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5/6 -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2. 포용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

SERVICE DESIGN 2023. 5. 21. 15:42

모두를 위한 국가 디자인이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이어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용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민감성과 공감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서비스디자인을 할 때도 높은 민감성과 공감력이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akagawa Satoshi. tripod design


여기는 트라이포드 디자인이라는 회사입니다. 대표인 나카가와 사토시는 일본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정착되는데 큰 역할을 해 오신 분입니다. 

지금 이 사진은 60대 이상 노년층을 위한 약 패키지 개발 과정 중 한 장면을 연출한 것입니다. 노년층은 피부가 건조해서  약상자를 열거나 씌워져 있는 비닐을 뜯는작은 패키지를 다루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CD케이스에 씌워진 비닐 같은 것은 거의 뜯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디자인개발 시에 디자이너들이 사용자의 상황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툴킷을 이용합니다. 사진 한쪽에 목장갑이 있죠? 뿌옇게 처리된 고글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그런 도구를 이용해서 노약자의 신체적 조건을 재현해 실제 사용자들이 제품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경험해 보고 공감하고자 하는 거죠.

트라이포드에서는 '앞선 사용자 - 리드 유저(Lead User)'라고 부르는 1만 명이 넘는 장애인 사용자 군을 관리하고 있어요. 만약 마우스를 만든다면 손가락, 손목이나 어깨가 불편한 분들과 디자이너로 반반씩 팀 구성을 해요. 디자이너가 장애인이 마우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관찰하고 근육에 테이핑을 해서 같은 상황에서 마우스를 사용해보기도 하는 식으로 리서치를 합니다.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불편함을 민감하게 찾아내는 사람들을 우리보다 더 앞서 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리드 유저'라고 부릅니다. 리드 유저는 위화감에 대한 민감성이 엄청나게 향상되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시력이 전체 오감 중에서 한 80% 정도 차지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시력이 없으면 80%의 감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시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다른 청각이나 촉각 이런 다른 감각기관이 훨씬 더 예민해지기 마련입니다. 시력이 거의 없는 분도 앞에 뭔가가 있다면 그것을 피부와 같이 다른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트라이포드디자인은 리드 유저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를 찾아내고 디자이너가 개발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 Tripod Design Co., Ltd. 나카가와 사토시

 

사회문제에는 여러 가지 정황이 있습니다. 사회구성원 제각기 사회문제를 인식하는 민감성은 다르겠죠. 그림에서 수직의 막대기는 위화감에 대한 민감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문제가 명백하고 해결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 수 있는 그런 층이 있어요. 이를테면 벽에 못이 튀어나와 있다고 하면 이건 누구나한테도 다 보이는 문제인 것이고 그냥 두들겨 박고 나면 문제는 해결되겠죠. 시급성이 최우선이고 난이도는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2. 그리고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분명히 알기는 어려운 그런 층도 있겠죠. 보편적인 사람들은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어서 해결이 잘 되지 않습니다. 시급하긴 하지만 약간은 난이도가 있는 편입니다.
3. 그리고 문제가 보이지 않지만 왠지 불편하다고 느끼는 그런 단계도 있겠죠. 눈에 띄지 않아서 빈번하게 지적되지 않기 때문에 시급성면에서 밀리고, 불편하긴 하지만 해결방안 역시 마땅치 않아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4. 그리고 문제도 보이지 않고 불편함도 몇몇만 느껴서 대부분은 잘 모르고 지내는 층도 있을 겁니다. 소수의 사람들만 그 불편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공론화되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전원이 꺼져있지만 전기가 낭비되는 전자제품과도 같이 사회적으로 효율을 떨어트리고 비용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지만 드러나지 않아 사회적으로 이 주제들에 주목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를테면 아까 보셨던 자동판매기의 보이지 않는 불편 같은 거죠. 

그런데 이런 주제들까지 민감하게 포착하고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나 정책이나 공공의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잠재된 문제까지 속속들이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소할 공공서비스를 설계한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편해지겠죠? 

* 타이포그라피 교재 중에서 인용(출처 미상)


이 위의 것은 나쁘고 아래 것은 좋습니다.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마침표가 달라요. 그래서 밸런스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아래 것이 더 세련되고 좋아 보이거든요. 이것은 미술대학 디자인 전공 타이포그래피 교재 중 일부입니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씨 모양을 고안하고 디자인하는 분야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이런 걸 평생 훈련하는 거죠.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분별 못하고 좋은 디자인을 못 찾는다면 디자이너로서 능력이 없는 거죠.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서 민감성을 계속 올리기 때문에 어떤 디자인을 접했을 때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고 이렇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훈련을 통해서 위화감에 대한 민감성은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죠. 위화감에 대한 민감성을 올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나 정책을 잘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고 잘못 디자인되어 있는 것을 접했을 때 그것을 문제로 느낄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그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야 고칠 수 있겠죠. 


분감한 분석자와 중간에 해당하는 보편적인 분석자, 예민한 분석자 이렇게 세 그룹이 있다고 치면 우리가 사용해야 할 제품, 환경, 서비스, 시스템은 누가 만드는 것이 좋을까요? 예민한 분석자 그룹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높은 곳에서 전체를 싹 다 내려다보고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찾아내서 고치는 것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둔감한 분석자가 그 역할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보편적 고객이나 예민한 분석자가 느끼는 불편을 느낄 수 없으니 고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다 불편을 느끼게 되겠죠. 

포용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도 하고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그간 우리는 평균을 위한 디자인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왼쪽이나 오른쪽 끝부분은 그걸 살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만들어봐야 팔리지도 않고 그래서는 투입 대비 산출을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니 비용 편익을 고려한다면 제일 사용자 층이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마우스를 디자인할 때도 몇 만 명의 가장 평균적인 손바닥의 크기, 손의 손가락의 길이 이런 데이터 - 평균 인체 측정 치수를 사용하는 것이죠. 그걸 토대로 해서 디자인을 해야 하는 거예요. 

포용디자인 (Inclusive Design)  = 모두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all)

 

평균을 위한 디자인만 했던 이유,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실현되지 못했던 이유



그런데 앞으로의 디자인 환경은 많이 달라집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서 소량 생산, 맞춤형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플랫폼을 통해서 주문제작 하는 등 전체를 다 포괄할 수 있는 식으로 제품들이 만들어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향후 2, 3년 안에 이런 것들이 실제로 실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이제는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옛날에는 감히 생각도 못 했지만 이제 AI기술이 우리 생활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거든요. 
예를 들어 영어 영어 시험 영어 교육만 보더라도 그간 영어 시험을 객관식 아니면 단어 쓰기 이런 식으로 테스트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실은 영어는 말하고 듣는 실력이 중요한데 그걸 테스트할 방법이 없다 보니 필기시험으로 운영되었던 것이고 그 필기시험을 잘 볼 수 있는 교육을 해왔던 것이죠. 그런데 예를 들어서 각자 AI와 대화하면서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하면 우리의 시험이나 학습 방법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겠죠.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목도하기 직전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산업에 있어 근본적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추구할 때 평균치가 낮아지는 식의 손해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를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아닙니다. 포용을 지향하는 편이 오히려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둘 중 하나는 포용디자인입니다. 무엇이 포용디자인인가요? 
왼쪽의 레버형 손잡이가 포용디자인입니다. 저 동그란 손잡이는 손아귀 힘이 있어야 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왼쪽의 손잡이는 손아귀에 힘이 없더라도, 심지어 손목 아래가 없다고 하더라도 문을 열고 닫을 수가 있죠. 레버형 손잡이의 판매율이 92%에 해당됩니다. 모두를 포용하는 디자인을 하게 되면 그만큼 이용자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더 비용 대비 이익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산업 성장과 사회적 가치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다 유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계속)

----
인간 중심 공공 서비스디자인, 공공정책에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까?
2023.5.17.
윤성원. 해남군청 공무원 대상 강의 내용 요약

1. 산업) 인간 중심 전환 전략으로써의 디자인
2. 산업) 산업의 서비스화에 기여하는 디자인
3. 공공) 우리가 꿈꿀 만한 미래를 만드는 디자인
4.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1. 말과 글을 넘어 사용자를 들여다보기
5.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2.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포용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
6. 공공)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드는 디자인 - 3. 서비스디자인 과정과 구현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