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18. 08:15ㆍ서비스디자인/정책디자인
국가 디자인 분류 체계 일원화
보이지 않는 산업은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핵심 문제
서비스디자인은 2014년 산업디자인진흥법에 공식 편입됐다. 2020년에는 국가기술자격도 생겼다. 법과 제도에서는 인정받았다. 그런데 국가 산업통계에서 서비스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코드가 없으니 집계되지 않는다. 집계되지 않으니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국제 통계 기준은 디자인을 창의서비스 경제로 읽는 방향으로 계속 정교해지고 있다. 한국의 국내 분류 체계는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이 블로그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관점/제안이며, 한국디자인진흥원을 포함한 어떠한 기관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습니다.
1. 현황과 문제점
KSIC 제11차의 실제 구조 — "하나의 코드"가 문제가 아니다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제11차(2024년 1월 1일 고시, 2024년 7월 1일 시행)에서 전문디자인업은 다음과 같이 세분된다.
- 73201 인테리어 디자인업
- 73202 제품 디자인업
- 73203 시각 디자인업
- 73209 기타 전문 디자인업
문제는 "하나의 코드로 묶여 있다"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문제는 이것이다. 서비스디자인·경험디자인·정책디자인이 독립적으로 식별되지 않는다. 2014년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으로 법적 범위에 포함됐고, 2020년 국가기술자격도 신설됐지만, KSIC에는 이들을 포착하는 코드가 없다. '기타'(73209) 또는 경영컨설팅·IT서비스·광고업 등 타 업종으로 흩어진다. 그 결과 서비스디자인의 기업 수·종사자 수·매출을 국가 산업통계에서 독립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측정되지 않으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두 분류 체계의 관계 — '충돌'이 아닌 '번역 부재'
KSIC와 산업부 승인 디자인산업특수분류(8개 분야)는 목적이 다르다.
- KSIC: 전체 산업을 통일적으로 분류하기 위한 국가 기본 분류
- 디자인산업특수분류: 디자인 산업의 실태를 정교하게 파악하기 위한 특수목적 분류
두 체계의 공존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실제 문제는 두 체계 사이에 대응표(전환표)가 없어 통계 간 해석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디자인산업특수분류로 파악한 서비스/경험디자인 분야 수치가 KSIC 기반 집계와 정합성 있게 연결되지 않는다. 마치 한국어 사전과 영어 사전은 있는데 현장에 통역사가 없는 상태다. KSIC와 디자인산업특수분류 간 대응표 개발이 본분류 개정 이전 단계의 가장 현실적인 정책 번역 장치다.
서비스디자인이 통계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 — 네 가지 구조
서비스디자인이 통계에서 흐려지는 원인은 KSIC 분류의 한계만이 아니다.
첫째, 업종이 아닌 수행 기능의 문제: 서비스디자인은 특정 업종(sector)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수행하는 기능(function)에 가깝다. 디자인전문기업, 경영컨설팅 회사, IT기업, 공공기관이 모두 서비스디자인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 기업의 복수 활동 병행: 서비스디자인을 수행하는 기업이 다른 업무를 주업으로 신고할 경우, 서비스디자인 매출이 별도로 추적되지 않는다.
셋째, 발주·사업명·매출 항목의 부재: 공공조달에서 '서비스디자인'이 별도 세부품명·용역유형·과업명 키워드로 등록되지 않아 실제 수요 규모가 집계되지 않는다. 나라장터에 항목 하나를 만든다고 끝나지 않는다. 제안요청서(RFP) 메타데이터까지 함께 정비해야 한다. 행정은 늘 항목을 만들지만, 현장은 다른 이름으로 발주한다.
넷째, 공공·민간 통계 체계의 분리: 행안부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업 성과와 민간 서비스디자인 시장 실태가 서로 다른 통계 체계에 흩어진다.
따라서 "서비스디자인 기업 전수조사" 하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을 모집단으로 삼을지부터 막힌다. 서비스디자인 수행기업 표본조사를 통해 기업 주업종과 서비스디자인 매출 비중을 병행 조사하고, 공공조달·R&D·전문인력 통계와 연계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국제 통계 기준의 흐름 — 창의서비스 경제로의 재정렬
분류 체계 논의에서 놓치면 안 되는 국제적 맥락이 있다. 디자인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국제 기준이 계속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UNESCO는 2009년 문화통계 프레임워크(FCS)에서 이미 디자인을 독립 도메인 F: "Design and Creative Services"로 분류했다. 패션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 서비스, 광고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디자인은 2009년에도 예술·공예(C: Visual Arts and Crafts)와는 다른 독립 도메인에 있었다.
UNESCO가 2025년 FCS를 전면 개정한 것은 "처음으로 독립 도메인을 부여했기 때문"이 아니다. 2009년 이후 서비스디자인·경험디자인·정책디자인처럼 새롭게 확장된 디자인 실천이 기존 분류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5 FCS는 문화·창의 생태계를 측정하는 개념·방법론 체계를 갱신하고, 각국이 더 세밀한 창의서비스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국제 기준을 강화했다. 핵심은 "예술에서 독립했다"가 아니라 "창의서비스 경제의 실체를 얼마나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이다.
UNCTAD 계열 창의경제 분류에서도 디자인은 예술(Arts) 하위가 아니다. UNCTAD는 창의산업을 Heritage / Arts / Media / Functional Creations 네 그룹으로 분류하며, 디자인은 광고·건축 등과 함께 기능적 창작(Functional Creations) 또는 창의서비스 쪽에 가깝게 다뤄진다.
한국의 국내 분류 체계는 이 국제 기준 변화를 아직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 국내외 사례
🌐 UNESCO 2025 FCS — 디자인·창의서비스 측정 체계의 갱신
2025년 UNESCO가 16년 만에 전면 개정한 문화통계 프레임워크(FCS)는 디자인 측정의 국제 기준을 한 단계 정교화했다. 2009 FCS에서도 Domain F "Design and Creative Services"는 존재했다. 그러나 서비스디자인·경험디자인·정책디자인처럼 최근 급성장한 디자인 실천 영역을 포착하기에는 개념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 2025 FCS는 문화와 창의 생태계를 측정하기 위한 개념·분류·방법론을 전반적으로 갱신했다. Part I은 문화 측정 범위와 도메인, 가치 생성 모델을 재정의하고, Part II는 국제분류(ISIC, CPC 등)와 연결하는 분류 가이드를 제공한다. 국제 통계 기준이 창의서비스 경제의 실체를 더 세밀하게 측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국내 분류 체계도 이 흐름에 맞춰 갱신되어야 한다.
🇸🇬 싱가포르 — 디자인 가치를 독립 프레임으로 측정 (2025)
싱가포르 DesignSingapore Council은 Oxford Economics·Desire Lines와 함께 2025년 '싱가포르 디자인 가치 측정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디자인 임팩트 프레임워크(Design Impact Framework)'를 개발하고 270개 싱가포르 기업을 대상으로 'Design Use Value Survey'를 수행했다. 싱가포르 경제에서 디자인의 영향은 디자인 부문 직접 부가가치의 약 5배에 달한다. 디자인이 다른 산업의 생산성과 혁신을 이끄는 중간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다. 단, 보고서 스스로도 인과적 효과의 직접 계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다. "디자인이 GDP의 정확히 얼마를 차지한다"는 주장보다 "디자인 투자의 경제적 영향을 더 투명하게 추정하고 설명하는 틀이 생겼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다.
한국도 이 방향의 측정 체계가 필요하다. 디자인 산업의 직접 규모(매출·고용)뿐 아니라, 디자인이 제조·서비스·공공 부문 전반에 미치는 간접 경제 영향을 측정하는 프레임워크다.
🇬🇧 영국 — Design Economy Report, 광의의 통합 측정
영국 디자인카운슬은 「Design Economy」 보고서를 통해 디자인 관련 고용·생산성·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왔다. 2019년 기준 디자인 수출은 700억 파운드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측정이 신뢰를 갖는 핵심은 무엇이 '디자인 산업'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일관된 정의다. 디자인을 좁은 전문디자인업에 한정하지 않고, 디자인 역량을 활용하는 모든 직업과 활동을 포괄하는 광의의 프레임으로 측정한다. 분류가 정확해야 측정이 정확하고, 측정이 정확해야 정책 근거가 생긴다.
🇰🇷 한국 — 서비스·경험디자인기사 1,165명, 그러나 산업 규모는 미측정
2020년 신설된 서비스·경험디자인기사 국가기술자격은 2025년까지 누적 1,165명의 취득자를 배출했다. 사람은 공식 인정됐다. 그런데 이들이 종사하는 산업의 규모는 국가 통계에서 독립적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자격은 있는데, 그 자격이 인정되는 산업의 통계적 실체는 아직 없는 셈이다.
3. 제안
제도
- KSIC–디자인산업특수분류 간 대응표 개발 (1차 과제): 국가데이터처·산업통상부·KIDP가 공동으로 두 분류 체계 사이의 공식 전환표(concordance table)를 개발하고 공개한다. 본분류 개정 전 단계의 가장 현실적인 정책 번역 장치다. 기업이 디자인산업특수분류로 자신의 활동을 보고하면 KSIC 기반 통계와 정합성 있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다.
- KSIC 전문디자인업 분류 확대 검토 (중장기 과제): 국가데이터처·산업통상부·KIDP가 공동으로 서비스/경험디자인을 현행 73209(기타) 바깥의 독립 세세분류 코드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KSIC 본분류 개정은 절차상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단기 과제로 두면 안 된다. UNESCO 2025 FCS의 창의서비스 측정 체계 갱신을 참조해 국제 호환성도 함께 확보한다.
- 한국형 디자인 가치 측정 프레임워크 개발: 싱가포르의 Design Impact Framework처럼, KIDP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디자인의 직접·간접 경제 가치를 통합 측정하는 한국형 프레임워크를 개발한다. 디자인 산업 직접 부가가치뿐 아니라, 디자인이 타 산업 혁신에 미치는 간접 효과를 추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책
- UNESCO 2025 FCS 반영 준비: 국가데이터처와 산업통상부·문화부가 공동으로 UNESCO 2025 FCS의 갱신된 창의서비스 측정 체계를 한국 문화통계·산업통계에 어떻게 반영할지 검토한다. 국제 기준이 창의서비스 데이터를 더 세밀하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흐름에 국내 체계를 맞춘다.
- 디자인산업 보조통계 체계 구축: 서비스디자인 수행기업 표본조사(주업종 병행, 서비스디자인 매출 비중 항목 포함), 공공조달 데이터에서 서비스디자인 용역 분리 집계, 디자인 관련 R&D 사업 내 서비스디자인 비중 추적을 통해 KSIC로는 잡히지 않는 활동 규모를 보조 통계로 파악한다.
- 디자인 분류 체계 정기 검토 절차 제도화: EU의 NACE 개정처럼, 국내 디자인 분류 체계를 5년 주기로 공식 검토·갱신하는 절차를 제도화한다. 산업이 변화하면 분류도 변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구조화되는 것이다.
사업
- 공공조달 서비스디자인 식별 체계 정비: 조달청 나라장터에 서비스디자인을 독립 세부품명·용역유형으로 신설하되, 과업명 키워드와 제안요청서(RFP) 메타데이터까지 함께 정비한다. 항목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이 실제로 그 이름으로 발주해야 집계가 된다. 실제 발주 방식과 연계되지 않은 분류 신설은 빈 항목에 그친다.
- 서비스디자인 활동 측정 표본조사 시범 운영: 전수조사 이전 단계로, 서비스디자인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표본을 선정해 매출·인력·프로젝트 규모를 측정하는 시범 조사를 실시한다.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모집단 추계 방법론을 개발하고 정례 조사의 기반을 만든다.
- 공공부문 서비스디자인 실적 통합 집계: 행안부·KIDP의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업, 각 부처의 관련 R&D·민원 개선 사업에서 서비스디자인 과제로 분류되는 항목을 통합 집계하는 방식을 개발한다. 공공부문이 서비스디자인의 가장 큰 발주처인 만큼, 공공 수요 측 데이터가 전체 산업 규모 추계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4. 기대효과
단기: KSIC–디자인산업특수분류 대응표가 개발되면서 두 체계 사이의 통계 단절이 줄어든다. 공공조달 서비스디자인 세부품명·RFP 메타데이터가 정비되면서 공공 부문 수요 규모가 처음으로 집계되기 시작한다. 서비스디자인이 '기타' 코드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추적 가능한 범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중기: 서비스디자인 활동 표본조사가 정례화되면서 서비스디자인 산업의 실태가 추계로 파악된다. UNESCO 2025 FCS의 갱신된 창의서비스 측정 체계가 국내 통계에 반영되면서 디자인이 창의서비스 경제의 한 축으로 측정된다. 한국형 디자인 가치 측정 프레임워크가 완성되면서 "디자인 투자의 경제적 근거"를 수치로 제시하는 기반이 갖춰진다.
장기: 싱가포르처럼, 한국도 디자인의 경제·사회·환경적 영향을 통합 추정하고 설명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보이지 않던 산업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정책 우선순위가 바뀐다. 법과 자격제도에서는 인정됐지만 통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서비스디자인이, 국가 정책의 공식 대상으로 자리잡는다.
이 포스팅과 연결된 주제
- 05. 디자인 법제 통합 — 분류 통합과 법제 통합은 한 몸의 과제
- 디자인 정책 부처 간 분산 해소 — 부처마다 다른 디자인 정의가 분류 혼란의 원인
- 기업 디자인 활용률 제고 — 서비스디자인 활용률은 현재 측정조차 되지 않는다
- 서비스R&D 투자 확대 — 측정되지 않는 서비스디자인에는 R&D 투자 근거가 없다
참고 자료: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제11차(2024.1.1. 고시, 2024.7.1. 시행) — 73201 인테리어·73202 제품·73203 시각·73209 기타 전문 디자인업 / 산업통상부, 디자인산업특수분류(2013년 제정, 2018년 개정) / KIDP, 서비스·경험디자인기사 국가기술자격 검정 현황(2020~2025 누적 1,165명) / KIDP, 「2024 디자인산업통계」(2023년 기준) / UNESCO UIS, 2009 Framework for Cultural Statistics — Domain F: "Design and Creative Services" 포함 확인(Fashion Design, Graphic Design, Interior Design, Landscape Design, Architectural Services, Advertising Services) / UNESCO, 2025 Framework for Cultural Statistics — 창의서비스 측정 개념·방법론 갱신, Part I(도메인·가치생성 모델 재정의)·Part II(국제분류 연계 가이드) / UNCTAD, Creative Economy — Heritage / Arts / Media / Functional Creations 4분류, 디자인은 Functional Creations 쪽에 분류 / DesignSingapore Council, Oxford Economics & Desire Lines, "Measuring the Value of Design in Singapore"(2025) — Design Impact Framework, 270개 기업 Design Use Value Survey, 경제 영향 직접 부가가치 약 5배 추산 / UK Design Council, "Design Economy"(2019) — 디자인 수출 700억 파운드 이상 / EU, NACE Rev.2.1(2023 제정, 2025 적용) / 윤성원, 『다시 디자인』(2025) /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이 궁금해』(2022) / 윤성원,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2025) / 윤성원, 『모두의 질문Q』(2025)
2026.05.17. 윤성원 + 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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