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2.5.1 서비스디자인의 조건

SERVICE DESIGN 2023. 4. 2. 23:28

2.5.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하는가?

2.5.1 서비스디자인의 조건

'서비스디자인은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롭게 창출하는 과정이다.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들은 사용자 중심의 태도와 창의적인 디자인 접근 방식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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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와 함께 세계 3대 경영컨설팅 회사) 같은 기존의 컨설팅 회사는 재무나 회계, 마케팅 등 MBA(경영학 석사)의 시각으로 기업을 해부하죠.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들이 기업과 상품을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를 추구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 지향적, 경험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거죠. 그래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습니다."
팀 브라운. IDEO 대표.
디자인이다. 53p(김준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1)에서 재인용

팀 브라운. IDEO대표. 사진 출처 : www.ideo.com/people/tim-brown


서비스디자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설계도 같은 표현방식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실제화시킨 후 문제점을 찾고 개선한다(또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만든다). 서비스를 시각화하는 과정을 포함하여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을 통틀어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의 디자인 또는 개발을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중에도
1) 서비스디자인 전문가/전문 조직이
2)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통해 서비스를 디자인한 경우에만 ‘서비스디자인’이라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대표(서비스기업의 경영진 등 해당 분야 서비스의 전문가이지만 서비스디자인의 전문가는 아닌 자)와 같이 서비스의 전문가라고 해서 서비스디자인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의 음식을 요리하는 역량과 레스토랑 서비스를 독특하게 느껴지도록 설계하는 역량이 서로 관련이 없듯, 서비스의 전문성과 서비스디자인의 전문성은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서비스 공급자로서 전문성이 심화할수록 그 전문성에 매몰되어 선입견을 품게 되고 수요자의 측면은 이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객을 충분히 고려해 세심하게 서비스를 ‘디자인, 기획, 개발, 설계’했다면 ‘멋진 서비스를 디자인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학제적 의미로 ‘서비스디자인’이라 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독특한 학문과 업역(業域)으로서 엄연히 서비스디자인이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이를 수행하는 데에는 디자이너로서의 관점과 고도의 역량,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비스디자인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서비스디자인 방법이 적용되었거나 전문가가 개입되었음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서비스디자인 사례로서 무분별하게 소개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향후 확고하게 업역을 구축해 가야 할 서비스디자인의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 관련해서 더 읽어보면 좋은 글 : ‘서비스디자인 2020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Bruce Tether 외. http://cafe.naver.com/usable/1082

사실 ‘서비스디자인 전문가가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통해 수행했을 경우에 서비스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라는 것은 지극히 보편타당한 기준이다. 경영컨설팅이나 의료서비스 등의 업역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료전문가가 전문적 방법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이다’라는 말에는 수긍하면서도 디자인에서는 결과물이 대부분 명백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결과로 나오다 보니 너무 쉽게 보이고 따라서 그 주장이 반박되어도 좋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서비스디자인 방법이라 할 것이며, 어떤 전문가를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라 할 것인가라는 점은 쉽게 가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방법’은 그나마 선진국의 서비스디자인기업들이 2000년을 즈음하여 본격적으로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 이미 많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 사이에 통용되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니 논란의 여지가 적다. 각 회사의 특성과 프로젝트의 특성에 맞도록 기존 방법을 수정하거나 아예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식으로 서비스디자인의 방법론은 진화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특정 방법이 사용되었나 아닌가를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의 결정 기준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에서 서비스디자인의 특징(강화된 디자인 리서치, Co-Creation, 시각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 적용, 이해관계자의 ‘경험’에 중점을 두는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서비스디자인의 적용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문가를 서비스디자인전문가라 부를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극소수인 서비스디자인 전공 학위가 있어야 할까 아니면 디자인전공자라면 될 것인가? 또는 전공과는 무관하게 방법론에 대해 기술적 이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문가로 불러도 될까?
조심스럽지만 논란의 지점으로 한 발 나서 본다면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되 창의적이고 확산적인 디자인적 접근방식(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수렴적 접근법과는 차별화된)과 사용자 중심의 태도를 철저히 견지하는 디자인전문가를 서비스디자이너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의 관점, 태도, 사고방식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여야 한다는 말이다.

서비스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영역이라 말할 수 있느냐는 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래 디자인이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들만 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가진 분야가 아닌지라 그 분야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도의 지적 배경과 창의력이 발휘된 디자인을 보고도 ‘이런 것쯤 나도 할 수 있지’라고 말하는 용감한 클라이언트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이게 왜 디자이너가 할 일이야?’라는 공격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고객과 공감하고 민감하게 문제를 포착해 내는 디자이너의 역량이 서비스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전문성과 합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증거는 다음 페이지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만의 차별적 역량 (물론 시각화 측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잠재 니즈를 찾아내는 민감성,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통찰력이 발현된 문제해결 등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을 보이지 못한다면, 서비스디자인의 업역에서 디자이너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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