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0. 23:53ㆍ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 소식
2023년 8월 18일 저녁 강남, '일본 IT기업에서 서비스디자이너로 일하기 - 서비스디자인 전문가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 모임 안내 : https://designq.kidp.or.kr/news/view/3
17명의 서비스디자이너가 모였습니다. 서비스디자이너는 중재자와 촉진자로 다양한 분야의 참가자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서비스디자이너들만 모이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모임으로 업계 정보가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마침 서비스디자인드링크 서울 운영자 손민정 님이 9월에 예정된 행사 소식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2023 서비스디자인드링크 서울🇰🇷 (Service design drinks Seoul)
주제 : AI와 서비스디자인
챗GPT를 대표해 생성형 AI가 일반 대중에게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움직임 속에서 디자인 리서치 및 아이디어 구체화, 사용자경험 향상을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앞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등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벤트는 연사 토크와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시 : 9월 9일 토, 오후 1시~5시
연사 : 윤성원(한국디자인진흥원 수석연구원), 피터리(놀공발전소 대표), 제이든(블루프린트, 미국)
장소 : 강남역 마루180 지하 1층 이벤트홀 (강남구 역삼로 180.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 도곡동 방면 도보 7분)
참가비 : 일반 2만 원, 학생 1만 원 (학생증 제시), 온라인 5천 원
운영 : 손민정, 정영국, 황지희, 전연주
참여신청 링크: https://bit.ly/3qFzSRy
* 손민정 님이 초대해 주셔서 저도 여기에 참여합니다. AI 전문가도 아니고 활용법을 남에게 알릴 수준이 안되지만, 서비스디자인의 국내 확산 정황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디자이너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본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이날 저녁 서비스디자이너들이 모인 이유는 NTT DATA의 글로벌 서비스디자인 기업 Tangity의 서비스디자이너 이원교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강사 : 이원교
현 NTTDATA 주식회사 Tangity의 서비스디자이너
전 강릉시 도시재생 센터 고문
전 NPO법인 타마리시미지미노무라 부이사장
글로비스 경영대학원 MBA 졸업
츠쿠바대학대학원 인간총합과학연구과 예술전공 졸업
https://tangity.design/
https://note.com/tangity
https://www.nttdata.com/jp/ja/consulting/
NTT DATA는 직원 18만 명, 시스템통합 분야 세계 8위의 기업입니다. NTT DATA가 2020년 6월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디자인회사를 인수해서 현재 약 900명(!) 규모의 서비스디자인 에이전시 Tangity를 만들었습니다. Tangity는 세계 7개 국에 분산되어 있고 주로 서비스디자인을 하는 디자인 그룹입니다. 이원교님은 Tangity도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Tangity는 공공부문, 금융, 일반법인, R&D 네 가지 영역의 일을 하고 있는데 이중 공공부문에서 일본 공무원들과 진행하고 있는 일이 특히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원교님이 들려준 이야기 중 제 시각에서 가장 흥미로왔던, 공무원이 디자인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소개하고 이에 관한 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일본의 정책을 디자인하는 젊은 공무원들
일본 경제산업성(우리나라로 치자면 산업통상자원부)은 2018년 디자인경영 선언(일본어, PDF)을 하고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산업 경쟁력과 디자인을 생각하는 연구회 보고서 모음 - 일본 경제산업성, 2018
(일본어지만 브라우저 자동 번역 기능 -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후 '한국어로 자동 번역' 메뉴 선택 -으로도 대략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 서비스디자인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음과 같은 연구들도 하고 있고요.
'일본에서의 서비스디자인의 효과적 도입 및 실천 방안에 관한 조사 연구 보고서' - 일본 경제산업성, 2022
서비스디자인의 보급 개발을 위한 콘텐츠 '서비스디자인을 시작하기 위해 - 서비스 혁신의 가속화를 위한 서비스디자인 입문' - 일본 경제산업성, 2022
* 이 연구를 수행한 기업은 콘센트(Concent https://www.concentinc.jp )라는 서비스디자인회사입니다. 찾아보니 여기도 직원이 225명이나 됩니다. 수요시장이 얼마나 크길래 900명, 225명 이렇게 큰 서비스디자인 기업들이 있는 것인지 신기하고도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 2024년 기준으로 위 PDF 파일들이 사라졌길래 제가 가진 자료로 공유합니다.
2018 일본 경제산업성 디자인경영 선언 PDF
2018 산업 경쟁력과 디자인을 생각하는 연구회 보고서_디자인경영 선언_일본 경제산업성
202003_일본에서의 서비스 디자인의 효과적인 도입 및 실천의 존재 방식에 관한 조사 연구 보고서_일본 경제산업성
202004_서비스디자인을 시작하기 위해_서비스 혁신을 가속하는 서비스 디자인 입문_일본 경제산업성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도 퍼져, 디자인 방법으로 수요자 중심 정책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아래는 그중 대표적인 활동의 하나인 JAPAN+D의 구성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JAPAN+D는 20~30대의 일본 경제산업성 공무원들로 이루어진 디자인 혁신 조직입니다. 그들의 활동은 경제산업성 공식 웹사이트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https://www.meti.go.jp/policy/policy_management/policy_design/Japanese/
JAPAN+D의 블로그 : https://japandesign-meti-gov.note.jp/
JAPAN+D의 동영상 채널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cRmz7bR5W3k5QJyXVN7gaZoLaHmOQZTM
일본정부와 한국정부, 디자인 정책 운영 체계상의 차이점
활동 내용도 궁금했지만, 그전에 제가 호기심을 갖게 된 부분은 '디자인방법을 정책에 도입하자'는 활동이 왜 '경제산업성'에서 추진될까라는 점이었습니다.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디자인방법으로 개발'한다고? 이것은 우리나라라면 행정안전부가 담당할 일입니다. 서비스디자인으로 정책을 디자인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국민디자인단이 그 예입니다. 2014년 시작해서 이제 10년째가 되어가는데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사업 운영을 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전반적으로 주관하며 행정안전부 예산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나라 산업부에 비할 수 있는 경제산업성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2010년 일본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하자며 시작된 '쿨 재팬'도 담당부서인 '쿨 재팬실'이 경제산업성 산하에 설치되었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이것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하게 될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업디자인은 산업디자인진흥법(디자인·포장진흥법으로 시작, 1977년 시행), 공공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2016년 시행)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디자인은 산업부, 공공디자인은 문광부에서 담당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 조심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을 디자인으로 혁신하는 일이라면 행안부, 문화를 디자인으로 혁신하는 일이라면 문광부, 이런 식으로 각 수요처의 관할로 추진됩니다.
디자인의 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 매력적인 생산품을 만들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에 국한되었던 디자인은 이제 더 안전하고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과 관련된 활동은 산업부, 행안부, 문광부뿐 아니라 국토부, 미래부, 교육부 등 필연적으로 다양한 부처에서 나타나고 있지요.
그런데 해당 수요처의 관할 영역에서 일어나는 디자인의 사정에는 산업부가 관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부처에서 시행되고 있는 디자인 정책의 사례 :
디자인으로 생각하라‘…DT, 정부부처에 첫 도입, 헤럴드경제, 2016.5.9. (미래창조과학부)
평창패럴림픽 성공 개최를 위하여…무장애 관광도시 만든다, 아주경제, 2017.1.11. (문화체육관광부)
행안부 '공공청사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안내책자' 발간, 아시아투데이, 2018.8.15.(행정안전부)
공간혁신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행안부, 2019.01.02.(행정안전부)
‘공공디자인 부처 컨설팅’ 사업,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3.03.08.(문화체육관광부)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선, 행안부, 2023.5.10.(행정안전부)
제각각 키오스크 UI, 정부가 공통 플랫폼 지원한다, 전자신문, 2023.7.12. (미래창조과학부)
‘고령 운전자 스티커’ 디자인 규격화…실효성은?, 경향신문, 2023.7.30. (국토교통부)
새롭게 나타나는 수요로 인해 디자인을 도입해야 할 상황을 맞은 부처들은 각자 나름의 방안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속성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는 좋은 성과가 나기 어렵습니다. 제대로 되려면 각 부처들이 디자인 전문성을 확보하거나 전문성을 가진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계획하고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디자인이 개입해야 할 일이라면 산업이든 문화든 경제산업성이 담당합니다. 재팬+D는 경산성 내의 젊은 공무원들, 특히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정책을 디자인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정책 입안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다른 부처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처별로 나뉘어 전문적 디자인 방법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떤 통합 조정의 체계 없이 운영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기야 그 결과로 나쁜 성과가 나더라도 그 부처에 한해서만 영향이 미치니, 다음의 경우에 비하면 그나마 문제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에 디자인이 개입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 불평등, 고령화 등 복잡한 사회문제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정책은 점점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들을 다루게 됩니다. 사회문제는 특정 부처가 책임지고 추진할 수 없는 애매한 성격의 과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고령화 문제는 얼마나 복잡한지 볼까요?
노인들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복지 사회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보건복지부 관할로, 노인 복지 시설, 건강 보험, 의료서비스 등의 향상이 요구됩니다. 노인들이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시는 늘어나는 고령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업무로, 노인 친화적인 교통수단과 도시 계획이 요구됩니다. 노인 고용 증대 관련 정책은 고용노동부의 업무로, 노인의 재취업 기회와 고용 안정을 도모해야 합니다. 문화와 여가 활동은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 개발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입니다. 노인 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연구 및 개발은 노인들의 생활 편의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것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입니다. 노령화는 여성과 가족과의 관계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하며, 여성가족부는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책임져야 합니다. 길어지는 수명에 따라 노인들이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평생 교육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는 교육부 관할입니다.
고령화 문제를 디자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어떤 부처가 책임져야 할까요? 복잡한 사회문제를 디자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선 각 정부 관련 부처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와 방안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 절대적이고 시급한 문제라고 해도 이렇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엮여있는 과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여러 부처에 나뉘어 추진되는 특성 때문에 예산심의에도 밀려나고 관리도 안되고 실제로 잘 추진되지 않습니다. 숫자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마치 문제가 해결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만 주력하게 됩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 우리나라에서는 실현되지 않는 이유가 이와 같은 정부의 역할 분담 시스템에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디자인 정책의 운영 체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일본정부와 우리 정부, 어떤 방법이 디자인 정책의 운영에 더 바람직한 방법일까요? 우리 정부의 방식은 기업에 비유하자면 제품의 홍보 업무를 홍보 부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각 사업 본부에서 알아서 각자 해결하고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잘 될 리가 없겠죠? 신기술에 따라 바뀌는 매체 환경을 고려한 홍보 전략 같은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본처럼 산업부가 모든 디자인 관련 업무를 일괄해서 하면 해결될까요?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정책이라면 그런 방법으로도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챗GPT에게 도움을 청해보았습니다.
1. 통합 디자인 관리 기관 설립
목표: 디자인 관련 업무의 분산을 막고, 전략적으로 디자인을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한 통합 기관 설립
세부 계획:
관리 기관의 역할과 권한 정의
산업, 문화, 행정, 사회문제해결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전략 수립 및 실행
관련 부처와의 연계 및 협력 강화
예 : 현재 산업부 산하의 한국디자인진흥원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기구로 재편하여, 모든 부처의 디자인실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함
* 참고사례 : 디자인싱가포르카운슬(Design Singapore Council)
2003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EDB)의 일부로 설립되었으나, 현재는 싱가포르 국무장관 직속으로 운영 중.
디자인을 통한 경제 성장 촉진, 싱가포르의 디자인 산업 발전과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교육, 전문가 양성, 산업 협력, 정책 지원, 디자인 연구 및 혁신 지원 등 역할
2. 다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
목표: 여러 부처 간 협력을 통한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
세부 계획:
다부처 협력을 위한 규정 및 지침 마련
협력 프로젝트의 실행 및 모니터링
협력 성과의 평가 및 피드백 시스템 구축
3. 디자인 국가 전략 수립
목표: 국가 브랜드 및 경제 발전을 위한 디자인 전략 수립
세부 계획:
디자인 중장기 로드맵 설정
국가 목표와 연계된 디자인 프로젝트 추진
전략의 집중 추진을 위한 예산 및 자원 할당
4. 디자인 교육 및 인식 개선
목표: 디자인의 중요성과 전문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전문 인력 양성
세부 계획:
디자인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및 홍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가 자격 제도 강화
5. 효과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 시스템 도입
목표: 디자인 관련 정책과 프로젝트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한 모니터링 및 평가 체계 구축
세부 계획:
정책 및 프로젝트의 성과 측정 지표 설정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 수행
평가 결과를 통한 지속적인 개선 및 조정
그럴듯한 말이네요. 그렇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디자이너들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공무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2023.8.20. 윤성원 +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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