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하는가?

SERVICE DESIGN 2010. 10. 4. 00:13


사진 : 2010. 사이픽스(http://www.cyphics.com) 정수기 제품 개발 프로젝트 회의.
제품디자인전문회사 사이픽스는 2010년부터 제품 개발에 있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해오고 있다. 


"매킨지 같은 기존의 컨설팅 회사는 재무나 회계, 마케팅 등 MBA(경영학 석사)의 시각으로 기업을 해부하죠.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들이 기업과 상품을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를 추구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 지향적, 경험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거죠. 그래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습니다." 

팀 브라운. IDEO 대표

* 출처 : 디자인이다. 53p(김준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1)에서 재인용



들어가는 글.  서비스디자인의 조건

 

서비스디자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설계도 같은 표현방식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실제화 시킨 후 문제점을 찾고 개선한다.(또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만든다.) 서비스를 시각화하는 과정을 포함하여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을 통틀어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의 디자인 또는 개발을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중에도

1) 서비스디자인 전문가/전문 조직이

2) 전문적인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통해 서비스를 디자인한 경우에 한해

‘서비스디자인’이라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대표(서비스기업의 경영진 등 해당 분야 서비스의 전문가이지만 서비스디자인의 전문가는 아닌 자. 서비스의 전문가라고해서 서비스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의 음식을 요리하는 역량과 레스토랑 서비스를 독특하게 느껴지도록 설계하는 역량이 서로 관련성이 없듯, 서비스의 전문성과 서비스디자인의 전문성은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서비스의 전문성이 심화될수록 그 전문성에 매몰되어 선입견을 갖게 되고 수요자의 측면은 이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가 고객을 충분히 고려해 세심하게 서비스를 ‘디자인, 기획, 개발, 설계'했다고 해서 그 결과를 ‘서비스디자인’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엄연히 서비스디자인의 방법이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이를 수행하는 데에는 디자이너로서의 관점과 고도의 역량,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비스디자인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서비스디자인 방법이 적용되었거나 전문가가 개입되었음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서비스디자인 사례로서 무분별하게 소개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향후 확고하게 업역을 구축해가야 할 서비스디자인의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 관련해서 더 읽어보면 좋은 글 : 서비스 디자인 2020 :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Bruce Tether 외.  http://cafe.naver.com/usable/1082


사실 ‘서비스디자인 전문가가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통해 수행했을 경우에 서비스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라는 기준은 지극히 보편타당한 기준이다. 경영컨설팅이나 의료서비스 등의 업역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왜 '의료전문가가 전문적 방법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이다'라는 말에는 수긍하면서도 디자인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그 주장이 반박 되어도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실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서비스디자인 방법이라 할 것이며, 어떤 전문가를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라 할 것인가라는 점은 쉽게 가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방법’은 그나마 선진국의 서비스디자인기업들이 2000년을 즈음하여 본격적으로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 이미 많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니 논란의 여지가 적다. 각 회사의 특성과 프로젝트의 특성에 맞도록 기존 방법을 수정하거나 아예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식으로 서비스디자인의 방법론은 진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특정 방법이 사용되었나 아닌가를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의 결정 기준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에서 서비스디자인의 특징(강화된 디자인 리서치, Co-Creation, 시각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 적용, 이해관계자의 ‘경험’에 중점을 두는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서비스디자인의 적용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서비스디자인은 OOO이다' 중 '서비스디자인의 특징' 참고(http://cafe.naver.com/usable/1224)


그렇다면 어떤 전문가를 서비스디자인전문가라 부를 것인가? 세계적으로 극소수인 서비스디자인 전공 학위가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디자인전공자이면 될 것인가?
(학위 취득 여부로 지식을 갖추었다 아니다를 판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방법론에 대해 기술적 이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문가로 불러도 될 것인가? 조심스럽지만 논란의 지점으로 한 발 나서 본다면,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 되 창의적이고 확산적인 디자인적 접근방식(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수렴적 접근법과는 차별화 된)과 사용자 중심의 태도를 철저히 견지하는 디자인전문가를 서비스디자이너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의 관점, 태도, 사고방식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여야 한다는 말이다.


서비스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영역이라 말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본래 디자인이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들만 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가진 분야가 아닌지라 그 분야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존중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도의 지적 배경과 창의력이 발휘 된 디자인 시안을 보고도 '이런 것쯤은 나도 할 수 있지'라고 말하는 용감한 클라이언트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이게 왜 디자이너가 할 일이야?...'라는 공격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러니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만의 차별적 역량 - 물론 시각화 측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잠재 니즈를 찾아내는 민감성,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통찰력이 발현된 문제해결 등 - 을 보이지 못한다면, 서비스디자인의 업역에서 디자이너의 차별적 지위를 인정 받을 수 없으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서비스디자인, 누가 하는가?

디자인기업인가 경영컨설팅기업인가?


'서비스디자인이 누구의 밥그릇인가?'라는 질문에는 논리적 입증이 필요치 않다. 질문이 의미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다. 선입견 없이 현실을 보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누가 서비스디자이너로 길러지는가, 누가 서비스디자인을 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세계의 주요 대학에 서비스디자인 학위를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디자인 학위 과정의 대부분(100% 확인한 것은 아니니 모두라 할 수는 없겠다)은 디자인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서비스디자인 교육 동향에 관한 연구, 최영현 등. http://cafe.naver.com/usable/1406) 이 학교들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디자인 교육은 주로 디자인학과 전공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 학위를 수여받는 학생들이 결국 서비스디자이너로서 활동하게 되므로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대체로 수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 서비스디자인 컨설팅 회사는 대부분 디자인 에이전시이다. IDEO(팀 브라운 대표 - 제품디자인), 엔진(올리버 킹 대표 - 제품디자인), 리브워크(크리스 던스 대표 - 인터랙션디자인), 컨티늄(지안프랑코 자카이 회장 - 제품디자인)과 같은 기업들은 경영진이 디자인 전공자이고 인력구성이 디자이너 중심이므로 디자인기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부분 전통적 디자인기업에서 변화했거나 서비스디자인회사로 창업한 기업이다.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던 아니던 간에 서비스디자인 개발에 관한 방법론을 갖추고, 방법론을 적용해 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에이전시이다.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에 등록된 서비스디자인 기업들  http://www.service-design-network.org/organization/agency/ 

* 관련 글 : 세계의 서비스디자인 기업들 http://cafe.naver.com/usable/805


해외 서비스디자인 기업의 공통점

1. CEO가 디자이너 출신
2. 특정분야제품, 시각 등 디자인회사로 창업하여 변화
3. 다학제적 전문가가 협업, 디자이너가 중심 역할 수행
4. 전 직원에게 디자인사고 Design Thinking 강조
5. 프로젝트 수행방법으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 사용


(아래 --- 구간은 2014년 4월 추가된 부분임. 출처 : http://cafe.naver.com/usable/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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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주장과 관련된 실증을 위해 2014년 4월 11일 기준, 영국의 대표적 서비스디자인 기업 리브워크(LiveWork  http://liveworkstudio.com)와 엔진(Engine http://enginegroup.co.uk/)의 경우를 조사하였다. 


사례 1

2000년 세계 최초의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으로 창립한 엔진은 웹사이트 기준 25명의 직원이 공개되어 있다. 

참고 URL : http://enginegroup.co.uk/team/

엔진의 경우 두 명의 창립자(올리버 킹, 조 히피)가 모두 제품디자인 전공이며 한 명의 디렉터(제임스 삼페리)도 디자인전략 전공이고 서비스 디자이너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함께 조사한 리브워크의 경우와 기준을 맞추어 공식 직무가 서비스디자이너 또는 서비스디자인컨설턴트라고 표기된 경우만 카운트하기로 한다. 

서비스디자이너(서비스디자이너 또는  서비스디자인컨설턴트로 표기된 경우)는 11명. 

제품디자인, 운송기기디자인 4명

- 그래픽디자인, 인터랙션디자인 3명

- 디자인전략, 디자인리서치 3명

- 건축 1명

전원 디자인 관련 전공이다.


사례 2

리브워크 (LiveWork  http://liveworkstudio.com)는 런던에 있는 올해로 창립 13년차가 된 서비스디자인 기업이다.

참고 URL : http://liveworkstudio.com/team/ 

웹사이트에 소개된 기준으로 볼 때 총 직원 34명. 그 중 '서비스디자이너'는 23명이다.(직무가 'Service designer'로 리스트업된 경우만 카운트 한 것이다. Service Analyst, Business designer, Business developer 등으로 표기된 경우는 제외하였다.) 

- 산업디자인 또는 제품디자인 전공 11명

- 그래픽디자인, 애니메이션 전공 4명

- 경험디자인, 인터랙션디자인 전공 3명

- 서비스디자인 전공 1명

- 타 전공 2명(심리학 전공, 지식경영 전공 각 1명)

- 공개된 프로필 상으로 전공이 확인 안되는 경우 2명

23명 중 디자인전공은 최소 19명으로 83%에 이른다.(비전공 및 미확인 4명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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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실들로 볼 때 서비스디자인은 현재 디자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물론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전공자가 서비스디자인에 더 훌륭한 성과를 보인다고 한다면, 결국 시장은 디자이너가 아닌 그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1900년대 후반 서비스디자인이 시작된 이래부터 아직까진 그렇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다시 강조하자면,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잘못되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설득적이라고 해도 소용없다. 현실만 의미가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하고 있는가?'라고 물어야 할 것이다.     


 

서비스 디자인팀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디자이너들로만 구성되는가 아니면 다학제팀인가?


서비스디자인기업의 구성원은 다학제적 역량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말 그럴까? 

많은 기업을 조사해 본 것은 아니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서비스디자인기업들의 경우 전통적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는 디자인에이전시에 비해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소규모의 서비스디자인기업이 다양한 학제적 배경을 가지는 전문가를 두루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효과적으로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서비스디자인기업의 구성원의 대부분은 여전히 디자이너이다. 그런데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가 디자이너 외에도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교육학, 공학, 마케터, 예술가 등 전반적으로 매우 폭넓은 학제 전문가가 함께 수행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은 서비스디자인 기업의 구성원이 그만큼 다양해서라기보다는 코크리에이션 워크숍 등이 실행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비스디자인 기업의 전문가 뿐 아니라 서비스 사용자, 서비스 제공자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여 문제를 찾고 아이디어를 내고 하는 공동개발 워크숍 활동을 하게 되면 어쩔수 없이 다양한 학제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이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들로 구성된 10여명 내외의 작은 조직인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어떻게 다학제적 역량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서비스디자인 기업인 '엔진'의 경우엔 디자이너들이 이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한단다.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교육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가 있는 우리나라 디자인기업도 이렇게 다양한 범위의 수행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화가 가능할지, 또 디자이너가 그런 류의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전문성 운운(그림 그리는 디자이너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한다고?)하는 보편적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IDEO는 500여명이 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공분야의 전문인력을 갖춤으로서 해당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계에서 IDEO는 여러모로 특별한 축에 속하는 기업이다. 참고로 IDEO보다 규모는 작아도 디자인기업으로서 꽤 많은 인력을 보유한 컨티늄 같은 곳이 좀 더 평범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인력구성상 디자이너들이 대부분이지만 디자이너의 창의적 해석 역량을 강점으로 하는 문화인류학적 리서치방법론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서비스디자인을 왜 주로 디자이너가 하고 있는 것일까?

 

앞선 사용자

일본의 디자인기업 트라이포드사는 ‘앞선 사용자(lead user)’라고 부르는 사용자의 풀(Pool)을 만 명 가량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리드 유저는 모두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다. 실제로 장애인은 ‘불편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예민도가 높아져 있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의 제품의 위화감에 대한 민감성은 마치 잠수함 속 토끼*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해군은 잠수함에 토끼를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토끼의 건강 상태가 산소 부족을 판별하게 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사회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레이더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모든 사용자는 언젠가 노인이 되고 장애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잠재적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트라이포드사는 장애인, 노약자 등 현재 장애가 있는 사용자들이 디자인 개발 시 많은 아이디어의 도화선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리드 유저(Lead user)라 명명하고 리서치 대상으로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디자인의 사각지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조류도 현대 디자인에 있어 이제까지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인식을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즉 의식의 바깥쪽에 있는 부분에 대해 깨닫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는 고도의 공감력을 가진 전문가로서 제품, 환경, 나아가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해내는 민감한 레이더로서 역할 할 수 있다. 트라이포드사의 ‘리드 유저’는 이 점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공감력 차이는 곧 위화감 인식 능력의 차이’


<그림 : Dead Angle of Design>  *출처 : Tripod Design


1.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고 해결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단계

2.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만 해결방법은 잘 보이지 않는 단계

3. 문제가 보이지 않지만 왠지 불편하게 느끼는 단계

4. 문제가 보이지 않고 불편함을 인식 못하는 단계

좋은 디자이너는 일반인들이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3, 4 단계의 위화감을 인지하는 감수성이 높으며 지각, 인지, 감성의 예민한 감지자로서 미묘한 위화감을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뛰어난 공감력으로 사용자 경험상의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잘 정렬함으로써 경험의 통일성을 완성하는 역할자로 기능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요자의 문제점과 잠재 욕구를 발견해내는 역할에 있어서, 높은 공감력을 가지며 다층적인 인식의 가치가 잘 정렬되어 있는 디자이너가 최적의 문제 해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에 대한 높은 차원의 사용자 중심적 인식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지각-인지-감성-정신적 가치의 정렬자’

* 출처 : 지경부 R&D전략기획단 내부 보고서 중 발췌, 김광순, 2011

 

 

디자이너가 서비스를 디자인하면 무엇이 다른가?

 

서비스디자인기업이 없을 때도 제품/서비스는 만들어져 왔으니, 이 업무 영역은 기존의 기업내부의 제품/서비스기획 파트 등의 조직 또는 외부 경영 컨설팅 기업이 수행해오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경영측면의 관점과 디자인에서의 접근 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마케팅, 경영측면에서 접근하는 방법론으로는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6 sigma와 같이 대체로 과학적이고, 약점을 줄이고 강점을 강화시킴으로서 경쟁우위를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이 구상될 것이다.

이에 반해 아이디어와 리서치의 반복적 확산과 수렴의 디자인사고를 활용하는 디자이너를 통해서는 창의적인 문제 재정의와 이에 따른 혁신적인 솔루션이 제안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어떤 서비스와도 다른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욕구를 해소하는 새로운 제안이 될 수 있고, 이는 곧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서비스 컨셉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의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던 시장을 찾아내기 위해  디자인기업에 서비스 개발에 관한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에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를 불어 넣고, 이를 통해 기존 비즈니스에서 잠재되어 있던 기회를 발견하게 하는 디자인기업의 강점이 곧 서비스디자인기업에게 주어질 중요한 역할을 만들고 디자인기업의 기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기업 Value Chain의 연관관계, 사업 타당성 분석 등 비즈니스의 통합적 연결 관계와 지속가능성의 고려라는 관점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기존 사내 조직과 서비스디자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되게 될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세계적으로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생겨나고 있고 글로벌 기업에도 인하우스 서비스디자인 조직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기업들이 기존의 상품/서비스기획 부서에서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이제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필요하다*


해외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 혁신을 이루기 위해 전통적인 경영컨설팅 회사가 아닌 디자인기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빌리는 추세가 생기면서 기존 디자인기업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서비스의 개발을 수행하는 이른바 ‘서비스디자인기업’(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통해 서비스 개발 컨설팅을 하는 전문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은 서비스 혁신의 방법으로 ‘서비스디자인’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 와중에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상당량의 고객경험 및 서비스개발 프로젝트가 해외 유명 디자인기업의 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선진국에서 서비스산업 분야의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가진 많은 서비스디자인 기업들이 속속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규모 있는 서비스개발 프로젝트들은 모두 해외 디자인기업의 몫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도 서비스산업에서 디자인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속히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국내 디자인기업은 서비스디자인 시장에서 해외 선진 기업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디자인 업계는 디자인산업의 일거리(수요시장)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세계적 선두 그룹이 된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의 우세를 이어가기 위해 R&D, 특히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결코 줄이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것은 잘못 결정했을 때 그만큼 경영상 위험성이 크다는 말이다. 따라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개발 이전 단계에서의 디자인 리서치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경험디자인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진다. 그렇다면 디자인 용역은 늘어나야 할 것인데, 대기업 발(發)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왜일까? 그 원인은 두 가지로 추정 할 수 있다. 

첫째로는 대기업이 내부 디자인 인력을 늘림으로써 외주 용역의 전체적인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하던 외주 비율을 점차 해외 디자인기업에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국내 모 대기업에 확인 결과 국내외 디자인기업에 의뢰한 용역비 예산의 비율이 2007년까지도 약 4 : 6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다가 2010년 2 : 8로 해외 디자인기업에 나가는 용역 비중이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의 디자인리서치, 전략 개발, 고객 경험, 서비스개발 프로젝트가 해외 디자인기업의 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고객의 잠재욕구 분석을 위한 리서치 방법론을 확보하고 서비스전략을 제안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춘 해외디자인기업들이 속속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서비스개발 프로젝트들도 해외 디자인 기업의 몫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디자인산업은 속히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붕괴 될 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디자인기업도 형상화에 치중하는 디자인을 넘어 소비자의 잠재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무형적 가치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개념을 가진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신속히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산업에서 디자인을 중요한 전략적 자원으로서 활용할 방안에 대해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디자인이 수행했던 역할과는 완연히 다른 양상으로 서비스에서의 디자인, 즉 ‘서비스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제조 산업에서 디자인이 스타일링 위주의 역할을 맡았다면 서비스산업에서의 디자인은 서비스 개발은 물론,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이해관계자간 구성을 재구축하며 서비스 체계를 표준화하는 등 한층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제품, 시각, 환경, 패션 등 분리된 디자인 서비스 영역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해로는 충분치 않다. 서비스 전반의 개발을 제안하는 역할로 역할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시각적 문제 해결자로부터 서비스 비즈니스의 문제를 재정의하고 본원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서비스 산업을 고도화시키기 위한 중간재로서 작동되어야 할 디자인기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분명 아직 우리에게 낯설게 보이는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산업이 디자인기업에게 이러한 역량을 요구할 시기가 곧 닥칠 것임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과학적 ‘개선’이 아닌 창의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발견할 기회를 찾으려 하고 있는 경향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 관련 글  

   -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하는가? http://cafe.naver.com/usable/1231 

   - 서비스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가? http://cafe.naver.com/usable/729 

   - 디자이너가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http://cafe.naver.com/usable/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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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하는가?  http://cafe.naver.com/usable/1231
         '서비스디자인 동향과 정책방향'(22~35page), 윤성원, 2010, 한국디자인진흥원

* 이 글은 쓸만한 웹 usableweb.co.kr 등에 써왔던 서비스디자인과 관련된 글을 종합하여 '서비스디자인 동향과 정책방향'이라는 책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수정된 부분도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