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2.5.2 누가 하나? 디자인기업인가 경영컨설팅 기업인가?

SERVICE DESIGN 2023. 4. 2. 23:22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수행하는 분야이다. 대부분의 서비스디자인 교육과정이 디자인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서비스디자인 컨설팅 회사 대부분이 디자인 에이전시이다. 이 회사들의 경영진은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이고, 인력 구성도 디자이너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코-크리에이션 워크숍 등 활동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학제적 전문가들이 함께 모이지만 서비스디자인의 수행 주체는 디자이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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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디자인, 누가 할 일인가?(서비스디자인 영역은 누구의 밥그릇인가?)’라는 질문에는 논리적 입증이 필요치 않다. 질문이 의미 있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선입견 없이 현실을 보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누가 서비스디자이너로 길러지는가, 누가 서비스디자인을 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세계의 주요 대학에 서비스디자인 학위를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디자인 학위 과정의 대부분(100% 확인한 것이 아니니 모두라 할 수는 없겠다)은 디자인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 출처 : 서비스디자인 교육 동향에 관한 연구, 최영현 등. http://cafe.naver.com/usable/1406
이 학교들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디자인 교육은 주로 디자인학과 전공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 학위를 받는 학생들이 결국 서비스디자이너로서 활동하게 되므로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대체로 수행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 서비스디자인 컨설팅 회사는 대부분 디자인 에이전시이다. IDEO(팀 브라운 대표 - 제품디자인), 엔진(올리버 킹 대표 - 제품디자인), 리브워크(크리스 던스 대표 - 인터랙션디자인), 컨티늄(지안프랑코 자카이 회장 - 제품디자인)과 같은 기업들은 경영자가 디자인 전공자이고 인력구성이 디자이너 중심으로 디자인 개발을 주 업으로 하고 있으니 디자인기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부분 전통적 디자인기업에서 변화했거나 서비스디자인회사로 창업한 기업이다.*

* 출처 : 세계의 서비스디자인 기업들. http://cafe.naver.com/usable/805

해외 서비스디자인 기업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 CEO가 디자이너 출신
2. 특정 분야 (제품, 시각, UX 등) 디자인회사로 창업하여 변화
3. 다학제적 전문가가 협업, 디자이너가 중심 역할 수행
4. 전 직원에게 디자인싱킹 Design Thinking 강조
5. 프로젝트 수행 방법으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 사용

2014년 4월 11일 기준,
영국의 대표적 서비스디자인 기업 엔진(Engine http://enginegroup.co.uk/)과 리브워크(LivelWork http://liveworkstudio.com)의 경우를 조사하였다.
* 2023년 현재 엔진의 웹사이트 URL은 https://engineservicedesign.com/ 이다.


사례 1 : 엔진

2000년 세계 최초의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으로 창립한 엔진은 웹사이트 기준 25명의 직원이 공개되어 있다. 엔진의. 경우 두 명의 창립자(올리버 킹, 조 히피)가 모두 제품디자인 전공이며 한 명의 디렉터(제임스 삼페리)도 디자인전략 전공이고 서비스디자이너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함께 조사한 리브워크의 경우와 기준을 맞추어 공식 직무가 서비스디자이너 또는 서비스디자인컨설턴트라고 표기된 경우만 해당하는 것으로 한다.

서비스디자이너(서비스디자이너 또는 서비스디자인컨설턴트로 표기된 경우)11.
- 제품디자인, 운송기기디자인 전공 4
- 그래픽디자인, 인터랙션디자인 전공 3
- 디자인전략, 디자인리서치 전공 3
- 건축 전공 1
건축을 디자인 관련 분야로 분류한다면 전원 디자인 관련 전공임을 알 수 있다.

 

사례 2 : 리브워크

리브워크 (LiveWork. http://liveworkstudio.com)는 2001년 런던에서 창립한 서비스디자인 기업이다.
웹사이트에 소개된 기준으로 볼 때 총 직원 34명이며 그중‘서비스디자이너’는 23명이다(직무가 ‘Service designer’로 표기된 경우만 카운트한 것으로, Service Analyst, Business designer, Business developer 등으로 표기된 경우는 제외하였다).

- 산업디자인 또는 제품디자인 전공 11명
- 그래픽디자인, 애니메이션 전공 4명
- 경험디자인, 인터랙션디자인 전공 3명
- 서비스디자인 전공 1명
- 타 전공 2명(심리학 전공, 지식경영 전공 각 1명)
- 공개된 프로필상으로 전공이 확인 안 되는 경우 2명
23명 중 디자인전공은 최소 19명으로 83%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전공 및 미확인 4명 : 17%).

 

사례 3 : 메이요 클리닉

메이요 클리닉은 존슨 홉킨스 병원과 함께 ‘US News and World Report’지의 미국 최고 병원 선정 시 매년 1, 2위를 다투고 년간 22만 명 이상의 환자를 맞으면서도 세계에서 환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최고의 병원이다. 메이요 클리닉은 내부에 서비스디자인 중심의 혁신센터(Center for Innovation·약칭 CFI)를 갖추고 환자 중심의 혁신을 지속해 온 결과 경영학계와 의료부문에서 가장 선도적 기관으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CFI 에는 서비스디자이너, 의사·간호사·통계학자·인류학자·분석가 등 총 60여 명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모여 있다.

1. 메이요 클리닉 혁신센터(CFI) 인원 구성*
* 출처 : '덜 파괴적인 혁신'(2015, 바버라 스푸리어 외)에서 발췌,

서비스디자이너 (14)
혁신 코디네이터 (5)
행정보조인력 (4)
진료보조인력 (4)
프로젝트 매니저 (13)
플랫폼 매니저 (4)
기술 분석 및 프로그램 담당 (5)
의사 (5)
사업 개발 매니저 (1)
의료 및 행정 디렉터 (2)
운용 매니저 (1)
디자인 전략가 (1)
재정 애널리스트 (1)
기타-간호사, 법률가, 시스템과 절차 및 언론 홍보지원, 인적 관리 등

2. 서비스디자이너 직무기술서 중 최소 학력 및 경력 요구 기준*
* 출처 : '덜 파괴적인 혁신'(2015, 바버라 스푸리어 외)에서 발췌,

인터랙션, 그래픽, 산업디자인 혹은 커뮤니케이션 관련 전공 석사 학위 소지자로서 디자인 프로젝트, 팀, 혹은 다른 창의적 조직에서 4년 이상의 관리 경력 보유자. 또는 인터랙션, 그래픽, 산업디자인, 커뮤니케이션 관련 전공의 학사 학위 소지자로서 디자인 프로젝트, 팀, 혹은 다른 창의적 조직에서 8년 이상의 관리경력 보유자. ‘디자인싱킹’ 관련 지식 보유 내지는 디자인리서치 도구와 방법론을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함.

서비스디자이너가 14명으로 가장 많고 서비스디자인의 직무를 담당하는 전문가에 대해서는 디자인 전공 학위, 디자인 방법에 대한 이해도를 필수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팀은 어떻게 구성될까?
디자이너들로만 구성될까 아니면 다학제팀으로 구성될까?

위 사실들로 볼 때 서비스디자인은 현재 디자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전공자가 서비스디자인에 더 훌륭한 성과를 보인다고 한다면, 결국 시장은 디자이너가 아닌 그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1900년대 서비스디자인이 시작된 이래부터 아직까진 그렇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다시 강조하자면,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잘못되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해도 소용없고 현실만 의미가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하고 있는가?’라고 물어야 할 것이다.

서비스디자인기업의 구성원은 학제적 역량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서비스디자인기업들의 경우 전통적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는 디자인에이전시에 비해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소규모의 서비스디자인기업이 다양한 학제적 배경을 가지는 전문가를 두루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효과적으로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서비스디자인기업 구성원의 대부분은 여전히 디자이너이다. 그런데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가 디자이너 외에도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교육학, 공학, 마케터, 예술가 등 전반적으로 매우 폭넓은 학제 전문가가 함께 수행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은 왜일까?

서비스디자인 기업의 구성원이 그만큼 다양해서라기보다는 코 크리에이션 워크숍 등이 실행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비스디자인 기업의 전문가뿐 아니라 서비스 사용자, 서비스 제공자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여 문제를 찾고 아이디어를 내고 하는 공동개발 워크숍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학제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이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들로 구성된 10여 명 내외의 작은 조직인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어떻게 학제적 역량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서비스디자인 기업인 ‘엔진’의 경우엔 디자이너들이 이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교육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가 있는 우리나라 디자인기업도 이렇게 다양한 범위의 수행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화가 가능할지, 또 디자이너가 그런 부류의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전문성 운운(그림 그리는 디자이너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한다고?)하는 보편적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IDEO는 500여 명이 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공 분야의 전문인력을 갖춤으로써 해당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디자인계에서 IDEO는 여러모로 특별한 축에 속하는 기업이다.

IDEO보다 규모는 작아도 디자인기업으로서 꽤 많은 인력을 보유한 컨티늄(Continuum) 같은 곳이 좀 더 참고할만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인력 구성상 디자이너들이 대부분이지만 디자이너의 창의적 해석 역량을 강점으로 하는 문화인류학적 리서치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