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 산업을 다시 디자인하다 - 2015. Alibaba UCAN Conference. 윤성원.

2023. 3. 31. 00:41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디자인, 산업을 다시 디자인하다
2015년 알리바바-타오바오의 'UCAN'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소개할 기회가 되어 발표했던 내용입니다. 
* UCAN 사용자경험디자인 콘퍼런스는 타오바오가 발족한, 사용자 체험 디자인 관련 지식 교류를 위한 대회입니다.
주제 발표와 살롱 교류, 디자인사례 공유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주제:고객 · 체험 · 디자인
일시 : 2015.03.09~03.10
장소 :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대상 : 알리바바 UX디자이너 등 UX관심자 600명 
아래 자료는 3월 9일 제가 발표 시 사용했던 시나리오입니다.(발표에서는 아래 내용을 더 요약함) 
발표자료 : 2015.03.09  서비스디자인, 산업을 다시 디자인하다
* 사용된 자료는 중국어. 번역 전 원본 자료를 공유합니다. 

20150309_Service design_Yoon Seong won-86페이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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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서비스디자인의 동향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생소한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디자인에게 새롭게 주어지고 있는 역할과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지금, 서비스디자인이 등장했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저는 한국의 디자인산업을 육성하는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산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 정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래를 위한 산업 육성 전략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 같은 것이죠.  
한국은 지금 역사 이래 결코 경험해보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가 산업 경쟁력의 여러 요인들 중 생산 인구라는 조건을 볼 때 그렇습니다. 산업 활동에 관여해야 할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구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면서도 출산율 감소 속도가 가장 급격한 나라입니다. 생산가능인구란 15~64세의 인구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 3,612만 명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한국에선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이슈이지만 불과 몇 년 후엔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2050년에는 생산인구의 비생산인구 부양을 위한 재정 부담이 열 배 가까이 커지게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불가능할 만큼 혹독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막연한 예측이나 추정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 방향을 수립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인적 자원의 운영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 인적 자원의 운영 전략은 양적 차원과 질적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양적 차원의 관리라 함은 생산가능인구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죠.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높이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대폭 높임으로써 생산 가능 인구의 절대량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산인구를 양적 차원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큰 정책적 결단과 국민적 합의, 많은 정부 예산의 투입이 있어야만 합니다.  
둘째, 질적 차원의 관리입니다. 이것은 기존 산업을 보다 효율이 높은 산업으로 변화시켜 더 적은 생산 인구로도 산출을 유지, 확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보다 적은 노동력을 투입해도 더 많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변화시켜서 인구 저감의 문제를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은 서비스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목표로 제조업의 제조서비스화가 촉진되어야 합니다. 서비스산업도 더욱 고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서비스 산업, 그중에도 특히 창조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사실을 볼 때 사회전반의 구조의 개선이 필요한 양적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질적 차원의 접근이 즉시 효과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향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어떻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노인이 많은 나라가 중국입니다. 전 세계 노인의 1/5이 중국인입니다.  
중국도 역시 2010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8.9%이지만, 2020년에는 전체의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젊은이들이 부양하는 노인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정부는 산아제한정책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최근 산아제한 완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 인구연구원에 따르면, 산아제한 완화정책이 시행돼도 인구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 자녀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식을 뿌리 뽑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중국도 양적차원의 접근 방법으로서 아이를 더 낳자는 방식은 실현가능성이 낮습니다.  

대안은 고령자가 더 잘 살고 일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방법인데 이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총인구대비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러시아 다음인데 2050년이 되면 454만 명으로 세계 1위가 됩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노인복지지표 기준 세계 48위로 미래의 노인 국가를 위한 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양적 차원의 산업 혁신은 현실적으로 쉽게 이루기 어려운 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질적 차원의 접근을 통한 산업 혁신, 즉, 제조 서비스화와 서비스산업의 고도화에 집중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적 차원의 산업 혁신 방법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시간에 다루게 될 주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왜 서비스디자인에 주목하는가? 
서비스디자인은 무엇인가? 
서비스디자인은 무엇을 하는가?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전체적 그림 안에서 현재 디자인의 역할을 바라본다면 앞으로 서비스디자인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산업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존 산업, 그중에서도 전구 제조산업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전통적으로 전구 제조에 있어 중요한 경쟁력은 ‘얼마나 밝은가, 얼마나 오래가는가’입니다.  하지만 기존 전구의 소비자들은 이제 좋은 느낌을 주는 빛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구 제조업체들이 밝고 오래가는 전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필립스는 20년 전부터 사람에게 빛이 어떤 경험(감각, 감성, 감정, 느낌, 심리, 기억 등)을 주는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서로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산업이 변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생산중심(제조산업)에서 경험중심(서비스산업)으로 제조산업에도 이제 수요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산업은 생산품(제품, 농산품, 에너지...)의 생산에 집중해 왔습니다.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는 데 온 힘을 기울여왔습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생산자 중심의 관점입니다. 사용자는 생산품의 구매에서 만족을 느끼는 단계를 넘어 정서와 심리적 만족을 욕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이미 생산품 자체가 아닌 서비스 경험을 구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2015) 2월 한국에서 발표된 내용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꼽은 커피전문점 만족도 1위는 스타벅스입니다. 
중국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스타벅스의 가격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이 값이 가장 비싸다고 평가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로 가격이 비싼 만큼 품질도 좋고 그에 따라 만족도가 좋은 것일까요? 
다시 생각해 보죠. 오히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아닐까요? 그것을 짐작하게 하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한국 매체에서 방영되었던 실험인데요. ‘2000원’ ‘4000원’이라고 적혀 있는 두 개의 컵에 (사용자는 모르게) 같은 커피를 담아 맛보게 했었습니다. 두 커피는 혀에 느껴진 맛이 당연히 같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4000원짜리 커피가 더 맛있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맛에 민감한 편인데, (4000원짜리 컵에 담긴) 이 커피는 설탕 없이도 단맛이 난다” 등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심리가 제품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제공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서비스는 생산품 + 사람 + 환경 + 전후관리 등의 생산요인으로 구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용자 측면에서 서비스는 매우 다양한 경험 요소로서 구성됩니다. 경험은 생산품이 포함된 서비스를 통해 형성되며 사용성, 감각, 인지, 감정, 감성, 심리, 느낌, 기억의 복합체입니다. 사용자가 생산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어떤 가치를 느끼게 되는지 알고 그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생산요소를 최적화하는 것이 생산자의 핵심 경쟁력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 사용자 경험가치를 최적화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권력의 중심이 제공자로부터 사용자로 이동하면서 심리적 가치가 경제성을 넘어서는(= 경제적 가치는 심리가 결정한다는 인식) 전환이 왔는데, 그 전환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대니얼 카네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입니다. 대니얼 카네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심리학에 근거한 경제학)의 창시자입니다.  

그가 쓴 '휴리스틱과 편향(Heuristics and Biases)'이라는 논문이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만들어지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행동경제학이 인간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지는 전제는 인간은 논리성에 근거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늘 주먹구구식으로 편향되게 사고하며 한 번 했던 실수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이 주어지면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뇌의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가 쉽게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고 이는 편향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최근 경제학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경제, 경영서 분야 신간 서적들도 심리를 다루는 책들이 중심입니다.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인 인간의 심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이란 제품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가 강화된 디자인 방법을 적용하여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하는 분야입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실존하는 분야일까요? 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은 심리학자이자 인간 중심 디자인의 영역을 개척해 온 도널드 노먼이 애플의 부사장일 당시 만들어 낸 말입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이보다 조금 앞선 1991년 독일 퀠른국제디자인대학의 엘 오프 교수가 마케팅에서 사용되던 개념을 디자인의 분야로 소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 경험의 개념은 업계에서,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은 학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1년 이래로 2000년 최초의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생겨났고 2003년 영국에서 최초의 대규모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인 ‘RED’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004년 현재 세계 최대의 서비스디자인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 네트워크가 생겼고 본격적으로 전문가들끼리의 교류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2007년 영국은 다시 RED의 후속으로 Dott07이라는 프로젝트가 250억 원 규모로 실행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작년(2014년) 말, 보이지 않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1977년 산업디자인진흥법이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제품, 시각, 포장, 환경 등 눈에 보이는 가시화된 무언가를 디자인의 영역으로 정의했었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규정하게 되었습니다. 법 규정이 매우 보수적이고 정교한 논리 안에서 개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를 디자인 방법으로 개발하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서비스를 개발하던 방법과도 다르고 기존의 디자인과도 다른 특징을 가집니다. 기존의 서비스 개발 방법과는 감성, 심리, 경험에 집중하여 서비스를 기획하는 수요자 중심의 개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다릅니다. 기존의 디자인 방법과 비교할 때 유무형의 요소를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하는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다릅니다.  

왼쪽 표에서처럼 기존 제조 산업을 고도화하는데 기여했던 경영, 마케팅, 디자인 등 다양한 학문이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각자 서비스경영, 서비스마케팅과 같이 변화, 발전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마케팅이 디자인과 다른 특징을 가지는 것처럼 서비스 마케팅도 서비스디자인과 다른 차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학문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서비스사이언스, 서비스경영, 서비스엔지니어링 등의 학문은 함께 SSME (Service science, management and engineering)라고 불립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에 집중하는, 비슷한 목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SME와 비교할 때 서비스디자인은 감성과 심리, 경험에 집중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SSME와 서비스디자인이 어떤 차이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호시노리조트는 대표적 서비스 혁신 사례로 꼽히는 사례입니다. 하루 숙박비가 매우 비싸고 좋은 리조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서비스사이언스의 관점에서 혁신된 대표 사례입니다.  
호시노리조트 혁신의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인데요, '생산성 제고, 근무방식 재조합, 직원 수 줄이기, 이동 동선 파악, 직원의 정적 시간 배치, 대기시간 줄이기, 업무량 측정, 인력 낭비 최소화…' 등의 용어들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서비스사이언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서비스사이언스는 주로 서비스 제공자의 생산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산력을 높임으로써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제조산업을 혁신하는 데 사용해 온 전형적인 접근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같은 관점과 방법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지요.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의 혁신 방법과 비교할 때, 디자인적 접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병원서비스를 혁신한다고 할 때 늘 나오는 착안점은 의사가 자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환자를 보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잡무, 각종 행정 업무에 시달리니 의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잡다한 다른 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라는 식의 접근 말이죠. 이것은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의 접근입니다.
디자인적 접근은 어떻게 다른가 사례로 비교해 봅시다. 대표적 디자인기업인 IDEO는 존슨홉킨스 병원의 서비스 혁신을 위해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병원의 대표적인 이해관계자를 의사, 간호사, 환자, 환자가족의 네 가지 그룹으로 구분하고 이들을 움직이는 심리적 동기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리서치를 했습니다. 의사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근본적인 욕구, 동인(이끄는 힘)이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무엇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IDEO가 선택한 것은 ‘공포’라는 단어였습니다. 의사는 절대자로서 어떤 누구의 조언도 받을 수 없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그들의 결정은 환자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자기가 결정한 내용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에도 그 결정을 스스로 믿고 실행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공포스럽다는 것이죠. 디자인 해결책은 의사에게 이러한 공포심이라는 무거운 심리적 짐을 어떻게 줄여줄 수 있을까? 그 공포심을 극복하고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라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의사를 서비스 생산을 위한 도구로 보고 그 생산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접근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구글 트렌드로 본 서비스 혁신을 위한 학문 간 인기도 추이...라고 단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어떤 개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위쪽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SSME, 아래쪽은 서비스디자인과 경험디자인입니다. 관리 중심, 과학과 논리의 학문이 급격히 쇠퇴해 가는 와중에 서비스디자인, 경험 디자인 등 인간 중심의 관점의 꾸준한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눈에 띕니다. 주식이라고 생각해 보죠. 여러분이라면 어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세계는 지금 생산중심의 제조산업에서 경험중심의 서비스산업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미래 산업의 전망은 서비스화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던 관점만으로는 새롭고 좋은 서비스 경험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좋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가를 민감하게 포착해 그에 맞춰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특히 서비스디자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은 기존 디자인과 새로운 디자인인 서비스디자인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방법으로는 사용자 경험디자인, 서비스디자인 등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스튜디오에서 전문가들끼리 디자인하는 것과 비교할 때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은 다학제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것도 특징이고요. 서비스디자인의 목표가 ‘서비스’ 자체, 즉 서비스 콘셉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디자인이 구체적 사물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면,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의 실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구체적 사물은 매개물로서의 선택적이고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디자인은 사람과 사물, 공간에 관한 것이었죠. 각각 의사소통, 도구, 환경을 위한 무엇인가로 실제화됩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이 요소를 묶고 연결하는 디자인 영역이 새롭게 인식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아마도 시스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비스디자인 또는 시스템 디자인이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조합, 연결함으로써 서비스, 시스템, 사회구조를 설계하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서비스디자인의 영역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영상을 하나 보시죠. 비행기를 탈 때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부모가 겪게 되는 난감한 심정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가 주제입니다.  
* 동영상 cair : https://vimeo.com/51083733 

탑승 중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기 전과하고 난 후의 전체 여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안된 결과들을 보면, 기존의 다양한 디자인에이전시들이 하는 다양한 일을 한 군데 모아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픽디자인, 편집디자인, 브랜드, 패션디자인, 웹, 앱 개발, 사인시스템, 서비스 등등 매우 폭넓은 범위를 다루면서도 사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 ‘보이는 디자인’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계획한 서비스가 목적한 바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빙산의 위쪽에 드러나는 디자인 요소들도 필요하지만, 직원들의 인식, 교육, 심지어 조직체계 같은 이면의 거대한 요소들이 함께 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영역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디자인 역할이 새롭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책(관찰의 힘)은 한국에서 작년 경제경영분야에서 가장 잘 팔린 책 중 하나입니다. 주요 연구소 등에서 하반기 필독도서로 선정했던 책인데, 누가 썼는지 아세요?  디자이너가 쓴 책입니다.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숨은 니즈를 발견하는 디자인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뿐 아니라 사용자 심리와 니즈 포착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영자들이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방법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 변화가 생긴 걸까요?  

제조산업으로부터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변화하였습니다. 이 변화는 공급자(공장, 제공자) 위주의 시장이 소비자(시장) 위주로 변화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그로 인해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 기술(우리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도 비전과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우리의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게 될까’를 알아내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졌고 과학기술과 논리적 분석 능력보다 소비자의 해소되지 않는 니즈를 찾아내는 감성과 민감성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세요. 수요자 중심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너무나 많습니다.  

자동판매기.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자동판매기만 봐도 공급자 중심의 철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800년대 후반 동전투입식 자동판매기가 개발된 이후 20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는 동전을 넣고 나서 물건을 집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급자 중심의 세상에 갇혀 살고 있지만 그것이 치명적이지 않아서 감지하지 못할 뿐, 따지고 보면 불편에 적응하면서 용케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샤워할 때, 샴푸와 린스를 쉽게 구별할 수 있으십니까? 샤워를 하는 맥락에서 보면 눈을 감고 있어서 샴푸와 린스를 쉽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패키지 모양이 동일하고 샴푸와 린스를 구별할 수 있는 표식이 대부분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상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겠죠.  
사용자의 사용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디자인해야 합니다. 
 
이것은 눈을 감고서 샴푸와 린스 용기를 구분하지 못해 실수했던 경험을 살려 각각 세로 홈과 가로 홈을 낸 샴푸와 린스 용기로 시각장애인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이너 성정기 씨의 디자인입니다. 2007년 독일 레드돗 콘셉트 어워드의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수상했습니다. 이 사례를 보면, 좋은 디자인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일상생활 속의 불편을 민감하게 감지해 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뛰어난 민감성과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낮은 대역대의 사용자의 불편까지 고려한 디자인은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는 대치될 수 없는 큰 가치를 주고 일반 사용자에게는 에너지를 덜 소모하게 하는 등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의 위화감을 낮추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가 2005년 세계 362개 기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는 "우리 회사가 고객지향적인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80%의 기업들은 자기 회사가 경쟁사보다 차별화되고 우수한 상품,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믿음과는 달리, 고객들의 인식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당신과 거래하는 기업이 경쟁사보다 차별화되고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느냐"는 똑같은 질문에 대해 고객들 중 불과 8%만이 "그렇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기업이 고객 중심의 마인드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오히려 조사되었던 기업의 95%는 경영의 최우선 초점을 고객만족에 두고 있다고 답했던 기업들이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서비스의 제공자인 기업은 고객의 속마음에 숨어있는 욕구를 포착해 내는 데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공자는 제공자로서 자기 입장과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서비스 공급자에게 수요자 중심으로의 사고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면 백이면 백 대부분 '우리는 원래 수요자 지향의 접근을 해오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앞서 본 것과 같습니다. 공급자가 가진 현실인식이 현실적이지 않은  실제 고객이 느끼는 체감과 차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념적으로 100% 공급자 중심의 제품서비스와 100% 수요자 중심의 제품서비스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초기에는 전적으로 공급자의 관점에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해 오던 경향이 점차 수요자 중심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 때문에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조금씩 이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도 어쨌든 변화는 하고 있기에 공급자들은 '우리는 늘 수요자 중심의 혁신을 해오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 결과가 충분히 수요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수요자 중심인가 아닌가의 판단은 수요자가 해야 하는 것이죠. 
서비스디자인에게 주어져있는 큰 과제는 '인간중심으로 세상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특징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기업 IDEO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라는 이름의 금융서비스는 행동을 바꾸는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스타일링을 위한 디자인의 개념으로 보자면 금융서비스라는 분야는 디자인이 별로 쓰임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잔돈은 가지세요’ 서비스의 핵심 아이디어는 체크카드로 지불하는 물건 값의 거스름돈을 돌려받지 않고 그 차액을 저축 계좌에 바로 입금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4,7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나머지 300원을 잔돈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계좌로 이체시킴으로써 저금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본래 자기 통장에 있던 예금액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아마도 경제학과 마케팅, 기술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 의미 없는 비즈니스 모델로 취급받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이용자는 금융 전문가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일반인을 위한 것이기에 인간의 보편적 욕구나 사고방식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잔돈은 가지세요’는 시행 첫 해에만 250만 명의 고객을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12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2006년에는 비즈니스위크에 의해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친 최고의 서비스’로 선정되었습니다. 디자인은 항상 사용자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우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도 주부들의 행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한 결과 보통의 여성 소비자들이 저축에 관심은 많지만 왠지 어렵고 복잡하고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매 행동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물건을 사고 남는 거스름돈을 저금통에 모아두었다가 은행에 저축하는 습관을 바탕으로 이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서비스 모델로 구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면 저축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실제로 저축하게 됩니다. 인간이 심리적 동물이라는 점이 서비스산업에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은 관점이다, 영역이다, 분야다, 방법이다, 철학이다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도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경영컨설팅과 서비스디자인, 경험디자인은 어떤 점이 서로 다른 것일까요?  흔히 접해오던 경영컨설팅 방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서비스디자인방법은 낯설어 보입니다. 세 가지 개념의 특징과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각자의 개념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영컨설팅에서의 경영은 제공자의 경영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경영 컨설팅 방법론은 주로 기업의 내부 자원과 프로세스를 분석함으로써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있을 전략을 도출하는, 즉 공급자 관리적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전략을 컨설팅하는 기업은 공급자(기업)의 역량 파악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수요자(end user)의 잠재 니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경영 컨설팅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관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영컨설팅 기업은 일을 시작하면서 고객사에 컨설턴트를 파견 보냅니다. 컨설턴트는 고객사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조직의 특징, 역량, 프로세스 등을 분석합니다. 서비스 공급자인 기업의 역량을 진단하고 분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3C분석, 5 Forces Model 등을 통해 자사와 외부환경(경쟁사, 고객)을 분석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부분 공급자에 관한 방법론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경험디자인의 경험은 사용자의 경험을 의미합니다. 경영컨설팅에 비해 경험디자인은 철저하게 수요자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경험디자인 기업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 디자이너(리서처)들은 고객사가 아닌 '시장'으로 나갑니다. 서비스 공급자인 기업(실질적인 클라이언트)의 경영 자원을 분석하는데 별로 관심이 없고 대신 수요자의 문제점과 잠재된 욕구를 찾는데 집중합니다. 그래서 경험디자인 기업에는 수요자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들이 주로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 때문에 경영컨설팅과 경험디자인은 서로 다른 관점과 태도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결론적으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는 양자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만큼, 당연하게도 각 영역이 가진 관점과 태도에 적당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디자인 기업은 경험디자인과 경영 컨설팅의 중간쯤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험디자인의 도구와 방법론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대신 이 방법론을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자를 분석하는 데에도 사용합니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은 정성적 디자인 리서치를 통해 잠재된 욕구와 문제점을 발견하는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태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은 태도와 방법의 측면에서 경험디자인과 유사하며, 목적하는 해결 범위에 있어서는 경영컨설팅과 유사합니다. 단, 서비스디자인은 경험디자인의 방법을 수요자뿐 아니라 수요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적용 대상의 범위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서비스청사진, 이해관계자맵 등의 방법론을 추가적으로 사용한다는 등)가 약간 존재합니다. 결국 '디자이너가 디자이너의 자질과 도구를 가지고 경영컨설팅이 다루던 대상을 다룬다'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서비스디자인은 그럼 어떻게 실행될까라는 점을 살펴보기에 앞서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경제의 구조적 변화) 
세계 경제구조는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변화되었으며 그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비스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제조기업도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을 키워가는 서비스경제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환경변화  고객)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라 사용자들의 욕구도 변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요자의 변화된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지식 (심리학, 행동경제학, 뇌생리학, 디자인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요시장의 등장) 
글로벌 기업들도 수요자의 변화무쌍한 요구에 대응하고, 잠재된 미래의 시장을 발견하기 위한 서비스개발 방법으로서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경영학, 공학, 과학적 접근법과 차별화된 디자인적 해결책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급자 변화) 
디자인산업에 있어서도 변화된 수요자의 잠재된 욕구를 찾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방법(사용자경험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이 등장하였습니다.  
(새로운 역할인식) 
서비스디자인 방법은 소비자의 경험적 맥락 속에서 높은 감수성으로 문제를 찾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디자인방법으로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근 10여 년 간 민간과 공공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어떻게 실행될까요? 

서비스디자인의 핵심 과정을 잘 보여주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1.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를 토대로 고객의 기존 서비스 여정을 분석하고  
2. 패인포인트(pain point)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3. 이를 이야기로 구성하고  
4. 전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5. 필요한 부분의 실제화된 증거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전 세계의 다양한 기업과 학교에서 다양한 방법론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법론을 이해하는 것으로 서비스디자인을 잘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이 갖는 특징들 중 두드러지는 네 가지 특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사람들을 잘 관찰한다는 점입니다. 
위 그림은 포르투갈의 공항공사를 위해 영국의 엔진이라는 서비스디자인기업이 했던 프로젝트 중 디자이너가 촬영한 사진의 한 장면입니다. 사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먼 곳에서 방문한 여행객들이 온도차 때문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가방을 여는 장면입니다. 휴게실 등 좀 더 쾌적한 공간이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못 찾거나 번거롭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디자이너는 고감도 안테나를 활용해 사용자를 철저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감성]과 [공감력]이 필요합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는 점은 무엇입니까? 냉장고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아 불편하다는 사실입니다. 엄지손가락으로 지지하여 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디오 에스노그라피(비디오 민속지학)는 생활의 맥락 속을 관찰하면서 그 안에서 디자인적 통찰력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냉장고 문이 열기에 불편한 면이 있다는 것은 ‘냉장고에 대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너무나 사소해서 기억이 안되거나 기억이 되어도 말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실제 경험한 것을 설명하기 어려워하며 질문에 답하기의 방식으로는 대체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만 도출되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많고, 극히 민감한 사람이 아니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문제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래서 발견되지 않는 ‘암묵적이고 내재된 요소’는 과학적인 리서치를 통해서는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조사한 결과도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공급자와 수요자는 전혀 다른 관점과 입장에 있을 수 있기에 수요자의 실체에 대한 심층 연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연구자와 전혀 다른 처지에 있는 상대를 연구하는 문화연구의 입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종족을 연구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소규모의 사회집단에 참여하여 같이 활동함으로써 집중적으로 그 집단을 연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오지의 주민의 연구를 위해 극단적으로는 그 주민과 결혼해서 살면서 연구하는 그런 방식의 연구이지요. 이런 유형의 연구방법을 참여관찰(participant observation) 또는 민족지학(ethnography)이라고 합니다. 디자인리서치에서도 말로 물어서 알아낼 수 없는 사용자의 니즈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찰과 협력적 워크숍 등의 민족지학적 방법을 활용합니다.  

서비스디자인에 있어 민감성과 공감력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할머니는 ‘페트리샤 무어’(Patricia Moore)라는 분인데요. 한 눈에도 아주 불편해 보이시죠? 거동이 불편하니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대신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이분이 26살 때의 있었던 일입니다. 저분은 26살의 청춘에 자그마치 3년간이나 80세의 노파로 사는 경험을 했는데요. 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그녀는 노인의 삶을 체험해 보고 그들에게 맞는 눈높이로 디자인을 하기 위해 그 일을 해냈습니다. 현재 페트리샤 무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니버설디자인의 거장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 관찰이나 설문조사 같은 방법도 있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충분히 소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년간의 경험으로 나는 젊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노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직업인으로서 훈련되고 성장하는 전 과정을 통해 디테일한 제품/서비스의 차이를 느끼고 감지하는 훈련을 거듭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감수성이 높으며 지각, 인지, 감성의 예민한 감지자로서 미묘한 위화감을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뛰어난 공감력으로 사용자 경험상의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강화된 전문가로서 키워집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의 경험 가치를 잘 정렬함으로써 우리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설계자의 역할자로 적합합니다.  
 
두 번째로 통합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국 ‘앰트랙’사는 IDEO에게 초고속 열차 객실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IDEO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대신, 고객과 함께 기차 여행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행객이 여행을 경험하는 단계를 나타낸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을 개발합니다. 맵은 ‘1) 학습하는 단계? 2)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 등 총 10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객실 좌석에 앉게 되는 것은 8단계에 이르러서였습니다. 고객이 열차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객실의 디자인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며 객실을 금으로 장식한다 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비행기 여행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디자인을 구상하게 됩니다.

셋째로 빠르게 실행하면서 개선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비스 경험 프로토타이핑이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서비스를 실행해 보고 발견된 문제점을 즉시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서비스에서의 프로토타입은 실제와 흡사한 제품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실제 사용자가 사용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며, 어떤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경험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시나리오를 통해 사용자에게 서비스 혹은 제품이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더 섬세하게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산업에서 프로토타이핑은 매우 생소한 개념입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커피숍을 만들 때 그 커피숍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주게 될지 테스트를 하는 절차를 거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단지 경영진의 미적 감수성에 따라 제안된 인테리어 중 예쁜 것을 고르는 것이 다입니다. 서비스산업에도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빠르게 실행해 보고 개선하는 프로세스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네 번째, 서비스디자인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실제화합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 과정을 역할극 또는 즉흥극과 같은 방법으로 실행해 보면서 경험상의 문제를 찾아내고 고객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서비스로 개선시킵니다.  
IDEO는 사용경험을 실제화하기 위해 매우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면을 터치하면 움직이면서 춤추는 캐릭터 게임을 기획하였을 때, 맥북 카메라로 원격 회의를 하면서 게임이 동작되는 모습을 시연하는 장면입니다.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야기로 만들고 주요 장면을 연출하여 스토리 보드로 만들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만화책과 같이 이야기로 만들어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영국의 서비스디자인기업 엔진이 ANA라는 항공사의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었던 사례입니다.  

앞서 살펴본 특징을 통해 서비스디자인을 정의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집중적 디자인리서치, 
2)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욕구를 반영케 하는 공동개발, 
3) 맥락적이고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 
4) 빠른 반복 실행을 통해 고침, 
5) 특화된 가시화 방법, 혁신적 아이디어를 구체화함으로써 
고객이 경험하는 제품, 서비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 및 분야를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덴마크 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의 활용 단계를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구분하여 기업들이 디자인을 어떤 정황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활용 정도를 조사하고 있는 모델로 ‘디자인사다리’라고 부릅니다.  
사다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래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윗 단계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단계씩 점차 윗 단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디자인을 스타일링으로서 활용하는 단계에서는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일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점점 윗 단계로 갈수록 초기 기획단계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디자인은 앞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역할보다는 문제설정을 하는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까지 시험 문제를 푸는 데에 집중해 왔으나 이제는 출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문제해결자로서 디자인이 가져야 할 필요 역량과 문제를 설정하는 디자인이 가져야 할 역량은 서로 다릅니다. 시험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필요한 공식과 풀이 방법을 잘 알고 충분한 연습이 되어 있으면 되지만 좋은 문제를 내기 위해서는 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근본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필요한 역량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잘못 설정한 결과 생기는 문제는 문제 해결 방법을 잘못 선택하는 경우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더 큰 사회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서비스디자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디자인의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왜, 무엇을 새롭게 문제 정의를 해야 할 때 디자이너는 철저하게 수요자의 관점에서 문제 정의를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디자이너에게는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된 세상을 다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시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둘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디자인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사람의 심리와 행동양식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제껏 공공정책이 추구하는 목표와도 유사합니다. 디자인이 추구하는 목표가 공공정책이 추구하는 목표와 유사해졌다는 점은 흥미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공공서비스의 혁신 방법으로서 디자인의 활용 가능성과 필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의사 등 병원 관계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IDEO 이야기를 했었는데 잠시 그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간호사의 의사결정, 행동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동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짐작하시겠지만, ‘환자에 대한 배려심, 동정심’이었습니다. 그 발견에 이르게 된 디자이너는 간호사의 배려심이 방해받지 않고 최대한 발휘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디자인으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고 싶은 동정심이 많으며,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기존의 단말기의 경우, 간호사가 양손으로 조작하는 것이었는데 간호사의 행동을 관찰해 보니, 한 손으로는 환자의 손을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 기기를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환자를 아끼는 마음이 환자를 붙잡은 손에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이 착안점에서 출발하여 한 손으로 쉽게 조작, 입력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입니다. 여러분, 처음 MRI 검진을 하게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어린아이가 MRI 장비 앞에 서게 된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GE의 한 개발자는 자기가 약 2년간 공들여 개발한 MRI 기계 앞에서 MRI 검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는 한 소녀가 무서워서 우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그날 처음으로 거의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이 MRI 검사를 받기 위해 전신 마취를 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자기에게는 더없이 훌륭해 보이는 기계가, 어린아이에게는 단지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라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어린 환자들이 겁을 먹지 않을 수 있는 MRI를 만들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는 디자인의 인간 중심적 접근법을 통해 보육센터에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 연구하면서 MRI 검사실을 어린이를 위한 모험 공간으로 바꿉니다. 기술적 부분에는 전혀 변형을 주지 않고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MRI 촬영용 시나리오를 창작합니다. 아이들은 MRI 검진실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고, 이 안에서 해적을 피하기 위해 장비 안에 숨어 들어가게 됩니다. 숨 죽이고 숨어 있는 동안 나쁜 해적은 사라지고 이 ‘항해’가 다 끝나면 아이들은 검사실 벽에 있는 해적의 가슴에서 작은 보물을 하나 꺼내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어린이용 MRI기계 덕분에 소아 환자에 대한 마취제 투여가 급격하게 줄일 수 있었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90퍼센트 상승했다고 합니다.  
한 아이가 새롭게 변화된 MRI 검사실을 나오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엄마, 나 내일 여기 또 오면 안 돼요?"
 
이것은 서비스디자인의 새로운 역할을 의미하는 사례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단지 MRI장비실의 인테리어를 새로 디자인한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고 본질은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디자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MRI 기사를 디즈니랜드에 보내 캐스터 교육을 받게 하는 식으로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심을 흥미진진한 경험으로 다시 설계하기 위해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어 서비스 제공자의 역량을 변화시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환경디자인의 변화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내용을 종합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이 추구하는 혁신의 특징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라는 점이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관점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경제성, 효율성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감성적, 심리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지엽적 문제해결이 아닌 통합적 문제해결을 추구한다는 점도 특징이고요.  
특히 거대한 변화 대신, 사소한 변화라도 즉시 시작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디자인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가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민감성과 공감력을 바탕으로 넓게는 인간, 좁게는 사용자의 관점으로 경험의 세계를 다시 살필 수 있다는 점. 상상력과 창조력, 시각화 능력으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 앞으로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우리의 미래를 구상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기회가 주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 정점에 새로운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3.09.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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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중국까지 가서 왜 IDEO사례만 홍보하는가'라고 지적하시는 분이 계시길래, 혹시 또 오해하는 분이 있으실까 하여 해명을 드립니다. 콘퍼런스는 이틀간 진행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첫날은 서비스디자인의 필요성이 왜 커지고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세계적 동향을 중심으로 하는 개념적인 내용을 발표하였고 http://www.slideshare.net/sdnight/20150309-45697957 (첫째 날 발표자료) 
둘째 날은 실제 어떤 실행사례가 있는지 국내사례를 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http://www.slideshare.net/sdnight/20150310-45697770 (둘째 날 발표자료)

1일 차 : 서비스디자인, 산업을 다시 디자인하다
2일 차 : 한국의 서비스디자인 소개 + 작은 워크숍

타오바오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랜 친구가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소개해달라고 하여 휴가를 내고 다녀왔었습니다. 그 친구는 서울시 범죄예방서비스디자인 등 국내 대표사례를 가지고 타오바오에서 발표를 했었는데 그것이 중국인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주제로 다루게 된 것도 그 영향이 있었던 것이고요.
그래서 국내사례를 소개했던 둘째 날에는, 이미 공유되었던 내용을 제외하고 한국의 다른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 역시 한국 사례를 많이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서비스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좋은 국내 사례들이 많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제가 IDEO를 소개하려 이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IDEO 광고한다는 매도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내용을 꼼꼼히 보신다면, 그렇게 생각 안 하실 것 같습니다만...)  물론 20년 전부터 서비스디자인의 실행 경험을 다양하게 쌓아가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분명히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저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