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0. 20:14ㆍ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공공부문도 역시 서비스 아닙니까? 공공서비스의 상황도 서비스산업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공공서비스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할 건데요, 첫 번째는 우리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두 번째는 모두를 위한 국가를 디자인하는 그런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우리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에다 건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우리나라로 치자면 현대건설 같은, 일본의 유명한 건설사인데요. 20세기 최대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도쿄만 아쿠아라인 인공섬을 비롯해 도쿄도청사, 요코하마 베이브리지, 우나즈키 댐, 홍콩 신공항 여객터미널, 후쿠오카 돔 등 대공사를 통해 첨단 건설공법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쌓아온 기업입니다. 건설회사는 부정부패, 부정 담합, 야쿠자와의 연계설 등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대게 부정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인 데다가 이런 와중에 일본 건설사들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기 시작해 마에다 건설의 내부 분위기도 매우 어두웠었던 어느 날, 기획부의 한 직원이 제안을 합니다.
"혼다의 아시모 발표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왜 건설회사는 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도 모두가 꿈꾸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 과정을 고객들에게 공개합시다."
이 기발한 제안에 대응해 회사 측은 전폭적인 지원을 합니다. 2003년, 회사 내 비범한 전문가들 4명을 추려내 '판타지 영업부'를 신설했습니다. 멋진 일을 해보자는 정도 이외에는 부서의 목표도 딱히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첫 번째 프로젝트로 마징가 Z 지하 기지 설계에 돌입합니다. 실제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 견적을 내고 공사 기간과 공정 과정, 공정 가능성을 검토하여 실현 가능한 설계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QIKsVoI91kc
마징가제트가 숨겨져 있는 광자력 연구소는 후지산 기슭에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 앞에 커다란 수영장처럼 생긴 정화시설이 있거든요. 그 수영장이 한복판이 열리면서 거대한 로봇이 솟아 올라오는 거예요.(위 영상 참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젝트이니만큼 원작의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환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진지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원작에 ‘마징가 Z 기지가 후지산 기슭 남쪽에 있다’라는 단 한 줄의 단서를 토대로 후지산 남쪽 전체의 지질을 조사합니다. '후지산 기슭에 이 규모의 연구소가 들어설 부지를 찾아보는 중입니다.' 현장조사 사진도 올리고 지질학 교수 만나서 인터뷰도 해보고 이렇게 4명의 판타지 영업부서의 직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하게 되는 그 절차에 따라서 진지하게 그 일을 했어요. 그리고 실제 기지가 건설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확보하는 한편, 굴착, 승강기, 배수시설 등이 실제 애니메이션 속 장면과 일치하도록 설계를 해 나갔습니다. 심지어 마징가 Z 출격에 걸리는 시간이 10초 인 것을 고려해서 10초 내 수영장의 모든 물(약 300t)이 한꺼번에 배수되고, 마징가 Z의 격납고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시설을 설계했습니다. 이런 조건들은 현재의 건설 기술로 실현 불가능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안을 찾아내 기어코 설계를 완수하게 됩니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의 노력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각계 전문가들과 기업의 참여까지 유도해 냈습니다. 판타지 영업부는 이 모든 공정, 설계 과정과 부서 회의 내용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고객들과 소통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마에다 건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이후 마에다건설에는 취업 희망자가 엄청나게 몰려들어 웹사이트가 다운될 정도였어요. 총 1억 엔 이상의 홍보 효과와 회사의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지 책으로도 출간되고 영화화되기도 했죠.
마에다건설은 마징가 Z 기지 프로젝트에 이어 '은하철도 999 우주 레일을 건설하라', 그란투리스모 4에 들어간 오리지널 서키트인 "그란 파레 스피드웨이"의 공사 견적 개발, 기동전사 건담의 연방군 비밀기지인 ‘자브로’, 우주전함 야마토 기지 등의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도 국민들한테 새로운 비전을 주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에다 건설사 임직원들의 기대가 변화를 만들게 되었던 것 같아요.
* 참고한 글 :
다시디자인, 2021, 윤성원
마징가 Z 지하기지 그대로 짓습니다, 2005.08.04, 중앙일보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번역, 스튜디오본프리, 2005.(절판)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홈페이지 http://www.maeda.co.jp/fantasy/
출처 : 예스24. 마징가 Z지하기지를 건설하라 출처 : 다음. 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 2020
그런데 이 얘기를 왜 하느냐면, 이게 우리나라와 연관이 있어서입니다.
보시는 것은 래미안입니다. 래미안의 미래 비전의 하나로 발표된 영상이에요.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평상시에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광경이죠. 공중에 떠서 사는 걸 생각해 보신 적이 없죠? 비행선 주거 모델인 거예요. 이것이 구상된 배경이 마이다 건설의 사례와 연결됩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모이사님이 '마에다 건설에서 마징가제트 기지를 설계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알아봐 달라'라고 삼성경제연구소 성상현 박사에게 요청했습니다. 2005년 성상현 박사는 일본에서 판타지 영업부의 직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보고를 하니까 이렇게 황당무계하면서도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일도 중요하겠구나 이렇게 판단을 하였던가 봐요.
‘2009 래미안스타일’ 발표회에서 ‘래미안 에어크루즈(Raemian Air Cruise)'라는 이름으로 아래 영상이 발표되면서 영국의 디자인회사 시모어포웰과 함께 구상한 프로젝트가 소개 됐습니다.
* 관련 기사 : 삼성건설 미래주택 눈길, 2008. 9. 30. 파이낸셜뉴스
* 설명(링크된 시모어포웰의 유튜브에서 발췌) : 이 애니메이션은 디자인기업 시모어포웰이 자연 에너지로 구동되며 여행객을 스타일리시하고 럭셔리하게 태울 수 있도록 디자인된 거대한 수직 비행선 '에어크루즈'의 비전 콘셉트를 담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시모어포웰의 에어크루즈는 원래 자체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로, 승객 수는 적고 내부 공간은 넓어 생활, 식사, 휴식을 위한 공간은 물론 드라마틱하고 영감을 주는 공공 공간까지 갖춘 하늘 위의 호텔 콘셉트 디자인입니다. 초기 설계에서는 바/라운지 존, 복층 아파트 4개, 펜트하우스 1개, 소형 아파트 5개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이 콘셉트는 한국 기업 삼성물산 건설부문(C&T)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습니다. 건축용 신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삼성물산은 시모어포웰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미래에 대한 이 비전적인 접근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경험에 대한 상세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도록 의뢰했습니다.
'에어크루즈'(Aircruise - luxury airship hotel concept)라는 디자인 콘셉트죠. 당시 발표를 인용한다면, 높이 260m, 무게 376톤이고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를 활용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거형태입니다. 한강에서 해외 전역에서 이걸 경험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이걸 타고 동남아 순회 여행을 합니다. 기체에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밑으로 내려놓고 정박을 해서 얼마간 머물다가 또 다른 나라로 갑니다. 이것은 관광산업과 운송산업, 주거산업 그런 것들이 융합된 모델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는 또 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을 수가 있겠죠.
이것이 주거 모델이 아니라 건강 검진 센터라고 생각을 해볼까요? 헬스케어 산업과 항공산업이 합쳐진 모델이 되겠죠?
100세 기념 신체 재건 여행을 상상해 봅시다. 그 안에 여러 가지 헬스케어 서비스 모델 같은 것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제품들도 나타날 겁니다. 시나리오를 구현하자면 연구개발이 필요하겠죠. 원격 진료하는 서비스 등등 많은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겠고요.
* 관련된 글 보기 :
1. 왜 디자인인가? 산업의 연결자로서의 디자인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2. 시나리오 기반 과제기획. 헬스케어 + AI) 100세 기념 신체 재건 여행
우리의 미래를 구상하는 이런 식의 일은 일반 기업들이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래미안 에어크루즈의 경우는 마에다 건설로부터 영향을 받아 이런 구상이 시도된 건데 그것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생긴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기업의 경영진은 단기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구상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하는 경우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건설산업 쪽에서도,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이런 식으로 다른 산업과 거대한 융합이 일어날 때 어떤 기회가 생길 수 있을까라는 식의 연구는 잘 일어나게 되지 않지요.
그래서 새로운 산업이 융합되는 영역이 가져올 기회를 구상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합니다.
핀란드에는 시트라(SITRA)라는 연구소가 있습니다. 정부 교체나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미래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서 정부자금을 받지 않고 핀란드 중앙은행이 자금을 출연하여 만든 연구소입니다. 시트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는 약 8억 유로(약 1조 840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도 지속가능했으며,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죠. 사회복지, 보건서비스의 개혁과 순환 경제, 지속가능한 경제, 웰빙, 교육, 노동의 변화 등 바람직한 핀란드의 미래를 구상하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연구결과와 제안은 행정부와 입법부에도 영향을 주고 결국 바람직한 국가를 만들어가는데 영향력을 끼칠 것입니다.
* 관련기사 : 핀란드 싱크탱크가 독립성,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2017.9.8. 한겨레
우리나라도 당장 실현해야 될 과제가 아닌 10년, 20년, 30년 후에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방향 이런 것을 연구하는 그런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길어야 5년내 교체되고 유권자의 즉각적인 관심과 요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에 장기적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영국 디자인기업 시모워포웰이 주거의 미래 비전을 그렸듯, 디자인이 주도하여 미래 우리 국민 모두가 꿈꿀만한 미래의 비전을 구상하는 일을 어디선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트라와 같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큰 시각에서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디자인 조직이 운영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정부 방향에 발맞추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기관 말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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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공공 서비스디자인,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2023.5.17.
윤성원. 해남군청 공무원 대상 강의 내용 요약
1. 산업) 인간 중심 전환 전략으로써의 디자인
2. 산업) 산업의 서비스화에 기여하는 디자인
3. 공공) 우리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4.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1. 말과 글을 넘어 사용자를 들여다보기
5.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2.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포용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
6.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3. 서비스디자인 과정과 구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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