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디자인 (10년간 페북에 썼던 글 모음. 2021.8.)

2021. 7. 4. 21:26디자인/디자인이야기

 

202108_다시 디자인_윤성원_A5국배판(210 148)_v5_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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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시 디자인해야 할 것 천지다
#디자인에 관한 생각 모음 #2011~2021
#서비스디자인
#포용디자인

윤 성 원


10년(2011년~2021년)간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usable 과 쓸만한웹 http://www.usableweb.co.kr 
에 올렸던 글 중 일부를 모았습니다. 제 관심사가 99% 디자인이기에 제목이 ‘다시 디자인’이지만 디자인 주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용 중 일부는 현시점을 반영해 수정하였습니다. 인용, 출처를 빠트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모든 글은 제 개인의 생각이며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입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2021.07.14. 
윤성원 
design@naver.com
010-3123-3623
들어가는 글

당신이 지금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밥을 먹는 이유



 쌀이 귀하던 당시 정부는 음식점에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밥을 담을 것을 강제했다. 밥그릇의 지름과 높이, 심지어 얼마나 밥을 담아야 하는지까지를 정해 모든 국민이 이 기준을 따르게 했다. 조선 시대쯤 있었을 것 같은 일이다. 설마 가능할까 싶은 정부의 무리한 시도는 놀랍게도 잘 먹혔고, 그 여파로 당신은 지금도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밥을 먹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 방침에 따르는 것이 음식점에도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원가를 줄일 수 있었고, 밥을 한 번에 많이 해서 오래 보완할 수 있었고, 겹쳐 쌓을 수도 있는 등 여러모로 좋았다. 소비자로서는 스테인리스 공기에 밥을 먹는 것이 아무래도 밥맛도 없고 양으로도 부족한 감이 있어 싫었지만, 모든 음식점이 이 기준을 따랐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음 글을 보면 당시 사정을 느낄 수 있다.
 
‘스테인리스 밥공기는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 남긴 흔적이다. 1970년대까지 쌀은 귀한 음식이었다. 쌀이 늘 부족했다. 정부는 ‘쌀 아끼기 운동(절미운동)’을 벌였다. 예를 들어 모든 음식점은 밥에 보리쌀을 25% 이상 섞어서 팔아야 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을 쌀밥이 없는 날 ‘무미일(無米日)’로 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밀가루 음식만 팔아야 했다.’1)1) ‘이모 밥 하나요’ 전국 식당 공깃밥의 궁금증 풀렸다’,  2020.06.08., 조선일보 https://news.chosun.com/misaeng/site/data/html_dir/2020/06/08/2020060803277.html 


‘1976년 서울시에서는 규제를 더 엄격히 하기 위해 음식점에서 스텐 밥공기에만 밥을 담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요식협회에 시달합니다. 내면 지름 10.5cm, 높이 6cm로 정하고, 이 그릇의 5분의 4 정도만 밥을 담도록 한 것이죠. 이후 이 규정은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이때의 밥공기가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입니다.’2)2) ‘공깃밥’, 나무위키 https://namu.wiki/w/공깃밥 
 

 박정희 정부가 그렇게 정했다. 식당이 위반하면 1개월 영업정지, 두 번째는 허가 취소. 그 뒤로 우리의 생활이 바뀌었다. 국민의 밥공기까지 통일하겠다는 화끈한 정부가 있었던 결과다. 
우리 일상을 이루는 많은 것들은 애당초 그래야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한 것이다. 
누가 당신의 밥공기를 바꾸었을 때, 이것을 모르는 척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도 있다.
자, 선택하자. 두고 볼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이 글은 세상사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저항할 것이 없을까 찾아왔던 개인의 기록이다. 글을 읽어주실 분들이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다시 디자인해야 할 것 천지다.





순서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17
다수결의 원칙, 민주주의의 허점 18
정말로 역사는 반복된다 19
최악의 도시재생 디자인 20
꽃 피는 아몬드 나무 23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도 25
혁신은 불편으로부터 27
불편은 발명의 할머니 28
아직은 불완전한 세상 30
대식가 한국인 31
디자이너가 주목한 이미지 TOP100 33
포만감을 부르는 마스크 34
무한 스크롤은 유죄! 35
가성비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38
비대면 시대가 왔다 39
무기를 식자재로 애용한 민족 41
미용실은 인권의 사각지대  43
비대면 대학교육의 미래는? 45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디자인 46
여성의 저주를 받은 여성, 메두사 47
공공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은 왜 엉망일까? 50
공공환경은 우리의 환경이다 51
치킨 공화국 52
엎친 데 덮친 격, 국정감사와 공공기관 평가  54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56
휴먼팩터 지능화? 57
디자이너들은 연대가 가능할까? 59
나이키를 만든 세 명의 디자이너 이야기 60
디자인씽킹과 서비스디자인 64
일본 육군이 각기병으로 죽어갈 때 왜 해군은 괜찮았을까?  67
253전 253승 세계 최강 부대  71
라면과 혁신. 라면은 본래 사각형이었다. 74
'손등에 찰랑찰랑'의 세계 vs. '1.2배'의 세계 77
세상엔 다시 디자인해야 할 것 투성이 79
최고의 성공 & 최악의 실패: 타잔과 화성의 공주 82
미국엔 코카콜라, 우리에겐 바나나맛 우유가 있다 88
눈을 뜨는 순간 장막이 쳐진다. 96
국내 최초로 대량 생산된 제품과 패키지디자인, 박가분  97
아르크투루스 행성의 운송기기를 디자인하라  101
페인트통은 원통이어야 할까? 103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보이게 하는 디자인 105
디자이너의 공감력과 민감성이 제품을 개선한다 106
개방형 사무실은 생산성을 낮춘다 107
규칙을 안 지켜도 벌이 없다면 111
버티지 말고 해결하라 113
'관찰'에 관한 생각 115
디자인씽킹이란? 118
‘보이지 않는 위험’은 그것이 실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23
감정 비용 125
특이한 사용자 조사가 중요한 이유 126
국내 창의적 업무 공간 127
이 손잡이는 운반을 위한 것이 아니다 129
서비스디자인으로 최고의 병원 만들기 131
심리학이 경제학을 넘어서다 133
애플 아이폰 UX의 창안자는? 135
산업단지에 필요한 디자인은?  136
서비스업은 어려워 138
서비스디자인의 비전을 보여준 디자인다이브. 139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이 있다면? 141
참여형 정책에 관한 생각 142
탁월한 디자인은 다수결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144
청문회 질문 책임제를 도입하자 146
문제 정의하기 147
테스트해라. 꼭 해라. 두 번 해라 148
노동생산성과 조직문화의 연관성 149
공모 시상으로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기 150
서비스디자인은 왜 필요할까?  151
디자인을 더 잘 활용한다면 세상은 더 잘 돌아갈 것이다 153
외식사업의 치트기, 건물주  156
덜 버는 사람도 세금을 똑같이 내고 있다고? 157
디자인으로 제조업의 가치를 높이자 159
왜 감정에 집중해야 할까?  160
주목할만한 서비스디자인 사례 5선 161
극단적 사용자를 이용하라 165
농사에도 디자인이 필요해 167
범죄예방환경설계 vs.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 169
헌혈을 유도하는 디자인 170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문제 173
대통령을 결정한 디자인 175
무엇이 의사를 두렵게 할까? 177
빗나가는 미래 예측 180
교통질서를 지키게 하는 디자인 182
선한 디자인과 악한 디자인 186
까다로운 소비자가 좋은 제품을 만든다 188
좋은 디자인은 인식의 세계를 넓힌다 191
아이스크림 스쿱 디자인하기 193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196
관찰 리서치는 외국인이 하는 편이 나을까?  198
공공영역에서 디자인은 언제,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나? 202
수요자의 의견,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206
좋은 의도, 실패하는 정책 209
보이지 않는 디자인 211
디자인이 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나? 212
씽크 디퍼런트  213
디자이너가 평균 10년 젊다고? 214
이미지 스케일의 허점 216
샤워기 레버도 다시 디자인되어야 한다  218
200년 된 자동판매기  220
아이를 위한 칫솔은 어때야 할까?  222
도둑질당한 디자인 224
사용자 중심 디자인, 사용자 중심의 지하철 지도 226
서비스디자인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228
서비스경영과 서비스디자인의 비교 230
디자인, 경험경제의 중심에 서다  232
기억 못 하면 죽는다 233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235
혁신으로 가는  237
두 갈래의 길 237
제조와 서비스 세상 238
MP3플레이어는 왜 사라졌을까? 239
금융기업이 디자인기업을 인수하는 것의 의미는? 240
서비스디자인으로 성매매를 줄일 수 있을까?  241
전자 제품에 하나의 버튼만 있어야 한다면? 243
제조서비스화의 의미 244
TV는 어떻게 바뀔까? 245
생산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246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역할 247
감과 느낌으로 하는 디자인경영  248
인간의 욕망을 예측할 수 있을까?  251
여성은 여성 전용 해수욕장에 가지 않는다 252
의사와 디자이너 255
서비스를 만들면 다 서비스디자인? 257
디자인 없는 서비스디자인? 258
규제인가, 안전망인가? 259
욕정의 여신 비너스 260
서비스디자인의 미래는? 262
시장을 위한 디자인, 여수의 부엌 263
엔진의 서비스디자인 266
고령자의 사회적 가치 268
다양성의 필요성 269
가우디 건축 이야기 270
휴스턴 공항의 못된 디자인 271
공공서비스디자인, Dott07 274
‘디자인보다 편의성’ 이라고? 276
디자인이 뭐길래? 277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헨리 드레이퍼스 278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 280
수요자 중심의 디자인 284
온라인 교육이 계층 간 불균형을 강화한다고? 285
미래로 나아가려면 과거 정리부터 286
폐광지에서 창조성의 메카로  288
R&D,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290
사회문제를 보는 두 가지 시선  292
인터넷, 게임 중독 293
서비스를 위한 디자인 295
디자이너는 생태계의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296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그럼 아버지는? 297
사소한 혁신, 위대한 결과 298
서비스산업, 어떻게 변화될까? 299
공짜 모기장이 가져온 일 301
생태계가 망가진다면 302
심장마비를 이겨 낸 문화 303
마에다 건설이 설계한 마징가Z 지하 기지 305
숨을 참으십시오 308
회사에서 레고로 놀기 309
책상 밑에 들어가 보지 않으실래요? 310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312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 314
디자인 컨설팅 315
수요자 중심의 R&D를 실현하는 디자인 317
서비스디자인, 린, 에자일  319
어른의 책임 320
너무 일하는 한국 321
최고 디자이너의 최악의 디자인 322
현시대의 위대한 디자인 100 330
참고문헌 339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2021년 5월 11일

‘...상위 20%가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62%, 하위 60%가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다 합쳐 16.7%밖에 되지 않는다. (중략) 피케티는 자신의 저서에서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피케티 지수'를 고안했다. 피케티 지수는 자산가치를 국민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근로 소득보다 자본 소득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연구(2014) 또한 한국의 피케티 지수가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정부의 순자산을 합산한 국부를 기준으로 보면 7.6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3)3) 보이지 않는 도시연구소 https://invisiblecity.tistory.com/1618 


 우리나라는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 ‘피케티 지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한국. 우리나라는 어떤 극적인 수식어로도 잘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하고 위대하다. 
밝은 쪽이 강렬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다수결의 원칙, 민주주의의 허점
2021년 4월 19일

 다수결의 원칙. 이것은 개인이 모두 똑같은 수준의 욕망과 선악의 기준을 가졌을 때만 합리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사람은 제각각 다르다. 욕망의 크기와 내용이 다르고 선악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 개인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원칙과 정의를 우선하는 사람도 있다. 원칙과 정의보다 이기적 욕망에 충실할수록, 악에 대한 허용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는 행동을 하고, 특히 전략적 협력으로 이해가 상충하는 이슈에서 수적 우세를 만들 방법을 찾는다. 따라서 이해가 밝은 이기적 집단이 다수결 합의의 중심세력으로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려고 협력하는 팀플레이를 이기기 어렵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욕망하는 사람들이 욕망을 이루기 쉬운 조건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부화뇌동하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이 인간 모델을 기준으로 본다면 다수결의 결과는 모두가 바라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나는 민주주의가 지속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선한 의도의 사람들이 권력을 더 갖게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다수결'은 이제 질적인 면을 다뤄야 한다.
정말로 역사는 반복된다
2021년 4월 17일

 1936년 8월 9일,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인 최초로 마라톤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가슴의 일장기를 월계수로 가리고 비통한 표정으로 시상대에 섰다.

 만 56년이 지난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공교롭게도 마라톤 경기는 그때와 같은 8월 9일 열렸다. 이 경기에서 황영조 선수가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이자 한국 최초로 마라톤 금메달을 수상하게 된다. 2위는 일본이었다.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황영조는 스탠드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백발의 마라토너 손기정이 있었다. 황영조는 손기정에게 금메달을 건넸고 둘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올림픽 역사상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동양 남자 선수는 이 두 명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인간의 강렬한 바램과 의지가 그것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관련 글 : 
https://news.joins.com/article/23815301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050317/8170060/1 

최악의 도시재생 디자인
2021년 3월 6일

 최악의 도시재생 디자인은 무엇일까?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설계했던 '미노루 야마사키'의 도시 재건축 프로젝트 '프루이트 아이고 (Pruitt-Igoe)'가 선두권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사진 : 프루이트 아이고 Pruitt-Igoe, 위키백과

 세인트루이스가 도시화 되면서 도시 외곽에 있던 슬럼가를 밀어버리고 도심 출근자를 위한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를 짓게 된다. 1~2층 주택만 있던 동네에 12층짜리 거대한 아파트가 33동이나 구축되었다. 프루이트 아이고는 르코르뷔지에4)4)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 프랑스 건축가, 작가, 예술가, 디자이너. 현대 건축과 디자인 연구로 큰 공헌을 했다. 산업화 결과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대규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300만 명이 거주하기 위한 획기적인 도시 재개발 계획, ‘파리계획안’(1922~1925)을 구상하였다. 전 세계에 아파트 주거가 정착된 것은 그의 아이디어로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 철학의 연장선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모더니즘 주택 단지 설계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1954년 입주 후 얼마 안 가 빈곤층 유입, 범죄 소굴화 등 문제로 급격히 슬럼화되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며 임대료를 낼 수 없는 빈민들만 남게 되자 겨울에 수도관이 얼어 터지고, 쓰레기 수거가 안 되어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고, 벽은 그라피티로 가득 차고, 깨진 유리창은 방치되었다. 마약과 범죄 위협으로 복도를 지나가기도 무서운 생지옥이 되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빈집이 50% 이상이 되었고 시 당국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끝에 1972년부터 4년간 단지 건물 33동을 모두 폭파하기에 이른다. 프루이트 아이고는 인간 행동을 예측하고 합리적 해법을 제시하려던 모더니즘 건축의 이상이 현실과 다름을 보여주는 실패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건축역사가 찰스 젱크스는 프루이트 아이고의 철거를 "모더니즘이 끝난 순간"이라고 했다. 미노루 야마사키는 현대 가장 주목받는 상업건축인 세계무역센터와 주거건축인 프루이트 아이고를 디자인했음에도 하나는 9.11테러로, 또 다른 하나는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건물로 지목되어 폭파되는 비운의 건축가가 되었다.
 서구에서 프루이트 아이고의 철거로 모더니즘 건축의 실패를 확인하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건축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초기에는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한국의 프루이트 아이고라 할 만한 최초의 단지식 아파트, 마포아파트가 건축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준공식에서 “혁명 한국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라며 기대를 보였고 당시 영화에도 고급 주거 공간으로 거듭 소개되는 등 점차 아파트는 국민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변한다. 

사진 :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 마포아파트(서울역사아카이브, 1963 촬영)

 정부가 인구 증가에 대응하고 중간층 봉급생활자를 아파트로 결집해 경제발전에 헌신하게 하려고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면서 전통과 단절된, 효율성과 합리성을 최상의 가치로 하는 주거환경 문화가 자리 잡았다. 정부가 앞장서서 특정 주거 형식을 주도적으로 보급해 생활을 바꿔낸 경우는 세계에서도 드물다. 이제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없고 고급 주거 수단으로 이미지가 개선되었다. 평등한 유토피아를 꿈꾸며 등장했던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인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는 부와 권력의 가늠자로 흑화된 셈이다.
 만약 프루이트 아이고가 강남에 생겼었더라면 어땠을까? 주상복합으로 재개발되어 시세차익이 엄청난, ‘더ㅤㅅㅑㅍ 아이비스퀘어 센트럴파크’쯤이 되지 않았을까?

* 프루이트 이고(pruitt-igoe public housing), st.louis, missouri, 1951-1955.
참고한 글 : https://namu.wiki/w/프루이트 아이고 
https://m.blog.naver.com/ywpark5293/221409484244 
꽃 피는 아몬드 나무
2020년 12월 6일


그림 :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빈센트 빌럼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90.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화사한 파스텔 톤 배경, 벚꽃과 비슷해 보이는 이것은 2월 초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강한 생명력의 상징 아몬드나무를 그린 그림이다. 많은 작품 중 가장 다른 분위기의 그림을 고른다면 이 그림 아닐까 할 만큼 반 고흐의 그림 같지 않은 반 고흐 그림이다.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정신적 지주였던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고 빈센트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소식을 듣고 조카의 침대 위에 걸어줄 선물을 그린다.
 "아기가 태어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아기 이름은 제 이름을 따서 빈센트로 짓기보다는 테오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저는 당장 아기를 위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테오 가족의 침실에 걸어둘 그림을요. 하얀 아몬드 꽃이 푸른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반 고흐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다. 열정과 환희의 감정 속에서 그림을 완성하고 앓아누웠었다고 한다. 다시 우울의 동굴로 돌아간 그는 5개월 뒤 권총 자살을 하고 동생 테오도 그 충격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살한다. 또 다른 빈센트 반 고흐, 테오의 아들은 큰아버지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세계를 돌며 전시를 하면서도 어떤 그림도 팔지 않고 유작을 보관하고 있다가 미술관을 만든다. 암스테르담에 가면 볼 수 있다.
 아몬드꽃의 꽃말은 '진실한 사랑, 기대, 희망'이다. 세 명의 반 고흐 간의 진실한 사랑, 절망과 고통 속에 잠시 가졌던 희망. 꽃피는 아몬드나무 그림 이야기이다.


참고한 글 :
https://m.blog.naver.com/allthat_art/221303066102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190403/94873064/1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도
2021년 2월 24일


그림 : <가나가와 바다의 파도 아래>, 가츠시카 호쿠사이, 1831.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에도시대 대표 풍속화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 그가 제작한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서양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동양화다. 특히 반 고흐, 드가, 마네, 모네, 르누아르, 로트렉, 루소, 에곤 실레, 클림트 등 인상파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당시 일본의 도자기가 유럽에서 많이 팔렸는데 도자기가 깨지지 않게 쌌던 포장지에 판화로 그려진 그림의 강렬한 표현법에 주목한 프랑스 화가 브라크몽은 친구들에게 그림을 공유했다. 친구들 중 마네, 드가와 같은 예술가들이 있었고 이들이 일본식 표현을 따라 하면서 자포니즘 열풍이 일어난다. 일본에서는 전단지 같이 하찮게 다뤄졌던 그 그림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우키요에(풍속화 浮世繪)였다.
 가츠시카 호쿠사이는 ‘만화’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많은 만화의 원형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통해 일본 만화의 시조가 되었다. 촉수물, 요괴, 춘화 등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많은 판화를 만들었고 인기가 많아 사본이 수백 장씩 팔렸음에도 최초 원본 값만 받고 팔았던 탓에 중간상인만 돈을 벌었고 그는 평생 매우 가난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저작권 계약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중간상인에게 피해를 입은 가난한 창작가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참고한 글 :
https://www.indiepost.co.kr/post/7480 
http://m.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176100032&ctcd=C09 
혁신은 불편으로부터
2020년 12월 6일

“모르는 사람에게 방을 내주게 할 수 있을까? 신뢰를 디자인 할 수 있을까?”
에어비앤비.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사업은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들은 자기 방을 모르는 이에게 내어주면서 느끼는 마음속 불편함을 신뢰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했다. 두 명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콘퍼런스에 참석한 디자이너들에게 자기들 방을 빌려주면서 숙박산업의 새 시대가 열린다.

꺼려짐, 심리적 불편함, 왠지 모르는 불안감,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미루고 싶어 하는 마음, 난처한 심정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기회이다.
그것을 실마리로 하여 잘 디자인한다면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림  ‘Airbnb가 신뢰를 디자인하는 방법’, 조 게비아(Joe Gebbia), TED
https://youtube.com/watch?v=16cM-RFid9U 
영상 :
불편은 발명의 할머니
2020년 12월 6일

자동차의 역사를 쓴 여성들


베르타 벤츠
시제품 수준이던 벤츠를 두 아들과 함께 타고 친정집까지 106km를 주행했고 자동차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함을 몸소 입증하였다.

플로렌스 로렌스
최초의 기계식 방향 지시봉을 개발했고, 브레이크 신호를 개발했다.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 스타이기도 하다.

마가렛 윌코스
엔진의 열을 자동차 안으로 넣어주는 히터를 개발하여 계절에 상관없이 운전할 수 있게 하였다.


매리 앤더슨
차 안에서 레버를 돌려 작동하는 수동식 와이퍼를 개발했다. 당시엔 비포장도로라 비 올 때 차를 안 탔기에 특허를 받았어도 돈을 벌지 못했다. 

샬롯 브릿지우드
엔진의 힘으로 고무 롤러를 이용해 앞 유리를 닦는 방식의 전동식 와이퍼를 개발하여 비나 눈이 와도 운전할 수 있게 했다. 

캐서린 블로쳇
자동차 앞 유리에 사용되는 무반사 유리를 개발했다.

헤디 라마르
배우이자 발명가. 디즈니는 그녀를 모델로 백설공주를 만들었다. GPS를 발명했다.(내비게이션 기술). 와이파이, CDMA, 블루투스 기술도 개발했다.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었다.

 자동차 편의장치 개발자는 여성이 많다. 여성은 남성보다 불편함에 대한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기 때문에 편의장치의 개발에 유독 여성이 많은 것 아닐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야 개선할 수 있다. 남자들은 편리한 방향 표시 방법을 고안하는 대신 창밖으로 손 흔드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겨울에 차 안이 꽁꽁 얼어붙어 추워도 ‘겨울이니까 추운 거지….’하고 참고 운전했을 것이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불편은 발명의 할머니다. 당신은 어딘가 세상살이가 힘들고 매사에 불편을 느끼는 편인가? 그렇다면 혁신적 발명의 가능성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이다.


* 관련 영상
정우성 더파크tv 대표
https://www.youtube.com/watch?v=ihrBJagdgTw 
*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아직은 불완전한 세상
2021년 1월 26일







사진 : https://www.yankodesign.com/2013/09/25/alert-staples/ 
제품 : alert-staples


“앗, 곧 회의 시작인데 스테이플러 심이 떨어졌네…. 어디에 있더라?”

이렇게 허둥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난처한 순간을 포착했던 누군가가 혁신적인 스테이플러 심을 개발했다. 빨간색으로 바뀌면 새로운 심을 넣어야 할 때다.
스테이플러 심조차 아직 혁신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대식가 한국인
2020년 12월 31일

 한국인은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다. 삼면이 바다라서 수산물을 특히 많이 먹는 걸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은 먹는 것으로는 대체로 1위이다. 고기 소비량 아시아 1위, OECD 중 채소 섭취율 1위로 비교 대상이 드물 만큼 많이 먹는다. 한민족이 많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 기록으로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들의 군량을 보고 얼마나 버틸지를 가늠했는데 왜군들이 예상했던 양의 1/3 정도만 먹는 것을 알게 되자, 오래 버티려고 식사량을 줄인 것으로 오해하고 장기전에 대비했다는 일화도 있다. 일본의 3배 정도 분량을 먹었던 것 같다. 82세로 조선의 왕 중 가장 오래 살았던 영조는 소식해서 장수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루 3끼만 먹어서 신하들이 걱정했다고 한다. 기존의 왕들은 하루 5~6끼의 식사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먹는 만큼 탈도 많다. 위암 발병률 세계 1위,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 다행인 점은 그런데도 위암,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다. 여러모로 특별한 나라다.
 “언제 밥이나 같이 먹자”, “밥은 먹었니?”, “개판 오 분 전”5)5) ‘개판 오 분 전’은 '질서 없이 소란스럽다'라는 뜻이다. 6.25 전쟁 피난민이 부산에 몰렸을 때 무료 급식소에서 밥솥 뚜껑을 열기 5분 전, '개판 오 분 전(開飯五分前)'이라고 외쳤는데 그와 동시에 소란과 무질서가 일어났고 이를 일컬어 '개판 오 분 전'이라 했다. 개(犬)와 관련 없다.
, “밥맛 떨어지게”,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이 넘어가냐?”, “밥 살게”, “국물도 없어”, “밥은 먹고 살겠니?”, “그게 밥 먹여 줘?”, “밥값은 해야지”, “밥만 잘 먹네”, “라면 먹고 갈래요?”…. 등 먹는 것과 관련된 말은 생활 속에서 매우 높은 빈도로 사용되는 관용적 표현으로, 우리 국민이 먹는 것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먹방(mukbang)'이라는 말은 이제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말로 확장되었다. 그러고 보니 먹는 것에 있어서는 단지 먹는 행위뿐 아니라 먹는다는 개념의 확장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특별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림  구글 트랜드로 본 'mukbang' 사용량. 2015년부터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ttps://www.insight.co.kr/news/311583 
디자이너가 주목한 이미지 TOP100
2020년 12월 20일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이미지들을 모아서 전시하면 어떨까?
국내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들 (월간디자인 올해의 디자이너?)
디자이너들이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많이 표시한 순으로 모아서 전시한다. 일반인들과 달리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면 찾아서 부각해서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포만감을 부르는 마스크
2020년 12월 6일

숯불갈비향 마스크
삼겹살향 마스크
김치찌개향 마스크
...
 향이 강한 음식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니 기왕이면 향이 나는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계속 위산이 나와서 위장병이 생기려나?

 '연구팀은 “향이 강하면 신체의 자율 통제 시스템이 강한 자극을 피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베어 먹는 양을 줄이게 된다”라며 “향내가 강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음식이 열량도 높고 두께도 두꺼운 것으로 생각하게 해 포만감을 낳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플레이버(Flavour)’에 실렸다.'


http://kormedi.com/1209921/향이-강한-음식-일찍-포만감-다이어트-도움 
무한 스크롤은 유죄!
2020년 12월 6일

 디자이너의 가치관과 윤리가 과거보다 월등히 중요해졌다. 디자이너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 큰 권한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 원칙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덜 생각하게 하고 문턱을 없애 끊김 없는(seamless) 경험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어렵다.
 디자이너가 사용자 편의만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다 보면 이것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게을러지고 생활이 망가진다. 남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모든 영역에서 사용자의 편의를 최고로 추구하고 그것이 구현된다면, 우리는 영화 ‘윌-E’에서처럼 로봇에게 모든 일을 시키며 사는 무기력한 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림  영화 ‘Wall-E’의 한 장면. 움직이는 의자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미래 인간의 모습을 묘사했다. 

 위험한 공구를 매혹적으로 디자인해서 누구나 만져보고 싶게 만든다면 그로 인해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사용자가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환경폐기물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도 안 될 일이다. 

 무한 스크롤은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구현한 디자인이다. 기존에는 사전에 정해진 분량의 콘텐츠를 다 보고 나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 버튼 또는 다음 내용 불러오기와 같은 버튼을 누름으로써 새로운 콘텐츠를 불러와야 했다. 사용자가 스크롤 한다는 것 자체가 콘텐츠를 더 보고자 하는 것인데 더 보기 버튼이나 페이지 이동과 같은 번거로운 동작이 왜 필요하냐는 문제의식에서 하단의 버튼을 삭제해버리면서 물리적 공간에서는 구현될 수 없었던 끝이 없는 스크롤이 가능하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디자인 다큐멘터리 ‘Abstract'에서는 무한 스크롤을 처음 디자인한 에이자 래스킨6)6) ‘에이자 래스킨Aza Raskin’은 현재 거의 모든 SNS에서 채택하고 있는 무한 스크롤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디자이너이다. 매킨토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 래스킨Jef Raskin’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 편리한 스크롤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우려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한 스크롤의 개발로 인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너무 편리하고 중독적이어서, 법으로 금지하는 첫 번째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앞으로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욕구에 대한 이해나 문제해결을 넘어, 기술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고려하되, 지나치지 않는 선이 어디일지 찾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무한 스크롤은 편하다. 하지만 사용자의 삶을 좀 먹는다. 내 삶도.


더 읽어볼 만한 글 : 지금, 디자인에 윤리가 필요한 이유  https://brunch.co.kr/@cliche-cliche/96 
디자인은 문제해결, 이안 스폴터  https://brunch.co.kr/@brandyoung/136 
넷플릭스 디자인 다큐멘터리 ‘Abstract' 시즌2 5화.
가성비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2020년 11월 22일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사는 ‘가성비 소비’를 넘어 소비를 통해 가치관,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치 소비’의 경향이 커지고 있다. 표현하기 위한 소비라는 점에서 명품과시 '플렉스'(Flex)와 '가치 소비'는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플렉스의 동기가 소유욕인 것에 비해 가치 소비는 소비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동기라는 것이 다르다. 소비가 권력이라는 점을 깨닫고 그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성장과 소비를 축으로 굴러가던 욕망의 바퀴를 세우고 우리의 시선을 경제성의 원리 너머에 있던 의미와 감성의 세계로 돌리고 있다.


더 읽어볼 만한 글 : 
MZ세대 가치 소비 ‘미닝아웃’ 트렌드! 브랜드에 변화의 바람 일으켜
http://digitalchosun.dizzo.com/site/data/html_dir/2020/11/19/2020111980284.html 

비대면 시대가 왔다
2020년 11월 14일

 서울대학교 디자인학과가 주관한 국제디자인컨퍼런스(2020.11.13.~ 11.14)와 국립과천과학관이 주관한 SF2020시네마토크(2020.11.13.)의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1. 11.13. 국제디자인컨퍼런스 첫째 날은 정교하게 미리 만들어진 영상을 조합해서 세미나 형태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유튜브에 스트리밍하였다. https://youtu.be/F64SEVOWJKk 
2. 11.13. SF2020시네마토크는 오프라인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 강연하는 방식으로 진행. 영화 상영은 극장에서만 하고 강연과 질의응답은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하였다.
3. 11.14. 국제디자인컨퍼런스 둘째 날은 각국 강연자들이 줌에 모여 주제를 발표하고 동시에 채팅창에 한글로 타이핑하여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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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나 회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방식이 역사에 유례없는 대전환을 맞았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보편화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회의나 강의방식에서 결정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바뀌었다.
인류사를 돌아볼 때 삶의 방식을 바꿀 만큼 혁신적 아이디어가 일상생활로 스며드는 데는 통상 20~50년이 걸렸다. 정전식 터치스크린 기술은 1965년에 개발되었지만, 아이폰으로 전 세계 사용자의 경험이 바뀌기까지는 45년이 필요했다. 그러니 인터넷이 사용된 지 20년밖에 안 된 지금, 강의나 회의방식에 인터넷이 영향을 미친 것이 별로 없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코비드19로 최근 몇 달간 20년간 못 이루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이 계속 시도되면서 진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에 적응한다. 이제는 말 그대로 온라인을 통해 발표하고 질문하고 참여한다.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국제세미나를 여러 개씩 참여할 수도, 주관할 수도 있다.
감염에 대한 공포심과 안전에 대한 필요가 사용자를 바꾼다. 기술보다 사용자의 필요가 변화를 가져오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기를 식자재로 애용한 민족
2020년 11월 12일

 ‘고추가 전래된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김치라면 소금에 절인 백김치를 말하는 것이었다. 15세기 중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유럽으로 소개된 것 가운데 하나가 담배와 고추이다. 일본이 포르투칼과 교역시에 고춧가루를 전쟁시 화학무기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입을 결정하면서 일본에 고추가 전파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당시 일본의 무기 중 하나가 고춧가루였다. 조선군들의 시야를 가리고, 재채기를 유발시켜 수비를 못하게 하려고 조선군 진지 앞에서 고춧가루를 태우거나 직접 뿌려 공격했다. 고추가 들어온 초기에는 고추를 독초로 분류했고 음식에 넣어 독살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도입 초기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매운 고추를 심어 대량 생산해서 공격무기로 쓰기도 했지만 어느새인가 사람들이 소주에 고추를 타먹고 죽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 출처 : <고추>, 나무위키 중에서 발췌


 음식에 더 강한 맛을 내고 오래 보존하기 위해 고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맛을 알게 된 이후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된다. 특히 김치의 필수 양념이 되어 거의 전 국민이 끼니마다 먹고 있다. 조상님들은 그 무서운 것을 왜 드셨던 것일까? 하기야 다른 나라에서는 법으로 요리를 금지하는 복어도 치명적인 맛이라고 즐겨 먹지 않는가. 우리는 살상 무기도 먹는 무서운 민족이다. 

참고한 글 : https://namu.wiki/w/고추 
미용실은 인권의 사각지대 
2020년 11월 8일

"담당 디자이너가 누구신가요?"
 미용실을 가면 늘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전에 내 머리를 깎았던 헤어디자이너가 있던 경우는 없었다.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왜 내 머리를 깎은 미용사는 다 퇴사하는 걸까? 저주인가? 주변에 물어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너무 자주 바뀐다. 평균 근무 기간이 몇 달 쯤 되려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미용실 미용사는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프리랜서)라고 한다. 고객이 내는 비용 일부를 미용실에 시설 이용료(?)로 지불하고 나머지를 받는다. 그래서 미용실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로자로서 인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휴가도 없고, 쉬면 자기 벌이를 못 하니 아파도 제대로 쉬기 어렵다. 미용사가 아닌 스태프는 더하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4대 보험, 교육비, 식비는 모두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산업재해 시에도 본인 부담. 디자이너가 되려면 몇 년을 어쨌든 버텨야 하고 그동안 갖은 착취가 이루어진다. 교육비를 자비로 내면서 교육도 수시로 받아야 한다.
 사회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갈아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현재를 움직이게 하는 땔감으로서 우리의 미래라는 자원을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돌려막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읽어 볼 글 :

열정페이. 인권의 사각지대 미용업계.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755 

문제는 미용업계뿐 아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72118260005996 
비대면 대학교육의 미래는?
2020년 11월 8일

 실물 대학은 사라지고 온라인수업만 남는다. 대학교육 분야별 세계 최고의 교수들만 남고 모든 교수가 사라진다. 학생들은 최고의 수업을 원하고 온라인 환경은 그것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학생은 전 세계에서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모아 구성하면 그것이 대학이 된다. 학생이 백만 명이라면 맞춤화된 백만 개의 대학이 존재한다. 교수당 10만 명의 수강생이 수업을 듣고 교수 강의와 학생 간 조별 토론으로 진행된다. 토론 내용은 상호 참조가 되고 조별 경쟁은 토너먼트식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학생이 상호 평가한다. 교수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AI 챗봇이 조교이자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회의를 이끌어가는 사람)이자 중계인 역할을 한다. 모든 수업은 공개되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서 평균점을 벗어나는 팀이나 학생은 기업들의 눈에 띄게 되고, 기업은 필요할 때 수시로 수업내용, 성과를 참조하면서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는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수업의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학교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 교수는 메이저리그 자유계약 선수처럼 자기의 시간을 시장에 공개하고 각 대학은 우수한 교수의 시간을 잘 사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된다.
 이것은 대학인가? 교육인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디자인
2020년 7월 30일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에서 지속가능성은 '이제까지 얼마나 자원을 덜 사용하는가?',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가?' 등 공급자의 시각으로만 보는 측면이 있었다. 실은 '어떻게 해야 소비자가 제품을 애착을 갖고 아껴 쓰게 할 것인가'가 더 큰 과제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소비자에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공급자의 오래된 지향점은 이제 '소비자에게 바른 가치를 제공한다'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
디저트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디자인강의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Z0N9sH5nQR4 
여성의 저주를 받은 여성, 메두사
2020년 10월 18일

 공포의 대명사 메두사. 원래 놀랄 만큼 예뻤던 메두사는 그리스 남자들의 선망 대상이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에 봉사할 운명을 타고나 독신으로 살던 중 포세이돈의 눈에 뜨여 아테나 신전에서 강간당하고 버려진다. 아테나는 자신을 섬기던 메두사의 사고에 대해 가해자인 포세이돈에게 분노하는 대신 메두사에게 온갖 저주를 내려 철저히 파괴한다. 외모는 시체같이, 독사 머리카락과 구리의 손, 시선을 마주한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해버리는 저주를 내리고 섬에 가두어버린다.
 아테나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여야 하는 과업을 받자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잘 닦은 자기의 청동 방패와 하늘을 나는 헤르메스의 신발 등 각종 아이템과 정보를 제공한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죽이고 잘린 머리를 아테나에게 바쳐 방패 장식이 되게 한다. 결국은 아테나가 메두사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이 성폭행 피해자인 여성을 공격한 것이다. 왜 아테나는 자신의 숭배자이자 피해자였던 메두사를 그렇게까지 미워한 것일까? 
 아테나는 태어날 때부터 순결을 지키기로 스틱스강에 맹세했기 때문에 처녀신이다. 아버지 제우스의 형제인 포세이돈을 사랑했지만 맺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그녀의 연정을 몰랐던 포세이돈은 메두사의 매력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포세이돈이 아테나의 관심을 피하려 메두사를 강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테나는 포세이돈의 마음을 가져갔다고 생각한 메두사를 미워했다. 둘의 관계 때문에 강간당하고 괴물이 되어 목숨까지 잃은 셈이니 만약 메두사가 이 사정을 알았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2020년 10월 맨해튼법원 건너편에 메두사의 기념상이 설치되었다. 이 조각상(오른쪽)은 원래 미투 운동이 전 세계로 퍼지던 2018년, 한 전시회에서 전시된 루치아노 가르바티의 ‘페르세우스의 머리를 든 메두사(Medusa With the Head of Perseus)’이다. 미투 운동의 원인이 된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을 1심 징역 23년으로 유죄 판결한 맨해튼법원 건너편에 세워졌다. 


그림  벤베누토 첼리니,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1554)


그림  루치아노 가르바티, ‘페르세우스의 머리를 든 메두사’(2018)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utis0me/222134417453 https://nypost.com/ 
 성범죄 피해자는 두 번 죽는다고 한다. 피해 순간에 한 번, 공개되었을 때 한 번. 메두사도 강간당하고 아테나에게 배신까지 당했으니 이미 두 번 죽은 것과 다름없다. 자신을 죽이겠다고 찾아온 페르세우스의 목을 치고 당당하게 선 메두사의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 동상은 실현되었어야 할, 신화의 신화를 표현하려 한 것 같다. 페르세우스의 목을 들고 이제 포세이돈, 아니 아테나와 맞서려는 모습이 아닐까?




조각가 루치아노 가르바티Luciano Garbati는 “희생자를 쓰러뜨린다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메두사는 그의 작품에서 여성이 겪는 부당함에 대해 복수를 모색하는 강인하고 영향력 있는 상징으로 등장했다.
동상에 관한 이야기 보기...
https://untappedcities.com/2020/10/15/medusa-sculpture-nyc 


저주받은 메두사의 잘린 머리는 전 세계 셀럽과 마피아가 사랑하는 '베르사체'의 브랜드 상징이다. 보는 사람을 홀려 돌처럼 굳게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패션의 흐름을 이끈 공로로 이탈리아 공로 훈장을 받았던 잔니 베르사체는 50세의 젊은 나이에 연쇄살인범의 총격으로 사망한다. 그의 이야기는 9부작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암살'(아메리칸크라임스토리, 2018, 넷플릭스)
https://www.facebook.com/hyereesh/posts/10218229763925296 
공공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은 왜 엉망일까?
2020년 10월 13일

 접근성 말고도 문제가 산더미다. 홈택스뿐 아니라 전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 대부분이 엉망이다.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당할 수밖에 없는 가학적 공공서비스이다. 다른 나라보다는 더 낫다고만 할 것인가? 대부분 '열 받아 포기하기 직전쯤 어떻게든 된다.' 정도이지 "와! 이거 정말 쉽고 매끈하네."라는 감탄이 나오는 수준의 공공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렵다.
 왜 공공서비스는 물 흐르는 듯한 사용 경험을 주지 못할까? 잘 디자인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격경쟁 입찰제도로는 수지가 맞지 않고 어마어마한 제출서류 등등 장벽 때문에(그것 말고도 돈도 되고 재미있는 민간 개발은 많으니) 사용자 경험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는 실력 있는 기업은 굳이 손 많이 가는 공공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처럼 작동하는 홈택스를 만나고 싶다. 국세청이 민영화되면 가능하려나?
공공환경은 우리의 환경이다
2020년 10월 8일

 잘 못 끼운 단추니 다시 끼우면 된다고? 바로잡기 어렵다. 공공부문은 특히 여러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어서 한번 결정된 이후 번복은 매우 어렵다. 그 결과는 오래도록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만들지 말아야 할 댐을 만들고 나니 10년 내내 같은 문제를 겪고도 개선되기 어려운 것을 보라. 과거의 잘못된 판단이 단단한 껍질이 되고 그 결과는 피부 속 가시처럼 우리를 불편하게 찌른다.

내 집 앞도 아니고 공공환경이라고 관심을 접을 일이 아니다.
결국은 우리의 일이지 않은가? 우리 자식들의 환경이 아닌가.
치킨 공화국
2020년 10월 4일

 미국, 중국에 이어 커피숍 매출이 세계 3위인 만큼 우리나라엔 커피숍이 정말 많다. 7만1천 개. 그런데 커피숍보다 치킨집은 더 많다. 무려 8만7천 개다.7)7) '2019년 치킨집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대한민국 프랜차이즈 1위 '치킨집')
 세계 프랜차이즈 1위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38,298개) 보다 국내 치킨집은 두 배 이상 많다. 그 와중에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4년간 매년 창업한 점포보다 폐업한 점포가 훨씬 많다. 
 많은 양적 경쟁 속에서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 연구개발도 치열하다. 세계 최초로 양념치킨과 치킨 무를 개발했고 프라이드, 양념, 간장, 구운 닭, 불닭, 파닭, 전기구이통닭, 흑임자치킨, 쌀닭, 치즈시즈닝치킨, 짜장양념치킨, 수원왕갈비치킨, 신호등치킨(바나나, 딸기, 멜론)... 매일 같이 신메뉴가 나온다. 파파이스가 최근 한국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는데, 이를 보아도 알 수 있듯 뛰어난 상상력, 창의성, 도전정신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치킨 메뉴를 만들면서 우리 민족은 전성기의 칭기즈칸 같은 기세로 치킨의 세계를 개척해가고 있다. 치킨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 보니 배달의민족은 치믈리에 자격시험도 보고 있을 정도다. 국가 자격시험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치킨의 세계 경쟁력 순위가 있다면 우리나라가 마땅히 세계 1등 아닐까? 치킨의 세계야말로 양적 성장이 바탕이 되어야 빠른 질적 성장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관련 기사 : 치킨집 매년 8천개 이상 문닫아…4년간 창업보다 폐업이 많았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9/06/376471/ 
엎친 데 덮친 격, 국정감사와 공공기관 평가 
2020년 10월 4일

 우리(한국디자인진흥원)같이 작은 규모의 기관에도 국정감사 요구 자료가 한 해 1천8백 건이 넘는다. 1건당 자료 작성에 최소 3~5시간 정도 소요된다. 모든 자료가 시한이 있고 위중한 관계로 모든 부서의 실무에 영향을 준다. (작성하고 기존 서류와 비교 검토하고 전임 담당한테 알아보고...)
 요구 자료의 목록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홍보팀 관련 주제만 해도 작년, 최근 3년, 5년, 10년... 광고, 보도자료, 부정 기사, 특정 이슈 관련 기사, 언론사 주관 세미나 참석 현황 등등. 요구하는 자료 형식도 의원실마다 다 제각각이라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소용없다. 과거 10년 보도자료를 정리해두었고 이 자료를 요구했어도 게재 면수를 표시하라는 식의 창의적인 항목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고 그러면 다 다시 조사해야 한다. 각 의원 보좌관실에서 그 많은 기관 자료를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건지 그것도 미스터리다.
 한 건의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조사, 작성, 검토하는데 평균 4시간 걸린다고 치면 무려 7,200시간이다(1,800 x 4). 평균 근로일수를 240일로 잡으면 우리 회사의 3.7명이 1년 내내 국정감사 자료 대응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기관을 기준으로 본다면 공공기관이 할 수 있는 역량의 3~5% 정도가 국정감사 대응에 쓰이는 셈이다. 그리고 최소 5%쯤은 또 기관의 경영 평가 대응을 위해 쓰고 있다. 이 두 가지 일만으로도 공공기관의 국민을 위해 써야 할 에너지의 10%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다들 비슷한 사정에 있으니 이렇게 사용되는 인건비만 따져봐도 공공기관 전체 수만큼 곱하면 이게 도대체 얼마일 것인가. 효율화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와 국정감사라도 합해야 한다.

관련 기사 : 
‘펭수 국감 소환’에 뿔난 팬클럽 “국민의힘 황보승희, 펭수 참고인 지정 철회하라”
https://www.vop.co.kr/A00001516485.html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2020년 9월 20일

 결핍을 채울 목적으로 파트너를 찾으면 내 능력을 보완해주는 팀을 만들게 된다. 대신 찾아낸 짝은 내 성향의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핍이 채워진 후 정신을 차려보면 이제는 또 취향이, 시각이, 가치관이, 매사가 나와 안 맞는다며 불만이 생긴다. 당연하지. 그런 사람을 찾은 것이니까. 
 같은 곳을 보는, 같은 가치관을 가진 파트너를 만난다면 의견은 잘 맞겠지만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상대 역시 똑같이 부족할 테니. 
 그러니 결핍을 채울 것인가 공감의 파트너인가. 자기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인가를 잘 알고 선택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는 감수해야 한다.

휴먼팩터 지능화?
2020년 9월 10일#휴먼팩터지능화

 최근 '휴먼팩터 지능화'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는데 어디에도 이해될만한 설명이 없어 나름 정리해 본 내용을 공유한다.

휴먼팩터(Human Factor)란?
 인간의 지각, 인식, 행동을 구성하는 요인을 의미하여 인간에 관련된 요소의 연구라는 의미. 휴먼팩터는 인간공학과 동일어로 사용된다.(인간공학의 영어표현이 'Human factors and ergonomics')
인체공학 + 심리학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인체치수, 감각, 감성, 인지, 행동 패턴 등이 다루어질 수 있는 영역이다.

휴먼팩터 지능화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위방식을 지능화하여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분야의 장인이 오랜 기간 반복하면서 체득한 노하우 또는 많은 사람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디지털로 전환하여 AI와 로봇이 고도로 학습된 인간의 판단과 행위를 대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 사례 예시8)8)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성장 전략(2020.8. 관계부처 합동)에서 인용

1) 유통데이터를 활용한 AI 구매행태 분석 및 예측을 통해 매장별 상품 가격 추천, 판매량 예측, 고객 구매상품 추천 모델 개발
2) 부품. 주행. 환경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부품개발 시간 단축 및 문제 원인 분석

휴먼팩터 지능화와 디자인의 역할
 우리는 그간 인간의 물리적 조건(신체 치수)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충분한 데이터를 쌓아왔다.(예: 사이즈코리아) 상대적으로 인간의 비물리적 조건인 감각, 감성, 감정, 경험 등에 대해서는 아직 데이터도 없고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사용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요소 외에도 이런 요소들을 측정하고 평가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제품개발 시 데이터 활용은 인체의 물리적 수치의 활용에 집중되었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의 비물리적 수치인 감성, 경험 데이터를 개발하고 측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휴먼팩터 지능화가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다. 디자인은 꿈꾸고 기술은 실현한다. 디자인은 인간과 기술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로 인간이 욕구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 인간의 감성과 감각의 영역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인간이 원하는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역량이 휴먼팩터 지능화의 가치를 결정한다. 여기에서 디자인은 우선 측정하고 수집해야 할 휴먼팩터(인간의 감성, 경험 요소 등)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설계하는 설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하게 분석 가능한 데이터들이 모여야 할 것이고, 만들어진 데이터를 해석해 인간의 욕구 안에 잠재된 아직 없었던 제품/서비스를 구상하는 것, 무엇을 개발해야 할지 결정하고 그것이 실현된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또 다른 디자인의 역할이다.
디자이너들은 연대가 가능할까?
2020년 8월 28일

 현재 의료계 종사자 수 10만6천 명. 의대 정원 3,058명.(종사자의 3%) 현재 디자이너 재직자 수는 프리랜서 포함 추정 약 30만 명.
 현재 디자인전공 정원(한 해 졸업자 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2만1천 명. 의료계처럼 종사자의 3%라고 치면 적정 정원은 9천 명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와 비교하면 너무나 많다.
 디자인업계는 과 공급으로 인한 지나친 경쟁이 오래된 문제가 되고 있다. 디자인기업은 저가 경쟁을 하고 있고 디자이너가 귀하게 여겨지지 않고 그 결과 디자이너의 인권, 근로 여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산업구조는 다르지만, 영국과 비교한다면 디자인산업 시장 규모는 1/10 정도인 데 비해 디자인 전공자 수는 우리가 더 많으니 아주아주 많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의료계의 대응과 비교해 볼 때, 디자인학과가 만들어지고 정원이 늘어나는 동안 디자인계가 합심해 이에 대해 뭔가 의견을 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정원 확대 등 생태계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가 온다고 할 때 디자인계는 의료인들처럼 연대할 수 있을까?
나이키를 만든 세 명의 디자이너 이야기
2020년 7월 30일

 나이키의 역사에서 디자인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장면을 꼽는다면 나이키 로고를 디자인한 것과 혁신적인 운동화, 에어조던 시리즈를 만들어 낸 일이다. 그 결정적 사건의 세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팅커 햇필드


팅커 햇필드(Tinker Hatfield). 사진 : 위키피디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높이 뛸 신발을 만들까?’ 제자들의 기록을 높이기 위해 직접 신발을 제작하던 오레곤대학 육상 감독은 재능 있던 장대높이뛰기 선수 제자가 크게 다치게 되자 사고로 굽은 다리를 보완할 신발을 개발하고 장학금도 계속 받을 수 있게 배려한다. 제자는 결국 운동 대신 건축으로 전공을 바꾸는데, 오히려 잠재되어 있던 드로잉 소질과 창의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스승이 신발 회사를 창업하자 홍보 리플렛을 디자인해주며 돕는다. 졸업 후 전시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하던 중 신발 디자인공모전 참가 초대장을 받는데, 스승의 신발 회사의 것이었다. 신발 디자인을 안 해봤던 그는 창의적 발표로 회사 측에 강한 인상을 주면서 입사 통보를 받고 그 뒤 초고속으로 승진해 수석 디자이너가 된다. 제자의 이름은 팅커 햇필드, 스승의 이름은 빌 바우어만, 스승의 신발 회사가 바로 나이키다. 

캐롤린 데이비슨

캐롤린 데이비슨(Carolyn Davidson) 사진: Awkward Media

 디자인 전공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35달러짜리 로고 이야기이다.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스우시(Swoosh)를 개발한 것은 포틀랜드주립대 그래픽디자인 전공 대학원생 캐롤린 데이비슨이다. 빌 바우어만과 함께 나이키를 창업한 공동창업자 필 나이트는 육상선수 출신 회계학과 교수였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불안감에 교수와 회계사라는 직업을 5년이나 유지했었다고 한다. 필 나이트는 회사의 이름을 정하는 데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직원이 제프 존슨이 꿈에서 본 승리의 여신 이름인 나이키로 선택했다.9)9) 당시 나이키와 경합했던 브랜드 이름은 ‘팔콘’, ‘디멘션6’ 였으며 제품을 제작하기 직전까지 고민하다가 짧아서 오래 기억되고 센 소리가 나는 원칙에 맞는 나이키를 최종 선택했다. 이름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팔콘'이나 디멘션6였다면 'Just do it'의 구호가 먹혔을까?
 나이키 창업 2년 전, 그는 대학 회계학 마지막 수업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는 학생에게 전화번호를 묻는다. 자기가 운영할 회사에도 언젠가 디자이너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2년 후인 1971년 나이키를 창업하면서 캐롤린 데이비슨에게 35달러(시간당 2달러로 계산, 17시간 30분이 걸렸다고. 최저시급 수준도 안 됨)를 주고 나이키의 로고 디자인을 얻게 된다. 
 “사실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아. 점점 마음에 들겠지”라며 당시 필 나이트는 데이비슨이 만든 시안들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했지만 사용해야 할 시점이 임박해오자 할 수 없이 지금의 그 로고를 선택했다고 한다. 비호감형 클라이언트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로고에서부터 역동적인 이미지가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휙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는 뜻으로 스우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캐롤린 데이비슨은 이후 나이키에서 일하다 2000년에 은퇴했다고 한다. 나이키로부터 감사의 표현으로 주식 일부를 받았지만(요즘 가치로 7억6천만 원가량 된다고)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35달러 초저가에 디자인했다는 식으로 많이 알려졌다. 결과물로만 보면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디자인 중 하나이지만 디자이너로서는 갑질의 표본과 같은 사례라 할 만하다.
 
피터 무어

 에어조던1과 유명한 '에어맨' 로고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피터 무어. 그는 원래 마이클 조던을 아디다스로 영입하기 위해 몰래 나이키로 들어간 산업스파이 디자이너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너무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바람에 대박이 난 것. 피터 무어는 에어조던1, 에어맨이라는 초대박 아이템을 개발하고 아디다스로 이직한 후에 지금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삼선(三線) 로고를 만들었다. 디자이너 한 명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피터 무어(Peter moore) 
사진 : Sneakernews
‘스파이라도 좋으니 이런 디자이너가 있다면.’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마이클 조던은 피터 무어가 디자인한 디자인이 너무나 과감하게 보여 좋아하지 않았고 아디다스로 옮겨갈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팅커 햇필드라는 디자이너가 에어조던3로 조던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아디다스의 마이클 조던 영입 시도는 무위로 끝난다. 에어조던3부터 에어조던 시리즈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던 에어맨도 피터 무어가 디자인했었던 심볼이다. 에어맨의 자세는 마이클 조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지만, 그는 덩크슛할 때 그렇게 뛰지 않는다. 덩크슛할 때 누구도 그렇게 뛰지 않는다. 마이클 조던의 슛 장면을 촬영 중, 조던이 장난으로 발레 동작을 흉내 내면서 덩크슛을 했는데, 피터 무어가 이 장면을 포착해 사진을 찍고 로고로 만들었다. ‘이 정도면 망하겠지?’ 하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에어조던3부터 시리즈를 맡게 된 나이키의 수석디자이너 틴커 햇필드가 이 에어맨 로고를 사용하였고 그 이후 나오는 제품마다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에어맨 로고는 에어조던 시리즈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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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과 서비스디자인
2020년 7월 29일

 ‘디자인 매체에 빈번히 등장하는 전문용어나 대상은, 당대 디자인업계에 널리 퍼져 있는 태도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나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 ‘서비스디자인(service design)’이라는 용어의 부상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것은, 디자이너들이 단순히 제품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행동을 보다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쪽에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다.’10)10) ‘The Design Comedy: In Defence of Irony’ core77 게재 글 중, 2010.6.3. Tim Parsons


 최근 디자인씽킹, 서비스디자인 등 용어들의 등장은 디자인에 대한 세상의 시각, 기대가 변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환경디자인은 디자인이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초점을 둔 것으로 ‘표현 방법’으로서의 디자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그에 비해 디자인씽킹, 서비스디자인, 전략디자인 같은 용어들은 ‘사고방식’으로서 디자인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씽킹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이자 인지과학자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 그의 저서 ‘The Science of Artificial’(1969)에서 ‘디자인은 논리적 이성으로 해결이 불가한 난제에 디자인의 직관적 사고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키려는 활동’으로 정의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디자인씽킹은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디자인 외의 분야에서 ‘디자이너처럼 창의적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하라’라는 식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말은 유럽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고, 좀 더 구체적인 디자인 전문영역 안에서 어떤 분야, 역할의 의미로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국내외 기업에 '디자인씽커'라는 명칭의 직군은 없지만 '서비스디자이너'라는 직군은 있다. 디자인씽킹과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의 관점으로 개발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인 해결책을 구상하는 디자인, 디자이너의 접근방식과 방법으로 계획하고 개발한다는 점에서 같다. 기존 디자인과 다른 부분은 전처럼 뭔가를 표현하고 만들어 내는 전문기술로서 디자인의 역할보다 생각법, 사고방식으로서의 디자인의 역할과 가능성을 강조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씽킹은 디자인 밖의 분야에서 디자인이 가진 가능성에 눈을 돌리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디자인씽킹의 개념을 대중에게 알렸던 200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팀 브라운11)11) 팀 브라운 : 미국 디자인기업 IDEO의 CEO
의 글도 경영자들의 눈에 띄어 주목받게 되었고, ‘The Design of Business’에서 디자인씽킹의 가능성을 강조했던 로저 마틴12)12) 로저 마틴 : 토론토대학 경영대학원 학장,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 교수 10인’에 선정, 2017년 세계 경영계 50명의 대가를 선정하는 Thinkers50’에서 1위로 선정됨. 
도 경영학자이다. 기존에는 디자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분야(경영,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에서 조직문화, 일하는 방법과 같은 주제에서 맞닥뜨리게 된 한계점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방법을 찾다 찾다 보니 디자인씽킹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디자인계에서도 기존과 다른 역할로 디자인수요가 생기는 것(경쟁자의 변화, 고객의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면서 디자인영역이 제품과 같이 보이는 것에 한정될 게 아니라 영역을 넓혀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디자인해야 하지 않나, 이제 서비스, 마음, 행동, 습관, 문화로까지 넓어져야 하지 않는가 하는 자각이 생기면서 디자인씽킹과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시도가 많아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육군이 각기병으로 죽어갈 때 왜 해군은 괜찮았을까? 
2020년 7월 25일

 단기기억력 상실, 체중감소, 식욕 저하, 통증, 하체가 저리고 손발의 감각이 떨어져 잘 걷지 못한다. 호흡곤란, 혼수상태에 이르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각기병의 증세다. 각기병은 비타민 B1 부족으로 생기는 병으로 음식을 고루 먹으면 낫는다. 러일전쟁 때 일본군은 100만 명이 넘게 참전했는데 이 중 25만 명이 걸렸다고 알려졌을 만큼 각기병은 일본에 치명적 타격을 안겼던 병이다. 그런데 각기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육군이었다. 육군만 25만 명이 걸렸고 2만7천 명이 죽었다. 같은 시기 일본 해군 중 각기병으로 죽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육군의 군의부장이 자기 전공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면 믿어지는가?
 180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일본 해군들은 각기병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1879년 영국에 유학을 하러 갔던 '다카기 가네히로'(1849~1920)가 귀국 후 의무국 부장에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그가 알아낸 것은 장교들은 거의 안 걸리고 사병들이 주로 걸린다는 점, 항해 중에만 일어나고 항구에 정박했을 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영양 불균형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빵과 고기 스튜 등의 양식으로 해군식단을 교체하는 노력을 한 끝에 1884년 2월부터 11월까지 이어졌던 츠쿠바의 항해에서 각기병 환자는 단 15명,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얼마나 잡곡 먹으라고 노래를 했는지 잡곡이 싫었던 병사들로부터 '보리밥 남작'이라고 불렸다. 그는 영국 유학 시절 접했던, 영국군들이 먹던 카레를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해 밥과 함께 먹게 하면서 비로소 병사들에게도 인기 있는 식단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카레라이스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아직도 금요일마다 카레라이스를 먹는다.(본래 군용식단으로 개발되었지만, 오늘날 카레라이스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일본인들의 카레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 '카레의 날'(1월 22일)까지 있고, 이날은 전국 초등학교에 카레가 급식으로 나온다.) 카레라이스를 위시해 군내 식단이 다양화되면서 해군에서 각기병은 사라지게 된다. 육군 군의부장이었던 '모리 린타로'(1862~1922)는 해군의 사례를 듣고도 여전히 각기병이 영양소 결핍과 같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병원균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도 매우 현명한 사람이었는데 실증된 많은 사례를 보고도 그의 눈에는 각기병이 전염병이라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독일에서 세균학을 공부한 유학파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국에서 공부하고 온 다카기 가네히로를 속으로 무시했던 것 아닐까? 모리 린타로는 아홉 살부터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익혔고 도쿄대학 의학부를 19세에 졸업했었던 만큼 뛰어난 천재로 그의 최연소 졸업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군의관일 때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후로 영어와 독일어는 유창한 수준으로 했으며 군인이자 작가로도 창작활동을 하면서 '모리 오가이'라는 필명으로 일본 근대문학의 일인자로 뽑힐 만큼 큰 이름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군인으로서는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사병을 병자로 만든 나쁜 리더로 역사에 남았지만, 문인으로서는 일본 근대문학을 이끈 최고의 거장이다. 육군의 모리 린타로와 해군의 다카기 가네히로는 각기병에 대해 서로 다른 가설로 반대 견해를 취하게 된다. 해군이 그 문제를 이미 해결한 뒤에도 육군은 해군을 따라 할 수 없다는 식의 엉뚱한 자존심(!)으로 모리 린타로와 육군의 의사결정자들이 고집을 부린 결과 모든 각기병 환자는 육군에서만 나왔고 많은 사병이 각기병에 걸려 입원환자로 고통받았다. 망치 든 사람 눈에 못만 보인다고, 세균학 전공자 모리 린타로의 눈에는 각기병의 원인은 세균으로만 보였다. 당시에도 민간요법으로 각기병을 피하는 방법이 알려져 있었고 해군에서도 완전한 해결방안이 나왔지만, 각기병은 영양 불균형과 같이 쉬운 문제가 원인이 아닐 것이라 믿고 흰 쌀밥 배식을 계속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장교들은 쌀밥 외에도 다양한 반찬을 먹으며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었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사병들은 정말 쌀밥만 먹었기에 영양 불균형,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 당시 일본군은 반찬을 배식한 것이 아니라 각자 구매해서 먹었어야 했었기에 대부분 그 돈을 아껴서 후방의 집에 보내느라 최소한의 반찬으로만 식사했다. '단무지 한 조각, 간장….'과 같이 표현된 글을 보면 군인들은 극도로 열악한 영양 상태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엘리트가 정책을 결정하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쌀이라도 보급 상황이 안 좋았다면 오히려 잡곡을 먹고 병사들은 건강을 회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쌀은 조선의 것을 수탈한 결과 배급에 차질이 없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군인들의 각기병 증세를 키운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모리 린타로 자신은 세균을 피하려고 과일도 끓이거나 데쳐서 먹었고, 남이 들어갔던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도 매우 꺼렸다고 한다. 그렇게 자기 건강을 염려했던 것치고는 허망하게 폐결핵으로 사망하게 된다. 생전에 그의 입장이 어찌나 완고했었던지 육군 군의부에서는 1922년 그가 사망한 뒤인 1923년 비로소 식단개선을 할 수 있었고 적군보다 일본군을 더 괴롭혔던 각기병도 사라지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기록될, 지식의 저주로 꼽힐만한 사례가 되었다.
사용자의 처지를 알기는 어렵다. 잘난 공급자라면 더더욱.

쓸만한 웹 https://servicedesign.tistory.com/200

253전 253승 세계 최강 부대  
2020년 4월 4일

 "우리가 항상 추구해왔던 '세계평화를 위한 집단안보' 그 실천을 위해 그대들은 오늘 먼 길을 떠난다. 가서 침략군을 격파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질서를 지키고 오라. 그리고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 

 1951년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그의 친위부대를 한국전쟁에 파병하며 했던 연설이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에 지상군을 보내준 아프리카의 유일한 나라다. 그 부대는 '강뉴부대', ‘강뉴’는 에티오피아어로 두 가지의 뜻이 있는데 하나는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확립하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초전박살’이라는 뜻이다.
 1935년 에티오피아가 이탈리아로부터 부당한 침략을 받았을 때 셀라시에 황제는 제네바 연맹의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에티오피아를 도와달라 호소했지만 어떤 나라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스스로 젊은이들을 모아 군사훈련을 하는 노력 끝에 결국 1941년 자력으로 이탈리아를 몰아낸다. 1945년 유엔이 설립되자 셀라시에 황제는 유엔에서 "우리가 힘들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와 같은 나라가 나오지 않게 모두 힘을 모아 약한 나라를 도와주자!"라며 '집단안보'를 주장했다. 유엔은 셀라시에 황제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그 후 첫 번째 일어난 전쟁이 6.25 전쟁이다.
 셀라시에 황제의 호소에 에티오피아의 젊은이들 6,037명이 한국전에 참전했고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 한 번도 겨울을 겪어본 적 없던 강뉴부대원들은 적과 싸우는 것보다 한국의 매서운 추위와 싸우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고 한다. 강뉴부대의 격전지는 미군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강원도 화천, 철원, 경기도 연천 지역이었다. 강뉴부대는 가장 치열한 전투가 있던 최전선에 253번이나 전쟁에 투입되었고 어떤 조건에서든 모두 승리해 적국에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1953년 전쟁이 끝난 후에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1956년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학교를 짓는 등 전후 복구를 위해 노력했다. 전쟁 중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고 전우의 시체도 모두 수습해서 122구의 시신을 포함한 참전용사 전원이 모두 본국에 돌아갔다. 아프리카 최강국이었던 에티오피아는 전쟁이 끝난 후 오랜 가뭄이 이어지며 가난한 나라가 되고 결국 공산화된다. 1975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공산 세력에게 비참하게 독살되었고, 공산국과 싸웠던 강뉴부대원들은 파병 당시 공산군과 싸웠었다는 이유로 고문받고 재난도 몰수되어 가난한 반역자로 몰락했다.
  1953년 한국전 후 모든 것이 다 파괴되어 역사상 가장 처참한 상태로 세계 최빈국이라는 위치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던 우리나라는 50여 년 후인 200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DAC(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첫 번째 원조대상으로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필리핀 등 6·25전쟁 시 파병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리나라를 도왔던 나라들에 은혜를 보답하고자 하였다. 참전용사들은 전쟁에 '참여'했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이들은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국가보훈처는 2017년 8월, 이달의 전쟁영웅으로 에티오피아의 구르무 담보바 이병을 선정했다. 그는 6.25 파병 강뉴부대원으로 당시 중상을 입고 고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에 나와 전쟁에 재참전했던 군인이다. 한국국제협력단, LG전자, 현대자동차, 롯데 등 60여 기업들이 현지에 보건의료 지원, 직업전문학교 운영,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협력, 지원하고 있다. 셀라시에 황제와 6천 명의 청년들은 어려움에 부닥친 이름 모를 나라를 도와 목숨을 거는 것이 정의를 위한 일이라 믿었다. 70년이 지난 후,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제 그들의 자손들을 교육하고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신념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을 움직인다. 


* 참고한 글
아프리카 나라 중에 '에티오피아'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https://www.philgo.com/?1270785619
‘무패 신화’ 에티오피아 ‘강뉴부대’를 아세요?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503780
한국전쟁 253전 253승 불패 신화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https://brunch.co.kr/@militarybox/30 
낯선 땅, 한국을 위해 싸운 6·25전쟁 참전국
https://mnd9090.tistory.com/4351 

라면과 혁신. 라면은 본래 사각형이었다.
2020년 1월 22일




사진 출처 : ‘한국의 디자인 50선’, 문화체육관광부



 라면은 애당초 사각형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그래, 자고로 라면이라면 사각형이지"
라며 어떤 형태도 될 가능성이 있었음을 잊어버렸다. 사각형 라면 형상이 머릿속에 새겨지길 거듭하면서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1963년 라면이 출시되고 나서 오랫동안 사각형 모양엔 변화가 없었다. 둥근 냄비에 넣기에 사각형은 모서리가 부딪히고 걸려 불편했다. 사람들은 2~4조각으로 쪼개 조리했고 짧은 길이의 면을 먹게 되었는데 이것은 라면 본연의 가치를 손상하는 일이다. 무려 20년이 지난 후에야 변화가 일어난다. 1982년 최초의 동그란 라면, 너구리가 개발되었다. 원형의 냄비에 쏙 들어가 바닥에 착 눕혀지는 모양이 누가 봐도 적격이다. 이제 라면을 쪼개지 않아도 되었고 통통하면서도 기다란 면을 온전한 모양 그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혁신적 변화가 일어났다.
 왜 20년간 아무도 라면의 불합리한 모양을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일까? 그럼 지금은 라면이 다 원형으로 바뀌었을까? 인간은 변화를 즐기는 동물이 아닌 것 같다. 2019년 현재 나무위키 기준으로 사각형 라면이 28종, 원형이 23종으로 여전히 사각이 우세하다.13)13) 나무위키 '라면' : https://namu.wiki/w/라면 나무위키에는 각 브랜드별로 원형인지 사각형인지 조사한 표가 있다. 압도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없다.

 우리는 네모난 라면의 세계에서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인가.
물론, 이미 습관이 되어 무조건 쪼개 넣고 끓여 먹는 사각 라면 선호자도 있을 것이고 라면 형태 따위엔 아예 관심이 없는 부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앞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문제로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하지만 알지 못하면 보지 못한다. 제대로 까칠한 누군가가 지적하기 전까지는 눈에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라면이 네모난지 원형인지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라면은 왜 사각형이어야 하나? 다른 모양이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문제가 보이지 않으니 라면이 그랬어야 마땅한 모양으로 변하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
혁신은 그런 것 아닐까?
제대로 된 해결책이 찾아진 뒤에도 기존 고착된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동그란 라면이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사각형 라면이 더 많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그만큼 변화는 힘들고 넘어야 할 습관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짜짜로니.

'손등에 찰랑찰랑'의 세계 vs. '1.2배'의 세계
2019년 12월 07일

"손등에 찰랑찰랑할 때까지 넣으면 돼. 이렇게."
 어머니가 밥하시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밥을 맛있게 하려면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가 궁금해졌었다. 젊은 어머니의 손은 정말로 예쁘고, 통통했다. 언젠가 내가 밥할 기회가 되었을 때는 납작한 내 손두께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손목까지 물을 넣었다가 쌀죽을 만들었다.집마다 밥솥의 크기는 다 다르고 손의 크기도 다 제각각이다. 쌀의 양도 매번 다르다. 물의 양을 재려고 쌀을 누르는 힘도 사람마다 다르고 잴 때의 상황마다 다르다. 손이 작은 사람은 물이 부족해서 거친 밥을 먹게 될 것이고 손등이 통통한 사람은 질척한 밥을 먹게 된다. 이 많은 변수 속에서 최고의 밥을 위한 찰랑거림의 선을 어떻게 찾는다는 말인가. 맛있는 밥을 위한 정량화에는 큰 허점이 있다. 인터넷에 찾은 글에는 밥 부피의 1.2배의 물을 넣으라고 설명되어 있다. 쌀쌀맞은 표현이다. 쌀의 1.2배의 물을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라는 건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알려줄 방법을 못 찾은 것이 분명하다. 밥솥 안쪽에 눈금이 표시되어 있으니 그것을 따라 하면 된다는 글도 있다. 최상의 밥맛을 만들 밥과 물의 황금비를 찾으려 했던 연구원들의 많은 시식의 노력이 눈금이라는 결과로 나와 있었다. 나는 지금껏 밥솥 안쪽에 눈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밥 짓기 적당한 물의 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것도 여전히 허점이 있다. 쌀은 물에 닿는 순간부터 물을 흡수하면서 부피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쌀을 씻은 뒤 밥솥 속에 담은 쌀에 부어야 할 물의 양은 물을 붓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손등에 찰랑찰랑'의 세계와 '1.2배'의 세계는 너무 다른 세계다. 우린 양쪽 세계의 중간 어디쯤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고의 밥맛을 위한 딱 맞는 물의 측정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상향의 밥맛의 세계에 갈 수 없음을 알아도 어쩔 것이냐. 그럭저럭 사는 수밖에.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세상엔 다시 디자인해야 할 것 투성이
2019년 12월#행위디자인씽킹   #무라다치아키

* 그림 출처 : 행위디자인씽킹, 무라다 치아키

 엘리베이터 문의 버튼은 어떤가? 이것은 여간해서 다시 디자인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열림 버튼과 닫힘 버튼을 분간하기 위한 약 0.5초의 시간과 뇌의 힘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엘리베이터 문의 버튼을 다시 디자인할 수 있다면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잘못된 세상을 다시 바로 잡을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모두 수긍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도 그것이 최적의 답이어서가 아니라 다수결의 결과였을 수 있다. 위화감에 대한 인지 수준이 떨어지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합의였을 수 있다. 예민하게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디자이너는 소수 선지자의 예언 중에도 일치하지 않는, '마이너리티리포트'에 주목할 줄 알아야 한다.
 민감한 사람들, 타성에 젖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이 혁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디자인기업 IDEO의 공동창립자 데이비드 켈리는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에서 ‘통찰을 얻는 8가지 전략’14)14)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데이비드 켈리, 톰 켈리 공저, 청림출판
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창조성을 선택하라스스로 창조적이길 원하라.
2. 여행자처럼 생각하라외국을 여행하는 사람처럼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라. 아무리 뻔하고 익숙한 것일지라도 그렇게 해보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에 자신을 노출시켜라.
3. 느슨하게 주의하는 능력을 키워라통찰의 섬광은 종종 당신이 특정한 일에 완전히 몰입돼 있지 않을 때 터진다. 마음을 이완시키고 별 상관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이리저리 연결해보라.
4. 최종 사용자와 교감하라대상의 욕구와 상황을 더 잘 이해할 때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
5. 현장에서 관찰하라모든 것을 관찰할 수 있다면 표면에 잠재해 있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6. '왜?'라고 질문하라계속되는 '왜?' 질문은 곧바로 문제의 핵심에 다다르게 해준다. 
7. 과제의 틀을 다시 짜라질문을 다시 짜는 것, 다른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에 도달하게 한다.
8. 창조적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어라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협조를 받고 당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볼 때 창조는 더 쉽고 더 재미있는 것이 된다.

 기존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관점으로 보라는 뜻으로 여행자로 생각하기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하도록 진화하여서 아무리 새로운 곳에 가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익숙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한다면 의도적으로 낯설게, 여행자의 눈으로 모든 것을 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혁신적인 무언가를 찾는다면 이것을 꼭 기억하자.
사용자를 만나고, 관찰하라.
오감을 통해 민감하게 느껴라. 지구에 처음 온 여행자처럼.

 
최고의 성공 & 최악의 실패: 타잔과 화성의 공주
2019년 9월 16일

 콘텐츠 원소스멀티유즈15)15)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 :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매체의 유형으로 개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
의 대표적 성공사례이자 실패사례를 동시에 갖게 된 특이한 미국 작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찌 되었든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소설가 중 한 명이다. 물론 당신도 잘 알고 있다. 타잔을 만들어 낸 사람이니까.


그림  타잔과 화성의 공주의 아버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Edgar Rice Burroughs. 1875~1950)사진 출처 :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Edgar-Rice-Burroughs

소설가로서 인생 2막을 열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영향으로 직업군인을 희망했지만,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입학시험에 실패하고 일반사병으로 근무하다 심장질환으로 퇴역한다. 그 후 약 15년 동안을 광부, 회계사, 외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1911년 35세의 어느 날 갑자기, 평상시에 즐겨 읽던 싸구려 연재소설을 읽다가 소설가로서의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 소설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그는 '내가 써도 이것보단 낫겠다'라는 생각으로 즐겨보던 잡지사 '모든 이야기 All-Story' 편집부에 '화성의 달 아래서'라는 제목의 SF소설을 써서 보내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소설가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작가로서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대중의 관심을 얻으며 1912년 '화성의 공주'라는 제목으로 공상과학 소설을 연재하게 된다. 같은 해 13세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을 이어서 연재하려고 했지만, 전작이 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음에도 잡지사가 게재를 거절하는 바람에 이 글의 배경을 정글로 바꾸고 재구성해 '유인원 타잔(Tarzan of the Apes)'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를 유명 작가로 만든다.
 타잔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 소설 중 하나이며(5천만 부 이상 판매) 버로스는 SF, 모험소설, 역사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소설 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베스트셀러에서 영화까지. 원소스멀티유즈의 시작, 타잔
 버로스는 캐릭터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초기부터 타잔을 만화, 영화, 상품으로 다양하게 제작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미디어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매체에서 같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등장하면 이른바 자기 잠식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그의 계획에 반대했지만, 버로스는 캐릭터가 복합적으로 활용되면서 나타날 파급효과를 믿고 그 구상을 실현했고 결과적으로 그가 옳았다. 타잔은 현재까지도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릭터 중 하나다. 
 타잔은 1914년 책 출판을 시작으로 1918년 영화로 제작되어 역사상 최초로 1백만 달러 매출을 올린 영화가 되었고 그 뒤 41개의 영화와 60개가 넘는 TV 드라마가 제작되었다. 수백 개가 넘는 신문에 타잔 만화가 연재되었고 만화책도 수백만 권 이상 판매된다. 타잔은 버로스가 집필한 것만 24권의 시리즈로 만들어졌는데 하다 하다 나중에는 타잔이 지저 세계와 화성에까지 가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경이 되자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버로즈의 소유였던 LA 인근의 농장도 타잔의 성공과 함께 점점 커지며 하나의 도시가 될 만큼 성장해 1923년에는 타잔을 기념하는 이름의 '타자나'라는 이름의 자립 도시가 된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최초의 성공사례가 아닐까?


그림  유인원 타잔 (1912)타잔(조니 와이즈뮬러)과 제인(모린 오설리반)

SF소설, 스페이스오페라 장르의 개척자가 되다
 버로즈는 타잔으로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루었지만, 한편으로는 '화성의 공주'라는 소설로 SF소설 사에 중요한 획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스페이스오페라'라고 불리게 되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 부류의 SF소설은 180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지만 하나의 장르로 구축되는 데는 인지도 높은 많은 글을 발표했던 버로즈의 노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SF소설에 외계인과 주인공 간의 로맨스가 가미된 것은 그가 최초다. 그의 이야기는 강한 체력과 뛰어난 두뇌를 가진 낙천적 성격의 영웅이 미지의 세계로 공간이동을 한 후 모든 조건에서 우세한 적과 맞서면서 위험에 빠진 명문가 출신의 여성을 구하는 모험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타잔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인데 남성의 상징이랄만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거의 벗은 남자 주인공, 귀한 집안 출신이지만 역시 상황상 거의 벗은 몸이 되는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많은 창작가들의 참고서가 된 우주 서사극. 화성의 공주
 그가 만든 두 명의 특출한 캐릭터 타잔과 존 카터('화성의 공주'의 주인공)는 모두 1912년 발표된 소설의 주인공인데 동시에 여러 개의 다른 글을 함께 창작하며 이 일을 해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타잔이 영화, TV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매체에 복제되며 대중문화에 영향을 준 것처럼 '화성의 공주'도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TV,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참고되었고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제임스 캐머런이 아바타를 만드는데, 조지 루커스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드는데 영감을 주었다(고 제임스 캐머런, 조지 루커스가 밝힌 바 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이 책에 매료되어 우주를 동경하게 되었다. 칼 세이건의 연구실 앞에는 바숨(소설 화성의 공주 중 화성의 이름)의 지도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화성의 공주(1912)

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2012)

 '화성의 공주'는 존 카터 창조 100년 차인 2012년에 맞추어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이라는 이름의 영화로 개봉되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 영화 역사상 손꼽힐 만큼 망했다. 백 년이 되었다고는 해도 원작이 만만한 원작이 아닌 만큼 순제작비만 2억5천만 달러, 2,835억 원으로 아바타(2억3,700만 달러, 2,700억 원)보다 더 들었고 마케팅 비용도 1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망했다. 디즈니는 공식적으로 2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당시 월트디즈니 회장이 그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하니 누구의 상상도 초월하는 실패였음을 알 수 있다. 시리즈물로서 '바숨 전쟁의 서막'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지만 서막이 종막이 되었다.16)16) 하지만 다음 해 디즈니는 '론 레인저'로 더욱 폭삭 망한다. RIP
 
 '이미 너무나 많은 영화와 소설 등에서 그가 창조한 세계관이 공유되어 식상하게 보였다', '100년이 된 이야기로는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어려웠다'라는 등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핑계다. 100년이 돼서 신선함이 없다면 인류 종말 올 때까지 우려먹을 그리스·로마 신화는 왜 아직 재활용 되는가. 어디까지나 창의력과 상상력의 문제고 창작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바숨 전쟁의 서막'은 ‘윌E’와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픽사의 대표 감독 앤드루 스탠턴이 연출한 최초의 실사 영화였다. 애니와 실사 영화의 차이에 실패의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내 생각으론 연출과 함께 캐스팅이 흥행 실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세상에 없는 캐릭터를 만드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만큼, 배우쯤은 누가 돼도 관계없이 성공시킬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 아닐까?

출처 : https://servicedesign.tistory.com/173 
참고한 글 :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윌리엄 케인 저) 중 8장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처럼 써라 등
미국엔 코카콜라, 우리에겐 바나나맛 우유가 있다
2019년 9월 1일, 2021년 7월 수정

문명의 아이콘, 코카-콜라
 인물이 아닌, 소비재로는 최초로 타임지 표지를 장식(1950년)한 것은 코카콜라다. 인류 문명의 아이콘으로 표현될 만큼 코카-콜라는 주목받는 제품인데 그 독특한 패키지디자인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독특한 병 디자인은 경쟁업체로부터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코카-콜라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많은 경쟁업체가 유사품을 만들었다. 초기 코카-콜라 병은 단순한 직선 형태라 모방도 쉬웠다. 모방을 막으려고 로고를 새겼지만 코카놀라(Koka- Nola), 마코카코(Ma Coca-Co), 토카콜라(Toka-Cola), 코크(Koke) 등 이름과 로고를 따라 한 유사품들이 많이 나왔다.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된 병’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코카-콜라의 법무팀장 해럴드 허쉬는 1915년 500달러의 포상금을 걸고 디자인을 공모했다. 조건은 두 가지였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만져도, 깨진 병 조각들만 보고도 코카-콜라 병인지 알 수 있는 디자인일 것"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루트 유리공장(The Root Glass Company)에 근무하던 병 디자이너 얼 R. 딘(Earl R. Dean)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서 코카-콜라에 대한 정보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대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던 중 '코카'라는 항목 근처에 있던 카카오나무 열매 사진에 영감을 받아 병 모양을 디자인하게 된다. 
 ‘카카오 열매’를 모티브로 한, 길쭉하고 볼록한 모양과 겉면의 세로 주름을 표현한 디자인으로 공모전에서 수상한다. 1915년 11월 16일 디자인 특허를 받았는데 실제 병을 디자인한 얼 딘이 아니라 당시 공장 감독 알렉산더 사무엘슨(Alexander Samuelson)이 발명가로 등재되었다. 대신 얼 딘은 500달러 보너스 또는 Root Glass의 평생직장 중 선택하라는 제안을 받고 평생 직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1916년 코카-콜라의 공식 디자인 병으로 지정되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쉽게 바꾸지 못하다가 1920년이 지나서야 대다수 보틀링 파트너들이 공식 디자인으로 지정된 코카-콜라 병을 본격 생산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넘어지는 문제 때문에 원래 디자인에서 가운데 지름을 더 줄여 쓰러지지 않도록 개선한 후 생산되었다. 코카-콜라의 패키지는 그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아 1960년 미국 특허청에 상표로도 등록되었다.


그림   카카오 열매


그림  
(좌) 얼 딘이 디자인한 코카-콜라 병 초기 스케치
(우) 스케치대로 제작된 초기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현존하는 2개 중 하나가 24만 달러(2억7천만 원)에 경매되었다. 

그림 출처 : https://beachpackagingdesign.com/boxvox/tag/earl-r-dean 
국민 목욕탕 음료 바나나맛 우유


사진 출처 : ‘바나나맛 우유’, 위키피디아

 사람들이 얼마나 목욕탕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먹었느냐면, 빙그레 입사지원자들이 모두 '어릴 때 목욕탕에서 먹던 바나나우유를 떠올리며'라고 해서 신입사원 지원 동기 문항을 삭제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 1위에 꼽히기도 했던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6월 출시 이후 계속 국내 가공유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 뒤 서독에서 젖소 200마리를 지원받아 시작한 낙농업으로 우유가 생산되었는데 우리 입맛에 안 맞고 소화도 잘 안 되는 등 신체적 거부반응으로 소비가 잘되지 않았다. 정부의 우유 소비 장려 캠페인의 하나로 초콜릿 맛, 딸기 맛 등 가공유가 개발되면서 당시 소량만 수입되던 바나나를 우유로 맛보게 하자는 발상으로 바나나가 들어가지 않고 맛만 흉내 낸 바나나맛 우유를 개발하게 된다.
 바나나맛 우유의 독특한 패키지는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바나나맛 우유인 만큼 한국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용기 외형을 찾던 중 도자기 박람회에서 우연히 본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고 단지 모양의 용기를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산업화 가속으로 나타난 이농 현상을 반영해 고향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항아리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바나나의 노란색이 잘 보이게 하려고(그러나 바나나는 하얀색) 반투명의 소재를 사용한다. 상하 분리된 구조로 위아래 각 부분을 고속회전하면서 생기는 마찰열로 중앙부를 접합해야 했는데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 설비를 독일에서 수입해야 했는데 현재는 그 제조사가 없어져서 전 세계에서 이런 용기를 만드는 회사는 빙그레뿐이다. 출시 후에는 가운데가 볼록한 형태 때문에 유통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파손되기 쉽고 유리병이나 페트병보다 유통기한도 짧았다. 그래서 이 디자인은 출시 당시 내부 반대가 많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50년에 가까운 세월을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였기에 이제는 용기 형태 자체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독특한 패키지디자인은 해외시장에서도 경쟁자가 따라오지 못하는 장벽 같은 역할을 한다. 2008년에 빙그레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 바나나맛 우유가 중국인들 입맛에도 맞아 주목받게 되자 즉시 카피 제품이 등장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를 수출할 때 지금까지 유통상의 문제로 단지형 용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멸균 팩(테트라팩. 직육면체 형태의 종이팩)을 사용했는데 중국에서 똑같은 형태와 색깔의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응하기가 여러모로 쉽지 않았는데 결국 중국 상하이에 빙그레 현지 법인을 만들어 단지 모양의 바나나맛 우유를 판매하게 되자 비로소 카피 제품과 혼동되지 않을 수 있었고 빙그레의 중국 매출은 2010년 7억 원에서 2018년 223억 원으로 고속 성장하게 되었다. 2018년 기준 가공유 시장에서 80%의 시장 점유율, 하루 평균 약 80만 개, 연간 2억5만 개 이상 판매되며 2018년엔 매출이 2,000억 원을 넘었다. 이 제품 하나가 빙그레 전체 매출의 23.4%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 지위에 있는 제품이다.
 해외, 국내 음료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히트상품 두 개를 살펴보았다. 음료 산업에서 패키지디자인이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식품은 패키지 자체가 제품으로서 역할도 하므로 더욱 중요하다. 패키지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

첫째, 패키지디자인은 브랜드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80조 원, 병 모양의 브랜드 가치는 4조 원으로 평가된다.
둘째, 패키지디자인이 특별할수록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 차별화된 패키지디자인은 외관만으로 어떤 제품인지 떠오르게 하기에 기업들은 패키지디자인을 마케팅의 중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셋째, 특별한 패키지는 그 자체로 경쟁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
* 복잡한 구조나 기능을 갖는 패키지는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렵게 한다. 패키지디자인에 투입하는 노력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음료 패키지는 음료를 마시기 전까지 버려지지 않지만, 패키지 대부분은 구매 시점에서 바로 폐기되어 사용되는 시간이 극히 짧다. 그래서 제조기업들이 ESG 경영17)17) ESG 경영 :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조직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추구하는 경영.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중시했던 매출,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성과 이외에도 환경, 사회적 문제, 지배구조 투명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에 비재무 정보로 ESG 지표가 포함되면서 글로벌 투자사들이 투자 의사 결정에 ESG를 활용하게 되니 기업들도 여기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실현을 위해 환경문제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패키지디자인의 개선이다.

버리기 위해 제작되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구할 수 없을까?
 삼성전자는 친환경 디자인으로 포장재를 감축, 대체, 재활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기 갤럭시도 신제품일수록 패키지는 좀 더 작아지고 플라스틱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 모두 종이 재활용 코너에 버릴 수 있는 갤럭시 S20, 2020, 삼성전자
디자인 : 손목원, 김윤영




그림  대형가전의 버려지는 패키지를 가구나 반려동물용품으로 제작, 재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2020. 삼성전자 
디자인 : 윤대희, 황수현, 손성도

 TV 포장재에도 업사이클링18)18)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인 : 버려지는 제품에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용도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 제품화하는 것
 디자인을 도입했다. 2020년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출고되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더 세리프(The Serif)’·‘더 세로(The Sero)’ 포장재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적용한 ‘에코 패키지(Eco package)’를 도입했다. TV 배송이라는 임무를 마치면 쓰레기로 여겨지는 포장재에 디자인을 적용해 반려동물용 물품이나 소형 가구 등으로 재사용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CES 2020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CES 혁신상’을 수상하였다.
 ESG 경영이 강조될수록, 그리고 지속 가능, 기후변화 등 환경과 사회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질수록 패키지디자인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참고한 글
백과사전 코카-콜라, 네이버 블로그 Sunrise
https://m.blog.naver.com/sieung/222081996682 
https://m.blog.naver.com/sieung/222082070922 
[코카-콜라를 만든 사람들 제2편] 코카-콜라 회사를 만든 ‘아사 캔들러’
https://www.coca-colajourney.co.kr/.../the-chronicle-of... 
코카-콜라 병 디자인은 사전에서 우연히 찾은 식물에서 탄생
https://adino.tistory.com/650
바나나맛 우유 vs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https://masism.kr/3786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성공기
http://www.fntimes.com/html/view.php?ud=20171112221041554121232f297a_18 
바나나맛 우유, 전통 지키면서도 '힙'한 이유
https://paxnetnews.com/articles/50434 
한국의 디자인 아이콘 바나나맛 우유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3/78047 '고잉 그린'…삼성·LG전자, 친환경으로 간다
https://zdnet.co.kr/view/?no=20210615134907 
눈을 뜨는 순간 장막이 쳐진다.
2019년 11월 21일.

‘지휘자와 음악감독과 마이스트로가 오디션을 할 때면 언제나 남자 소리가 여자보다 나은 것처럼 들렸다. 음악 전문가를 음악 전문가로 만드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순간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연주의 질을 평가할 만한 능력을 지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중략)
지난 30년 사이 장막이 일상화되면서 미국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에 여자 단원 수가 다섯 배나 늘었다. 결국 클래식 음악계는 스스로 순수하고 강렬한 첫인상이라고 생각했던 것, 누군가의 연주를 듣는 것이 사실은 가망 없을 정도로 오염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블링크. 말콤 글레드웰

 왜 그렇게 오랫동안 지휘자들은 자신들의 순간 판단이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더 많은 지표를 활용한다고 더 나은 평가가 되지 않음을 알려주는 예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로 대량 생산된 제품과 패키지디자인, 박가분 
2019년 5월 23일.

 국내 최초로 대량 생산된 제품 및 패키지, 박가분. 1920년에 상표등록이 되고 공산품으로서 판매되기 시작한 한국 최초의 화장품이다. 
이것은 본래 1896년 창업해 포목점으로 운영되던 박승직 상점(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상점으로 알려져 있음)에서 1914년부터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제공되었던 것이었다. 박승직의 부인 정정숙이 수공으로 제조해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었었던 것인데 이것이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게 되어 아예 회사 이름도 '박가 화장품'으로 바꾸고 1915년부터는 정식제품으로서 판매를 시작한다. 영화관이었는데 팝콘 맛집으로 소문나는 바람에 팝콘 가게로 업종전환한 격이다. 당시 박가분 가격은 1920년 당시 50전. 현재 가치로 5천 원 정도였다.
당시 사람들이 백분을 사용하지 않던 것은 아니었는데 특히 박가분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매력적인 패키지 때문이었다. 다른 백분은 그냥 종이로 싸서 판매했지만 박가분은 사진에서처럼 근사하게 디자인해서 인쇄된 패키지에 담아 팔았다. 하루에 5만 갑이 팔리기도 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박가분이 인기를 끌자 이 패키지를 모방해서 촌가분(村家粉. 朴家粉에서 한 획만 고쳐 쓴 가짜), 서가분, 장가분, 설화분, 서울분... 등 비슷하게 생긴 모방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박가분만큼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화장품을 구매했기에 박가분은 국내 화장품 산업을 본격화시킨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 박가분. 디자인코리아뮤지엄(박암종 관장) 소장


 얼굴을 희게 만드는 효과로 특히 화류계의 여성들에게 많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1922년 2월엔 우리나라 화장품으로서는 최초로 신문광고까지 했는데, 그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최고한 역사가 있고 누차 상패 받은 박가분을 항상 바르시면 살빛이 고와지고 모든 풍증과 땀띠와 잡티가 사라지고 윤택해집니다.’ 
 1930년 즈음엔 우리나라에 할리우드의 문화가 소개되며 국민 사이에 흰 얼굴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 오래전부터 흰 피부색은 신분을 드러내는 표식이기도 했다. 땡볕 아래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높은 신분임을 나타내기 위해 더 흰 피부를 선호했고 그 목적으로 백연광이라는 납 성분을 얼굴에 바르다 납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많았다. 기원전 4세기 고대 아테네에서도 납 가루가 많이 사용되어 많은 여성이 죽음에 이르렀다.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백연가루를 과용하다 피부가 파랗게 변해 죽어갔고 여성들은 이를 따라 하다 많이 죽었다고 한다.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더 예쁜 외모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반복된다. 
 박가분이 판매되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박가분을 오래 사용하던 사람들 사이에 피부가 파랗게 변하거나 괴사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결정적으로 정신이상을 일으킨 기생 한 명이 박가분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까지 일어나게 된다. 피부를 희게 하고 잘 점착되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납을 주성분으로 했었기 때문에 납중독 피해가 나타났다. 납이 섞여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되자 1937년 박가분은 제조를 중단하고 자진 폐업하였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철저히 반성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1940년 박승직의 아들 박두병이 경영권을 이어받아 두산을 창업한다. 그러니 박가분이 두산이라는 기업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그룹은 한국 최초로 100년 기업이 되었고 현재 국내 최장수 기업이다. 중금속 중독으로 많은 젊은 여성들의 건강을 빼앗아 국민의 공분을 샀던 과거가 있는 기업임에도 생활소비재, 중장비, 인프라 산업까지 넓은 영역에서 국가 대표 기업의 하나로 여전히 위세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기업을 경영하기 편한 환경임을 말해주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1937년 폐업 때 다시 기업 활동을 하게 해선 안 되었던 것 아닐까? 더구나 박승직은 일제 치하 1900년대 내내 친일 행적을 보였던 반민족적 기업인이다. 친일 행적을 한 많은 인사가 아직 처벌도 받지 않고 자손까지 잘 먹고 잘사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사례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으로 또다시 논란의 기업이 되었는데 그 위기도 한때였고 다시 살아났다. 소비자들이 강력히 응징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참고한 글 :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 우리가 사랑한 물건들로 본 한국인의 자화상
금속의 세계사: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
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folkency.nfm.go.kr/kr/topic/detail/7017 
창조경영의 도전자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5&nNewsNumb=002351100016 

아르크투루스 행성의 운송기기를 디자인하라 
2019년 1월 20일.

“여러분은 이제 아르크투르스 행성계의 네 번째 행성에 거주하는 생명체를 위한 운송기기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아르크투루스 Arcturus IV 프로젝트. 이것은 MIT와 스탠퍼드대학에서 공학과 디자인을 가르쳤던 존 아놀드 교수19)19) 존 E. 아놀드 John E. Arnold 교수(1913-1963) : 스탠퍼드에서 공학과 경영학, 디자인을 가르치며 창의적 사고와 창의성을 과학적으로 정의하고 발전시키고자 했다. 1959년 그의 저서 「Creative Engineering」이라는 책에서 ‘디자인씽킹’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1958년 그가 ‘Creative Engineering’ 학과를 설립한 것이 스탠퍼드 D-School의 모태가 되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John_E._Arnold 등 참고.
의 독특한 수업의 주제이다. 이것은 꽤 유명한 수업이었던 것 같다. 책도 출간되어 있다.20)20) The Arcturus IV Case Study :  https://stacks.stanford.edu/file/druid:rz867bs3905/SC0269_Arcturus_IV.pdf
21)21) https://www.amazon.com/Arcturus-Case-Study-John-Arnold-ebook/dp/B01N9PQ9PD
 

수요자 특징 : 알에서 부화한다. 부리가 있으며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다. 세 손가락과 세 개의 눈을 가졌는데, 가운데 눈은 사물을 투시하는 눈이다. 움직임의 속도는 인간보다 10배 느리다. 행성의 대기는 순수 메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고객들을 위한 자동차와 주거환경을 디자인하라.
손가락이 세 개이니 아마도 삼진법을 사용하지 않을까? 반응 속도가 10배 느리니 차의 최고속도도 지구의 1/10 이하여야 하지 않을까? 연료통을 투시할 수 있으니 계기판은 필요 없지 않을까? 자동차의 외형이 알처럼 생겨야 할까? 또는 알의 외형이 거짓된 안정감을 주어 마땅히 있어야 할 심리적 긴장감을 없앤다면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을까?.
디자이너는 이런 식으로 주어진 조건을 토대로 수요자가 불편을 느낄 요소들이 무엇인지 추리해내야 한다. 그는 이 수업에 대해 ‘어린 디자이너들이 미지의 문제에 맞닥뜨려 보면서 주어진 전제를 뛰어넘어 해결책을 구상하는 새로운 사고의 패턴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경험해본 적 없는 수요자를 맞아 그가 어떤 욕구가 있을지 생각해보고 이를 토대로 창조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구상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빅터 파파넥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그가 존 아놀드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22)22) 인간을 위한 디자인, 236페이지. 빅터 파파넥
 


페인트통은 원통이어야 할까?
2018년 8월 18일.

 2002년 미국에서 출시된 페인트 ‘더치보이 Dutch Boy’사의 ‘트위스트앤포어 Twist and Pour’ 용기는 100년 이상 바뀌지 않던 페인트통 패키지디자인을 바꾼 제품이다. 매장에서 라벨이 바르게 보여 진열시 홍보 효과가 높고 공간 효율성, 보관성이 좋아 판매자와 유통에도 좋은 패키지이다. 평평한 면이 있어 초보 사용자도 색을 혼합하기 쉽다. 출시 후 6개월 만에 판매량 3배 성장하였고 2011년 미국의 <브랜드 패키징 매거진>에 지난 10년간 개발된 10대 최우수 패키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 사례에서 새겨봐야 할 점은, 어느 날 더치보이 패키지가 시장에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기존의 페인트통을 불편하거나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치보이는 놀랍게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던 문제를 문제로 지적해냈다. 세스 고딘은 더치보이의 성공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 것을 의심했다’라고 표현했다. 원통형의 금속제 페인트통을 원형으로 받아들인 시점 이후 100년이 넘게 변화의 가능성은 차단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산업화가 이루어 낸 인류 문명의 성과는 한 편으로 보면 우리가 임시방편으로 쌓아 올린 편견의 벽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혁신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기성의 아집인지도 모른다. 변화를 바란다면, 적어도 그렇다고 가정해보아야 한다.
그림  사진 출처 : http://www.dutchboy.com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보이게 하는 디자인
2018년 8월 18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측면을 형광색으로 공략하다. 

 지갑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카드가 주로 사용하는 카드가 된다. 서비스산업에 있어 디자인의 가장 표면적인 역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역할자라는 점이다. 보이고 만지고 느껴질 수 있게 해서 막연하고 정형화되기 어려운 '경험'을 구체적인 가치로 만드는 역할이다. 서비스업이 만드는 생산품은 보이지 않아 그 가치를 사람마다 비슷하게 느끼게 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비스산업에서 디자인은 더 필요하다. 아이러니는 디자인도 서비스업이라 디자인의 가치를 스스로 가시화하고 입증해내야 하는 숙명을 갖는다는 점이다.



사진 출처 : http://total-impact.net/?portfolio=hyundai-card-card-design-3#modal-pictures 

현대카드. 컬러코어디자인. 2007. 개발 : 토탈임팩트 오영식 대표

디자이너의 공감력과 민감성이 제품을 개선한다
2018년 8월 15일.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Designing for People)은 디자이너라면 꼭 읽어야 할 책, 경영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60년이 더 넘은 오래된 교과서 같은 책임에도 여전히 반드시 봐야 할 책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연간 2만 명 이상 많은 전공자가 배출되고 있음에도 양적 성장일 뿐 디자인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을 연구기반은 너무나 열악하다. 이 책이 올해(2018년)에야 처음 번역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음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디자이너의 민감성이 문제정의와 해결책 도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헨리 드레이퍼스의 디자인팀은 타자기를 디자인할 때 속기사들의 요구 파악 과정에서 일과 후 머리가 아프다는 불만에 주목했다. 일이 많아서 그렇다는 식의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원인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개선은 없었을 것이다. 디자인팀은 타자기 자판의 유광 칠이 조명을 반사해 눈이 피로해지기 때문임을 민감하게 포착해낸다. 반사되지 않는 도료를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개방형 사무실은 생산성을 낮춘다
2018년 1월 24일
#조직문화 #정책디자인 #환경디자인

 일단 "개방하자"라는 의견이 구성원 간 합의로 실현된 후에는 "해 봤더니 불편하다. 다시 칸막이를 치자"라는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미래 변화될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한 다수가 좋으리라 생각하는 정책을 결정하게 되고, 해보니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모두 느끼게 되더라도 그 결정이 합의에 따른 것이었기에 이런 경우 번복되기가 어렵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허점이다. 그래서 나도 생산성이 낮아지는 상황을 몇 년째 경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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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집중을 방해하는 요소23)23)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퍼시스. 2017

1위 산만한 주변 환경 41%
2위 나와 관계없는 전화 소리 40%
3위 내 자리 주변의 통행 37%
4위 내 자리 주변의 대화 소리 32%

1. 1994년.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 광고 캠페인을 개발했던 TBWA. 샤이엇데이 컴퍼니의 제이 샤이엇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더하기 위해 사무실에 벽과 칸막이를 없애고 개인 책상과 개인 PC를 없앴다. 그 결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원들의 불만이 커져서 다시 개인공간을 제공하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개방형 사무실은 협력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였을 뿐, 사내 정치가 심해지고 생산성, 창의성에 악영향을 주었다. 급히 다시 폐쇄형 사무실로 변경했는데 이것도 실패하였다고 한다. 
2. 2008년. 캘리포니아대학 글로리아 마크 박사 연구 결과 사무직 근로자의 평균 집중 시간은 약 11분. 전화나 대화로 집중이 흐트러졌을 때 다시 집중하기까지 평균 23분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3. 2013년 시드니대학이 미국 등 4개국 직장인 4만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개방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여러 소음이 업무에 지장이 된다”라고 답했다.24)24) ‘개방형 사무실의 불편한 진실’, 2013.1.17.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3/2017011301620.html
 시드니대학이 10년간의 설문 추적 조사를 거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60%가 "업무 효율성이 낮아졌다"라고 답변했다.25)25)  ‘요즘 대세 '개방형 사무실', 직원들이 정말 좋아할까?’, 2017.9.18. CIO https://www.ciokorea.com/news/35601


4. 2016년. 영국의 연구조사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전 세계 약 1,200명의 사무원을 대상으로 ‘업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설문 조사한 결과,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것이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주변 소음 때문에 업무 만족도가 저하된다고 답변했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차단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거의 3분의 2에 달했다. 그런데 주변 소음이 직원의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임원의 비율은 39%에 불과했다.26)26) ‘요즘 대세 '개방형 사무실', 직원들이 정말 좋아할까?’, 2017.9.18. CIO https://www.ciokorea.com/news/35601


5. 201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이든 번스타인 교수의 연구 결과, 칸막이 없는 사무실을 도입하자 직원끼리 직접 소통하는 시간이 70% 적어진 대신 비접촉 소통을 대표하는 이메일 사용량이 되려 50% 이상 늘었고 생산성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27)27)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855192.html


6. 2020년. 잡코리아가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사무실 근무환경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직장인 50.5%는 회사 사무실 환경에 불만족하였고, 사무실 내에 칸막이, 통화실 등 개인공간이 없어서(32.4%)를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

 개방형 사무실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많은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개방형 사무실이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연구가 계속되는 것은 이미 말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 다시 그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대적 사무실은 본래 넓은 공간에 책상과 사람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개방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수행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개인공간을 확보해 효율성을 높였던 것인데, 칸막이에 갇힌 노동자의 모습이 비인간성, 소통 부재의 상징처럼 되어 1990년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자유분방한 인간의 본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개방형 사무실 열풍을 불러왔다. 그 뒤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돌아간 곳도 있지만, 다시 변화하지 못한 곳도 많다. 
 위 연구 중 관심이 갔던 것은 모든 사무직원이 개방된 공간에서의 소음이 생산성을 낮춘다고 했지만, 임원은 꽤 적은 비율(39%)만 그렇게 느꼈다는 부분이었다. 자기가 공간 내에서 얼마나 권력을 갖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환경의 불편 요인에 대한 민감성이 달라지는 것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규칙을 안 지켜도 벌이 없다면
2018년 1월 17일
#정책디자인

 규칙을 안 지켜도 벌이 없는 국가가 있다면 국민은 규칙을 지키지 않게 될 것이다. 원칙이 무조건 지켜지는, 일종의 사회적 신뢰가 강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간에 국민의 준법에 대한 민감성은 다를 것이다.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규칙이 많다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각자의 가치 기준에 따라 중요치 않다고 생각되는 규칙 쯤은 남들도 지키지 않을테니 안 지켜도 괜찮겠지하는 심정이 된다. 서울시는 총 주차대수 30대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10% 이상을 여성 우선 주차장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여성 우선 주차장이라 여성만 주차하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주차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장애인이 아닌 자가 주차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여성 전용 주차구역은 아무나 주차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마치 지하철의 임산부 전용 좌석, 교통약자 전용석 또는 배려석에 해당하지 않는 자가 앉아도 처벌받지 않는 것과 같다.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은 보편타당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정해진 규칙은 예외 없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벌이 따르지 않는 약속도 지키는 사회가 된다. 
* 참고한 글 : 차량 넓이는 2.17m 주차장 넓이는 26년간 2.3m. 주차장 비용 많이 든다는 점 고려 작게 만들도록 정함.http://mnews.joins.com/article/20635746 미국 2.7m 유럽, 일본, 중국 2.5m. 2017년 우리나라도 2.5m 기준으로 바뀜.https://www.google.co.kr/amp/mnews.joins.com/amparticle/21714503 http://www.utzi.co.kr/?p=157668 


버티지 말고 해결하라
2017년 12월 17일
#조직문화  #혁신

 '한겨울에 창이 열려 있고 방이 춥다면, 일 잘하는 사람은 문제를 파악 후 다른 정황을 고려 않고 바로 창을 닫는(문제를 해결한)다.' 아마도 어떤 사정 때문에 창문이 열려 있었을 것이다. 냄새 나는 무언가를 먹고 동료들과 합의해 창문을 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라면 그 원인이 제거되었는데도 냉기를 예민하게 느끼지 못해 다들 버티고 있을 것이다. 

#A. (창문을 닫는다.)
"야. 그거 아까 점심 먹고 냄새나서 선배가 열어둔 거야"
"이제 냄새 안 나는데요?"
"아. 그러네. 추웠는데, 괜히 참고 있었네!"

#B. (창문을 닫는다.)
"야. 그거 아까 점심 먹고 냄새나서 선배가 열어둔 거야"
"이제 냄새 안 나는데요?"
“아냐 그냥 둬. 선배 오면 물어보고 닫자”
 의사결정 책임자의 권력이 크면 클수록, 결정이 늦어지고 문제해결은 지체된다. 그 권력자가 결정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문제도 그를 거쳐 결정하게 되어 그렇고, 그 권력자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어도 그를 거쳐야 하니 그렇다. 

 권력에 저항해야 혁신도 가능하다. 관행도 일종의 권력이다. 이미 차지한 권리, 권한, 권력을 부정하고 저항할 수 있어야 혁신할 수 있다. 

읽어보면 좋을 글 : https://brunch.co.kr/@hyungsukkim/24
'관찰'에 관한 생각
2017년 12월 16일

왜 관찰이 필요할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28)28) 존 그레이의 베스트셀러. 남녀 관계는 다른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내용
는 남녀가 서로 너무나 다른 인격임을 전제로 하고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접근한다. 소비자와 제공자 역시도 서로 너무나 다른 관점, 입장을 갖기 때문에 다른 인종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사용자의 내면이나 실체에 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한 경우, 문화인류학자 들이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종족을 연구하기 위해 함께 생활하면서 관찰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을 참고해야 한다. 관찰조사는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인 인류학의 한 분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는 조사 방법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접근법이다. 관찰은 그간 포커스그룹인터뷰(FGI) 등의 방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측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점이 있기에 소비자 조사에도 도입, 활용되고 있다. 관찰조사는 특히 수면 아래의 거대한 빙산, 즉 숨겨진 욕망의 세계와 실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 

관찰은 어떤 상황에서 유용한가?
 사용자에 대한 착안점을 찾는 방법으로써 관찰법의 효용성과 가치는 서로 다를 수 있다. 관찰이 특히 효과적인 곳이나 그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사용자를 대상으로 관찰조사를 해왔던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고 맥락(High context)의 문화권이 저 맥락(low context) 문화권보다 관찰이 더 필요하고(중국보다는 High context 문화권인 인도와 한국이 관찰조사가 더 의미가 크다고 함) 제품보다는 서비스가 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서 관찰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관찰의 한계는 무엇인가?
 관찰법의 한계는 관찰자의 수준과 관심사, 주관성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장에서 데이터가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로 인해 분석해야 할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다. 취사선택 과정에서 관찰자의 문화적 선입견, 편견, 경험, 취향, 선호에 따라 주목하게 되는 점이 달라진다. 그리고 선택된 것에서 의미를 해석하는 것 역시 연구자의 주관과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게 된다. 이쯤 되면 관찰법이 과연 연구 방법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 만하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오히려 그 의문을 통해 인터뷰나 설문과 같이 글로 드러나는 다른 조사법의 결과들이야말로 그 가치를 신뢰할 수 없는 더 많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어떻게 물어볼 것인가를 정하는 조사의 설계단계에서 조사자의 주관이 한껏 들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관찰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갖는 역할자들과 함께 관찰의 과정, 관찰 결과의 해석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 사용자 조사법에 대한 글 : http://pds10.egloos.com/pds/200903/30/48/a0115648_research_technic.pdf 고객의 두뇌 속까지 관찰하자. 김옥남. 동아비즈니스리뷰. 2010.http://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2890 



디자인씽킹이란?
2017년 12월 13일
#디자인씽킹 

 2005년 창업, 최고의 영상미디어 플랫폼이 된 유튜브(Youtube)29)29) 유튜브 3인의 공동창업자 중 채드 헐리는 그래픽디자이너로 사용자 중심의 유튜브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의 기업가치는 현재 200조 원을 넘는다. 2008년 창업해서 세계 최대 숙박 공유기업이 된 에어비앤비(Airbnb)30)30) 에어비앤비는 3인의 공동창업자 중 2명이 디자이너이다. 2020년 나스닥에 상장, 2021년 2월 기준 시가총액이 1,296달러(약 144조 원)까지 증가했다.
는 기업가치 약 144조 원으로 세계 최대 호텔 기업이던 힐튼호텔과 메리어트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 훨씬 크다. 미국의 대표적 SNS 핀터레스트(Pinterest)31)31) 핀터레스트는 사용자가 스크랩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등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에반 샤프(Evan Sharp)는 2010년 핀터레스트 창업 전, 페이스북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의 기업가치는 56조 원을 넘었다. 국내 배달의 민족, 렌딧32)32) 국내 P2P 금융 개인 신용대출 1위 기업
 등도 기존에 없던 사업 영역을 만들면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언급한 이 기업들은 창업자(또는 공동창업자)가 디자이너라는 공통점이 있다. 디자이너 경영자의 성공사례가 느는 것처럼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기업이 디자인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산업 각 부문에서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도 경영학에서 강조해 온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와 같은 키워드와 대응해 ‘디자인씽킹’의 활용이 부쩍 많아지는 동향이 보인다.


그림   구글 트랜드. ‘Critical Thinking’(위, 청색)과 ‘Design Thinking’(아래, 적색)의 사용량 비교 (2004~2021)


디자인씽킹의 프로세스33)33) 아직 ‘디자인씽킹’의 개념과 프로세스에 있어 합의된 정답은 없다. 디자인씽킹의 부상과 정립에 핵심 역할을 한 IDEO와 2005년 IDEO와 SAP(독일 시스템통합 솔루션 기업. ERP(전사적 자원관리) 소프트웨어 분야 최고 기업)의 창업자 하소 플래트너가 기부해 만든 스탠퍼드D스쿨이 현재 디자인씽킹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내용은 스탠퍼드D스쿨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디자인씽킹의 목표는 ‘창조적 자신감 갖기, 성공확률을 높이기’이다. 혁신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엉망이거나 복잡한 경우가 많다. 디자인씽킹은 혁신의 발판을 제공하는 마인드셋이자 프로세스, 방법론이다. 혁신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정의하고 스스로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들의 욕구를 찾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디자인씽킹의 5단계
1. 공감하기 -> 2. 문제 정의하기 -> 3. 아이디어 만들기 -> 4. 프로토타이핑 -> 5. 테스트(평가) 

그림  스탠퍼드 d스쿨의 디자인씽킹 프로세스 
출처 : https://goo.gl/images/oHJC1b 


1. 공감하기
사용자와 공감하는 방법들
1) 관찰하기 :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본다.
2) 인터뷰 : 사용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의 행동과 비교해본다. 말한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면, 거기에 문제의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에 집중해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3) 자기가 직접 체험해보기

2. 문제정의
‘어떻게 하면 (수요자)가 (혁신해야 할 제품/서비스)할 때 (희망하는 방향)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문제를 정의하라.
예)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MRI 검사를 받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노인들이 ATM을 이용할 때 실수할까 봐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바른 문제’의 조건
1) 수요자가 바라는 것인가? 수요자에게 가치를 주는가?
2) 제공자가 바라는 것인가? (영감을 주고 지속적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인가?)

3. 아이디어 만들기
많은 사람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면, 그중 위대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아이디어 내기의 원칙
1) 판단 유보(비평, 판단하지 말라. 제시된 모든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2) 자유분방(웃기고, 쓸데없고, 허무맹랑하고, 말 안 되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장려하라. 창의성 촉진을 위함)
3) 질보다는 양 (예 : 6명이 15분간 100가지 아이디어 내기)
4) 결합 허용 (제안된 아이디어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아이디어의 결합, 뒤섞기)
5) 시각화(말보다 시각화가 더 큰 혁신을 만든다)
* 트리즈, 디자인씽킹 툴 킷 등 방법을 활용

4. 프로토타이핑
프로토타이핑은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게 구체화하면서 동시에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낮은 완성도의 그림 그리기 또는 만들기를 이용한다(빠르고 쉽고 싸게 만들 수 있어야 함). 시각화는 우리의 의사소통을 돕고,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협업에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 

5. 테스트
테스트하면서 바로 문제정의를 수정한다, (문제가 재정의된다면, 이후 과정을 다시 반복) 테스트를 통해 아이디어가 추가되거나 및 수정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사람 중심의 제품/서비스를 개발한다. 디자인씽킹은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방법을 일반인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립한 것으로, 가장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요자 중심의 관점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 출처 (크리스토퍼 한, 강연 동영상) :
진정한 문제 찾기 : https://www.youtube.com/watch?v=kTuQKoL22V8
문제 해결하기 : https://www.youtube.com/watch?v=YtEU8XcslRo 
혁신을 위한 디자인씽킹 : https://www.youtube.com/watch?v=SJtxBPQQ4Os 
* 관련 참고할만한 영상
사람 중심 혁신 방법론. 신정호 이트리즈 대표. 카이스트 기계공학 박사 :
https://www.youtube.com/watch?v=zjWiyesDOY8
디자인씽킹, TED강연, 팀브라운, : https://www.ted.com/talks/tim_brown_urges_designers_to_think_big?language=ko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TED강연, 엘리스 로이 : https://www.ted.com/talks/elise_roy_when_we_design_for_disability_we_all_benefit?language=ko
* 기타 디자인씽킹 관련 자료 모음
http://thisisdesignthinking.net/on-design-thinking/design-thinking-resources/
‘보이지 않는 위험’은 그것이 실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10일

'...19세기 영국은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규제했다가 독일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최소 3명이 있어야 하며 한 명이 주간에는 붉은 깃발을 들고, 야간에는 붉은 등을 켜고 자동차의 앞을 달리면서 뒤에 자동차가 온다는 경고를 보행자들에게 해야 했으며 최고속도 또한 시속 4마일(6.4㎞)로 제한하였다.' 

 이것은 당시 영국 정부가 마차 산업의 로비에 굴복했기 때문에 생긴 '붉은 깃발법'의 내용이다. 자동차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법이다. 이 법이 통과된 것은 정치인들이 혁신적 기술이 국가에 가져올 변화를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팔렸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로 인해 산업혁명의 발상지였으면서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내주었다. 독일과 미국 등은 영국이 바보짓을 하는 동안 신기술인 자동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냄으로써 거대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위험해 보인다고 혁신의 싹을 밟아 죽이면 안 된다. 위험하다는 것은 실은 기존 산업에서 꿀을 빨아 먹던 기득권들이 자신들이 위험해졌다는 것을 바꿔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보호받던 우산이 걷히는 것이 두려워 확인할 수 없는 위험을 침소봉대해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 산업이 다가올 때 그것을 반대할 이유 찾기에 여념이 없는 구태 세력에게 의견을 물을 것이 아니다. 새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어 갈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감정 비용
2017년 12월 3일

"카카오택시 써보니 어떤 점이 편리한가요?"
"낯선 기사님과 말 안 해도 돼서요.”도착지를 이미 공유하고 있기에 어떤 대화도 필요치 않다. 좀 더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의 욕구가 있음(상대의 감정을 고려하는데 나의 감정 소모가 커진다는 점을)을 깨달은 결과이다.10년 전이라면 '내가 치러야 할 감정 비용'이란 것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었다는 말도 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32&aid=0002835892&sid1=001&lfrom=facebook 


특이한 사용자 조사가 중요한 이유
2017년 11월 1일

 미래 시장 예측의 성패는 결국 미래 소비자의 욕구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는가에 따라 갈린다. 인간의 욕구는 언제나 상위 층위의 욕구로 발전해간다. 그러니 현재 주류 사용자의 욕구를 조사해선 안 된다. 그들의 욕구는 미래엔 더 상위 층위 욕구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움직이는 타겟 같은 것이다. 미래 나타날 시장의 시점에서 보면 현재 주류로 파악되는 욕구는 과거의 욕구이다. 따라서 앞으로 나타날 욕구를 알기 위해서는 현재 소수의 극단적 사용자(Extreme User)를 찾아 조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현재 주류의 사용자가 요구하게 될 미래를 이미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국내 창의적 업무 공간
2017년 10월 28일

배달의 민족
https://brunch.co.kr/@lovebrander/35#error:provider 
제니퍼소프트https://1boon.kakao.com/officeN/57675a5aed94d200011c7a87 http://naver.me/5eX5N4mi 
NC소프트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30905000791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75499 
CJ 블로썸 파크https://officesnapshots.com/2017/10/12/cj-blossom-park-offices-suwon/ 
NHN, 현대카드, 서울스퀘어...http://luxury.designhouse.co.kr/in_magazine/sub.html?at=view&info_id=52119 
기타 읽을 글잘 나가는 회사들이 '일하는 공간'에 집착하는 이유http://blog.jandi.com/ko/2015/08/21/why-are-succeed-companies-obsessed-with-interior-design/ 
해외 사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사무실 12https://brunch.co.kr/@bong/69 
오피스 스냅샷 (Office Snapshots. 해외 유명 기업 사무실 모음. 사무실 인테리어 참고용으로 최고인 듯.)https://m.facebook.com/officesnapshots http://m.techholi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959 



이 손잡이는 운반을 위한 것이 아니다
2017년 10월 17일

 아이맥의 손잡이는 컴퓨터를 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만지고 싶게 함으로써 컴퓨터와 사람이 유대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스위치 같은 것이었다. 

..."두려워하는 대상은 건드리지 않는 법이지요. 우리 어머니 같은 분이라면 손대는 것조차 무서워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손잡이가 있다면 교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선뜻 다가갈 수 있게 하니까요. 직관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겁니다. 손잡이가 있으면 만져도 된다는 직관 말입니다. 순순히 접촉을 허락하는 제품으로부터 사용자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겁니다".- 조너선 아이브
"디자인이 제품의 겉모습을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상입니다. 바로 그런 사고가 기업의 영리를 위한 어젠다입니다. 고객, 나아가 사람을 위한 어젠다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에 애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차별화는 단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결과일 뿐입니다." - 스티브 잡스
출처 : 조너선 아이브. 민음사




사진 : 애플의 아이맥(iMac. 1998)
서비스디자인으로 최고의 병원 만들기
2017년 10월 11일

 메이요 클리닉은 존슨 홉킨스 병원과 함께 ‘US News and World Report’지의 미국 최고 병원 선정 시 매년 1, 2위를 다투고 연간 2만 명 이상의 환자를 맞으면서도 세계에서 환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최고의 병원이다. 메이요 클리닉은 내부에 서비스디자인 중심의 혁신센터(Center for Innovation·약칭 CFI)를 갖추고 환자 중심의 혁신을 지속해 온 결과 경영학계와 의료부문에서 가장 선도적 기관으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CFI 에는 서비스디자이너, 의사·간호사·통계학자·인류학자·분석가 등 총 60여 명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모여 있다. 서비스디자이너가 14명으로 가장 많고 서비스디자인 직무에는 디자인전공 학위, 디자인 방법에 대한 이해도를 필수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1. 메이요 클리닉 혁신센터(CFI) 인원 구성 

서비스디자이너 (14)
혁신 코디네이터 (5)
행정 보조 인력 (4)
진료보조인력 (4)
프로젝트 매니저 (13)
플랫폼 매니저 (4)
기술 분석 및 프로그램 담당 (5)
의사 (5)
사업 개발 매니저 (1)
의료 및 행정 디렉터 (2)
운용 매니저 (1)
디자인 전략가 (1)
재정 분석전문가 (1)
기타-간호사, 법률가, 시스템과 절차 및 언론 홍보 지원, 인적 관리 등

2. 메이요 클리닉의 서비스디자이너 직무기술서 중 학력 및 경력 요구 기준 

인터랙션, 그래픽, 산업디자인 혹은 커뮤니케이션 관련 전공 석사 학위 소지자로서 디자인 프로젝트, 팀, 혹은 다른 창의적 조직에서 4년 이상의 관리경력 보유자. 또는 인터랙션, 그래픽, 산업디자인, 커뮤니케이션 관련 전공의 학사 학위 소지자로서 디자인 프로젝트, 팀, 혹은 다른 창의적 조직에서 8년 이상의 관리경력 보유자. ‘디자인씽킹’ 관련 지식 보유 내지는 디자인리서치 도구와 방법론을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함.


* 출처 : 덜 파괴적인 혁신(메이요 클리닉 혁신센터에서 배우는), 2015, 바버라 스푸리어 외
심리학이 경제학을 넘어서다
2017년 10월 10일

'넛지'의 공동 저자인 리처드 탈러(= 리처드 세일러)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행동경제학이 주목받고 있는 동향이 갖는 의의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심리와 행동으로 경제를 해석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2. 심리가 경제적 가치를 결정한다.(이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많아짐으로써 경제이론이 인간의 행동을 통해 실증 가능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 이로 인해 제공자가 추구하는 생산성, 효율성과 같은 경제적 가치보다 사용자가 추구하는 경험, 만족 등 심리적 가치에 좀 더 주목하게 되었다.
3. 결과적으로 경제학과 심리학이 통합되고 있다. 
4. 이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다루는 학문 분야가 주목받게 되었다.
5. 이것은 앞으로 디자인의 활용과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예 : 정책 수요자의 심리를 조정하여 정책 효과를 높이는 역할 등)

권력의 중심이 제공자로부터 사용자로 이동하면서 심리적 가치가 경제성을 넘어서는(경제적 가치는 심리가 결정한다는 인식) 전환이 왔는데, 그 전환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이다. 이들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이다. 경제학을 심리학이 정복한다는 것에 이만큼 적절한 상징이 또 있을까? 이들은 심리학에 근거한 경제학,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행동경제학 전문가이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예는 다음과 같다.
1.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2002 노벨경제학상 수상(행동경제학 창시 공로)
2.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2013 노벨경제학상 수상(효율적 시장이론 비판. 금융위기 예견, 행동경제학 확산에 기여)
3.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2017 노벨경제학상 수상(이론을 실제 정책에 적용함으로써 입증 노력. 행동경제학의 체계화와 확산에 기여 공로)

관련기사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09/2017100901591.html#csidx396de60f74450c8ac74d3f4de1841a6 



애플 아이폰 UX의 창안자는?
2017년 9월 26일

 '바스 오딩(Bas Ording)'. 애플이 지금의 애플이 되기까지 핵심적 역할을 했던 UI 디자이너(1998~2013). 현재는 테슬라 모터스의 UI 디자이너이다. '핀치 투 줌(Pinch to Zoom)' , '바운스 백(Bounce back) 등 아이폰을 아이폰답게 만들었던 사용자경험 관련 특허를 포함 애플에서만 무려 133개의 특허가 그의 이름으로 등록되었다. 조작과 관련된 이런 특허들은 모두 기술 특허다.  2011년부터 삼성을 괴롭혔던 역사적 특허 공방은 그의 아이디어로 인한 거였다. 그간 매체에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 몰랐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진 애플의 디자이너는 제품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iOS7 이후 그가 UI 디자인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애플의 인터페이스디자인은 현재와 같은 플랫한 디자인으로 바뀜) 외에는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 iOS7 이전까지 과도한 현실 모사로 지적받기도 했던)을 추구하던 그래픽디자이너 스콧 포스톨(Scott Forstall) 정도뿐이었다. 사용자경험을 중심으로 휴대전화기가 현대 IT 기술의 총아로 주목받게끔 했던, 바스 오딩은 아직 크게 드러난 적이 없었다.
http://1boon.kakao.com/slownews/65798 소개해주신 조현근 님 감사.
산업단지에 필요한 디자인은? 
2017년 9월 20일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산업단지 내의 디자인 지원조직의 운영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검토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했을 당시 디자인을 활용하는 기업이 13.9%에 불과했고, 활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은 86.1%에 이르렀다. 국내 산단 입주기업의 절대다수가 아직 디자인을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다.(조사한 것이 7년 전이니, 그간 디자인 활용에 대해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덴마크디자인센터의 ‘디자인 사다리’ 모델에 따르면 기업은 디자인 성숙도(디자인을 어떤 수준으로 활용하는가를 의미)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디자인의 활용 수준은 
1)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는 단계, 
2) 스타일링으로 활용하는 단계, 
3) 프로세스로써 활용하는 단계, 
4) 혁신 전략으로써 활용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4번째 단계는 디자인을 기업의 최고 혁신 전략으로 활용하는 애플과 같은 기업의 경우를 말한다. 디자인 성숙도를 ‘사다리’로 비유하고 있는 이유는 디자인의 활용 수준이 단계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을 말한다. 일단 디자인을 활용해 보아야 나중에 그것을 고도화된 수준으로도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단의 입주기업 80% 이상이 아직 스타일링으로서 디자인도 접하기 이전 단계다. 디자인을 혁신 전략으로 활용하는 디자인 혁신기업의 등장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제시하는 인간 중심의 산단 실현 전략으로서 디자인을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스타일링으로서의 디자인의 활용이 양적으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더해 디자인 활용의 양적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더 고도화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알 수 있다.그렇다면 산단에서 디자인을 활용할 때는 어떤 과제를 먼저 다루는 것이 바람직할까?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지 않던 영역에서 디자인을 처음 활용할 때 좀 더 효과적인 분야 또는 주제가 따로 있을까?  이것은 인간의 욕구 단계에서 착안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슬로는 욕구 단계설을 통해 인간의 욕구가 일련의 단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하나의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위계 상 상위층의 다른 욕구가 생겨나는 인간 심리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가 상위층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고 본다면 디자인의 활용 과제 역시 단계적으로 고도화되는 로드맵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장 하위에 있는 욕구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이다. 이는 물리적 가치 추구의 욕구이면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의, 식, 주, 수면, 성에 관한 욕구)와 안전의 욕구(신체적, 심리적 안전 및 위험 회피에 관한 욕구)에 관한 문제를 말하는데 이에 대한 디자인 과제들이 가장 먼저 다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그 기준으로 볼 때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디자인 적용 분야는 범죄 예방, 안전한 근로와 생활 환경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인간 중심의 산업단지를 디자인하다’ 중 발췌, 2017, 윤성원, 울산발전57호.
서비스업은 어려워
2017년 9월 3일

'...서비스하는 쪽에서 보면 커피 한 잔 내는 것조차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커피란 너무 뜨거우면 맛이 없고 그렇다고 싸늘하게 식히면 마시기 어렵다. 그러기에 그 중간 정도의 온도로 가져가야 하는데, 거기에 크림을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또 온도가 변한다. 일행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천천히 마시는 손님과 혼자서 훌쩍 단번에 다 마셔버리는 손님과 마실 때의 온도가 틀린다. 물론 좋아하는 데도 개인차가 있다. 나는 비교적 신경을 많이 써가며 하고 있는 쪽이라고 자부하지만, 그래도 "커피 맛이 왜 이래. 너무 뜨거워서 맛을 모르겠잖아." 한다든지, "이렇게 식은 커피는 처음 마셔보네. 다시 만들어올 수 없어요?" 하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그럴 때는 전혀 말대꾸를 하지 말고 솔직하게 사과한 후, 즉시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 프로의 기본이다. 나는 지금은 소설가가 되어 소설은 쓰고 있지만 '커피 한 잔이라도 그토록 갖가지 반응이 있는 걸 봐서 소설을 받아들이는 데도 정말 가지가지일 거야. 하는 수 없지'하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작지만 확실한 행복'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제조업과 비교할 때 서비스업은 ‘무형성’. ‘이질성’. ‘비분리성’. ‘소멸성’의 특징을 갖는다. 윗글은 서비스업의 특징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서비스디자인의 비전을 보여준 디자인다이브.
2018년 7월 8일

 2017년 9월 27일 저녁,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존 타카라의 특별 강연회가 열렸었다. 존 타카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 Dot07의 총감독으로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분이기도 하다. 나는 Dott07(이 시대의 디자인들 Designs of the time.)이 초기 거대한 계획이 있었음에도34)34) 2년 주기로, 영국 전역에서 10년간 사회문제해결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음
 왜 지속되지 못한 것인가, 서비스디자인 방법은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하는가를 여쭈었다. 이것은 디자인다이브 초기부터 깊이 관여했던 나에게 자문하는 것이기도 했다. 왜 지속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실패의 길을 간 것이었을까? 존 타카라의 답은 명쾌했다. 중단되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Dot07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흐름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돌이켜보니 디자인다이브도 Dot07이 증명했던 디자인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 비전을 쫓아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마 디자인다이브도 많은 참여자분들의 마음에 디자인의 가능성을 새롭게 경험하게 하며 어떤 씨앗을 심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한 역할을 한 것이겠지. 당시 뒷머리를 맞은 것 같았는데 이제야 정리하게 되어 공유한다. 
“다이버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서비스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가요?”





* 사진 :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 존타카라의 강연 포스터 부분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이 있다면?
2017년 8월 4일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기술에 부여하는 최초의 규칙이 기술이 본래 의도를 벗어나 활용될 가능성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이 규칙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까? 소원은 이루어 주지만 반드시 무서운 대가가 따른다는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우리는 끔찍한 일을 피할 조건문의 소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통제를 벗어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참여형 정책에 관한 생각
2017년 7월 5일
#정책디자인

 정책의 가장 중요한 관계자는 정책을 만드는 공급자와 만들어진 정책을 이용하는 수요자이다. 많은 경우 정책 공급자가 수요자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주체로서 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기준으로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참여'는 수요자가 공급자가 전담하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정책 공급과 전달과정에 공급자가 갖던 역할에 수요자가 일부 관여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권한과 책임의 총량이 보존되지 않는다. 기존의 정책 공급자는 권한을 수요자와 나누며 정책이 미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더는 반면 수요자는 참여하면서 의견을 내는 등 권한은 행사하지만,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요자 참여형이 될수록 권한은 분산되면서도 그 총량이 변하지 않는 것에 비해 책임은 분산과 함께 총량이 줄어들게 된다. 수요자는 국민 의견으로 인수위원회를 대신한다는 광화문 1번가, 휴대전화로 정책 참여를 실현하려는 서울 앰보팅앱 등 기술과 인프라의 도움을 빌려 이제 손가락만 까닥하는 것으로 넘사벽이던 정책 과정의 장벽을 넘고 있다. 수요자 참여가 최대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정책 과정에 시민 참여가 극단적으로 쉬워지는 '초참여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초참여사회는 초무책임의 사회가 되는 것 아닐까?
국민생각함 http://idea.epeople.go.kr/iu/service/platform.do 서울시 엠보팅 앱https://mvoting.seoul.go.kr/ 광화문 1번가https://www.gwanghwamoon1st.go.kr/


탁월한 디자인은 다수결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7년 7월 2일
#정책디자인 #디자인정책 

 여럿에게 물어서 다수의 선호를 따라야 할 주제와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야 할 주제는 지식의 성격이 서로 다르고 해결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 맛집 찾기는 다수의 선호를 따르는 편이 적당하나, 소송과 관련해 조언을 받는다거나 정신적 치료를 받는 등 특정 분야의 전문적 식견이 필요할 일에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뀌면 문제가 생긴다. 공공영역에서 디자인을 개발하거나 선택하는 과정에서 국민 공모 또는 투표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이 전문적 영역이 아닌 선호의 영역으로 보이기 때문일까? 그 결과로 생기는 참사를 우리는 이미 많이 겪어왔다. 자동차 번호판, 지역의 슬로건, 환경 상징물, 캐릭터 등등 새롭게 개발되거나 개편될 때 디자인은 구설수를 부르는 주제다. 그러다 보니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공부문에서는 가능한 많은 시민의 의견을 묻고, 합의를 통해 결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생긴다. 공무원 담당자나 책임자로서는 다수가 합의해서 정해진 것이니 자기 책임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를 다수결로 정하면 결과는 잘해야 참여자의 평균 수준에 머물게 되고, 절대 탁월한 디자인을 얻을 수 없다. 앞으로 좋은 공공환경에서 살아가고 싶다면 다수결로 디자인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이번 공모도 비전문가들이 전문분야를 다룰 때 나타나는 참사의 하나가 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서울시 청년창업오피스텔(가칭) 명칭 및 로고 공모, 1등 300만원http://www.detizen.com/contest/?Idx=54229 서울시 청년창업오피스텔(가칭) 명칭 및 로고 후보작 선호도 평가https://mvoting.seoul.go.kr/41177


청문회 질문 책임제를 도입하자
2017년 6월 17일 
#정책디자인 

 검증되지 않은 추측성 질문은 악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되며 청문 대상자의 인권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잘못된 정보는 국민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쓸모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국력을 낭비하게 한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공개하고 그 사실 여부를 조사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려 결과를 시각화하여 공개하자. 그 결과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하게 하고 이를 청문회 기록 공유 웹사이트와 각자의 선거용 전단과 국회의원 본인 웹사이트에 필수로 게재토록 법제화하자. 그래서 의혹을 남발하는 질문자가 어떤 자들인지 유권자인 지역구 국민이 잘 알 수 있게 하자.



문제 정의하기
2017년 6월 14일 

“드라이기를 만들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젖은 머리를 말릴 수 있을지 고민하라”

“컵을 만들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물을 옮길 수 있을지.”

“장갑을 만들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손을 따뜻하게 할 수 있을지.”

“물건을 만들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결핍’을 해소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마음과 신체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라”



테스트해라. 꼭 해라. 두 번 해라
2017년 4월 7일
 사용자 테스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내가 사용자니 그 외의 사용자 테스트란 필요 없어." 
고 하는 부류가 있다. 
우리가 고객이 아님을 상기해 주려고 하면또 그중 일부는 "맞아.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지. 
그러니 누구일지 알 수 없는 사용자들을 다 고려하기란 불가능해." 
라고 한다.
둘 다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능한 한 테스트하라. 그리고 문제를 찾았다면 고쳐라. 제발 좀.
http://www.fastcampus.co.kr/dgn_school_uds_blog_20170109/?gclid=COHl6KyJj9MCFVEEKgodKFMIgw 

노동생산성과 조직문화의 연관성
2017년 5월 22일 
#조직문화 #혁신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마도' 직책과 비례한다. 기업의 문화가 상명하복식인가 자율적인가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할수록 권한이 많은 임원이 낮은 생산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08/2009050801066.html?rsMobile=false 


공모 시상으로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기
2017년 3월 25일 
#디자인정책 #수요자중심정책설계 
의사결정 상부 누군가가 선호하는 방향에 맞추어 정부 방침을 정한 후 이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을 찾고 그들을 통해 기준을 만들고 (여건이 되는 경우 연구도 함) 기준에 맞는 대상을 시상하고 격려해서 그 방향으로 변화, 조정되게끔 함. 과정에 대규모의 홍보 확산 활동이 수반됨. 이렇게 전개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를 국민 중심으로 설계한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왜 필요할까? 
2017년 3월 4일
#동영상   #제조서비스화에 기여하는 서비스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은 왜 필요할까요?
만들면 팔리던 대량 생산의 시대가 가고, 
다양해진 사용자의 욕구를 맞춰야 하는 서비스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조기업들은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으며 
새로운 서비스기업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점 서비스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자동차를 산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사용하면서 정비는 골치 아픈 일이 됩니다. 
대부분 구매자가 여기저기 정비소를 찾아다니다 낭패를 보기도 하죠.
벤츠도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동차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차를 산후의 고객 경험은 그렇지 않았죠.
그래서 자동차를 산 순간부터 다음 차를 사게 될 때까지
전체적인 고객 경험을 다시 디자인하였습니다.
사용률이 낮을 때 정비소를 이용하면 할인해주고
바쁜 고객을 위해서는 1시간 이내에 차를 수리해 돌려주는 서비스를,
여성을 위해서는 정비소 대신 카페 같은 라운지를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차량 판매가 4.5% 증가하였고 고객만족도도 50% 더 향상되었습니다.
현재 세계 50개 지역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벤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지요.
서비스디자인은 제품을 더 가치 있게 바꾸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실현해 우리의 삶의 질도 높여줍니다.
이제는 서비스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디자인 : (주)INTERNATIONAL BIF
제작 : 한국디자인진흥원. 2017.
영상 : https://youtu.be/um-CYpkbuQs 



디자인을 더 잘 활용한다면 세상은 더 잘 돌아갈 것이다
2017년 3월 1일

필수 교육에 디자인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오스카상 시상식 때 벌어졌던 소동이 소개된 글.https://news.sky.com/story/la-la-land-handed-best-picture-oscar-in-error-instead-of-moonlight-10783684 ---------------------참고자료 : 해외의 디자인 교육사례 소개영국은 1996년 이후 초등학교부터 디자인과목을 5대 의무과목(영어, 수학, 과학, 체육, Design and Tech)에 포함하고 있는 등 선진국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디자인을 필수 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 디자인을 기초로 한 교육의 개념을 가장 먼저 정립하고 적용- 영국은 기술 중심 디자인교육을 일반 교육의 정규 교과에 포함해 디자인교육의 체계적 내실을 꾀함- ‘Art & Design’과 ‘Design & Technology’의 두 과목으로 디자인교육을 추구ㆍ Art & Design : 예술과 창의력 계발이 주목적ㆍ Design & Technology : 설계와 이해를 통한 디자인의 특징 습득 - 관찰과 실습으로 과학과 기술의 기초 지식을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행하면서 배우는데 큰 비중을 둠- 디자인교육은 영국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적 경험과 생활 속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발명과 혁신적 제품개발 등 국가경쟁력의 기초가 되어 옴
[미국]- 미국의 디자인교육은 ‘Visual Arts’로 정규 미술 교육과정에 포괄, 운영 - 정규 및 비정규 프로그램으로 ‘디자인을 기초로 한 교육: K-12(K-12 Education)’이 개발되어 운영ㆍ Visual Arts : 재료, 기법, 과정을 이해하고 활용/ 구조와 기능에 대 한 지식 활용/ 주제, 상징, 아이디어의 범위를 선택하고 평가하기/ 역 사, 문화와 연관 지어 미술 이해하기/ 자신과 타인의 작품 간에 특징과 장점을 생각하고 판단/미술과 다른 학문 통합하기 등 6가지의 내용ㆍ K-12 프로그램 : 교사들에게 디자인 개념 및 기술 소개/ 대학교에 디자인교육 강좌 개설을 통해 학생들의 교과 학습의 경험 개발 및 실행 프로그램으로 발전 시도/ 교재물의 개발과 출판, 교사들의 정보 교류 센터 개설/ ‘디자인을 기초로 한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모델 개발과 학교 간의 이해 증진을 위한 촉매제 역할수행
[핀란드]- 디자인 교육과정은 ‘시각예술(Visual Arts)’과 ‘공예(Crafts)’ 두 과목으로 구성되고 학년 군(1~4학년, 5~9학년)별로 구분하여 운영ㆍ Visual Arts :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 초중학교 통합과정) 학생들의 시각적ㆍ 미적 사고를 발달 및 사회, 환경의 통합적 이해 증진/ 개인, 자국, 외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발달/ 내적인 통합을 통한 주관적 표현/ 기술과 지식의 예술화 표출 시도ㆍ Crafts : 교육을 통해 공예의 기술 향상/작품으로부터 즐거움과 만족을 얻고 책임감을 느끼며, 재료들의 사용법 및 생각이나 결과물에 대해 평가능력 습득
* 출처 : '창의력 키우는 디자인 연구학교 운영'. 한국디자인진흥원. 보도자료. 2011

외식사업의 치트기, 건물주 
2017년 2월 26일
#서비스업현황 #서비스업혁신 

 숙박·음식업체만 매출로 보자면 연 매출 5천만 원 이하, 즉 매일 7,000원짜리 김치찌개 20그릇도 못 파는 사업체가 반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5년 내 망할 확률은 82%. 대기업의 국내 외식사업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므로 대부분 망하는 사업체는 영세한 동네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망하지 않은 18% 중 대기업과 임대료 낼 걱정 없는 건물주를 뺀다면, 실제로는 몇 %나 살아남는 것일까?

http://news.kbs.co.kr:80/news/view.do?ncd=3356070 


덜 버는 사람도 세금을 똑같이 내고 있다고?
2017년 2월 19일
#문제정의 #정책디자인 

 '언론은 불황의 원인이 마치 청탁금지법 때문인 것처럼 이 법을 들먹이는데,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그간 국내 경제 성장의 성과가 상당부분 청탁과 로비, 부정 때문이었던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에 대한 신뢰, 정의 실현에 대한 믿음과 같이 중요한 국가의 심적 자산을 깎아 먹는, 국익에 반하는 못된 짓이라고 생각한다.과일이 안 팔리는 건 수요자가 비싼 과일 사먹을만큼 여유가 없어서이다. OECD 국가 중 최고로 높은 간접비,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이 징수하는 잘못된 조세정책 때문에 이들은 과일을 사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돈 많은 사람은 한 명이 먹을 최대치를 이미 먹고 있기에 더 안 산다. 그러니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없어 못 먹는 사람에게 세금을 덜 걷고, 더 사 먹을 수 없을 만큼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몇 명이 뇌물로 과일 사던 걸 못 사게 해서 과일이 안 팔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간접세는 소비 시점에 걷는 세금. 직접세는 돈을 버는 사람에게 걷는 세금.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율이 매우 높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버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에게 더 많이 세금을 걷는 조세 구조이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 수입은 수백 배 이상 큰 격차가 있는데 반해 일상생활에서 지출은 그만큼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덜 버는 사람일수록 버는 것 대비 세금 비율이 높은 것이고 상대적으로 더 내는 것이다. 세계에서 최고로 많이.'.. “저들이 훔쳐먹고 빼먹는 것이 결국은 내 돈이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기껏 일 이십만 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내는 간접세를 포함하면 엄청난 세금을 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출처 : 청년사역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 2017. https://www.facebook.com/youth153/posts/1355323431201694
모든 정책의 정량적 목표를 OECD 평균치에 맞추면 좋을 것 같다. 이를테면 직접세와 간접세 간 비율.


디자인으로 제조업의 가치를 높이자
2017년 2월 6일

 서비스 중간투입률이란 제조업에서 최종 부가가치 창출까지 디자인ㆍ광고 등 서비스가 중간재로 투입되는 비율을 말하는데 11년 기준 영국 55%, 독일 43%, 일본 34%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ㆍ엔지니어링 등과 같은 사업서비스에 대한 활용 인식 부족과 제조업의 긴축경영 결과로 제조업의 서비스 투입 비중은 ’95년 이후 지속해서 내림세에 있다. * 95년 26.2% -> 11년 19.7%* 서비스 중간 투입률 = (서비스 중간재 부가가치) / (제조업 최종수요 부가가치)
 제품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제조 중간과정에 제조품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서비스업에 대한 투입이 부족해서이다. 사업서비스에 대한 투입 예산을 늘릴수록 그만큼 제조품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지식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디자인, 컨설팅과 같이 제조업을 지원하는 사업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제조업이 고부가가치화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서비스 경제발전전략'에서 2020년까지 제조업 내 서비스 중간투입률을 25%로 다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참고자료 : 서비스경제발전전략, 관계부처합동, 2016.7.http://www.mosf.go.kr/nw/nes/detailNesDtaView.do?searchBbsId=MOSFBBS_000000000028&menuNo=4010100&searchNttId=MOSF_000000000004481 
왜 감정에 집중해야 할까? 
2017년 1월 4일 

 고객여정맵35)35) 고객여정맵(Customer Journey Map) : 서비스디자인의 대표적 방법의 하나. 고객의 전체 서비스 이용 경험을 감정의 고저로 그림으로 시각화함
은 고객 경험을 감정의 고저에 따라 표현한다. 의사결정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감정이기 때문이다. 구매 의사결정의 요인도 결국 감정이다. 인간은 자신이 물건을 구매할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구매한다고 믿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의 충동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뉴로 마케팅의 전문가 하우젤(H-G. Hausel)은 모든 결정의 70~80%는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고객여정맵이 감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감정적이며 감정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은 결정은 인간의 뇌에서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여정맵의 예시 
이미지 출처 : https://urbanchoreography.net/category/field-of-behaviours/industrial-design
주목할만한 서비스디자인 사례 5선
2016년 12월 23일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에서 '서비스디자인어워드 (http://www.service-design-award.com)'를 담당했던 김소현 매니저(현재는 아우디 그룹으로 이직)가 추천한, 최근의 주목할만한 서비스디자인 사례 5선을 소개한다.

1. 웰빙을 위한 약국 서비스디자인 
hellon. 핀란드. 2015 서비스디자인어워드 수상
 핀란드에서 가장 큰 약국 체인인 Yhteistyoapteekit (YTA)를 위한 서비스디자인. 정부가 저렴한 복제약과 더 비싼 원본 약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함에 따라 약 제조사의 의약품 판매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문제에 대해 서비스디자인기업 hellon은 사용자의 웰빙을 돕는 차별화 된 건강서비스를 개발하였다. 198개의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로부터 소비자의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확장된 제품, 인테리어디자인, 독특한 처방 서비스 모델, 모바일로 확장한 서비스 등이 제시되었고 이 새로운 개념의 약국은 2014년 헬싱키에서 오픈했다.http://experience.multifarious.co/casestudies/a-new-pharmacy-concept-improving-well-being-in-finland 

2. 헬싱키 공항 서비스디자인 
hellon. 핀란드. 2015 서비스디자인어워드 수상
 헬싱키 공항은 연간 약 500만 명의 이용자가 이용한다. 공항을 운영하는 기업 Finavia는 효율적이면서도 고객의 기억에 남는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북유럽 주요 공항이 되기 위해 'Travellab'이라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75일간 900명의 승객으로부터 200가지의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를 받고 이 중 12개의 새로운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도출해 테스트했다. 예를 들어 팝업 요가 수업인 '요가 게이트 (YogaGate)'와 한 여름의 축하 행사, 공항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게시판과 같은 것들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로 고객의 경험에 큰 영향을 주는 서비스 혁신의 방대하고도 검증된 목록을 개발했으며,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회사의 문화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Travellab은 Forbes 등 80개 이상의 영문 주요간행물에 소개되었고, 요가 게이트(YogaGate)에 관한 트윗은 전 세계 5백만 트위터 사용자에게 알려졌다.http://experience.multifarious.co/casestudies/design-that-impacts-company-culture-and-creates-global-recognition/ 

3. 은행 서비스디자인 
hellon. 핀란드
핀란드의 주요 은행인 Nooa Saastopankki의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 서비스디자인기업은 고객, 은행 내부 직원과 협력하여 새로운 서비스 개념을 개발하였다. 새로운 고객 경험과 은행지점의 실내 환경디자인, 새로운 고객 경험을 구현하는 콘셉트 매뉴얼을 개발하였고 그 결과 고객과 직원의 만족도가 크게 상승하였다.http://www.hellon.com/project/nooa-saastopankki 

4. 취업 지원 공공서비스디자인 
Transformator Design. 스웨덴
 Arbetsformedlingen은 구직자들이 적절한 고용주를 찾고 고용주도 필요한 직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스웨덴의 공공 고용 정책 관련 기관이다. 2013년 스웨덴의 공공 고용서비스는 가장 낮은 신뢰도로 평가되었다. Arbetsformedlingen은 대중에 대한 신뢰가 왜 그렇게 낮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디자인기업에 도움을 청했다. Arbetsformedlingen의 신뢰 구축을 위한 여정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직원 중심의 고객 중심 코스를 운영했다. 이러한 변화 노력은 고객 경험 향상과 업무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디자인기업은 Arbetsformedlingen이 고객을 철저하게 알 수 있게 도왔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고객의 요구 사항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얻고 직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얻은 고객 통찰은 Arbetsformedlingen이 2021년의 비전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http://transformatordesign.com/uppdrag/arbetsformedlingens-fortroende-gror-i-vaxthusen 

5. 오슬로 병원, 유방암 환자의 대기시간 줄이기 
designit.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병원은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사용해 유방암 환자의 대기시간을 3개월에서 7일로 줄여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환자의 삶을 개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큰 여성들은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병원인 오슬로 대학 병원에서 검사와 진단을 예약하기까지 최대 3개월을 기다렸어야 했다. 서비스디자인기업 Designit은 오슬로 대학 병원의 프로젝트팀과 협력하여 환자 환경을 최적화했다. 목표는 대기시간을 줄이고 전반적인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협력적, 시각적, 반복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로 인해 병원 직원들은 서로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였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었다. 오슬로 대학 병원(Oslo University Hospital)과 디자인잇(Designit)의 프로젝트팀은 환자가 느끼고 있는 대기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얻기 위해 병원 전 부서에 걸쳐 4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전형적인 환자의 고객 여행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 워크숍이 끝난 후 더 많은 통찰력이 나왔다. 환자와의 심층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Designit는 종양 전문의, 방사선 전문의, 무선 기술자, 간호사, 환자 조정자, 비서, 개인 클리닉 및 일반 개업의를 포함하여 환자의 여정에 관여되는 여러 역할자와 대화했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이상적인 경험을 설계할 수 있었고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백스테이지의 역할과 기능을 다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유방암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이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목표인 90% 단축, 기존 12주에서 7일로 줄이는 극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노르웨이의 Merket of God Design상, Service Design Award, IxDA상을 수상했고 2015년 INDEX Award의 최종 후보가 되기도 했다. https://designit.com/cases/oslo-university-hospital-changing-the-lives-of-breast-cancer-patients 
극단적 사용자를 이용하라
2016년 9월 16일.

 디자인기업 IDEO는 사용자 조사 시 조사 대상자 중 1/3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수용하는 성향이 있는 바람직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이상적인 사용자'로, 1/3은 이상적인 계층과 정 반대에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반대하거나 문제 있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로, 그리고 나머지 1/3은 양극단의 중간에 있는 ‘평균’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한다고 한다. 전혀 그 제품/서비스를 사용할 것 같지 않은 사용자나, 통계적으로 극단적 이용 행태를 보이는 사용자들, 정상 분포 곡선의 양쪽 가장자리에 있는 사용자들을 '극단적 사용자'(Extreme User)라 부른다. 평균적인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면 만족도를 확인하거나 일부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 자신도 잘 의식하지 못하는 숨은 요구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극단적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 연구가 큰 착안점을 줄 수 있다. 극단적 성향의 사람들은 종종 과장된 욕구와 행동을 보이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잘 설명하지 못하는 불분명한 행동의 이유와 욕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새로운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들을 관찰함으로써 얻게 되는 예상 밖의 정보가 통찰과 영감을 제공한다.  고객의 특성을 잘 설명하는 두 개의 축으로 매트릭스를 그렸을 때, 그 사각형의 네 꼭짓점에 해당하는 고객을 찾아 인터뷰 또는 현장 관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DEO는 '미용의 미래' 프로젝트에서 젊은 여성들이 대상 고객이었지만 지게차 운전자와도 인터뷰하였다. 그는 자신이 단 한 번도 미용 관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믿고) 주장했다. IDEO의 팀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의 방 한쪽에 족욕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황산마그네슘을 탄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곤 했는데 작업화 때문에 생긴 티눈과 염증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정기적으로 발 관리를 받고 있었고 특별한 발 크림을 쓰고 있었다. 그의 집을 방문하여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그의 행동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장에서 극단적 사용자를 관찰하는 것은 숨어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참고한 글 :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톰 켈리 등, 2014.디자인에 집중하라, 팀 브라운, 2014. 극단적 사용자 인터뷰 : http://blog.naver.com/sknewface/220616363857 극단적 사용자에 주목하라 : http://blog.rightbrain.co.kr/?p=746


농사에도 디자인이 필요해
2016년 9월 7일

 농기구 제조사에는 콜센터 업무가 많다. 왜일까? 농기구 류의 사용자는 대부분 고령자이다. 사용설명서를 못 읽어서 생기는 문제로 인해 농기구 제조업체에서는 통상 콜센터 직원 등 고객 대응 업무가 많다. 기존 설명서의 가독성이 떨어져 사용자는 응급조치도 스스로 하지 못하고 전화 문의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모 제조기업은 콜센터 직원을 늘려서 대응해오고 있었으나 점차 고객 대응에 소요 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디자인 지원사업에 신청했던 제조사는 디자이너로부터 제품설명서의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외의(!) 진단을 받은 후 디자인회사에 사용설명서의 개선을 의뢰하게 되고, 결국 디자인이 문제해결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새로운 사용설명서를 부착한 제품이 팔리는 시점에 문의 전화가 급감하는 효과가 있었다. 사용설명서의 폰트 크기를 키우고 시각화된 정보를 잘 정돈하는 것으로 많은 양의 A/S 업무를 줄일 수 있었다. 누구나 알기 쉽게 디자인된 설명서를 스티커 형태로 개발하고 현장 방문을 통해 기기상 최적의 스티커 부착점을 찾아 부착하도록 한 결과, 제품 사용과 관련한 문의 전화는 대폭 감소했고 현재는 해당 기업의 전 제품에 적용 중이라고 한다. 디자인, 아직도 예쁘게 하는 방법쯤으로 생각하는가? 디자인은 비용이 아니라 효과적인 예산 절감 수단일 수 있다.
의뢰기업 : 중앙정밀디자인에이전시 : 캘리브랜드 (한영진 대표) 053-625-3500 http://www.callibrand.co.kr애로해결 기업 지원 :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장지훈 팀장 053-740-0030  http://www.dgdc.or.kr출처 : http://cafe.naver.com/usable/677 

범죄예방환경설계 vs.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
2016년 8월 30일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vs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셉테드(CPTED)는 환경디자인- 환경 조작으로 범죄를 줄인다는 관점. 건축과 환경 설계할 때부터 지켜서 범죄율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원칙과 가이드라인으로 구성된다. 셉테드란 감시와 접근통제, 공동체 강화를 기본원리로 하여
01. 자연감시
02. 접근통제
03. 영역성 강화
04. 활동의 활성화
05. 유지관리
 각 영역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 가이드라인(예를 들면, ‘영역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자연스러운 감시를 높인다’ 등)을 의미한다. 디자인 아웃 크라임(Design Out Crime)은 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복합적인 디자인 활용해 범죄를 줄인다는 개념이다. 국내에선 '범죄 예방을 위한 디자인'이라면 뭐든 셉테드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해지는 사회환경 속에서 범죄 예방 실현을 위해서는 (규칙이나 원칙은 지키되) 특정 방법에 한정하지 않고 창의적 대안을 찾는 편이 보다 바람직한 디자인의 역할로 보인다.
헌혈을 유도하는 디자인
2016년 8월 21일.
사진 출처 : https://www.ideo.com/work/donor-experience-for-american-red-cross


 헌혈에 관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혈액 기부를 하는 기부자와 혈액 기부 활동에 이바지하는 공급자들을 위한 디자인은 무엇이 있을까? 혈액 기부의 효과를 소개하는 안내지, 현수막, 배너, 등록 신청서, 헌혈의 집, 헌혈 버스, 헌혈 팩, 사은품, 혈액 기부권, 웹사이트… 헌혈의 과정 중에 접하게 되는 시각물, 제품, 환경의 디자인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들은 혈액 기부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경험이 얼마나 긍정적일지 아닐지에 따라 헌혈에 대해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자주 헌혈하게 되든가 아니면 잘 않게 된다. 결국 ‘헌혈’ 활동에 있어 디자인의 궁극적인 역할은 ‘헌혈’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 냄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헌혈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IDEO는 2007년 적십자(American Red Cross)와의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하면 헌혈 기부자를 늘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헌혈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것을 과제로 받게 된다. 그 해답을 찾자면 헌혈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고, 최적화된 프로세스와 테이블, 의자, 장비, 각종 정보 등 터치포인트를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꾸준하게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하자면 디자이너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IDEO가 다시 설정한 질문은 ‘사람들은 왜 헌혈을 할까?’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헌혈 행위로 이끄는 동기가 무엇일까를 탐구한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헌혈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의 다양한 측면을 관찰했다. 그리고 헌혈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세부 사항에 주목함으로써 헌혈 동기에 대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각자 헌혈 이유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기증자 중엔 어머니가 10년 전 헌혈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경우가 있었다. 알고 보니 대부분 기증자는 이러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개인적이고 사소하지만, 영웅적인 이러한 일화들이야말로 헌혈 동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다.  IDEO는 ‘나눔의 벽’을 만들어서 헌혈하는 사람의 사진을 찍고 ‘헌혈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그들이 왜 헌혈하는지 짧은 이야기를 쓰도록 했다. 적십자 웹사이트에 방문해도 그곳에서 헌혈하는 이유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과 기증자의 사진을 볼 수 있다. 기부자의 헌혈 경험을 ‘누군가’의 ‘구체적인 이야기’로 ‘가시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나눔의 벽에 적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헌혈의 가치를 다시 한번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헌혈한 후 나눔의 벽에 이야기를 남기면서 참여의 자부심도 느끼게 되었다. 나눔의 벽은 이렇게 헌혈의 가치를 체험케 하는 매개물이 되었다. 그리고 일회성 기증자들을 지속적인 기증자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통찰은 사용자와의 공감을 바탕으로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은 헌혈의 가치를 체험하게 하는 경험의 매개물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한 글 : IDEO 웹사이트 https://www.ideo.com/work/donor-experience-for-american-red-cross IDEO 디자인으로 의료 혁신을 꿈꾸다. 청년의사. http://www.docdocdoc.co.kr/109481 헬스케어, ‘디자인’을 입다. 더피알뉴스. http://m.the-pr.co.kr/articleView.html?idxno=8014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이야기. 이코노믹리뷰. http://goo.gl/uVrpXQ 스무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 티나 실리그.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문제
2016년 6월 8일.

 해외의 유망기업들이 실력 있는 디자인기업을 인수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디자인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 디자인역량을 내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자인이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주목받게 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방법 대신 (더 위험한 선택이라고 보이는) 기업 인수합병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간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들이 디자인을 활용해 본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 고용될 때, 이질적 조직문화의 영향으로 디자이너의 본질적 역량이 손실된다는 점을 학습하게 된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해외의 이러한 경향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대기업은 디자인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사례가 드물다. 국내 대기업은 인수합병 대신 인하우스 디자인팀(조직 내의 디자인팀)의 규모를 키우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외부의 다른 피(다른 조직문화)를 대규모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수용성이 낮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그래서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아닐까? 인하우스 디자인팀을 보강하느라 우수한 경력직 디자이너를 애써 뽑아두고, 뒤에서 수군거릴 것이다. ‘슈퍼 파워 디자이너라고 해서 데려왔다던데 우리 조직에서는 기를 못 펴고 왜 저 모양일까?’라고 말이다.십중팔구, 그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문제다.
* 주요 기업들의 디자인기업 인수 동향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Cwi0wrzVPMbYHnv2oaKdKeCGCnwcMofDOwx4I8oBUzU/edit?usp=sharing 


대통령을 결정한 디자인
2016년 4월 4일.

디자인은 정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의 나비 투표용지 사건의 영향으로 앨 고어 대신 부시가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사건을 주목해 볼 만하다.http://civicdesigning.org/ * 나비 투표용지 사건에 관한 내막 : 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_donga/200012/nd2000120400.html 
 당시 앨 고어의 선거 참모였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는 투표용지 때문에 벌어진 참사를 소개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즈와이그의 '인비저블'에서는 잘못된 디자인을 했던 선거관리위원장 테레사 르포어 Theresa LePore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디자인이 일상 용품을 예쁘게 만드는 것 외에 무슨 대단한 효과가 있겠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앨 고어가 이겼는지, 조지 부시가 이겼는지를 놓고 36일간 혼란이 지속되던 상황을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미국 대법원이 조지 부시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재개표를 중지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공화당에서는 민주당이 투표관리자들에게 재검표를 독촉함으로써 승리를 도둑질해 가려 한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양쪽 주장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 (중략) 당황스럽게 생긴 나비 모양의 투표용지가 수천 명의 유권자를 착각에 빠뜨렸고 결국 앨 고어가 대권의 꿈을 접게 만든 것이다. 팜비치카운티가 투표용지를 디자인할 때 몇몇 예술가만 참여시켰더라도 미국 역사의 진로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 디자인은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하기 어려운 하이컨셉 재능이며 비즈니스에 점점 더 경쟁우위를 부여하고 있다. 예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좀 더 얻기 쉬워진 좋은 디자인은 우리 생활에 즐거움과 의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조그만 지구를 모든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디자인 감각을 배양하는 일이다.’ 다니엘 핑크. ‘새로운 미래가 온다’ 중에서‘...르포어는 투표용지를 두 쪽으로 만들면 지면이 넓어지기 때문에 나이 든 유권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디자이너가 옆에 있었다면 그녀에게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인비저블’ 중에서

무턱대고 수요자를 위한다고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요자 중심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전문가의 지식과 노하우를 반영해 계획하고, 수요자가 의도대로 그것을 받아들이는지 테스트, 수정하면서 개발해야 한다. 디자인을 표현된 결과, 즉 스타일로만 이해한다면 비전문가인 누군가가 '나도 그릴 수 있다'라며 무리를 하게 되고 참사로 이어지게 된다.잘못 디자인하면 대통령을 잘못 뽑을 수도 있다.
무엇이 의사를 두렵게 할까?
2015년 9월 29일.

 존스 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Medicine)36)36)  존슨 홉킨스 병원 :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병원으로 21년 연속 미국 최고 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명성 있는 의료기관이다. 
은 의사들이 퇴원 요약지를 잘 작성하지 않는 것이 고민이었다. 경영 컨설팅 회사에 문제해결을 요청했었지만, 컨설팅 결과는 실패였다. 병원 측은 보다 창의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끝에 같은 과제를 디자인기업에 다시 의뢰하게 된다. 디자인회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퇴원 요약지에는 퇴원하는 환자의 진료기록과 퇴원 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이 기록된다. 퇴원 시점에 의사가 작성해주어야 하지만 한참 지나서야 작성되는 문제가 있었고 그마저 절반쯤 작성되거나 내용도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너무 많은 내용을 기재해서 필요 정보를 찾기 어려운 예도 있었다. 의사 대부분은 퇴원 요약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고, 인턴들에게 작성을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인턴들은 퇴원 요약지 작성법을 배운 적도 없었고 작성할 줄 몰랐다. 퇴원 요약지는 일반 병원에서 참고하는데, 일반 병원에서는 누가 작성한 것인지 알 수 없어 상세한 정보가 필요해도 다시 요구하지 못했다. 작성자 또한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자기가 잘못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맡게 된 디자인기업 IDEO는 시작하면서 병원의 대표적인 이해관계자를 의사, 간호사, 환자, 환자 가족의 네 그룹으로 구분하고 이들을 움직이는 심리적 동기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조사를 했다.
 의사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근본적 욕구, 동인(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IDEO가 찾아낸 것은 ‘공포’라는 단어였다. 의사는 어떤 누구의 조언도 받을 수 없는 고독한 존재다. 때로는 의사의 결정이 환자의 생사도 가른다. 의사는 설령 확신이 없더라도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믿고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그 상황 자체가 두렵다는 것이다. 또 의사들은 자기가 정답을 모르고 있을 때도 이를 환자에게 숨겨야 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의사들의 행동이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디자인적 접근은 ‘어떻게 하면 의사에게 공포심이라는 무거운 심리적 짐을 줄여줄 수 있을까? 그 공포심을 극복하고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을 위해 디자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IDEO는 의사들이 마음속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퇴원 요약지가 잘 작성되지 않는 것은 두려움이 작동하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남에게 물어보지 못하는 심리, 세부 요소를 빠트리면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뭔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흔적을 남기기 싫다는 무의식과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던 것 같다.
 설문이나 인터뷰만으로는 숨겨진 심리를 알기 어렵다.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엮이기 싫어요. 퇴원 요약지를 알아보기 쉽게 작성하기 싫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솔직하고 솔직하지 않고의 여부를 떠나서 잠재되고 억압된 욕구이다 보니 말로 표현하기 불가능하다. 공감력과 민감성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말이나 글이 아닌 행동 관찰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먼저 인턴과 레지던트들에게 퇴원 요약지 작성법을 교육하였다. 주치의가 회진할 때 중요 정보를 요약 기록해서 그것을 퇴원 요약지에 적어 넣을 수 있게 하였다. 환자가 퇴원 요약지를 들고 원외 의료기관을 찾았을 때, 그 기관의 의사들이 이를 읽고 평가, 피드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의사들은 성적이 나쁘게 나오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그 효과는 매우 좋았다. 이 조치 후 환자 퇴원 뒤 3일 이내에 90%의 퇴원 요약지가 작성되었고 2주 후에는 99%가 작성되게 바뀌었다.
 이것은 디자인의 차별화 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례이다. 사용자의 사정을 공감하고, 그의 행동을 관찰하고, 마음속 어떤 심리가 그 행동을 만드는지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존슨 홉킨스 병원 퇴원 요약지 문제 해결하기, IDEO (2012 코리아 헬스케어 콩그레스 강연 내용 요약 중 발췌)http://koreahealthcarecongress.com/bbs_new/skin/sample/download.php?code=notice&number=486 
빗나가는 미래 예측
2015년 7월 26일.

기술 전문가는 그 기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640kb 정도면 모두에게 충분한 메모리 용량이다." 
- 빌게이츠. 1981.
전문가는 자신의 해당 전문분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지나치게 신뢰함으로써 지식 착각(Illusion of Knowledge)에 빠지게 된다.
경제사회문화 변화에 민감한 전문가라면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까?"자동차라는 것은 장난감에 불과하다. 단지 유행이란 말이다." 
- 미시간주 저축은행 총재. 1903.
그렇다면 인간의 욕구에 근거를 둔 미래 예측은 정확할까?"원격 쇼핑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밖에 나가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입어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 TIME. 1968.
기술, 문화, 사람들의 습관, 취향의 변화... 작은 계기, 우연의 조합이 큰 변화를 만들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미래를 예측하지만 대부분 빗나간다. 데이터 분석과 논리적 방법으로 예측된 미래가 얼마나 사실과 달랐는지를 말해주는 사례는 너무 많다. 그런데도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욕구 진화에 따라 만들어질 미래는 어떤 방법으로 예상해야 할까?
 ‘촉’이라는 책(이병주, 가디언, 2012)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10년 후 미래를 예측·계획하는 것보다 직관적인 감각으로 사람들의 감성과 욕구를 감지하는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니는 디지털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소니가 너무 많은 준비를 해 어려워졌다”라고 평가한다. 그는 “소니는 미래 10년을 위해 너무 구체적으로 계획해, 그 예측이 빗나가면서 모든 것이 어려워졌다”라며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에서도 계획수정 없이 집착만 했기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저자의 관점에서 소니는 디지털 시대를 미리 준비했지만 반대로 고객의 요구(Needs)와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촉이 무뎌지면서 비즈니스의 다양성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04/2011120400751.html * 영상 서평 : https://www.youtube.com/watch?v=a-08Ob8q-jo 

교통질서를 지키게 하는 디자인
2015년 7월 19일



 영국인은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는 런던 시내 사진이다. 런던은 2만 개가 넘는 엄청나게 많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도시이다. 시내버스 후면에도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갓길 주차 차량을 적발하기도 하는 정도로 공공 교통 환경은 철저하게 감시, 관리되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좀 더 질서를 잘 지키게 되었을 것이다. 기술과 규제 중심으로 정책 목표를 실현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 많은 예산이 들지 않고서도 교통질서를 유지 할 수 있는 더 현명한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여러분이 공공서비스 제공자라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까? 다음은 독일의 사례이다. 

 독일 국민 역시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국민으로 인식되어 있다. 위는 베를린의 사진이다. 네거리에 걸려있는 신호등이 신호를 잘 지키는 국민이 되도록 돕고 있다. 신호등이 배치된 위치를 보라. 건널목의 앞쪽 정지선 옆에 나란히 배치된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쪽 신호등 말고는 다른 신호등은 없다. 그래서 운전자가 정지선을 지나쳐서 차를 세웠다가는 신호등이 운전자의 천장 쪽이나 측면 뒤쪽에 위치하게 되어 신호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운전자는 자연히 안전선을 지키게 되고 네거리는 질서를 찾게 된다. 기술과 규제의 힘이 아니라 수요자들의 행동을 디자인으로 조절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어떤지 비교해보자.
 
 우리나라 네거리는 위 사진처럼 신호등이 건널목 정지선 옆에 배치되어 있는데 정지선 앞쪽에 있는 예도 있고 정지선 뒤쪽에 있는 예도 있어 제각각이다. 그리고 사거리 건너편 멀찌감치 앞에도 신호등이 하나 더 있다. 대부분 사거리에 이렇게 두 쌍씩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운전자는 건널목 앞쪽에 그어진 정지선쯤은 무시하고 더 지나쳐서 차를 세워도 주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 운전자가 운전하면서 법을 어겨도 하등 지장이 없는 환경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급한 처지에 있는 운전자는 눈치껏 앞쪽으로 슬슬 이동하다가 정지선을 넘는다. 이것은 다른 운전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은 서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익숙한 상태가 되고 만다. 운전자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게 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예산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모든 네거리에 이렇게 두 쌍의 신호등이 설치되다 보니 설치 비용이 두 배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매년 이것을 유지하는 비용도 두 배가 든다. 신호등 제조기업 처지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이것은 명백히 세금이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교통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과 독일 국민과 비교해서 우리나라 국민이 교통법규를 안 지킨다고들 말한다. 한국은 OECD 가입 후 19년간 교통안전 부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 기준으로 하는데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32개국 중 30위로, 최하위 수준이며 2010년 기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는 2.6명(OECD 평균은 1.1명)의 2배로 교통선진국과 비교하면 교통안전 수준이 20년 이상 뒤지고 있어 안타깝다’ -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37)37) 변화와 혁신으로 ‘교통선진국’ 꿈에 한 걸음 더. 2015.7.16. 대구일보.

 아직도 교통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인과 독일인보다 우리나라 국민이 교통법규를 안 지키는 이유를 국민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준법하는 국민을 만드는 것은 섬세하게 디자인된 환경이다. 공공정책과 공공서비스를 설계하는 과정을 지금보다 더 현명하게 디자인한다면 법을 더 잘 지키게 하는 국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자면 공공정책의 설계 과정에 인간의 욕구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인 서비스디자인이 도입되어야 한다. 문제를 예측하여 안 생기게 하거나,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http://cafe.naver.com/usable/3709 
선한 디자인과 악한 디자인
2015년 7월 12일.

“소비자가 ‘패딩 재킷’을 원한다면 몽클레르 말고도 여러 브랜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몽클레르 재킷’을 원한다면 그 어떤 브랜드도 대체재가 될 수 없어요. 중요한 건 소비자가 몽클레르를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희는 이를 위해 브랜딩에 힘썼습니다.”
 기업 처지에서 볼 때, 소비자가 그냥 제품이 아니라 바로 '그 제품'을 미칠 듯 갖고 싶어지게 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자 좋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으로서 '좋은 디자인'이 소비자에게도 여전히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까? 기업에 좋은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악한 디자인이 아닐까?  디자인이 애당초 대량 생산품의 소비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해 왔기에 '굿 디자인'은 소유하고 싶게 만들어 많이 팔리게 하는 디자인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디자인과 마케팅은 소비자의 욕망을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좋은 디자인’을 넘어 '정의로운 디자인' 또는 '선한 디자인'과 같은 표현을 만날 수는 없을까? 현실감 떨어지는 순진한 기대인걸까? ‘선한 디자인’은 소비자를 최면에 걸린 듯 구매로 이끄는 것과는 반대의 역할을 한다. 소비자를 각성시켜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구매 시점에서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헛된 욕망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기업의 굿 디자인이 소비자의 굿 디자인일지는 확실치 않아도, 소비자의 관점에서 ‘선한 디자인’이 기업에겐 ‘악한 디자인’일 것임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런 목표를 갖는 디자인이 있을 수 있다면 말이다.아래 기사는 디자이너가 경영자가 되어 망해가던 기업을 회생시킨 사례이다. 

‘다 망한 브랜드를 명품으로 살리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20150711.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10/2015071001736.html 




까다로운 소비자가 좋은 제품을 만든다
2015년 5월 31일.


* 사진 출처 : http://images4.fanpop.com/image/photos/18400000/Cesare-Paciotti-isabeli-fontana-1845

 체사레 파조티(cesare paciotti)는 이탈리아 명품 가죽 제품 브랜드이다. 사진의 구두는 무려 800만 원짜리인데, 예전 ‘스타일’이라는 드라마에서 이지아가 자기 것과 같은 구두를 신고 나타난 것을 본 김혜수가 버리고 갔던 구두가 이 브랜드의 것이었다. 대부분 수백만 원 이상 가는 고급 제품이다. 이탈리아에는 이 외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들이 정말 많이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는 왜 그렇게 명품 가죽 신발 브랜드들이 많을까? 이탈리아에 좋은 피부를 가진 소들이 유독 많은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특별히 유능한 가죽 신발 장인들이 많은 걸까? 만약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여성이 구두를 새로 살 때 몇 번 정도 신어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가를 알아보니 세계 평균은 3번인데 반해 이탈리아 여자들은 평균 12번 정도라고 한다. 이탈리아 가죽 제품이 명품인 이유는 장인정신(생산조건)이 아니라 까다로운 소비자(수요조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IT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까다롭고 높은 요구수준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소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애프터서비스 센터 기사를 괴롭히고 고객 게시판에 문제를 구체적으로 리포팅해서 올리고 하는 등 고도로 요구수준이 높은 사용자가 제품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이탈리아 여자들이 고급 제화산업을 만들어 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경쟁력은 내부요인뿐 아니라 외부요인 등도 함께 이해해야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프레임워크로 마이클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 다이아몬드 모델을 잘 설명하고 있는, 더 읽어볼 만한 도서 : 경영전략 묘수와 정수. 문휘창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613760 http://cafe.naver.com/usable/3637 
좋은 디자인은 인식의 세계를 넓힌다
2015년 5월 26일.



 미국 허먼 밀러사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이다. 이것은 빌 스텀프(Bill Stumpf)와 돈 채드윅(Don Chadwick)이라는 디자이너가 5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의자다. 와이셔츠를 입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도 와이셔츠 뒷부분이 바지에서 빠져나오지 않게끔 등받이와 앉는 부위의 연결 부분이 독특하게 설계되어 있다. 사용자가 의자에 앉았을 때 뒤척이는 이유가 열 때문이라는 점을 발견해 쿠션 대신 그물망을 적용했다. 인간공학, 혈관학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과 함께 디자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 출시되지 못 할 뻔했다. 당시(1993년) 통념으로 볼 때 이상했던 외형 때문이었다. 허먼 밀러사는 제품출시 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매력도와 편리성의 두 가지 기준에서 10점 만점에 7.5점 이상을 얻지 못하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제품은 매력도에서 4점밖에 얻지 못했었다. ‘외계인이 만든 것 같다. 만들다 만 것 같다. 괴기스럽다….’ 등의 평가가 있었다. 기존의 의자와는 너무나 다른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제품은 각종 영화 소품으로, 다양한 국제디자인상에서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대부분의 가구회사가 이 제품을 모방한 의자를 만들게 될 만큼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이 의자를 멋진 의자라고 말한다. 디자이너가 기존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결과 의자에 대한 우리 인식의 외연이 확장된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인식의 세계를 확장한다. 
---참고 : 블링크(말콤 글래드웰) 중 에어론 체어 이야기사진 출처 : https://aeronmillerchair.files.wordpress.com/2012/06/aeronposturefitchair.png?w=300&h=231 http://cafe.naver.com/usable/3631 
 
아이스크림 스쿱 디자인하기
2015년 2월 22일

사진 출처 : http://www.slate.com/blogs/the_eye/2013/11/01/human_centered_product_design_creative_confidence_by_tom_and_david_kelley.html 

 "관찰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피자 커터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가정에서 피자를 만드는 상황을 관찰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문제를 말하는 데 아주 서투르다. 보통은 ‘문제가 없다’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나 의료진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관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사람을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필요를 잡아내는 데 집중한다."
"이 제품은 아이스크림 스쿱이다. 보통은 큰 통에서 아이스크림을 덜어낼 때 붙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떼기 위한 스위치가 달린 스쿱을 이용한다. 가정에서 스쿱으로 아이스크림을 덜고 나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무엇일 것 같나?"
"보통 물로 씻는 것 아닌가?"
"우리도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행동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스쿱에 붙은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다는 것이다. (웃음) 그래서 우리는 보통 스쿱들이 가진 스위치를 없애고 둥글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잘 떨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고민한 결과 통짜 금속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절대로 달라붙지 않는다. 열을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2012. 2. 청년의사. ideo의 스테이시 창 인터뷰 중에서 발췌.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2021300009 

위 사례로 본 IDEO의 디자인 접근방식의 특징
1. 인터뷰에서 드러난 고객의 말을 진실이라 믿지 않는다. }-> 말을 믿지 않고 보이는 것을 믿는다. 말은 진실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단서 정도로만 본다. 오히려 말해지지 않는 부분이나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부분에 집중해서 그 원인을 찾는다.
2. 고객 관찰에 집중한다. 고정관념 없이 처음 보는 대상을 지켜보듯 본다.-> 미세한 특징을 발견하고 그 특징이 나타나는 이유를 찾는다. 기존 지식, 고정관념이 많은 혁신의 기회를 가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3. 선입견 없이 광범위한 기술에 대한 지식을 활용한다.-> 깊이보다는 넓이. 관련성 낮은 다른 지식 간의 연결. IDEO의 경우 다학제 전문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더 가능한 것 같다.


http://cafe.naver.com/usable/3451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2015년 1월 24일

스탠퍼드 d-school 학생들이 개도국을 위해 개발한 인큐베이터 Embrace infant warmer.



 매년 1천5백만 명의 저체중 조산아가 태어나고 이 중 많은 수가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생명을 잃는다. 저체중 아이의 거의 절반은 인도에서 태어난다. 팀원 중 Linus Liang은 리서치를 위해 네팔을 방문했을 때 병원에 기부받은 많은 인큐베이터가 있었음에도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접하게 되었다. 대부분 아기는 병원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집에서 태어나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생존을 위한 전투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인큐베이터'가 아니라 '아기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무엇'으로 정의하고 나자 작은 침낭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아기 침낭의 프로토타이핑을 위해 인도에서 리서치를 했을 때 디자인팀이 발견하게 된 새로운 사실은 의사가 서양 약을 처방했을 때 부모가 대체로 처방분의 반 정도만 먹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서양의학에 대한 엄마의 두려움의 반영이라고 해석) 비슷한 결과로 온도를 37도에 맞추어야 한다고 지도하면 대부분 그보다 낮은 온도로 맞추게 되는데 이것은 아이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디자인팀은 제품에서 온도 표식을 지워버리고 적당한 온도에 도달하면 'OK' 체크 마크만 표시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이것은 아이디어를 찾을 때 현장에서 출발해야 함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저개발국의 가난한 가정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병원과 멀리 떨어진 가정에도 인큐베이터를 대신하는 훌륭한 제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정 사용자를 위해 개발한 제품이 다른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는 제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http://cafe.naver.com/usable/3408 

출처 : http://www.slate.com/blogs/the_eye/2013/11/04/embrace_infant_warmer_creative_confidence_by_tom_and_david_kelley.html 
관찰 리서치는 외국인이 하는 편이 나을까? 
2015년 1월 24일


 위 사진은 태국 철도역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태국 역을 방문한 디자인팀이 서비스디자인 리서치를 진행 중인 장면이다. 특별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을 관찰함으로써 특별한 사용자뿐 아니라 어떤 사용자에게나 편리한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은 고령자체험 장비를 착용해 고령자 역할을 하게 된 사람과 이를 관찰하면서 문제를 발견하는 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는 장면이다.38)38)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태국 철도역의 공공서비스 재정립 결과 보고서 중에서, 2013, (사)한국서비스디자인협의회, 한국디자인진흥원 공동연구 

 한국인 디자인팀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 어떤 발견 점을 얻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문화연구에서 양파모델(Onion Model)이라는 개념은 겉으로 드러나 있어 쉽게 관찰 가능한 면이 있지만 숨겨져 있어 파악하기 어려운 깊이를 가지는 측면이 있어, 더 깊은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터뷰보다는 관찰의 방법을 통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http://www.slideshare.net/sdnight/ss-42034943 관련 기사 : ‘[알아봅시다] 서비스디자인’, 디지털타임즈. 1.23.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12302101832101001 

 아래는 한동대 이은종 교수님의 언젠가의 강연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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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이제까지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던 점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창의성의 핵심 능력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까?예를 들어 냉장고를 사용할 때 불편한 점에 관해 이야기해보자고 했을 때,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 설문 등의 리서치를 통해서는 기존에 문제로 파악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점을 찾기 힘들며 조사 결과도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실제 경험한 것을 설명하기 어려워하며 질문에 답하기의 방식으로는 대체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만 도출되기 때문이다. 알고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많고, 극히 민감한 사람이 아니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래서 발견되지 않는 ‘암묵적이고 내재한 요소’는 과학적인 리서치를 통해서는 찾아내기 어렵다. 고객여정맵을 작성할 때도 고객의 설명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고통점(pain point)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 상담자는 말투가 왠지 느끼해….'라는 식의 감정상의 미세한 위화감이 실제로는 구매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세밀한 감성, 감정의 변화는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미세하고 순간적으로 휘발되는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 비디오 관찰조사(Video Ethnography) 등의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Small is the New big. 작아 보이는 사용자 행동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작은 힌트가 중요한 디자인 인사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는 내용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진짜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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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캘리39)39) 톰 캘리(Tom Kelley). IDEO의 공동대표. 유쾌한 이노베이션,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 저자
가 2014년 세미나에서 말했던 것(http://goo.gl/dWMGPU )도 같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를 상상해보면 모든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식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길 원한다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객의 시점으로 관찰하라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특이한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인간 내면에 숨겨진 욕구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을 실마리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사례로 소개하였다. 그러나 현지 문화에 뿌리까지 깊이 젖어 편견과 선입견으로 현상을 인식하고 있는 현지인이 단지 여행객의 눈으로 보자고 작정한다고 그렇게 변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시 질문.‘관찰 리서치는 정말 외국인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외국인이 아니라면, 적어도 여행객처럼 매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충만한 호기심으로 민감하게 문제를 포착해내는 성향의 사람이 관찰 조사자로서 적당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영역에서 디자인은 언제,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나?
2015년 1월 20일

 정책 과정에서 시민 참여가 어느 시점에 이루어져야 더 효과적인가에 관한 연구에서는, 정부에 의해 정책의제가 설정된 후 참여하기보다는 의제 설정 단계에서부터 국민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김상묵 외, 2004) 수요자의 참여가 정책의 효용가치를 높이며 참여시기에 있어 전체 정책의 과정에서 뒷부분보다는 앞부분에 선행적으로 이루어질 때 더욱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공급자는 정책 과정의 초반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지점임을 인식하고 수요자의 잠재 욕구를 발견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문제정의를 해내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수요자의 참여를 유도할 방안에 대해 모색해야 한다.정책 과정의 초반부에 수요자 중심으로 문제정의를 해야 할 필요에 대해, 핀란드의 미래를 설계하는 준정부기관 ‘시트라(Sitra)’의 전략디자인 부서장을 역임한 마르코 스테인베리(Marco Steinberg)는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예로 그 효용을 설명하고 있다.

"1950년대 덴마크의 한 작은 지자체에서 예기치 못하게 공공 수영장 이용객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공무원들이 수영장 시설을 방문했다. 수영장을 둘러본 후 공무원들은 건물 시설이 낙후된 것을 보고는 이것이 사람들이 수영장을 오지 않는 이유라고 판단했다. 그들은 건축가를 고용해 이 건물을 고쳐 쓸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할지를 판단과 함께 새 건물의 디자인을 주문했다. 두어 달 뒤 새 건축물의 조감도를 기다리는 공무원들과의 미팅에서 디자이너는 전혀 다른 해답을 제시했다."수영장이 낡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버스 시간표이다. 작년에 바뀐 버스 시간표가 시민들의 생활방식과 부합하지 않아 수영장 방문객이 줄어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미 건축물을 새로 짓자는 결론을 내린 공무원들은 이 문제를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지 못했다. 만약 이 건축가가 수요자의 사정을 확인해보지 않고 주어진 일만 했다면 엉뚱하게 수영장 건물만 재건축되어 상당한 재정과 시간을 쓰고도 여전히 사람들은 새 수영장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적인 디자인이 사물에 형태를 제공한다면, 전략 디자인(‘전략디자인’이란 리서치가 강화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을 공공분야에 적용함으로써 공공정책을 혁신하는 디자인의 전략적 역할을 강조한 개념이다)은 의사결정에 형태를 제공한다. 다양한 분야, 부서 간 소통의 부재로 인해 이와 같은 결과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문제를 분석하는 과정부터 투입되지 못한 건축가, 디자이너들은 문제의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어진 건물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내기를 반복하여 정작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그대로 남겨둔 채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현대의 문제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출처 : 박현선(2010.10.1.) ‘새로운 디자인, 전략디자인’. designdb.com 
           그림 설명 : 정책 과정에서 기존의 디자인이 개입되는 시점

그림 설명 : 정책 과정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개입하는 시점
* 그림 : Steinberg, Marco, the Finnish Innovation Fund Sitra

 마르코 스테인베리(Marco Steinberg)는 기존의 전통적 디자인 방법이 정책 과정에서 후반부에 활용되던 것과 비교할 때 정책 과정의 초반부에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기획하는 역할로서의 디자인을 ‘전략디자인’이라 표현한다. 위 그림은 디자인이 정책 과정의 초반부에서 역할을 할수록 더 큰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을 도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제품개발 프로세스에서 선행디자인이라 부르는 개념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행디자인은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디자인을 먼저 하여 디자이너의 의도가 제품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하수경 등, 2009) 선행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제품의 개념과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한 후에 디자이너 및 연구개발 인력이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여 제품화에 이르는, '디자인 주도형(design driven)' 프로세스이다. 아직도 일반적인 제품개발은 '기술 주도형(Technology driven)'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정하고 그에 따라 제작이 끝난 후 일을 돌이켜볼 수 없이 되었을 때 필요한 형상화 작업(속칭 껍데기를 씌우는 일)을 디자인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 과거 기업의 보편적 프로세스였다. 현시점에서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제품개발에 있어 선행디자인 프로세스를 취하고 있다. 전략디자인은 프로세스의 전반부에서 디자인이 문제를 설정하는 역할로서 작용하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정책에서의 선행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요자 중심 정책 운영을 위한 프레임워크에서 서비스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역할은 Marco Steinberg가 말하는 전략디자인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하겠다.
* 헬싱키 시트라의 디자인랩(2009~2013) http://www.helsinkidesignlab.org/ http://cafe.naver.com/usable/3400 
수요자의 의견,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2015년 1월 18일

 정책 과정에서 기존의 수요자 참여는 대체로 먼저 특정 수요자에게 의견을 묻고, 대상 중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수요자의 의견을 취합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 방법에서 알 수 있는 점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구술이나 문자로 표현되고 기록되어야만 비로소 수요자의 ‘의견’으로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록으로서 명시화되기 어려운 내용은 정책 과정에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며 이것은 더 근원적인 수요자의 잠재 욕구를 놓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둘째,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는 국민은 대체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의 국민일 가능성이 크며 해당 정책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어 특정 그룹의 주장이나 이익을 내세우는 대상자의 의견만을 수렴하게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강민아 등(2007)은 정책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위해서 주민투표나 여론조사 등과 같이 개인의 의견이나 행동 의도에 대해서 명확한 찬성과 반대의 결정을 끌어낼 수 있는 조사 방식이 유용할 수 있음(Morgan, 1996: 137)을 인정하면서도 효율성이라는 명확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와 여론조사는 시민의 의사 표현을 투표의 합계로 정의하는 즉흥적 합산 결정 방식(Aggregative democracy)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Gutmann & Thompson, 2004: 13)는 한계점을 지적한다. 합산 민주주의는 여론조사나 투표와 같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과정을 통해 쟁점 사안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순간적이고 표면적인 의견만을 조사하게 되어 정책 결정에 관련된 다양한 갈등 요인들을 의사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기존의 정책 실패는 정책 수요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방법, 즉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 방법만으로는 진정한 수요자의 잠재 욕구를 파악할 수 없고 올바른 정책적 해법을 찾을 수도 없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수요자의 의견을 구술과 기록 등의 방법으로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기존의 방법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불러오는 이유는 수요자의 욕구라는 것은 애당초 그러한 방법을 통해서는 찾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자도 자신의 욕구를 잘 알고 있지 못하기에 단순히 수요자에게 물어보는 방법으로 수요자에게 잠재된 욕구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고객 자신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점과 정확히 표현 못 한다는 점은 이미 오랫동안 시장조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임지아, 2012)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라고 단언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수요자 참여 방법은 해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정책 과정에서 수요자 욕구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언어적, 문자적 접근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원실에 대한 시민의 희망 사항을 그대로 실현하기만 하면 그것이 곧 이상적인 민원실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요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식의 접근을 ‘수요자 주도형 개발’이라고 부를 수 있긴 하겠지만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40)40) ‘수요자 중심 공공정책을 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모델에 관한 연구’, 2014, 윤성원 박사학위 논문 중 발췌하여 수정. http://cafe.naver.com/usable/3384


“내게 말해보라. 그러면 잊어버릴 것이다. 
 내게 보여주라. 그러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를 참여시켜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 이것은 필립 코틀러가 '마켓 3.0'에서 인용한 중국 속담이다.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것보다도 행동 관찰이, 행동 관찰보다는 참여를 통해 더 깊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Sanders와 Dandavate는 사용자조사 방법론의 특징을 다음 그림과 같이 표현한다.  말이나 글로 하는 리서치보다는 관찰 리서치가, 그보다는 함께 하는 워크숍 등의 참여적 리서치가 더 깊이 있는 잠재 욕구를 발견할 가능성이 더 큼을 의미한다. 놀랍게도 중국 속담과 완전히 똑같다. 
 또한 이것은 수요자 중심의 제품/서비스 개발에 있어 설문조사보다 관찰조사 방법이 선호되며 디자인씽킹 워크숍과 같은 참여형 워크숍이 점차 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다.

* 그림 : 사용자조사 방법론 간의 특징(Sanders & Dandavate 1999) 
좋은 의도, 실패하는 정책
2014년 12월 30일

 정부는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 지침’을 발표하여 2년 이상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된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정규 계약직 근로기간이 2년이 넘으면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정책이었다. 구상되었을 때 그것은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선한 목적에서 계획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되었다. 기관으로서는 고용인력 정원 문제 등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까닭에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계약직 근로자를 찾았던 것이다. 그로 인해 2년짜리 시한부 계약직이 양산되게 된다. 또한 직장에서도 숙련도 높은 근무자를 계속 고용할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 고용인과 피고용인 모두의 목을 베는 양날의 검이 된 것이다.  정책 이해관계자의 욕구와 상황을 이해하고 정책이 시행된 결과로 나타날 반응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지만, 복잡다단한 변주가 일어나는 정책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 예측이 가능했다면 애초에 그런 정책을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실제로 실행해 볼 수밖에 없다. 대안은 작게 실행해보고 그 경과를 통해 배우게 된 점을 통해 고침으로써 보다 나은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작은 조직을 대상으로 충분한 실험을 하고 정책을 개선해가면서 확대 적용하는 접근방식을 취했다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실험과 개선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계속 실패한다. 위 내용에 내가 주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본다. 좋은 의도로 계획되었으나 실패하는 정책을 위해 디자인은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을까? 위의 사실은 우선 명백하게 기존의 정책 과정에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디자인 개발의 접근 방법이 정책개발과 적용 과정에 도입될 때 큰 개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위의 숨은 원인과 의도, 욕구를 찾아내는 과정, 반복적인 소규모 실행을 통해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드라이버를 찾아내고자 하는 접근 방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이제껏 공공정책의 영역에서 디자인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공공정책의 공급자들이 디자인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던 역할이다. 더 나은 정책을 만드는데 디자인이 큰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거듭되는 정책 실패로 인해 우리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내가 과대망상인 걸까?
비정규직 기간 4년으로 연장...노동계 “비정규직 양산” 반발 (민중의 소리, 2014.12.29)
보이지 않는 디자인
2014년 12월 9일

‘개정안은 산업디자인의 범주에 서비스디자인을 추가하고, 창작ㆍ개선 행위뿐만 아니라 창작ㆍ개선을 위한 기술개발행위도 산업디자인의 개념에 포함됨을 명확히 하며,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산업디자인 개발용역에 대한 대가 기준 산정 근거를 마련하고, 개발된 산업디자인에 대한 사업화 지원 근거를 신설하려는 것...’2014.12.8. 법사위 심사정보 산업디자인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 중에서출처 : http://likms.assembly.go.kr/bill/jsp/BillDetail.jsp?bill_id=ARC_T1U4F1V0K2X2L1Q9F5Y0D4Y5J8X9S1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이 2014.12.9. 국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중 서비스디자인이 추가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산업디자인”이란 제품 및 서비스 등의 미적ㆍ기능적ㆍ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자 및 소비자의 물질적ㆍ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창작, 개선 및 기술개발 행위 등을 말하며, 제품디자인 · 포장디자인 · 환경디자인 · 시각디자인·서비스디자인 등을 포함한다.’이다. 2014년은 비로소 국내 법상 디자인 영역으로 서비스디자인을 인정하게 된 특별한 해가 되었다.http://cafe.naver.com/usable/3337 
디자인이 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나?
2014년 12월 7일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디자인은 왜 더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만 할까?
산업디자이너는 자본주의 사회일원으로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 제공자로서 역할을 한 부분이 크며 그에 따른 본질적이고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실용적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디자이너는 문제를 인간 중심으로 다시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명을 받아들이고 사회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씽크 디퍼런트 
2014년 11월 30일

 마케팅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 본질에 대해 말하는 스티브 잡스의 멋진 연설이다.
“나이키는 신발을 말하지 않는다.  스포츠의 위대함에 대해 말한다.” 이 영상을 보면 그가 얼마나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였는지 느낄 수 있고 감탄하게 된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광고를 실행하게 됨을 설명하는 자리였을 뿐인데도 애플이 처한 상황, 위기, 도전, 잠재력, 비전을 극적으로 설명한다. 애플의 직원 임이 자랑스러워질 만큼.사실 스티브 잡스만큼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광고에 어울릴 인물이 또 있을까?

http://www.youtube.com/watch?v=EWSA7Lykvt4 
디자이너가 평균 10년 젊다고?
2014년 11월 29일

'디자인 인력의 평균 연령은 33.9세였다. 전체 취업자 평균 연령이 44.7세임을 고려하면 다른 직종에 비해 약 10년 정도가 젊은 것이다.' 
‘디자인 직종, 취업 후 3∼5년이 고비’41)41) 2013년 디자인 인력 고용구조와 인력수급 현황 분석. 한국고용정보원. 2014.
. 연합뉴스. 2014.11.29.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1/27/0200000000AKR20141127077500004.HTML?input=sns
 표현이 바르지 않다. 실상은 평균보다 10년 정도나 일찍 퇴직 또는 전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구조는 디자이너가 오랜 디자인 실무 경력을 통해 얻은 지식과 기술이 사회적으로 활용될 기회가 별로 없음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영역에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통찰력이 활용되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사회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가진 인적자산이 중요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소실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자인산업의 공급자가 대체로 초급 경력자들로 구성된다는 것은 디자인이 문제의 기획 단계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역할로써 활용되기보다는 주로 스타일에 국한된 문제해결 방법으로 활용되는 결과로 나타난다.(신입사원에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기겠는가?)디자인업종의 이직, 퇴직이 다른 직종보다 앞서 나타나는 원인은 낮은 급여와 많은 업무 등 열악한 근무 조건이라 추정된다. 그 원인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인력 공급이다. 지나친 인력 공급은 상당 부분 대학의 과다한 전공자 배출이 원인이다.결국 디자인이 신제품/서비스 개발 프로세스 전방에서 혁신 전략으로서 고도화된 역할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대학의 인력 수요 조절 정책과 실무 디자이너의 근무 여건이 나아질 수 있는 정책이 함께 필요함을 알 수 있다.
* 디자인 인력 양성 정책 관련해서 읽을만한 글 : http://cafe.naver.com/usable/2754 http://cafe.naver.com/usable/3313 


이미지 스케일의 허점
2014년 11월 16일


 시각적 인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 할 때 우리는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이미지 스케일과 관련된 방법론은 '[이미지]는 개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영상이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느낌을 보편적으로 해석 가능한 [언어(형용사)]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과연 그 전제가 옳은 것인가 하는 근원적 의문이 있다. 우뇌에 각인된 이미지를 좌뇌의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하게 되면 오히려 기존 기억이 훼손되고 변형되는 면이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42)42) 조나단 스쿨러(Jonathan W. Schooler) 언어의 장막(verbal overshadowing) : 우뇌에 저장된 추상적 심상이 언어의 형태로 정의되면서 좌뇌로 이동하게 되는 과정에서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실된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밝힘
 한 가지 기억나는 비슷한 실험 예를 들자면, 목격자를 대상으로 용의자를 찾아내는 실험을 할 때,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도록 한 뒤 찾게 했을 때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찾게 한 경우에 비해 결과적으로 더 범인을 못 찾게 되어 버린다는 실험의 이야기이다. 머릿속에 담겼던 순수한 이미지가 말과 글로 표현되면서 말과 글이 가지는 또 다른 이미지로 변형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또는 누구)인가에 대해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 혹은 정의 내리는 것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무심하거나 거칠다. 조심스러워야 한다.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순간, 본질이 가졌던 가치는 왜곡되거나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으로 불렸기 때문에 꽃이 돼버린 측면도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시각적 인상을 계량화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목표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미지 스케일은 과연 적당한 방법론일까?'
* 이미지 출처 : 일본NCD컬러연구소의 언어 이미지 스케일 (2005. 3.17. 쓸만한 웹) * 다시 보는 쓸만한 웹 : http://cafe.naver.com/usable/140
샤워기 레버도 다시 디자인되어야 한다 
2014년 11월 15일



 혼란을 부르는 이 샤워기 레버를 보자. 
'더운물은 오른쪽으로 돌리면 나오려나?  ... 앗 차가워!'  이 목욕탕에서는 샤워기 레버를 조작하다가 움찔하고 인상 쓰는 장면을 흔히 접하게 된다. 샤워기 레버의 디자인이 문제이다. 위쪽 레버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물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며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나오는 물의 양을 줄이거나 끌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물 온도를 조정하는 아래쪽 레버는 뭔가 이상하다. 화살표가 없으니 위쪽 레버와는 다를 것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힌트가 명확지 않다. C는 cold, H는 hot일 것임은 틀림없는데 그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따뜻해질 것인가? 그러리라 생각한 분이라면 위쪽을 다시 보시라. 
'앗 차가워!' 
사진을 다시 보면 아래쪽 레버 바로 위의 벽면에 붉은 점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것이 아래쪽 레버에 화살표가 없는 이유이다. 붉은 점이 있는 위치가 현재 온도이고, 40도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리면(즉, 붉은 점과 C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물이 점점 차가워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위와 아래 레버를 서로 다른 형식으로 표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매번 골탕을 먹고 있다. 이것은 명백하게 오류를 부르는 잘못된 디자인이다. 위 레버와 아래쪽 레버는 같은 기준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은 디자인 오류로 인해 전국에 설치된 수도꼭지 수 x 이용자 수 x 0.x리터씩 x 수도꼭지가 사용되는 동안 물 소비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잘 된 디자인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디자인은 우리의 삶에 분명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 거칠게 디자인된 세상은 우리의 여린 속살에 찬물을 끼얹는다. 

* 쓸만한 웹 http://cafe.naver.com/usable/3288


200년 된 자동판매기 
2014년 11월 15일


사진 출처 : http://goo.gl/Qg0Q4c

 우리는 왜 자동판매기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까? 자동판매기만 봐도 우리가 공급자 중심의 세상에 빠져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800년대 후반 동전투입식 자동판매기가 개발된 이후 200여 년이 지났지만, 사용성 측면에서는 처음 특허 등록되었던 시점의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변화된 점이 없다. 우리는 동전을 넣고 나서 그 물건을 집기 위해 여전히 허리를 굽혀야 한다. 허리를 굽히기가 고통스러운 고령자들은 자판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자판기 사업자도 이유는 모르지만, 고령자들은 자판기 사용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자를 위한 제품은 비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공급자 중심의 세상에 갇혀 살고 있지만, 그것이 치명적이지 않아서 감지하지 못할 뿐, 따지고 보면 불편에 적응하면서 용케 살아가고 있다.
K디자인(한국디자인진흥원) 기고문 - 윤성원 중에서 발췌 전체 글 보기 : http://cafe.naver.com/usable/3263 


아이를 위한 칫솔은 어때야 할까? 
2014년 11월 15일

 아이들 칫솔의 생김새를 떠올려보라. 고무 재질의 통통한 손잡이와 작은 칫솔 머리... 지금 떠오른 이미지는 1996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디자인기업 IDEO는 오랄비(Oral-B)를 위해 5~8세용 어린이 칫솔을 디자인하면서 아이들의 이 닦는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을 만들게 된다. 1996년 이 제품출시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용 칫솔은 어른 칫솔보다 작다는 정도 개념의 제품만 있었다. IDEO 디자이너가 아이들을 관찰해보니 실제로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칫솔을 손가락으로 잡는 대신 네 손가락과 손바닥을 함께 써서 주먹을 쥐듯 칫솔을 붙잡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더 쉽게 잡을 수 있게 하려면 오히려 어른의 칫솔대보다 더 두꺼워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결과 만지작거리기 좋은 느낌의 통통한 고무 손잡이를 가진 어린이 전용 칫솔이 탄생했다. 
 이 사례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아이들 칫솔을 만들 때 누구도 아이들 행동을 관찰해보려고 하지 않았었다는 점이다. 칫솔을 사용한 오랜 역사 이래 불과 몇 년 전, IDEO의 시도 전까지는 아이의 처지에서 어린이에게 필요한 칫솔이 무엇일지 알지 못했다.
 우리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아이들의 경험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다. 무언가를 경험했다고 해서 그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였기 때문에 경험이 선입견이 되어 오히려 겸허하게 아이에게 불편한 것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을 못 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무언가를 경험하는 만큼 새로운 시야를 잃게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IDEO의 디자이너들은 아이들이 자기 의사를 분명히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찰 방법을 사용했던 것일까? 사용자 대부분은 자기가 불편한 것,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디자인은 말이나 글 외에도 사용자를 관찰하는 조사 방법을 사용한다.

사진 출처 : http://www.ideo.com/work/gripper/ 
관련 글 보기 : 관찰의 기술, 양근우, 다산북스. http://skyvegatest.tistory.com/19 * 쓸만한 웹 http://cafe.naver.com/usable/3286


도둑질당한 디자인
2014년 11월 10일 

(위) 독일 동키프로덕트 티백 디자인 시리즈(2009년 6월 공개) 
(아래) 이달우의 제품 (2007년 12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공개)

 위쪽의 그림은 독일 동키프로덕트의 티백 디자인 시리즈이다. 이 디자인은 본래 우리나라의 젊은 디자이너인 이달우의 아이디어였다(아래 그림). 명백하게 도둑질당한 것이다.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09년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소비재 박람회인 암비엔떼(AMBIENTE 2009) 전시회에 참가했던 이달우 디자이너는 티백 디자인에 관심을 두는 독일회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그 회사가 바로 동키 프로덕트였다. 미팅에서 동키 프로덕트 담당자는 이달우씨에게 티백의 아이디어는 우수하나 일러스트레이션이 너무 동양적이라며 일러스트레이션을 교체하는 조건으로 디자인 계약을 제안하였지만, 이달우 디자이너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결국 동키 프로덕트는 당시 유럽지역에 등록돼있지 않은 이달우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자유롭게 이용하여 앞서 판매를 시작했고 심지어 유럽 시장에서 이달우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동키 프로덕트의 모방품으로 오해를 받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뼈아픈 경험을 통해 이달우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이 해외에서도 손쉽게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실용신안과 디자인 출원 등의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던 그였지만 해외시장에서의 디자인 권리보호에 관해서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의 신분으로 세계 각국에서 디자인권을 등록받기에는 시간과 자금,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길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2014년 7월 1일부터 ‘산업디자인의 국제등록에 관한 헤이그협정’에 우리나라가 정식으로 가입하면서 기존 각 관청에 따로 출원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던 국제출원에 관한 어려움이 상당한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며, 유럽상표디자인청(OHIM)의 UCD제도를 통해 하나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UCD (Unregistered Community Design) 제도는 해당 디자인이 유럽연합 가입 28개국 내에서 처음 공개된 것이라면, 처음 공지된 날로부터 3년간 그 권리를 보호해주는 것으로써 마치 저작권법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출원 절차는 필요 없다.' 
* 출처 : 디자인맵 design all right. 2014.9. 특허청. http://goo.gl/aAOMp2 
사용자 중심 디자인, 사용자 중심의 지하철 지도
2014년 11월 9일

 기존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사고방식의 변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 사례이다. 그림의 왼쪽은 런던 지하철 지도의 이미지이고 오른쪽은 ‘읽을 수 있는 런던(Legible London)’이라는 프로젝트의 결과로 런던 전역에 적용된 사인 시스템이다. 왼쪽은 어떤 역이나 같은 모양의 지도가 제공되는 반면, 읽을 수 있는 런던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사인 시스템은 지도가 설치된 모든 지점에 사용자의 관점에서 앞 방향이 지도의 위쪽이 되도록 제작되어 가고자 하는 곳을 금방 찾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현재의 위치가 늘 지도 중심부에 있고 현 위치를 중심으로 15분 내외에 걸어갈 수 있는 반경이 표시되어 있다. 말 그대로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된 세상에서 제품/서비스는 대체로 투입자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1) 대량 생산과 2) 표준화가 실현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수요자 중심의 세상에서 제품/서비스는 1) 대량 생산을 하더라도 몇 가지의 옵션을 갖는 식으로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2) 표준화도 공급자의 효율을 위해서가 아닌 수요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구현되기 마련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던 경향이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되는 방향으로 변화됨에 따라 기존의 방식과 비교할 때 초기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은 더 늘어나는 반면, 시스템이 구축된 후 서비스가 유지되는 동안에 발생하는 사용 비용(사용자들이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사용자 측의 비용)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특히 공공부문에 수요자 중심의 개발 관점이 도입되었을 때 비용 대비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고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런던 지하철지도(Tube Map)     읽을 수 있는 런던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지하철 역 주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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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usable/3274 

서비스디자인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2014년 10월 24일

 서비스디자인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업 문화가 서로 통합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새로운 서비스가 조직 내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다음은 랭커스터 대학 서비스디자인 사례 연구로 박사과정 중인 류은님이 소개해 주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설계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서비스디자인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대체로 현실성 낮은 아이디어일 뿐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가능하게 운영되게 하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면서 은근히 서비스디자인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례는 특히 그런 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례이다.  오렌지와 바클레이 카드는 새롭게 개발된 서비스가 기존의 사업방식과 비교할 때 고객에게도 너무 생소하고, 타성에 젖어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 큰 과제가 있음을 깨닫고 서비스디자인 기업인 리브워크43)43) 리브워크(Liveㅣwork) 영국의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 https://www.liveworkstudio.com 
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리브워크는 새로운 서비스와 연관된 두 개의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 기업이 디자인적 접근방법을 통해 수요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하나의 목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조직을 변화시켰다. 또한 새 비즈니스가 조직안에서 새롭게 뿌리 내려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방안을 제시하였다.
 류은님은 리브워크 및 오렌지 프로젝트 책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실행하는 데 필요했던 조직의 변화를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주도했던 사례를 발견하게 된다. 리브워크는 고객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운영되는 구조를 시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 워크숍을 반복하면서 관련 이해관계자 간 적합한 역할을 정의하게 된다. 프로토타이핑 과정을 통해 서비스에 반영되었을 때 생길 문제점을 미리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이것은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서비스의 이해관계자 간 협업 구조와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로 조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사례이다. 막연하게 서비스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데에는 비즈니스 운영 구조와 조직 내부의 변화 관리 등 경영 컨설팅과 같은 관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디자인과 경영, 마케팅과의 협력) 생각해왔었는데 정작 그 부분에서 오히려 디자인기업이 디자인 관점으로 훌륭히 해결한 사례를 알고 나니, 역시 나 역시 아직 몰라서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http://liveworkstudio.com/client-cases/orange-barclaycard http://cafe.naver.com/usable/3256 

서비스경영과 서비스디자인의 비교
2014년 10월 12일


그림 : 구글 트랜드. 서비스디자인과 서비스경영의 비교.


 그림은 구글에서 특정 단어가 어떤 정황으로 검색되고 있는지 검색어 동향을 시각화해서 표현해주는 ‘구글 트렌드’에서 서비스 혁신 방법으로서 ‘서비스 경영’과 ‘서비스디자인’의 상대적 검색량을 서로 비교해 본 것이다. 데이터 조회가 가능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서비스경영 키워드에 대한 활용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서비스디자인이라는 키워드 활용도는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급자 중심의 철학인 관리 관점의 서비스 혁신 방법보다 수요자인 인간 중심의 철학인 디자인 방법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는 세상이 오고 있다. 만약 이것이 주가를 나타내는 그래프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디에 투자하시겠는가? 이에 따라 연구개발의 주도권도 기술에서부터 디자인으로 상당 부분 이전되게 될 것이다. 연구개발의 주도권을 가져가게 될 디자인의 역할은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일, 수요자 의도와 욕구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창의적으로 미래를 구상하여 가시화하는 일,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구상하는 일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디자인 역할을 대표하는 영역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이 부상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화를 실현하는 방법으로도 적용될 수 있으며 공공서비스를 혁신하는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기에 앞으로 그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경제 서비스화의 상황에서 서비스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과 학문이 고려되고 있는 와중에 서비스디자인은 독특한 특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SSME(Services Sciences, Management, and Engineering)로 총칭되는, 타 서비스 혁신을 다루는 학문이 대체로 생산성과 효율성, 품질 향상이라는 생산력 중심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에 비해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의 서비스 경험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서비스화 경향에서 요구되는, 수요자의 욕구를 토대로 혁신을 추구하는 수요자 중심의 혁신 방법이기 때문이다.
출처 : 2014 가을호 K-Design 원고 중 http://cafe.naver.com/usable/3263 
디자인, 경험경제의 중심에 서다 
2014년 10월 10일, 10월 4일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그다음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구체적 방안에 대해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수요자 중심 개발 사례에서 착안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라켄야는 2013년 5월, 주거의 미래를 그리는 ‘하우스 비전’(House Vision)이라는 전시를 열었다. 재난재해, 노령화 등의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 주거는 어떤 형태여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해답을 제시하는 전시였다. 그는 2007년에 사양산업이 되고 있던 섬유산업의 미래를 그리는 ‘센스웨어’(Senseware) 전시를 열어 섬유산업이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는 2013년 10월 서울 세계디자인포럼 발표에서 ‘제품 생산 위주의 산업은 끝났다’라면서, ‘이들 프로젝트의 목표는 새로운 산업의 비전, 가능성을 시각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디자이너의 능력으로, 인류가 가진 가능성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일반인들에게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것으로도 의식을 진보시킬 수 있다. 일반인의 의식이 변화되면 사회는 다음 단계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과 드러나지 않는 욕구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센스와 창의력으로 미래를 제시하는 디자이너들의 능력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경험경제의 중심에 서다’ 중에서 발췌, 서울경제 2014년 09월호, 서울연구원 http://economy.seoul.go.kr/archives/42927
기억 못 하면 죽는다
2014년 10월 9일

*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열려라 보리, 열려라 들깨, 열려라 나물... " 
카심은 마음이 급해지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입안은 바짝 마르고 머리가 더 돌아가지 않는다. 깜깜한 동굴 속에서 미칠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밖에서 도둑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열려라, 참깨!” '아! 참깨였지….'
도둑들은 카심의 목을 자르고 몸뚱이를 네 갈래로 찢었다. 카심은 기억의 요령이 없어서 죽었다. 하얀 종지에 담긴 참기름과 위에 띄운 몇 개의 참깨. 손에 묻은 기름의 미끈한 느낌,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 참깨를 이미지와 이야기 중심으로 기억했다면 그는 살아 돌아가 평생 호사를 누렸을 것이다. 뇌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통해 기억할 때 그것을 더 잘 받아들인다. 컴퓨터라면 문자 자체로 기억하는 것이 더 적은 비트를 사용하는 효율적인 저장 방법일 텐데, 신기하게도 뇌는 정반대이다. 새로운 단어는 기존 정보와 많은 연관성을 가질수록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은 색깔, 모양, 냄새, 맛, 촉감 등 기존의 기억된 요소들과 더 많이 연관시킬수록 신경세포 간 시냅스가 서로 강하게 연결되면서 더 빨리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때나 기존 패스워드 바꿔야 할 때 항상 고민이 된다. 영문과 숫자와 특수기호를 섞어서 쓰지 않으면 안 되고 기억하기 쉬운 연속된 숫자는 쓰면 안 되고 아이디가 들어가 있어도 안 되고 몇 자 이하면 안 되고 3개월 지났으니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고…. 그래도 다음번 로그인을 할 때 다시 겪어야 할 고초에 비하면 이것쯤 아무것도 아니다. 반드시 기억 해내야 할 패스워드를 만들어야 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하고 있나? 그런 불편함쯤 별거 아닌 걸까? 
그저 몸뚱이를 찢지 않아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http://cafe.naver.com/usable/3229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2014년 10월 9일

 만약 번호표 뽑는 기계가 상담창구 반대쪽 구석에 배치되어 있다면 상담소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적당한 위치에 번호표 기계가 있을 경우보다 30초쯤은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쇼핑센터 입구의 손잡이가 기묘하게 디자인되어 손에 짐을 든 상태로는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져있다면 그 쇼핑센터는 망하거나, 입구가 고쳐져야 한다. 비유한 사례와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웹사이트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약간 넋을 놓은 사이 내가 구매하려 했던 제품의 페이지가 사라져버려 다시는 못 찾게 된다던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하위메뉴의 기묘한 작명을 차근차근 해석해봐야 하는 등 숱한 난관을 만나게 된다. 웹의 인디애나 존스가 된 기분이랄까, 거친 황무지에 떨어진 막막한 기분을 갖게 되는 때가 많다. 이것은 명백히 접근성에 대한 이슈이다. 장애인과 노약자만이 개선을 요구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웹사이트는 모든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고 효율을 떨어뜨리는 사회악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접근성과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웹 국제표준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구축되는 웹사이트들이 대부분이다. 접근성은 사용자가 웹을 더 쉽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효율을 위해 중요하다. 불편함과 비생산적인 웹사이트는 숱하게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데 우리는 감각이 무뎌서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느끼지 못하거나 그 불편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감수하고 있을 뿐이다. 무의식중에 불편을 감수하는 동안 물론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이는 매우 비생산적이다. 따라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불편을 느끼는 까다로운 누군가는 그 불편함을 감지하고, 개선해야 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다시 보는 쓸만한웹('접근성은 우리를 위한 것이다'. 2008.10.18.) : http://cafe.naver.com/usable/443 


혁신으로 가는 
두 갈래의 길
2014년 10월 8일

 '수요자 경험을 향상하고 시장 감지력을 높이는 방향'(예: 디자인사고 중심의 혁신 조직 운영)과 '생산성과 효율성, 품질을 극대화하여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예: 6시그마, BPR 등). 어떤 길을 전사적 가치관으로 채택할 것인가의 선택에 경영진의 철학이 반영되어 미래를 제시하는 선도기업이 되기도 하고, 그저 시류에 따라가는 기업이 되기도 한다. 
모기업이 UX 조직을 강화(수요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수요자 중심의 접근)할 때 모기업은 6시그마를 강화(공급자의 생산성, 효율성, 품질을 향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공급자 중심의 접근)하기로 했었다. 우리는 모두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다.
http://www.etnews.com/20141007000383 


제조와 서비스 세상
2014년 10월 4일

 제조산업에서는 남들보다 더 빠르고 싸게 좋은 품질을 생산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싸게, 좋은 품질을 생산해 낸다는 것은 모두 ‘생산력’에 해당하는 것이며 생산력은 생산성과 효율성의 가치를 추구한다. 제조자의 측면에서 볼 때 생산력 요소는 대체로 손에 잡히는 실제화된 것으로서 경영의 대상으로서 관리하기가 쉬운 편이다. 하지만 보다 빠르고 싸게 제조할 수 있는 경쟁력만으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서비스업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새롭고 좋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제조업의 경우에서처럼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던 관점만으로는 새롭고 좋은 경험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어떤 욕구가 있는가를 정확히 포착해 그에 맞춰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산업에서는 과학 기술과 논리적 분석 능력보다도 소비자의 해소되지 않는 욕구를 찾아내는 감성과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역량으로 주목받는다. 한마디로 제조와 서비스는 서로 다른 규칙이 작동하는 세상이다.
‘디자인, 경험경제의 중심에 서다’ 중에서 발췌, 서울경제 2014년09월호, 서울연구원 http://cafe.naver.com/usable/3232 
MP3플레이어는 왜 사라졌을까?
2014년 10월 4일


 MP3플레이어는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실현하는 휴대기기로서 한동안 사람들의 서비스 이용 경험을 지배했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더 좋은 성능, 더 싼 가격, 더 좋은 품질, 더 매력적 디자인의 MP3플레이어가 계속해서 나왔지만 결국 모두 시장에서 사라졌다. 기술과 디자인이 계속 개선되었더라도, 어떤 뛰어난 제품성을 갖춘 MP3플레이어가 나왔다고 해도 그 시장이 지속되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MP3플레이어가 제공하던 서비스는 휴대전화기가 대체하게 되었다. 사용자는 MP3가 아니라 ‘휴대할 수 있는 음악’이 필요할 뿐이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언제든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용자의 욕구이다. 그 욕구는 생산품을 통해서 충족되긴 하지만 생산품 구매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품이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주는 경험을 통해 충족되는 것이다. 소유한다는 느낌이 주는 만족감은 잠깐일 뿐이다. 백준상 연세대학교 교수의 말이 이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필요한 건 세탁이지 세탁기가 아니잖아요.” 
‘디자인, 경험경제의 중심에 서다’ 중에서 발췌, 서울경제 2014년09월호, 서울연구원http://cafe.naver.com/usable/3232 
금융기업이 디자인기업을 인수하는 것의 의미는?
2014년 10월 3일

 미국의 대표적 금융기업 - 신용카드사인 ‘캐피털원’이 UX, 서비스디자인 에이전시인 ‘아답티브패스’를 인수했다는 소식이다. 아답티브패스(http://www.adaptivepath.com)는 우리나라에 '사용자경험디자인에 미쳐라'로 번역된 책을 쓴 기업으로도 잘 알려진 UX 업계의 리더 기업이다. 서비스디자인 에반젤리스트인 Jamin Hegeman은 이곳의 이사이다. 맘대로 해석해 보자면, 치열한 금융산업에서 우위를 지키는데 사용자 경험 중심의 서비스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서비스산업의 선두 기업들은 지금 조직 내부에 사용자경험디자인 역량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디자인기업을 사냥하는 중 아닐까? 
그럼, 다음은 어디가 될까? 


http://thenextweb.com/insider/2014/10/02/design-consultancy-adaptive-path-acquired-capital-one/


서비스디자인으로 성매매를 줄일 수 있을까? 
2014년 9월 30일 

 '마약과 매춘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디자인' 삶의 질을 디자인으로 향상하자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삶의 문제점 해결에 디자인 관점을 적용하고자 시도했던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이다. 아인트호벤 디자인아카데미 중심으로 실행되었다. 

[과정]
티플존(tippelzone)은 네덜란드 내 법적으로 허락된 매춘지역이다. 디자인팀은 이 지역을 대상으로 두 달간 문제 인식을 위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합법적 매춘부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조사를 통해 경찰, 병원 등이 매춘부들과는 사회적으로 깊이 관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돌보는 사람들도 매춘부와 인간적인 관계성이 낮고, 관계되어 있다고 해도 관심이 낮다는 점을 알게 된다. 매춘부에 대해서 리서치하게 되면서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 매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삶 속에서 어떤 터치포인트를 통해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를 탐구하게 된다. 남자 고객, 갱스터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달성하기 어려움을 확인하고 결국 매춘을 제공하고 있는 그녀 자신을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다. 
[제안된 솔루션] 
- 매춘녀 1인당 1명의 돌보는 이가 연결되도록 시스템을 구성한다. - 마약에서 벗어나 사회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도우미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 1. 시작 단계에서 매춘부에게 질문,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아니라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선택하도록 한다.(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이 변화를 지속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2. 교육이 제공된다. 3. 대상자가 교육과정을 통해 받은 크레딧으로 평가한다. 4. (기록 못함)... 

[결과] 
프로젝트 실행 후 매춘부가 새로운 직업을 찾아 점차 티플존을 떠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티플존은 폐쇄되었다. 티플존의 치안 유지 등을 위해 투입되었던 많은 예산을 절감하게 되었다. 
2014년 2월 25일.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 방문 시 비르짓 마거 대표의 발표 내용 메모 관련 프리젠테이션 자료 : http://www.slideshare.net/feeschmidts/on-the-road-presentation-13740123 관련 이미지 : https://www.flickr.com/photos/marcfonteijn/sets/72157605810869056/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 서비스디자인, 행복을 그리다. 중 소개. 2015.5.3.방영 : http://program.sbs.co.kr/builder/endPage.do?pgm_id=22000003708&pgm_mnu_id=15703&contNo=cu0528f0003600 
전자 제품에 하나의 버튼만 있어야 한다면?
2014년 9월 15일 
 켜고 끄는 전원 버튼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만큼 전원 버튼은 누구나 당연시해왔던 버튼이다. 아이팟 개발 초기 회의 중에 스티브 잡스는 모든 버튼을 없애자고 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당황한 연구원 한 명이 ‘아무리 그래도 전원 버튼은 필요하지 않은가?’ 질문했다.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서서히 전원이 꺼지고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 전원이 들어오게 만들면 충분하지'라는 말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상황을 정리했다. 아이팟에는 전원 버튼이 없다. 
 사용자로서는 음악재생이 되면 될 뿐, 제품의 전원을 켜는 단계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전자 제품이라면 전원 버튼이 있어야 한다’라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세계관이 만들어 낸 편견 아닐까? 수요자 중심의 접근방식은 혁신의 기회를 만든다. 

사진 : 1세대 아이팟, 2001, 애플

http://www.dongabiz.com/ASP/SKENO/article_view.php?atno=1501012501&chap_no=1&category_group=
제조서비스화의 의미
2014년 9월 13일

 공급자의 측면에서 제조서비스화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자.
1. 제조업 내에서 가치 창출이 생산, 제조에 한정되어 있던 것이 서비스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가치사슬이 확장됨에 따라 가치 창출의 기회가 확장되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변화된다. 
2. (1의 결과로 볼 수도 있는데,) 공급자 자원의 구성이 제조 역량 중심에서 서비스 역량 중심으로 변화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업 내에서 제조 부문 종사자 비율은 줄고 서비스 부문 종사자 비율이 커진다. 제조업이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모하면서 고임금을 받는 지식서비스업무 종사자 비율이 커지고 있는데 이것이 제조서비스화를 가속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더 읽어 볼만한 글 : http://www.newswire.co.kr/newsRead.php?no=718759


TV는 어떻게 바뀔까?
2014년 8월 30일

 TV는 기술적 관점에서 더 어떻게 혁신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 만큼 최대치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 큰 크기, 더 높은 해상도, 곡면 화면, 엄청 다양한 기능… 생산자는 동원 가능한 모든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다. 본질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TV는 원거리 영상 콘텐츠를 전해주는 기능을 구현하는 제품이다. 사용자는 TV를 통해 원거리 영상을 보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그 서비스를 실현하는 대상물은 TV가 아니라 벽지, 붙박이 서랍장의 문, 안경 등 뭐라도 관계없다. MP3플레이어가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실현하는 휴대기기로서 한동안 사람들의 서비스 이용 경험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그 서비스를 실현하는 제품은 MP3플레이어가 아닌 휴대전화기가 된 것과 같다. 변하지 않는 것은 언제든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용자의 욕구이다. 이제 생산자들은 사용자 관점에서 욕구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떤 대상물 또는 서비스로 실현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TV가 아니라. 
http://www.ajunews.com/view/20140821151800317

생산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2014년 8월 30일

 지금까지 산업은 생산품(제품, 농산물, 에너지….)의 생산에 집중해왔다.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는 데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생산자 중심의 관점이다. 세상은 ‘만들면 팔리는’ 결핍의 시대를 넘어 생산 과잉의 시대에 와 있고 사용자는 생산품의 구매만으로 만족을 느꼈던 단계를 넘어 정서와 심리적 만족을 기대하고 있다. 사용자는 어느 새부터 생산품 자체가 아닌 경험을 구매하고 있다. 경험은 생산품이 포함된 서비스를 통해 형성되며 인지, 감정, 감성, 심리, 느낌, 기억의 복합체이다. 사용자가 생산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어떤 가치를 느끼게 되는지 알고 그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생산요소를 최적화하는 것이 생산자의 핵심 경쟁력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 사용자 경험 가치를 최적화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생산자가 사용자 경험 요소를 향상하게 할 방법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의 산업 육성, 기업 지원 전략도 수정되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 로드맵 개발 회의 중 메모. 2014.8. 한국디자인진흥원


확장되고 있는 디자인의 역할
2014년 8월 27일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해내는 디자인 역할. 그것을 실제로 적정하게 만드는 디자인 역할. 그것이 정착하고 지속되게 구조화하는 디자인 역할. 다 중요한 역할이다. 이제까지 대체로 무언가를 만드는 역할로만 이해되던 것에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수요시장의 필요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거대한 전환으로 보이다. 
 디자인이 활용되지 않던 영역에서 활용되는 정황이 소개되는 것(활용 범위의 확대)은 바람직하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결과물로만 주로 소개되어 앞서 말한 깊이(라 해야 할까?) 또는 역할의 확대가 간과되고 있는 것은 함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00623


감과 느낌으로 하는 디자인경영 
2014년 8월 27일 

 프랜차이즈 커피숍 ‘@카페’의 매장은 전국에 1,000개가 넘는다. @카페의 매장 환경이 어떻게 디자인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매장 인테리어 개편 공모에 대해 몇 군데의 인테리어 디자인회사가 각자 디자인 시안을 개발해 제시한다. @카페의 경영진은 그중에서 예쁜 디자인을 고르고 선택된 디자인 안이 전국 매장에 적용된다. 이 모든 것이 실질적으로는 소수 경영진의 미적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요행히 경영진이 안목이 높다면 그 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매력적인 디자인의 공간이 될 것이고, 운 나쁘게 안목이 낮다면 그 기업의 매장은 트렌드에 뒤처지는 디자인으로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전 국민이 이용할 카페를 디자인하는 중요한 일에도 감과 느낌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에는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 환경이 사용자에게 실제 어떤 느낌, 어떤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인지를 실험, 테스트하고 평가, 검증하는 체계적인 절차와 방법을 이용한다면 어떨까?
 미국 메릴랜드주 메리어트 호텔 본사 지하 2층에는 3백 평 규모의 서비스혁신 연구소 ‘The Underground’가 있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험하는 공간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중 직원들 다수가 지지하는 아이디어는 테스트 공간에 적용해보고 숙식해보면서 테스트하며 평가한다. 여기에서 개발되고 채택된 아이디어는 실제 호텔에 적용하게 되고 그 결과는 이용하는 고객들이 평가하고 다시 개선한다. 
 구석구석 고객을 배려하는, 생각 못 했던 지점까지 오감을 만족시킬 만큼 민감하게 설계된 공간과 그 공간에서 운영되는 서비스를 만들자면 디자이너 개인의 직관과 창의성을 넘어선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서비스디자인은 고객의 경험을 미세한 감정의 변화까지 포착해서 가시화하고,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험해보고 최종 디자인하는 과정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든다. 스타일링으로만 디자인을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서비스디자인의 가능성을 활용한다면 국내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할 수 있는 효과적 전략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디자이너가 많고, 우리 민족이 가진 창의성, 우리 국민이 가진 불편한 점은 참지 못하고 개선하려고 하는 수요자로의 특징 등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데 아직 제대로 투자해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에 디자인을 제대로 활용할 때 폭발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산업은 아직 R&D가 익숙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R&D 투자는 5%에 불과해 미국 32.1%, 영국 56.3% 대비 크게 미흡하다.44)44) OECD 2016년 자료 기준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은 27.5%임에 비해 서비스업의 비중이 60%가 넘는데도 서비스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다. 
 서비스업은 철저하게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게 될 것인가를 고려하여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개발될 환경에서 제공될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 측정하고 사용자에게 최선의 심리적, 감성적 경험을 주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그것이 최선의 방안인지를 실험하고 검증하는 고객 중심의 체계적인 절차와 방법을 연구개발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욕망을 예측할 수 있을까? 
2014년 8월 23일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빅데이터의 본질은 언어 자원에서 인간의 마음과 욕망을 읽어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엉망진창의 정치 판세에서 누가 어떤 대응을 할지 기가 막히게 잘 예측하는 모 인사는 어떻게 그렇게 예측을 잘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사람이 가진 욕망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 미래 예측의 핵심 역량임을 알 수 있다. 법, 제도, 정치, 사회, 문화, 기술 등 영역의 산물은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욕망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미래를 잘 볼 수 있는가'는 '인간 욕망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잘 볼 수 있는가'와 같은 말이다.





여성은 여성 전용 해수욕장에 가지 않는다
2014년 8월 6일(2015년 1월 4일 수정)
사진 출처 : 한국일보. 2014.7.11. http://www.hankookilbo.com/v_print.aspx?id=1224cbc77bb047f3a72cee2645088f12 

 2014년 여름 강원도 강릉 사근진에 국내 최초로 비키니족을 위한 선탠 전용 해수욕장이 생겼다. 이 해수욕장은 기획 과정을 볼 때 수요자 중심의 해수욕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강릉시는 전년도 피서객을 대상으로 벌였던 수요조사를 통해 나타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시선을 싫어한다는 의견에 주목했고 그 요구에 따라 전용 해수욕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름철 이용자 수는 전년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사용자에게 원하는 것을 묻고 그것을 제공하는 1차원적 수요자 중심 정책은 실패하기 쉽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가 되었다. ‘여자를 너무 몰라~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이 폭망한 이유?’(국민일보 쿠키뉴스, 2014.7.31.)라는 기사에서는 “남자가 없는데 비키니가 뭔 소용?”, “비키니를 차려입고 해변을 찾는 여성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라는 등 시민들의 의견을 통해 수요자 의견을 그대로 받아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사에서 주목할 점은 강릉시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정책 공급자의 인식이다. 시 관계자는 “더 홍보해서 이용자가 늘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방문객이 줄어든 이유를 ‘홍보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문제가 근본적으로 수요자의 욕구를 포착하지 못해서 일어난 실패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과 대응의 패턴은 2011년 엄청난 국민적 비난을 받고 폐기되었던 3색 화살표 신호등 체계 도입과 관련된 정책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은 “홍보가 부족했다”라며 지속적 홍보를 하면 혼란이 사라질 것이라 주장했는데 혼란에 따른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이 정책은 폐기되었다. 
* 조현오 경찰청장 "3색 화살표 신호등 밀어붙이겠다"(2011.4.25. 뷰스앤뉴스)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4711* 조현오 경찰청장, 3색신호등 전면폐지 (2011.5.16. 뷰스앤뉴스)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75339
 위의 실패사례는 정책 설계자들이 정책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수요자의 의도와 욕구를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닐까, 문제 정의를 잘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는 것이 아니라 홍보 부족을 문제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홍보란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공급자가 의도하는 방향성을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일방적인 특징이 있다. 이것은 정책 공급자들이 정책의 과오를 찾아 해결하는 데에도 여전히 공급자 관점으로 사고하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정책은 정책 과정에서 의제를 구체화하고 해결 방법을 결정하는 초반부보다도 일단 확정된 정책을 적용하고 알리는 후반부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고착화되었는지 모른다. 대규모 홍보를 통해 수요자의 인식을 조정하고 받아들 수 있도록 강제하는 공급자 관점의 방법을 취해온 것이다.  정책 공급자는 정책 과정의 초반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지점임을 인식하고 수요자의 잠재 욕구를 발견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문제 정의를 해내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구축해야 한다. 수요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실현한다고 해서 수요자가 의도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없다. 수요자가 무엇을 요구했건 간에 결과적으로 수요자가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정책이라면 성공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구의 요구를 들을 것이며, 어떻게 그들의 요구를 찾아내야 할지에 대해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

‘여자를 너무 몰라~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이 폭망한 이유?’(국민일보 쿠키뉴스, 2014.7.31.)참고 동영상 : VJ 특공대-국내 최초 '비키니 해변' 강원도 강릉 사근진http://www.youtube.com/watch?v=KgPK92SU_-M관련 글 : http://cafe.naver.com/usable/2029
의사와 디자이너
2014년 8월 3일

 병원 혁신의 모범, 메이요 클리닉의 혁신을 이끄는 곳은 내부의 이노베이션 센터(Center for Innovation)이다. 이노베이션 센터 직원 약 60명은 이질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15명 이상이 디자이너들로서 병원을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병원의 대표적 서비스 제공자는 의사이다. 의사는 새로운 것을 섣불리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만약 검증되지 않는 지식과 기술적 시도를 장려하는 병원이 있다면 나 역시 그곳을 절대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아는 사람들에게 가보라고 권하지도 않을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가능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새로움을 추구해서는 안 되는 업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디자인업의 속성은 그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새로움의 창조는 디자이너들의 본질적 속성이다. 그들은 언제나 기꺼이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앞서 가보지 않았던 길을 찾아내고자 한다. 불안정하지만 변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혁신의 동력원이 될 가능성이 큰 업역으로서 특성을 갖는다. 
 병원이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본질적 특징을 갖는다면, 그렇지 않은 반대 특성을 갖는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메이요 클리닉, 카이저 퍼머넌트,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 세계적으로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병원들은 그래서 모두 내부에 디자인 조직을 갖추고 그 조직을 중심으로 수요자 중심의 혁신이 실현되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앞서 설명한 맥락에서 볼 때 타당한 해결책임을 알 수 있다.

 언젠가 ‘어플라이드’(applied)45)45) 어플라이드(applied) : 영국의 디자인전문기업 https://www.appliedinformation.group/
의 시니어 디자이너인 김경모 님이 아래 자료*를 소개해 주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의사들은 그들의 의사결정이 가져올 영향력과 그에 따르는 책임성 때문에 전통적으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직군이 되어 있는데 반해 디자이너들은 반대로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직군이어서 단기적 혁신(rapid prototyping)을 실험해보면서 의료서비스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가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둘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이를 공공정책의 영역에도 대입해 본다면, 공공부문에서 혁신을 위한 위험 감수는 디자이너들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도 했다. 나도 이제야 그 뜻이 무엇이었나 약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참고자료 : http://nexus.som.yale.edu/design-mayo/?q=node/104http://cafe.naver.com/usable/2029 

서비스를 만들면 다 서비스디자인?
2014년 7월 10일 

 서비스 혁신은 디자인뿐 아니라 경영학, 마케팅,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등 학문에서 나름의 접근법을 발전시켜가면서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요즘 서비스디자인은 지나치게 일반화된 개념으로 오해받고 있는 점(모든 서비스 개발을 서비스디자인이라 부르는)이 위기인 것 같다. 서비스디자인이라 불리는 내용을 보면 '서비스디자인'을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실은 서비스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도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된다. 그 결과로 서비스디자인이 전문적 영역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이 아니라 서비스를 디자인(=기획, 개발의 개념으로 사용)하기 쯤으로 오해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타 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디자인 관점의 서비스 혁신 사례를 차분히 만들어가야 할 디자인산업으로 봐서는 위기라 할 수 있다. 링크된 사례는 '서비스 혁신 경연대회'나 '서비스 개발 공모전'과 같은 이름이어야 옳을 것이다. 

http://mnews.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otal_id=15213431


디자인 없는 서비스디자인?
2014년 5월 17일 

 최근 서비스디자인을 다루는 교육이 생기고 있는데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강의자를 통해 실행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수업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안내문만으로 파악한 것이라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서비스디자인이 디자인산업의 미래를 확장하는 중요한 도입에 있는 시점에서 위협이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어떻든 신호를 내야 하지 않을까? 국내외적으로 서비스디자인이 엄연히 디자인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형성되어가고 있는 만큼, 서비스디자인 교육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가, 적어도 디자인 전문가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사 이력을 보아서 디자인 전문가로서 훈련되었는지 여부, 서비스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을지 등을 살펴보고 선택해야 할 일이다.

규제인가, 안전망인가?
2014년 5월 9일 

 최근 몇 년, 정부는 국가가 해야 할 역할 - 사회 안전망, 기간산업, 기초 기술개발 - 을 축소, 공공의 기능을 민간으로 이전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민간 기업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규제(장벽)를 없애는 것을 기조로 해 왔다. 막 그렇게 내달리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 왔던 사회적, 정신적 자산이 모래 무너지듯 속속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특히 세월호 사고 대응으로 볼 때 공공영역의 전문성이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공영역의 전문성이 왜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가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욕정의 여신 비너스
2014년 4월 4일 

 아프로디테(Aphrodite = Venus 비너스)는 미의 여신이면서 욕정의 여신이기도 하다. 그녀는 최고로 아름다운 여신임에도 신 중에 가장 추남인 헤파이스토스(Hephaestos)와 결혼했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한테 번개를 만들어 바친 재주꾼이지만 다리 불구에 얼굴이 찌그러진 신이다. 제우스는 번개 선물의 보답으로 아프로디테를 그와 결혼하게 한 것이다.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는 신 중에 유일하게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개발자로서 발명가 또는 엔지니어, 디자이너를 상징한다. 그래서 신 중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던 신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신들의 요구에 부응하느라 야근도 잦고 예쁜 부인과는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억지로 결혼은 했지만 못생긴데다 집을 등한시하는 남편을 싫어했던 아프로디테는 사람과 신을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교제를 하게 되는 데 우선 헤파이스토스의 형인 아레스(Ares = Mars 마르스)와 연애를 하게 된다. 아레스는 전쟁의 신으로, 신 중에서도 꼽힐 만큼 멋진 외모에 힘도 셌지만, 머리가 영리하지 않고 살육으로 점철된 전쟁을 일삼는 잔인한 성격으로 다른 신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받던 신이었다. 심지어 부모인 제우스와 헤라도 못된 성격의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아프로디테가 대낮에도 아레스를 집에 끌어들여 관계하는 걸 보다 못한 태양의 신은 헤파이스토스한테 이를 고자질한다. 믿을 수 없었던 헤파이스토스는 확인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들어 침대에 쳐 두고 대장간 갔다 오겠다고 나가는데, 아프로디테는 아레스를 또 침대로 불러들이고 둘은 그물에 걸리게 된다. 헤파이스토스는 모든 신을 초대해 둘이 붙들려 있는 장면을 구경시켰다. 망신을 당하긴 했는데 오히려 이 사건으로 많은 남자 신들이 그녀의 벗은 몸에 반해 접근을 하는 바람에 이후 아프로디테가 이후 더 많은 불륜을 이어가는 계기가 된다.
 영어로 Mars 마르스는 화성, Venus 비너스는 금성을 의미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기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성격은 나쁘지만 매력적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능력도 있고 성실하지만 매력도 없고 연애는 서툴러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남자. 삼각관계의 한 유형을 보여주는 세 명의 신 이야기였다.

출처 : 쓸만한웹 http://cafe.naver.com/usable/2893 
서비스디자인의 미래는?
2014년 3월 30일 

국내 수요시장(의료서비스)이 성장함에 따라 서비스디자인 제공자가 디자인 이외의 영역(경영컨설팅)에서 나타나고 있는 예 
'컨설팅에 대한 유감' 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4032600040 
-> 기존 경영컨설팅 기업이 대안적 방법을 모색 중이며 서비스디자인 분야로 진출하고 있음. '생산성본부, ‘감성메디컬’ 등 병원서비스 교육과정 개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16722 -> 경영컨설팅 전문가로 서비스디자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 
서비스디자인 시장 도입기에 생기는 디자인과 경영컨설팅 간의 다툼과 우려에 대한 글 '서비스디자인 2020,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가?'를 참고할만하다.영국 임페리얼 대학 Bruce S. Tether 교수. 터치포인트저널3. 2010 http://cafe.naver.com/usable/1082

시장을 위한 디자인, 여수의 부엌
2014년 3월 21일

 남쪽 끝 도시 여수에 평생 집과 시장만을 알아 ‘집시’라 불리는 시장 아줌마들이 있다. 이들이 노래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아가며 합창단을 만들고,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 기업을 만들고 사업을 키우는 이야기, ‘여수의 부엌 주식회사’를 소개한다.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사업인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의 결과의 하나로 시장 안에 설치되었던 노래방이 30여 년간 교류가 많지 않았던 전통시장의 아줌마들을 하나둘 모으게 되고 이들은 합심해 ‘동백아가씨합창단‘이라는 합창단까지 만들게 된다. 그런데 오래가지 않아 운영에 필요한 지원금이 끊기게 되면서 합창단은 해체 위기를 맞게 된다. 다행히 지역신문에 그 현실이 보도되면서 주민과 공무원들의 관심을 얻게 되어 다시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 그때부터 아줌마들은 앞으로 언제든 지원금이 끊기면 합창단이 해체될 수 있겠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합창단을 지속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이상환 소장은 이들을 도와 각자의 강점을 찾고 이것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자리 잡게 할 수 있도록 회사를 설립하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여수의 부엌 주식회사’이다. 
 ‘여수의 부엌’은 지역 요리전문가를 발굴해 요리 경연대회를 열고 이를 통해 레시피를 개발한다. 차별화된 레시피는 지역 특산물로 한 가족이 3번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으로 패키징 되어 집에서 물만 붓고 끊이면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식자재 배송 서비스로 발전되게 된다. 대표 상품으로는 가오리찜 '앗싸 가오리' 등…. 많은 사연과 가능성을 안고 있는 사업이지만, 현재는 해산물 중심의 식자재 사업인 관계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사업의 성패와는 별개로 ‘동백아가씨합창단‘ 아줌마들은 스타킹에 출연해 우승하게 되면서 지역 거리공연에 초청되는 등 동네의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따뜻한 디자인, 디자인이 시장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개발 :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이상환 대표 관련 기사 : “노래 덕에 시장 활력…여수명물 됐지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9510.html 여수교동시장 동백아가씨합창단 & 여수의 부엌. 전통시장은 살리고~! 지역은 보듬고~! http://www.sijang.or.kr/data/bbs_append/201202/20120227094213921.pdf 커뮤니티 디자인 연구소의 프로젝트 http://cafe.daum.net/hybridedu/QL5o/123?sns=facebook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상환 (사)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소장 http://www.kmua.or.kr/paper/special.asp?pmode=view&IDX=3467&p=1&Foreword=%C5%AC%B7%CE%C1%EE%BE%F7 


* 사진 출처 : http://dolsilnai.co.kr/news/magazine/sibizi_02.pdf
엔진의 서비스디자인
2014년 3월 15일 

 엔진의 서비스디자인 프레임워크 영국의 서비스디자인기업 엔진은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프레임워크에 기준하여 프로젝트 성격을 규정한다고 한다. 

01. 서비스 역할 정의 고객의 생활 속에서 우리(클라이언트를 의미함) 서비스의 역할 정의 
02. 서비스 원칙 수립 조직 내 디자인과 의사결정의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명확한 서비스 목적, 원칙 수립 
03. 서비스 가치 제안 타 서비스와 차별적이고 고객들이 서비스를 구매/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서비스 혁신적 아이디어 제안 
04. 서비스 모델 고객의 일상에서 서비스의 역할을 제대로 충족/수행하고 가치와 이윤을 창출하는 서비스의 운영 모델 제시 
05. 플랫폼 요구사항 서비스 운영에 필요하고 고객이 원하는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플랫폼 요구사항들을 제시 
06. 프로세스 관리 가능, 향상할 수 있고 유지되는 방법으로서 요구되는 경험을 전달하는 서비스의 (운영) 방법 규정 
07. 사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믿음과 행동 양식 제시 
08. 제공 요소(offers) 사람들이 교류(interact)하고 구매하는 개별적/ 분리된 서비스 분야 제안 
09. 여정과 경험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경험과 상호작용 창출을 위해 어떻게 서비스들이 결합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여정과 경험 제시 

* 번역 : 김정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지털융합팀 과장 
* 엔진 서비스디자인 프레임워크의 활용 :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디자인이 달성가능한 큰 비전을 보여주고 그들의 의도와 욕구에 맞는 결과물이 어떤 것이 될지 보여줌으로써 과업의 목표와 범위를 분명히 규정하고 합의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는 01~04와 09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협의 시 사용하게 된다. 
http://enginegroup.co.uk/approach/


고령자의 사회적 가치
2014년 3월 6일

 고령자의 사회적 가치.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겪어온 고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땅히 두려워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한 자각을 제공하는 존재로서의 유용성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에 고령자가 없다면,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동물처럼 몸을 함부로 굴리다가 곧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고령자는 사회가 긴장을 유지하게끔 하는 세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인들의 삶을 개선하고 그들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http://www.ted.com/talks/jared_diamond_how_societies_can_grow_old_better?language=ko


다양성의 필요성
2014년 3월 6일

 환경을 극복하여 이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작물의 단 품종 대량생산이라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그것이 생태계에 미친 결과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단품종 작물이 재배되는 곳은 개체의 다양성이 사라진 결과로 특정 병충해에 취약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로서 살충제가 고안되어 많은 양의 살충제가 사용되게 된다. 살충제는 많은 벌을 죽이고 있고 벌의 죽음으로 식물의 수분이 일어나지 않게 됨으로써 꽃과 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의 욕심이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교훈 -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우선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또는 다양성을 파괴하는 제도는 제거되어야 한다.) - 지나친 욕심을 부추기는 환경조건은 규제되어야 한다.(또는 우리는 모두의 생존을 위해 지나친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

http://www.ted.com/talks/marla_spivak_why_bees_are_disappearing?language=ko


가우디 건축 이야기
2014년 3월 1일

 화려한 타일 도마뱀으로 알려진 가우디의 구엘 공원에 얽힌 이야기이다. 가우디는 그의 재정적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의 돈으로 60채의 고급 빌라촌을 조성하고자 했는데 사람들의 무관심에 분양미달 사태가 나면서 노후대책에 실패하게 된다. 세 집만 분양되었는데 그것은 구엘, 가우디의 간곡한 부탁을 받았던 변호사 친구, 그리고 가우디 본인의 집이었다. 자금난으로 단지 입구에 있는 관리사 사무실과 관리사가 주거하는 집, 두 개만 간신히 완성하였고 분양되었던 세 개의 집은 지어지지도 않았다. 가우디는 이후로 여기 거주하면서 그곳을 빌라촌으로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공원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까사 밀라. 가우디가 시내에 만들었던 독특한 거주용 아파트도 당시 건축된 후 주변의 집값이 동시에 떨어질 만큼 추한 건물로 갖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가우디는 너무 앞서가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일생을 통해 입증하신 분이다.
휴스턴 공항의 못된 디자인
2014년 2월 23일 

 이용자를 더 수고롭게 해서 불만을 없앤 공항이 있다. 휴스턴 공항이다. '수년 전 휴스턴 공항의 경영진은 골치 아픈 고객 관련 문제를 겪었다. 고객들은 수하물 찾는 곳에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계속해서 과도할 정도로 불평을 쏟아 내었다. 이에 대응하여, 경영진은 교대제로 일하는 수하물 담당자의 수를 늘렸다. 그 계획은 효과적이었다. 평균대기 시간은 8분으로 줄어들었고 이는 업계 평균과 비교해도 훌륭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불평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머리가 아파진 공항 경영진은 더 철저하게 현장을 분석했다. 그들은 승객이 도착 게이트(arrival gates)에서 수하물 찾는 곳까지 이동하는 데 1분이 걸리고 자신의 가방을 찾는데 추가로 7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꿔 말하면, 승객은 전체 시간 중에서 대략 88%의 시간 동안을 가방을 찾기 위해 우두커니 서서 기다린 것이었다.그래서 공항 측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하기로 했다. 가방을 찾기 위한 대기시간을 줄이는 직접적인 방법 대신, 도착 게이트를 공항 터미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켰고 가방은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의 가장 바깥쪽에서 찾을 수 있게 했다. 승객은 이제 가방을 찾기 위해서 전보다 6배를 더 걸어야 했다. 그 결과 불평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이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법칙을 도출할 수 있다. 기다린다는 경험은 그 대상이 수하물이든 식료품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기다림의 실질적인 시간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다. M.I.T.의 활동 연구원인 리차드 라슨(Richard Larson)46)46) 그는 줄(lines)에 관한 세계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라슨 박사의 줄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컴퓨터 기술(예: 대기 추론 엔진, 하이퍼큐브 대기 모델)을 탄생시켰고, 전국 매체에 광범위하게 보도되었다.
은 "종종, 줄을 서서 기다릴 때의 심리 작용이 기다리는 것 그 자체에 대한 통계 자료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사용 중인 시간(occupied time, 수하물 찾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은 비어 있는 시간(unoccupied time, 수하물 컨베이어에서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는 것) 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라고 주장하였다. 
번역 : http://www.playwares.com/xe/game/24339897 원문 : 'Why Waiting Is Torture'. Alex Stone. 뉴욕타임즈. 2012.8.18. http://goo.gl/nPpfVX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은 사용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한 디자인이지만 수화물을 기다린다는 심리를 줄이기 위해 6배나 더 걷게 만든 휴스턴 공항의 조치는 악한 디자인이다. 모든 사람이 더 걷게 만들면서도 문제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은 시간, 작은 수고일 수 있지만, 이용자들의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겐 또 얼마나 힘든 일일까? 이 사례는 나쁜 의도의 디자인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면서 기업이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될수록 기업으로서는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자는 피해를 보는 방향으로 세상이 변해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사례이다. 거대한 시설과 시스템이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라서 더 바뀔 수 없는 문제처럼 보이게 바꾸어 버리는 디자인, 그래서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디자인이다.(수화물이 멀리 있다고 해서 누가 감히 공항 설계를 바꿔 달라고 할 수 있을까?)  터치포인트가 잘못 디자인되면 그 문제를 발견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시스템이 악하게 디자인되면 사회적 약자는 힘들지만 내색하지 못하고 따르게 되고 일반인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 제기해야 할 생각조차 못 하게 된다. 공공서비스는 대체로 시스템이자 인프라이다. 공공서비스가 잘 못 디자인되면 휴스턴 공항의 경우처럼 모든 사람이 불편하고 환경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공서비스가 잘 디자인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못 되 먹은 디자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요구수준을 갖는 강한 포스의 수요자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 공항은 왜 이리 쓸데없이 커서 짐 찾으러 어디까지 가게 하는 거야?" 체면 따위 안중에 없이 이렇게 큰 목소리로 시스템에 관한 문제를 제기를 할 수 있는 예민하고 성난 고객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따지기 좋아하고 요구수준이 턱없이 높은 악성 소비자들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이들은 국제 수준으로 볼 때도 매우 까다로운 강력한 소비자일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서비스 혁신을 위한 외인부대로 국내 공공서비스나 나아가 해외에서도 활약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1960년대 서독에 파견 갔던 광부처럼, 4차산업혁명의 역군이 될 수 있지 않을까?참고한 글 : http://likelink.co.kr/21135 
공공서비스디자인, Dott07
2014년 2월 20일

 ‘건축가들에게 고함(Dear architect)’은 Dott07(2007년 영국의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서비스디자인기업인 엔진이 수행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이다. 
 Dott07는 영국 북동부지역을 대상으로 디자인카운슬과 북동부지역개발기구, 서비스디자인기업, 현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실행된 공공서비스 혁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시범사업이다. 기존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사회 문제를 건강, 식량, 이동, 에너지, 교육의 5가지 주제에 대해 8개의 프로그램이 실행되었고, 이를 통해 디자인이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차별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약 6백만 파운드(약 11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engine, thinkpublic, liveIwork, designoptions, zest innovation 등 6개의 서비스디자인기업 주도로 실행되었고 전폭적으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이 적용, 실험되었다. 2007년 10월 'Dott07 페스티벌'에서 그 결과가 발표되고 종료되었다. Dott는 원래 영국 디자인카운슬이 주요 5개 지역에서 2년씩 총 10년 간 운영을 목표로 했던 디자인 프로모션 프로그램으로 Dott07 이후로는 2011년 영국 콘월 지역에서 운영되었다.
 ‘건축가들에게 고함(Dear architect)’은 Dott07으로 실행되었던 프로그램의 하나로, 새로운 학교 만들기라는 주제이다. 일률적인 학교 건축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를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건축가에게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이다. 디자인 리서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증명함으로써, 설계 시공으로 이어지는 공공부문 건축계에 지역사회와 인간 중심의 학교 건축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던 프로젝트이다. 

'Dear architect' 보고서 
http://www.ournewschool.org/assets/pdf/Dear_Architect.pdf
Dott07 보고서(번역본)
https://www.slideshare.net/hwara/27-dott07 
Dott07 보고서(원본)
https://www.designcouncil.org.uk/sites/default/files/asset/document/dott07.pdf 
‘디자인보다 편의성’이라고?
2014년 2월 9일

"디자인보다 편의성을 키웠다"라니, 대체 그런 말이 어디 있나? 
"엔지니어링에도 신경을 썼지만, 생산성을 높이는데 더 비중을 두었다.", "좋은 건축에도 신경 썼지만, 그보단 사람이 편한 공간을 만드는데 더 신경을 썼다"라는 말이 이상한 것처럼, 이상하게 들린다. 사용자 편의성은 매력적인 형상성과 함께 디자인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다.
"외관도 매력적이지만 편리하기도 한 디자인"이라고 해야 바른 말일 것이다. 

"디자인보다 편의성 키웠다" 윤부근의 세탁기 유럽서 호평. 2014.02.05.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88514 


디자인이 뭐길래?
2014년 1월 30일 

 나는 국내 디자인산업과 디자이너의 위상에 대해 일반인들의 착시가 매우 큰 편이라고 느끼는 편이다. 산업 규모나 종사자 수, 영향력 등이 과다하게 부풀려져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는 시각은 곧이어 '디자인이 뭐길래, 모든 것을 다 한다고?' 하는 식의 비아냥, ‘디자이너가 뭘 알아서….’ 라는 식의 비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사 중 디자이너가 얼마나 되나? 모든 국민이 아는 디자이너가 누가 있나?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있다고? 그는 산업디자이너가 아니다. 대량생산하는 대중 의류 제품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에 가깝다.반면 사회지도층 인사라 할 국회의원, 장관, 정치인,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관계자, 공공기관 종사자들, 고액연봉자들, 대기업 경영진 중에 이공계, 개발자 출신들은 숱하게 많다. 디자이너 출신들은 어디 숨어 있는 것일까? 언제 디자이너에게 기회를 줬었던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 나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외부에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만큼 사회적으로 그들에게 적절한 기회가 주어졌던 적이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헨리 드레이퍼스
2014년 1월 20일 

 헨리 드레이퍼스는 여러모로 새로운 디자인의 지향점을 제시한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를 위한 리서치 매뉴얼'47)47) 제니퍼 비쇼키 오그래디 외. 2012. 디자인리서치앤플래닝
에서는 디자인에 리서치 프로세스가 개입된 역사를 소개하면서 바우하우스의 디자인교육을 그 시작으로 제시하면서도, 실제 사례로는 헨리 드레이퍼스의 저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1955)에서 소개된 방법을 디자인 리서치의 기원으로 소개하고 있다.드레이퍼스는 스튜디오 벽에 붙어있던 평균적 인체 측정 치수로 사용되는 남녀 인체 척도에 '조'와 '조세핀'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구체적인 성격과 개성을 불어넣음으로써 사용자의 욕구와 감정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활용하였다. "강한 빛과 공격적인 색에 동요되어 여러 번 알레르기, 심리적 불안, 강박현상을 일으켰다. 그들은 소음에 민감하고 불쾌한 냄새를 꺼린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상황과 이야기 속에서 이들의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다.48)48) 디자이너를 위한 리서치 매뉴얼 15p, 디자인리서치앤플래닝, 2012
 
위의 이야기로 알 수 있는 점은, 근거 기반의 디자인 리서치의 역사가 퍼소나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 중심, 개인으로서 구체성을 갖는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그가 만들어내는 생생한 맥락과 이야기에서부터 디자인리서치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후 1988년 앨런 쿠퍼가 그의 저서49)49) Inmates Are Running the Asylum, 1988
에서 소프트웨어 인터랙션 디자인에서 사용자 중심 디자인 방법으로서 퍼소나라는 용어와 개념을 정립하면서 발전되어 현재의 방법으로 확산된다.

 디자인리서치의 시작점에 서 있는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 1904-1972). 그는 전설이 된 산업디자이너이다. 최초로 퍼소나 방법(퍼소나라는 이름과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것은 엘렌쿠퍼이지만)을 시도하는 등 리서치 기반의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추구했던 디자이너로 동시대 주목받았던 다른 산업디자이너들이 스타일리스트로 분류되는 것과는 다르게 합리성과 근거에 기반해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한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디자이너의 양심과 철학을 말할 때 대표적 인물로 언급되기도 하는 그는 산업디자이너로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메카시 열풍이 불 때 블랙리스트에 있는 진보적 작가들을 도왔던 점이나 암으로 불치병 판정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던 아내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점 등을 볼 때 인간미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인터파크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
2013년 12월 23일

 ‘관찰의 힘’이라는 책은 최근 경제경영 분야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삼성경제연구소ㆍ현대경제연구원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일제히 올(2013년) 하반기의 필독 도서로 추천하는 책이다. 디자이너가 쓴 책이다. ‘프로그 디자인’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 얀 칩체이스는 디자인 리서쳐로서 일상에서 사용자들의 숨어 있는 욕구를 발견하는 방법과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뿐 아니라 사용자 심리와 욕구 포착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경영자들이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는 방법론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왜 그런 변화가 생긴 걸까? 산업의 변화가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이것은 서비스산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되면서 생기고 있는 일이다. 제조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조서비스화 경향과 서비스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제까지 공급자 위주였던 것이 모두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사용자) 중심으로, 비전(미래 통찰력) 중심으로, 감성과 민감성 중심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요자의 의도와 욕구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술 분야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것은 학문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내부자원을 잘 이해하고 효율화함으로써 차별적 경쟁우위를 지속하고자 하는 관점의 경영학, 경제학, 마케팅 등의 학문 대신, 점차 수요자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되었다. 뇌 생리학, 심리학, 인지과학, 소비자학, 행동경제학, 디자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되면서 디자인 역할도 바뀌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가 두드러지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연구개발의 주도권이 기술에서부터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를 새로 만들 때 우리가 가진 기술로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와 욕구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변화는 세상이 이제 경영과 관리가 아닌, 창의성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경향이 생긴다는 점이다. 2013년 5월, 직원이 2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경영 컨설팅 회사가 피요르드라는 서비스디자인회사를 인수한 사실이 있었다. 5년 전 디자인리서치로 잘 알려진 더블린 그룹이 경영전략컨설팅 기업인 모니터 그룹에 인수되었던 것도 디자인계에서는 중요한 소식이었다. 경영 컨설팅 회사가 디자인회사를 인수·합병하거나 디자인회사와 협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부러운 것 없는 그 회사들이 자신들에게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 의료서비스 혁신 사례로 주목받는 메이요 클리닉, 카이저 퍼머넌트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것은 내부에 있는 디자인 조직이다(사진 : 메이요 클리닉 이노베이션센터 웹사이트). 디자이너는 경영, 공공서비스, 의료산업 등의 공급자들을 자극해 혁신이 일어나게 한다.

서비스산업화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이 두 가지 커다란 변화, -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미래를 설계해가는 것. - 관리와 효율성 중심에서 창조성을 중심으로 혁신하는 것  여러분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받게 될 디자인이 어떤 디자인일 것으로 생각하는가? 
나는 이것이 서비스디자인과 같은 새로운 디자인에 주어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창조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공감력 있는 비전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의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도이다. 미래를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바로 인간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회와 문화, 정치를 변화시키고 법과 제도를 변화시킨다. 최신 과학 기술적 가능성을 토대로 미래를 구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원하게 될 삶의 욕구를 바탕으로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구상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공감을 불러오는 설득력 있는 비전은 사람들을 움직여 결국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도록 만든다.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볼 수 있었던 신기한 인터페이스 기술들은 벌써 80% 이상 실현되었다고 한다.  수요자의 욕구는 의견을 묻는 것으로는 알 수 없다. 우리 자신도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수요자의 욕구를 알아내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트랜드가 아니라 트랜드를 만드는 우리의 욕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파도가 아니라 바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멋진 미래를 디자인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새로운 디자인인 서비스디자인에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발표 자료 및 동영상 : http://www.slideshare.net/sdnight/01-29394535 
수요자 중심의 디자인
2013년 12월 9일

 수요자 중심 개발이라는 명제 앞에서 디자인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 역할자여야 할까? 분명한 것은, 주어진 문제를 개인의 창의성에만 의존해서 해결하는 문제해결자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원인을 가진 큰 문제임에 비해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힘은 너무나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이 계층 간 불균형을 강화한다고?
2013년 12월 1일

‘대학의 공개 온라인 코스는 계층 간 불균형을 강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50)50) http://egloos.zum.com/isao76/v/2445142 


이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첫째,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 사용자에게 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사용자들이 어떤 맥락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인가를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사회의 기반이 되는 서비스는 제공자가 상상하는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닌, 훨씬 낮은 대역에 머물러 사는 누군가를 위해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며 보편적 사회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의 공공서비스라면 평균적 수준의 수용도를 가진 사용자를 서비스의 목표 고객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기술 수용도가 낮은 사용자들에게 그 기술은 고스란히 넘지 못할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정책 대상이 충분히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개발하고 지속해서 개선하는 방법론이 연구되어야 하고, 이 방법이 적용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미래로 나아가려면 과거 정리부터
2013. 12. 1.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정치지도자, 언론인, 학자가 사적인 욕심 때문에 양심을 버리게 되면 그 결과 때문에 모든 국민이 고통받게 된다. 그러니 그것이 재발하지 않게 하자면 호되게 잘못을 처단해야 한다. 그래야 경고로 역사에 남게 되고 잘못은 모두의 상처로 기억되어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경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 돌아온 드골은 가장 먼저 수많은 언론인을 처형했다. 도덕성의 상징이어야 할 언론인들이 불의에 저항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것은 민족을 배반한 반역이라는 것이다. 드골의 임시정부는 국민 중 200만 명을 나치 협력 혐의로 내사했으며, 이중 99만여 명을 일단 체포해 조사했다. 재판 결과 6,763명에게 사형선고(사형집행 767명), 2,702명에게 종신 강제노동형, 1만637명에게 유기 강제노동형, 2만2,883명에게 징역형, 2,044명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시민법정은 9만5천 명에게 부역죄 형을 내리고, 7만 명의 시민권을 박탈했으며 공무원 12만 명에게 파면 등 행정처분을 가했다.(프랑스의 대숙청, 주섭일) 이런 기억을 마음속에 새긴 프랑스는 앞으로 다시 주권을 빼앗기더라도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저항할 것이다.
 바른 미래를 가자면 절대적으로 과거청산이 우선 되어야 한다. 잘못한 점은 분명히 후회하고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게 될 물리적, 심리적 낭비는 상당 부분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한다 어쩐다고 하면서 마치 쿨하게 잊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세련된 것인 마냥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것은 우리의 정신을 무디게 만들고 우리 미래를 정의로운 사회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못된 짓을 조금씩 하다 보면 무감각해지고 결국엔 악마가 되고 마는데, 그것은 정치지도자, 언론인,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그렇다.

뉴스타파 특별기획 MB의 유산 - 2부 곡학아세, 4대강과 학자 그리고 훈장 (2013.11.29)
https://www.youtube.com/watch?v=7dxzbnlm_lY 

폐광지에서 창조성의 메카로 
2013년 11월 30일

 망해가던 지역 도시를 창조성의 매카로 재구축한 사례로 아스펜 연구소의 사례를 소개한다. 콜로라도 주의 아스펜(Aspen)은 본래 미국 최대의 은 광산이었지만 1800년대 후반부터 쇠락하게 되는데, 2차 대전 직후 아스펜을 방문하게 된 백만장자 월터 펩키로 인해 스키장이 개발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월터 펩키는 폐광지역을 스키장으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키로 몸을 건강하게 했다면 상류 인사들의 지성과 영혼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휴양지로 만들자는 취지로 1949년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한다. 이것이 2천 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으는 성공을 거두면서 이를 계기로 그다음 해 인문학 연구 국제 비영리조직인 아스펜 연구소(AI : Aspen Institute)라는 기관이 태어나고 그 후 음악 축제, 국제 디자인 경진대회, 그리고 2005년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까지 확대된다.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음악 축제를 보러 매년 10만 명의 관광객이 아스펜을 방문하고 있으며, 음악제 관련 관광수익이 아스펜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한다. 디자인의 역사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사실로는 1951년 아스펜 디자인학회가 창설될 때 그 주제가 '경영의 기능으로서의 디자인'이었고, 이것이 경영계와 디자인계 인사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매년 한 차례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일주일간 수백 명의 연사, 수천 명의 청중, 백여 개가 넘는 주제로 다양한 국제사회 현안을 놓고 토론회를 통해 새롭고 획기적인 생각을 도출해 내는 아이디어 축제이다. 참석자들이 주로 정·재계와 학계 등지의 주요 인사들이란 점에서 현실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행사이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빌 게이츠가 발표했던 내용이 소개되면서 행사가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이 모두를 이루어 낸 중심에는 아스펜 연구소가 있다. 최고의 싱크탱크이지만 싱크탱크 같지 않은 싱크탱크라고 불리며 다양한 관계자들을 참여시키고 행동하도록 조직화하는 아스펜 연구소는 실행이 강조되어야 할 디자인연구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 참고한 글 : http://azine.kr/m/mireco/list_view2.html?m_code=17802&m_code2=17804&code=20418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8&no=201289 세계를 이끄는 생각, 홍일표, 중앙북스 등




R&D,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2013년 11월 26일

 정부R&D에 있어서도 산업 기술뿐 아니라 인간 욕구에 관한 연구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많은 국제적 기업들은 이미 사용자의 욕구를 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51)51) 삼성전자는 2015년 강남 우면 지구에 디자인R&D 단지인 ‘디자인시티’를 구축, 디자인 관련 인력 1만 명을 운영할 계획. UX, UI 등 삼성전자의 소프트 경쟁력의 원천이 될 예정임 ‘삼성 우면산 디자인시티, 2015년 1만 명 모인다’, 머니투데이, 2012. 5. 4. LG전자는 디자인경영센터 산하 UX 혁신연구소를 2012년 3월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UX 연구소’로 확대 개편. ‘UX 연구소’는 전 제품의 UX 전략 수립, 소비자 연구를 겸하는 콘트롤 타워로서 구실을 하기 위해 디자인, 인지과학, 인지공학, 심리학 분야 전문가 채용을 확대함. ‘LG전자도 바빠졌습니다. UX 기술 확보 총력전’, 아시아경제, 2012. 8. 28. 인텔(Intel)은 2010년 ‘미래 컴퓨팅 시대를 주도하려면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래연구 부서로서 인터랙션과 경험연구(Interaction and Experience Research: IXR)센터 개소. 사회과학, 디자인,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의 전문가들로 구성됨
 수요자의 욕구가 중요한 이유는 욕구에 대응하여 산업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보고 싶다’라는 하나의 욕구는 디스플레이산업, 가전산업, 영화산업 등 많은 산업과 연결되어 있다. TV, 안경, LED, 디지털카메라, 3차원 입체 기술 등 수많은 제품 및 기술과도 연결된다. 사회 발전에 따라 인간 욕구는 계속 고도화되고 있어서 그 욕구가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곧 미래 시장을 발견하는 시야를 얻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정부R&D가 첨단기술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기술을 전제로 하지 않은 R&D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최신 과학과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근간한 한 기술 로드맵을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구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원하게 될 삶의 욕구를 전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구상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것이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정부R&D에 있어서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찾고 심리와 감성을 다룰 수 있는 디자인기술이 연구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http://cafe.naver.com/usable/2700

사회문제를 보는 두 가지 시선 
2013년 11월 14일

사회문제를 보는 데에는 두 가지의 다른 시선이 있다. 
1. 사회 공동의 악으로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해결 방법을 찾기(지금 정부가 사회문제에 관해 접근하는 태도) 
2. 그 문제가 나타난 현상이 인류에 시사하는 바를 찾고 그것을 연구함으로써 새로운 산업을 구상함.

인터넷, 게임 중독
2013년 11월 14일

인터넷, 게임 중독에 관한 생각 1. 
 1928년 TV가 생산되기 시작한 후 약 50년, TV가 보편적 기술로 받아들여져 가정 대부분에 보급된 후인 1900년대 후반부 정부와 언론, 전문가들이 주도해 바보상자가 미치는 해악을 강조하면서 TV 안 보기 운동, TV 중독 법제화가 검토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인터넷이 1900년 후반 등장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매체로 부상하게 된 지금, TV=바보상자라는 이야기 대신 인터넷 중독이 새로운 문제로서 두드러지고 있다. 앞으로 더 혁신적이고, 그래서 더 중독적일 수 있는 무엇인가가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기존 매체를 중독의 원흉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줄어드는 대신, 새로운 매체가 가져오는 해악의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인터넷 중독.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봐야 할까?

인터넷, 게임 중독에 관한 생각 2. 
 중독의 요인은 내적 요인(생리적, 심리적 요인)과 외적 요인(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대체로 내적 요인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외적 요인은 후천적 조건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독 기제에 대한 반응도는 개인별로 차이가 크고, 중독에 빠지게 되고 안되고를 결정하는 것은 선천적, 유전적인 요인이 60%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중독을 결정하는 것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대체로 타고난 요인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것을 정부가 제도와 규제를 통해 중독 여부를 진단하고 평가하고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옳은 것일까? 기술적 가능성을 떠나서, 이것은 인간 존엄성의 문제, 윤리와 가치관의 문제이다. 인류가 중독에 관한 유전자를 밝혀낸 후 이를 제거하고 출산하면 중독 없는 세상을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가능해질 시나리오이다. 부모의 취향과 경제력 여부에 따라 암 발병 요인과 우울증은 없애고 더 똑똑한 두뇌와 우월한 인간성으로 짜 맞춘 아이를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윤리적일까?

인터넷, 게임 중독에 관한 생각 3. 
 중독을 사회적 병으로 규정해 치료하겠다는 관점이 아닌, 중독이 일어나는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중독에 관한 인간 심리와 생리적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 후 그것을 통해 인류가 더 나은 상태로 발전될 방안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어 중독에 관한 요인을 밝히고 이를 역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교육 효과를 높이거나 근로 생산성을 높이거나 비만을 줄이거나 사회 기부 활동을 촉진하거나 공공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거나 하는 등등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를 위한 디자인
2013년 11월 13일

 카네기멜런대학에도 내년 2학기부터 서비스디자인과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전공 석사가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일반명사가 된 'Service Design'이 아닌 'Design for Services'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것은 'Service Design'이라는 이름과 비교해 볼 때 '디자인의 대상으로서 서비스'를 연구한다는 관점이 있는 것이라고 보는데, 이것은 현재 서비스디자인이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정황(공공정책, 공공서비스, 사회혁신, 제조서비스화, 제조의 지속가능성 확장 등등.)을 포괄하기에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다른 전공이 운영된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 물론 전문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것이다.
사실 사회혁신과 서비스산업을 위한 디자인은 너무나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https://design.cmu.edu/programs/grad


디자이너는 생태계의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2013. 10. 29. 

존 타카라의 강연 중 꼭 기억하고 싶었던 내용을 메모하였다.
 
 ‘최근까지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사물, 환경의 외양에 집중되었었다. 이제 디자인의 새로운 목표는 사회, 경제, 환경, 문화의 변화 속에서 자동차, 건설 등 경제의 하위 부문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현되는 것이 되었다. 이것은 필요에 의한 반응이다. 디자인은 이제 사회를 복원시키는 힘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경제에 대한 철학적 태도도 변화되고 있다. 인간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를 추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창의성의 시대의 가치 기준은 더 물건을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경제는 미래가 없다. 더 적은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도 함께 사회와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가가 창의성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사회 대변혁의 미래로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생의 관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존 타카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태계의 정원사’가 될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그럼 아버지는?
2013. 10. 21. 

 창조성에 대한 전문가 로저 본 외흐 박사는 그의 책 '생각의 혁명'이라는 책에서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놀이는 발명의 아버지라고 표현한다. 어떤 경우에 창의적인 생각이 가장 잘 떠오르는가를 수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필요가 있을 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는데, 그런 대답이 나온 것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놀 때 등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유희적인 태도는 창조적 사고의 기본이다. 정신의 운동장에서 놀고 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방어체계가 무너져 있고, 정신적 감옥이 느슨해져 있으며 규칙이나 실용성에 대해, 그리고 잘못될 위험에 대해 덜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고 있을 때 우리 스스로는 현실을 재창조하고 이미 정해진 방법을 의심해보게 된다.‘

출처 : 생각의 혁명, 로저 본 외흐, 2002, p101
사소한 혁신, 위대한 결과
2013. 9. 7. 

 사소한(?) 사용자경험이 누군가의 인생을, 세상을 좀 더 살만하게 바꾸고 있다. 언제인가 장애인개발원의 담당자로부터 시각장애인들은 애플을 너무나 고마운 제품으로 표현하는 반면, 삼성은 사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을 들었다. 아마도 살짝 높은 문턱과도 같은 작은 불편함 몇 가지가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문턱은 베를린 장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제품에 사용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구현되자면 개발자나 디자이너 각자가 모두 높은 감수성과 불편에 대한 고도화된 민감성을 가져야 하고, 표나지 않는 수고에도 투자를 마다치 않고 기다려주는 경영자의 의지도 필요하다. 작은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모두 필요한 것이다.
사소한 혁신은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글 : http://xguru.net/623 

서비스산업, 어떻게 변화될까?
2013년 10월 22일

 산업간 융합 확산으로 기술 융합, 제품 및 서비스 융합 등이 촉진되는 방향으로 산업 생태계의 진화가 예상된다. 미래 융합생태계가 기존 서비스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기존 서비스산업의 제공자와 전달체계가 더 적은 자원으로도 더 큰 효과를 미칠 수 있게 더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지식서비스 및 디자인을 활용하여 가격 및 기술 경쟁력 외에 고부가가치 서비스 창출을 통해 산업이 고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서비스산업은 관광,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타 서비스산업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창조하게 될 것이며, 가전제품, 운송기기 등 제조산업과도 융합되면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 다양한 산업이 창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기존에 서로 관계될 일이 없었던 A 산업과 B 산업이 서로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수요를 파악하는 예민함과 다소 엉뚱한 창의성이 필요하다. 융합을 통한 신시장 창출을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안에서 요구되었던 경쟁력과는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잠재된 욕구를 발견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낯선 대상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연결자가 필요해진다. 이 연결자는 위험회피의 성향과 거리가 먼, 주어진 조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자여야 한다. 디자인은 본래 연관이 없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 산업과 산업을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은 융합의 촉매로서 서로 관련성이 낮았던 개념과 사물을 서로 연결하고, 서로 만나지 못했던 기술과 기술,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http://cafe.naver.com/usable/2634 

공짜 모기장이 가져온 일
2013년 10월 20일

 한 장에 2달러인 모기장이 없어서 매달 15만 명에 달하는 어린아이들이 아프리카에서 죽어가고 있다. 국제원조로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보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김정태 MYSC 이사님으로부터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 모기장이 지원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 어느 지역, 말라리아로 많은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국제원조기구를 통해 대규모의 무료 모기장이 배급되었는데 이를 통해 말끔히 해결된 것처럼 보였던 것이 불과 2, 3년 후에 다시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외로 대량의 무상원조가 원인이었다. 원래 중국산 싼 모기장이 유통되고 있었는데 무상원조로 인해 그 유통시장이 파괴되었다. 그 결과 이제는 낡은 모기장을 대체할 모기장을 사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어 결국 원조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 경제학자인 담비사 모요는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에 모기장 보내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그 지역의 모기장 제조업체를 말라 죽게 하고 주민들의 일자리를 뺏는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한다. 작던 크던,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바른길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관련된 읽을거리 : http://news.donga.com/List/ColumnGHM/3/040134/20130404/54183236/1 
생태계가 망가진다면
2013년 10월 20일

 패션의류산업은 우리나라 근대화에 큰 공로가 있는 산업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미국, 호주에 많은 양의 코듀로이(골덴)를 공급했지만,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코듀로이 생산을 전면 중단하게 되었다. 한국에도 좋은 코듀로이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있었으나 국내 대형 의류사들이 가격이 싼 중국제품을 구매하면서 수요가 사라져 어느 순간 제조사들이 모두 문을 닫는 지경이 되었다.(당시 좋은 품질의 코듀로이를 생산하던 한 업체 사장님이 골프연습장으로 업종을 바꿨다는 말도 들었다.)  품질 수준을 낮추어 대충 제품을 만드는 중국산이라 속여 저가로 수출하는 출혈경쟁으로 연명하는 기업도 나타날 정도였다. 생태계가 손상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의 이야기로는 이제 중국산 말고는 너무나 비싼 유럽산 제품밖에 없어 선택할 대안이 없다고 한다. 중국산 코듀로이의 가격은 다시 오르고 있다. 적당한 가격에 품질 좋은 코듀로이를 구할 방법은 이제 사라졌다.(옷장에 10년 이상 된 국산 코듀로이가 있다면 지금의 코듀로이 제품과 그 품질을 비교해보기를 바란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대기업의 이기심과 해외 기업의 공격으로 귀중한 국내 산업화 자산이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유지를 위해 정부는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 따위는 없다. 
심장마비를 이겨 낸 문화
2013년 10월 19일

 1950년대 후반 미국 성인 중 사망률 1위의 병인은 심장마비였다. 그런데 우연히 펜실베이니아의 로제로(Roseto)52)52) 로제토는 이탈리아에서 이주한 사람들로 구성된 2천명 규모의 마을이었다.
 지역에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한 오클라호마대학 의대 교수였던 스튜어트 울프는 이 주제로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 건강관리 연구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유전적 요인, 운동 및 식습관 같은 습관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을 뽑고 있다. 스튜어트 울프 역시 유전, 운동량, 식습관, 환경 등의 요인에서 로제토에 심장마비 질환이 거의 없는 원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가정하에 연구를 시작했으나 어떤 특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로제토는 왜 당시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을까?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무엇일까? 울프는 마을을 거닐다가 로제토 사람들이 서로를 방문하고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을의 사회적인 구조 밑에 깔린 일종의 ‘확장된 가족 집단’이 영향을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해답은 식생활이나 운동, 유전, 환경에 있지 않았다. 로제토 마을 그 자체에 있었다. 기존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게 된 울프의 눈에는 새로운 증거들을 속속 보이게 된다. 로제토에서는 20개가 넘는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세대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으며 노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마을에 퍼져 있었고, 종교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삶의 풍요로움, 타인과의 풍부한 정서적 교류가 일어나도록 하는 문화, 충만한 행복의 느낌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음을 밝혀낸 것이다. 스튜어트 울프의 연구는 당시에는 의료계에서 반응을 얻지 못했던 연구였지만, 최근 선구적 연구로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상은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이다. 의료서비스가 더 강력해지고 개인이 스스로 주의하고 노력하면 보건의료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제는 변화되어야 할 듯하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의 보건의료가 추구해야 할 건강한 삶은 의료산업이나 개인이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의 문제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믿는 사회,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 정의롭고 자유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보건의료 산업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


마에다 건설이 설계한 마징가Z 지하 기지
2013년 10월 17일

 실제 마징가Z 지하 기지를 만들 수 있는 설계도가 완성되었다. 설계한 곳은 마에다건설의 판타지 영업부. 마에다건설은 1919년 설립된 종업원 3천427명의 일본을 대표하는 초대형 토목건설업체이다. 20세기 최대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도쿄만 아쿠아라인 인공섬을 비롯하여, 도쿄도청사,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우나즈키 댐, 홍콩 신공항 여객터미널, 후쿠오카 돔 등 일본 내외의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대공사를 통해 첨단 건설공법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쌓아왔다. 그러나 건설회사는 부정부패, 부정 담합, 야쿠자와의 연계설 등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부정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였다. 이런 와중에 일본 건설사들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기 시작해 마에다 건설의 내부 분위기도 매우 어두웠었던 어느 날, 기획부의 한 직원이 제안한다.
"혼다의 아시모 발표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왜 건설회사는 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가….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도 모두가 꿈꾸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 과정을 고객들에게 공개합시다." 
 이 기발한 제안에 대응해 회사 측은 전폭적 지원을 한다. 회사 내 전문가들 4명을 추려내 '판타지 영업부'를 신설한 것이다. 멋진 일을 해보자는 정도 이외에는 부서의 목표도 딱히 없었다고 한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마징가Z 지하 기지 설계에 돌입한다. 실제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 견적을 내고 공사 기간과 공정 과정, 공정 가능성을 검토하여 실현 가능한 설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젝트이니만큼 원작의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환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진지함을 잊지 않았다. 원작에 ‘마징가Z 기지가 후지산 기슭 남쪽에 있다’라는 단 한 줄의 단서를 토대로 후지산 남쪽 전체의 지질을 조사한다. 그리고 실제 기지가 건설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확보하는 한편, 굴착, 승강기, 배수시설 등이 실제 애니메이션 속의 장면과 일치하도록 설계를 해 나갔다. 심지어 마징가Z 출격에 걸리는 시간이 10초 인 것을 고려해서 10초 내 수영장의 모든 물(약 300t)이 한꺼번에 배수되고, 마징가Z의 격납고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시설을 설계했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의 노력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각계 전문가들과 기업의 참여까지 유도해냈다. 일본 최고의 지진 전문가인 오오시마 요시타카 박사, 쿠리모토 철공소, 히타치 조선, 미쓰비시 중공업 등과 같은 유명 기업들까지 자사 전문가들을 파견하면서 큰 관심을 표명했다. 판타지 영업부는 이 모든 공정, 설계 과정과 부서 회의 내용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고객들과 소통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마에다 건설을 좋아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이후 마에다건설에는 취업 희망자가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총 1억엔 이상의 홍보 효과와 회사의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마에다건설은 마징가Z 기지 프로젝트에 이어 '은하철도999 우주 레일을 건설하라', 그란투리스모4에 들어간 오리지날 서키트인 "그란 파레 스피드웨이"의 공사 견적 개발, 기동전사 건담의 연방군 비밀기지인 ‘자브로’, 우주전함 야마토 기지 등의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홈페이지 http://www.maeda.co.jp/fantasy/ 참고한 글 출처 : 마징가 Z 지하 기지를 건설하라!!!, joaquin (Daum 블로그)http://blog.daum.net/twoten8/91 마징가Z 지하기지 그대로 짓습니다, 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1650245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번역, 스튜디오본프리, 2005.(절판) 
*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의 2번째 프로젝트. '은하철도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 번역서는 판매 중.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016508 

2020년 영화화되었다. <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 감독 : 하나부사 츠토무, 출연 : 타카스기 마히로 등.
숨을 참으십시오
2013년 10월 17일

 20세기 초 헨리 플러머 박사와 그의 팀은 의학적 목적의 엑스레이 사용을 실험하고 있었는데, 멀쩡한 장비를 갖추고도 환자의 움직임 때문에 늘 흐릿한 x-ray 영상을 찍게 되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환자들에게 "움직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환자들은 촬영 때마다 움직였다. 개선되는 바가 별로 없자, 그들은 더 긍정적인 말을 찾았다. 
"정지한 채로 있으세요". 그러나 여전히 환자들은 여전히 움직였고 사진은 흐릿하게 찍혔다. 특히 머리나 가슴을 찍을 때는 더 심했다. 플러머 박사는 그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환자들을 동상처럼 바꾸어 놓는 마술과 같은 한 문장을 찾아냈다. 이 문구가 갖는 놀라운 효과는 입증되어, 오늘날 우리는 방사선실에서 대기할 때마다 변함없이 간호사에게 이 말을 듣게 된다. 
“숨을 참으십시오”라고. 
사소한 세부 사항을 바꾸는 것이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어떻게 변화의 스위치를 찾을 수 있을까?

http://m.credu.com/main/credu/user/hrd/zu_hrData_R.jsp?p_menuid=070010040000000&bbs_seq=NB-20110602AAAAAAAACK8UG 에서 찾은 흥미 있는 글. 
회사에서 레고로 놀기
2013년 10월 2일

 신기할 만큼 레고를 진지하게 업무에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다. 그것은 왜일까? 그리고 그러한 시도들이 효과는 있을까? 특히 서비스디자인에서 경험 프로토타이핑(서비스 과정을 가상으로 실행해보면서 사용자경험을 공유하는 목적)의 용도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재미, 놀이 활동과 그에 수반되는 감정은 창의성을 불러일으킨다. 레고야말로 놀이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레고로 하는 서비스 프로토타이핑은 열정과 흥분,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레고가 아니고 무엇으로 그것을 할 수 있을까? 


사진 : 레고를 이용해 디자인씽킹 워크숍을 하는 장면
출처 : https://thinkjarcollective.com/lego-serious-play-workshops/
http://www.servicedesigntools.org/tools/46 
http://www.seriousplay.com http://portal.acm.org/citation.cfm?id=1621995.1622032 http://www.springerlink.com/content/b0368p1655r23775 
책상 밑에 들어가 보지 않으실래요?
2013. 

 이케아의 디자이너 그레엄 핀들리(Graeme Findlay)가 책상 밑에 있는 아래 사진은 자신의 아이가 체험하고 있는 세계로 들어가 보기 위해 연구 중인 장면이다. 아이들을 위한 수납장은 지금까지 천편일률적으로 네모난 서랍들을 하나로 묶어놓은 모양이었다. 



그림  그레엄 핀들리(Graeme Findlay)


그림  기존 어린이 수납장, IKEA



Graeme Findlay는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어떻게 물건과 환경과 관계를 맺고, 어떻게 물건을 보관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가구와 독특한 관계를 맺으며 가구 자체도 놀이의 대상이 됨을 알게 되었고 정형화된 박스형 수납장 대신 장난감을 고정하는 고무 행거를 디자인하게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하는 행동 자체를 놀이처럼 하게 되는 개념의 모듈형 수납시스템 ‘Makalos’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수요자의 처지가 되어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림   IKEA ‘Makalos’
 

그림  IKEA ‘Makalos’ 모듈




* 참고한 글 : Curious about…Makalos. https://tmblr.co/ZXtYZx4t5Pqs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2013년 9월 28일
 
 우리나라 경쟁력의 여러 요인 중 생산조건에 있어서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전과 출산율 저감으로 인한 생산인구의 빠른 감소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의 산업 육성 전략은 생산인구의 유지 내지는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된다.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할 때도 정책 대상을 - 워킹 전 세대(영유아, 청소년층) - 워킹 세대(직장인, 적어도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청장년층) - 워킹 후 세대(은퇴 후. 생산 활동에 참여치 못하고 있는 노인들)로 구분하고 워킹 전 세대와 워킹 후 세대에 주목하여 잠재 생산가능인구를 생산 활동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워킹 세대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방향으로 사회적 조건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워킹 전 세대는 워킹맘이 될 수 있는 여성들을 일하지 못 하게 하는 요인들(육아·보육, 청소년 교육, 학교 내 안전성 등)을 개선할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워킹 세대에게는 직장을 중심으로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강조될 것이다. 각자에게 더 높은 노동강도가 요구될 것이다. 특히 워킹 세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유도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최대화됨으로 인해서 직장인들의 생활 습관,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워킹 후세대는 지역 사회에서의 교류, 사회참여 욕구가 어떤 세대보다 높아진 세대가 될 것이다. 늘어간 건강 수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쉽게 찾고 일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 등 새로운 형태의 인적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거점을 중심으로 스스로 건강관리 하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세대 간 교류를 높이는 서비스가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세 부분 모두 '개인/가정'이라는 사적 영역과 '병원'이라는 공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영역의 사이에 있는 영역의 중요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워킹 전 세대는 '학교'가 워킹 세대는 '직장', 워킹 후 세대는 '지역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위 내용과 관련해서 읽어보면 좋을 글을 발견하게 되어 공유한다. ‘북유럽 복지가 부럽다면 여성을 일하게 하라!’ 
http://ppss.kr/archives/14257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
2013년 9월 18일

 전문영역으로 구분된 기존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정책과 제도는 한참 뒤에서 허둥지둥 쫓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만날 일이 없던, 다른 물에서 놀던 서비스와 서비스를 연결하여 서로 경쟁재가 되어 버리게 만드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난다. 서비스 공급자는 전달하는 가치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엄청난 가격혁명을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소비자 관점에서 같은 비용에 최대 효익을 가져가려는 욕구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 할 것이다. 기존 서비스영역에서 나타나는 부의 총량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확대되는 식의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

http://slownews.kr/13477 

디자인 컨설팅
2013년 8월 30일

 컨설팅이라는 업의 본질은 어떤 문제가 되었건 적절한 문제를 해석하는 관점과 방법을 갖추고, 그 도구로 병원이든, 은행이든, 사회 각처에서 생기고 있는 문제들을 푸는 것이다. 썩은 이를 잘 치료하는 것이 치과의 전문성이라 할 수 있지만, 이빨을 잘 치료하는 사람이 고객 관점에서 편안한 느낌을 제공하는 치과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듯, 특정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그 영역이 가진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과는 서로 관련성이 없다.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 오래 머문 전문가의 전문성은 그 영역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를 보는 오랜 관습으로 인한 '편견'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 정의를 하고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경영 컨설팅이나 법률, 회계 컨설팅 등 유사 속성을 갖는 비즈니스서비스업의 여타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디자인 컨설팅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느껴져 안타깝다. 
 명백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라 쉽다고 생각되는 것인지, 일부 클라이언트들은 디자이너의 전문적 노하우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관철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그들은 디자이너의 제안에 대해 너무도 쉽게 '나는(= 내 고객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이것이(= 보이는 게 다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알게 뭐람) 마음에 들지 않아요(= 감성, 느낌, 심리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라고 이야기한다.
결과물에 대해 본인의 감상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저의 고객은 OOO에서 과연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디자이너로부터 사업에 도움이 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R&D를 실현하는 디자인
2013. 3. 4. 

기술 주도형 R&D에서 수요자 중심 R&D로 변화의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R&D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2011년부터 지경부가 발표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R&D], [36.5도의 R&D 전략]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시대적 필요에 따라 생겨나고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기술 주도형 R&D), 사용자의 욕구를 토대로 미래 나타날 욕구를 예측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디자인 주도의 R&D)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국제적 기업들 중에도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기업들이 성공하고 있다. 정부 R&D도 이렇게 변화되어야 한다. 디자인은 사람 중심의 R&D를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술 융합이 가속화되고 정부R&D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R&D 예산 투입 대비 성과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실은 이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면 될수록 기술의 첨단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는 것에 반해서 사용자의 기술 수용도는 점진적으로만 증가해서 이 둘 간의 Gap은 더 크게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림  갈수록 첨단기술과 사람의 수용도 간 격차가 커짐



따라서 앞으로 기술개발의 비전과 방향 설정을 인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R&D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 할수록 이 Gap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게 될 것이다. R&D의 혁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 자료 보기 : 
http://www.slideshare.net/usableweb/rd-16919896 



서비스디자인, 린, 에자일 
2013. 2. 17.

디자인, 경영, 기술의 영역에서 최근 10여 년 주목받고 있는 방법들로, 서비스디자인(Servce design),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에자일 방법론(Agile software development)이 있는데 이들은 매우 비슷한 특징을 가진다.
1. 수요자의 욕구에서 출발(Seed base -> Needs base, 기술주도가 아닌 고객 욕구 중심)한다는 점
2. 소규모 반복 실행을 통해 개발한다는 점
3. 맥락과 이야기 중심의 개발이라는 점
에서 유사성이 두드러진다.

린스타트업은 고객에 대한 학습을 토대로 제품/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고객(중심)개발'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주도의 개발과 차이가 있으며, 에자일 방법도 유저 스토리를 토대로 개발 목표와 내용을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의 관점과 매우 유사하다. 린스타트업은 제품/서비스 개발 이후에도 고객에 대한 학습을 계속하면서 지속해서 제품/서비스를 개선한다는 점에 있어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인 애자일 방법론과 같고, 서비스디자인의 프로토타이핑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이유는 뭘까?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봐야 할까?

어른의 책임
2012. 12. 19

 세상은 아직 힘 있는 어른들의 것임을 인정해야 하는가? 그 많은 의혹과 부정들이 약자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수면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다. 진창에서, 바르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좌절감과 무력감. 이것을 깨뜨리는 가슴 뜨거운 지도자는 우리에게 언제 다시 올 것인가? 미약하더라도 정의는 결국 이긴다는 믿음을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해야겠다.


너무 일하는 한국
2012. 6. 1.

 우리나라 근로자 연평균 근로시간이 OECD 중 최고(사실상 세계 최고)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최고의 근로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안 될, 사회문제를 예고하는 무서운 신호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지나치게 일에만 시간을 쏟는 것은 다른 쪽은 소홀하다는 말이다. 극단적으로는 한국인들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못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도 있다. 가정, 동료, 선후배의 교류와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데에 쓰여야 할 시간이 일하는 시간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미래가 손상될 것이다. 인간적 교류가 부족한 우리 후손들은 결국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사회적 비용을 투입해야만 될 상황을 만들 것이다. 정부는 이 지표를 일에 시간을 많이 쓰면 집중도가 떨어져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경제적 논리로만 해석53)53) 국가경쟁력보고서, 2011, 기재부
하는데 이것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삶을 올바른 가치로 되돌리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고 디자이너의 최악의 디자인
2011. 10. 14.   2021. 7. 수정

 2020년 미국의 최장수 비즈니스 잡지 포춘이 ‘현대 최고의 디자인 100’ 목록54)54) 포춘, ‘현대 최고의 디자인 100’ https://fortune.com/longform/100-best-designs/ 
을 발표했는데 1위가 애플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은 2007년 출시 후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켰고 통신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제품55)55) 아이폰은 2017년까지 누적 판매 대수 약 13억 개, 매출은 8,000억 달러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다.(월스트리트 저널, 2017)
이 되었고, 그 결과 애플은 세계 1위 기업56)56) 애플은 2021년7월10일 기준, 시가총액 2조4천억 달러(2,756조 원)로 세계 1위 기업이다. 2위 마이크로소프트와 344조 원의 차이가 난다. 
이 되었다. 디자인이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말할 때 아이폰의 디자인과 애플을 첫 번째로 꼽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최고의 디자인을 한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는 ‘조너선 폴 아이브Jonathan Paul Ive’57)57) 조너선 아이브(Jonathan Paul Ive, CBE, 1967년~) : 영국 뉴캐슬 폴리테크닉(현 노썸브리아 대학) 졸업 후 1989이래 탠저린(영국 디자인기업)의 디자이너로 활동, 1992년 애플로 이직한다. 1996년 애플의 디자인팀장이 된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 사장으로 복귀한 후 iMac, iPod, iPhone, iPad 등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을 디자인하여 애플이 디자인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20년 디자인기업 LoveFrom을 창업한다.
이다.


그림  조너선 폴 아이브(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그도 시작은 엉망이었다. 1992년 애플에 입사했던 그의 첫 프로젝트는 악몽과 같았다. 그가 디자인한 '뉴턴'은 애플의 첫 PDA로, 1993년 출시 후 그 제품 라인이 연이어 시장에서 참패58)58) 'Newton Original Message Pad'(1993)부터 'eMate 300'(1998)까지 총 8개의 제품이 출시되었다.
하면서 애플은 PDA 사업을 포기했다. 뉴턴은 세계 최초로 필기 인식이 구현된 혁신적이며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복잡한 전형적인 기술 주도형 제품이다.59)59) 뉴턴 실패의 이야기는 도널드 노먼의 '미래 세상의 디자인'에 잘 소개되어 있다.
 초짜 디자이너로서 거부하기 어려운 엔지니어와 경영진들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속되는 디자인 수정을 가했을 것이고 결국 첨단기술로 무장했지만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보기에도 매력적이지 않은 제품이 출시되었고 실패했다.

그림   애플 뉴턴(Newton), 1993




 뉴턴 출시 4년 뒤인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돌아온다. 그는 애플에 복귀한 이튿날 회사의 핵심 인사와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한 회의에서 '앞으로의 애플의 전략은 제품디자인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천명한다. 그리고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했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부사장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도널드 노먼을 포함, 전 직원의 65%에 해당하는 3천 명을 해고했다. 당시 애플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엘리베이터만 같이 타도 해고된다는 풍문이 돌 정도였다.
 다음으로는 디자인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주려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지 않는 서버를 만드는데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개발을 의뢰할 정도로 디자인에 대해 집착적인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보기에 그의 복귀 전까지 애플이 출시하던 제품들은 디자인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최고 디자이너 에토르 소사스, 맨디니, 조르제토 주지아로 등을 물망에 올려서 검토하면서 동시에 내부 디자인팀은 해체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와중에 디자인팀의 포트폴리오를 보게 되었고, 출시되는 제품은 별로였지만 디자인팀이 구상하는 단계에서의 디자인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팀장 조너선 아이브를 임원 회의에 불러내 임원들에게 ‘앞으로 애플의 미래는 이 사람에게 물어봐라’라고 하면서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한다. 당시 조너선 아이브는 많은 동료를 해고하던 스티브 잡스가 임원 회의에 자기를 부르자 사표를 주머니에 넣고 참석했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태도에서 확신을 얻고 퇴사하려던 마음을 접는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98년 5월,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뒤 첫 번째로 공개되어 암흑기에 있던 애플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제품이 아이맥이다. 

그림  애플 아이맥(iMac), 1998



 여기까지의 내용으로는 조너선 아이브가 짧은 기간에 디자인 실력이 급향상된, 개인의 성공 이야기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맥은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 개발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아이맥은 스티브 잡스가 보았던 포트폴리오에 있었던 디자인으로, 조너선 아이브와 그의 팀이 이미 개발했던 디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존 제품과는 너무 달랐기에 혁신성을 감당하지 못했던 애플 경영진은 그 디자인을 무시했다.60)60) 이 자세한 내용은 '제7의 감각, 전략적 직관'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다.
 뛰어난 디자이너는 뛰어나지 않은 조직에서 이런 대우를 받기 마련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에 치욕적 실패를 안긴 뉴턴의 디자이너임과 동시에 혁신적 제품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 낸 최고의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조너선 아이브를 최고로 만든 것은 스티브 잡스였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지 않았다면 조너선 아이브는 능력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뉴턴의 아류작 같은 제품만 만들다 잊혔을지도 모른다. 이 사례를 볼 때 디자인경영의 성패는 경영자의 높은 미학적 수준, 강력한 실천 의지, 디자인 전문성에 관한 권한 이양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이너, 내부 디자인조직, 다른 부서 임직원들이 아무리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떠든다 해도, 어떤 강력한 시스템이나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심지어 조너선 아이브 같은 디자이너가 있어도 소용없다. 오직 경영자의 수준과 안목, 디자인경영 전략이 기업의 디자인 수준을 결정한다. 조너선 아이브는 원래부터 최고의 능력자였지만, 그가 애플의 구원자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의 혜안과 전폭적 권한 이양이 있었던 시점 이후부터였다. 

 경영자가 스티브 잡스만큼 높은 수준의 통찰력과 심미안이 있고 조너선 아이브 같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시장조사 등의 기술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애플이 보편적 의미에서의 마켓 리서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애플엔 약 20명의 뛰어난 디자이너61)61) 팀원의 평균 연봉은 2007년 20만 달러로 업계 기준보다 2배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가 있을 뿐이다. 이들은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경험을 만들기 위해 충분히 실험하고 실현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연구한다. 디자인팀이 고품위의 디자인을 제시하면 엔지니어링 부서에서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기술개발을 한다. 아이맥의 투명하고 선명한 색채를 제품에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팀과 기술팀이 사탕 공장을 여러 번 방문하고, 원하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제조할 기업을 찾느라 수 개월간 아시아 공장을 찾아다녔던 사례는 유명하다. 

 이 모든 것이 최고 경영자가 디자인 부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최고 경영자가 조급하게 디자인팀을 다그치고 경제성의 논리로 목표를 수정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디자인팀도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최고를 추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디자인팀은 조직의 권력관계에 영향을 받고 자신의 견해를 방어하고, 조정하고, 다른 조건을 수용하는데 귀중한 재능과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 '디자인은 인간 창조물의 영혼이다.'라고 할 만큼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스티브 잡스는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디자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중간 의사결정 체계를 두지 않고 조너선 아이브와 직접 상의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 외에는 애플 내에서는 누구도 디자인에 관해 조너선 아이브에게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었다.

 미적 수준은 단기간의 학습이나 경험으로 극복할 수 없다. 미적 감수성은 속성 학습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최고 경영자가 스티브 잡스만큼의 미학적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면, 경영자가 할 수 있는 차선의 전략은 적당한 전문가를 정하고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다. 최선의 디자인 팀을 꾸린 뒤 그들이 역할을 잘 수행 할 수 있도록 조건을 조성하고, 디자인은 전적으로 맡겨두는 것이다. 물론, 최고 경영자 외에도 디자인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조직 내의 누군가가 이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도록 방치해서도 안 될 일이다.

 애플이 디자인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최고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티브 잡스도 없고, 조너선 아이브도 떠난 지금62)62) 조너선 아이브는 2019년 애플을 퇴사했고 현재 본인의 디자인스튜디오 LoveFrom을 운영하고 있다.
, 애플이 최고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디자인의 힘을 잃고 스티브 잡스가 없던 암흑기로 돌아가게 될지는 디자인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애플 안에서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가장 위대한 디자인은 애플의 조직이다. 
 기술보다 디자인에 더 신경 쓰는 그 조직 말이다.”

 2011 NPR과의 대담 중.  존 마에다. 전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총장



* 붙임 : 포춘, ‘현대 최고의 디자인 100’ 설명
* 참고자료
   http://blog.naver.com/favedesign/20106904395
   http://www.albireo.net/forum/showthread.php?t=3772 (비즈니스위크, 2006.9)
   http://monsterdesign.tistory.com/713
   http://ko.wikipedia.org/wiki/애플의_역사
   http://ko.wikipedia.org/wiki/조너선_아이브
   http://www.cyworld.com/jeeneess_giraffe/6498882 
   https://brunch.co.kr/@kmug/1 http://blog.naver.com/advance8/60090467441 
   http://images.apple.com/pr/photos/iMac/imac-medres.jpg 
   http://yoonmin.tistory.com/entry/애플-디자이너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un23&logNo=130090758340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58857-테블릿이-세상을-바꿀-것이다.html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74319
   http://projectresearch.co.kr/2011/10/07/스티브잡스의-길고-긴-특별한-여정/ 
   제7의 감각 전략적 직관
   사용자경험스케치 
현시대의 위대한 디자인 10063)63) 포춘, ‘현대 최고의 디자인 100’ https://fortune.com/longform/100-best-designs/ 

THE GREATEST DESIGNS OF MODERN TIMES(2020, 포춘)

순위
이미지
제목
디자이너
출시
1

아이폰
애플(조너선 아이브)
2007
2

매킨토시
애플
1984
3

구글 검색 엔진
구글
1997
4

임스 섬유유리 안락의자
레이 & 찰스 임스
1950
5

소니 워크맨 TPS-12
오가 노리오
1979
6

옥소 굿 그립 필러
샘 파버 & 스마트 디자인
1990
7

우버 택시
우버
2009
8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1997
9

레고 빌딩 블록
레고 & 힐러리 피셔 페이지
1939
10

아이팟
애플(조너선 아이브)
2007


‘현 시대의 위대한 디자인 100’ (2020, 포춘)THE GREATEST DESIGNS OF MODERN TIMES 

 1959년에는 자동차 14종이 100위 제품에 선정되었지만 2020년 순위에는 4개의 종만 포함되었다. 오히려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인 우버가 4개 차종보다 높은 순위(6위)를 차지했다. 목록에 비트코인(90위)도 있는데 이것은 디자인의 정의와 평가가 재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3위의 구글 역시 시각적인 요소로 평가받은 것이 아니라 방대한 정보를 완벽하게 정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했다는 것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넷플릭스(8위)는 콘텐츠 배포 서비스로, 구글맵(11위)은 위치 정보 기반 서비스로 우리의 문화와 생활을 바꾸고 있다.
 포춘은 ‘1959년의 디자인은 완제품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구체적인 목적이나 기능을 얼마나 우아하게 수행하는가를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위대한 디자인 100개의 목록 중에 한국의 디자인은 없다. 빠른 추격자로 재빠르게 남의 디자인을 참고해 많이 팔리는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산업적 성취는 이루었지만, 아직 디자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알려준다.
-------
포춘의 ‘현시대의 위대한 디자인 100’은 무엇인가?
 포춘은 1959년 당대 최고 디자인 제품 100개를 찾은 프로젝트의 결과를 발표했었다. 당시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디자인연구소의 제이 도블린 Jay Doblin이 리스트 작성을 총괄했다.
 포춘은 2019년 최고 디자인 리스트 작성 60주년을 기념해, 데니스 웨일 Denis Weil이 이끄는 IIT 디자인연구소와 명단을 다시 작성했다. 연구소는 도블린의 방법론을 따르면서, 일부 현대적 접근법도 병행했다. 교육자, 인플루언서, 프리랜서 디자이너, 그리고 기업 디자인 팀을 대상으로 그들이 진정으로 위대한 창작물로 생각하는 것을 조사했다. 1년 이상 기획, 조사, 그리고 자료 통합의 과정을 거쳐 2020년 결과를 발표했다. 1959년과 마찬가지로, 응답자들은 ‘현대 시대’의 최고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제품을 10개 꼽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 선정 이유를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응답자들은 300개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답했다. 추천한 순위 상위 25위권 안팎에서는 분명한 수렴 현상이 나타났다. 의견 일치가 안 된 나머지 순위를 정하기 위해, 연구진은 응답 내용에 대한 언어 분석을 사용해 다섯 가지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1) 제품이 가진 적용 가능성과 확장성, 2) 사회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3) 사용 편의성, 4) 상업적 성공, 5) 자신이 속한 분야를 혁신했는지이다.




순위
제품
디자이너
출시
1
iPhone 
Apple
2007
2
Macintosh 
Apple
1984
3
Google Search Engine 
Google
1997
4
Eames Fiberglass Armchair 
Ray + Charles Eames
1950
5
Sony Walkman TPS-L2 
Norio Ohge
1979
6
OXO Good Grips Peeler 
Sam Farber + Smart Design
1990
7
Uber Rideshare 
Uber
2009
8
Netflix Streaming 
Netflix
1997
9
Lego Building Blocks 
Lego + Hilary Fisher Page
1939
10
iPod 
Apple (Jonathan Ive)
2001
11
Google Maps 
Where 2 Technologies
2005
12
Apollo 11 Mission 
NASA
1969
13
Akari Lamp 1A 
Isamu Noguchi
1951
14
MacBook Pro 
Apple (Jonathan Ive)
2006
15
Post-it Notes 
3M (Spencer Silver + Arthur Fry)
1977
16
Boeing 747 
Joe Sutter + Boeing Team
1970
17
Polaroid SX-70 
James Gilbert Baker + Edwin Herbert Land
1972
18
Model S Sedan 
Tesla (Franz von Holzhausen)
2012
19
Nokia 3210 
Alastair Curtis
1999
20
Savoy Vase 
Alvar + Aino Aalto
1972
21
Philips Hue Lighting System 
Philips (Signify)
2012
22
App Store 
Apple
2008
23
Spotify 
Spotify
2006
24
Amazon Prime 
Amazon
2005
25
Muji Rice Cooker 
Naoto Fukasawa
2014
26
Airbnb 
Airbnb
2008
27
Wikipedia 
Wikipedia
2001
28
NYC Subway Map 
Unimark (Massimo Vignelli)
1972
29
iOS 
Apple
2007
30
Shinkansen 
Japanese National Railways
1964
31
WeChat 
Tencent (Zhang Xiaolong)
2011
32
Nest Learning Thermostat 
Nest Labs (Tony Fadell)
2011
33
606 Shelving System 
Vitsoe (Dieter Rams)
1960
34
Skype 
Skype
2003
35
Modern Classics 
Penguin (Jan Tschichold)
1952
37
ClearRX 
Deborah Adler
2005
37
Mobike 
Beijing Mobile Bike Technology
2015
38
Round Thermostat 
Honeywell (Henry Dreyfuss)
1953
39
Stool 60 
Artek (Alvar Aalto)
1933
40
Facebook 
Facebook
2003
41
Billy Bookcase 
IKEA
1979
42
Pride Flag 
Gilbert Baker
1979
43
Lia Pregnancy Test 
Bethany Edwards + Anna Simpson
2017
44
Super Mario Bros
Nintendo (Shigeru Miyamoto)
1985
45
Velib’ Bike Service 
JCDecaux
2007
46
Apple Watch 
Apple
2015
47
Bialetti Moka Pot 
Alfonso Bialetti
1933
48
Poang 
Ikea (Noboru Nakamura)
1974
49
Volkswagen Beetle 
Ferdinand Porsche
1938
50
Microsoft Office 
Microsoft
1990
51
Tupperware 
Earl Tupper
1948
52
View-Master Model F 
Chuck Harrison
1958
53
LifeStraw 
Vestergaard Frandsen
2005
54
Raspberry Pi 
Raspberry Pi Foundation
2012
55
Flex-Foot 
Van Phillips
1971
56
Novel Hospital Toys 
Hikaru Imamura
2012
57
Life Magazine 
Time Inc.
1936
58
Leica M3 
Ernst Leitz
1954
59
Olivetti Lettera 32 Typewriter 
Marcello Nizzoli
1963
60
Airtable 
Airtable
2012
61
Forever Stamps 
United States Postal Service
2006
62
Telephone Area Code 
Bell Labs (Ladislav Sutnar)
1947
63
Braun Calculator 
Braun (Dieter Rams + Dietrich Lubs)
1987
64
Apple Pay 
Apple
2014
65
Flyknit 
Nike
2008
66
Orange-Handled Shears 
Fiskars
1967
67
Pokemon 
Satoshi Tajiri
1989
68
EpiPen 
Mylan
1987
69
Medical Drones 
Zipline
2014
70
Geodesic Dome 
Buckminster Fuller
1948
71
Tampon 
Earle Haas
1933
72
23 & Me 
Linda Avey, Paul Cusenza, Anne Wojcicki
2006
73
Dyson Bagless 
James Dyson
1980
74
Netscape Browser 
AOL
2005
75
Futura Typeface 
Paul Renner
1927
76
SUICA 
JR East
2001
77
Air Jordan 1 
Nike (Peter C. Moore)
1984
78
Leatherman Pocket Survival Tool 
Tim Leatherman
1983
79
Box Chair 
Enzo Mari
1971
80
Ultra Light Down 
Uniqlo
2011
81
Havaianas 
Robert Fraser
1966
82
Womb Chair 
Eero Saarinen
1948
83
PeaPod 
Andrew Parkinson + Thomas Parkinson
1989
84
Disney MagicBand 
Frog Design
2013
85
Volkswagen Type 2 
Ben Pon
1950
86
Unix OS 
Bell Labs (Ken Thompson + Dennis Ritchie)
1970
87
Ray-Ban Wayfarer 
Raymond Stegeman
1952
88
Stokke Tripp Trapp 
Peter Opsvik
1972
89
Aravind Eye Hospitals 
Dr. Govindappa Venkataswamy
1976
90
Bitcoin 
Satoshi Nakamoto
2009
91
National Park Map 
Massimo + Lella Vignelli
1977
92
Porsche 911 
Ferdinand Porsche
1963
93
Teema Tableware 
Kaj Franck
1952
94
LINN Sondek LP12 
Edgar Villchur
1972
95
Valentine Typewriter 
Ettore Sottsass
1969
96
IBM Logo 
Paul Rand
1956
97
Telephone Model 302 
Henry Dreyfuss
1937
98
Great Green Wall 
Panafrican Agency of the Great Green Wall
2007
99
IBM Mainframe 
IBM (Eliot Noyes)
1952
100
Blackwing 602 Pencil 
Eberhard Faber
1934

참고문헌

디자인이 궁금해, 2021, 한국디자인진흥원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2021, 윤성원
쓸만한웹 http://www.usable.co.kr 
기타 출처는 본문 글 하단에 표기함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혁신실 실장

1998년부터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정보서비스 기획, 국내외 디자인교육사업 기획,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 기획, 서비스디자인 사업, R&D, 조직문화, 일하는 방법 혁신으로서의 디자인 활용에 관한 업무를 담당해왔다.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 방법론으로서 디자인이 사회 각 영역에 확산하기 위한 활동 중이다.

20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