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서비스디자인, 기존 디자인과 무엇이 다른가?

2023. 4. 3. 00:01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2.2. 서비스디자인과 기존 디자인의 차이점

2.2.1 서비스디자인, 기존 디자인과 무엇이 다른가?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를 디자인 방법으로 개발하는 분야로, 디자인을 단순히 형상화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기획하고 본원적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로 발전하였다. 서비스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1) 디자인 대상이 형상이 없는 무형의 '서비스'이므로 접근 방식이 다르다, (2) 다학제적 역량이 필요하다, (3) 서비스 콘셉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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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를 디자인 방법으로 개발하는 분야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많은 실행 경험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해외 주요국들의 서비스디자인 기업, 학계에서의 자료들을 보면 서비스디자인을 정의하는 방법에 있어 일관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서비스디자인은 (기존의 무엇과는) 다르다’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 ‘다름’은 1) ‘기존의 디자인과 비교할 때’ 무엇이 다른가를 밝히는 경우와 2) ‘기존의 서비스 혁신 방법과 비교할 때’ 무엇이 다른가를 설명하는 경우로 나뉜다.

기존의 디자인과도 무언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기존의 서비스를 개발하던 방법과도 다르다고 말한다. 기존의 디자인 방법과 비교할 때 유무형의 요소를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하는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다르고, 기존의 서비스 개발 방법과는 감성, 심리, 경험에 집중하여 서비스를 기획하는 수요자 중심의 개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다르다. 기존 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이를 먼저 살펴보고, 이어 서비스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타 분야 학문과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면 ‘제품디자인’, 시각물을 만드는 것이라면 ‘시각디자인’, 이렇게 ‘디자인하는 행위’가 구현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포장디자인, 환경디자인 등으로 디자인을 분류해 왔다. 같은 식으로 설명하자면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서비스에 있어 디자인은 시각, 제품, 환경의 복합적 요소로 구현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엇을 디자인했는가라는 기존의 디자인 분류법으로 보자면 서비스디자인은 제품, 시각, 환경, 패션 등 각 디자인 영역의 조합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디자인이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하는 대상은 보이는 영역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이 특정 서비스의 구현 단계에서 형상화(스타일링)에 기여하였다면, 서비스 전반의 개발을 제안하고 구현하는 역할로 확장되었다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부분적 스타일링의 합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서비스 비즈니스의 문제를 사용자의 관점에서 재정의하여 기획하고 본원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분리된 디자인 영역에서 고려할 수 없었던,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에 대한 투자 방향을 제품 혹은 환경디자인에서부터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과제로 바꾸어 제시했던 ‘아셀라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셀라 프로젝트 (미국, IDEO)
개발시기 : 1999년

미국 북동부를 운행할 새로운 고속철도가 필요했던 ‘앰트랙’사는 IDEO에게 새로운 열차인 ‘아셀라(Acela)’의 객실디자인을 의뢰하게 되었다. IDEO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대신, 고객과 함께 기차 여행을 했다. 그러면서 여행객이 전체 여행을 경험하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나타낸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을 개발한다.

그림 : 아셀라 고속철도, 철도 여행자의 고객여정

* 출처 : 피어인사이트 발표자료, 2005(IDEO의 아셀라 고속철도서비스 프로젝트, 1999)
* 아셀라 디자인 개발 관련 자료 : https://www.symboltm.com/work#/936691967557/

 

Work — SymbolTM

 

www.symboltm.com

 

맵은 ‘1. 여행정보를 학습하는 단계 2.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 3. 기차역에 가는 단계 4. 주차장을 찾는 단계 5. 기차표를 사는 단계 6. 플랫폼 위치를 찾는 단계 7. 기다리는 단계 8. 좌석을 찾아 앉음 9. 목표한 역에 도착 10. 다음 여행을 계속함’까지 총 10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객실 좌석에 앉게 되는 것은 8단계에 이르러서였다. ‘고객이 열차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객실의 디자인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열차표를 예매하는 것도 불편하고, 역사에서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고, 탑승 절차도 번거롭다.’ 결국 이 문제는 객차를 금으로 장식한다 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IDEO는 비행기 여행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디자인을 제안하게 된다. 이것은 ‘1999년’, 미국에서의 일이다.
* ‘디자인에 집중하라’(팀브라운, 김영사),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로저마틴, 지식노마드) 두 책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해 고쳐 씀.

최근 디자인씽킹, 서비스디자인, 등 용어들의 등장은 디자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이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환경디자인 등은 디자인이 어떠한 형태로 표현되는가에 초점을 둔 것으로 ‘표현 방법’으로서의 디자인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디자인싱킹, 서비스디자인, 전략디자인과 같은 용어들은 ‘표현 방법’이 아닌 ‘사고방식’으로서 디자인의 역할에 주목함을 의미한다.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기존의 디자인 행위와 비교할 때 대상, 필요 역량, 목표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첫째, 디자인의 대상이 다르다.

디자인 대상이 형상이 없는 무형의 ‘서비스’라는 점에서 다르다. 기존 디자인은 현실의 무엇인가를 실제화시키는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형상성’을 기준으로 디자인의 역할이 규정되고 평가되었다. 디자인을 ‘스타일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기존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관점이다. 서비스디자인에서의 디자인 대상은 무형이므로 기존의 접근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둘째, 디자인에 필요한 역량이 다르다.

통합적 관점이 요구되기 때문에 디자인제공자에게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존의 디자인이 주로 스튜디오에서 전문가들끼리 디자인해 왔던 것과 비교할 때 새로운 디자인으로 불리는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은 다학제의 다양한 사람들 및 서비스의 수요자와 함께 디자인한다는 것도 두드러지는 점이다.
지금까지 제품, 시각, 환경 등 각 영역의 전문가가 전문 분야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에 비교할 때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가 일어나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용자경험을 향상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이 사용자와 만나는 특정 시점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전달되는 전 과정과 여기에 관여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솔루션으로서 디자인이 추구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디자이너가 다양한 학제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존의 디자인은 사람과 사물, 공간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각각 의사소통, 도구, 환경을 위한 무엇인가로 실제화된다. 서비스디자인은 이 요소를 묶고 연결하는 과정이 디자인 영역으로서 새롭게 인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후에는 아마도 시스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비스디자인 또는 시스템 디자인이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조합, 연결함으로써 서비스, 시스템, 사회구조를 설계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서비스디자인의 영역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자료를 소개한다. 동영상을 본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비행기를 탈 때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부모가 겪게 되는 난감한 심정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가 주제이다.

* 동영상 : https://vimeo.com/51083733

그림 : cAir의 서비스디자인(영상 중 발췌)

 

탑승 중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기 전과 하고 난 후에 이르는 전체의 경험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물만 보면, 서로 다른 전문영역의 디자인 에이전시들이 만든 결과물을 한 군데 모아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픽 디자인, 편집디자인, 브랜드, 패션디자인, 웹, 앱 개발, 사인시스템, UX, 서비스 등등 매우 폭넓은 범위를 다루면서도 사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통합적으로 개발된 디자인 결과이다.

사용자의 경험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보이는 디자인’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계획한 서비스가 목적한 바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빙산의 위쪽에 드러나는 디자인 요소들도 필요하지만, 직원들의 인식, 교육, 심지어 조직체계 같은 이면의 거대한 요소들이 함께 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영역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

그림 : 보이는 디자인과 보이지 않는 디자인 (빙산의 비유)



셋째, 목표가 다르다.

디자인의 목표가 ‘서비스’ 자체, 즉 서비스 콘셉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존 디자인이 구체적 사물(휴대전화, ATM, 웹사이트, 상점 등)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면,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의 실현’을 목표로 하므로 구체적 사물은 매개물로서의 선택적이고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표 : 전통적 디자인 방법과 새로운 디자인 방법
기존 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별점 (윤성원, 2014)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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