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2. 02:15ㆍ디자인/디자인이야기
https://youtu.be/ck0mHRoRFeo?si=mVcJFEw1hN9z3k8_
넛지(Nudge)의 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서 행동을 바꾼다
아이들이 아침마다 학교에 들어서며 손바닥에 작은 스탬프를 찍게 된다. “Wash Me”라는 문구와 함께 찍힌 세균 문양은 장난스럽게 생겼지만, 명색이 세균 그림이니만큼 아이들은 꺼림직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지우려면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하는데 그사이 자연스럽게 세균이 제거되고, 손 씻는 습관도 형성된다.
필리핀에서는 매년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세균으로 인한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근본 원인은 손을 제대로 씻지 않는 데 있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씻으라고 해도,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균은 위협이 아니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바로 '세균 도장'이라는 아이디어였다. 필리핀의 어느 초등학교에 적용된 이 캠페인은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효과는 컸다. 한 달 만에 손 씻는 비율이 71% 증가했고 질병으로 인한 결석은 50% 감소했다. 2012년 P&G의 Safeguard와 함께 사치앤사치 싱가폴(Saatchi & Saatchi Singapore)이 기획한 이 캠페인은 2013년 칸느 국제광고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고 아랍에미리트, 중국, 파키스탄, 멕시코 등 다른 나라에도 확대 시행되었다.
사람이 행동하지 않는 것은 그 행동을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알게 하려면 일단 그것을 보이게 해야 한다. 가시화 된 무엇을 봄으로써 대상을 인지하게 되고, 그 다음 의도가 생겨나고,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균 도장 캠페인은 보이지 않는 세균의 위험성을 보이게 해서 행동을 변화시킨 넛지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넛지, 그 한계점에 대한 비판
세균도장 캠페인은 행동변화를 이끈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동시에 넛지 전략이 갖는 한계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1.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
세균 도장은 손바닥에 찍힌 스탬프가 손을 씻게 유도하는 장치였기에, 매일 누군가가 모든 학생들에게 스탬프를 찍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이런 방식은 사실상 지속되기 어렵다. 이 캠페인은 한 달간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넛지는 단기적 변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인 습관 형성에는 한계를 가진다. 반복적인 실행을 요구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그 효과가 지속되도록 하려면 반드시 추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2. 사회적 압박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넛지가 사회적 맥락과 결합되지 않으면 충분히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사회적 압박이나 규제와 결합되지 않은 경우에 넛지가 목표한 행동 변화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 사회적 압박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자율성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
세균 도장을 찍기는 강제로 이루어지는 행위다. 넛지는 행동을 유도할 때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도장 찍히는 것에 대해 아이들의 선택권은 없기에 자율성 침해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직접적이고 강제적 요소가 일부 포함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하던 것을 시각화해서 손 씻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행동을 유도한 점은 넛지의 효과적 활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율성을 침해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느끼면 아이들은 반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고 이는 의도했던 목표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넛지가 때로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여겨지는 점은 넛지에 대한 윤리적 비판에서 자주 언급된다. 이는 넛지의 효과성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와 같은 비판들은 넛지 기법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이해하고 보완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넛지를 통한 행동 변화, 지속시킬 방안은?
언급된 한계점을 넘어 세균 도장 캠페인의 효과를 지속시키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1. 기술과 제도로 지속가능성을 보완하기
기술이나 제도, 심리적 인센티브를 이용해서 낮은 비용으로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도할 방안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손 씻을 때 세균이 사라지는 영상을 비춰주는 거울을 이용하면 어떨까? 이 거울은 실시간으로 손 씻기 과정을 보여주며 손에 있던 세균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준다. 이로 인해 손 씻기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재미를 제공할 것이다.
다이슨의 V15 Detect 진공청소기는 레이저가 먼지 입자를 조명해서 청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보여준다.(사진) 더러움이 시각화되어 사라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밌고 동기를 부여한다. 이런 식의 즉각적 피드백을 이용하면 아이들의 손씻는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제도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교과 과정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손 씻기 실습을 한다. 학생들이 손 씻기의 중요성을 계속 인식하도록 해 손 씻기 습관을 형성하게 할 수 있다.
손 씻기를 포함한 위생 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손 씻기 시설을 필수적으로 설치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위생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나 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손 씻기 습관이 정착되게 유도할 수 있다.
제도적 접근은 강제성이 수반되므로 이로 인해 자율성이 사라지지 않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방안들은 스스로 손 씻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동기 부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2. 사회적 압박 활용하기
'세균 도장'이 손바닥이 아닌 손등에 찍었다면 어땠을까? 손등에 찍힌 도장은 손을 씻지 않을 때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아이들 상호간에 사회적 압박을 줄 수 있다. 학생들이 손 씻기를 완료할 때마다 상징적인 팔찌에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방법도 있겠다. 이 상징들은 학생들 간에 손 씻기 여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며, 손 씻기를 완료한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시각적 상징은 사회적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긍정적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역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압박이 자율성 침해로 느껴지면 학생들은 저항감을 갖게되고 부정적 태도로 변화될 수 있다. 세균 도장을 저항 정신을 과시할 기회로 생각해 손 씻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3. 자율성 침해를 최소화하기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여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손 씻기 캠페인을 게임화하여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신만의 손 씻기 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강제된다고 느끼지 않고,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면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 씻기 기록을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한 학생들에게 작은 보상을 제공하거나, 손 씻기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행동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넛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동시에,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면 세균 도장 캠페인은 단기적인 성공을 넘어 장기적으로 공중 보건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성과 지속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넛지 전략의 진정한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넛지 디자인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은근하지만 강력한 도구이다.
윤성원 + 챗GPT
2024.08.12.
* 참고 : 넛지를 이용한 다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화장실 소변기 파리 1990년대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남성 화장실의 소변기에 작은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 이는 남성들이 소변을 보다 정확하게 소변기에 보도록 유도하는 기법으로 청결 문제를 해결했고 결과적으로 청소 비용이 크게 절감되었다. 넛지 책에서 소개되면서 넛지의 대표적 성공사례로도 많이 알려져있다. > 관련 글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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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행동경제학 #넛지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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