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3. 00:23ㆍ디자인/디자인이 궁금해
세계는 코로나19로 문명의 전환점이 왔음을 동시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중으로,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역사상 그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는 동향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기업, 소비자 및 디자인수요시장, 디자인산업과 연관된 분야의 산업 등이 모두 중요한 변화를 맞고 있어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 또한 이러한 환경변화를 고려해 미래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인식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페이스북 이용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했던 설문 결과*를 보면 큰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혁신실, 「코로나19, 디자이너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설문조사, 2020년 9월 62명 응답,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의 변화 예상 정도, 변화의 내용, 디자인업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지 등 질문. 설문 결과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jSczVk6z0shMVjcDfk-M-Cd9mnb5_lNtxro3BHN_kGiQ9eA/viewanalytics
* 디자인 업(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 10인의 생각 모음 : https://servicedesign.tistory.com/225#gsc.tab=0
가장 크게 변화될 내용으로 예측한 것은 비대면 사회의 일상화, 소통 방식의 근본적 변화, 성장에서 포용의 가치 추구로의 변화였다. 코로나19가 디자인업의 미래에 미칠 영향으로는 친환경 디자인, 지속 가능 디자인, 사용자경험디자인에 대한 중요성과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비대면 상황에서 공감과 소통을 위한 디자인, 디지털 신뢰를 위한 디자인이 새롭게 부각될 것,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전제로 하는 전시 및 행사 관련 디자인영역 축소와 상대적으로 디지털, 뉴미디어 디자인영역의 성장을 예상했다. 디자인 수요시장의 축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새로운 일하는 방식 도입 및 큰 폭으로 프로세스가 변화할 것이라는 언급도 많았다.
설문 응답과 현재 디자인산업 현황,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될 전망을 고려할 때 향후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방향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전략·구조·경쟁 (디자인산업의 구조와 경쟁 조건)
비대면 사회에서는 장소에 기반하지 않는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국제 간의 교류와 경쟁이 더 심화한다. 비대면 상황의 일상화는 해외 디자인기업 또는 해외 디자이너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내 디자인 시장으로 유입할 가능성을 키운다. 점차 개방되어 갈 디자인 서비스 시장에서 국내 디자인기업과 디자이너들은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고 브랜드를 구축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디자인전문기업의 운영 방식과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도 변화한다. 사무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게 된다. 재택근무의 경험이 이후 오프라인 사무실이 줄어들게끔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온라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이 늘면서 지역적 한계를 넘은 디자이너 간 협업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역에 기반하지 않고 일하는 노매드 디자이너의 평가 및 협업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와 디자인기업들은 온라인 평판, 온라인상에서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방편을 찾게 될 것이다.
디자인정책 제언
‘코로나 이후 변화될 환경에서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연구 필요’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디자인 산업 육성 정책연구가 시급하다. 거대한 변화요인이 나타난 2020년 이후 디자인산업 변화 전망을 토대로 향후 정책 방향성을 찾고 사업화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디자인산업은 공통된 조건과 특징을 일부 가지면서도 세부 분야별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면 ‘공간환경디자인(Space/Environment Design)’은 동일 분야 내에서도 세부 분야별로 다른 경영환경에 처해있다. 코로나19로 ‘전시디자인’은 직접적 큰 타격을 입어 비대면으로 사업 전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지만, ‘실내건축디자인’은 재택근무로 가정 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 소비자들이 가구나 실내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 수요시장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활황을 맞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각기 포스트 코로나19를 주제로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2020년 제목에 코로나(corona), 코비드(covid)가 포함된 국내 학술논문이 2천 개를 넘었고 국책연구소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연구보고서, 산업동향 분석이 기관별로 수십 건에 달한다.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각 분야에서 세상의 변화를 전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 정책연구기관들도 디자인산업 육성 및 디자인산업을 통한 국가 발전 도모를 위해 이것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국내 디자인산업이 변화된 미래에 대비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각 디자인의 세부 분야별로 향후 수요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파악하여 디자인산업계와 학계가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끔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 생산조건 (디자인서비스 공급자의 조건)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커진다. 디자이너의 권한이 커지면서 상응하여 책임도 커지게 된다. 수요시장의 변화도 디자이너가 사회적 책임감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로써 작용하게 된다. 건강, 안전, 환경, 지속 가능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 행동이 변화되고 있는 중이고 이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활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디자이너는 앞으로 더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디자인하게 될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생산가를 낮춰 사람들의 욕망에 부응하고 있지만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자원은 바닥을 드러내고, 무절제하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지구를 쓰레기로 덮고 있다.
제품이 서비스화 되고, 서비스가 비대면화 되면 한 명을 만족시킬 뿐이었던 생산품이 많은 사람에게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이용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바뀌며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는 제화의 가치가 소모되지 않는다. 서비스 이용을 대폭 늘림으로써 우리가 소유하는 가치의 총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의 파국을 피해, 지속 가능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일 수도 있다.
* 메타버스(Meta-verse) :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 증강현실(현실공간상에 가상의 제품/서비스가 구현되는 것), 라이프로깅(일상생활을 디지털로 기록, 공유하는 것), 거울세계(실제세계의 디지털재현. 예: 구글어스), 가상세계(예: 아바타, 가상세계 게임 등) 4가지 범주로 나타난다.
디자인정책 제언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디자인기업, 디자이너의 역량강화와 강한 디자인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 시급’
첫째, 디자인 서비스 공급자의 개체 수 관리가 필요하다. 디자인산업에 있어 가장 심각하고 가장 근원적인 구조적 문제는 디자인 서비스의 과공급 상태가 수요를 초과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디자인기업의 과당경쟁을 불러일으켜 디자인기업의 역량을 낮추고 디자인 품질을 저하시켜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공공부문의 수요를 대폭 늘리고, 디자인 전공자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과하게 많은 것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디자이너가 많으면 그만큼 대체재가 많다는 것이기에 이것은 직장 내 근무 여건, 근로자의 권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디자인 서비스의 공급자가 지나치게 많아 생기는 지금의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디자인산업의 인력 수급 조절을 위한 정책과 함께 디자인 교육과 관련한 조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디자인 전문기업과 디자이너의 역량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FTA 등 국제 간 교역 자유화 확대에 따라 앞으로 디자인 서비스 시장이 더 개방되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 디자인기업들이 대거 진입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디자인전문기업은 미국이나 유럽 등 디자인선진국의 기업들에 비해 개발방법론이 고도화되어 있지 못하고 경쟁력이 낮으므로 시급하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영컨설팅, 디자인과 같은 비즈니스서비스업은 국제시장의 승자가 부를 독식하는 경향이 있다. 영세한 국내 디자인기업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향후 해외 선진디자인 기업들이 속속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규모 있는 서비스개발 프로젝트들은 모두 해외 디자인기업의 몫이 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디자인서비스 공급자의 연구개발 역량을 속히 고도화시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디자인 전문기업의 인재 부족, 만성적 고용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직간접으로 지원하여 결과적으로 좋은 근무 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의 디자이너들도 이직하기를 원할 만큼 좋은, 강한 디자인 전문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환경에 대응해 실무 디자이너들이 AI, 빅데이터, UX 등 디지털전환에 관련된 신기술 이해도를 신속히 높일 수 있는 교육 지원과 함께 학교 단계에서의 커리큘럼 혁신도 요구된다. 기존 산업사회에 맞춰져 있는 디자이너의 인재상을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응하는 인재로 전환하는 혁신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19의 인재상은 디지털전환 이후 다양한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용성과 이해력, 비대면 서비스 기획과 문제해결 능력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3) 수요조건 (디자인 수요자의 조건)
디자인산업계의 많은 경영자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수년째 수요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과당경쟁으로 인한 대가기준 하락 등으로 인해 경영상의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수요시장 위축으로 인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디자인산업계는 수요시장에 더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 아닐까, 바람결에 등잔불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예의주시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수요시장의 양적 규모는 커지지 않는 가운데 수요자의 소비 활동에 있어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성비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한다.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사는 ‘가성비 소비’를 넘어 소비를 통해 가치관,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치 소비’의 경향이 커지고 있다. 가치소비는 단순히 제품에 대한 소유 욕구를 넘어 소비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소비의 동기가 된다. 소비가 권력이라는 점을 깨닫고 그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성장과 소비 욕망을 축으로 굴러가던 기존의 질서를 세우고 경제성의 원리 너머에 있던 의미와 감성의 세계로 우리 시선을 돌리고 있다. 찍어내는 제품 대신, 신중하고 의미 있는 제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일지 찾아야 할 것이다.
디자인정책 제언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감, 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강조될 것. 디자인윤리에 대한 연구 필요’
디자인 윤리에 대한 인식 제고와 각성이 필요하다. 디자인 수요자들이 좋은 디자인에 대해 가격, 매력적인 외형 정도의 수준이 아닌,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디자인의 가치를 평가하고 인식하는 수준을 갖는다면 디자이너도 직업관과 윤리관 정립과 좋은 디자인 실현 방법을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소비자들에게도 성장과 소비에 대한 자성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친환경,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해 주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의 자리에서 마스크를 쓰면서 개개인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좀 더 민감하게 느끼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디자인 윤리에 대한 인식 제고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중대한 사회적, 도덕적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했던 빅터 파파넥*의 명제는 다시 소환될 필요가 있다.
* 빅터 파파넥, 1970년대 산업사회에서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디자인사상가
비대면 시대 디자이너는 한 개의 제품이 한 명의 소비자에게만 소비되는 1:1 재화 교환의 시대와 비교할 때 월등히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디자인 윤리는 앞으로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행동을 유도하는 결정자로서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전망을 볼 때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는 주제이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좋은 행동을 유도하도록 하겠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 관련 및 지원 분야 (디자인산업을 지원하는 분야)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이제까지 수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신기술을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비대면 회의, 원격 진료, 원격 교육 등은 등장한 지 오래되었지만 수용되지 않았던 기술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수용된 것처럼, 비대면 시대를 위한 기술은 앞으로 더 매우 빠른 속도로 수용될 것이다. 비대면은 제품의 서비스화와 서비스의 무인화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무인시스템과 인간의 인터랙션디자인, 사용자경험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경험디자이너, 서비스디자이너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제조서비스화는 사물을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형태로 바뀌게 한다. 제품이 서비스로 전환되면 물질적 속성인 ‘형태’의 의미와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개념도 변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의 외형을 만드는 제품디자이너에게 디자인할 대상이 줄어들고, 업의 영역이 변화될 수 있다. AI가 개인화된 맞춤 제조를 한다면 제조비용 상승 없이도, 어쩌면 디자이너의 역할이 제거된 제조업의 극단적 혁신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간 대량생산된 단일 제품서비스로는 대응할 수 없었던 소수의 사용자에게도 AI기술이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저비용으로 제공하는 ‘포용디자인(Inclusive Design)’의 세상이 오게 될 것이다.
디자인정책 제언
‘비대면, 디자인서비스의 국제경쟁 확대에 대응해 디자인기업, 디자이너 권리보호 정책 마련 시급’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적 기반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와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산업은 무수하게 개발되는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디자인 저작권의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시뮬레이션, VR, 입체 화상 디스플레이에서의 디자인 보호를 위한 법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간 지식재산권 분쟁도 디자인이 핵심에 있었다. 애플의 UI디자이너 바스 오딩은 ‘핀치 투 줌(Pinch to Zoom)’(엄지와 검지로 벌려 확대, 축소하기) , ‘바운스 백(Bounce back)’(화면을 스크롤할 때 마지막에 반대로 살짝 튕기는 듯한 느낌을 주기) 등 아이폰을 아이폰 답게 만든 휴대폰 사용자경험과 관련된 애플의 133개 특허를 등록했었고(이런 특허들은 모두 디자인이 아닌 기술 특허로 등록됨) 2011년부터 오래도록 삼성을 괴롭혔던 역사적인 특허 공방은 대부분 그로 인한 것이었다. 변화된 환경에서 지식재산권에 관한 이슈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주제로서 더 주목받게 될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부각될 산업 등 미래에 대비한 지식재산권 제도 보완을 위한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 디자인 수요기업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강화가 시급하다. 지식재산권 인식 미흡은 국제경쟁이 심화될 앞으로의 세상에서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에 국내 디자이너, 디자인기업,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연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현황,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환경,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각 경쟁 요인별로 다음 주제에 주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전략·구조·경쟁의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의 효과가 각 산업, 경제, 생활, 문화 곳곳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금, 이것이 디자인산업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내 미래 디자인산업의 전략적 발전 방향을 찾는 정책 연구가 시급하다.
생산조건을 관리하고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디자이너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디자인윤리에 대한 인식, 디자인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을 고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관련 및 지원분야로는 변화되는 환경에 요구될 제도적 기반이 무엇일지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것을 요약해 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에는 4가지 경쟁력 요소별로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앞서 제시한 모든 요인을 관통하는 전제는 실질적 효과가 있을 만큼의 적당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한국 GDP는 1,893조 원(한국은행 발표 기준), 정부 예산 규모는 429조 원이고 이 중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사용한 예산은 509억 원으로 0.01%에 불과하다.
디자인산업 규모가 18.29조 원(2019)으로 총 GDP의 약 1%에 달하는 규모이니 디자인산업에도 1%에 해당하는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타 산업과 비교할 때 매우 적은 예산이고 다양한 사업(2021년 예산 단위로 60여 개 이상 사업 추진 중)을 하고 있어 산업에 파급력 있는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제조산업이긴 하지만 다양한 이질적 업종을 횡적으로 가로질러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디자인산업과 유사한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우를 보면, 산업 규모는 국내 GDP 약 1%로 디자인산업 규모와 유사하다. 2020년 소재부품장비산업을 위한 정부 지원 예산은 2조 5,611억 원(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소재·부품·장비 산업 정책 분석」, 2020.)으로 디자인산업 지원 예산(529억)의 약 50배이다. 정책이 시장을 조정하는 식의 효과를 기대하기에 디자인산업에 대한 정부 관여는 매우 미미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은 그간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산업의 기수로써 생산과 소비 시스템 속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로 디자이너와 디자인의 수요자가 각성되고 있는 요즘이 바로 인간과 환경의 공생, 지속가능한 지구를 그리는 설계자로서 디자인의 역할을 재정의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점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정부와 디자인서비스 공급자에게는 변화에 대응해야 할 방향을 먼저 제시하고, 디자인 수요자에게는 산업을 넘어 생활, 공공, 문화 등에 디자인이 활용될 때 확장된 영역에서 가치 있게 인식될 수 있게 하여, 변화된 환경에서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코로나19 이후 디자인산업 육성 정책의 복합적 과제와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지, 윤성원, 2021 을 발췌한 글임.
출처 : 디자인이 궁금해, 2022, 윤성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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