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공무원 디자인 교육 체계 수립

2026. 5. 18. 08:19서비스디자인/정책디자인

공무원 디자인 교육 체계 수립

디자이너가 되는 교육이 아니라,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역량 교육

핵심 문제
공무원에게 디자인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목표가 잘못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공무원이 디자이너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 차이는 크다. 전자는 기술 교육이고, 후자는 태도와 관점의 교육이다. 사용자를 먼저 이해하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감수성. 이것이 디자인 리터러시다.

* 이 블로그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관점/제안이며, 한국디자인진흥원을 포함한 어떠한 기관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습니다.

 

1. 현황과 문제점

공무원 교육과 디자이너 채용은 대체재가 아니다

08번(공공서비스디자이너 직제 신설)에서 다뤘듯, 공공조직에는 디자인을 직접 실행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주장을 들은 일부는 이렇게 반응한다. "그러면 공무원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면 되지 않나?"
이 반응은 두 가지를 혼동한다. 전문 실행자의 역할과 협력자의 역할은 다르다. 공무원 디자인 교육의 목표는 공무원을 디자이너로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디자이너와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공감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디자인 실행 기술은 수년간의 전문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왜 이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쓰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는 태도, "직접 현장에 가서 보자"는 습관, "작게 실험해보고 배우자"는 접근법은 비교적 짧은 교육으로도 배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무원 교육과 디자이너 채용은 대체재가 아니라 병행 전략이다. 디자이너는 전문 실행을 담당하고, 디자인 교육을 받은 공무원은 그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교육 체계의 문제

현재 공무원 교육 체계에서 디자인 관련 교육은 산발적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NHI)과 지방자치인재개발원(LOGODI)에서 서비스디자인·디자인씽킹 관련 과정을 운영하지만, 일회성 특강이나 선택 과목 수준에 머무른다.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이다. 관심 있는 공무원만 이수하는 구조여서 조직 문화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둘째, 계층별 차별화가 없다. 정책 기획을 담당하는 고위직과 현장 서비스를 운영하는 실무직에게 필요한 디자인 역량이 다른데, 같은 내용을 가르친다. 셋째, 사후 적용 연계가 없다. 교육 후 배운 것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구조가 없어 교육 효과가 현장에 남지 않는다.

혁신 담당 조직의 역설

공공혁신을 위해 각 기관마다 혁신팀, 혁신기획관, 전략기획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조직 내부 공무원에게 디자인씽킹 교육을 시킨다. 결과는 어떠한가. 교육은 개인 역량을 높인다. 그러나 조직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개인 역량이 조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교육받은 공무원이 "사용자 현장을 먼저 가봐야 한다"고 제안해도, 보고 체계와 결재 라인이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혁신을 지향하는 개인이 혁신을 막는 구조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디자인 교육이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 구조 변화(08번 직제 신설, 10번 순환보직 개선, 11번 평가 부담 합리화)와 병행되어야 교육이 효과를 낼 수 있다.

2. 국내외 사례

🇰🇷 한국 —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서비스디자인 과정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NHI)은 서비스디자인·디자인씽킹 관련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KIDP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사업을 통해 공무원들이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현장 기반 학습을 경험하기도 한다. 2024년 공공서비스디자인 성과사례집에는 교육-실습-적용의 흐름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과정들은 필수화·체계화·계층화가 되어 있지 않다. 아직 공무원 기본 소양 교육 체계에 디자인 리터러시가 정식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싱가포르 — 공무원 역량 체계에 디자인 공식 편입

싱가포르 공공서비스과(PSD)는 공무원 역량 체계에 디자인 역량을 공식 포함했다. 싱가포르 직업공무원대학(Civil Service College, CSC)이 디자인씽킹 과정을 공무원 교육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DesignSingapore Council 주도 아래 공무원 대상 디자인씽킹 훈련이 정례화됐다. 2016년 출범한 Design 2025 마스터플랜은 "공공서비스 내 디자인씽킹에 대한 지식과 실천을 확대할 것"을 명시적 권고 사항으로 포함했다. 교육부 장관(Minister for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이 이 권고를 수용하며, 디자인 교육이 공무원 개발의 공식 의제가 됐다. 노동부(Ministry of Manpower)와 탄톡성 병원이 디자인씽킹으로 대기 시간을 줄인 성과는 공공 부문 디자인 교육의 구체적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공유됐다.

🇺🇸 미국 — Lab@OPM, 연방 공무원 디자인 역량 교육

미국 인사관리처(OPM) 산하 Lab@OPM은 연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간 중심 디자인 워크숍을 정례적으로 운영한다. 조달청(GSA), 재향군인부, 국세청 등에서 실제 공공서비스 과제를 가지고 참여하는 실습 중심 교육이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 업무 문제를 디자인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2024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공공서비스 혁신 훈련 워크숍에는 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서 25명이 참여해 공공 서비스 전달 개선을 위한 디자인씽킹 도구를 훈련했다. 공무원 디자인 교육이 이미 국제적 협력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영국 — 공직자 디자인 교육의 제도화

영국 Policy Lab은 FutureLearn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람 중심 정책 설계(People-Centred Policy Design)' 과정을 무료 공개한다. 공무원뿐 아니라 정책 연구자·지방의회 의원·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이 개방형 접근이 공무원 교육의 전제인 '디자인은 전문가만의 것'이라는 인식을 바꾼다. 영국 국립행정학원(INSP: Institut national du service public, 프랑스 모델 참조)처럼, 공직자 기본 교육 과정에 디자인 방법론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영국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2025년 발표한 공공 디자인 증거 보고서는 공무원의 88%가 디자인을 활용한다는 수치의 배경에 이런 교육 생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 프랑스 — INSP와 DITP의 디자인 교육

프랑스 국립행정학원(INSP)은 공직자 기본 교육 과정에 디자인 서비스 공공 모듈을 포함한다. DITP는 퍼블릭서비스디자인 기초 교육 온라인 과정을 개발해 공무원 누구나 이수할 수 있게 했다. 2024년 업데이트된 이 과정은 "디자인 서비스 공공의 기본 원칙 발견, 프로젝트 절차의 다양한 단계, 사용되는 주요 도구에 대한 감수성 교육"을 목표로 한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접근에 대한 감수성과 인식을 높이는 것'임을 명확히 한다.

3. 제안

  • 공무원 교육훈련법 개정 — 디자인 리터러시 기본 소양 의무화: 공무원 기본 교육 과정에 '사용자 중심 정책 설계 기초'(디자인 리터러시)를 의무 이수 과목으로 포함하는 근거를 공무원교육훈련법에 규정한다.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어야 문화가 바뀐다.

제도

  • 계층별 차별화된 디자인 교육 체계 구축

신규 공무원: 기초 감수성 교육. "왜 우리는 사용자를 먼저 이해해야 하는가"의 철학과 관찰·인터뷰 기초 방법론. 2~4시간 의무 이수.
중간 관리자: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와 협업 기술. 공공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디자이너와 협력하는 방법. 8~16시간 의무 이수.
정책 기획자·고위직: 디자인 기반 정책 혁신 전략. 인간 중심 문제 정의, 파일럿 설계, 성과 측정의 실제 사례 학습. 별도 워크숍 형태.

  • 실습 연계 필수화: 교육 이수 후 반드시 실제 업무 과제에 배운 방법론을 적용하는 실습 과제를 포함한다. 현장 적용 없는 이론 교육은 효과가 없다.
  • 교육-프로젝트 연계 체계: 싱가포르 PS21처럼, 교육받은 공무원이 실제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식 경로를 만든다. 교육이 실행과 연결되는 구조다.

정책

  • Lab@OPM 모델 참조 — 실무 중심 교육 플랫폼 구축: 공무원이 자신의 실제 업무 문제를 가져와 디자인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워크숍 플랫폼을 구축한다. NHI가 주관하고 KIDP가 방법론을 지원한다.
  • 프랑스 DITP 모델 참조 — 온라인 오픈 교육 과정 개발: DITP의 '디자인 서비스 공공' 온라인 과정처럼, 한국도 공무원뿐 아니라 시민·연구자·지방의회 의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 교육 과정을 개발한다. Policy Lab의 FutureLearn 과정처럼 무료 공개한다.
  •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와 연수 병행: 행안부·KIDP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 참여를 공무원 역량 개발 실적으로 공식 인정한다. 실제 프로젝트 참여가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다.
  • '디자인 감수성 교육은 실행 교육의 대체재가 아님' 정책 원칙 명시: 08번(공공서비스디자이너 직제 신설)과 병행 추진함을 명확히 한다. 공무원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과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것은 동일한 목표를 향한 다른 수단이다.

사업

  • 공무원 디자인 교육 연간 수혜 목표 설정: 연간 5,000명 이상의 공무원이 디자인 리터러시 교육을 이수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현황을 공표한다. 싱가포르처럼 교육 규모와 효과를 체계적으로 추적한다.
  • 지방 공무원 교육 확산: 지방자치인재개발원(LOGODI)을 통해 광역·기초 지자체 공무원에게도 디자인 리터러시 교육을 확산한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공무원 교육 격차를 해소한다.
  • 관리자급 디자인 감수성 워크숍 특별 운영: 실무자 교육보다 결재권자의 감수성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왜 사용자 현장을 먼저 가야 하는가"를 과장·국장급 관리자가 체험하는 특별 워크숍을 별도 운영한다.

4. 기대효과

단기: 신규 공무원 대상 기초 디자인 리터러시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사용자 중심 관점이 공직 진입 시점부터 기본 소양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중간 관리자 교육이 강화되면서 공공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디자이너와 협력하는 건수가 늘어난다.

중기: 교육-프로젝트 연계 체계가 구축되면서 교육 효과가 실제 업무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디자인 교육을 받은 공무원과 공공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 일하는 팀이 성과를 내면서, 이 모델이 다른 기관으로 확산된다.

장기: 영국처럼 공무원의 80% 이상이 업무에 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공공서비스 기획의 출발점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것이 공급자 중심 구조 혁파(03번)의 문화적 완성이다.


이 포스팅과 연결된 주제

  • 08. 공공서비스디자이너 직제 신설 — 교육과 채용은 병행 전략
    1. 공직 순환보직 제도 개선 — 교육 효과가 지속되려면 전문성이 쌓여야 한다
    1. 공급자 중심 구조 혁파 — 디자인 교육의 궁극적 목표
    1. 정책 R&D 도입 의무화 — 교육받은 공무원이 수행하는 역할

참고 자료: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NHI), 서비스디자인·디자인씽킹 교육과정 현황 / 행정안전부·KIDP, 「2024 공공서비스디자인 성과사례집」(2025.9.) / DesignSingapore Council, Design 2025 Masterplan — "공무원 디자인씽킹 지식 및 실천 확대" 권고 포함 / Singapore Civil Service College, 디자인씽킹 교육 정규 과정 운영 / Singapore GovInsider, "Singapore calls for greater use of design in public sector"(2016) — 노동부·병원 디자인 성과 사례 / US Lab@OPM, 연방공무원 인간중심 디자인 워크숍 / APEC Korea, 공공서비스 디자인씽킹 훈련 워크숍 보고(2024.7., 인도네시아 발리, 10개국 25명 참여) / 프랑스 DITP, 공공서비스디자인 기초 온라인 과정(2024.10. 발행, 2025.9. 업데이트) / UK Policy Lab, FutureLearn 무료 공개 과정 / UK Government, "Public Design in the UK Government: Evidence Review"(2025) — 공무원 88% 디자인 활용 / 윤성원, 『다시 디자인』(2025) /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이 궁금해』(2022) / 윤성원,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2025) / 윤성원, 『모두의 질문Q』(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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