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3. 08:53ㆍ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인생을 디자인한다’는 어떤 생명보험사의 광고 문구처럼 사회 곳곳에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이미 너무나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침대가 과학이 아니듯이, 보험을 학제적 의미에서의 디자인 영역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어떤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서비스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디자인커뮤니티에서만 배타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디자인커뮤니티에서 말하는 '서비스디자인'과 기타 영역에서 서비스디자인으로 불리는 용어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SSME(Service science, management and engineering)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서비스를 설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에 반해 학제적 영역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을 말할 때 이 용어는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한 조건을 갖춘 어떤 것을 의미한다. '인생디자인'에서의 디자인과 '운송기기디자인'에서 디자인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서비스 자체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요소를 독특한 디자인 방법을 통해 개발할 때 그것을 서비스디자인이라 말한다.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오해
오해1. 서비스만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대상(무엇을 디자인하는가)'과 '방법(어떻게 디자인하는가)'의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하자면, 디자인의 '대상'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의 요소인 제품, 환경 등을 포괄하는 통합적 개념으로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비스디자인은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환경디자인 뿐 아니라 서비스 개발,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용 될 수 있다. * 서비스디자인의 대상(범위)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이 참고가 될 것 같다 : 미국마케팅협회(AMA)에서는 서비스를 '판매를 위하여 제공되는, 또는 상품판매와의 관계에서 준비되는 재활동·편익·만족'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유형의 상품과 비교해 볼 때 서비스는 형체가 없는 무형성(intangibility), 생산·구매·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동시성 또는 비분리성(inseparability), 서비스의 표준화와 규격화가 어려운 이질성(heterogeneity), 보관과 저장이 불가능한 소멸성(perishability)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의 특성을 파악하여 상품 마케팅과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며, 마케팅 믹스를 계획하고 실행함에 있어서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 등의 4P 믹스 이외에 사람(people:직원·고객 등 서비스 참여자), 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서비스 환경), 서비스 제공과정(process of service assembly)의 3P 믹스 요소를 추가하여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은 '방법'의 차원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데, 방법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을 말할때 여기서 디자인은 막연히 ‘서비스를 설계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디자인이 디자인 접근법으로서 소개되기 시작한지 25년이 되어가는 데, 그간 서비스디자인 방법으로 개발되고 활용되어 온 독특한 방법론의 체계가 있다. 따라서 '대상으로서의 서비스디자인'과 '방법으로서의 서비스디자인'간 교집합의 영역에 있는 서비스디자인, 즉 '서비스를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활용하여 디자인 한 것'이 현재 가장 좁은 의미의 서비스디자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장 넓은 의미의 서비스디자인은 방법과 대상의 차원에서의 합집합을 의미할까?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적용하였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단지 '서비스를 디자인했다'고 하면 서비스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디자인의 전문 역량을 갖춘 공급자가 적절한 방법론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우에 한 해 서비스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서비스디자인도 다른 전문 영역과 마찬가지로 명백히 고도화된 수행 역량이 필요한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인을 하는 새로운 ‘프로세스’이자 ‘방법론’이고 ‘태도’이면서 ‘관점’을 말한다. 따라서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과 같은 결과물만을 보아서는 그것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서비스디자인이 적용된 것인지 아닌지 판단 할 수 없다.
오해2. 마케팅, 경영학, 산업공학이 다루어야 할 범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인’과는 관련이 없다?
서비스를 혁신하는 방법, 학문들은 서비스디자인 외에도 많다. ‘서비스사이언스’, '서비스경영', ‘서비스마케팅’, ‘서비스엔지니어링’ 등이 그것이다. 모두 각자의 독특한 관점(사이언스, 경영학, 마케팅, 엔지니어링)으로 서비스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전된 영역이다.
* 서비스디자인 외의 ‘서비스사이언스’, '서비스경영', ‘서비스마케팅’, ‘서비스엔지니어링’ 등의 학문은 대체로 유사한 관점과 태도를 가지는 학문으로서 서비스사이언스에서는 이를 포괄하여 '서비스과학, 경영 및 공학' - SSME(Services Sciences, Management, and Engineering)로 부르고 있다. 서비스사이언스는 IT, 과학, 수학, 경영학, 심리학, 마케팅 등 다양한 학문과 이론을 통해 서비스의 본질을 파악하고 체계화하는 학문영역 또는 연구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비스사이언스는 표준화, 단위화 등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혁신하고 서비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 된다고 말한다.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기술혁신 전략과 과제’(2007,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주요국의 서비스 혁신을 위한 R&D의 특징에 대해, 1) 미국과 영국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2) 독일과 일본은 서비스 산업의 낮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엔지니어링’을 연구하고 있으며, 3) 핀란드는 보건 분야와 공공적 목적을 위한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등 나라마다 상이한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 관련 내용은 '왜 지금, 서비스디자인인가? http://cafe.naver.com/usable/1223) 참고
서비스 혁신 방법으로서 타 학문과 서비스디자인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관점, 태도 그에 따른 접근방식이 완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서비스디자인 외의 다른 학문은 대체로 자원 효율화, 프로세스 효율화, 생산성 강화 등 수렴적 사고로 점진적 개선을 이루려는 과학적이며 공학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에 반해,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인사고(확산적 사고)를 통해 본원적이고 혁신적 대안을 찾는 방법론으로서 디자인의 적용을 제안한다.
* '서비스사이언스'는 2004년 IBM이 처음 주창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서비스사이언스에서도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서비스의 개발'을 의미하는 말로서, 지금까지 이 글에서 설명하고 있는 학제적 의미로서의 '서비스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IBM이 말하는 서비스사이언스에서는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을 서비스 전략(Service Strategy), 서비스 디자인(Service Design), 서비스 이전(Service Transition), 서비스 운영(Service Operation), 지속적 개선(Continual Service Improvement)의 5 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여기서 '서비스 디자인'은 서비스를 실제화시키는 개발 단계를 의미하는 말로서 사용된다.
'서비스, 과학과 손잡다. 서비스사이언스의 부상'이라는 보고서(2013. 1 SERI 경제포커스)에는 서비스사이언스가 등장하게 된 역사와 함께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프로젝트가 실행된 방법과 솔루션이 서비스디자인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대표사례의 하나로 호시노 리조트가 근무방식의 개선(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을 통해 직원수를 줄이면서도 만족도를 높인 예를 든다. 구체적으로는 1) 고객의 이동동선의 파악을 통해 동선의 주요 지점을 찾고, 그 지점에 직원을 재배치하고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여 만족도를 제고한 점, 2) 직종에 따라 업무량을 측정함으로써 특정 직종이 바쁜 시간대에는 타 직종의 잉여인력을 재배치하여 인력운영을 효율화한 점, 3) 식재료 구매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만족도를 제고하는 예 등을 꼽고 있다. 내부 자원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혁신을 도모한다는 기존의 경영, 마케팅, 엔지니어링, 사이언스의 기본적인 관점과 태도가 다르지 않고 이것이 서비스산업에 투영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호시노 리조트의 경우처럼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고객을 정량적 분석의 대상으로서 분석하는 식의 접근방법과 이를 통해 내부자원을 재배치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는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례가 아니다.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이 문제를 접한다면 충족되지 않고 있는 고객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인간 중심의 목적으로, 특정 개인의 심리와 행동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석하고 새로운 대안은 일단 적용해가면서 개선하는 접근방법을 통해 이해관계자간의 관계성에 주목해서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식으로 전개 될 것이다.
오해3. 디자인대상이 제품에서 서비스로 변화되었을 뿐, 기존 디자인과 다를 바 없다?
융합 가속화로 더 이상 제품과 서비스를 구분하거나 산업영역으로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양한 디자인분야를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여야 하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존의 디자인 문제해결 방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새로운 이슈가 나타난 것이다.(기존 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이는 http://cafe.naver.com/usable/1224 참고)
유사 개념과의 비교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비교
우리나라에서 UX는 이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사용자가 느끼는 총체적 경험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을 의미하는 ‘사용자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이라는 용어가 표현상 사용자 측면에 보다 중점을 둔 말이라고 한다면, 공급자 측면에서의 문제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 '서비스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자경험디자인과 비교하곤 하는데 여기서 CX이거나 UX를 엄밀하게 구분해 사용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밝힌다. 서비스 수요자의 경험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디자인하는 CX(또는 UX)는 서비스제공자와 서비스수요자를 모두 다루는 서비스디자인과 분명한 차별점을 가지기 때문에 서비스 수요자가 사용자든 고객이든 소비자든 그것이 무엇이건 관계없다. 이 글에서 CX 또는 UX는 그런 의미에서 동일하게 쓰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좀 더 의미를 분명히 하자면 사용자경험라고 지칭할 때는 광의로서 ‘고객(customer)’이 아닌, ‘사용자(user)’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라고 하면 고객 중에서도 특히 ‘복잡도가 높은 매체에 구현된 서비스’를 이용하는 특정 고객을 의미하는 것인데, 여기서 ‘복잡도가 높은 매체에 구현된 서비스’란 대체로 복잡한 기기 및 프로그램 상에 구현되어 있는 서비스, 시스템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복잡도의 기준은 사용자의 이용에 대해 반응을 갖는가 아닌가(인터랙션이 일어나는가 일어나지 않는가),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가 아닌가로 판정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용자경험디자인이란 용어는 주로 컴퓨터 기반의 시스템, 대표적으로 모바일기기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굳이 User Experience와 Customer Experience를 구분한다면, User가 IT기기 사용자를 의미한다고 할 때 Customer는 IT기기 외에도 일상 생활용품, 환경 등 고객 경험을 만드는 다양한 요소를 포괄한다. Customer는 User의 개념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로서 제품, 서비스의 이용자라고 할 수 있다. * 마케팅에서 Customer & User는 구매자(장난감을 구매하는 아버지)와 실제 사용자(장난감을 이용하는 아이)의 차이로 (같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여기서는 마케팅 관점에서 용어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활용 범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UX디자인이 위에서 설명한 것 같이 국한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기에 이와 같이 이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은 1) 디자인의 대상, 2) 방법, 3) 결과물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이 - 대상제품, 시각, 환경, 패션 등과 같이 디자인이 실현되는 대상을 기준으로 하여 구분해볼 수 있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이 다루는 대상은 제조업 및 서비스산업 전반의 영역을 다 다루고 있으니 이 점에 있어서는 차이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에서 경험디자인은 현실적으로 IT, 가전 관련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셈이지만, 경험디자인의 방법이 전 산업에 제한 없이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표현한 것임) 단, 대상을 다루는 범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경험디자인에서 다루는 디자인의 대상은 고객 경험의 여정에 있어서의 Front stage* 상의 Touch point(고객과 제공자 측과의 접점)를 주요 범위로 하는 것에 비해, 서비스디자인의 경우는 Front stage 뿐 아니라 Back stage**에서의 시스템과 이해관계자간의 관계 등에도 주목하여 전체적인 맥락에서 제품/서비스의 혁신 방안을 찾고자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 Front stage : 서비스의 가시영역을 뜻 함. 서비스 프로세스 상에서 ‘고객’과 ‘고객이 접촉 가능한 제공자 측’(예를 들면 레스토랑에서 매장 내에 있는 음식 주문을 받는 직원)이 이루는 고객 경험의 시/공간적 영역을 의미
** Back stage : 서비스 상 고객과 직접 접촉 안 되는 제공자 측의 비가시 영역을 의미.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식자재를 공급하는 회사 등경험디자인에서는 고객과 직원, 서비스 공간, 기기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생기는 문제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전체적 서비스 경험 품질을 향상시키는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면, 서비스디자인에서는 앞서의 경우를 포함하여, 전체적 맥락에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식의 해결책이 제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의 예를 들어보자. 경험디자인 프로젝트인 경우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접점에 주목하여 숨겨진 욕구를 발견하고 개선한다. 경험디자인 프로젝트에서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주방 안쪽을 들여다보거나 요리사와 인터뷰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라면 프로젝트의 수행자는 관찰의 시야를 넓혀서 서비스공급자를 포함한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을 두루 살핀다. 하나의 서비스가 제공하는 경험의 총합이 가지는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문제점를 빼놓지 않고 파악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방법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레스토랑의 경우라면, 식자재를 배송하는 운전자와 인터뷰를 통해 자재 공급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한다거나, 일하는 조직의 구성을 조정함으로써 서비스 개선의 제안을 도출하게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이 - 방법
둘째, ‘방법론’의 경우 매우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경험디자인 리서치에서 사용되는 Ethnography, Survey, Persona, Usability Testing, Scenario 등 방법론이 서비스디자인에서도 사용되며,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 Back stage를 조망할 수 있는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등의 방법이 서비스디자인에서 추가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는 점 등이 차이점이다. 경험디자인에서는 고객을 심층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법이 위주가 된다. 서비스디자인에서는 그것을 포함하여 해당 비즈니스가 갖는 특징,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 이해관계자간의 관계성 등을 조망함으로써 문제를 해석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Co-Creation 워크숍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이 - 결과
셋째, ‘결과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체로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서는 Stakeholder 관계도, Service blueprint, Customer Journey Map, Service Prototyping 등이 프로젝트 진행 중 산출물로서 나오게 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중 이와 같은 류의 산출물이 나오게 된다면 그것은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종 결과물은 서비스 가이드라인, 제품, 환경, UI 등등 다양한 형식의 시각화, 형상화된 산출물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Service blueprint가 없다면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라 할 수 없는가”라는 식의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서비스디자인에 관한 전문적인 기술과 방법론을 갖추고 있는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 또는 기업내부의 전문 인력을 통해 시행된 프로젝트는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고 하겠다. 특정 산출물의 유무여부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들은 알려진 많은 방법론을 활용하면서도 자신들 회사의 특성과 프로젝트의 특성에 맞도록 기본 방법을 새로운 방법으로 변형하거나 아예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며 서비스디자인의 방법론을 진화시켜 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고객여정맵이라 불리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이 프로젝트는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라 부를 수 없다’는 식으로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 기업들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을 비교해 본다면 서비스디자인을 표방하는 전문회사들은 대체로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으로서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비해, 기존 경험디자인 전문기업들의 개발 방법 및 결과에 있어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은 하나의 특징이다.
* Engine, Livelwork 등 기업은 자사 메인 웹사이트의 중요 영역을 할애하여 서비스디자인 전문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회사를 서비스디자인 기업인가 아닌가를 가름하고자 할 때, 기업 측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경험디자인 전문회사를 표방하고 있는가, 또는 서비스디자인 전문회사를 표방하고 있는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효과가 있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디자인 사례를 보유한 기업인 ‘IDEO’도 스스로를 '서비스디자인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비교 관련 글
(혹시 오해가 있을 수 있기에 덧붙여두자면, 아래와 같이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글을 썼던 이유는 실제 거의 차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의 글을 접한 후,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이 영 다르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낭패)
- 사용자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 1 http://cafe.naver.com/usable/674
- 사용자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 2 http://cafe.naver.com/usable/758
- 지금, 우리가 서비스디자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http://cafe.naver.com/usable/782
-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질문하기 http://cafe.naver.com/usable/847
경영컨설팅과 서비스디자인의 비교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 둘 간의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는 노력을 기울이기에 앞서, 경험디자인은 비교적 온전히 디자인의 영역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비해, 서비스디자인은 기존의 경영컨설팅이 다루던 영역을 상당히 침해(?)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서비스디자인은 경영의 방향과 전략을 구상하고 제안한다는 점에서 경험디자인과 결정적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이제까지 경영컨설팅이 다루던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대체로 그런 유형의 일거리는 경영컨설팅 기업이 맡게 될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컨설팅과 서비스디자인, 경험디자인은 어떤 점이 서로 다른 것일까? 흔히 접해오던 경영컨설팅 방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서비스디자인방법은 낯설어 보인다. 세 가지 방법론 간 특징과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각자의 개념의 차이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경영 컨설팅 방법론은 주로 기업의 내부 자원과 프로세스를 분석함으로써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있을 전략을 도출하는, 즉 공급자 관리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전략을 컨설팅하는 기업은 공급자(기업)의 역량 파악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수요자(end user)의 잠재 니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경영 컨설팅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관찰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영컨설팅 기업은 일을 시작하면서 고객사에 컨설턴트를 파견 보낸다. 컨설턴트는 고객사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조직의 특징, 역량, 프로세스 등을 분석한다. 서비스 공급자인 기업의 역량을 진단하고 분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경영컨설팅 기업은 대부분 시장의 모든 영역을 빠지지 않고 커버할 수 있는 프레임웍을 만들고(MECE 등 원칙) 그 안에서 포지셔닝을 하며 틈새시장을 찾고 SWOT분석 등을 통해 자사의 보유자원으로서 경쟁우위를 만들 수 있는 측면이 있는지 찾는 식의 일을 한다. 3C분석, 5 Forces Model 등을 통해 자사와 외부환경(경쟁사, 고객)을 분석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만들고 있다. 대부분 공급자에 관한 방법론들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경험디자인 방법론은 철저하게 수요자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경험디자인 기업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 디자이너(리서처)들은 고객사가 아닌 '시장'으로 나간다. 서비스 공급자인 기업(실질적인 클라이언트)의 경영 자원을 분석하는데 별로 관심이 없고 대신 수요자의 문제점과 잠재된 욕구를 찾는데 집중한다. 그래서 경험디자인 기업에는 수요자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들이 주로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 때문에 경영컨설팅과 경험디자인은 서로 다른 관점과 태도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결론적으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양자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만큼, 당연하게도 각 영역이 가진 관점과 태도에 적당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디자인 기업은 경험디자인과 경영 컨설팅의 중간쯤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험디자인의 도구와 방법론을 그대로 사용한다. 대신 이 방법론을 수요자 뿐 아니라 공급자를 분석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은 정성적 디자인 리서치를 통해 잠재된 욕구와 문제점을 발견하는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태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다. 단, 서비스디자인은 경험디자인의 방법을 수요자뿐 아니라 수요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적용 대상의 범위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서비스청사진, 이해관계자맵 등의 방법론을 추가적으로 사용한다는 등)가 약간 존재한다.
요약하자면, 서비스디자인은 태도와 방법의 측면에서 경험디자인과 유사하며, 목적하는 해결 범위에 있어서는 경영컨설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디자이너의 자질과 도구를 가지고 경영컨설팅이 다루던 대상을 다룬다'라고 보면 되겠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서비스디자인은 누가 하는가(http://cafe.naver.com/usable/1231)'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구분 |
경험디자인 |
서비스디자인 |
경영 컨설팅 |
Focus |
고객(수요자) 중심 |
고객-기업 균형 |
기업(공급자) 중심 |
Perspective |
고객 잠재 니즈발견, |
고객 잠재 니즈발견, |
경영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
Methods |
고객 관찰, 스토리보드, 퍼소나, 유저빌러티 테스트, 포커스그룹인터뷰 등 |
고객 관찰, 스토리보드, 퍼소나, 고객여정매핑, 서비스블루프린팅 등 |
3C분석, 5Forces Model,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6sigma 등 |
Thinking |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
논리적 사고(Logical thinking) |
Output |
정량/정성의 논리적 근거가 있는 디자인 결과물 |
시각화된 보고서 (Report) 즉시적용 가능한 결과 |
보고서 (Report)적용을 위해서는 추가 개발 필요 |
Company |
COPPER U, Adaptive path, PXD 등 |
IDEO, Engine, Live|works, Designthinkers 등 |
Mckinsey, Boston Consulting Group, Accenture 등 |
* 참고 : 엔진 서비스디자인워크숍 결과보고서(한수련, 2010) 추가 수정
경영컨설팅 기업에서 시행되는 사용자 대상의 리서치는 디자인 리서치가 아닌, 마케팅 리서치이다. 주로 동일한 메시지에 동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의 그룹을 가려내 정밀한 타켓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서비스디자인기업이나 경험디자인기업이 사용하는 사용자 대상 리서치는 정성적이며 맥락적인 디자인 리서치이다.
구분 |
디자인 리서치 |
마케팅 리서치 |
특징 |
생성리서치(generative research) |
평가리서치(evaluative research) |
정성적, 맥락적 |
정량적 |
|
목적 |
아이디어를 찾기 위함 |
아이디어 평가를 위함. 문제를 발견하기 위함 |
필요역량 |
창의적 해석 |
적절한 기준 만들기 |
방법론예 |
사용자관찰, 포커스그룹인터뷰 등 |
사용성 테스트, 성능판정 테스트 등 |
<표: 디자인 리서치와 마켓 리서치의 차이>
* 출처 : ‘사용자경험에 미쳐라’, 피터 머홀즈 외, 2009, 81~86page 내용 중 일부 수정
공급자보다 수요자의 권력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시장경제에서의 패러다임을 고려할 때, 경영컨설팅이 오래도록 취하고 있는 공급자 자원 관리적인 태도도 점차 수요자의 잠재된 니즈를 분석해내는 방법론을 도입,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그 예상을 입증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2013년 5월 세계 최고의 경영컨설팅 기업 중 하나인 엑센츄어(Accenture)는 영국의 서비스디자인기업인 피요르드(Fjord)를 인수하였다. 경영컨설팅 영역에서 새로운 수요시장에 대비해 서비스디자인와 같은 역량이 필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 디자인기업 인수 동향 관련해서 읽어볼만한 글 : 실리콘밸리는 왜 디자인에 주목하는가?
서비스디자인은 수요자와 공급자, 이 두 가지 측면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접근 방식과 방법론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보다 창의적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선보일 기회를 찾고자 한다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법론으로서 서비스디자인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
* 출처 : 쓸만한 웹. 서비스디자인은 OOO이 아니다. http://cafe.naver.com/usable/1227
'서비스디자인 동향과 정책방향'(22~35page), 2010, 한국디자인진흥원을 2013년 수정
* 이 글은 쓸만한 웹 usableweb.co.kr 등에 써왔던 서비스디자인과 관련된 글을 종합하여 '서비스디자인 동향과 정책방향'이라는 책으로 구성한 것이다.
그 이후에 새롭게 수정된 부분도 있음을 알린다.
'서비스디자인 > 서비스디자인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서비스디자인 개론서.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2017) (0) | 2016.12.24 |
---|---|
서비스디자인은 무엇인가? - 동영상 모음 (0) | 2016.12.19 |
국내 기업의 서비스디자인 활용 현황과 정책과제 - 산업연구원. 2015 (0) | 2016.12.04 |
서비스디자인은 무엇인가? - 1/2 (서비스디자인은 OOO이다.) (0) | 2016.12.03 |
서비스디자인 확산을 위한 정책 방향(발표자료 첨부) - 2010한국디자인학회 추계 학술대회, SIG 서비스디자인 연구회, 윤성원 (0) | 2010.11.05 |
엔진이 말하는 서비스디자인 (0) | 2010.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