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수요시장의 변화 3) 공공부문의 거대한 변화

2023. 7. 13. 00:48디자인/디자인이 궁금해

수요자 중심 공공서비스를 실현하는 디자인
 
제19대 정부가 비전으로 제시했던 ‘혁신적 포용국가’는 수요자 중심의 공공서비스*가 실현될 때 가능한 목표이다. 
* 공공서비스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유·무형의 생산물을 의미한다. 정부개혁과 관련된 많은 논의가 공공서비스에서 형평과 효율을 기준으로 상하수도, 가로등, 도로교통, 쓰레기 처리 등과 같은 일상생활 영역에 필요한 공공서비스 개혁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새 행정학, 대영문화사 2013)

우리 사회는 공공서비스가 수요자 지향으로 바뀌는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공공서비스는 국가와 국민이 접하는 최전선에서 국민 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정부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국가경쟁력 조사 대상 141개국 중 사회자본 72위, 정부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 87위, 부패지수 42위(세계경제포럼(WEF), 2019년 국가별 경쟁력 평가 결과)이고 OECD 35개국 중 정부 신뢰도는 2017년 32위, 2019년 22위(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등 평균 이하의 수준으로, 민간과 비교할 때 우리 공공부문은 아직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하다. 
반면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공공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인 구매자 성숙도는 2019년 기준 세계 1위이다.
* 출처 : 세계경제포럼(WEF), 2019년 국가별 경쟁력 평가 결과

최근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혁신에 대한 요구가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면서 우리나라도 공공서비스의 혁신에 디자인이 활용되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디자인의 새로운 수요시장으로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공디자인’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디자인’이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공공정책, 공공서비스를 구상하고 개발,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에 우리가 공공디자인이라 부르던 영역에서 디자인이 시각, 제품, 환경, 시설물 등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 왔다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공공정책을 설계하고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정책 과정에 디자인을 적용한다니, 디자인을 ‘스타일링’, ‘꾸미기’ 정도로 정의하던 관점으로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 것도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나마 공공디자인의 범위*라면 최근까지 간판, 캐릭터, 공공 건축, 환경 시설물 등 문체부가 관장하는 일부 영역만을 의미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 ‘공공디자인진흥법’에서의 공공디자인의 범위는 ‘일반 공중을 위해 국가기관 등이 조성, 제작, 설치, 운영 또는 관리하는 시설물과 용품, 시각이미지 등’을 말함

디자인이 국내 공공영역에서 그렇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이, 서비스디자인은 선진국에서 공공서비스 혁신을 이루기 위한 영역으로서 20여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영국 디자인카운슬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혁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공공영역의 정책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과정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영국 디자인카운슬 외에도 덴마크의 준 정부기관이자 정부를 위한 컨설턴시인 마인드랩(MindLab), 핀란드의 시트라(The Finnish Innovation Fund Sitra)의 전략디자인유닛, 호주의 사회혁신센터 택시(TACSI) 등 디자인을 공공정책과 사회혁신의 전략으로서 활용하고 있는 정부 기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 관련 자료 보기 : (특집) 정부를 위한 디자인, 월간디자인, 2016년 4월호

서비스디자인은 기존에 디자인이 활용되어 오던 영역 외에도 각 디자인 요소를 통합해 시스템과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수요자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혁신함으로써 정책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방법으로서 활용된다. 


서비스디자인 확산을 주도한 한국디자인진흥원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부터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부처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주요 지자체에서 공공서비스디자인 혁신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서비스디자인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인식하고 2011년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제도, 교육, 디자인기업지원, 문화 확산 등 기관 전반의 활동에서 서비스디자인의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왔다. 국내 최초의 서비스디자인 시범사업 결과는 아파트 에너지 고지서였다. 같은 평형대 이웃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면 빨간색 고지서를, 보통은 노란색을, 적게 사용한 집은 녹색 고지서를 받게 된다. 이 디자인은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수정되어 전국 아파트 고지서로 사용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서비스디자인 전담팀을 갖추고 보건의료산업, 국방산업, 산업단지, 경로당, 장기요양소, 전통시장, 종합민원실 등 다양한 분야에 서비스디자인 사례를 만들어갔다.
* 출처 : 윤성원 등 (2013),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시범사업의 결과가 전국적으로 적용되어 영향을 미친 것은 에너지고지서 외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결과표, 국민디자인단 등이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공공서비스디자인 워킹그룹 ‘디자인다이브 design dive’를 운영하며 공공부문에서 디자인이 어떤 가능성을 갖는지 확인했던 경험을 토대로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와 행정(정책 기획 및 개발의 과정)에 디자인방법을 적용하는 ‘국민디자인단’을 시범운영했다.(2023년 현재까지 ‘국민정책디자인단’으로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음) 2015년에는 행안부가 정책사업으로 확성하여 10배 이상 확대된 규모로 사업을 본격화하며 2020년까지 전 정부부처와 지자체도 거의 빠짐없이 참여해 2천 개 이상 과제, 1만여 명 이상 참가해 정책과 서비스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해왔다. 국민디자인단은 소통과 참여의 정책 개발을 중시하는 정부 기조에 발맞추어 대표적 국민 참여형 정책개발의 방법으로 정착되면서 그간 공급자 중심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공공영역의 디자인 시장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확장되고 있는 공공영역의 디자인수요

2014년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협력하여 국가인적자원 양성의 표준이 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에 서비스경험디자인 표준 모형을 개발하였다.

2014년 12월 30일 디자인의 범위에 서비스디자인이 포함된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이 공포되었다. 산업디자인진흥법 제정(1977년) 이래 최초로 디자인영역에 무형의 디자인이 편입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2017년에는 행정절차법 개정(2017.4.18.)을 통해 국민참여 방법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명시함으로써 서비스디자인이 공공행정 전 과정에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국민디자인단의 확산을 위해 행정안전부는 2017년 행정절차법을 개정, 공공서비스디자인 방법이 공공행정 전 과정에 활용될 수 있게 규정화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행정절차법 시행령 개정 내용
제7장 국민참여의 확대
제25조의 2(국민참여 확대를 위한 참여방법과 협력의 기회 제공)
② 행정청은 국민의 의사나 수요를 행정과정에 반영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1. 일반인,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여 국민의 수요를 관찰·분석함으로써 공공정책 및 서비스를 개발·개선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 기법
2. 빅데이터(대용량의 정형 또는 비정형의 데이터세트를 말한다) 분석 기법
3. 그 밖에 국민의 의사나 수요를 확인하여 행정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법

국토교통부는 2018년 도시재생특별법에 한국디자인진흥원을 서비스디자인 전담기관으로 지정해 도시재생뉴딜사업 전반에 서비스디자인 활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규정화하였다. 

서비스경험디자인 기사가 국가기술자격에 신설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2019년 6월 1일 개정 고시되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서비스경험디자인 기사 자격 관리기관으로서 지정되었다. 2020년 기사 자격시험이 개최되었는데 744명이 접수하여 116명의 합격자가 배출되는 등 서비스디자인 영역과 새로운 자격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에는 최초로 별정직 공무원(6급) 중앙정부, 지방정부 약 10명의 공공서비스디자이너 채용이 있었다. 공공부문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행, 민간으로의 파급,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규정화,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서비스디자인은 이제 하나의 주요 디자인 영역으로서 자리매김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8년 공공서비스디자인부서와 서비스디자인혁신부서를 서비스디자인실로 통합하고 2020년에는 서비스경험디자인실로 개편해 산업/사회/공공 분야의 서비스디자인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디자인혁신실도 신설하여 조직 내 조직문화, 일하는 방법개선과 타 기관 간 협업에 있어서도 디자인싱킹, 디자인주도의 접근법이 자리 잡게 하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디자인 수요시장에 대한 이해’ 및 ‘수요시장의 변화 1)~3)’의 글에서 언급했던 서비스산업과 공공영역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디자인역할 인식과 수요시장 변화에 따른 디자인산업 생태계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림 : 디자인산업 생태계 모델>



출처 : 디자인이 궁금해, 2022, 윤성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