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전문인력양성과 고용창출 정책

2023. 7. 13. 01:24디자인/디자인이 궁금해

전주기적 디자이너 양성의 필요성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공급자인 디자이너 인력에 대해 전주기형 인력관리 모델을 수립하고 각 단계별 특징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재학단계’, ‘재직단계’, ‘퇴직 이후 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에 따라 적절하게 특성화된 인력 양성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재학단계'에서 디자인 전공자는 확장되어 가는 디자인산업에 보조를 맞추어 산업융합, 서비스산업 고도화, 사회문제 해결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극받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이러한 주제를 다학제 동료들과 함께 풀어나가며 수용성이 높은 전문인력으로서 육성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디자인과 인지과학, 인간공학, 경영학, 인문학, 심리학 등이 융합된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美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예를 들어 美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 (d-School)의 경우 디자인과 함께 공학, 비즈니스, 사회과학을 종합적으로 교육하고 외부 전문가와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 진행. 디자인과 여타학문의 융합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론을 연구)과 같은 디자인 명문학교를 육성해야 한다.

‘재직단계’의 인력활용 대책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실무 디자이너를 위해 대학 및 유사 교육기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디자인 전문 기업 내에서 재교육 방안으로 자체 교육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 내에서 체계적인 재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교재 및 교육 운영 매뉴얼 등을 공통으로 개발하여 보급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직자 중 해외에 근무하는 고급 인력의 국내 복귀 정책도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디자인산업에서는 국내의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단기 고용창출 위주의 정책이 채택되어 왔다. 하지만 천재적 디자이너가 산업지배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디자인계의 특성상 디자인 인재의 유출은 곧 결정적 산업 경쟁력 유출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수 인력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은 다양한 고려사항을 검토한 후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자동차 산업에 있어 한국인 디자이너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한국인이 디자인한 경쟁사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수석디자이너 이상엽은 ‘범블비’로 유명한 ‘시보레 카마로’를 디자인 ( -> 2016년 귀국.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으로 재직 중)
벤츠 미국 디자인센터 본부장 이일환은 벤츠 쿠페 ‘The New CLS’를 디자인 ( -> 2022년 귀국.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MX) 디자인 팀장(부사장)으로 재직 중)  
GM 디자이너 서주호는 `그래나이트 콘셉트카`로 2010 디트로이트모터쇼 최고디자인상 수상 ( -> 2019년 귀국. 현대자동차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상무로 재직 중)
닛산 디자이너 이운한이 디자인한 ‘인피니티 EX’는 미국에서 최고 크로스오버카로 선정
* 사례로 들었던 디자이너들은 2023년 현재 대부분 국내에서 활동 중. 
* 관련 기사 :
자동차 디자이너 이상엽, 월간 디자인, 2017년 9월호
‘이 정도면 디자인회사 아냐?’… 디자인상 싹쓸이 현대차·기아, 국민일보, 2023.4.27.

해외 주요 기업 및 디자인 전문기업에 취업한 인력 풀을 파악하여 일정기간 선진 방법론을 학습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고급 인력을 국내에 다시 유치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국내 디자인산업을 육성시키는 견인차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1970년대 후반 과학기술분야의 재외 유치 과학자 사업으로 현재까지 약 1,600여 명의 고급인력이 국내로 귀환했으며, 이 사업은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R&D의 획기적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퇴직 이후 단계’에서는 노년기의 축적된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고도로 숙련된 디자인 전문인력은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론의 습득을 통해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로서 높은 활용가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디자인 전문가들이 비교적 긴 재직기간을 거치고도 결국 타 분야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는 점은 사회적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아직까지 디자인 인력 육성 정책 대상으로서 고려된 적이 없던 퇴직 이후 단계 디자이너의 사회적 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위험한 고용창출 정책

디자인분야는 특성상 1인 창업이 용이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고용창출 정책이 고안될 때 창업 지원 대상으로 고려될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많은 경험이 확보되지 않은 신규 창업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하여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어 이미 많은 소기업들이 나타났고, 더 많아질 조짐이다. 정부의 단기 고용 확대를 위한 사업이 추진되면 그것은 곧 디자인 전공 졸업생들의 창업 러시를 불러온다.

그러나 디자인 개발 역량이 낮은 1인 창직자들의 양산은 미래 디자인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요시장이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 창업자를 양산되면 가뜩이나 취약한 디자인전문기업의 수요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인 창직 정책은 반드시 디자인산업 수요확대 정책의 시장개입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 이후에 검토되어야 한다. 

디자인산업에서 창직 정책이 위험한 더 큰 이유는 성급한 창직 유도가 장기적으로 디자인시장을 위축시킬 부정적 궤적을 남기게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지식서비스로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제공자의 전문역량이 요구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경험이 일천한 졸업자의 성숙되지 않은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중소기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충분히 자라지 않은 풀을 먹고 탈이 나듯 실패한 경험을 가지게 된 기업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회가 아닌 모험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아직 역량이 부족한 디자인 서비스 제공자를 시장으로 억지로 이끄는 정책은 디자인 투자 성공이 다시 수요를 만드는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없다. 창직 지원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경우라도 정책대상으로서 최소한의 실무 경험을 갖춘 경험자를 선별하고 평가 관리체계를 둠으로써 디자인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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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디자인이 궁금해, 2022, 윤성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