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디자인이야기

포용디자인, 국민을 위한 국가 디자인하기

SERVICE DESIGN 2019. 6. 29. 15:35

나는 포용디자인이 미래 디자인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용디자인이 왜 필요하고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의 관점으로 소수의 불편함도 배려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유니버설디자인, 소셜디자인, 민주적 디자인 등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즉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이라고 할 수 있다. 

 

포용디자인 (Inclusive Design)  = 모두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all)


극소수의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에서부터 모두를 위한 디자인까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고 할 때, 지금까지 우리는 비용편익이 가장 높은 ‘평균을 위한 디자인’을 해왔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가장 많은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지만,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해야 하고 그러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들은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수요층이 가장 많은 구역을 목표로 제품서비스 개발을 하고 평균 사용자에게 최적화 된 상품을 시장에 내 놓아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법으로 경영을 해왔다.
평균을 위한 세상에서는 평균치에 해당되는 사용자만 각광받는다. 평균치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소외된다.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들은 소외되는 쪽에 속한다. 아래 그림의 노란색 선은 넓게 분포되어 있는 사용자를 의미한다. 왜 그동안 기업들이 사용자가 가장 많은 영역을 타켓 시장으로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디자이너는 왜 평균을 위한 디자인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제는 기술로 지금까지의 제약을 극복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2018년 12월 링크드인은 2019년 50개의 빅아이디어를 발표했는데 그중 디자인 관련 주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포용디자인이 주류가 될 것이다’(Inclusive design will go mainstream)였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AI기술이 포용디자인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지친 공룡이라 불리며 추락해가던 MS를 위기에서 끌어내 시가 총액 1위로 바꾸어낸 대단한 비전을 가진 경영자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포용디자인이 주류가 될 것이다’(Inclusive design will go mainstream)'.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n025zjyJH5Y

그는 왜 인클루시브디자인(포용디자인)이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을까?


그가 기술이 바꿀 세상을 말하면서 '포용디자인'을 언급한 것이다. AI기술을 통해 포용디자인이 주류로 주목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기존 산업의 논리-'그걸 사려는 고객이 몇이나 되겠어? 경제적이지 못해'라는 생각-로 대량생산된 단일 제품서비스가 수요자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던 난독증환자, 노약자 등의 소수의 사용자를 위해, 인공지능과 같은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모든 영역의 사용자 각자에게 맞춰진 디자인을 해줌으로써 결국엔 모든 사용자를 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시력이 낮은 사람에게 자연적으로 더 큰 폰트로 보이는 웹브라우저와 같은 것일까?)
AI는 모든 이들에게 맞춰진 제품서비스가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낮은 비용으로 제공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비용이 더 드는 것이 아니라면 한 명이라도 고객 범위를 늘리는 것이 맞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포용디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용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옥소(OXO)의 예를 소개한다. 사진은 옥소 본사 로비의 모습이다.
‘수많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용자가 우리의 고객이다’라는 것을 일깨우는 공간이다. 

옥소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장갑

 

옥소는 샘 파버(Sam Farber)가 1990년 설립한 주방용품 제조업체다. 그는 30년간 운영하던 회사를 퇴직하고 은퇴시절을 보내던 중 부인이 손 관절염으로 감자깎기 칼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을 보고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인 패트리샤 무어의 도움을 받아 2년간 연구개발 끝에 ‘굿그립’을 개발한다.

 

옥소. 굿그립

 

관절염이 있는 사람도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고무재질 손잡이를 붙인 감자깎이 칼과 같은 주방용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2%가 넘은 상황이었고, 관절염 환자는 6천6백만명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제품은 노인이나 관절염 환자가 아닌 젊은 사람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편리한 제품이었다. 결국 미국내 시장 점유율 50%, 매년 매출 평균 27% 상승, 지난 10년간 디자인상 180개 이상 수상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옥소에서는 년간 1백 종씩 신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 사례는 포용디자인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디자이너나 장애인과 같이 위화감에 대해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 신시장을 만드는 아이디어의 도화선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고객으로 포용하지 못했던 바깥쪽의 고객까지 고려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면 오히려 기존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고 그것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디자인은 산업적 가치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간 관계를 결정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포용국가를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모두가 다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디자인이야말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써 포용디자인’은 포용국가로 전환하고자 하는 지금, 국정 전반에 필요한 디자인의 역할을 의미한다. 이제 산업을 촉진하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과 문화를 바꾸는 주체로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주체로서 디자인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안전, 범죄예방, 지역재생, 에너지, 공유, 일자리, 복지 모든 정부의 정책에 디자인이 모든 국민을 배려하는 포용의 국정 철학으로 고려 될 수 있도록 국가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2019.3.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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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이란? : 신체, 정신, 문화, 경제,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포용하는, 모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의미함 
* 영국 표준원(British Standard Institution)에서의 포용디자인의 정의 : 포용디자인이란 일상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변형이나 개조 없이도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 포용디자인의 산업적 의의 : 지금까지 고객으로 포용하지 않았던 바깥 쪽의 고객까지를 고려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기존에 보지 못하던 신시장 창출의 기회를 찾고 그것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