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서비스디자인은 존재하는가?

2023. 4. 3. 00:06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국내외 서비스디자인이 만들어지고 발전되어 온 과정을 살펴본다. 공공영역의 주도로 수요가 생기고 있는 것에 반해 서비스 공급자가 부족한 국내 서비스디자인산업의 동향과 특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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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은 심리학자이자 인간 중심 디자인의 영역을 개척해 온 도널드 노먼이 애플의 부사장이던 당시 만들어 낸 말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이보다 조금 앞선 1991년 독일 퀠른국제디자인대학의 미하엘 에얼호프(Michael Erlhoff) 교수가 마케팅에서 사용되던 개념을 디자인의 분야로 소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용자 경험의 개념은 업계에서,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은 학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UX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시작

(좌) 도널드 노먼 Donald Norman(1935~). 1993년, 애플컴퓨터 부사장 재직 시 'User Experience Architect'라는 직함을 사용
(우) 미하엘 에얼호프 Michael Erlhoff(1946~2021). 쾰른국제디자인대학 KISD(Köln International School of Design) 교수. 1991년 서비스디자인을 디자인의 한 분야로 소개


1991년 이래로 2000년 최초의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생겨났고 2003년 영국에서 최초의 대규모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인 ‘RED’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004년 현재 세계 최대의 서비스디자인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 네트워크가 생겼고 본격적으로 전문가들끼리의 교류가 일어나게 되었다. 2007년 영국은 다시 RED의 후속으로 Dott07이라는 프로젝트가 250억 원 규모로 실행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서비스디자인의 역사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Service_design
(번역 : 김남형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

서비스디자인의 역사의 공헌자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사람은 쇼스탁(G. Lynn Shostack)이다. 본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활동은 마케팅이나 경영 분야의 영역의 하나로 여겨졌다. 쇼스탁은 1982년에 제품과 같은 물질적인 요소와 서비스와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를 하나로 통합화된 디자인을 제안하였다. 쇼스탁에 따르면 이러한 디자인 프로세스는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의 필수적인 기능으로서 성문화 될 수 있고 서비스 상에서 일련의 이벤트를 서비스 청사진으로 만들어 문서화할 수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1991년 퀠른 국제 디자인 대학(Koln International School of Design, 이하 KISD. www.kisd.de)의 미하엘 엘호프(Michael Erlhoff) 교수에 의해서 디자인의 한 분야로서 처음 소개되었고 후에 같은 학교의 비르짓 마거(Birgit Mager) 교수는 서비스디자인 연구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2001년, 처음으로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을 표방한 컨설턴트 비즈니스 회사인 리브워크(www.livework.co.uk) 사가 런던에 설립된다. 2004년에는 독일의 퀠른국제디자인대학(KISD)과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 스웨덴의 링코핑 대학, 이탈리아의 밀라노폴리테크닉과 도무스 아카데미가 주체가 되어 서비스디자인의 산학 간 네트워크인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Service Design Network. 이하 SDN. www.service-design-network.org)를 설립하였다. 현재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는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하려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와 국제적인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들에 의해 확장되어가고 있다. 2010년 12월에는 마크 스틱돈(Marc Stickdorn)과 제이콥 스나이더(Jakob Schneider) 등을 주축으로 23명의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들이 공동집필한 ‘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이 출간되었다.



국내 서비스디자인의 도입 역사
* ‘수요자 중심 공공정책을 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모델에 관한 연구’, 윤성원

국내에서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이 처음 소개된 것은 디자인 서적을 주로 출간하는 안그라픽스의 ‘서비스디자인 시대’(표현명 외. 2008. 안그라픽스)라는 도서를 통해서였다.
서비스디자인이 해외에서 디자인 서비스 공급자 또는 디자인 학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었음에도 당시 국내 디자인 업계와 학계에서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디자인 분야의 서적으로 번역서가 아닌 국내 저자의 책이 발간되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최초의 서비스디자인 주제 석사학위 논문(‘서비스디자인 측면에서 공공서비스 평가 방향연구’, 2009, 이대디자인대학원, 한수련)이 나타난다.
본격적으로 서비스 혁신방법에 대해 학계와 업계가 주목하게 된 것은 디자인 영역이 아닌 타 분야에서부터였는데 그 계기는 정부가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서비스 혁신 필요성 인식에 따라 국책 연구소, 정책 연구 기관들을 중심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각국의 정책을 연구하게 되면서 국내에 해외의 다양한 서비스 혁신 동향을 소개하게 된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고도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됨에 따라 서비스 혁신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모색하는 와중에 다양한 해외 동향이 소개되었던 것이다.
그 시작으로는 주요 서비스산업 분야별 현황 파악 및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방안’ (2009.5)과 서비스 R&D 개념과 서비스 R&D 분야별 사례 등을 제시했던 ‘서비스 R&D 활성화 방안’(2010.2)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2009년은 서비스 혁신 방법으로서 다양한 산학계 동향을 접할 수 있었던 최초의 해였다. 서비스디자인도 2009년 정부가 서비스 혁신 방법을 모색하는 와중에 국내에 그 개념이 알려지게 된다. 2009년 11월 10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주관으로 개최된 서비스 R&D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자였던 미국의 대표적 디자인기업인 IDEO의 창립자 빌 모그리지가 ‘서비스디자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서비스산업 고도화에 있어 디자인 방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던 것이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알린 시작이었다. 2009년 12월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한 테크플러스포럼에서 빌홀린스, 영국의 서비스디자인기업 리브워크의 창립자인 크리스 던스 등 해외 서비스디자인계 인사가 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소개하였다. 또 2009년부터 파워 블로그인 하이컨셉&하이터치(health20.kr)와 쓸만한 웹(www.usableweb.co.kr) 등 웹을 통해서도 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방법론, 사례 등이 소개되면서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2010년부터 산업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시범사업 및 R&D 과제로 서비스디자인의 사례들이 실행되고 공개되면서 수요시장과 디자인계에도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2010년에는 경제의 서비스화 경향에 따라 민간 수요시장에서 사용자 경험의 총체적 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던 시기였다.
그중에서도 금융산업과 의료서비스 영역에서 먼저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나타난다. 2011년 이래 현대카드, 신한은행, 삼성생명보험 등에서는 사용자경험 전문가를 영입해 팀을 만들고 사용자 경험 혁신을 위한 내부 역량을 보강하였다. 의료계에서는 2011년 대한병원협회의 서비스디자인 국제회의를 시작으로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후 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 성인간호학회 학술대회 등에서 환자 중심의 혁신을 이루는 방법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이 학술대회의 테마나 주요 발표로 다루어지게 되었고, 2014년 헬스케어디자인학회가 창립된다. 2013년에는 서울아산병원이 디자인 이노베이션센터를, 2014년에는 삼성서울병원이 미래혁신센터를 개소하면서 서비스디자인으로 병원혁신을 추진할 조직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빨리 서비스디자인 조직을 갖추고 인력 채용, 교육 등을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에서도 UX 인력을 보강하고 연구를 추진 중이다.
2011년부터는 ‘design dive’라는 서비스디자인 워킹그룹 활동이 일어나면서 총 6차례에 걸쳐 40여 개의 주제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2013년까지 총 5백여 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참여하였다. 그 과정에서 공공기관, 지자체, 민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유사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되고 참여자들 간에 서비스디자인 기업을 창업하게 되는 등 design dive는 국내에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대중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공공영역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보건복지부(이하 보건부), 행정자치부(이하 행안부), 서울시, 경기도 등 정부 부처 및 지자체에서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공공서비스로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0년부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을 중심으로 에너지, 보건의료, 복지, 산업단지, 전통시장, 학교 등 다양한 공공분야의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을 실행하면서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4년 행안부와 산업부는 정부 3.0의 대표 정책을 기획하는 과정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효과를 확인하고 정부 3.0 정책 개발 시 서비스디자인 적용을 권고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용설명서’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법, 제도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2월 30일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이 공포되었다. 개정안은 디자인을 ‘산업디자인이란 제품 및 서비스 등의 미적․기능적․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자 및 소비자의 물질적․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창작, 개선 및 기술개발 행위 등을 말하며, 제품디자인 · 포장디자인 · 환경디자인 · 시각디자인 · 서비스디자인 등을 포함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1977년 산업디자인진흥법 제정 이래 최초로 디자인 영역에 무형의 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이 편입된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법 규정이 매우 보수적이고 정교한 논리 안에서 개정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2014년 이래 한국에 서비스디자인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산업디자인진흥법은 디자인의 개념, 역할, 산업적 진흥을 위한 방안을 언급하고 있는 법으로서 산업화가 고려된 디자인 영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자인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법이다.

또한 한국디자인진흥원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협력하여 국가인적자원 양성의 표준이 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 NCS :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으로 2014년 서비스경험디자인을 업역으로 표준 모형을 개발하였다.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서비스디자인이 독특한 디자인 영역으로서 자리매김되고 있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는 것은 디자인의 새로운 영토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국내 서비스디자인의 동향과 특징, 시사점
* ‘수요자 중심 공공정책을 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모델에 관한 연구’, 윤성원

최근 국내에서 서비스디자인은 R&D 및 공공분야에 적용된 사례가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는 등 급속한 인식 확산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적용 사례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것은 주로 정부, 그중에서도 산업부의 서비스 산업 고도화 정책에 의한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서비스디자인의 도입은 서비스디자인 수요시장 중에서도 주로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의 영역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시장의 자연스러운 요구와 이에 부흥해 서비스 공급자가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시장 중심의 산업 형성이라기보다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사례 개발과 인식 확대 노력 등 정부의 적극적 정책적 노력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디자인 산업계로 볼 때 새로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공공 영역의 주도로 계속적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데 비해 이에 부흥할 수 있는 서비스 공급자(서비스 디자이너)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 부족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서비스디자인은 기존 디자인과 비교할 때 새로운 대상과 접근법이 필요한 분야로서 그에 필요한 수행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특징 때문으로 보인다.
2011년 최초의 민단단체로서 사단법인 한국서비스디자인협의회가 창립되었고 2009년 동서대를 시작으로 디자인대학에서 서비스디자인 전공 석사과정 신설(이화여대, 한양대)되었다. 타 분야와의 융합학제로서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협동과정 신설(성균관대, 인제대 등)되는 등 학계에서 인력이 양성되고 있긴 하지만 서비스디자인 방법이 의도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2010년부터 등장했음을 고려할 때 실무 경험자가 극히 적어서 국내 시장에서도 절대적으로 인재가 부족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 방안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이 주목받게 되면서 다양한 정부 R&D 과제가 계획되었고 이를 통해 공공분야의 개발 사례도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2008년 정부 R&D 5개 과제로 시작되었던 것이 불과 5년 만인 2013년에는 18개의 과제가 연구됨으로써 300% 이상으로 규모가 확장되었다. 기존 41개의 서비스디자인 R&D 과제들은 60%가 학계, 30% 산업계, 10%가 공공(디자인진흥원)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양적으로 실행 사례가 많아 보이는 것과 다르게 서비스디자인 분야의 R&D 연구에 따른 지식 기반의 확산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결과보고서 등 연구 결과가 공유되고 있는 예는 소수이며 대체로 공공분야로 한정되어 있어 산업적 파급효과 면에서는 미흡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지식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중략)

국내 서비스디자인이 도입된 2008년 이래 공공분야의 정부 R&D의 결과가 공유, 확산되었던 결과로 민간 보다 공공 분야의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먼저 서비스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고 정부 R&D 이외에도 공공 정책에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시행된 서울시의 범죄예방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2014년에는 행정자치부와 디자인진흥원이 함께 정부 3.0을 대표하는 과제에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하여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을 기획하는 시범사업인 ‘국민디자인단’을 실행하게 된다.(후략)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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