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6. 23:33ㆍ디자인/디자인이야기
4천달러 시대의 디자인 과제
글/선정근 '선디자인' 대표
국민소득이 4천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는 지금, 실질가치와 삶의 질이 과연 그만한가라는 물음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 디자이너들은 선진 산업사회가 형성해놓은 서구의 디자인 문화를 수용하면서 나름대로 발전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으로는 부의 분배에 따른 갈등과 마찰이 커지고 있으며, 상하좌우의 다양한 컬러의 주의주장이 연일 신문의 사회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현재에 우리 디자이너들은 과연 거시적으로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 디자이너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민족의 자존심과 국제경쟁사회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위한 '대한민국주식회사'의 CI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거대한 작업을 위하여 현재 양적 공급에만 치우치고 있는 디자이너의 질적 향상이 시급한 실정이다.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목표에 따라 전문교육을 받고 실무를 익혀나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의사나 판· 검사, 건축사처럼 일정한 국가고시를 치르는 것도 아니고 또 무슨 라이센스를 얻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사회와 학교 간의 적절한 소통이 가능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며, 교수는 디자인 교육의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언제나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
그리고 실무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책임감이 강한 전문가여야 한다. 아이디어 맨으로서의 디자이너, 크리에이터로서의 디자이너, 구체적인 것을 더욱 구체적으로 강조하기도 하고, 사물을 압축하여 고도로 추상화할 줄도 아는 표현의 마술사들, 이들은 장인으로서의 기술성과 작가로서의 창조성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산업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비즈니스 맨이기도 하여야 한다. 아카데미즘과 비즈니스 정신, 지식과 기술과 경영을 아는 디자이너, 장차 '대한민국주식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할 주인공들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의 발전과 국제사회의 정보화는 우리 디자이너들의 보다 차원 높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주식회사'의 멋진 아이덴티티 창출을 위하여 이제 우리는 제자리를 찾아 자기의 역할을 극대화하고 서로의 작업에 따뜻한 관심을 기울일 때다.
출처 : 월간 디자인. 1989년 05월호. 머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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