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이제는 사용자 경험이 문제다

2023. 4. 3. 00:18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경제학과 심리학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심리가 경제적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소비자의 니즈가 경제에 영향을 주고 수요자가 더 주도권을 쥐게 되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세상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 결과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

가치 생산과정 전반에서 영향력의 중심이 제공자로부터 사용자로 이동하면서 심리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는(= 경제적 가치는 심리가 결정한다는 인식) 전환이 왔는데, 그 전환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심리학에 근거한 경제학)의 창시자이다. 그가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썼던 ‘휴리스틱과 편향(Heuristics and Biases)’이라는 논문은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만들어지는 씨앗이 되었다.

행동경제학이 기본적으로 갖는 전제는 인간은 논리성에 근거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늘 주먹구구식으로 편향되게 사고하며 한 번 했던 실수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을 주면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뇌는 원래가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관(무게는 체중의 2%에 불과하나 에너지 총량의 20%를 소모)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뇌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므로 정보를 처리하면서 패턴화 시키고 단순화시키는 기능을 발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휴리스틱(직관적이고 주먹구구식의 의사결정)에 기반해 사고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사고 성향은 편향을 가져온다. 뇌의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가 쉽게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고 이는 편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행동경제학은 최근 경제학의 주류가 되었다. 대니얼 카너먼에 이어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는 효율적 시장이론을 비판하고 행동경제학의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넛지’의 공동 저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실제 정책에 적용해 실증하기 위해 노력하며 행동경제학을 학문적으로 성숙시키고 확산하는데 이바지한 결과 2017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노벨경제학상, 리처드 탈러 美 시카고대 교수… 경제학에 심리학 접목 ‘행동경제학’ 창시자‘, 2017.10.11. 조선비즈

최근 행동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1. 인간의 심리가 경제적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많아짐으로써 경제이론이 인간의 행동을 통해 실증 가능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 인간의 심리와 행동으로 경제 현상을 해석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제학과 심리학이 통합되고 있다.
3. 과거보다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다루는 학문 분야가 더 주목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으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용성과 매력도를 높이는 역할에서 정책 수요자의 심리를 조정하여 정책 효과를 높이는 역할로까지 변화하고 확장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매사에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구매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하면 있을 수 없는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전통적 경제학으로는 이를 해석할 수 없게 되자 심리학에 기반한 경제학인 행동경제학이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그림 : 심리가 경제적 가치를 결정한다.



최근 경제경영서 베스트셀러로 심리학 서적들이 많이 발견되는 현상도 경영자들이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방법론에 관심을 두게 된 경향을 보여준다. 이것은 서비스산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되면서 생기고 있는 일이다. 제조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조서비스화 경향과 서비스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산업구조는 제조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점차 전환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제까지 공급자 위주였던 것이 모두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사용자) 중심으로, 비전(미래 통찰력) 중심으로, 감성과 민감성 중심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이것은 학문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내부자원을 잘 이해하고 효율화함으로써 차별적 경쟁우위를 지속하고자 하는 관점의 경영학, 경제학, 마케팅 등의 학문 대신, 수요자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수요자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그림 :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 수요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 이전 글 목차 다음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