제27권 제2호) 현재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제품 개발에 있어 선행디자인 프로세스를 취하고 있음. 그 중에도 디자인 주도형 개발의 장점을 잘 설명하는 대표 사례로서 크리스털로즈 LCD TV를 들 수 있음. 삼성이 보르도TV를 출시한 이후 경쟁사들이 곧 디자인 따라하기 시작함. 삼성전자는 ‘디자인조차 흉내 낼 수 없게’라는 기치로 크리스털로즈 시리즈를 개발하게 되는데, 이것은 디자인팀이 제안한 선행디자인으로부터 시작됨. 디자인팀은 신비한 유리 질감의 테두리를 가진 TV디자인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베니스의 유리 기술을 참고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특별한 이중 사출기술을 적용해 생산하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하게 됨. 이렇게 개발된 크리스털로즈 LCD TV는 출시 후에도 한동안 카피 자체가 불가능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특별한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음.삼성은 ‘08년 4월 크리스털로즈 LCD TV 출시 후 미국에서 40인치 이상 LCD TV 점유율에서 47.7%로 소니(26%)를 처음으로 압도하게 됨(크리스털로즈 출시 전 시장점유 : 소니 36.2%, 삼성 30.8%). 또한 미국 시장조사기관 TFC 조사 결과, '100달러를 더 주더라도 삼성 LCD TV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82.6%에 달하는 등 고객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전 세계 특급호텔에 공급되는 등 2008년만 3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삼성의 브랜드를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함.
프로젝트로서 당시 디자인계는 물론 연구자, 제조사, 일반인들에게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
<사진 : 미래의 비전. 필립스디자인센터. 1996>
영상 보기 : http://www.youtube.com/watch?v=hvGb-o2Y_Xo
디자이너뿐 아니라 문화인류학자, 인간공학자, 사회학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300여개 이상의 창의적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60여개의 핵심 개념을 담은 개인, 가정, 공공, 이동의 4가지 영역으로 영상을 제시하였다. 이 영상은 당시 연구자, 제조사, 일반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 발표 후 10년 시점에서 확인을 해보니 제시되었던 기술 중 80% 이상이 상용화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필립스의 디자이너들이 기가 막히게 예측을 잘했다기보다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시각화된 강렬한 비전을 통해 영감을 얻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공상과학소설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의 상상력은 대체로 과학기술을 20년 이상 앞서 갔다고 한다. NASA의 과학자들도 그의 1997년 소설 ‘3001년 최후의 오디세이'의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나노튜브를 이용한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가능성을 연구했다고 한다.
‘미래의 비전'은 디자인이 신기술, 신상품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이 외형상 매력도를 높이는 치장의 역할을 넘어,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미래를 제시하고 고객 잠재욕구를 찾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창의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미래를 상상하여 구체화시키면 그것을 보고 영감을 얻은 과학자, 기술자들이 그 상상력을 실현시키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 중심의 연구개발의 모습일 것이다.
삼성전자도 1900년대 후반부터 디자인 주도로 미래의 상을 그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했다. 지금 세계 최고 기업이 된 것도 이 때 디자인주도형 기업으로 변화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할 수 있다. 2000년 중반부터는 디자인센터 내에 CNB 팀(Create New Business team)63)63) 중장기 신사업 발굴을 위한 신사업 기획 팀의 명칭. 5~7년 뒤에 발생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모습을 디자인 관점에서 창안함.
이 구성되면서 디자이너들이 신사업 컨셉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는 변화가 생긴다.
<그림 : 삼성전자의 디자인 주도 제품개발 framework>
애플, 삼성전자, LG전자의 디지털 TV, 현대/기아의 자동차 등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제품과 기업 성장은 상당부분 디자인 주도형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디자이너가 사업기획, 제품기획에서부터 형상화까지에 이르는 전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 주도형 개발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창출하기 위해 사전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이 참여하고 있다.
기술과 제품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 또는 시장 중심의 개발이 중요해지면서 산업의 미래를 구상하는 방식도 기술로드맵 대신 시나리오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시나리오, 이야기라는 것은 본래 등장인물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시나리오는 인간의 욕구를 토대로 작성되고 그 욕구가 보편타당하게 그려진다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미래를 그럴듯하게 그리면 그것은 미래가 될 수 있다. ‘미래의 비전’의 경우와 같이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을 불러오는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사람들을 움직여 결국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도록 만든다.
<그림 :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R&D의 변화>
공감력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이다.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근본적 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회와 문화, 정치를 변화시키고 법과 제도를 변화시킨다. 앞으로 인간의 욕구에 대해 더 잘 연구하기 위한 디자인, 문화인류학, 심리학 등 인간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는 학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를 우선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찾는 것은 그 이후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인간 중심의 개발 프로세스가 실현된다면 다양한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 산업과 산업이 만나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게 된다.
신산업을 만드는 디자인
조리기기를 만드는 작은 기업이었던 ‘자이글’은 지난 2009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신기술디자인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디자인전문기업인 ‘비타디자인’(대표 최정민)의 자문을 받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금액은 5천만원으로 제조사조차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던 지원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디자인컨설팅을 담당하게 된 비타디자인은 고기 굽는 불판과 히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제조사는 본래 불판 제조기술에 대한 기술력만을 갖고 있어서 다른 영역의 기술을 융합한다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비타디자인이 난방제품에나 쓰이던 원적외선 기능을 불판 위에 장착하자고 제안해온 것이다. 결국 양방향에서 고기를 구우면서도 연기가 나지 않고 고기도 타지 않는 독특한 조리기를 개발하게 되었고 곧장 히트상품이 되었다. 이 제품으로 자이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매출액 2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60%로, 지난해에는 일본에 진출하게 되면서 일본 홈쇼핑시장 주방가전 분야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고기 굽는 불판(조리기기)와 히터(난방기기)는 지금껏 서로 만난 적이 없던 이종 기술, 이종 산업이다. 디자인은 본래 연관이 없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 산업과 산업을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융합의 촉매로서 서로 관련성이 낮았던 개념과 사물을 서로 연결하고, 서로 만나지 못했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국의 디자인기업 시모어 파웰과 함께 미래 주거생활의 미래 비전을 구상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아래 이미지는 그 개발 결과 중 일부이다. 떠다니는 주거공간으로서의 비행선인 ‘에어 크루즈’의 컨셉을 제시하며 항공산업과 건설업의 융합이 그리고 있지만 이것은 디자인이 산업과 산업의 융합의 매개체라는 것을 상징하는 사례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시모어 파웰이 제시하는 미래 주거 비전>
예를 들어 비행선이 건강검진센터나 요양원을 의미한다고 보면 이것은 항공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의 융합 모델로서 무궁무진한 새로운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신산업을 창출하는 컨셉이 될 수 있다. 저속으로 비행하는 크루즈와 같은 항공기 내에서 장기 투숙객을 대상으로 심리적 치유와 건강검진, 건강관리 프로그램, 유기농 식단 운영 등으로 건강을 되찾아주는 웰니스 헬스케어 센터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세계 각지를 유영하면서 주요 도시에 정박해 여행, 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여기서 디자인은 인간의 잠재된 욕구로부터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견함으로써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의 산업 생태계의 컨셉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서비스 모델을 창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고품위 의료관광 컨설팅 서비스
- 웰니스에 관심이 많은 장기 비행 투숙객을 위한 숙박서비스
- 지상-항공간 원격 진료 서비스
- 의료 검진 장비 렌탈 서비스
- 제한된 공간안에서 라이프로그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 웰니스 식단 컨설팅 서비스
- 비행선내에서 이루어지는 컨벤션사업 및 관련 서비스
- 비행선내에서 이루어지는 엔터테인먼트사업 및 관련 서비스 등
<항공 + 헬스케어산업 융합로 창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예시)>
그림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중국에 있는 뇌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미국에서 실시간으로 협동 진료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그려낸 코닝사의 비래 비전의 한 장면이다. 이것 역시 각종 기술과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어야만 달성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비전이 타당하고 매우 매력적이라면 비전에서 제시된 산업과 서비스, 제품이 개발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양한 기술간 융합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림 : 코닝이 제안하는 미래 비전 : A Day Made of Glass 2. 2012>
http://www.youtube.com/watch?v=jZkHpNnXLB0
산업융합을 이끄는 디자인
기술적 목표가 아니라 인간 삶의 고양이라는 차원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를 그리게 된다면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술의 융합, 산업의 융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인간의 욕구 기반으로 설정된 목표는 분화된 개별 기술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융합적 기술/제품/서비스로만 실현 가능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의 비전과 목표를 그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 제품, 기술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간 욕구 중심의 비전 설정은 ‘융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인간 중심, 시장 중심의 혁신이 실현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산업융합 생태계로의 미래의 전망이 기존 디자인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디자인산업의 공급자와 전달체계가 더 적은 자원으로도 더 큰 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산업이 전반적으로 더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디자인을 활용하여 가격 및 기술의 경쟁력 외에 고부가가치를 갖는 제품 및 신서비스 창출을 통해 산업 구조가 고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디자인산업은 관광,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타 서비스산업과 이종 서비스산업을 융합하는 연결자로서 새로운 형태의 융합산업을 창조하게 될 것이며, 서비스산업과 가전제품, 운송기기 등 제조산업을 융합하면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 다양한 산업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서로 관계될 일이 없었던 A산업과 B산업이 서로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잠재 수요를 파악하는 예민함과 함께 다소 엉뚱한 창의성이 필요하다. 융합을 통한 신시장 창출을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안에서 요구되었던 경쟁력과는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잠재되어 있는 욕구를 발견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낯선 대상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연결자가 필요해진다. 이 연결자는 위험회피의 성향과 거리가 멀어야 한다. 주어진 조건을 개선하기 보다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자여야 한다.
디자인은 본래 연관이 없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 산업과 산업을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융합의 촉매로서 서로 관련성이 낮았던 개념과 사물을 서로 연결하고, 서로 만나지 못했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이 디자인의 역할과 수요를 높임에 따라 2019년,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기술과 패션섬유 산업을 융합한 ‘스타일테크’ 분야를 규정하고 이와 관련된 기업을 육성하고 사업의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자인산업
육성의 과제
디자인산업 육성에 필요한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의견
공급자 관리,디자인기업의 경쟁력 강화,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
고용창출 정책이 가진 위험성,
전주기형 인력양성 정책의 필요성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 그 과제는?
현재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가진 현재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수요를 초과하는 디자인서비스의 과공급 상태이다. 이것은 디자인기업의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디자인기업의 역량 약화와 디자인 품질저하로 이어져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살펴본 현재 디자인산업 현황과 변화될 미래전망을 고려할 때 디자인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책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비스 공급자의 개체 수 관리가 필요하다. 디자인 전공자의 수를 줄이는 방안이 가장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둘째, 전문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디자인전문기업의 만성적 고용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으로 기업을 직접 지원하거나 결과적으로 좋은 근무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기업이 나타나도록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디자인 수요기업 뿐 아니라 서비스제공자에게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강화가 시급하다. 지적재산권 인식 미흡은 국제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 더욱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시급한 준비가 요구된다.
넷째, 디자인분야 창직 정책은 효용에 대한 면밀한 사전검토가 우선 되어야 한다. 디자인산업 생태계는 현재 많은 공급자로 인한 과당 경쟁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창직 정책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섯째, 디자인 전문인력의 전주기적 인력 양성 정책이 고려되어야 한다. ‘학교 단계’, ‘재직 단계’, ‘퇴직 이후 단계’에 맞추어 각각 적절한 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특히 국내 디자인 대학의 경쟁력을 시급히 높여야 하며 해외로 진출하는 많은 수의 뛰어난 유학생과 해외 근무자들이 국내 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융합 촉진자로서 디자인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속성이 다른 생태계를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융합 신산업의 창의적 비전을 제시하고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등을 구상하는 것은 각 산업의 전문영역에서는 시도되기 어려운 역할이다. 디자인산업에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매력적인 미래가 도출되었다면 국가 차원에서 과감하게 새로운 미래의 실현을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집결하여야 한다. 산업 융합 촉진자로서의 역할은 앞으로 디자인산업에게 주어질 가장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디자인서비스 공급자 관리의 과제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디자인 전공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64)64) 영국 캠브리지대학 국가디자인역량평가 결과. 2009
디자인산업의 인적자원은 양적 차원에서 세계 최고다. 경제활동에 있어 원유와 같은 부존자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의 디자인산업 종사자 수 33.3만명, 디자인전공자 배출 매년 2.1만명 (디자인산업통계조사,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우리나라는 아직 디자인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기업들은 기술이 뛰어나도 상대적으로 활동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원유가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디자인이 더 많이 활용되도록, 그래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
* 국내의 디자인 활용률은 34.4% (2017년 디자인산업특수분류 기준.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 선진국(디자인 활용률 영국 67%, 독일 67%, 스위스 68%)의 1/2 수준에 불과함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도하게 많은 것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디자인 전공자의 과도한 배출은 인력시장에 많은 잉여자원 또는 대체재를 만드는 것으로 디자이너의 근무여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취약한 생태계를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낮은 디자인 서비스 제공자의 역량 수준, 과당경쟁 등 현재 공급자 과다로 인해 생기는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자인산업의 인력 수급 조절을 위한 정책과 교육의 고도화 등 디자인 교육과 관련되어 혁신적 조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정부는 IT분야에서 2003년부터 인력수급 조절을 위해 시행되었던 ‘IT인력양성 SCM(Supply Chain Management) 정책’의 시행경과와 성과를 분석하여 디자인 인력시장에 적용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강한 디자인기업이 필요해
한국 디자인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큰 위기는 FTA 등 국제간 교역 자유화 확대에 따라 앞으로 디자인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 디자인기업들이 대거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디자인산업은 형성기에 있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디자인 에이전시에 비해 개발방법론이 고도화되어 있지 못하고 경쟁력이 낮으므로 시급하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 디자인기업들이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경영컨설팅, 디자인과 같은 비즈니스서비스업은 국제시장의 승자가 부를 독식하는 경향이 있어 영세한 국내 디자인기업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향후 해외 선진디자인 기업 들이 속속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규모 있는 서비스개발 프로젝트들은 모두 해외 디자인기업의 몫이 되지 않을까?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상당량의 고객경험 및 서비스개발 프로젝트가 해외 유명 디자인기업의 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모 대기업에 확인 결과 국내외 디자인기업에 의뢰한 용역비 예산의 비율이 2007년까지도 약 4:6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다가 2010년 2:8로 해외 디자인기업에 나가는 용역 비중이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의 디자인리서치, 전략 개발, 고객 경험, 서비스개발 프로젝트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용역이 해외 디자인기업의 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해외에서 수입된 외래종이 토종 생태계의 포식자가 되는 경우가 발견된다. 예로서 자원조성 목적으로 수입되었던 ‘큰입배스’라는 어종이 지금은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토종 어종의 씨를 말리고 있다. 2007년 환경부 조사시 민통선안 토교저수지 큰입배스는 전체 어종의 77%에 달하였고 토종어종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새로운 수요시장이 나타나고 있고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그에 비해 아직 국내 디자인 서비스 제공자인 전문기업들은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디자인서비스 공급자의 연구개발 역량을 속히 고도화시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은 본래 디자인산업 자체를 육성해 디자인산업 간 국제 경쟁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제조산업의 성장과 국가 수출 성장에 디자인이 필연적으로 필요했던 것이었기에,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은 오래도록 제조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시각에서 다루어졌다. 그러다보니 디자인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 사업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산업부 R&D 중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디자인기업역량 강화사업 정도가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일 것이다. 디자인기업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사업의 개발 운영이 필요하다.
대기업 디자이너들도 가고 싶어 할 만큼 멋진 디자인전문기업이 많이 나타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지적재산권
외식유통업을 하고 있는 모 대기업은 최근 외식업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당시 디자인전문기업 S***사에 의뢰하여 한 개의 매장을 새로운 디자인의 가구로 꾸몄다. 독특한 디자인 가구인 OO를 전국 매장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대기업 측의 계획을 접하게 된 디자인기업 대표는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한참 뒤에 보니 전국의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복사본이 배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업의 디자인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디자인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디자인권은 디자인을 개발한 기업에 소속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음원 등 문화 콘텐츠 산업에 있어서는 이미 보편화되어있는 개념이지만 유독 디자인산업에서는 창작물이 저작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먼 목표처럼 보인다. 앞으로 디자인산업에서 국제교육의 규모가 앞으로 대폭 커질 것을 고려한다면 디자인 저작권에 대한 인식 확산은 시급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저작권 분쟁의 핵심에도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이 있었다. 애플이 지금의 애플이 되기에 핵심 역할을 했던 UI디자이너 바스 오딩, 그는 ‘핀치 투 줌(Pinch to Zoom)’(엄지와 검지로 벌려 확대, 축소하기) , ‘바운스 백(Bounce back)’(화면을 스크롤할 때 마지막에 반대로 살짝 튕기는 듯한 느낌을 주기) 등 아이폰을 아이폰 답게 만든 휴대폰 사용자경험과 관련된 애플의 133개 특허가 그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이런 특허들은 모두 디자인이 아닌 기술 특허로 등록됨) 2011년부터 삼성을 괴롭혔던 역사적인 특허 공방은 대부분 그의 아이디어로 인한 것이었다. 인류의 휴대폰 사용자경험을 송두리째 바꾼 사람이 디자이너였음을,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특허로 보호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독인가 약인가, 위험한 고용창출 정책
디자인분야는 특성상 1인 스튜디오(프리랜서) 형태의 사업이 용이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고용창출 정책이 고안될 때 창업 지원 대상으로 고려될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많은 경험이 확보되지 않은 신규 창업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하여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어 이미 많은 소기업들이 나타났고, 더 많아질 조짐이다. 정부의 단기 고용 확대를 위한 사업이 추진되면 그것은 곧 디자인 전공 졸업생들의 창업 러시를 불러온다. 그러나 디자인 개발 역량이 낮은 1인 창직자들의 양산은 미래 디자인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요시장이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 창업자를 양산되면 가뜩이나 취약한 디자인전문기업의 수요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인 창직 정책은 반드시 디자인산업 수요확대 정책의 시장개입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 이후에 검토되어야 한다.
디자인산업에서 창직 정책이 위험한 더 큰 이유는 성급한 창직 유도가 장기적으로 디자인 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정적 궤적을 크게 남기게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지식서비스로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제공자의 전문역량이 요구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경험이 일천한 졸업자의 1인 창업은 곧 성숙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중소기업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충분히 자라지 않은 풀을 먹고 탈이 나듯 실패한 경험을 가지게 된 기업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회가 아닌 무모한 모험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역량이 부족한 디자인서비스 제공자를 시장에 끌어내는 것은 수요자의 디자인 투자를 통한 성공이 다시 수요 확대를 이끄는 선순환적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창직 지원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경우라 하더라도 정책대상으로서 최소한의 실무 경험을 갖춘 경험자를 선별하고 평가 관리체계를 둠으로써 디자인서비스제공자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주기 디자이너 양성 정책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공급자인 디자이너 인력에 대해 전주기형 인력관리 모델을 수립하고 각 단계별 특징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재학단계’, ‘재직단계’, ‘퇴직 이후 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에 따라 적절하게 특성화된 인력 양성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재학단계'에서 디자인 전공자는 확장되어가는 디자인산업에 보조를 맞추어 산업융합, 서비스산업 고도화, 사회문제 해결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극받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이러한 주제를 다학제 동료들과 함께 풀어나가며 수용성이 높은 전문인력으로서 육성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디자인과 인지과학, 인간공학, 경영학, 인문학, 심리학 등이 융합된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美 ‘스탠포드 디자인 스쿨’65)65) 예를 들어 美 스탠포드 디자인 스쿨 (d-School)의 경우 디자인과 함께 공학, 비즈니스, 사회과학을 종합적으로 교육하고 외부 전문가와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 진행. 디자인과 여타학문의 융합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론을 연구
과 같은 디자인 명문학교를 육성해야 한다.
‘재직단계’의 인력활용 대책에서 고려해야할 것은 실무 디자이너를 위해 대학 및 유사 교육기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디자인 전문 기업 내에서 재교육 방안으로 자체 교육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 내에서 체계적인 재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교재 및 교육 운영 매뉴얼 등을 공통으로 개발하여 보급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직자 중 해외에 근무하는 고급 인력의 국내 복귀 정책도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디자인산업에서는 국내의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단기 고용창출 위주의 정책이 채택되어 왔다. 하지만 천재적 디자이너가 산업지배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디자인계의 특성상 디자인 인재의 유출은 곧 결정적 산업 경쟁력 유출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수 인력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은 다양한 고려사항을 검토한 후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66)66) 예를 들어 세계 자동차 산업에 있어 한국인 디자이너 활약이 두드러짐.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한국인이 디자인한 경쟁사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임. - 폭스바겐 수석디자이너 이상엽은 ‘범블비’로 유명한 ‘시보레 카마로’를 디자인 - 벤츠 미국 디자인센터 본부장 이일환은 벤츠 쿠페 ‘The New CLS’를 디자인 - GM 디자이너 서주호는 `그래나이트 컨셉트카`로 2010 디트로이트모터쇼 최고디자인상 수상 - 닛산 디자이너 이운한이 디자인한 ‘인피니티EX’는 미국에서 최고 크로스오버카로 선정
해외 주요 기업 및 디자인 전문기업에 취업한 인력 풀을 파악하여 일정기간 선진 방법론을 학습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고급 인력을 국내에 다시 유치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국내 디자인산업을 육성시키는 견인차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1970년대 후반 과학기술분야의 재외 유치 과학자 사업으로 현재까지 약 1,600여명의 고급인력이 국내로 귀환했으며, 이 사업은 결과적으로 과학기술R&D의 획기적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퇴직 이후 단계’에서는 노년기의 축적된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고도로 숙련된 디자인 전문인력은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론의 습득을 통해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로서 높은 활용가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디자인 전문가들이 비교적 긴 재직기간을 거치고도 결국 타 분야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는 점은 사회적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아직까지 디자인 인력 육성 정책 대상으로서 고려된 적이 없던 퇴직 이후 단계 디자이너의 사회적 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디자인,
미래
디자인은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전략이다
통일한국, 우리는 왜 디자인을 말해야 하는가?
디자이너, 디자인業의 미래는 무엇일까?
포용국가를 실현하는 디자인
포용디자인이 왜 필요하고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의 관점으로 소수의 불편함도 배려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유니버설디자인, 소셜디자인, 민주적 디자인 등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즉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67)67)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이란? : 신체, 정신, 문화, 경제,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포용하는, 모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의미함
68)68) 영국 표준원(British Standard Institution)에서의 포용디자인의 정의 : 포용디자인이란 일상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변형이나 개조 없이도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이라고 할 수 있다.
포용디자인 (Inclusive Design) = 모두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all)
극소수의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에서부터 모두를 위한 디자인까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고 할 때, 지금까지 우리는 비용편익이 가장 높은 ‘평균을 위한 디자인’을 해왔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가장 많은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지만,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해야 하고 그러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들은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수요층이 가장 많은 구역을 목표로 제품서비스 개발을 하고 평균 사용자에게 최적화 된 상품을 시장에 내 놓아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법으로 경영을 해왔다.
평균을 위한 세상에서는 평균치에 해당되는 사용자만 각광받는다. 평균치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소외된다.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들은 소외되는 쪽에 속한다. 아래 그림의 노란색 선은 넓게 분포되어 있는 사용자를 의미한다. 왜 그동안 기업들이 사용자가 가장 많은 영역을 타깃 시장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지, 디자이너는 왜 평균을 위한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 비용편익 최대화를 위한 선택, 평균을 위한 디자인>
그런데 이제는 기술로 지금까지의 제약을 극복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2018년 12월 링크드인은 2019년 50개의 빅아이디어를 발표했는데 그중 디자인 관련 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포용디자인이 주류가 될 것이다’(Inclusive design will go mainstream)였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AI기술이 포용디자인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지친 공룡이라 불리며 추락해가던 MS를 위기에서 끌어내 시가 총액 1위로 바꾸어낸 대단한 비전을 가진 경영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왜 인클루시브디자인(포용디자인)이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을까?
사진 :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영상 : '포용디자인이 주류가 될 것이다’(Inclusive design will go mainstream)' https://www.youtube.com/watch?v=n025zjyJH5Y
그가 기술이 바꿀 세상을 말하면서 '포용디자인'을 언급했는데 AI기술을 통해 포용디자인이 주류로 주목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기존 산업의 논리-'그걸 사려는 고객이 몇이나 되겠어? 경제적이지 못해'라는 생각-로 대량생산된 단일 제품서비스가 수요자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던 난독증환자, 노약자 등의 소수의 사용자를 위해, 인공지능과 같은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모든 영역의 사용자 각자에게 맞춰진 디자인을 해줌으로써 결국엔 모든 사용자를 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시력이 낮은 사람에게 자연적으로 더 큰 폰트로 보이는 웹브라우저와 같은 것일까?) AI는 모든 이들에게 맞춰진 제품서비스가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낮은 비용으로 제공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비용이 더 드는 것이 아니라면 한 명이라도 고객 범위를 늘리는 것이 맞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포용디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용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옥소(OXO)의 예를 소개한다. 사진은 옥소 본사 로비의 모습이다.‘수많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용자가 우리의 고객이다’라는 것을 일깨우는 공간이다.
<사진 : 옥소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장갑>
옥소는 샘 파버(Sam Farber)가 1990년 설립한 주방용품 제조업체다. 그는 30년간 운영하던 회사를 퇴직하고 은퇴시절을 보내던 중 부인이 손 관절염으로 감자깎기 칼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을 보고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인 패트리샤 무어의 도움을 받아 2년간 연구개발 끝에 ‘굿그립’을 개발한다.
<그림 : 옥소. 굿그립>
관절염이 있는 사람도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고무재질 손잡이를 붙인 감자깎이 칼과 같은 주방용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2%가 넘은 상황이었고, 관절염 환자는 6천6백만명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제품은 노인이나 관절염 환자가 아닌 젊은 사람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편리한 제품이었다. 결국 미국내 시장 점유율 50%, 매년 매출 평균 27% 상승, 지난 10년간 디자인상 180개 이상 수상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옥소에서는 연간 1백 종씩 신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 사례는 포용디자인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디자이너나 장애인과 같이 위화감에 대해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 신시장을 만드는 아이디어의 도화선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고객으로 포용하지 못했던 바깥쪽의 고객까지 고려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면 오히려 기존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고 그것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이것이 포용디자인의 산업적 의의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은 산업적 가치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간 관계를 결정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포용국가를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모두가 다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디자인이야말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써 포용디자인’은 포용국가로 전환하고자 하는 지금, 국정 전반에 필요한 디자인의 역할을 의미한다. 이제 산업을 촉진하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과 문화를 바꾸는 주체로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주체로서 디자인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안전, 범죄예방, 지역재생, 에너지, 공유, 일자리, 복지 모든 정부의 정책에 디자인이 모든 국민을 배려하는 포용의 국정 철학으로 고려 될 수 있도록 국가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통일한국,
왜 디자인을 말해야 하나?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가 다음 세대로 주도권을 넘기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성장중심의 논리로 소수의견은 무시되고, 사회안전망은 갖추어지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당한 욕구는 살만해진 자의 투정으로 치부되었다. 약자를 배려하고 살피는 홍익인간의 전통가치관은 파괴되었다. 자살율 세계 1위,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1위,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 꼴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음을 말하는 많은 숫자들은 인간성이 무시되어 온 결과이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산업적 성취를 이룬 지금, 우리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진정한 국민의 행복을 위해 국가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간 성장을 최대목표로 구축되었던 국가 인프라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통일 후 북한은 산업화의 길을 가며 남한이 1970~80년대 겪었던 단계를 뛰어넘으면서 더 압축 성장하게 될 것이다. 국가가 기간산업을 갖추는 것부터 성장해 온 우리의 경험은 통일 후 북한의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좋건 싫건 간에 가이드가 될 것이다. 우리는 화려하면서도 난폭했던 성장의 시기를 넘어 이제 비로소 국민 행복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돌이켜보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도 우리가 경험한 전철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면 함께 통일 후를 미리 디자인해야 한다. 특히 국가 기간망이 구축될 때 충분히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고려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로, 철도, 국가기간도로망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목표로만이 아니라 개인과 서로의 삶을 풍부하게 하자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를 고려해 디자인되어야 한다. 산업단지도 생산기지로서의 기능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의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될 방안을 고민해 디자인되어야 한다. 국가가 껍데기만 성장하는 것이 아닌, 사회, 문화적으로도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산업발전단계가 우리보다 앞서 있는 선진국들은 서비스산업, 공공서비스 영역에 UX, 서비스디자인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며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 수요가 커지고 있고 정부서비스의 비용 효율성 요구가 커지는 만큼 정부서비스에서 UX, 서비스디자인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통일 이후엔 큰 사회문화적 갈등을 봉합하고 경험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공서비스시스템, 국가의 운영 시스템이 완전히 새롭게 갖추어져야 할 것이기에 그로 인해 사상 최대의 공공부문 디자인 수요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국민생활과 관련된 전반의 경험을 다루는 서비스디자인, UX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예상된다. 행정시스템, 공공서비스전달체계, 공공환경디자인, 새로운 정책디자인 등 디자인계는 이 수요에 대응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급진적 과제를 다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후 닥칠 수 있는 미래를 대비해, 통합된 세상을 대비해 디자인의 역할과 해야 할 일을 구상해두어야 할 것이다. 통일 한국이 설계되는 초기에 디자인이 충분히 개입하지 못한다면, 국가 인프라 시스템이 인간 중심으로 설계되지 못한 것에 대한 결과로 후손들은 오랫동안 불편함에 대한 비용을 치뤄야 할 것이다.
우리는 1970년 수출을 통한 산업진흥의 지상과제를 위해 포장에서부터 제품, 시각, 경험, 서비스디자인까지 각 디자인영역이 전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제조와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국민의 생활의 질을 높이고 인간 중심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초기부터 전체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함을 배웠다. 디자인이 공식적으로 역할하지 않으면 인간이 느끼는 미세한 위화감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과 소수의견을 고려하자는 목소리는 쉽게 나타나지 않거나, 있더라도 쉽게 무시될 수 있다는 점도 배웠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인간 본연의 마음속에 숨겨진 욕구를 찾기보다는 기술 중심으로, 효율성 중심로 번쩍번쩍하는 목표로만 내달리게 된다. 그래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북한도 우리가 그간 놓쳐왔던 인간 중심의 가치를 또 놓치게 될 수 있다. 통일한국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여야 한다. 그러자면 디자인이 필요하다.
디자이너, 디자인業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디자인회사인 IDEO의 CEO 팀 브라운은 디자인대학 재학 시절 처음으로 디자인을 의뢰받게 되었다. 잉글랜드 북부 유서 깊은 회사가 개발한 목공용 기계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는데 출시 후 얼마 안되어 문을 닫았다. 두 번째 의뢰받았던 팩스도 출시 1년 반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 그는 디자이너로서 역할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두 제품은 제품 자체로는 문제가 없었어요. 분명한 건 제품 디자이너로서 내 작업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었어요. 나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소소한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었던 거죠. 항상 다음 버전을 추구하는 제품디자인계의 관행에도 정이 가지 않았죠. 내 재능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었어요”
팀 브라운이 2000년 IDEO CEO가 되었을 때는 마침 닷컴이 붕괴해 실리콘밸리가 유래 없는 시련을 맞게 되었다. 고객들이 빠져나가고 상당한 감원까지 했다. 당시 고통은 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무엇을 만들지를 정해놓고 있는 기업의 도구로만 일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리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바람직한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신념을 굳혔죠. 이때에야 비로소 디자인의 역할, 디자인씽킹의 역할에 대해 전체적인 시각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IDEO는 그 뒤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서비스디자인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2005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프로젝트 '잔돈은 넣어 두세요'는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69)69) ‘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188~190pp. 고성연, 열림원, 2013.
'잔돈은 넣어 두세요 Keep the Change’
‘잔돈은 가지세요’ 서비스의 핵심 아이디어는 지불하는 물건 값의 거스름돈을 돌려받지 않고 그 차액을 저축 계좌에 바로 입금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4,7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나머지 300원을 잔돈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계좌로 이체시킴으로써 저금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현금을 사용하는 서비스도 아니고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어서 따지고 보면 본래 자기 통장에 있던 예금액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서비스이다. 그래서 경제학과 마케팅, 기술적 관점에서 이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 의미 없는 비즈니스 모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이용자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일반인을 위한 것이기에 인간의 보편적 욕구나 사고방식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2005년 첫해에 250만 명의 고객이 가입했고, 결과적으로 1,2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고객 유지율도 99%라는 경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이 프로젝트는 비즈니스위크에 의해 그해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친 최고의 서비스로 평가되었다.70)70) ‘세상을 다시 디자인하다 : 서비스디자인 소개’, 윤성원, usable.co.kr, 2020.
“제품디자이너는 늘 새로운 것, 곧 버려질 것을 만드는 사람인가”라는 고민을 가졌던 그가 IDEO CEO로 경영위기를 넘는 경험을 통해 전체적 시각에서 디자인이 가진 역할에 대해 각성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게 해주는 문제해결자”이자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역할”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제품디자이너의 업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될까? 현재 디자인산업과 변화될 미래를 고려할 때 생각해보면 좋을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 질문을 다른 디자인 분야에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1. 산업의 구조적 변화, 제조의 서비스화
제조서비스화의 진전으로 사물이 눈에 드러나지 않는 서비스의 형태로 점차 바뀌고 있다. 제품이 서비스로 전환 되면 물질적 속성으로서 ‘형태’가 갖는 의미는 줄어들게 된다. 제품의 외형을 만드는 제품디자이너에게는 디자인 할 대상, 업의 영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제품이 사라진다면 제품디자이너는 뭘 해야 할까?
2. 자동화, 무인화, 맞춤형 제조의 확산
앞서 말했듯 기술혁신에 따른 자동화, 무인화의 가속화와 맞춤형 제조의 확산도 제품디자이너의 업의 속성을 변화시키는 큰 환경요인이 될 것이다. AI와 자동화는 기계가 제품디자이너의 역할을 대신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오랜 시간 노하우로 익혀야 했던 디자인기술을 AI와 자동화의 도움으로 쉽게 할 수 있게 되면서 제품디자이너의 업의 장벽은 더 낮아져, 누구나 쉽게 디자인 할 수 있게 될 수 있다.
제품디자이너의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하게 된다면 제품디자이너는 뭘 해야 할까?
3. 커지게 될 제품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
디자이너는 산업의 산물을 만들고 소비하게 하는 역할자이다. 우리 주변에는 좋은 디자인의 제품/서비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좋은 제품과 많은 쓰레기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쓰레기 제품/서비스의 개발과 판촉을 위한 목적에 디자이너의 역량이 활용되는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그 결과 지구는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산업의 구조 안에서 어떻게 하면 지구와 소비자들에게 더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제품디자이너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포스트코로나, 디자인의 미래는?71)71) ‘코로나19 이후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복합적 과제와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지, 윤성원, 2021
세계는 2020년을 지나며 코로나19로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 왔음을 동시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다. 사회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역사상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현실을 다시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는 동향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기업, 소비자 및 디자인수요시장, 디자인산업과 연관 분야의 산업 등이 모두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도 이러한 환경변화를 충분히 고려해 미래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가늠하기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했다.72)72) 한국디자인진흥원, 「코로나19, 디자이너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설문조사 결과, 2020.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의 변화 예상 정도, 변화의 내용, 디자인업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2020년 6월부터 9월까지 62명이 응답하였다.
코로나19가 생활 변화에 미칠 영향에 관한 질문에 대해 ‘매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 64.5%, ‘비교적 크게 변화할 것’이 30.6%였고 ‘비교적 변화하지 않을 것’ 또는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0%로, 큰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크게 변화될 내용으로 예측한 것은 비대면 사회의 일상화, 소통 방식의 근본적 변화, 성장에서 포용의 가치 추구로의 변화였다. 코로나19가 디자인업의 미래에 미칠 영향으로는 친환경 디자인, 지속 가능 디자인, 사용자경험디자인에 대한 중요성과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비대면 상황에서 공감과 소통을 위한 디자인, 디지털 신뢰를 위한 디자인이 새롭게 부각될 것,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전제로 하는 전시 및 행사 관련 디자인영역 축소와 상대적으로 디지털, 뉴미디어 디자인영역의 성장을 예상했다. 디자인 수요시장의 축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새로운 일하는 방식 도입 및 큰 폭으로 프로세스가 변화할 것이라는 언급도 많았다.
설문 응답을 참고하여 앞서 살펴본 현재 디자인산업 현황과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될 전망을 고려할 때 향후 더 건강한 디자인산업 생태계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전략·구조·경쟁
비대면 사회에서는 장소에 기반하지 않는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국제간의 교류와 경쟁이 심화한다. 비대면 상황의 일상화는 해외 디자인기업 또는 해외 디자이너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내 디자인 시장으로 유입할 가능성을 키운다. 점차 개방되어갈 디자인 서비스 시장에서 국내 디자인기업과 디자이너들은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고 브랜드를 구축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디자인기업,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이 변화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디지털변혁이 진전되면서 디자인 전문기업의 운영 방식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사무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게 된다. 재택근무의 경험이 이후 오프라인 사무실이 줄어들게끔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온라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이 늘면서 다국적 업무 수행이 많아지고 지역 한계를 넘은 디자이너 간의 협업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고 일하는 노마드 디자이너를 평가하고 협업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평판, 온라인상에서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방편을 찾게 될 것이다.
디자인정책 제언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디자인 산업 육성 정책연구가 시급하다. 거대한 변화요인이 나타난 2020년 이후 디자인산업 변화 전망을 토대로 향후 정책 방향성을 찾고 사업화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디자인산업은 전술한 것처럼 공통의 조건과 특징을 가지면서도 세부 분야별로 다양한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공간환경디자인(Space/Environment Design)’분야 내에서도 세부 분야별로 매우 상이한 경영환경에 처해있다. 코로나19로 ‘전시디자인’은 직접적 큰 타격을 입어 비대면으로 사업 전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정도지만, ‘실내건축디자인’은 재택근무로 가정 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 소비자들이 가구나 실내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 수요시장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각기 포스트 코로나19를 주제로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제목에 코로나(corona), 코비드(covid)가 포함된 국내 학술논문이 2천 개를 넘었고 국책연구소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연구보고서, 산업동향 분석이 기관별로 수십 건에 달한다.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각 분야에서 세상의 변화를 전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 정책연구기관들도 디자인산업 육성 및 디자인산업을 통한 국가 발전 도모를 위해 이것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국내 디자인산업이 변화된 미래에 대비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각 디자인의 세부 분야별로 향후 수요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파악하여 디자인산업계와 학계가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끔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 생산조건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커진다. 디자이너의 권한이 커지면서 상응하여 책임도 커지게 된다. 역할에 따른 책임이 커짐과 별개로 수요시장의 변화도 디자이너가 사회적 책임감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로써 작용하게 될 것이다. 건강, 안전, 환경, 지속 가능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 행동이 변화될 것이고 이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활동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디자이너는 앞으로 더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제조산업은 하나의 생산품이 한 명에게 소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생산가를 낮춰 사람들의 욕망에 부응한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남이 가진 물건이 나에게 없다면 갖기를 원하고, 남들이 갖지 못한 새롭고 특별한 것의 소유를 원한다. 그 결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바닥을 드러내고 무절제하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지구를 쓰레기로 덮게 된다.
제품이 서비스화되고, 서비스가 비대면화 되면 하나의 생산품이 한 명을 만족시킬 뿐이었던 것이 많은 사람에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로 바뀌며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가상세계에 구현되는 경우는 제화의 가치가 소모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서비스의 이용을 대폭 늘림으로써 우리가 소유하게 되는 가치의 총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의 파국을 피해, 지속 가능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일 수도 있다.
디자인정책 제언
첫째, 디자인 서비스 공급자의 개체 수 관리가 필요하다. 디자인산업에 있어 가장 심각하고 가장 근원적인 구조적 문제는 디자인 서비스의 과공급 상태가 수요를 초과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디자인기업의 과당경쟁을 불러일으켜 디자인기업의 역량을 낮추고 디자인 품질을 저하시켜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공공부문의 수요를 대폭 늘리고, 디자인 전공자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과하게 많은 것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디자이너가 많으면 그만큼 대체재가 많다는 것이기에 이것은 직장내 근무 여건, 근로자의 권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디자인 서비스의 공급자가 지나치게 많아 생기는 지금의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디자인산업의 인력 수급 조절을 위한 정책과 함께 디자인 교육과 관련한 조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2003년 IT분야에서 시행되었던 ‘IT 인력양성 SCM 정책’의 시행 경과와 성과를 분석하여 디자인 인력시장에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디자인 전문기업과 디자이너의 역량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신속하게 디자인 서비스 공급자의 R&D 역량을 높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디자인 전문기업의 인재 부족, 만성적 고용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직간접으로 지원하여 결과적으로 좋은 근무 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의 디자이너들도 이직하기를 원할 만큼 좋은 디자인 전문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환경에 대응해 실무 디자이너들이 AI, 빅데이터, UX 등 디지털전환에 관련된 신기술 이해도를 신속히 높일 수 있는 교육 지원과 함께 학교 단계에서의 커리큘럼 혁신도 요구된다. 기존 산업사회에 맞춰져 있는 디자이너의 인재상을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응하는 인재로 전환하는 혁신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19의 인재상은 디지털전환 이후 다양한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용성과 이해력, 비대면 서비스 기획과 문제해결 능력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3) 수요조건
디자인산업계의 많은 경영자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수년째 수요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과당경쟁으로 인한 대가기준 하락 등으로 인해 경영상의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수요시장 위축으로 인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디자인산업계는 수요시장에 더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 아닐까, 바람결에 등잔불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예의주시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수요시장의 양적 규모는 커지지 않는 가운데 수요자의 소비 활동에 있어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성비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한다.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사는 ‘가성비 소비’를 넘어 소비를 통해 가치관,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치 소비’의 경향이 커지고 있다. 가치소비는 단순히 제품에 대한 소유 욕구를 넘어 소비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소비의 동기가 된다. 소비가 권력이라는 점을 깨닫고 그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성장과 소비 욕망을 축으로 굴러가던 기존의 질서를 세우고 경제성의 원리 너머에 있던 의미와 감성의 세계로 우리 시선을 돌리고 있다. 찍어내는 제품 대신, 신중하고 의미 있는 제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일지 찾아야 할 것이다.
디자인정책 제언
디자인 윤리에 대한 인식 제고와 각성이 필요하다. 디자인 수요자들이 좋은 디자인에 대해 가격, 매력적인 외형 정도의 수준이 아닌,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디자인의 가치를 평가하고 인식하는 수준을 갖는다면 디자이너도 직업관과 윤리관 정립과 좋은 디자인 실현 방법을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소비자들에게도 성장과 소비에 대한 자성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친환경,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해 주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의 자리에서 마스크를 쓰면서 개개인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좀 더 민감하게 느끼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디자인 윤리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중대한 사회적, 도덕적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빅터 파파넥의 명제는 다시 소환될 필요가 있다. 비대면 시대 디자이너 역할은 한 개의 제품이 한 명의 소비자에게 소비되는 1:1 재화 교환의 시대에 비해 월등히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디자인 윤리는 앞으로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행동을 유도하는 결정자로서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전망을 볼 때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는 주제이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좋은 행동을 유도하도록 하겠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 관련 및 지원 분야
기술발달이 디자이너 업의 속성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이제까지 수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신기술을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비대면 회의, 원격 진료, 원격 교육 등은 등장한 지 오래되었지만 수용되지 않았던 기술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수용된 것처럼, 비대면 시대를 위한 기술은 앞으로 더 매우 빠른 속도로 수용될 것이다. 비대면은 제품의 서비스화와 서비스의 무인화를 전제로 한다. 무인시스템과의 인터랙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제조서비스화는 사물을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형태로 바뀌게 한다. 제품이 서비스로 전환되면 물질적 속성인 ‘형태’의 의미와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개념도 변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의 외형을 만드는 제품디자이너에게 디자인할 대상이 줄어들고, 업의 영역이 변화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개인화 된 소량 맞춤 제조를 한다면 제조비용 상승 없이도 개별 고객에 맞춰진 제조를 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역할이 제거된 제조업의 극단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 그간 대량생산된 단일 제품서비스가 포용하지 못했던 소수의 사용자를 위해 AI기술이 각자에게 맞춰진 제품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포용디자인의 세상이 오게 될 것이다.
디자인정책 제언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적 기반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와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산업은 무수하게 개발되는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디자인 저작권의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시뮬레이션, VR, 입체 화상 디스플레이에서의 디자인 보호를 위한 법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대비한 지식재산권 제도 보완을 위한 연구와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디자인 수요기업뿐 아니라 서비스제공자에게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강화가 시급하다. 지식재산권 인식 미흡은 지역에 기반하지 않기에 더 국제화될 앞으로의 세상에서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국내 디자이너, 디자인기업, 창작자를 보호할 시급한 준비가 요구된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현황,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환경,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각 경쟁 요인별로 다음 주제에 주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전략·구조·경쟁의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의 효과가 각 산업, 경제, 생활, 문화 곳곳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금, 이것이 디자인산업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내 미래 디자인산업의 전략적 발전 방향을 찾는 정책 연구가 시급하다. 생산조건을 관리하고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수요조건으로는 디자이너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디자인윤리에 대한 인식, 디자인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을 고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관련 및 지원분야로는 변화되는 환경에 요구될 제도적 기반이 무엇일지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것을 요약해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에는 4가지 경쟁력 요소별로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 포스트코로나 시대,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방향은?>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앞서 제시한 모든 요인을 관통하는 전제는 실질적 효과가 있을 만큼의 적당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한국 GDP는 1,893조 원(한국은행 발표 기준), 정부 예산 규모는 429조 원인데 이 중 동년 디자인산업 육성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사용한 예산은 509억으로 0.01%에 불과하다. 디자인산업 규모가 18.29조 원(2019)으로 총 GDP의 약 1%에 달하는 규모이니 디자인산업에도 1%에 해당하는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으나 이러한 참조기준과 비교해도 이것의 불과 1/100 수준의 예산으로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2021년 60여 개 이상 사업이 추진 중)을 추진한다고 해봐야 산업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른 예를 든다면, 제조산업이긴 하지만 이질적 업종을 횡적으로 가로지르는 특수분류라는 면에서 약간 유사성이 있는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산업 규모는 국내 GDP의 약 1%로 디자인산업과 유사하다. 2020년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을 위한 정부 지원 예산은 2조 5,611억 원73)73) 국회예산정책처, 「소재·부품·장비 산업 정책 분석」, 2020.
으로 디자인산업 지원 예산(529억)의 약 50배이다. 정책이 시장실패에 개입해 조정하는 식의 효과를 기대하기에 디자인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여가 아직은 매우 미미한 상태라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근대 이래 디자인은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산업의 기수로써 생산과 소비 시스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로 디자이너와 디자인 서비스 수요자를 각성하고 있는 요즘이 바로 인간과 환경의 공생과 지속 가능한 지구를 그리는 설계자로써 디자인의 역할을 재정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하고도 결정적인 시점이다. 정부는 디자인을 활용 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적절히 지원하고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미래 방향을 잘 설계하여 디자인을 통해 산업과 사회의 가치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디자인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디자인진흥50년 기념 디자이너 인터뷰
한국디자인진흥원 공식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KoreaInstituteofDesignPromotion
고수영 삼성SDS CX(Customer experience)컨설팅 그룹장
글로벌 3대 디자인어워드 수상,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심사위원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미래를 제시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 부각될 것”
권영걸 現서울예고 교장
前 계원예대 총장
“수축사회에 대응하는 수축디자인이 필요, 경험과 기억, 사유의 디자인이 주목받고 자극의 디자인에서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변할 것”
이상철 디자인이가스퀘어 대표
한국 최초의 아트디렉터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5대 헌정자
“사회가 구조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사회 요구를 빨리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짐”
나성숙 前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그래픽디자인 전공 교수
“코로나 이후 상대와의 비교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자기만족, 자기성찰의 디자인시대가 올 것”
이순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사)한국미래디자인연구원 대표
“언텍트사회, 디지털소통, 지역화로의 전환과 관련해 디자인계가 사회문제와 소수자에 대해 광범위한 관심과 고민을 가져야”
이해묵 경기대학교 교수
경기대학교 조형대학원 원장
“10년의 시대를 단숨에 지나온 것. 온라인으로 월등히 많은 일을 하게 될 것, 스스로 미래를 예측하고 시도하는 역할”
김현 前 디자인파크 대표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디자인
“한국이 위기 속에서 부상했음. 국민적 자부심, 자존감이 커졌다는 점이 앞으로 우리가 가진 힘이 될 것”
명계수 건국대학교 교수
前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생활 범위의 축소, 1인 가정 형태가 자연스럽게 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게 될 것”
김옥현 現한국색동박물관 고문
前 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세계화 추구에서 민족 중심으로 전환될 것, 사람의 관계, 명품의 사람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
이종근 축산유통 스타트업 육그램 대표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 이사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연결로 사용자경험이 온라인중심으로 변화될 것. 디자이너의 예민함에 통합적 관리능력, 소통능력이 더 요구됨”
참고한 글
한국창의응용학회 추계학술대회 ‘디자인씽킹과 조직혁신’, 한국창의응용학회, 윤주현, 2018
디자인씽킹으로 조직혁신하기,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윤주현, 2018
‘대한민국 디자인 핵심전략’, 숙명여자대학교, 윤주현, 2018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가장 현실적인 디자인 혁신’, 전자신문, 윤주현, 2018
‘한국디자인의 발전과 디자인혁신전략’, 베이징디자인포럼 베이징연합대학, 윤주현, 2019
2019 디자인3.0 포럼, KAIST, 윤주현, 2019
HCI 2019 '국가디자인전략과 산업, 사회혁신', HCI학회, 윤주현, 2019
WDOxKIDP 국제디자인세미나 '디자인주도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하라', 한국디자인진흥원, 윤주현, 2019
'디자인이 R&D를 만나면', 한국기초과학기술연구회, 윤주현, 2020
‘디자인코리아’, 한국디자인진흥원, 2020
‘디자인산업비전2020’,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윤성원 등, 2011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윤성원 등, 2013
‘시스템 어프로치 생태계전략 - 미래 산업사회를 선도하는 창조경제 육성전략’, 푸른사상, 윤성원 등, 2013‘디자인 전문기업 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디자인진흥원, 유영선 등, 2010
‘코로나19 이후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복합적 과제와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지, 윤성원, 2021
‘에너지고지서 서비스디자인 사례를 통한 시범사업의 효과적 추진방안 연구’, 디지털예술공학멀티미디어논문지, 윤성원, 2021
‘수요자 참여와 공공기관 간의 협업을 위한 서비스디자인’, 한국상품문화디자인학회, 윤성원, 2021
‘산업디자인통계조사’, 한국디자인진흥원, 2019
‘디자인산업통계조사’, 한국디자인진흥원,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오해와 진실, 기획조정실, 2019
‘세상을 다시 디자인하다’, 윤성원, 2017. https://servicedesign.tistory.com/62
* 인용한 부분이 너무 많아 출처를 다 표기 안했습니다. 글의 많은 부분이 이 자료를 수정한 것입니다.
쓸만한웹 www.usable.co.kr, 윤성원 페이스북 메모글 등
작성일 : 2020.07.17.
1차 수정 : 2020.08.08
2차 수정 : 2021.03.25.
발행일 : 2021.03.29.
발행인 : 윤주현
발행처 :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혁신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현로 322(야탑동 344-1) 031-780-2020
글 : 윤성원
일러스트 : 최수진
ISBN : 979-11-90340-97-7
종이 : 리시코(두성) 내지 100g, 표지 250g
본 인쇄물은 환경부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저탄소 용지에 인쇄하였습니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며 작은 실천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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