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 성공사례

(범죄예방)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면?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 - 한국, 팀인터페이스·샘파트너스

SERVICE DESIGN 2023. 4. 8. 14:00

‘염리동 범죄예방프로젝트’는 서울시 디자인정책과가 계획하여 서비스디자인 기업인 팀인터페이스, 샘파트너스가 공동 수행한, 범죄라는 주제에 대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한 대표 사례이다.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2012년 늦은 봄,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과 와 범죄예방 디자인위원회의 자문위원들은 서울의 범죄율이 높은 취약지역만을 골라서 방문하였다.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의 시범 대상지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전형적 달동네이자 재개발 예정지로 공공투자가 끊어진 염리동에 주목하였다. 범죄다발구역으로 주목받는 염리동이 선정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이유는 지역 내 활성화된 커뮤니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민센터와 주민 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기업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주민참여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되면서 지역공동체 복원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
염리동 범죄예방 프로젝트를 맡은 팀인터페이스의 이성혜 대표는 지역의 주민들이 밖을 두려워해 집안에 숨지 않도록 주민들을 끌어내고 모이게 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살인마 오원춘 사건’에서 오원춘은 ‘여자가 소리를 질러도 주변에서 내다보고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라고 말했던 바 있다. 이러한 범죄자의 심리를 억제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적이 드물어 무섭기만 했던 1.7 Km에 달하는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오가고 아이들이 뛰어놀도록 하여 자연적 감시의 기능이 생기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지역 특성상 추가적 시설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고려하여 지역 주민들의 활동성의 증가를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 디자인서울 Vol8, 2013년 1월호, 서울시

디자인서울 Vol08 기획특집 '디자인, 도시의 파수꾼이 되다', 2013. 1. 서울시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어 소통을 일으키고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으로서 ‘소금길’이라는 이름(염리동은 과거 소금창고가 많아 인심이 후한 동네로 유명했던 곳)으로 건강, 문화, 커뮤니티의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로 하였다.
* 골목, 디자인으로 변화하다 - 염리동 소금길|작성자 서울디자인재단

주민들이 범죄 불안감을 느끼는 곳들을 연결하여 1.7㎞의 ‘소금길’ 산책로를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기획하고, 곳곳에 안전장치를 설치하였다. 또한 가로등을 촘촘하게 설치하고, 전봇대에는 비상벨을 달아 두는 한편 긴급할 때에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가시성이 높은 노란색 대문을 지정하여 ‘소금 지킴이집’을 지정하여 운영하였다. 대문 옆에는 비상벨이 마련돼 골목에서 위급 시 큰 소리로 울려 위험을 알린다. CC(폐쇄회로) TV에 비해 설치비용이 3분의 1로 저렴한 IP카메라는 내년 1월 완공되는 주민 거점 공간이자 카페, 마을문고, 사랑방, 24시간 초소 기능을 하는 ‘소금나루’에서 주민들이 모니터링하게 된다.
* 음산한 골목길 ‘범죄 막는 노란색’ 입다. 2012.10.18. 한국일보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발견하였던 점은 주민참여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야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과 슬럼화 방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주민 공청회, 지킴이 집, 커뮤니티 아트에 이르기까지 주민들과 함께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 다양한 공급자, 수요자 등 이해관계자들을 동참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활동)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무엇인가?

사업 종료 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6개월간의 효과 분석 결과 소금길의 범죄예방효과는 78.6%, 만족도는 83.3%로 조사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끊겼던 이웃 간의 소통이 살아났다는 점이었다. 서울시에서는 ‘주거환경관리사업 범죄예방 환경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저소득층 및 노후 주거지역에 확대 적용하기로 하였다. 이는 영등포구 대림2동과 도봉구 도봉동, 구로구 구로동, 동작구 상도동, 성북구 정릉동, 은평구 응암동 등의 좁은 골목길 10곳이 염리동과 유사해 범죄예방디자인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게 된 것으로, 이것은 이 프로젝트가 애초에 계획했던 확산의 목표를 달성하였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진 :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설문 및 인터뷰 과정. 출처_서울디자인재단



공공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실제 수혜자인 주민들의 현황에 대한 심리, 감정적인 부분을 포함한 보다 총체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과거의 공급자적인 관점으로 접근했다면 주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 또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여 배포했을 것이다. 서비스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한 결과 이해관계자를 진행과정에 포함시켜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법론을 활용하고, 결과적으로 각 이해관계자들의 만족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 수 있었다.

서울시의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공공영역에서의 디자인이 스타일링과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넘어 공공정책을 혁신하는 새로운 역할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시민의 행동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목적의 사업이 시작되면서 다른 분야의 방법을 활용하는 기업이 아닌, 바로 서비스디자인 기업(팀인터페이스, 사이픽스)에게 실행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새로운 수요시장으로서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영역이 도입기에 접어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기존의 공공정책의 형성과 수립, 집행, 평가 과정에 전방위적으로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이 적용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정책의 형성, 수립 단계에서 지역 주민들의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 내서 참여자들의 주인의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것은 서비스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집행의 결과 목적했던 유의미한 범죄예방 효과를 달성하였으며, 특히 사업의 성과 평가를 위해 범죄예방 효과를 측정하기에 적합한 협력기관(한국형사정책연구원)을 통해 과학적이고 정량적인 평가를 시도하였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다. 서비스디자인을 개발, 적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이 종료된 이후 6개월간 성과분석 기간을 두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정량적인 성과를 확인함으로써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했던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수립한 범죄예방 환경설계 가이드라인을 10개 구역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하고 이후 관련 사업 대상지 전역으로 확대 적용할 것을 발표하였다.
* 범죄예방디자인으로 동네범죄 줄였다. 2013.3.14. KBS TV

인터뷰

수요자 중심이란 현장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것
이창호 샘파트너스 대표


Q 공공서비스 리서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공공서비스의 경우 각 이해관계자의 욕구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정량적 리서치만으로는 공공서비스를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성적인 리서치, 즉 현장에서 사람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공공분야에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정량적 접근과 함께 정성적 접근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리서치 과정을 설명해 주신다면?
본 프로젝트는 초반의 큰 문제점을 찾아내는 정량적 리서치와 함께 정성적 리서치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약 5개월 정도 진행하면서 실제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한 후 다시 리서치를 하고 아이디어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 본 후에 이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검증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팀에서 제안했던 내용에 대해 주민들이 호응을 해주었고 좀 더 보완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참여자 모집이 어려웠을 때에도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등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 상 실무팀은 현장에서 생생한 소리를 들으며 제안하는
과정을 가지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와 서비스 수요자 간의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수요자 중심’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는가?
수요자 중심이란 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일반화하여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개인 수요자를 배려하고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실무팀은 현장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수렴하는 수요자중심적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모든 문제는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현장을 발로 뛰면서 겸손한 자세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장주민의 니즈를 파악하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마중물’을 부어줘야
강효진 서울시청 디자인개발팀 팀장

Q. 서비스디자인 전문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프로젝트 수행회사이자 서비스디자인 기업인 팀인터페이스, 샘파트너스 팀과 초기단계부터 리서치를 진행하였는데,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의 장점을 살려
이용자의 니즈분석과 환경분석 등의 리서치가 체계적으로 나왔고 이를 통해 좀 더 현장에 맞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어떻게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었는지?
생업에 바빠 의견개진이나 설문에 응하지 못하였던 주민들에게까지도 지역교회의 수요예배, 야간 공청회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접촉했다. 서비스의 중요한 대상이었던 이분들로부터 중요한 단서들을 얻을 수 있었다.
장기적 관리를 필요로 하는 여타 마을공동체 사업과는 다르게 이번은 서울시가 먼저 단초(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둘 다)를 제공하고 주민이 이에 점화되어 활동을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다양한 경로로 수렴한 주민들의 의견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일 수 있었다.

Q. 프로젝트의 타 지역으로의 적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공사례가 하나의 모범답안처럼 다른 지역에 ‘이식’되는 것은 서울시가 매우 경계하고 있는 부분이다. 만약 대구에 달동네가 염리동과 꼭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본 프로젝트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프로세스는 대입해 볼 수 있으나 이를 현장에 맞게 변형시키고 그 지역만의 고유한 맥락을 담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Q. 조언이 있다면?
전체 이해관계자 관계도를 그려본 후에 언제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 수 있을지 계획하고 끊임없이 상호 소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주요 정책 수요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게끔 하면서도 규칙을 정하고 적시에 적절한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의 지원과 결과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조력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요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마중물이 부어져야 마른 펌프에 물이 도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 출처 :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2017, 한국디자인진흥원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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