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지구를 위한 정부 R&D 혁신

2023. 12. 6. 03:24디자인/디자인이야기

"어느 날 모든 국가들이 정부 R&D 예산의 반은 기존처럼 기술 혁신에, 나머지 반은 지속가능 지구를 위한 연구개발에 사용하기로 합의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2025년 정부 R&D 예산의 절반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연구개발에 할당하기로 결정했던 국제 합의 이후 10년이 지났다.
전 세계적으로 다음과 같은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 환경 친화 기술의 대부흥

- 탄소 중립 기술 개발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이 80% 감소했다.
-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 방법으로 인해 전 세계 식량 생산성이 110% 증가하였다.
- 전력생산 중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OECD국가 평균 기준 80%를 넘어섰다.
- 친환경 관련 기술 특허 출원이 50배 증가하였다.

2. 전례 없는 국제 협력의 시대 도래

-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가 확립되었고 국경을 넘는 공동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기금이 창설되었고, 관련 연구 자금이 30배로 증가하였다.
- 환경 보호와 기술 혁신 분야에서의 글로벌 파트너십이 6배로 확대되었다.

3.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 확산

-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채택한 가구의 비율이 20배 증가하였다.
- 지속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40배 증가하였다.
- 환경 보전이 모든 회원국의 정규 교육과정 필수 과목이 되었고 일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4. 지구 환경의 실질적 개선

- 생물 다양성 보호 및 생태계 복원 노력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60% 줄었다.
- 대기, 수질, 토양 오염의 급격한 감소로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위협받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와 기술 사용으로 자원 고갈 위험이 크게 완화되었다.
...
2035년 어느 날.



기술은 욕망의 안내를 받아 파국으로 간다 

2023년 11월 7일 환경부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 조치를 규제 합리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환경 개선의 의지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국민들도 부정적 의견이 과반을 넘는다. 사람들의 선의에만 의존하다가는 선의가 숫적으로 우세하다하더라도 세상은
점점 나쁜 방향으로 흘러간다. 선의가 가진 명분보다도 당장 누릴 수 있는 편리에의 욕망이 훨씬 강렬하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규제 철회한 환경부, 시민 반응은?, 뉴스펭귄, 2023.11.27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은 번영을 가져오는 동시에 때로는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매혹적이면서도 섬찟한 이중적 면모다. 대체로 기술 자체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이지만 풍요로움을 쫒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기술을 지렛대 삼아 어두운 면을 들춰내면서 
일을 망치곤 한다. 당구공 소재로 쓰이던 상아 수요가 늘면서 코끼리가 멸종에 이를 지경이 되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연구개발이 시작되어 개발된 플라스틱은, 그 유용함이 확인되면서 매년 사용량이 늘어 2021년 기준 한 해 약 4억만 톤이 생산(그림)되었고 지구는 수용 한계에 도달해가고 있다. 선한 의도에서 연구개발이 시작되었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선한 의도를 잠식하고 환경에 피해를 미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 그림 출처 : Our Worldin Data, Global plastics production


환경을 보호하려는 기술조차 때때로 역효과를 낳는다.
백열등보다 에너지를 85% 절약할 수 있는 LED 조명을 사용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대신 필요하지 않았던 구석구석을 더 오랫동안 밝히고 있다. 이러한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는 기술 개발이 궁극적으로 환경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채찍처럼 후대에 큰 파장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기술 개발과 사용에 있어 면밀한 균형과 조절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제라도 지속가능한 생태를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 환경 분야에서 '리바운드 효과'란, 친환경을 위해 실천한 행동이 오히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텀블러 사용도 생각지 못했던 반동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 텀블러 생산과 운반에는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둘째, 텀블러를 재사용하기 위해 많은 물이 낭비된다. 셋째, 사용자가  텀블러 사용의 긍정적 효과를 과대평가해 다른 환경친화적 선택을 소홀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유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국제적 노력으로 인정받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실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효과가 크지 않고(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Report 2023 ), 환경 보호와 사회경제적 발전을 조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SDGs가 과연 지속가능한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DGs가 실제 생물의 다양성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전 지구적 규모의 생태적 지속 가능성의 복잡성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SDGs를 잘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진전이 실제 생물 다양성 보존에는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인간의 사회경제적 발전의 추구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SDGs는 향후 수십 년간 추가적인 환경 파괴를 위한 가리개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인간 활동과 전 지구 생태계와의 상호 의존성을 고려한 전체적인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인류 번영뿐 아니라 전체 지구 생태계의 균형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SDGs가 지금보다도 전 지구적인 접근을 통해 보완,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DGs는 환경 파괴의 연막 역할을 할 수 있다', 퀸즈랜즈 대학,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2020.7.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도 의식 전파, 전력 절감, 나무 심기 등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동참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제재 방안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

정부 R&D 지원과 협력으로 추진 중인 기술개발이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을 보인다. 국제 재생가능 에너지 기구 (IRENA)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IRENA의 노력으로 많은 국가들이 재생가능 에너지, 특히 태양광 및 풍력 발전에 투자를 늘렸다. 독일과 중국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었고 전체 에너지 공급량 중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을 크게 늘렸다. 유럽연합의 수소 연료 프로젝트는 수소를 청정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데 중요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수소 연료를 활용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독일은 수소 연료 기반의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참여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 (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 개발 노력도 여러 산업 분야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발전소는 CCS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

이처럼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세계 국가들이 모두가 지켜야 할 엄격한 규칙이 있거나 지키지 않을 경우 중대한 제재가 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 선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목표가 달성된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현재까지 R&D 예산 배분과 관련된 국제적인 협의나 조약은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정부의 연구개발(R&D) 부문이 이 국면을 전환할 해법으로 보인다. 정부 R&D는 어쩌면 질주하는 과학기술의 긴급 제동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 R&D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지구의 유지, 이를 토대로 한 인류 문명의 지속을 위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특정한 기술 발전 모델을 채택해 구체적인 단계별 목표와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법적 및 재정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인류의 지속가능을 목표로 하는 국가들 간의 전격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정부 R&D로의 전환에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두 가지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 문명의 지속을 정부 R&D의 최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문명의 지속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지구 생태계의 보전과 융성을 위해 노력하고, 환경 친화를 넘어 환경을 적극적으로 보살펴 풍요롭게 만들 기술의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정책은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을 2030년까지 65%로 증가시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재정적 지원과 법적 규제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전환을 목표로 하며, 이는 정부 R&D의 중요한 사례로 뽑힌다. 또한, 코펜하겐과 같은 도시들은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지속 가능성과 기술 혁신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는 그들의 연구에서 '창조적 파괴' 개념을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혁신'을 강조한다. 이들은 기업과 정부가 환경 문제를 단순히 관리 대상이 아닌, 혁신과 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 R&D가 기술 혁신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속 가능한 문명을 위한 R&D는 기술 혁신의 연장선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후세에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 접근법이다. 이는 몇몇 선도국가들의 노력으로만은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전 지구적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고 각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연구자들은 이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SDGs는 이러한 노력의 출발점으로 검토될 수 있다. 보완의 필요성과 한계점을 지적받고 있음에도 현재로는 가장 주목받는 환경, 사회, 경제적 측면을 포괄한 프레임워크인만큼, 정부 R&D에서도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SDGs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문명과 생태계의 번영을 위한 연구개발 과제에 정부 R&D 예산의 일정비율을 할당하는 국가 연합인 '지구 보전 연합'을 구성하고, 참여국가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R&D 과제들을 추진할 수 있다. 

둘째, 기술중심의 R&D가 아닌 인간 중심의 R&D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중심 R&D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며, 종종 단기적인 경제적 이득에 치우친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접근법은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 협력과 통합적 사고를 저해할 수 있다. 그러니 기술적 목표에만 매진하던 기존의 방향을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인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 중심이 되면 사회적 가치와 환경 보호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R&D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R&D 전반에 개입할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의 활용 가능성은 R&D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디자인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R&D를 실현할 방법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① (R&D프로세스 재설계) 기술 중심의 기존 R&D 방식과 차별화된 사람 중심의
R&D 프로세스에 디자인 접근법(수요자 등 이해관계자 리서치, 욕구 분석, 행동 변화 유발 동인 포착, 시각화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② (비전주도 R&D 도입) 수요자 중심 비전 및 콘셉트 구상(Future Envisioning) 단계를 도입하면 R&D에 창의성을 불어넣고 과학기술, 제조 이외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 동기를 고양할 수 있다.
③ (R&D 전반에 수요자 중심의 접근법으로서 디자인 활용 확산) R&D 기술성숙도(TRL : Technology Readiness Level) 별 디자인 관여를 확대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R&D로 변화할 수 있다. 
세부내용은 아래 링크된 문서에 제시되어 있다.
* 출처 : R&D의 과제,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 윤성원, 2019. 

이러한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 연구자, 기업,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 R&D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영향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정부 R&D 과제의 기획이나 평가기준에도 중요한 비중으로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기술의 발전이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넘어서 인류와 지구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 R&D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과 공공 인식의 증진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전략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나가고, 이를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전환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부 R&D의 전환은 단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는 장기적인 투자와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하며, 명확한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전과 전략은 국제적인 협력과 공유를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정부 R&D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함으로써, 우리는 지구의 미래를 보다 밝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이다.


 

윤성원 +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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