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5. 05:56ㆍ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 성공사례
멋진 은행을 만드는 디자인에서 저금을 더 하게 하는 디자인으로
'2005년 10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잔돈을 넣어두세요(Keep the Change)'라는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고객들이 물건 값을 결제할 때 전체 금액 중 달러 이하 단위를 반올림한 뒤 그 차액을 고객 계자로 이체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 가령 커피전문점에서 3.5달러짜리 카페라테를 사고 4달러를 내면 50센트를 고객 예금계좌에 돌려준다.'는 것이다.
* 출처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042203261 (한국경제신문, 2010.4.23)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잔돈이 늘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것이 귀찮지 않았던가? 그걸 예금으로 바꿔주니 은행도 좋고 고객도 좋고... 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정말 멋진 아이디어다! 그런데 이것은 실은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서비스이다. 남은 잔돈을 포함한 4달러를 결재하도록 하고 잔돈에 해당하는 금액을 별도의 계좌로 저금해 준다는 아이디어인 것이다.
이것은 IDEO의 현장 중심의 디자인 리서치에서부터 도출된 아이디어이다.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에게 좀 더 심리적 부담감을 저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가격 결정을 한다.(예를 들면 1만9천900원 이런 식...) 그러다 보니 주부들은 골치가 아프다. 가계부를 쓰건 영수증을 관리하건 모든 잔액을 계산한다는 것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IDEO는 사용자의 생활 속에서 이러한 사소한 감정, 심리적 불편함을 미세하게 포착함으로써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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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O가 2005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진행한 저축예금 장려 캠페인. IDEO가 수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미국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저축 계좌의 수를 늘리기 위해 골몰했다. 이자나 수수료 혜택만으로는 획기적인 계좌 증가가 어렵다고 판단한 BOA는 IDEO에 의뢰한다. IDEO에서는 비디오 녹화 등의 다양한 사용자 관찰법을 통해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한 후 생기는 잔돈을 처리하는 일에 상당히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잔돈을 저금통에 넣어버리거나,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하기에 직불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자동적으로 반올림한 뒤 그 차액을 고객의 계좌로 이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저축을 유도한 게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IDEO는 고객이 체크카드로 제품을 구매할 때 센트 단위의 잔돈을 올림해 달러 단위로 결제를 청구하고, 대신 추가 청구된 금액은 고객의 저축 계좌에 적립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제안하게 된다. 또한 초기 3개월간 저축 계좌에 적립된 금액은 현금 100%, 이후 적립된 금액은 일정 기간별로 현금 5%를 추가 적립해주는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그 결과, BOA의 저축예금 계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05년 8월 서비스 론칭 이래 시행 첫 해에만 250만명의 고객을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는 1,200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고객 유지율도 99%라는 경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IDEO의 대표 팀 브라운은 “저축의 효과에 대해 장황하게 떠들어대거나 강요했다면 도저히 얻을 수 없었을 성과”라며 “사람들이 까다롭지 않은 방법으로 조금씩 저축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무려 1천2백만 명의 고객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비즈니스위크에 의해 그해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친 최고의 서비스로 평가되었다.
출처 : 스타일 조선, 동아일보 비즈니스리뷰 34호, 한국경제신문(4.23) 등 참고하여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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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돈은 넣어두세요(Keep the Change)’
'잔돈을 넣어두세요(Keep the Change)' 서비스디자인 사례는 서비스디자인의 특징을 매우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사례가 의미하는 서비스디자인의 특징을 1) 기존 디자인과의 차별점 및 2) 타 영역(경영컨설팅)과의 차별점으로 구분해 살펴보고자 한다.
1) 기존 디자인과의 차별점 - 지향하는 목적이 다르다.
금융서비스 산업을 위해 기존의 디자인이 기여해왔던 역할은 무엇인가? 기존의 디자인은 광고, 브로셔, 브랜드, 사이니지, 통장, 카드, 건축, 인테리어, 매뉴얼, ATM기기, UX, 웹, S/W UI.... 숱하게 많은 터치포인트를 디자인해왔다. 그것은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하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여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을 촉진하는 측면에서 설계되고 제공되어졌다.
그러나 '소비자가 더 저금하게끔 하는 디자인'이라는 식의 소비자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목표를 가지는 예를 찾기는 어렵다.
소비자의 구체적 행동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디자인은 새로운 활용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따라 서비스디자인은 기존 디자인과 다른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하게 된다. 기존 디자인은 이미 주어진 조건(정해진 스팩 또는 규정된 문제)안에서 문제 해결자로서 역할을 해 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하면 되었었다. '어떻게'의 영역을 다루는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 지에 대한 '방법론'과 '스킬'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이전 상황과 비교할 때 서비스디자이너는 '왜' 그리고 '무엇을' 디자인 할 것인가에 대한 조건을 규정하는 역할을 더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를 풀던 학생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님으로 역할이 확장되었다고 비유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서비스디자이너는 기존 디자이너와 달리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만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더 저금하도록,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을 해내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어떤 역량을 더 갖추어야 할 것인가.
2) 타 영역(경영 컨설팅)과의 차별점 - 바라보는 시각, 태도, 접근법이 다르다.
BOA가 경영컨설팅 회사에게 동일 과제를 주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경영컨설팅 회사 내부에서 '잔돈은 넣어두세요'의 아이디어가 제안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경영컨설팅 회사는 그 아이디어를 선택하였을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아이디어가 채택되기 어려운 토양이다. 아마도 채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막연히 이렇게 하면 저금을 더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편하지 않을까라는 느낌을 줄 수 있으나, 고객에게 어떤 경제적인, 실질적 부가가치를 주는 아이디어가 아님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사람은 느낌, 감정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한다. 합리적 인간 가설은 부정되었다. 사용자가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저금 할 수 있겠다고 느낀다면 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결국 저금을 더 하게 된다.
이성적 판단에 소구하는 것보다 오히려 느낌과 감성, 심리적 터치가 더 유효 할 수 있다. 심지어 가장 건조하고 이성의 관여도가 높은 금융서비스업에서도 말이다. 이 사례는 디자인이 서비스산업 영역 전반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 이 주제와 관련되어 더 읽어보면 좋을 책 : 디자인에 집중하라(팀 브라운, 김영사)
디자이너의 창의적 사고방식을 빌려 혁신하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IDEO의 대표 팀 브라운이.
* 출처 : 쓸만한 웹 http://cafe.naver.com/usable/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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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잔돈은 가지세요’ 서비스
* 이 글은 같은 사례를 월간 디자인(2010.10)에서 소개한 글입니다.
‘금융을 디자인하라’는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사실 속으로 비웃었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IDEO가 진행한 뱅크오브아메라카(Bank of America)의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이 광고에 딱 어울리는 프로젝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자 체크 카드로 지불하는 물건 값의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그 차액을 저축 계좌에 바로 입금해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이란 분야에 디자인 사고 방식을 적용한 이 프로젝트는 시행 첫 해에만 250만 명의 고객을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12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기록을 세웠다.
어찌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서비스의 개념은 금융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 고객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에 있는 주부들의 행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한 결과에서 나왔다. 자녀를 키우는 여성 소비자들은 재정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금융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하고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물건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을 저금통에 모아두었다가 은행에 저축하는 일반적인 행동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화한 것. 은행에 가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저축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넓혀 놨다.
이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그동안 생각지 못하던 방법을 찾아냈을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시각화해 이해하기 쉽도록 한 데 있다. 일단 이름부터 그렇다. 주부들이 공과금을 쉽게 계산하기 위해 반올림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에는 ‘반올림’이라는 이름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서비스인지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것도 사용자가 보기엔 ‘서비스’일 수 있기 때문에 ‘잔돈은 가지세요’라고 이름지었다. 또한 광고에서는 매일 마시는 3달러 43센트짜리 커피의 거스름돈 57센트를 한 달 동안 저축하면 17달러가 된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 표현해 호응을 얻었다. 은행은 가입 고객을, 고객은 저축을 늘릴 수 있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 사례다.
서비스 디자인의 선두 기업 IDEO www.ideo.com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IDEO는 인류학자, 건축가, 엔지니어, 심리학자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단순히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을 너머 쇼핑, 의료, 은행, 이동통신 등 각종 서비스와 소비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컨설팅 그룹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도요타 등 세계적인 기업이 모두 IDEO의 고객. 현재 IDEO의 대표인 팀 브라운(Tim Brown)은 최근 출간한 <디자인에 집중하라>에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강조하기도 했다. 제품 디자인 회사로 시작했지만 이제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더욱 이름을 알리고 있는 IDEO의 디자인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글: 김영우 기자
* 2010년 10월호 월간디자인 특집 ‘보이지 않는 디자인, 서비스를 디자인하라’, 12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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