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디자인, 접근성의 문턱을 없애자(5) 디지털소외는 사회문제다. 정부는 디지털 불평등에 눈감지 말라

2023. 5. 2. 16:19디자인/디자인이야기

사진 : https://www.pexels.com/ko-kr/photo/9831615/

 

키오스크로부터 시작되는 디지털 소외

최근 75세 할아버지 김우영 씨는 친구들과 식사를 즐기러 식당에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받게 바뀌어 있었다. 김 씨는 작은 글자와 생소한 기호가 있는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설상가상으로 화면이 뜻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메뉴 이름도 잘 읽히지 않는다. 그의 뒤에 줄이 길어질수록 더 불안하고 부끄러워졌다. 본인이 음식값을 지불하기로 작정한 날이라 친구들 메뉴도 선택해야 하는데 무엇을 먼저 눌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허둥거리는 그를 보다 못한 젊은 손님이 주문을 도와주었지만 김 씨는 자신이 어느덧 사회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약자가 되었나 하는 서글프고 불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사진 : 맥도날드 매장의 키오스크. 맥도날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2023년 약 80%의 맥도날드 매장에 비치되어있으나 사용성의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김우영 씨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공항, 기차역 등 곳곳에서 많은 노인과 장애인들이 부적절하게 디자인된 키오스크들과 다투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무자비한 단말기들로부터 작은 좌절을 반복하며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메뉴를 고르는 정도로 별 것 아닌 과제를 해내지 못하는 경험은 실로 맥 빠지는 일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사용해 본 소비자 500명 중 46.6%가 사용 중 불편함이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노년층은 '조작의 어려움'(53.6%)과 '작은 글씨로 인한 불편함'(23.2%)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소비자 2명 중 1명 “키오스크 불편”···고령자·장애인 “난감”, 경향신문, 2022.11.24.)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를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디지털 양극화는 OECD 내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16~24세 가운데 디지털 고 숙련군의 비중은 63.4%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반면, 55~65세의 경우에는 3.9%로 세대 간 디지털 숙련도 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
고령층 디지털 리터러시. 한국 vs선진국 정책 비교, 이코리아, 2023.01.27.)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2018년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을 국가정보화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2021년 1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포용법’ 법안은 ‘디지털 포용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디지털포용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 대상의 디지털 교육 실시,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보편적 접근성 보장, 디지털 제품의 접근성 인증제도 시행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정부의 공약에도 디지털 포용이 포함되었고 국민의 힘 박성중 의원을 중심으로 ‘디지털포용법’이 다시 발의될 예정이다. 
(
"키오스크 주문 못해요”…‘디지털포용법’ 만든다. 서울경제, 2022.08.26.)

여야가 한 목소리로 디지털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에 동의하고 있으니 상황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조금씩이라는 게 문제다. 2년이 넘도록 시작점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다들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은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다. 이미 대면 서비스 인터페이스가 키오스크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다. 로봇이나 AI와 같은 신기술 수용도는 우리나라만큼 높은 나라를 찾기 어렵다. 그러니 대면 서비스 노동자를 기계로 바꾸려는 수요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이니 사용자들은 빠르게 늙어가고, 서비스 제공자가 키오스크로 대체되어 가는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 세 요인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으니 키오스크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나라보다 클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관련기사 : 
50년뒤 한국인구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세계서 가장 늙은 국가, 2022-09-05,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20905071951002
지난해 합계출산율 0.81명 또 '역대 최저'…OECD 꼴찌, 2022-08-24,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20824076200002
한국, 독일 제치고 ‘블룸버그 혁신평가’ 세계 1위 탈환, 2021-02-03,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498305&code=61141111&cp=nv  
한국 ‘로봇 밀도’ 세계 최고…제조업 인력난 해소, 2023.04.16, KBS뉴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52725&ref=A

그림 :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AI, 키오스크, 로봇 등 기술의 빠른 수용으로 서비스산업 대면 접점이 로봇, AI로 빠르게 대체 중. 키오스크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큼


불과 몇 년 내 많은 대면 서비스 접점이 사람 대신 키오스크로 전환될 것이다. 불편한 키오스크가 생활 곳곳에 자리 잡게 되면, 국민들은 불편한 키오스크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참아내야만 한다. 
이는 국민들의 일상 전반에 걸쳐 조금씩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효능감을 갉아먹는 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결코 사소한 사안이 아니다. 제조업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식으로 내버려 두면 안 될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개입해 불편한 키오스크가 더 이상 일상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키오스크 관련 정책 문제 인식과 개선이 필요해


하드웨어의 구성이 적당하게 디자인되지 않았거나 성능이 나쁘다면 키오스크의 사용은 불편할 것이다. 사용자경험과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디자인되었다면 사용자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만드는지 적당한 설계 지침이 없어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미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스마트자판기 등) 접근성 지침(KS X 9211)이 국가 표준으로, ‘금융자동화기기 접근성 지침 1.0(KCS.KO-09.0040)’이 정보통신단체 표준으로 지정되어 있다. 작년에는 서울시가 키오스크 가이드라인인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 키오스크 적용가이드(서울디지털재단, 2022)를 공개한 바 있다.
문제는 이것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오스크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강제성이 없다. 정부는 키오스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의무적인 키오스크 접근성 표준을 수립하고 현황을 진단해야 한다. 이러한 표준에는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취약 계층의 요구를 담아야 한다. 키오스크 제품과 이를 이용한 서비스가 표준을 준수하고 적절하게 작동하는지 측정하고 정기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기관 평가를 통해 감점하는 등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정부는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 디자인을 위한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 또는 보조금을 제공하여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개발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높은 사용성 기준을 충족하는 키오스크를 인정하는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기업이 접근성과 사용성을 우선시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키오스크의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대중 인식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에도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이니셔티브에는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기술에 익숙해지도록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기업이 키오스크 디자인에서 접근성과 사용편의성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키오스크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자,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기업 등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접근 가능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키오스크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현재 키오스크 설계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인프라를 포용적으로 다시 디자인하자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도시와 지방간 격차도 크고 세대 간 인식차이도 큰 만큼, 디지털 격차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수용성의 차이로 인한 디지털 소외 계층이 생겨나고 있고 디지털 양극화의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세대 간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3년을 지나면서 기존 공공 대면서비스가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로의 결정적 전환점을 맞고 있는 만큼, 서비스가 이뤄지는 다양한 영역에 새로운 포용적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포용적 서비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 이 주제에 주목하고, 중요한 역할로 관여해야 한다. 언제나 기술의 수용성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과 인간을 연결하는 인터랙션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발전사가 하드웨어 발전의 결과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graphical user interface) 디자인으로 구현되지 않았다면 컴퓨터 대중화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폰 혁명도 터치디스플레이 기술이 이끈  것이 아니다. 정전식 터치디스플레이는 아이폰 이전에 이미 LG휴대폰에도 구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아이폰의 문서 끌기, 멀티 터치, 핀치투줌(Pinch to zoom. 손가락 제스처로 확대하기) 등 몇 가지의 사소하지만 우아하고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UX디자인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스마트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chatGPT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대한 호응 역시 기술 혁신이라기보다는 검색엔진과 다르지 않은, 만만해 보이는 프롬프트의 인터페이스가 그 장벽을 넘게 한 핵심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는 늘 인터랙션디자인의 혁신이었던 것이다.


고령화 문제 대비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며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만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IT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이 행정명령에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을 고려해 사회보장수당을 더욱 쉽게 청구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총 36개에 달하는 연방정부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IT 프로젝트가 담겨있다.
(
바이든 "국민 UX 개선하시오!"… 정부 IT서비스 현대화 명령, 블로터, 2021.12.14.)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 사례 중 하나인 미국의 ADA(미국 장애인법)는 장애인이 보다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 기관에 적용되는 법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이 사회 곳곳에서 차별 없이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키오스크의 접근성 및 사용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국가 인프라의 포용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키오스크의 접근성과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법과 정책을 제정하고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혁신적인 사용자경험 디자인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과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이 디지털 기술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소외 문제 해결에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정부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요구를 충족하는 포용적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모든 세대가 함께 발전하는 포용적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23.05.02.
윤성원 + chatGPT
#chatGPT글쓰기

(질문)
키오스크로 불편을 겪는 시나리오를 작성해줘.
주요 내용에 적당한 해외 사례를 추천해줘. 
키오스크 표준화 정착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등등 키오스크와 디지털소외 관련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참고하여 작성함.

* 참고 : chatGPT로 작성한 키오스크 디자인 진단을 위한 체크리스트 15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