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왜 디자인인가? (3) 창의성에서 대안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2023. 4. 3. 00:10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경제 구조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수요자의 욕구가 물리적에서 심리적인 상위 층위로 발전하고 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감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서비스 개발 방법이 필요하다.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자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해 수요자의 변화된 욕구와 미래 시장에 대응하려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

 

세 번째로는 창의성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경향에 따라 디자인의 역할이 커진다는 점이다.
불과 창업 9년 만에 세계 최대 숙박 공유기업이 된 에어비앤비(Airbnb)는 기업가치 약 300억 달러(34조 원)로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호텔의 기업가치를 넘었고 미국의 대표적 SNS의 하나인 핀터레스트의 기업가치는 13조 원을 넘었다. 국내 기업으로는 배달의 민족, 렌딧(P2P금융 개인 신용대출 1위 기업) 등 국내외에 주목받고 있는 이들 기업은 창업자가 디자이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 전반에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구글 트렌드 기준으로 최근 인터넷상에 ‘디자인싱킹’의 키워드 활용이 비약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것을 봐도 경영학에서 강조해 온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비판적인 사고(Critical Thinking)에 대응해 이를 보완하는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을 강조하는 동향이 나타난 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 울산발전연구원 계간지 기획특집 ‘산단 안전디자인’, 2017, 윤성원

그림 : 구글 트랜드. Critical Thinking(위, 청색)과 Design Thinking(아래, 적색)의 사용량 비교 (2004~2023)



2013년 5월, 직원이 2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경영컨설팅 회사인 엑센추어(Accenture)가 피요르(Fjord)라는 서비스디자인회사를 인수했다. 2007년 디자인 리서치로 잘 알려진 더블린그룹이 경영전략컨설팅 기업인 모니터그룹에 인수되었던 것도 디자인계에서는 중요한 소식이었다. 경영컨설팅 회사가 디자인회사를 인수·합병하거나 디자인회사와 협력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업의 속성으로 한다. 기존에 있던 것의 개선에서 기회를 찾기 어려워진 만큼 창의적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디자인도 더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급자보다 수요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패러다임을 고려할 때, 경영컨설팅이 오래도록 취하고 있는 생산자의 자원 관리를 통해 생산력을 고도화하는 관점도 앞으로 수요자의 잠재 요구를 토대로 새로운 수요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디자인 방법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이 디자인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있는 동향은 그것을 입증하는 현상이다.

* 디자인기업 인수 동향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글 : 실리콘밸리는 왜 디자인에 주목하는가? ‘Design in Tech Report 2015–2016’. 존마에다 MIT Media lab 교수

그림 : 주요 기업들의 디자인기업 인수 동향 2016 Design in Tech Report. John Maeda

출처 : https://designintech.report/2016/03/13/design-in-tech-report-2016/

서비스 산업화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학문의 변화 동향, 신간 서적 출간 동향, 기업의 인수합병 동향 등으로 미루어 볼 때
-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변화
- 관리와 효율성 중심에서 창조성 중심으로의 변화
이 두 가지 커다란 변화는 인간의 감정과 감성, 심리를 다루는 디자인에 중요한 기회가 마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에도 민간과 공공 모두 이러한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추진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에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해 시장의 실제 고객인 지역 사용자 대상으로 디자인 리서치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상인회와 사업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던 기존 방법이 공급자 중심의 추진이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정부 R&D에도 비즈니스아이디어 사업(지식서비스 BI 연계형 사업)이 신설되었고 서비스디자인 기획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한 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수요자 중심의 기획, 개발이 도입되었다. 디자인과 관련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에너지산업의 연구개발에서도 2016년부터 기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너지기술 수용성 제고 및 사업화 촉진 사업)에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2017년부터 ‘환자 경험 평가’가 도입되었다. 환자의 경험을 평가함으로써 의료 서비스 공급자의 경쟁력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여 환자 중심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가장 공급자 중심의 경향이 강한 공공정책의 영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크다.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한국디자인진흥원)는 2014년부터 서비스디자인 기법을 공공정책 기획 방법으로서 적용하는 ‘국민디자인단’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0년까지 모든 부처(기재부 제외)와 지자체는 총 1,000개 이상의 국민디자인단 과제를 운영했으며 이를 통해 국민 참여형 정책 기획 프로그램을 경험한 참여자들이 약 1만 명이 넘는다. 그 노력의 성과로 2017년 4월 행정절차법 시행령이 개정되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정책 참여 방법으로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최초로 마련되었다. 이 개정으로 각 부처·지자체·공공기관에서 모든 행정과정에 국민참여 정책 기획 방법으로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 : 수요자 중심 동향에 따라 변화 또는 새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의 예시


기획, 개발, 평가의 전 영역을 통해 공급자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수요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경향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대부분 공통으로 디자인을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디자인이 수요자 중심의 관점을 실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구조가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구조는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변화되었고 그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제조기업도 서비스비즈니스 영역을 키워가는 서비스 경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수요자 욕구와 기대 수준이 심리적, 상위 층위의 욕구로 변화하고 있다.
만들면 팔리던 결핍의 시대를 넘어 과잉의 시대가 되었다. 사용자들의 욕구도 물리적 욕구에서 심리적 욕구로, 점차 상위 층위의 욕구로 발전하고 있다. 고도화된 사용자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제공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수요자의 변화된 욕구 감정, 감성, 심리를 파악하기 위한 지식(심리학, 행동경제학, 뇌 생리학, 디자인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서비스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자의 변화무쌍한 요구에 대응하고, 잠재된 미래의 시장을 발견하기 위한 서비스 개발 방법으로서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경영학, 공학, 과학적 접근법과 차별화된 디자인적 해결책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산업에서도 변화된 수요자의 잠재된 욕구를 찾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방법(사용자경험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이 등장하였다. 서비스디자인 방법은 소비자의 경험적 맥락 속에서 높은 감수성으로 문제를 찾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디자인 방법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근 민간과 공공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 이전 글 목차 다음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