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1/6 - 인간 중심 전환 전략으로써의 디자인

2023. 5. 20. 13:06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인간 중심 공공 서비스디자인,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라는 제목으로 2023년 5월 17일 있었던 해남군청 공무원 대상 서비스디자인 강의를 정리한 글입니다. 
6개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산업) 인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써의 디자인
2. 산업) 산업의 서비스화에 기여하는 디자인
3. 공공) 우리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4.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1. 말과 글을 넘어 사용자를 들여다보기
5.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2.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포용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
6.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3. 서비스디자인 과정과 구현 방법 ( + 발표자료)
 
오늘 새로운 디자인 역할에 대해서 소개해 드릴 기회를 얻게 돼서 기쁩니다. 

'인간 중심 공공 서비스디자인,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제목입니다. 
여러분도 이 제목을 보실 때 같은 의구심을 가지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보이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사람에 관한 디자인, 제품 도구에 관한 디자인, 환경에 관한 디자인 이런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역할이 부각되기 시작한 지 약 20년이 됐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죠. 
새롭게 나타난,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다음 네 가지의 주제입니다.

1. 산업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 
    1-1. 인간/수요자 중심으로 전환 전략으로써의 디자인
    1-2. 산업의 서비스화에 기여하는 디자인

2. 공공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
    2-1. 우리 모두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2-2.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산업에서 디자인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우리 모두가 꿈꿀 만한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과 모두를 위한 국가 디자인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산업에서는 공급자 중심이었던 세상을 인간 중심으로 바꾸는 전략으로서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알아차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아직 세상은 공급자 중심입니다. 
공급자가 수요자의 편의나 욕구를 잘 고려해서 서비스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생각한데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뭘 알 수 있죠? 
어딘가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도로죠. 그리고 최근에 과속 방지턱이 생긴 걸 알 수 있어요. 사고가 났다는 얘기죠.
그럼 과속 방지턱으로 사고가 줄었을까요?
 


운전자가 속도는 줄이지 않고 방지턱을 피해서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사고가 더 자주 났다고 합니다. 

방지턱을 두면 사람들이 속도를 줄일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공급자의 생각입니다.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죠. 공급자는 수요자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수요자는 늘 예측불허로 공급자의 예상을 벗어납니다.


머리 감을 때 샴푸인 줄 알고 손에 린스를 받았다가 다시 물로 씻어버린 경험이 있으시죠? 
제조사들은 브랜드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상점 매대에서 자기 제품의 브랜드가 더 잘 보여야 하니까 브랜드를 가능한 크게 만들어요. 사용바의 입장에서는 샴푸인지 린스인지 제품의 용도를 알리는 표기가 커야 하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죠. 그리고 자기 회사의 제품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같아야 하니까 린스 샴푸 패키지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사실 이게 사용되는 공간은 우리 집 화장실이나 목욕탕이잖아요? 그러면 그 두 개가 서로 달라야 하는데 똑같기 때문에 모두가 실수하게 되죠. 머리가 물에 젖어 있고 눈도 못 뜨고 이런 상황에서는 통을 만져봐도 구분할 수가 없으니까요.
알게 모르게 이런 작은 사소한 불편들이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우리의 환경이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사진출처, 관련 글 : 일본 우유팩에 숨겨진 작은 비밀!


일본에는 이 문제를 제도와 규제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샴푸 통 뒤가 올록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으면 샴푸, 매끈하게 되어 있다면 린스 이런 식으로요.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제품화할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이걸 지키겠죠. 



제도와 규제 같은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훨씬 더 세련되게 해결할 방법도 있습니다. 
이건 국내 디자이너 성정기 씨가 디자인한 콘셉트인데요. 2007년 독일 레드닷 콘셉트 어워드 베스트오브더베스트를 수상한 디자인입니다. 하나는 린스고 하나는 샴푸, 이렇게 구분해서 쓰면 되겠죠.
실제로 이 디자인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패키지디자인이었습니다. 시각 장애인이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비장애인에게는 더 편리하겠죠.



자판기는 어떻습니까? 충분히 수요자 중심의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0년 전에 특허 등록을 했을 때 디자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위에 동전을 넣으면 아래에서 병이나 캔이 나오죠.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허리가 불편하신 분들은 이런 자판기는 이용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어르신들이 자판기 쓰시는 거 보셨어요?
자판기를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업자들은 나이 드신 분들은 자판기 음료를 싫어하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허리를 굽혀야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못 쓰시는 거예요. 우리는 너무 몸이 건강하고 그런 작은 문턱 같은 것쯤 의식하지 않고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전자제품에 딱 하나의 버튼만 남아야 한다면 무엇이 남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원 버튼요?
실제로 그런 회의가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개발팀과의 회의에서 우리가 앞으로 만들 제품에는 어떤 버튼도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깜짝 놀라면서 말했어요.
"아니 어떻게요? 최소한 전원 버튼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스티브 잡스는 바로 대답했어요. 
"전원 버튼이 왜 필요하죠? 만지면 켜지고 놔두면 꺼지면 되죠." 
그래서 아이팟에는 전원 버튼이 없습니다. 만지면 그걸 인식해서 전원이 켜져요. 우리 머릿속에는 전자 제품이라면 전원을 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이것은 사용자 중심의 생각이 아닙니다. 제품 중심의 생각인 거죠. 



기업들이 얼마나 고객 중심이냐에 대해 조사를 해봤더니 기업들은 상당히 우리는 고객 중심이라고 대답했어요. 80%가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고객들을 찾아가서 다시 물어보니까 전혀 아니더라는 거죠. 8%의 고객만이 그에 동의했습니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인식의 갭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응답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객 중심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대기업들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였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정도의 큰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 우리의 서비스는 어떨까요?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 굉장히 고루한 이야기라고 하고 이미 우리는 벌써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반응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표처럼 실제 고객은 8% 정도밖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것도 세계 일류 기업들의 수준이 그렇다는 겁니다.

왜 대부분의 공급자들이 이미 우리는 수요자 중심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고객은 그것에 대해 만족 못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00% 공급자 중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고 100% 수요자 중심의 제품,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우리가 처음 어떤 서비스나 정책을 만들었다고 하면 어디에서 출발하겠습니까? 순전히 공급자 중심인 편에서부터 출발하겠죠? 그래서 점점 수요자 중심인 쪽으로 올 거예요. 그런데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고객 중심일 것이기 때문에 수요자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긴 하는데 그 속도가 말도 못하게 느린 거죠. 그것으로는 고객이 만족하지 않습니다. 8% 만이 만족하다 했을 정도로요.


그럼에도 세상은 큰 방향에서는 조금씩이나마 바뀌는 중입니다.
기술 중심에서부터 사람 중심으로,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소유에서 경험으로... 
사실 이게 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변화가 오고 있다는 거죠.
그 와중에 디자인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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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공공 서비스디자인,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2023.5.17.
윤성원. 해남군청 공무원 대상 강의 내용 요약

1. 산업) 인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써의 디자인
2. 산업) 산업의 서비스화에 기여하는 디자인
3. 공공) 우리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4.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1. 말과 글을 넘어 사용자를 들여다보기
5.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2.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포용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
6.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3. 서비스디자인 과정과 구현 방법 ( + 발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