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4/6 -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1. 말과 글을 넘어 사용자를 들여다보기

SERVICE DESIGN 2023. 5. 21. 11:10

마지막으로 모두를 위한 국가 디자인이라는 주제입니다. 
이 이야기는 좀 더 길 것입니다. 

디자인은 설계죠. 실제로 중국에서는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설계라고 합니다. 정책의 설계자는 정책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죠. 
행정안전부는 2014년부터 정책 기획에 있어 디자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개념으로 국민디자인단, 국민정책디자인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표는 국민들한테 장기 기증 의사를 물어본 결과입니다. 덴마크, 영국, 독일처럼 어떤 나라들은 아주 낮고 오스트리아, 프랑스 같이 어떤 나라들은 굉장히 높죠. 100%도 꽤 있죠? 그런데 이런 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표입니다. 보통은 어떤 조사를 했을 때 조사 결과가 이렇게 양극단으로 나오고 중간치가 전혀 없다면 설계가 잘못됐거나 뭔가 조작이나 오류가 있는 조사가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거거든요. 이 표도 그렇죠? 
장기기증 의사를 물어보는 시점이 언제인지 아세요? 저 조사를 언제 할까요? 면허시험을 보려는 사람이 작성하는 거예요. 작성서식의 기본 값이 무엇인가에 따른 차이예요. 체크를 해야 장기 기증을 하는 경우가 있을 거고 그냥 놔두면 장기 기증을 한다고 하는 데가 있을 거예요. 체크를 해야 하는 곳은 극단적으로 기증의사가 낮은 이기적인 나라가 되었고요, 체크하지 않아도 기본값이 기증으로 되어 있는 나라들은 국민들의 장기기증의사가 높은 좋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너무 쉽죠? 좋은 국민을 만드는 방법도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기본값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정책 설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goo.gl/EZDlQy


다음은 잘못된 디자인 사례입니다. 휴스턴 공항의 못된 디자인 사례를 알려드릴게요. 지금은 조지부시 공항이라고 이름이 바뀌었어요. 다른 공항 대비 이 공항에서는 수화물이 늦게 나온다는 민원이 많았습니다. 공항에는 수화물 찾는 곳까지 이동거리가 1분밖에 안될 정도로 거리가 상당히 짧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금방 나와서 짐 찾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불편하게 느끼다가 불만을 토로하는 거죠.
이에 대해 공항 측이 고안한 해결책은 승객들을 더 먼 곳에서 내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대비 6배쯤을 더 걸어야 하도록 바꿨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걷기가 불편한 취약층들에게는 이전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 되었죠? 하지만 그랬더니 민원은 싹 없어졌습니다. 가라는 곳으로 한참을 걸어가 보면 짐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오, 벌써 짐이 나와있네? 짐 찾는 게 아주 빨라졌구나!' 이렇게 되는 거죠.
민원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이것이 진짜로 문제가 해결된 것입니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된 건가요?
휴스턴 공항의 못된 디자인 사례를 통해 우리는 굉장히 무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공공인프라와 같이 근간이 되는 점이 잘못되어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문제를 인지하기도 어렵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 제기도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항설계가 잘못되어 있으니 고쳐달라는 식의 민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럴 리 없죠. 특히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있는 국민들은 자신의 불편을 적극적으로 토로하고 국가가 이 상황을 개선해야 함을 주장하지 못합니다. 부족한 자신의 탓이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런 국가라면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게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까?
교육제도가 근본부터 잘못되어 있습니다, 조세제도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노동정책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이 애당초 잘못 설계되어 있으니 고쳐달라고, 이렇게 문제 제기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습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사소하게 불편을 느끼고 있는 점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할 뿐입니다. 보도블록이 파손되어 넘어질 수 있으니 보수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 길은 애당초 공원이 되었어야 할 곳이라고 주장하지는 못합니다. 공항설계가 잘못되어 있는데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생각은 못하고, 짐 나오는 시간을 당겨 달라고 요청하는 것만 가능한 것처럼요.
그러니까 공공인프라의 설계자는 애당초 그런 점을 고려해서 잘 디자인해야 되는 것이죠. 

공공시스템을 설계하는 데는 서로 다른 전략 또는 더 거창하게 말한다면 철학 같은 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 가지 사례를 비교해서 설명을 드려볼게요. 


이곳은 광화문입니다. 
정지선이 어딥니까? 정지선은 사진 앞쪽이죠?  지금 사진에 안 나오는 앞쪽이 정지선이고 신호등이 저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고 차를 건널목 끝나갈 쯤에 정지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급한 사람들은 훨씬 지나서 정지하기도 하고 그래요. 신호등이 몇 개죠? 두 쌍이 있죠? 보이십니까? 신호등이 건너편 쪽에도 하나 더 있기 때문에 정지선쯤은 무시하고 더 지나쳐서 차를 세워도 신호를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평소에 느끼셨는지 모르겠는데 거의 모든 사거리에 신호등이 이렇게 두 쌍씩 있습니다. 운전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과한 배려인 거죠.
운전자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게 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예산 측면에서도 큰 손실입니다. 네거리마다 이렇게 두 쌍의 신호등이 설치되다 보니 설치비가 두 배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매년 이것을 유지하는 비용도 두 배가 듭니다. 신호등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이것은 명백히 세금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환경, 공공서비스에 있어 정답이란 없습니다. 좀 더 많은 국민들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가치를 선택해 합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내용도 나라마다 다르게 표현됩니다. 


두 번째, 위 사진은 영국입니다. 여기는 CCTV가 엄청나게 많아요. 갓길에다가 잠시 주정차하면 무조건 찍혀서 벌금을 내야 해요. 심지어 2층 버스마다 카메라가 있어서 그 버스가 서로 몇 분 간격으로 촬영해서 불법주정차 차량에 벌금을 매깁니다. 영국은 기술과 규제로 교통질서를 유지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가 국민들이 샴푸와 린스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규제를 이용했던 것과 흡사한 접근 방식이죠.


세 번째, 여긴 독일입니다. 정지선과 신호등 위치를 아까 광화문의 경우와 비교해 보세요. 정지선과 신호등은 어디에 있습니까? 신호등이 앞쪽 정지선 바로 옆에 정렬되어 있죠? 이렇게 설치되어 있으니까 운전자가 정지선을 넘게 되면 신호등이 운전자의 머리 위나 뒤쪽으로 가게 되죠. 그러면 신호등을 볼 수 없게 될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처럼 신호등이 두 쌍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정지선을 넘지 못하게 되는 거죠. 독일 같은 경우는 사람을 잘 이해하는 누군가가 이렇게 설계를 하자고 개입을 한 거죠.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잘 고려해서 공공환경의 체계를 구축한 것입니다.

바른 신호등 위치의 예

출처 :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용설명서, 2014, 안전행정부

 

우리는 어떤 개입자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중구난방입니다. 심지어는 다 광화문 같지도 않고 정지선과 신호등 위치의 관계가 지역마다 다 틀려요. 뒤쪽에 있는 곳(광화문)도 있고 앞쪽에 있는 곳(세종시)도 있고 마음대로입니다. 이것을 인간 중심으로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하고 표준화될 수 있도록 고쳐야 하는 거죠. 
영국인과 독일인들이 교통질서 잘 지킨다는 건 아시죠? OECD 국가 중에 최상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최하위죠. 교통사고율 사망사고 이런 것도 다 꼴찌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이렇게 많이 죽거나 피해를 보고 있는 이유가 국민성 탓이 아니라 잘못 설계된 공공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우리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잘못 디자인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거예요. 이것은 명백히 국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죠.  
시스템이 문제의 원인입니다. 시스템이 왜 문제일까요? 그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도로 교통 환경의 구현 사례에 한정해서 위의 세 나라를 비교해 본다면, 영국은 규제와 기술을 이용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고, 독일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을 유익한 방향으로 유인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정책은 어떤 '의도'라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공공부문의 시스템과 환경을 만드는데 철학과 구체적인 방법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관련된 글 : 공공정책과 디자인은 왜 만나야 할까?


다음으로는 우리 공공 정책이 갖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기는 수원지방법원 앞에 있는 교차로인데요, 2013년 언젠가 이런 상황이 있었는데 이후에 민원이 있어서 고쳐졌죠. 
신호등, 나무 식재, 횡단보도 이거 담당 부서가 다 따로 있거든요. 각자 열심히 일을 하고 협업을 하지 않으니 신호등은 저쪽에 있고 건널목은 다른 곳에, 나무가 가로막아 건널 수도 없는 건널목이 만들어지게 된 거죠. 


다음은 자동차 정비 서비스 사업 모델입니다. 국토부, 행안부, 환경부, 정비소 말고도 많은 정부기관과 공공부문이 이렇게나 많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정비 서비스 사업 모델에 대한 어떤 정책이나 규제를 하나 만들겠다고 하면 저 이해관계자들이 다 모여서 합의를 해야 돼요. 그런데 10년 후에 우리의 공공 정책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지금보다도 훨씬 복잡해지겠죠? 그러면 그 사람들 간 의견 합의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공공정책의 수행자들은 모두 사일로(Silo)로 역할이 나뉘어 있어서 애초에 협업이 잘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가, 공공서비스의 복잡성은 점차 더 높아가고 있어서 앞으로 이해관계자 간 공통의 문제해결을 위해 상호 합의하고 함께 해결책을 고안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런 구조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요자 중심의 국가를 만든다라고 할 때 당장 정책 설계자들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수요자를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수요자와 만나고 그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처지를 살펴보고, 또 느껴보는 것입니다. 제가 2014년부터 행안부와 함께 국민디자인단 과제를 운영하는 일을 해오면서 실제로 정책 설계자와 현장의 수요자가 직접 만나는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수요자의 애로사항이나 바람 이런 것들을 파악해야 되는데 그것은 설문조사와 민간단체, 협회장 같이 수요자 그룹을 대표하는 대의자와의 간담회와 같은 피상적 접촉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로 표현되는 요구를 듣는 것으로는 절대로 충분치 않습니다. 

정책 설계자들이 수요자 중심 정책을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일

 

관련기사 : https://www.yna.co.kr/view/AKR20140729118600062



이것은 강릉 사근진 해수욕장에 관한 기사인데요. 사근진 해수욕장에 여성 전용 비키니 해수욕장으로 운영된다 해서 그게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혹시 TV에서 내용을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이 생겼었는데 그게 완전히 수요자 중심으로 개발된 서비스였거든요. 
"여러분 여기 와보니까 뭐가 제일 불편하시던가요?"
"저 아저씨가 자꾸 쳐다봐서 너무 싫어요." 
사용자를 인터뷰하고 그렇다면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만들어야지 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그런데 여자분들도 안 갔기 때문에 망했습니다.



기존 정책과정 중 수요자 욕구 포착 방법은 이미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책 과정에 수요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꽤 많습니다. 간담회나 공청회 등 이것저것 하지만 대체로 실패하죠.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준다고 성공적인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설문응답자나 인터뷰 참여자는 어떤 숙고의 결과로 말하는 게 아니고 당장 떠오르는 생각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의견을 실현하는 것으로는 결코 성공적인 정책을 만들 수 없습니다. 표현할 수 있는 욕구는 상당히 작은 반면 그 머릿속에 숨겨져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충족 욕구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숨겨진 욕구는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관찰해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수요자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온 학문 분야가 있습니다. 민족지학 또는 문화인류학과 같은 학문들은 연구자가 익히 알고 있는 문화권의 대상이 아닌 다른 문화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리카 어떤 부족을 조사하기 위해서 오지에 직접 가서 조사하는 거죠. 이러한 학문들은 현장 작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여기서 연구자들은 그들이 연구하는 대상 지역 사회의 문화와 일상생활에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냅니다. 거기서 살면서 가족도 이루고 애도 낳고 하면서 그렇게까지 연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하면 조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말대신 다른 방법을 써야 되겠죠?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거나 그 사람들하고 같이 뭔가를 해보는 방법이 있겠죠.
사용자를 조사하는 테크닉 중에 가장 피상적인 조사가 말과 글로 하는 겁니다. 그거보다 더 깊은 데로 내려가려면 관찰을 해야 됩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말과 다르게 행동을 어떻게 하는지 이런 거 이 말은 이렇게 해놓고 행동을 다르게 한다고 그러면 거기에 뭔가가 있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착안점을 얻어 우리가 개선해야 할 것이 뭔지를 알아낼 수가 있죠. 그래서 행동을 관찰하는 것 그리고 그 밑에 더 깊이 숨겨진 수요자의 이해를 파악하려면 같이 워크숍 같은 활동을 해보는 거죠. 아니면 목표를 정해놓고 같이 뭔가를 실행해 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두루 조사해서 그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욕구를 찾아야 하는 디자인 분야에서도 민족지학과 문화인류학 등의 서로 다른 영역의 사용자를 연구하는 학문 방법을 차용하여 활용해 왔습니다. 수요자와 공급자야말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니 마치 외계인을 관찰해서 그들의 행동양식과 의도를 파악하는 식의 조사방법이 필요했던 것이죠.

우리가 지금까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설문조사, 인터뷰 등이죠? 지금까지 정책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는 사용자의 피상적인 욕구만을 파악할 수 있는 윗부분의 방법만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기존 방법은 말과 글을 이용하는 것이다 보니까 말과 글로 능숙하게 그걸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해는 상대적으로 제외되기가 쉬웠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공공정책에서 그 취약성을 극복할 방법으로 민족지학, 인류학, 디자인과 같은 분야에서 사용하는 사용자 조사 방법을 참고하고 활용해야 됩니다. 

사용자 리서치 방법의 특징

 

P&G 오랄비(Oral-B) 칫솔 디자인(IDEO), 1996. 그림출처 : http://www.ideo.com/work/gripper/


사용자의 말과 글로 표현될 수 없는 욕구 조사의 사례로는 어린이 칫솔 디자인의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머릿속에 어린이 칫솔의 대표적 이미지가 있죠? 그것은 오래된 게 아니라 1996년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처음 저 디자인이 나온 이후로 어린이 칫솔들이 모두 저 모양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손잡이 부분이 통통해서 어른 칫솔보다도 큽니다. 그리고 실리콘이랑 고무로 되어 있고, 입안에 들어가는 부분은 작죠. 1996년 이전에 어린이용 칫솔은 단순히 어른 칫솔의 작은 사이즈였어요. 
오랄비에서 IDEO라는 디자인회사(존슨 홉킨스 병원 프로젝트를 했던 그 회사)에 신제품 디자인 의뢰를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우선 아이들이 칫솔질을 어떻게 하는지 관찰을 했습니다. 아이들 칫솔질을 하는 걸 봤더니 아이가 칫솔질을 하는 중에 칫솔이 손에서 자꾸 빠지는 거죠. 손아귀 힘이 없으니까요. 근육이 미세하게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걸 정교하게 못 잡는 거죠. 그래서 이런 식의 구상을 한 거예요. 손잡이를 어른 칫솔보다 훨씬 더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구나. 이렇게요. 

이 사례는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어린이용 칫솔을 디자인할 때 아무도 사용자인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지 않았었다는 거예요. 그간 굉장히 많은 디자인 회사들이 어린이 칫솔을 디자인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아무도 어린이들이 칫솔질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그런 착안점을 찾은 사람이 없었죠. IDEO가 진지하게 고객을 관찰하기 전까지는요. 

우리 모두 어린이였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사용자인데 뭘 조사를 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데로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요? 이 과제의 경우에는 아이들은 말이 안 통하니 필연적으로 말과 글이 아닌 관찰 조사를 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껏 아이들 칫솔을 개발했던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어른 칫솔의 작은 사이즈 정도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커다란 인식차를 확인할 수 있었던 베인앤컴퍼니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공급자와 수요자는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너무나 다릅니다. 화성에서 온 공급자와 금성에서 온 수요자라고 할 만큼요. 공급자는 섣불리 짐작해서도 안되며, 수요자의 욕구가 말과 글로 표현되었다 해도 그것에 현혹되거나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관찰을 통해 사용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설문 결과보고서로부터 시사점과 정책 방향을 만들어내려고 작정하고 있으신가요?
여성 전용 해수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곳에 가지 않았던 누군가를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진짜 고객을 만나보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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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공공 서비스디자인,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2023.5.17.
윤성원. 해남군청 공무원 대상 강의 내용 요약

1. 산업) 인간 중심 전환 전략으로써의 디자인
2. 산업) 산업의 서비스화에 기여하는 디자인
3. 공공) 우리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4.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1. 말과 글을 넘어 사용자를 들여다보기
5.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2. 포용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
6.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3. 서비스디자인 과정과 구현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