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E와 디자인적 접근은 어떻게 다른가?

2016. 12. 30. 22:02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SSME와 디자인적 접근은 어떻게 다른가?

SSME : 서비스사이언스. 서비스경영, 서비스엔지니어링(Service science, management and engineering)에 비해 디자인적 접근이 어떻게 다른지 봅시다.
대표적 디자인기업인 IDEO는 존스 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Medicine)의 서비스 혁신을 위해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병원의 대표적인 이해관계자를 의사, 간호사, 환자, 환자가족의 네 그룹으로 구분하고 이들을 움직이는 심리적 동기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리서치를 했습니다.
의사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근본적 욕구, 동인(이끄는 힘)이 무엇일까요? IDEO가 찾아낸 것은 ‘공포’라는 단어였습니다. 의사는 절대자로서 어떤 누구의 조언도 받을 수 없는 고독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때론 의사의 결정이 환자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의사는 설령 확신이 없을 때에도 그 결정을 스스로 믿고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그 상황 자체가 공포스럽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정답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의사들의 행동이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 될 가능성도 있겠죠. 디자인적 접근은 ‘어떻게 하면 의사에게 공포심이라는 무거운 심리적 짐을 줄여줄 수 있을까? 그 공포심을 극복하고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을 위해 디자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의 프로젝트는 본래 '제대로 작성 되지 않는 퇴원 요약지를 잘 작성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행되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이런 목표를 갖는 일이 디자인기업에 의뢰 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퇴원 요약지를 시각적으로 좋아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퇴원 요약지에는 치료를 마쳐 퇴원하는 환자에게 진료기록과 집에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이 기록됩니다. 환자가 퇴원하는 날 의사가 퇴원 요약지를 작성해주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퇴원 한참 뒤에서야 기록이 작성 되는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는 절반 만 완성되는 경우도 많았고 내용도 부실하고 진료기록 정보만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면 의사들이 너무 많은 내용을 기재해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작성하는 내용 중 실제 환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2%에 불과한 경우도 있을만큼 너무 많은 내용을 담는 경우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의사들이 퇴원요약지 작성 시 기재하지 않은 내용 때문에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퇴원 요약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고 인턴들에게 대신 작성하라고 시키곤 하였습니다. 인턴들은 대부분 작성법을 배운 적도 없고, 잘 몰랐으나 병원 내에서는 그들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병원측이 자료 입력을 빨리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도입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레지던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잊어버렸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관찰 결과 잊어버린 게 아니라 다른 일 때문에 안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퇴원 요약지는 일반 병원에서 참고하는데, 일반 병원에서는 상세한 정보를 다시 요구하지 못하며 누가 작성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불성실하게 작성되었다 해도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잘못 작성되었는지 확인 할 수도 없었습니다.

IDEO는 의사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퇴원 요약지가 제대로 잘 작성되지 않는 것은 두려움이 작동하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남에게 물어보지 못하는 점과 뭔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흔적을 남기기 싫다는 무의식이 함께 작용한다고 해석했던 것 같습니다. 설문이나 인터뷰로는 이런 숨겨진 심리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설령 그것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엮이기 싫어서 퇴원 요약지를 알아보기 쉽게 작성하기 싫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고 솔직하지 않고의 여부를 떠나 그것은 잠재된 심적 욕구이기에 당사자도 말로 표현해내기 불가능한 것입니다. (디자이너와 같이) 공감력과 민감성을 뛰어난 누군가가 말과 글이 아닌 다른 것에서 포착해 알아내야 하는 것이지요.

IDEO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먼저 인턴과 레지던트들에게 퇴원 요약지 작성법을 교육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치의가 회진시, 중요 정보를 요약 기록해서 그것을 퇴원요약지에 적어 넣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환자가 퇴원 요약지를 가지고 원외 의료기관을 찾았을 때, 그 기관의 의사들이 이를 읽고 평가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의사들은 성적(점수)가 나쁘게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였기에 그 효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이 방법이 실행되고 나서 환자 퇴원 후에 3일 내에 90%의 퇴원 요약지가 작성되었고 2주 후에는 99%가 작성되게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디자인의 차별화 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행동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심적 욕구와 동기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의사가 갖고 있는 두려움에 집중하여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해결점을 찾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의사가 처해 있는 문제를 분석한다고 하면 의사들이 환자에 집중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많음을 지적합니다. 너무 잡무도 많고 결과적으로 환자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환자에 집중 할 수 있게 하자면 환자를 대하는 것 이외의 요소들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본다면 우선 의사의 자원(일할 시간, 소통의 대상 등)이 부족하다는 점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더 많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해결 방향이 될 것입니다.(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본질적으로 이것은 생산자의 생산력에 집중하는 관점입니다. 서비스 제공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면 서비스가 좋아진다고 보는 시각이죠. 하지만 그것은 구태여 디자인리서치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생산성과 효율성의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이상 그 해결책은 디자이너보다 공학적인, 분석적인 접근을 하는 전문가들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됩니다.
반면 사용자의 경험과 심리에 집중하게 되면 그것은 게임의 규칙을 뒤집는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디자이너가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IDEO의 헬스케어 부문장이었던 스테이시 창은 실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자입니다. 그럼에도 디자인 팀을 훌륭하게 이끌었죠. 디자인전공을 해야만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전공여부와 관계 없이 어떤 가치관과 철학으로 문제에 접근하는가가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겠지요. 분명한 사실은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늘 인간을, 인간의 심리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존스 홉킨스 병원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생산성과 효율성 대신 감정과 심리에 집중하는 것이 서비스산업의 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는데 탁월한 문제인식과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연중기획> IDEO 디자인으로 의료 혁신을 꿈꾸다. 청년의사. 2012.02.14.


참고한 글 :
<연중기획> IDEO 디자인으로 의료 혁신을 꿈꾸다. 청년의사. 2012.2.14.
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2021300009

[기획]‘사람’에게 다가가는 의료기관 서비스디자인. 2012.11. 청년의사
http://www.docdocdoc.co.kr/news/newsprint.php?newscd=2012110700028

IDEO 스테이시 창, 강연 요약
http://koreahealthcarecongress.com/bbs_new/skin/sample/download.php?code=notice&number=486

 

청년의사

 

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