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30. 03:07ㆍ디자인/디자인이야기
나이키의 성장과정에 디자인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던 두가지 사건을 꼽는다면 첫째는 나이키 로고가 디자인 된 것, 둘째는 혁신적인 운동화, 에어조던 시리즈가 디자인 된 것일 것이다.
다음은 이 두가지 사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세 명의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 캐롤린 데이비슨, 피터 무어의 이야기이다.
1. 팅커 햇필드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높이 뛰게 할까’를 고민하며 제자들의 기록을 높이기 위해 직접 신발을 만들고 개선하는 노력을 계속하던 대학 체육교수(오리건대학 육상 감독)가 있었다. 그는 장대높이뛰기를 훈련하던 제자가 큰 부상으로 운동을 못 할 위기에 처하자 그의 굽어진 다리를 보완할 목적으로 특수 신발을 개발하고 운동을 못 하게 된 후에도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해준다.
제자는 장대높이뛰기 대신 전공을 건축으로 바꾸게 되면서 비로소 자기 안에 숨겨져 있던 드로잉 실력과 창의성을 발견하고 교사가 후에 신발 회사를 창업하게 되자 홍보 리플렛에 멋진 신발 그림을 그려주는 식으로 돕는다.
졸업 후 전시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던 제자는 어느 날 신발 디자인공모전 참가 초대장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스승이 운영하는 신발 회사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신발 디자이너로는 초보자였던 그는 독창적인 피티로 입사 통보까지 받게 되고 초고속으로 승진해 수석 디자이너가 된다. 장래가 촉망되던 장대 높이뛰기 선수였지만 사고로 신발 디자이너로 새로운 삶을 살 게 된 제자의 이름은 팅커 햇필드, 그 길로 이끈 스승이었고 더 나은 신발을 만들려고 신발회사를 창업(필 나이트와 공동창업)했던 교수의 이름은 빌 바우어만, 그가 창업한 신발회사이자, 지금은 세계 스포츠계의 압도적 1위로서 업계를 이끄는 기업이 나이키다.
2. 캐롤린 데이비슨
디자인 전공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35불짜리 로고 이야기이다.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스우시(Swoosh)'를 개발한 것은 포틀랜드주립대 그래픽디자인 전공 대학원생 캐롤린 데이비슨이다. 빌 바우어만과 함께 나이키를 창업한 필 나이트는 육상선수 출신의 회계학과 교수로 매우 신중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불안감에 교수와 회계사라는 직업을 5년간이나 유지했었고 회사의 이름을 정하는데도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미룰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미뤘다. 직원이 제프 존슨이 우연히 꿈에서 본 승리의 여신 이름인 나이키로 선택(당시 나이키와 경합했던 브랜드 이름은 ‘팰컨’, ‘디멘션 6’ 였으며 제품을 제작하기 직전까지 고민하다가 짧아서 오래 기억되고 센소리가 나는 원칙에 맞는 나이키를 최종 선택했다고 한다. 이름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디멘션 6'이었다면 'Just do it'이 먹혔을까?)
나이키 창업 전, 그는 대학 회계학 마지막 수업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의 전화번호를 묻는다. 자기 회사에 언젠가 디자이너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2년 후인 1971년 나이키를 창업하면서 캐롤린 데이비슨에게 35달러(17시간 30분이 걸렸다고. 최저시급 수준도 안 됨)를 주고 나이키의 로고 디자인을 얻게 된다.
그런데 그 금액은 캐롤린 데이비슨 자신이 정한 금액이었다. 비즈니스에는 경험이 없었던 그녀는 로고 디자인에 얼마나 가격을 책정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아. 점점 마음에 들겠지”라며 당시 필 나이트는 데이비슨이 만든 시안들(심지어 시안도 5개였다고) 모두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지만 사용해야 할 시점이 임박하자 할 수 없이 그중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 지금의 그 로고를 선택했다. 로고에서부터 역동적인 이미지가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로고에도 휙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는 뜻으로 스우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1983년, 캐롤린 데이비슨은 나이키로부터 감사의 표현으로 주식 일부를 받았고(요즘 가치로 약 7억6천만 원 된다고...) 한동안 나이키에서 일하다 2000년에 은퇴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초저가에 디자인했다는 일화로 많이 알려졌다.
결과물로만 보면 역사상 가장 주목할만한 디자인 중 하나이지만 디자인이 얼마나 그 가치에 적합한 금액을 받기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원래 대학원생은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으시겠습니다만...
3. 피터 무어
에어조던1과 유명한 '에어맨' 로고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피터 무어. 그는 원래 마이클 조던을 아디다스로 영입하기 위해 몰래 나이키에 들어간 산업스파이 디자이너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의도와는 달리 일을 너무 잘해버려서 대박이 난 것이라고.
피터 무어는 에어조던1, 에어맨이라는 초대박 아이템을 개발하고 아디다스로 이직한 후에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삼선 로고를 만들었다. 디자이너 한 명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스파이라도 좋으니 이런 디자이너가 있다면... 할 만하다.
마이클 조던은 피터 무어가 디자인한, 너무나 과감했던 초기 에어조던 디자인에 만족하지 못했고 아디다스로 옮겨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팅커 햇필드라는 디자이너가 에어조던3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아디다스의 마이클 조던 영입 시도는 무위로 끝난다. 에어조던3부터 에어조던 시리즈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던 에어맨은 원래는 피터 무어가 디자인했던 심볼 마크다. 에어맨의 자세는 곧 마이클 조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지만, 조던은 평상시 덩크슛할 때 그렇게 뛰지 않는다. 덩크슛할 때 누구도 그렇게 뛰지 않는다. 마이클 조던의 슛 장면을 촬영하던 중, 조던이 장난으로 발레 동작을 흉내 내며 덩크슛을 했는데, 피터 무어가 이 장면을 포착해 로고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망하겠지?' 하는 심정이었을까? 에어맨 로고는 에어조던3부터 시리즈를 도맡다시피 했던 나이키의 수석 디자이너 틴커 헷필드가 전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에어조던의 상징이 된다.
글 : 윤성원. 2020.7.30.
[참고한 글]
정경원의 디자인노트, 단돈 35달러 나이키 로고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19/2016021903599.html
How a college student created one of sport's most iconic images.
https://www.espn.com/espn/story/_/id/16286876/how-college-student-carolyn-davidson-created-nike-swoosh
Just do it, 나이키와 노인과 바다
https://brunch.co.kr/@hukho/203
20세기 디자인아이콘 나이키, 1971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coenergy3020&logNo=221437735725&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59800
나이키의 로고 값이 35달러였다고?
Just do it! 나이키 CEO 필나이트
http://modumagazine.co.kr/archives/6674
나이키 창립자 필나이트와 Just do it 이야기
https://ppss.kr/archives/48384
나이키 디자인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
http://m.egloos.zum.com/rodriguez13/v/2350764
'나이키 에어 조던 탄생은 사실 아디다스 덕?'
https://cm.asiae.co.kr/ampview.htm?no=2019082314205790645
팅커 햇필드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kaSvGVhtszo&feature=share
나이키 공동창업자 필 나이트 이야기
www.youtube.com/watch?v=s8okK1e-y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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