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디자인, 서비스를 디자인하라 - 2010년 10월호 월간디자인 특집. 창간 34주년 기념호

2021. 4. 11. 15:2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201010_월간디자인 특집_서비스디자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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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월간디자인 창간 34주년 기념호 표지

 

국내 최초로 전문지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전격적으로 다루었습니다.

[특집 : 보이지 않는 디자인, 서비스를 디자인하라]

이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시대다
IDEO - BBVA의 ATM 리디자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잔돈은 가지세요' 서비스
엔진 서비스 디자인 - 버진 아틀란틱 항공의 서비스개발
리브워크 - 고용지원서비스 '메이크잇워크', 오슬로 지하철 정보시스템, 노르위치의 보험 서비스
디자인카운슬 -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 Dott07
제너럴닥터 - 의료 서비스디자인 사례
현대카드 에어라운지 - 인천공항 여행을 준비하는 실내환경디자인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 - 서비스디자인 국제교류 단체 소개
서비스디자인의 기본원칙 10가지 
가디언이 선정한 분야별 서비스디자인 키워드 - 공공, 교육, 금융, 자동차 등...

출처 : 월간디자인 http://mdesign.design.co.kr/

특집기사 안내 http://mdesign.design.co.kr/in_magazine/sub.html?at=view&p_no=&info_id=53509&c_id=00010001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라면 반가운 책이 될 것입니다.

* 첨부파일로 월간디자인측 앙해를 얻어 특집기사 전문을 추가합니다.(2010.11.20)

 

 

* 첨부된 PDF 파일을 보세요.
  아래는 검색엔진을 위해 붙여넣은 텍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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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디자인, 서비스를 디자인하라 

 

“필요한 건 세탁이지 세탁기가 아니잖아요.” 밀라노 공대에서 ‘사회 혁신을 위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백준상 씨의 말이다.

 

그렇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음악이지 MP3가 아니고, 이동을 위한 편리함이지 자동차가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 디자이너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경험의 내용을 디자인해야 한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살펴본다. 

 

기획: 월간 <디자인> 편집부?한국디자인진흥원 정책개발팀, 글·진행: 김영우 기자·윤성원·정재훈·이은이, 일러스트레이션: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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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시대다 

 

글: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정책개발팀 과장 

 

디자인은 산업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분야 중 하나다. 시대가 추구하는 산업이 변함에 따라 영향을 받고, 산업과 함께 발전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제조 산업의 성장세는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으며, 미국은 이미 1987년에 서비스 산업의 비율이 제조업을 넘어섰고, 현재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 산업은 국내총생산의 60.7%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 됐다. 최근 서비스 디자인이 떠오르게 된 또 하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난해 11월 10일에 열린 서비스 R&D 국제 컨퍼런스를 위해 한국에 온 IDEO의 공동 창립자 빌 모그리지가 한 말로 대신한다. “과거 에는 서비스란 것이 디자인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인간과 사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 변했다. 전화 서비스를 예로 들면, 과거의 전화기는 전화만 걸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매우 간단한 제품이었지만 21세기 사람들은 전화기에 직접 대고 말하는 것 외에 인터넷이나 문자 메시지로도 소통한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어떤 제품과 산업이 성공하려면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현대카드 에어라운지. 

 

서비스 디자인을할 때, 디자이너는 리서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여기서 꼭필요한 것들을 다시 수렴하는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재정의 하고 이에 따른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안한다.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은 경험의 내용이다 

 

서비스 디자인은 앞서 말한 것처럼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인터랙션이 복잡해지면서 경험하지 않으면그 가치를 알 수 없게 된 상황과 ‘서비스 경제화’의 가속화가 맞물려 최근 들어 주목 받게 된 분야라고할 수 있다. 엔진(engine), 리브워크(livework) 같은 전문 회사들이 말하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요약하면 “서비스 디자인은 유형, 무형의 서비스 요소를 통합적으로 가시화하고 혁신적 해결책을 도출해 고객이 서비스를 더 높은 가치로 느낄 수있게 하는 실용적 서비스 R&D 방법론”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이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이 었다면 서비스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형태를 지닌 실제적인 것을 디자인하는 것과는 근본 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이용 하는 사용자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고려한 솔루션으로서 디자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인 콘셉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효과 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함께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그 결과물이 단말기가 되었든, 인테리어나 유니폼이 되었든, 패키지나 스마트폰 앱 

 

이 되었든 간에 서비스의 실현에 필요한 ‘형상화된 무엇인가’를 개발할지 말지는 선택의 문제다. 프로 젝트 규모에 따라 포함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서비스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 물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어야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무형의 서비스를 디자인하라 

 

서비스는 특성상 형태가 없고, 그렇다 보니 구체성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실현되는 현장에서 두리뭉 실하게 실행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역으로 서비스 경험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가시화하는 문제, 표준화하는 문제 등 전체적인 서비스의 경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존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찾아내거나 새롭게 개발할 서비스의 개념과 절차를 시각화해야 한다. 고객이 서비스 받는 경로를 나타내고 만족도를 표시한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 서비스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 개발된 서비스를 실연해보며 고객 경험을 직간접으로 체험해보고 반복 수정하면서 구체화하는 ‘서비스 프로토타입(Service Prototype)’ 은 서비스 디자인 과정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인 동시에 결과물이 된다. 이 과정을 비롯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유형의 디자인까지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체 과정을 통틀어 ‘서비스를 디자인한 다’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 디자인을 할 때, 디자이너는 리서치를 바탕 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여기서 꼭 필요한 것들을 다시 수렴하는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해 창의 적으로 문제를 재정의하고 이에 따른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안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존의 어떤 서비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다른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요구를 해소하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수도 있고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출하는 서비스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서비스 디자인 전문 기업에 디자인을 의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에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기존 비즈니스에서 잠재되어 있던 기회를 발견하게 해주는 디자인 기업의 강점이 곧 서비스 디자인 기업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디자인 회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는 말이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줄 디자인 기술, 서비스 디자인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이제 디자인의 역할은 단순한 시각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것에서 서비스 비즈 니스의 문제를 재정의하고 본원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서비스 산업에서의 디자인은 서비스 개발은 물론, 서비스 체계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혁신하며 이해 관계자 사이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등 포괄적인 관련 지식을 연계 하는 중재자로서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같이 무형의 서비스를 시각화·실제화하고 고객 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갖춘 서비스 디자인은 기업의 이익이 될 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 및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각국에서는 디자인진 흥기관의 주도로 공적 영역에서의 문제를 디자인 

 

을 통해 해결하자는 시도가 있어왔으며, 그간 많은 성과를 가져왔다.

 

지금 전 세계는 ‘혁신’을 통해 잠재되었던 새로운 시장을 발견할 기회를 찾고, 실용적 방법론으로서 서비스 디자인을 활발하게 연구·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 에서도 이러한 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위한 연구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 R&D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서비스 디자인을 주요한 방법론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 전문 회사 사이픽스, 동서대학교 서비스&커뮤니티 디자 인연구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세계 서비스 디자인 커뮤니티인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www.

 

service-design-network.org)’에 등록한 UX 전문 컨설팅 회사 팀인터페이스 등 국내 디자인 관련 기업과 학교에서는 최근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곧 닥쳐올 서비스 디자인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디자인카운슬의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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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디자인의 선두 기업 

 

IDEO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IDEO는 인류학자, 건축가, 엔지니어, 심리학자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단순히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을 너머 쇼핑, 의료, 은행, 이동통신 등 각종 서비스와 소비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컨설팅 그룹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도요타 등세계적인 기업이 모두 IDEO의 고객. 현재 IDEO의 대표인 팀 브라운(Tim Brown)은 최근 출간한 <디자인에 집중하라>에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강조하기도 했다. 제품 디자인 회사로 시작했지만 이제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더욱 이름을 알리고 있는 IDEO의 디자인적 사고를 엿볼 수있는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글: 김영우 기자, www.ideo.com 

 

BBVA의 ATM 리디자인 

 

은행에서 ATM 기기를 이용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카드가 나오는 곳에 거꾸로 카드를 넣어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은행은 우리가 이용 하는 대표적인 서비스 기관 중 하나지만 한정된 은행 업무 시간 때문에 은행에 직접 가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ATM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어쩌면 ATM이야말로 은행 서비스 에서 고객들이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 스인지 모른다. 은행 업무 시간의 한계를 넘어 시간에 관계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ATM이 등장한 지 벌써 40년. 그동안 좀 더 편리한 사용을 위한 기술적 측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사용자가 바로 접하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그리큰 변화가 없었다. 스페인 은행 BBVA의 ATM 기기를 새롭게 디자인한 IDEO는 ‘기기를 어떻게 더욱 자동화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기계를 더욱 인간 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통장을 넣는 곳, 카드를 넣는 곳, 영수증이 나오는 곳, 현금을 입금하는 곳, 현금을 인출하는 곳까지 여기저기 뚫려 있던 구멍은 카드를 넣는 곳을 제외하고 모두 통합했다.

 

또한 다른 버튼을 없애고 19인치 풀 터치스크린에서 모든 입력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외관상으로도 단순해졌고 사용하기는 훨씬 편해졌 다. 점점 많은 기능을 갖추면서 복잡해진 제품을 복잡한 설명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제품에 필요한 서비스 디자인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또한 IDEO는 단지 ATM 기기를 디자인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벽에 일렬로 세워져 있던 ATM 기기를 90도 돌려 벽과 직각이 되도록 설치 하고, 불투명 패널을 적용함으로써 뒤에서 다른 사람이 사용 정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줄였다. 기기를 조작하는 편리함은 물론 사용할 때의 경험까지 고려했다. 

 

 

 

 

 

 

7 거스름돈을 모아두는 저축을 하는 일상적인 방법을 체크 카드와 예금 계좌를 연결한 상품으로 서비스화했다.

 

8 43달러 37센트짜리 물건을 구매할 경우 체크 카드에서는 44달러가 결제되고 나머지 거스름돈 63센트는 통장으로 자동 입금되는 서비스의 핵심을 시각적으로 쉽게 보여준다. 

 

 

 

1, 2, 3 기존 ATM 설치 방법과 달리 벽에 90도 직각으로 설치했다.

 

여기에 불투명 패널을 적용해 뒤에서 다른 사람이 내 정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없앴다.

 

4, 5 19인치 풀 터치 스크린으로 모든 입력과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기기에 있던 버튼을 없애 형태가 훨씬 단순해졌다.

 

6 카드를 넣는 곳을 제외하고 현금을 인출하거나 영수증을 받는 다른 곳을 하나로 통합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잔돈은 가지세요’ 서비스 

 

‘금융을 디자인하라’는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사실 속으로 비웃었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IDEO가 진행한 뱅크오 브아메라카(Bank of America)의 ‘잔돈은 가지세요 (Keep the Change)’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이 광고에 딱 어울리는 프로젝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자 체크 카드로 지불하는 물건 값의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그 차액을 저축 계좌에 바로 입금해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이란 분야에 디자인 사고 방식을 적용한 이 프로젝트는 시행 첫 해에만 250만 명의 고객을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12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기록을 세웠다.

 

어찌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서비스의 개념은 금융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 고객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에 있는 주부들의 행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한 결과에서 나왔다. 자녀를 키우는 여성 소비자들은 재정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금융이 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하고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물건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을 저금통에 모아두었다가 은행에 저축하는 일반적인 행동을 쉽고 편하게 할수 있도록 서비스화한 것. 은행에 가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저축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넓혀 놨다.

 

이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그동안 생각지 못하던 방법을 찾아냈을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시각화해 이해하기 쉽도록 한 데 있다. 일단 이름부터 그렇다. 주부들이 공과금을 쉽게 계산하기 위해 반올림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에는 ‘반올림’이라는 이름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서비스인지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것도 사용자가 보기엔 ‘서비스’일 수 있기 때문에 ‘잔돈은 가지세요’라고 이름지었다. 또한 광고에서는 매일 마시는 3달러 43센트짜리 커피의 거스름돈 57센트를 한 달 동안 저축하면 17달러가 된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 표현해 호응을 얻었다. 은행은 가입 고객을, 고객은 저축을 늘릴 수 있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 적인 결과를 가져온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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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디자인 혁신 전문가 

 

엔진 서비스 디자인 

 

엔진 서비스 디자인(engine service design)은 서비스 디자인과 서비스 혁신 분야에서 손꼽히는 디자인 컨설팅 업체다. 런던을 기반으로 디자이너, 전략가, 연구원은 물론 서비스를 눈에 보이게 실현시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 영국 정부의 프로젝트를 비롯해 버진 아틀란틱 항공, 비자카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공공과 민간 영역을 넘나들며 혁신적인 서비스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2000년에 설립해 10년여의 짧은 시간 동안 단숨에 세계적인 서비스 디자인 전문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들의 서비스 디자인 노하우가 담긴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글: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정책개발팀 과장, www.enginegroup.co.uk 

 

 

 

 

 

 

버진 아틀란틱 항공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들로 공항은 언제나 북적이는 공간이다. 비행기에 타기 전 짐을 부치는 것부터 출국 수속을 받기까지 해야 할 일도 많고 과정도 복잡하다. 런던에 자리한 히드로 공항은 그런 사용 편의성 면에서 불편하기로 악명 높은 공항이었 다. 비효율적인 동선과 복잡한 안내 시스템부터 짐을 찾기 어려운 화물 시스템은 물론 길을 헤맬 수밖에 없는 구조까지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 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고자 히드로 공항은 터미널3

 

을 버진 아틀란틱 항공(Virgin Atlantic Airways)의 전용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버진은 사내에 서비스 디자인팀을 따로 만들어 엔진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비스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탑승객이었기에 엔진은 탑승객들이 원하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다양한 리서치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공항에 막 도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할 때까지 고객이 원하는 것과 불편해하는 것들을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으로 시각화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던 실제 서비스 과정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각 단계에 필요한 세부 사항과 관련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무인 탑승 처리 시스템을 설치하고, 수화물 무게를 달아보고 요금을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저울을 설치해 사용자의 이동 경로를 대폭 줄였다. 무엇보다 체크인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던 것은 버진만의 독특한 체크인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체크인을 먼저 할 수 있는 ‘드라 이브 쓰루 체크인(Drive-through Check-in)’ 방식과 리무진을 타고 공항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탑승표 

 

를 준비한 항공사 직원이 기다려 체크인 시간을 줄이는 ‘리모 체크인(Limo Check-in)’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함께 고객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했으며, 고객이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 각 단계에 몇 명의 직원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등을 항공사 직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일관된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표준화 했다.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의 개선으로 버진 아틀란틱 항공 터미널은 문 연지 4개월 만에 탑승객 수가 4% 증가했으며, 특히 비즈니스·퍼스트 클래스 탑승객은 10%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히드로 공항의 터미널3은 버진 아틀란틱 항공의 서비스 디자인으로 고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장 불편했던 것을 개선함으로써 고객 감동을 전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INTERVIEW 마이크 크루버웰(Mike Culverwell) 엔진 서비스 디자인 비즈니스 개발 디렉터 

 

1, 2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의 상황을 시각화한 고객 여정 맵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생각한다.

 

3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고객 서비스 방법을 디자인팀과 항공사 직원이 함께 공유한다.

 

4 버진 아틀란틱 항공의 무인 탑승 처리 시스템. 웹사이트에 가면 공항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객 여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www.virginatlantic-t3.com 5 버진만의 독특한 체크인 시스템을 적용해 체크인 시간을 최소화했으며 불필요한 동선을 줄였다. 

 

“서비스 디자인은 기업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진이 진행하는 서비스 디자인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협력해 다양한 면에서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을 하나로 아우르는 툴과 테크닉이 필요 하다. 이를 위해 클라이언트,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그 문제를 서로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직접 실현하기까지 엔진의 디자인팀은 클라이언트와 함께 지내면서 초기에 생각한 아이디어가 점차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스태프의 교육에 참여하기도 한다.

 

서비스 디자인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오늘날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전략에 ‘디자인 사고’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의 클라이언트만 보더라도 회사 내부에 서비스 디자인팀을 갖추고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는 고객 경험 개선팀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디자인의 성공 사례가 알려진다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디자이너와 학생들이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인 분야의 경계가 확장될 것이다. 작년 경제 위기로 다른 디자인 기업이 어려울 때에도 우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러한 사실로 미뤄보아도 서비스 디자인은 기업 들의 생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비스 디자인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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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분야에 강한 서비스 디자인 기업 

 

리브워크 

 

2004년 설립한 리브워크(livework)는 소니 에릭슨 같은 제조사를 비롯해 영국 최대 보험사인 노르위치 유니온(Norwich Union)같은 금융사, 영국 정부와 공공 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 조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특히 영국의 디자인카운슬이 진행한 공공 서비스 프로젝트 Dott 07의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리브워크는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디자이너가 생각해야 할 고객 관련 경험의 특징을 업무와 관련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인간 경험(Human experience)’ 등 3가지로 파악하고 이 특성을 고루 갖추면서도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위해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한 가지에 더욱 집중한 서비스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각 경험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글: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정책개발팀 과장, www.livework.co.uk 

 

고용 지원 서비스, 메이크 잇 워크 

 

먼저 ‘디자인으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까?’라는 뜬금없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리브워크는 영국의 선더랜드(Sunderland) 지역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용 지원 서비스를 개선 하는 메이크 잇 워크(Make it Work)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마련 해주는 데 필요한 예산을 줄였을 뿐 아니라 1천 명이상의 지원자 중 276명에게 새 일자리를 제공했다.

 

제일 먼저 리브워크의 디자인팀과 지역 서비스 담당 직원들은 3개월에 걸쳐 12명의 장기 실업자와 함께 일자리를 구하는데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현재 실업자 지원 사업에서 불편한 사항들은 무엇인 지를 파악했다. 장기 실업자들이야말로 그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 고용 지원과 관련된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과정을 눈에 보이게 정리하고 나니, 가장 큰 문제점은 일자리를 구하는 경로는 유사하지만 개개인의 요구 사항이 다양해 이를 돕기 위한 효율적인 도움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실업자 들이 직업을 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서비스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시각화한 결과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 이유를 찾았다. 또한 실업자들이 취업하는 데 필요한 교육 방법은 물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결 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각화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로 완성한 직접 고용 지원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 프로토타입(Service 

 

The Journey 

 

Clients within the Make it Work project have bene ted from a range of di erent organisations working in partnership to achieve a common goal of supporting peoples’ progression towards and into work. 

 

Inactivity to Activity Journey Model 

 

A key element of the Make it Work framework is the recognition that progressing into work for clients is a journey that can take many months. No single organisation can or should be expected to work in isolation but instead contribute their knowledge and skills at the most appropriate moment.

 

The model below has provided the project participants with a common framework for articulating this journey and their positions within it. 

 

1 2 3 4 5 

 

WELLNESS STABILITY CAPABILITY INTO WORK SUSTAINED WORK 

 

Inactive due to health or wellness issue 

 

Social stability issue (e.g. debt, caring role) 

 

Ready to develop vocational skills 

 

Paid employment >16 hrs/wk 

 

for less than 13 weeks 

 

Paid employment >16 hrs/wk 

 

for more than 13 weeks 

 

Inactivity-to-activity journey model 

 

The model brings together health, care, learning and skills, and employment considerations to represent a persons journey towards employment from ‘earliest start to latest nish’. 

 

Case Study 1 Substance Misuse 

 

1 2 3 4 5 

 

WELLNESS STABILITY CAPABILITY INTO WORK SUSTAINED WORK 

 

MakeitWork 

 

RBLI ‘Ngage 

 

 

 

Foundations 4 the Future 

 

 

 

 

 

Mainstream 

 

Data 

 

Jobcentre Plus 

 

James 

 

Approached Voice NE 

 

Background 

 

James had an involvement with organised crime and drugs that spanned 20 years.

 

He approached Voice NE after serving a prison sentence and gained support in developing motivation & skills for employment. 

 

a b 

 

Released from prison Oct ’07. Became aware of Voice NE through social network. 

 

Trained as Employment Support Worker (ESW) 

 

Mentoring training to become ESW in the Foundations 4 the Future project. 

 

9 months 

 

c d 

 

RBLI motivational training 

 

Attended motivational/goal setting course entitled ‘Ngage. 

 

Fork lift truck training 

 

Jobcentre Plus identified high demand for skill.

 

Voice NE sourced the provider and funded the training. 

 

 

Employed by Vantec 

 

Vantec provide warehousing services for Nissan in Sunderland. 

 

Prototype)으로 실업자들이 고용 지원 서비스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고용 지원에 도움을 주는 280개의 관련 기관들이 함께 참여한 고용 지원 서비스가 탄생했다. 공공 서비스에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 공공 정책과 관련한 예산을 줄였을 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긍정 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공공 서비스는 단순한 서비스 경험 이상으로 삶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Case Study 2 Mental Health 

 

1 2 3 4 5 

 

WELLNESS STABILITY CAPABILITY INTO WORK SUSTAINED WORK 

 

Learning & Skills 

 

Open University 

 

 

 

Carers’ Centre 

 

Moving Forward 

 

 

 

Into Work 

 

 

Keith 

 

Background Keith has mental health related needs and supports his wife with her own mental health needs.

 

Keith initially appeared shy and retiring but as the weeks progressed and his confidence levels increased he became someone who wanted to do and try more - not just for himself - but in support of others. 

 

4 months 

 

a b 

 

c d 

 

Joins Moving Forward 

 

Signed up to the 12 week Moving Forward course. 

 

Develops personal plan 

 

Becoming forward looking, planning the future. 

 

Field trip to Into Work 

 

Noticeable gain in confidence after sampling vocational training. 

 

Learning & Skills Development 

 

Keith is accessing a number of courses including an Open University Maths course and a Health Facilitator course ran by Sunderland Carers’ Centre with a view to volunteering in the near future. 

 

Case Study 3 Carers 

 

1 2 3 4 5 

 

WELLNESS STABILITY CAPABILITY INTO WORK SUSTAINED WORK 

 

 

Sunderland Carers’ Centre 

 

People into Employment 

 

 

c d e f 

 

Training Bridge Project 

 

Louise 

 

Background 

 

Louise left work to care full time for her severely autistic son.

 

Inspired by a workshop ran by People into Employment at a Carers Conference she decided to explore opportunities to balance her caring responsibilities with paid work. 

 

a b 

 

13 months 

 

Left work to care for autistic son 

 

Unable to balance her career and caring responsibilities Louise gave up her job. 

 

Attended Carers Centre Conference 

 

Met People into Employment (PIE). 

 

PIE home visit 

 

PIE worked with Louise to discuss employment options and develop an action plan. 

 

Teaching Assistant course 

 

PIE found & funded a course for Louise necessary to achieve her goal of becoming a teaching assistant. 

 

Employed by Hill View Junior School 

 

Louise successfully completed her course and found work at a local school. 

 

f Career development 

 

Louise is currently looking to further her education whilst in work. 

 

c d e 

 

 

오슬로 지하철 정보 시스템 

 

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의 안내 사인이나 노선 도는 꼭 필요한 곳에 있다가 사람들이 필요할 때 눈에 띄어야 하고, 한 번에 알아보기 쉬워야 한다. 게다가 이미 많은 사람의 눈에 익은 정보 시스템을 개선할 때 이러한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잘못된 정보 시스템 때문에 사용하기 더 불편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리브워크는 오슬로의 정보 시스 템을 디자인하기 전에 ‘이용자들이 오슬로의 새로운 지하철 정보 디자인을 어떻게 경험할까?’에 대한 답을 볼 수 있는 경험 프로토타입(Experience Prototype)을 만들었다. 모든 사인과 노선 정보를 지하철에 설치하고 이용객들을 관찰하는 방법을 통해 디자인이 의도한 대로 이용객들이 실제로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있는 기회였다. 이렇게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핵심적인 내용을 미리 검토·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더욱 효율적인 정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서비스 디자인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인 동시에 결과물이 된다. 

 

 

노르위치의 보험 서비스 

 

직접 보고 사용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게 서비스가 지닌 치명적 단점이다. 그래서 이런 서비스를 선택할 때, 보통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주위 사람 중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의 추천을 받곤 한다. 그리고 요즘은 다른 사람이 사용기를 올린 리뷰 게시판의 추천 글을 참고하기도 한다. 리브워크는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해 노르위치의 새로운 보험 서비스를 만들었다. 보험 서비스의 특징, 판매 순위 등의 정보를 모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 또한 사용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평균 가격 검색 엔진을 만들어 자신의 보험료를 빠르고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들이 보험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올릴 수 있는 이 사이트는 새로운 방식의 정보를 전하는 뉴스 역할까지 하는 소셜 네트워크 보험 서비스가 됐다. 이 사이트에 오면 보험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알 수 있으니, 다른 서비스를 선택하는 사람보다 노르위치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다. 

 

 

1 구직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경로를 나타내는 고객 여정 맵.

 

2 모든 사인과 노선 정보를 지하철에 설치해 이용객을 관찰하는 경험 프로토타입(Experience Prototype).

 

3 보험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올린 글을 바탕으로 보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있는 소셜 네트워크 보험 서비스. 

 

132 _ 133 

 

서비스 디자인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디자인 기관 

 

디자인카운슬 

 

디자인카운슬은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영국의 디자인 기관이다. 디자인을 통해 경쟁력 있고, 창의적이며, 지속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 디자인 정책과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한다. 최근 디자인카운슬은 ‘서비스 디자인’을 하나의 새로운 디자인 영역으로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디자인적 사고를 적용한 서비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공공 디자인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글: 김영우 기자, www.designcouncil.org.uk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 

 

몸이 아파 병원에 가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프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던 불편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병원은 환자의 치료를 위한 공간인데, 의사가 환자를 잘 돌보는 환경인 동시에 환자에게도 만족스러운 환경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영국의 전 국민이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보장제도 NHS는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고,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 인(Design for Patient Dignity)’ 프로젝트를 디자인 카운슬에 의뢰했다. 이에 디자인카운슬은 디자이 너, 제작회사,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의 의료 보건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6개 팀을 만들어 병원 환경과 환자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2, 3 경량 스크린 & 커튼 록(Lightweight Screen & Curtain Lock) 

 

디자인: 투게더 크리에이티브 컬래버레이션(Together Creative Collaboration), 앤서니 디킨스 스튜디오(Anthony Dickens Studio) 제작: Suck UK 병원은 위급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공간이다.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쉽고 빠르게 공간을 변형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때 경량 스크린만 있으면 벽을 세우지 않고도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다른 구조물 없이 따로 세울 수 있고 가벼운 데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쌓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가 쉽게 한 것은 물론이다. 커튼 록은 기존에 사용하던 커튼 레일에 끼워 커튼을 고정시키는 고리다.

 

누군가 갑자기 커튼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환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여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기존 커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고리를 거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의료 공간을 이용하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아이디어다. 

 

4, 5, 6 만능 가운(Universal Gown) 

 

디자인: 벤 드 리시(Ben de Lisi) 제작: 실버리드(Silvereed) 링거를 맞으며 병원에 입원해보거나 병실에서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존 환자복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공감할 거다.

 

소매통이 약간 넓긴 했지만, 한쪽 팔에 주삿바늘이 꽃힌 상태로 입고 벗기는 불편했다. 벤 드 리시가 디자인한 가운은 앞뒤가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라 의료 장치를 그대로 두고도 환자가 쉽게 입고 벗을 수있다. 또한 앞뒤가 따로 없는데 한쪽은 V넥, 다른 쪽은 라운드넥으로 되어 있어 환자복이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입을 수있다. 호흡기를 단 환자에게 환자복을 입힐 수 없다는 중환자실의 수간호사의 이야기가 입고 벗기 편한 만능 가운을 디자인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7, 8 다목적 가운과 ICU 커버(Inclusive Gown & ICU Cover) 

 

디자인: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Helen Hamlyn Centre, Royal College of Art) 헬렌함린센터 디자인팀은 제일 먼저 환자복을 구매하면서부터 폐기할 때까지 과정을 살펴봤다. 환자들은 검사를 받을 때, 화장실에 갈 때, 바깥 구경을 하러 병실 밖으로 나갈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언제든 환자복을 하나만 입고 있어야 했다. 다목적 가운은 이런 모든 상황에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 허리 벨트만 따로 교체할 수 있어 벨트가 망가지면 가운을 통째로 버려야 했던 기존 가운의 단점을 보완했다.

 

또한 위급한 상태에 놓인 중환자를 위한 ICU 커버는 일회용 부직포를 원단으로 사용해 감염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응급 상황에서 치료할 부위를 쉽게 찢을 수 있도록 했다. 직접 사용하는 환자를 생각한 다목적 가운과 ICU 커버 디자인은 원래 있던 것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기존에 생각하지 못하던 사소한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134 _ 135 

 

3 사인 시스템(Signage System) 

 

디자인: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Helen Hamlyn Centre, Royal College of Art) 온갖 종류의 검사실이 있는 병원에서 특정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게 사인 시스템이다. 그런 데다 영국의 NHS는 서로 다른 성별의 환자가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같은 성별의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병실에도 성별 표시가 필요하고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쉽게 변경할 수 있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황색과 파란색을 적용한 사인으로 성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문과 벽에 부착하기도 하고 샤워실과 화장실 문위쪽으로 돌출시켜 먼 거리에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조명이 켜지도록 해 야간에도 잘 보인다. 병원 스태프들은 편리하게 사인을 변경할 수 있고, 환자와 방문객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인 시스템이다. 

 

 

 

1, 2 리클라이닝 데이 체어, 베이 스크린 & 판초 (Reclining Day Chair, Bay Screen & Poncho) 

 

디자인: 피어슨로이드(PearsonLloyd), 제작: 컬튼 헬스케어(Kirton Healthcare) 리클라이닝 테이 체어와 베이 스크린, 판초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할수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의사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만든 것들이다. 리클라이닝 테이 체어는 침대와 의자의 중간 형태로 바퀴가 달려 있어 휠체어를 탄 것처럼 돌아다닐 수 있고, 앞으로 쉽게 기울어져 환자가 앉고 일어서기 훨씬 편하다. 링거를 걸 수 있는 스탠드, 보관 주머니, 산소 탱크도 갖추었다. 베이 스크린은 길이가 1.5m인 칸막이로 누워 있을 때 반대편에 있는 환자는 보이지 않지만, 지나가는 의료진은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의 디자인이다. 또한 벽에서 45도 정도로 비스듬하게 설치해 직각으로 나뉜 공간을 사용할 때보다더 넓은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자나 침대에 있는 환자를 이동시키기가 훨씬 쉽다. 소매가 없는 판초는 환자복 위에 입고 리클라이닝 테이 체어에 앉아서 이동하거나 베이 스크린을 친공간에서 대기할 때 환자가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보완용 환자복이다. 

 

 

4 환자 정보(Patient Information) 

 

디자인: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Helen Hamlyn Centre, Royal College of Art) 환자의 상태에 관한 것은 중요한 정보다. 어떤 병인지, 알레르기 증상은 없는지 환자 자신도 잘 알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어느 누가 보더라도 쉽게 전달되어야 한다. 의사와 환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환자가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에도 효과적이다. NHS는 환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다양한 정보 시스템을 통해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중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입원 환자들은 일회용 보드에서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는데,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를 환자가 제일 먼저 알 수 있도록 정보 우선순위 체계를 만든 것이 포인트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는 대기 시간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받을 수 있고, 문병객은 터치스크린으로 환자의 위치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또한 침대 옆 스크린에는 기본 정보는 물론 식사 시간이나 의료진의 회진 시간도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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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t 07 

 

Dott 07(Designs of the time 2007)은 디자인카운슬이 지역 개발 기구인 원 노스 이스트(One North East) 와 함께 2007년 북동부 잉글랜드에서 진행한 프로젝 트다.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wouldn’t it be great if…)’라는 주제로 지역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삶은 어떤 모습인지, 거기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동·에너지·학 교·건강·식량이라는 일상생활의 다섯 가치 측면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한 달에한 번은 디자이너, 정책가, 분야별 전문가가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눴으며, 프로젝트의 결과는 전시해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공공을 위한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작지만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디자인적 사고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Dott 07 프로젝트중 일부를 소개한다. www.dott07.com 

 

1 에코 디자인 챌린지 - 학교 

 

에코 디자인 챌린지(Eco Design Challenge)는 영국 국립 교과과정과 연계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학교에 반영하도록 했다. Dott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지를 엑셀을 이용한 그래픽으로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환경문제를 깨닫게 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전문 디자이너, 건축가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느낄 수 있게끔 프로젝트 성과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과정에 디자인적 사고를 적용해 교육이 진행되도록 한 이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디자인을 교육과정 전반에 반영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2 디자인과 성 건강 - 건강 

 

디자인과 성 건강(Design and Sexual Health, 이하 DaSH) 프로젝트는 ‘성 건강 서비스의 이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10대의 임신율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DaSH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역은 피임이나 성 감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무한 데다 이런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곳에 있었다. 디자인 옵션즈(Design Options)는 게이츠헤드 PCT(Gateshead PCT), 노섬브리아 대학교(Northumbria University) 디자인 연구 센터와 함께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48시간 내에 치료 경로를 안내 받고 그들의 요구와 성향, 상황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디자인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3 도시 농업 - 식량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생태 발자국 지수의 4분의 1은 바로 식량과 관계 있는 것이라고 한다. 농촌에서 재배한 먹을거리를 유통하고 소비해 폐기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이러한 생태 발자국 지수를 줄이는 것 또한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됐다. 그래서 Dott는 도시 농업(Urban Farming)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주민들이 직접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디자인을 생각했다. 먼저 지역 생산자들과 새로운 시장을 연결해 도시와 농촌의 식량 재배에 대한 인식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했고, ‘땅에서 식탁까지(soil to plate)’ 프로젝트를 진행해 도시 주민이 직접 식량을 재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하나로 중화학 산업이 발달한 미들즈브러(Middlesbrough) 지역에서는 컨테이너 안에서 과일과 채소를 재배했고, 여기서 수확한 먹을거리와 농촌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미들즈브러를 위한 식사’라는 행사를 열어 도시에서 식량을 재배하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주기도 했다. 

 

138 _ 139 

 

인간적인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동네 병원 

 

제너럴닥터 

 

1 4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하얀 벽, 환자는 무슨 뜻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차트, 아파서 얼굴을 찌푸리고 대기 중인 환자들. 일반적으로 ‘병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2007년 홍대 근처에 문을 연 ‘제너럴닥터의원(이하 제너럴닥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병원과 좀 많이 다르다. 카페 겸병원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제너럴닥터는 일반의(general doctor) 김승범이 메디컬 디자인을 실천하고 인간적인 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 고자 생각해낸 공간이다. 일단 카페 같은 분위기의 병원에 들어서면 정말 여기가 카페인지 병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파서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간 게 아니라 놀러 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병원을 카페로 ‘인지(cognition)’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제너럴닥터의 목적이다. 일단 환경이 바뀌어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통 방식도 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 한쪽에 제너럴닥 터의 진료실이 있다. 하지만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도 없고 인체 모형도 없다. 낮은 테이블 하나와 푹신한 소파, 그리고 등받이 없는 불편한 의자가 있을 뿐이다. 푹신한 소파에는 환자가 앉고 등받이 없는 불편한 의자에는 의사가 앉는다. 이런 환경 덕에 환자는 좀 더 편한 자세로 앉아 마음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의사는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구부려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자세가 되는 것. 또한 의사는 컴퓨터 앞에 앉아 환자는 알아듣지 못하는 의학 용어를 키보드로 입력하는 대신, 진료 노트를 꺼내 마치 생물 수업 시간에나 나올 법한 인체 해부도를 직접 그리면서 왜 아픈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환자는 30분이나 되는 진료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의사 선생님이 있어 마음의 위안을 얻을 뿐 아니라 궁금증으로 인한 불안감은 없어진다. 이런 인간적인 진료가 일어나는 공간이 바로 제너럴닥터다. 이곳 의사들은 진료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 의료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또한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작게는 사탕이 달린 압설자나 인형 청진기 같은 도구부터 시작해 카페처럼 편안한 병원 환경, 의사와 환자가 공유할수 있는 커뮤니케이션까지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디자인한다. 보기에 예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소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의료 서비스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걸 제너럴닥터를 통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하는 모든 것은 결국 의사와 환자 모두 행복한 의료를 위한 것이다. 글: 김영우 기자, 사진: 김문성(스튜디오 잘), 제너럴닥터 (www.generaldoctor.co.kr) 

 

2 3 

 

 

1 카페 같은 분위기의 병원. 아프지 않아도 갈 수 있는 동네 병원이다.

 

2 김승범이 공중보건의로 있으면서 우는 아이들을 위해 인형을 가져다 놨다. 그냥 묶은 게 아니라 멜빵 바지를 입은 것처럼 묶어뒀다.

 

3 제너럴닥터의 외관. 로고에서도 카페 같은 병원임을 알 수 있다.

 

4 의사 김승범이 진료실에서 문진하는 모습. 제너럴닥터의 진료실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도 없고, 처방전을 입력할 컴퓨터도 없다. 보통 병원에서 상상할 수 있는 물성, 색상, 냄새, 소리, 빛과 같은 환경을 개선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5 환자 진료 기록 카드. 의사와 환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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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너럴닥터의 김승범과 정혜진은 모두 일반의다. 진료 과목에는 제한이 없고 1차 진료가 가능하다.

 

일반 가정의학과를 생각하면 된다.

 

2 홍대에 있는 제너럴닥터의 진료 시간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다. 퇴근 후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진료 시간도 밤까지 늦췄다. 환자 1명을 진료하는 데 30분이 걸리기 때문에 내원하기 전 예약은 필수다.

 

3, 4 모니터에 처방전을 입력하는 대신,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환자의 상태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5 청진기가 숨어 있는 인형. 의사에게는 의료 도구지만 아이에게는 단지 인형일 뿐이다. 4년 전처음으로 만들었고 새로 만든 토끼 1호는 아이의 심장 소리를 의사뿐 아니라 엄마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인터뷰 | 김승범?정혜진 제너럴닥터 원장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진료실의 의료 환경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김승범(오른쪽)과 정혜진(왼쪽)은 제너럴닥터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반의(General Dotor)’다. ‘의료란 인간이 인간을 위해 해줄 수있는 무엇인가’라고 생각하며 인간적인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김승범은 공중보건의 시절에 개발한 ‘사탕이 달린 압설 자’로 제1회 전국의료기기 창업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으며 2007년 3월 제너럴닥터를 시작했고, 정혜진은 2008년 5월 전공의의 길을 포기하고 제너럴닥터에 합류했다. 김승범은 제너럴닥터 같은 병원이 특별하지 않을 정도로, 인간적인 진료가 당연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근 의료와 관련된 모든 디자인을 다루는 제너럴닥터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제너럴닥터는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이다. 이런 개념의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학창 시절부터 인간의 행동이나 반응에 관심이 많은 데다 엉뚱한 일을 하기 좋아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디자인으로 무엇인가 새로운걸 만드는 ‘엉뚱한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뭐든지 ‘디자인’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졸업 후 공중보건의 일을 하면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터랙션이나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어떻게 하면 인간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3년 동안 경험하면서 어떤 가능성을 엿보았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도구로 의료 패키지를 만들어 뭔가를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런 병원을 만들려 했다기 보다는 내 생각을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였다.

 

카페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편하게 올 수 있는 것 같다. 기존 병원과 같은 환경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의사소통 방식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카페 같은 병원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카페’라는 형식은 메디컬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문제 해결 방식 중 하나였다. 카페가 아니라 다른 방식도 얼마 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홍대 근처니까 미술 학원과 결합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일단 병원과 어떤 공간을 ‘같이 한다’ 는 방식을 선택하고 나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자신의 의도와 가장 적합한 걸 고르면 되는 거다. 

 

사탕이 달린 압설자(혀를 아래로 누르는 데 쓰는 의료 기구)와 인형 안에 숨겨둔 청진기가 인상적이다. 원주 보건소 예방접종 실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3년 동안 했다. 예방접종을 하면서 2만 명 정도의 어린아이를 진료했는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과 분위기 때문에 병원에 오자 마자 울기 시작했다. 날보고 자꾸 우는 아이들이 보기 싫은 마음에 진료실을 하나씩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와 의사가 아이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인형을 가져 다놓았다. 아이가 가져간다고 할까 봐 어딘가에 묶어두어야 했는데, 목이나 팔을 묶는 건 보기 좋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인형에 멜빵 바지를 입은 것처럼 의자 손잡이에 묶었다. 이런 식으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의도에 따라 디테일을 풀어 해결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압설자와 청진기도 그런 식으로 진료실에서 아이들과의 인터랙션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한 거다. 아이들이 압설자를 의료용 도구가 아니라 사탕으로, 청진기가 아니라 인형으로 인지하게 만들었 다. 아이들이 울지 않으면 아이의 상태에 대해 엄마와 의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가던 걸 체계화하면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의사가 자신이 필요한 의료 도구를 직접 만들고, 환경까지 디자 인한다는 게 새롭다. 의사로서 디자인의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 는지 궁금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다. 예를 들어 컵이 사용하기 불편 하다면, 사용하기 편하도록 컵의 재질이나 형태, 크기를 바꾸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을 발전시켜 실현하면 컵을 만드는 가공법도 개선할 수 있다. 또 컵을 사용하는 사람의 느낌을 바꿔주고 싶다면 컵과 관계된 주변 상황까 지도 생각하게 될 거다. 그런 식으로 기존에 있던 상황이나 구성 요소를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의사였기 때문에 의료와 관련된 메디컬 디자인을 생각하게 된 거다. 

 

겉으로 봐서는 카페 같아 보이는 제너럴닥터에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녹여냈나? 병원에 와서 느낄 수 있는 기분 나쁜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불편한 요소를 정리해 버리고 비인간적인 의료 경험을 인간적인 경험으로 바꾸기 위한 요소를 채우는 거다. 현재의 의료 서비스는 의사가 환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보면서 5분 만에 진료를 마치 며, 환자의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일단 컴퓨터를 치우고 30분의 진료 시간 동안 충분히 환자와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빈 공간을 내가 생각한 것으로 채우는 데거기에 커피, 고양이, 가운 벗은 의사 등이 그런 요소다. 사실 아파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디자인이 예쁜 문은 아무 상관없을 수 있다.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진료실의 의료 환경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처음엔 우리의 진료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문을 열고 나서 3년이 지난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정말 친구가된 사람도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상호작용이 쌓인 결과인 것같다. 

 

서비스를 받는 환자는 편하고 좋은 점이 많은데, 반대로 의사는 오히려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다. 현재의 의료 서비스는 환자와 의사 양쪽 모두에게 진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료 서비스 디자인은 결국 환자와 의사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거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것이 요즘 중요한 화두인데, 지속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서비 스를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사람도 행복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제너럴닥터 주식회사를 설립했다고 들었다. 의료 디자 인의 대상이 되는 도구, 환경, 소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일관되게 만들어 인간적인 의료 서비스 디자인을 하려고 한다.

 

이제 막 시동을 건 상태다. 20년 후 돌아봤을 때 ‘우리가 그때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즈음에는 이런 의료 환경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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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고객을 위한 카드 이상의 디자인 경험 

 

현대카드 에어라운지 

 

1 인천공항에 있는 현대카드 에어라운지 입구.

 

2 메인 라운지에는 핀란드 디자이너 이에로 아르니오(Eero Aarnio)의볼 체어가 있어 여행을 떠나기 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3 벤딩 머신에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대여하거나 M포인트로 교환할수 있다.

 

4 국내외 신문과 잡지는 물론 <자갓Zagat> <타센Taschen> <모노클Monocle> 등을 볼 수 있다.

 

5 VIP 룸. 메인 라운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벽면에 표시된 항공 운항 정보를 볼 수 있다.

 

6 여행할 때 유용한 폴딩형 트래블 백. 

 

 

 

 

 

INTERVIEW 석재웅 현대카드 프리비아 팀장 

 

 

2003년 현대카드가 선보인 미니카드는 ‘신용카드는 지갑에 넣어야 한다’는 당시의 고정관념을 깬 카드 디자인의 혁명과도 같았다.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신용카드 업계에 디자인 열풍을 몰고 온 현대카 드가 이번에는 차별화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다. 지난 3월 인천공항에 문 연 에어 라운지가 바로 그것. 보통의 공항 라운지가 단순한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현대카드 에어라운지는 ‘여행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바쁜 일정으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을 챙기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여행을 기다릴 수 있도록 말이다. 여행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찾지 못했거나, 휴대폰 충전기를 놓고 왔다거나, 외국 여행을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도 걱정 없다. 왜냐하면 에 

 

어라운지에서는 <월페이퍼>가 만든 세계 20개 도시의 <시티 가이드북>과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 ZAGAT>을 마음껏 보면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다, 휴대폰 충전기도 대여할 수 있고, 현대카드 M포인트로 모마(MoMA)의 디자인 상품을 선물로 준비할 수 있으니까. 또한 접어서 갖고 다니다 필요할 때 펼쳐 사용할 수 있는 폴딩형 트래블 백처럼 유용한 아이템도 구비해놓았다. 이처럼 에어라운지에는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거라 예상되는 웬만한 것은 모두 갖추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여기에 좁고 긴 공간을 돌아가면서 필요한 서비 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데, 여행을 여유 롭게 준비하는 사람과 바쁜 일정으로 시간이 촉박한 사람 모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다. 사실 현대카드가 사용자를 위해 선보인 서비스 공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복합 금융 공간인 현대카드 파이낸스숍은 금융 관련 서비스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리비아의 여행?교육?쇼핑? 문화와 관련된 서비스와 상품을 한자리에서 이용할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공간이다. 또한 최근 제주 올레길을 위한 디자인 기부 역시 올레길을 찾는 사람 들에게 꼭 필요한 만큼 디자인을 더해 여행객들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 서비스 디자 인의 예라 할 수 있다. 현대카드의 디자인 차별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 서비스를 돋보이게 하려고 시작한 ‘카드 디자인’에서 이제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글: 김영우 기자, 사진 :김용일 기자 

 

“여행객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현대카드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준다” 

 

 

현대카드 에어라운지의 콘셉트는 ‘여행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공항 라운지에서 보이는 폐쇄적이고 단절된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필요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순환형 구조로 공간을 디자인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 에게 필요한 서비스만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여유 있는 여행객과 시간이 촉박한 여행객 모두 서비 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 효율성을 최대 화한 것이다. 또한 메인 라운지에는 핀란드 디자이너 이에로 아르니오(Eero Aarnio)의 볼 체어를 배치해 현대 카드만의 디자인 감각을 경험하면서 휴식을 충분히 취할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 에어라운지는 여행객의 편의를 위한 공간인 동시에 현대카드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 주는 서비스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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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서비스 디자인의 연결 고리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 

 

서비스 디자인의 기본 원칙 10가지 

 

2005년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 비르짓 마거(Birgit Mager)가 말한 서비스 디자인의 기본 원칙 10가지를 요약해 소개한다. 고객,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서 생객해볼 수 있다. 

 

v o lu m e 2 | n o. 2 | 1 2,8 0 e u r o 

 

September 2010 

 

Business Impact of Service Design 

 

Service Design Conference 2010 

 

Student Days 11th ? 12th October Conference Days 13th ? 14th October Members Day 15th October 

 

? Service Design ? The Bottom Line Lavrans Løvlie and Ben Reason 

 

How Human Is Your Business?

 

Steve Lee 

 

? Stuck in a Price War? Use Service

 

Design to Change the Game in B2B

 

Relations.

 

Lotte Christiansen, Rikke B E Knutzen, Søren Bolvig Poulsen 

 

This year´s Service Design Conference takes place in Berlin, Germany on the 13th and 14th October 2010. It will start with two Student Days on the 11th and 12th October. The annual SDN Members Day is scheduled for 15th October. Save the date! For more information and to register visit: www.service-design-network.org 

 

About Service Design Network 

 

The Service Design Network is a forum for practitioners to advance the nascent field of Service Design.

 

Our purpose is to develop and strengthen the knowledge and expertise in the science and practise of innovation and improve services generally. 

 

Service Design Network . Ubierring 40 . 50678 Cologne . Germany . www.service-design-network.org 

 

 

1 <터치포인트Touchpoint>는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가 발간하는 서비스 디자인 저널이다. 2009년 5월 첫 호를 발간했으며, 1년에 세 권을 내고 있다. 서비스 디자인 전반에 대한 새로운 소식과 트렌드,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1 지난해 포르투갈에서 열린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 컨퍼런스.

 

2 올해는 ‘점들을 잇기(Connecting the Dots)’를 주제로 독일 베를린과 미국 캠브리지에서 열린다.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Service Design Network) 는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있어 그 경험을 결정하는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시작한 단체다. 독일의 쾰른 인터 내셔널 스쿨 오브 디자인(K ln International School of Design, 이하 KISD),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교 (Carnegie Mellon University), 이탈리아의 폴리테크 니코 디 밀라노(Politecnico di Milano), 도무스 아카 데미(Domus Academy) 등의 교육 단체와 서비스 디자인 에이전시 스피릿 오브 크리에이션(Spirit of Creation)이 주축을 이뤄 2004년 발족한 이 단체는 세계적으로 서비스 디자인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인물은 

 

KISD의 서비스 디자인 과정 책임 교수이자 서비스 디자인 홍보대사인 비르짓 마거(Birgit Mager) 교수. 단순한 서비스 디자인의 홍보 차원을 넘어 디자 이너들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래 매년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첫해 암스테르담, 지난해 포르투갈의 마데이라에 이어 독일 베를린과 미국 캠브리지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의 주제는 ‘점들을 잇기(Connecting the Dots)’로 클라이언트와 서비스 디자이너들의 관계를 견고히 하고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들의 유대를 긴밀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10월 13일과 14일 이틀간본 행사가 열리는데,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클라이 

 

언트의 경험을 듣고 디자인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 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과 관련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 이다. 또한 15일은 멤버스 데이로 서로 의견을 나눌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본 행사에 앞서 11일과 12일은 학생의 날로 서비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워크숍이 열린다. 미국 캠브리지에서는 10 월 29일 단 하루 동안 열린다.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만큼 ‘서비스 디자인 컨퍼런스’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서비스 디자인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글: 정재훈 프랑스 통신원, www.service-design-network.org 

 

INTERVIEW 비르짓 마거(Birgit Mager)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 대표 

 

“소비자에게는 유용하고, 판매자에게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1995년 서비스 디자인 이론과 방법론 연구를 시작한 이후 이 주제에 대해 세계 각국의 대학과 에이전시의 관심이 높아짐으로써 탄생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서비스 디자인을 더욱 강화하고 서로 지식을 공유하며 관련 분야의 연대를 위해 만든 단체다.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목표와 이 네트워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유용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롭게 하는 동시에 판매자가 더욱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서비스 디자인 네트 워크 사이트를 통해 정보 제공자로서 그 역할을 하고, 관련 연구와 서비스 디자인을 알리기도 한다. 또한 전 세계적 네트워 크를 통해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업계 전문가와 클라이언트, 학계를 연결하는 국제회의를 진행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다.

 

멤버들의 현황은 어떠한가? 기업, 에이전시, 대학을 비롯해 110개의 단체가 가입해 있다. 현재 영국의 멤버가 가장 많으며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이 뒤를 잇고 있다. 격월간으로 발간하는 뉴스 레터는 약 1000여 명의 회원이 구독하고 있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는 서비스 디자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적 사고는 어떤 것인가? 디자인적 사고는 각 시스템과 관련 요소들이 전략이나 구조, 과정, 교류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차원에 초점을 맞춘 창조적 접근 방법이라고 본다.

 

앞으로 서비스 디자인의 전망은 어떤가? 현재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서비스 디자인 전문 컨설팅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인하우스 서비스 디자이너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에 있어 그 경험을 결정하는 서비스 디자인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1995년부터 KISD의 서비스 디자인 과정의 책임자로 있으며 서비스 디자인 이론과 방법론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4년 세계 서비스 디자인 관련 학계와 전문가를 모아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를 발족시킨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 전문가다. 디자인적 사고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의 기본 원칙 10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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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이 선정한 

 

분야별 서비스 디자인 키워드 7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2010년 3월 15일자 특집으로 서비스 디자인을 다뤘다. 서문에서 게이노 앨토넨(Gaynor Aaltonen)은 “새로운 정보화 시대를 맞아 기업과 공공 서비스 모두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기능이 우수한 제품 이상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아이폰 그 자체보다는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앱(App)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어떻게 해야 서비스 디자인이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디자인 경험에 도움이 되는지 공공, 금융, 자동차, 지역사회?친환경, 교육, 새로운 비즈니스 과제, 고객 컨설턴트 부문으로 나눠 살펴봤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 소개한다. 전문은 guardian.co.uk/service-design에서 볼 수 있다. 정리 :김영우 기자 

 

 

공공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 공공서비스를 변화시킨다” 

 

지금보다 인구도 적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단순했던 과거의 공공 정책 중에는 오늘날에는 맞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것도 있다.

 

공공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여러 기관이 중복되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관행과 규정을 없애는 등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예산을 줄여야 하는)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디자인은 적절한 대상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금융 

 

“디자인 컨설팅과 집중적인 고객 연구가 은행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어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매진하던 은행은 2007년 이후 금융 위기를 겪으며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은행은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객 스스로도 알지 못하던,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 관심을 끌어야 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PNC 은행, 도이치 은행 등은 서비스 디자인을 이용해 사고를 전환하고 고객 접근 방식을 바꿔 신규 고객을 유치했을 뿐아니라 예금액을 늘릴 수 있었다. 

 

자동차 

 

“서비스 디자인은 자동차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하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운전자에게 이동 수단 외에 다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가능하다. 주차하는 동안 전기판 위를 지나가도록 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낸다면 말이다. 또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필요할 때만 자동차를 빌려 쓰는 방법으로 자동차의 ‘이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자동차를 쉽고 즐겁게 빌려 쓸 수 있는 방법도 자동차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이다. 

 

지역사회?친환경 

 

“기능도 뛰어나고, 지역사회에 이익이 되는 데다, 예쁘기까지 한 1석 3조 디자인” 

 

NGO가 무료로 나눠 주는 모래 여과기는 볼품없고 무거운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이동이 불편한 데다 가난한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사바나 예술대학의 학생들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으로 만든 모래 여과기는 판매할 목적으로 디자인했으며, 밝은 색상의 PVC를 이용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사람들이 집에 두고 싶어 하는 물건이 됐다. 또한 소규모 기업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지역사회에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 

 

교육 

 

“서비스 디자이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서비스 디자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결과물을 디자인하는 창의력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관한 지식과 경험 역시 필요하다. 또한 실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협업과 팀워크도 중요하다. 서비스 디자인을 위한 교육 과정에서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고객의 요구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과제 

 

“서비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모든 기업이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말 좋은 고객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고객의 필요와 기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이상적인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고객 만족’과 ‘수익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장은 단순한 판매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고객 컨설턴트 

 

“획일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 

 

기업은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과 평가를 바꿀 수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이제 모든 고객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적용한 제3의 장소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은 좌석을 다양하게 분리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통해 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생수병은 물을 담고 있다가 필요할때 물을 마실 수있도록 해준다.

 

생수병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생수병그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해 어떤 기능을 할 수있느냐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서비스다. 

 

펠릭스 서머빌 샤프(Felix Somerville Scharf) 

 

폭스바겐 서비스 디자이너 

 

혁신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단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이미 확고하게 굳어진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있는 능력이다. 소비자 조사는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한 해답만 준다. 정작 필요한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해결책인데 말이다. 

 

조 페리(Joe Ferry) 

 

버진 애틀랜틱 디자인 & 서비스 디자인 책임자 

 

맥도날드에서 음식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이긴 하지만 고객에게 권한을 주고 매장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음식을 주문하고 어떻게 식사를 즐길지 결정하게 한것이 효과가 있었다. 

 

피에르 워렉젝(Pierre Woreczeck) 

 

프랑스 맥도날드 브랜드 전략 담당 부사장 

 

서비스 디자인은 소비자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와 관련된 다른 모든 부분을 고려해 해결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우리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고민해볼 수있다. 

 

프랜시스코 피타(Francisco Pita) 

 

포르투갈 항공사 아나(ANA) 마케팅 & 고객 서비스 담당 이사 

 

 

디자인적 사고란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의 유용성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사용자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용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측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다니엘 핑크(Daniel Pink) 미래학자 

 

1 폭스바겐 유리 공장 고객이 주문한 자동차를 직접 찾으러 가는 과정이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험을 준다.

 

2 맥도날드 프랑스 루브르 매장 좌석을 다양하게 분리해 각기 다른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서비스 기업에서는 자신이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든 직원도 서비스 디자인에 관여하는 ‘소리 없는’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적 사고는 그들이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노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닉 마쉬(Nick Marsh) EMC 컨설팅 수석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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