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위한 디자인의 과제 : 공공디자인에서 정책디자인까지 - 윤성원, 2024.2.24.

2024. 2. 25. 11:0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20240224_홍익대학교 대학원 공공디자인 전공 세미나

주제: '공공디자인과 일상의 연결'
일시 : 2024.02.24 토 오후 15:30~18:00
장소 : 서울 성동구 서울숲실 54 심오피스 
15:30-16:00 [한국디자인진흥원 - 윤성원] 정부를 위한 디자인의 과제 : 공공디자인에서 정책디자인까지
16:00-16:30 [오세이프 - 심준우] 경쟁력 있는 공공디자인으로 공공안전 지키기
16:30-17:00 [119레오 - 이승우] 소방관과 함께하는 공간 만들기
17:00-17:30 [노플라스틱선데이 프래그 - 이건희] 비영리와 영리 임팩트 지향 조직의 협업

20240224_정부를 위한 디자인의 과제_한국디자인진흥원 윤성원v3.pdf
5.18MB

발표자료


다음은 위 세미나 중 윤성원 발표 내용입니다.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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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문장 요약>
정책디자인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 설계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자인의 역할은 문제 해결에서 조직 역량 강화, 정책 의사 결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정책의 기획, 개발, 실행 과정에서 디자인 사고와 방법론을 적용하여 혁신을 이끌어낸다. 영국 폴리시랩과 같은 해외 사례는 정책디자인의 성공적인 적용을 보여주며, 우리나라도 이에 주목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사용자 경험 평가와 같은 체계적인 디자인 평가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를 위한 디자인의 과제 : 공공디자인에서 정책디자인까지
윤성원


정책에 왜 디자인이 필요할까요? 정책에는 큰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입니다. 새로 과속 방지턱이 생겼죠? 도로가 굽어있다 보니까 사고가 종종 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고가 줄었을까요? 실제로는 이렇게 되어서 사고가 더 많이 나게 됐습니다. 이것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 설계가 가지고 있는 큰 허점을 비유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역할의 진화

덴마크디자인센터의 디자인 사다리입니다.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는 단계부터 고도로 사용하는 단계까지 4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약 10년 전 영국 디자인 카운슬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보고서에서 당시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분류해 봤더니 이렇게 세 가지 단계로 분류가 되더라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디자인을 통해서 문제 해결하는 단계, 두 번째는 조직 역량으로 디자인을 활용하는 단계, 그러니까 디자인사고로 기획을 한다든가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요. 세 번째는 정책 의사 결정자들이 디자인을 활용하는 단계로 정책을 위한 디자인, 정책 디자인입니다.

덴마크의 디자인 사다리 모델과 디자인카운슬의 디자인활용단계를 비교해 보면 기존 디자인 사다리의 4단계는 모두 디자인카운슬 보고서의 1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 디자인 사다리는 가치 창출 과정에서의 디자인 역할, 즉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앞에서 역할을 하는지 뒤에서 역할을 하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디자인카운슬 보고서의 2단계와 3단계는 이전까지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디자인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중 최상위 단계가 정책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상은 저뿐만 아니라 디자인 커뮤니티 안에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디자인 사다리 또는 디자인 전략, 디자인 발전 단계 이런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이런 이미지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요점은 약 20년 전부터 디자인역할이 변화되면서 이런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조직문화를 디자인한다든가 시스템을 디자인한다거나 또는 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인에 있어서 큰 과제가 될 겁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992년에 카네기멜런 대학의 리처드 뷰케넌 교수님이 벌써 이런 구상을 하셨습니다. 디자인이 이렇게 발전할 것이라고요.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디자인계에서 쓰기 시작한 게 1991년이었는데 이때 이미 인터랙션에 해당되는 디자인 영역으로 소개하고 있고요. 그 바깥으로 조직에 관한 디자인, 시스템 디자인...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스템 디자인 같은 용어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3번째 영역인 인터랙션디자인의 초입쯤에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을 공공 영역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를 위한 디자인 또는 국민을 위한 디자인, 국가를 위한 디자인...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영역은 가장 큰 의미에서의 공공디자인을 의미합니다. 좁은 의미에서의 공공디자인은 물리적인 영역에 해당되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디자인의 영역이죠. 그리고 그 위로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있을 겁니다. 공공서비스를 기획, 개발, 실행하는데 디자인 방법을 활용하는 거죠. 그리고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상위층에 정책디자인이 있습니다. 말씀드린 (영국 디자인카운슬 보고서의) 정책디자인과 동일한 영역입니다. 정책의 기획, 개발, 실행에 디자인 사고와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정책과 공공서비스가 유사한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책은 규정, 규칙, 방침에 관한 영역이고 서비스는 정책이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체계 및 전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카운슬의 디자인활용단계 모델에 대입해 보면 이렇다고 할 수 있고요. 앞으로 2, 3 단계에 해당하는 디자인이 새롭게 주목받는 디자인 역할이 될 것입니다.

공공디자인에 주어질 과제 -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

그럼 우리한테 주어질 과제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는 샴푸고 하나는 린스입니다. 목욕탕에 눈감고 샤워 중에 샴푸를 쓰려다 보면 잘못 나온 린스를 다시 닦아버려야 되는 상황이 종종 생기죠? 우리가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는 세상이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들은 매대에서 자기 브랜드가 잘 보이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크게 만드는 대신 샴푸와 린스라는 표기를 작게 합니다. 그리고 두 개 패키지 디자인도 똑같아요. 아이덴티티를 맞춰야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실수하게 되죠.
이것을 기술과 제도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렇게 하고 있어요. 패키지 뒷면이 오돌토돌 튀어나와 있으면 샴푸고 아니면 린스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유통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더 우아하게 해결할 수도 있어요. 성정기라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콘셉트인데요. 하나는 샴푸 하나는 린스 이렇게 정해두면 실수 없이 쓸 수 있겠죠. 시각장애인을 위한 콘셉트 디자인인데 실은 모두에게 편리한 디자인이죠. 디자인이 개입하면 이렇게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죠. 

수요자 중심의 자판기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셨나요?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하면 자판기도 수요자 중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령자가 자판기를 이용하는 걸 보신 분, 없으시죠? 고령자들이 자판기를 이용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허리를 굽혀야 해서 이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자판기가 개발된 지 200년이 넘었거든요. 특허 등록될 때랑 실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위에다가 돈을 넣으면 밑에 제품이 나와요. 전기로 구동이 되니까 돈 넣는 위치에서 나와도 되잖아요. 그런데 자판기 제조사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거죠. 고령자들은 자동판매기를 이용하기 않기 때문에 우리의 고객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지금 나오는 최신형도 여기가 디지털사이니지로 바뀌었을 뿐이고 나머지는 기존과 같습니다. 자동판매기가 기술 중심, 공급자 중심의 세상이 가진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에 딱 하나의 버튼만 남긴다 하면 아마 여러분들 대부분 전원 버튼이라고 얘기하실 거예요. 스티브 잡스가 새 제품을 만들 때 우리가 이번에 만들 제품은 버튼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엔지니어들이 놀라서 "최소한 전원 버튼은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라고 했죠. 스티브 잡스는 "왜 전원 버튼이 필요하지? 만지면 켜지고 놔두면 꺼지면 되지."라고 말했죠. 그래서 만들어진 제품이 아이팟입니다. 아이팟에는 물리 버튼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전원 버튼은 없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스티브잡스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 생각을 못했죠. 세상이 공급자 중심이고, 우리는 제품 중심의 사고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해야 됩니다"라고 하면 백이면 백,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요. 행안부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정책에 디자인 방법을 도입하는 국민디자인단이라는 사업을 10년 넘게 해 오고 있는데, 만나는 공무원분들은 다 그러시거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변의 공공서비스는 대부분 엉망인데 왜 모두 이미 수요자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개념적으로 맨 왼쪽에는 100% 공급자 중심, 오른쪽은 100% 수요자 중심 서비스가 위치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죠. 시작은 어디에서 할까요? 맨 왼쪽부터 시작하겠죠?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조금씩 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하겠죠? 그래서 계속 오른쪽으로 가고 있긴 한데 엄청나게 느리게 가는 거예요. 계속 혁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지치고 피로도를 느끼는 것이죠. 실제로 배인앤컴퍼니가 고객 중심으로 경영을 한다는 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80% 정도는 우리가 고객에게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고요. 진짜 그 고객들을 찾아가서 다시 물어봤더니 8% 정도만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까 그림으로 보자면 여기 8%쯤에 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한테 물어봤던 답이란 말이죠. 그럼 우리의 공공서비스는 어디쯤 있을까 생각해 보죠. 아직 멀었다는 거예요.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디자인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앞으로 디자인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의 사례로 국가 간 다른 접근법을 비교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1) 기술과 규제로 해결하기
런던에는 2만 개 이상의 CCTV가 있습니다. 그래서 갓길에 잘못 차를 세워 놓는다면 무조건 딱지를 떼게 됩니다. CCTV도 많지만 심지어 2층 버스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앞차가 찍고 뒤차 오기까지 차를 대 놓는다면 또 찍혀서 딱지를 떼게 됩니다. 아까 보셨던 일본의 사례처럼 기술과 규제로 질서를 지키는 것이죠.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돈이 들게 됩니다. 
2)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읽는 디자인으로 해결하기
훨씬 더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건 베를린인데요. 정지선과 신호등이 여기 있죠. 그래서 차를 정지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돼요. 지나서 정차하게 되면 신호등을 볼 수가 없게되니까요. 사람을 잘 이해하고 공공환경을 디자인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잘못된 디자인
우리나라는 이렇습니다. 정지선은 여기 있잖아요? 신호등은 저쪽 앞쪽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정지선을 지나서 정차합니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정지선을 훨씬 지나서 길 저 앞쪽에 정차하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하죠? 신호등이 앞쪽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네거리에 신호등이 두 쌍이 있습니다. 이렇게 신호등을 설치하려면 설치비도 2배, 매년 운영비도 2배가 들죠. 이것은 신호등 제조사에게만 좋지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은 우리나라가 최악이고, 영국과 독일은 최고 우수한 수준입니다. 이것은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독일 같이 좋은 예가 있으니 사실 단순하게 우수사례를 찾아서 따라만 해도 되겠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이렇게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 나라가 된 것은 공공서비스가 설계되는 과정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서비스가 설계되는 과정 중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는 역할자가 빠져있는 것이고 수요자 중심의 접근 방법이 빠져 있는 것이죠. 그것을 바꿔야 합니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한계를 디자인으로 극복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려는 시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해외사례 : 정책을 디자인하는 영국 폴리시랩

영국 폴리시랩 Policy Lab을 아십니까? 폴리시랩은 영국 내각부에 소속돼 있는 조직으로 2014년에 창설되어 안드레아 시오드목 Andrea Siodmok 이 소장으로 부임했습니다. 디자인 방법으로 정부 정책 기획을 하고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등 공공부문을 혁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분은 자동차 디자인 전공자예요. 재작년까지 소장이었고 지금은 노썸브리아 대학으로 가셨습니다. 폴리시랩은 여러모로 참고할 만한 조직입니다. 저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조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폴리시랩은 정책의 영역에 디자인 사고를 도입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혁신을 이루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데, 디자인방법은 대체로 확산과 수렴을 반복하고 여러 차례 실행하면서 수정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씁니다. 그 와중에 차칫 전체를 보는 시야를 놓치는 경향이 있죠. 이것은 폴리시랩에서 만든 시스템적인 도구입니다. 디자인싱킹을 보완하는 시스템사고를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으로서의 정부 툴킷이라 부르는데요. 가로로 7개 x 세로로 8개, 총 56개의 셀로 구성된 매트릭스입니다.
정부가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어떤 시도를 할 수 있는지를 펼쳐놓은 것이에요. 이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면, 예를 들어 코로나 초기 단계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될까를 정하고, 또 다음 단계에서는 어떤 방안들을 사용하자는 식으로 활용합니다.
정부가 갖고 있는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한 문제 Wicked problem의 경향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복잡한 문제는 사일로 Silo로 나눠진 행정부에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이 부서가 하고 있는 일과 다른 부서가 하고 있는 일이 서로 연결되어야 되고 그 연결 관계는 갈수록 더 복잡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자면 다양한 정책이나 정부의 다양한 기능이 서로 연계가 되어야 합니다. 전체적 관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식별하고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관여시키는 그런 일을 해야 되겠죠. 이것을 디자이너가 구상한다는 거예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서 이해관계가 있는 공무원들을 불러서 워크숍을 하고 정책이 구상될 수 있게 돕는 거죠.


이것은 2005년 영국 디자인 카운슬에서 만든 더블 다이아몬드인데요. 디자인 프로세스로 소개되고 있죠. 여기에도 이런 변화가 있습니다. 여기에도 역시 2021년도에는 시스템적인 구상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렇게 더블 다이아몬드도 바꿨습니다. 지금 디자인 카운슬 웹사이트에는 더블 다이아몬드에 더해 디자인 프로세스로 이 내용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폴리시랩도 2014년에 생겼고, 저희 한국디자인진흥원도 2014년에 공공부문에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해 보자는 시도로 국민디자인단 사업을 시작한 것이거든요. 저희는 그런 시스템적인 툴킷 같은 것은 아직 못 만들었어요. 대신 행정절차법을 바꿨고 거기에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는 게 언급되었습니다. 올해는 공공서비스디자인 운영 규정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럼 우리가 뭘 해야 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두 가지를 제안드립니다. 이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저희하고 같이 이런 것을 해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첫 번째입니다.
공공서비스의 기본값을 다시 설정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민들의 장기 기증 의사를 표현한 결과의 그래프입니다. 어떤 나라들은 100% 수준이고 어떤 곳은 매우 낮죠? 중간값이 없잖아요. 이런 그래프는 일종의 조작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운전면허 시험 참가자가 작성 서식에 '나는 사고 났을 때 장기 기증할래'라고 체크를 해야 기증을 하게 되는 나라들(기증 희망률이 낮음)과
기본값이 기증하는 걸로 되어 있는 나라의 경우(기증 희망률이 높음)였습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기본 값을 따르기 때문에 기본값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죠. 이러한 류의 일이 공무원들이 하고 있는 일이죠. 디자이너가 참여한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욕구, 심리와 행동에 대해 잘 이해하면 할수록 기본값 조정을 통해 정책 효과를 높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빠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 초에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총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이면 초고령사회인데요,
이미 생산 가능 인구는 2017년에 이미 최고점을 찍고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다 보니 부양인구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죠. 2050년에는 지금보다 10배가 된대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부모님 모시는데 지금 한 달에 50만 원이 들고 있다면 500만 원이 든다는 거죠. 전 국민 평균값이 그렇다는 겁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닥치는 문제에 대해 국가적 대비가 필요한 상황인데 아직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죠? 

예를 들자면 키오스크 접근성, 사용성 문제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죠.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 1위, 합계 출산율 꼴찌, 혁신 지수는 세계 1위예요. 새로운 것을 엄청 좋아합니다. 이 세 가지가 합해지는 정점에 키오스크가 있습니다. 앞으로 일할 사람이 없으니 공공서비스는 다 비대면화 되겠죠. 그러면 대면서비스 접점은 키오스크로 바뀔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바뀌는 속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빠른 데가 없으리라는 거죠. 그래서 이것에 대응해야 됩니다. 

고령자를 고려한 키오스크 UX가이드라인 이런 것도 매우 필요하겠죠? 지자체에서 필요해서 만든 경우도 있긴 합니다. 서울시 같은 경우. 근데 국가적으로는 없지요. 실은 한국지식정보사회진흥원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작년에 가이드라인 개발 용역을 했거든요. 그런데 키오스크 개발 업체가 그걸 만들고 있어요. UX디자인 회사가 개입을 못한 거죠. 이런 식으로 어이없는 일이 계속 생길 거거든요. 디자인이 개입해야 할 곳에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행정부 역할이 나눠져 있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지금 산업부 산하에 있지요. 그러니까 이런 새로운 디지털 전환(미래부), 공공서비스 혁신(행안부) 이런 주제에 저희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개입을 못해요. 답답합니다. 
고령자를 위한 공공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예를들면 뉴욕시는 오래전부터 이런 걸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들 잘 아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 주)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lobal Network of Age- Friendly Cities & Communities, GNAFCC)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도시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2007년부터 추진되어온 프로젝트로, 2022년 기준 전 세계 51개 국가 1,445개 도시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뉴욕시의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는 2007년 시장 사무실, 뉴욕시 의회, 그리고 뉴욕의학아카데미(NYAM)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뉴욕시의 고령자가 직면한 자산과 도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1,500명 이상의 고령자와 6개 언어로 진행된 유도된 대화, 수백 명의 전문가와의 라운드테이블 토론, 문헌 검토 및 광범위한 매핑이 포함되었다​​.

2009년에는 시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59개의 이니셔티브가 발표되었으며, 2013년에는 이 작업에 대한 상세한 진행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또한, 고령친화적인 사업, 학교, 대학교, 그리고 노년 개선 지구와 같은 주요 영역에 주목하는 4년짜리 고령친화뉴욕시위원회가 2010년에 설립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고령친화도시 운동의 리더로서 역할을 하며, 2010년 7월 뉴욕시는 WHO 글로벌 고령친화도시 및 커뮤니티 네트워크에 가입한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고령친화 NYC는 뉴욕시가 전 세계의 대도시 중에서 고령자의 자원을 활용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는 국제적 노력의 일부이다. 뉴욕시는 현재 130만 명의 고령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2030년까지 거의 50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시는 혁신적인 노인 센터(ISCs), 예술가가 노인 센터에서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니어 파트너십 아티스트 시티와이드(SPARC),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은퇴 커뮤니티(NORCs) 지원, 접근 가능한 디스패치, 고령자를 위한 안전한 거리, 낙상 예방, 그리고 실버 알림과 같은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http://www.agefriendlynyc.org/


두 번째입니다.
공공 서비스 사용자 경험 평가를 하자는 겁니다.

우리 주변에는 잘못 만들어진 서비스가 많고요. 잘 디자인된 서비스를 찾기는 어렵죠. 공공 예산을 가장 아껴 써야 한다는 철학으로 최저가 입찰 같은 제도가 있다 보니까 잘 될 수가 없죠. 디지털서비스는 일단 만들어지면 재사용 시 비용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대신 만들 때 최대한 제대로 만들어야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을 치고 들어오는 기업이 공공사업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UX디자인에 제대로 비용을 산정하지도 않고요. 그러면 낮은 기술 수준의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괴로워하면서도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죠. 구조적으로 그게 가장 문제니 그것을 먼저 고쳐야 될 것 같아요.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 역량이 있는 기업이 공공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끔 공공조달의 제도와 체계를 바꾸는 것이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합의해서 그냥 대충 최저의 예산으로 만들다 보니 잘 디자인되었다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나기 어려운 겁니다. 사용자의 취향, 욕구, 사용자가 경험하게 될 감정, 목적을 면밀하게 따져서 디자인되어야 잘 디자인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식의 체계적인 디자인 계획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거죠.
국가가 성립된 후 지금까지 대충대충 만들어진 그런 서비스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포맷으로 재구축할 시기가 왔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우리에게 큰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아직까지는 역할을 못했지만 이제는 디자인이 들어가야 되겠습니다. 그러면 잘 디자인된 서비스가 생기겠죠. 디지털 전환과 공공 서비스 사용자 경험 평가가 만나면 잘 디자인된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평가라는 제도가 있죠. 1999년부터 하고 있죠. 그리고 환자 경험 평가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은 2017년에 생겼고요. 공공기관 고객 만족도 평가는 고객들한테 만족했는지 안 했는지를 물어서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거예요. 그런데 참 오묘한 게 공기업, 준정부기관, 공공기관은 평가받거든요. 기재부가 평가하죠. 그런데 정작 정부는 평가를 안 받아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행정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장치가 없으니 마음대로 하는 걸까요?  

만족도 평가의 현재의 문제는 결과로 세부 내용이 뭉뚱그려진다는 거예요. 이 기관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했냐고 하면 평가를 받은 기관은 그걸로 개선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하겠죠. 하지만 그것으로 개선되는 것은 없습니다. 만족도 평가로는 뭘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객 경험은 고객의 서비스 여정을 통해 겪는 많은 경험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하나하나 꼬집어서 어떤 경험은 어떻게 잘못됐다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겠다고 알려줘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우선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됩니다.

이것을 의료분야에서는 환자경험평가로 시도하고 있는 거죠. 기존에는 의료기관이 다 기관이 무슨 기술과 장비를 갖고 있냐 병상이 몇 개냐 이런 것을 가지고 평가했어요. 공급자의 생산성과 효율성, 생산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죠.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는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사나 간호사가 나한테 얼마나 인격적으로 잘 대해줬느냐 이런 게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 걸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전국 의료기관을 평가해서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미 오래되어 정착되었죠. 그것을 우리나라도 하자고 한 것인데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있고 의료부문에서의 저항도 굉장히 큽니다. 그래도 일단 하는 거죠.
저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공공서비스도 이런 관점으로 사용자 경험 평가를 해야 된다는 겁니다. 공공서비스도 사용자한테 물어서 평가해야 됩니다.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측정할 수 있어야 돼요. 이건 디자인 쪽에서 해야 되는 것이죠. 저는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하려면 일단 공공디자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공공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이너가 평가한다라는 게 사람들 머릿속에 안 그려질 것 아니에요? '디자이너가 뭔데 공공서비스를 평가한다고?' 이렇게 될  아닙니까? 사용자경험의 영역이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립되어 있는 미국이나 유럽이라면 그런 논란이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우선 공공디자인을 평가를 하고 공공서비스디자인을 평가하고 그리고 어느 정도 수용도가 올라가면 공공서비스의 평가를 한다.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우수 공공서비스디자인 100선' 이런 걸 발표해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 발표되고 나서 등산이 대중화되는 데 이것이 큰 영향을 주었지 않습니까? '우수 공공서비스디자인 100선'이 회자되면 디자인에 대한 인식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