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필요성 - 윤성원, 2024.3.

2024. 3. 9. 17:3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인이란?

공공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필요성
윤성원

2024 공공서비스디자인(국민정책디자인) 설명회 
행정안전부, 한국디자인진흥원

내용 요약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 기획부터 실행까지 디자인적 사고와 접근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자의 진짜 필요와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자와의 긴밀한 협업과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법은 공공서비스와 정책을 더욱 포괄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사회 전반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을 앞두고,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적용하여 공공서비스의 기본 설정값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공공서비스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202403_국민정책디자인설명회_공공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필요성_한국디자인진흥원_윤성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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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

반갑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자인 실장 윤성원입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국민디자인단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공디자인, 공공서비스디자인, 정책디자인

정책에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하나의 상징적인 예시로 설명드리려 합니다. 
여기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입니다. 길이 굽어 있고 앞에 과속 방지턱이 생긴 걸로 봐서 사고가 빈번히 났던 것 같습니다. 과속방지턱으로 인해서 사고가 줄었을까요? 오히려 사고가 더 많이 났습니다. 차들이 과속방지턱을 피해서 가느라 사고가 났던 것이죠. 이것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 설계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20년 전까지는 디자인 영역이 빙산의 위쪽,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환경디자인과 같은 보이는 디자인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정책디자인 사업이 시작된 것처럼 이 밑에도 디자인이 해야 될 일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빙산의 아래쪽은 조직 문화, 일하는 방식, 서비스와 같이 보이지 않는 디자인입니다.


영국에도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같이 디자인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인 디자인카운슬이 있습니다. 이것은 10년 전 디자인카운슬이 발표한 보고서로, 당시 기준으로 세계의 주목할 만한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분류해 보니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나누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프로젝트 단위에서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 같은 것이죠.
2단계는 조직 역량으로서의 디자인입니다. 일하는 방법에 디자인 방법을 적용한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싱킹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3단계는 정책 디자인 policy design입니다. 이것은 정책을 만드는 의사 결정자들도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고 의사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례들이 이미 10년 전에도 있었던 것이죠.


공공영역으로 보면 제일 아래 단계는 좁은 의미의 공공디자인입니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공공영역의 디자인 모두가 공공디자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까지 우리의 인식이 확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우리가 공공디자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환경, 건축, 시설, 공간 등 지자체의 건축 또는 공공디자인 관련 부서가 담당하는 영역이자 전통적인 디자인의 영역입니다. 그 외의 2, 3단계에 해당되는 영역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 영역은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자들이 정책 계획에 디자인을 활용하는 정책디자인은 공공서비스디자인에 포함되는 최상위의 디자인입니다. 국민정책디자인은 이것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1~3단계 전체를 정부를 위한 디자인 또는 국민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기존 디자인 역할이 1단계라고 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2, 3단계에서 디자인이 활용되게 하는 것입니다.



공공정책의 과제 : 공급자 중심의 세상을 수요자 중심으로

공공정책이 가지고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보시는 것 중에 하나는 샴푸이고 하나는 린스예요. 집에서 샤워하시는 중에 샴푸 써야 되는데 린스가 나와서 물로 다시 흘려버리는 경우를 겪으셨을 텐데요. 우리가 그런 일을 겪게 되는 이유는 세상이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샴푸나 린스의 제조사들에게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보니 샴푸랑 린스통을 똑같이 만들죠. 외형을 달리 만들었다면 샤워하느라 눈을 감아도 구분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브랜드를 제일 크게 보이게 합니다. 매대에 진열됐을 때 자기 제품이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샴푸나 린스 표기는 작게 인쇄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실수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기는 문제를 규제와 기술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이렇게 하고 있는데요. 샴푸통 뒷면은 돌기가 있게 만들어지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용자들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샴푸와 린스통을 분간할 수 있겠죠?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어요. 이것은 성정기라는 디자이너가 디자인 한 콘셉트인데 시판되는 제품은 아니었지만 해외 국제 디자인 상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샴푸, 하나는 린스 이렇게 정해둔다면 눈 감고도 알 수 있겠죠? 실제 이 디자인은 장애인을 위한 패키지였습니다. 장애인에게 편하다면 비장애인에게는 더 편리하겠죠. 디자인이 해야 될 역할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판기는 어떻습니까? 자판기는 수요자 중심이 아닙니다. 지금의 자판기는 처음 특허 등록되었던 200년 전의 개념과 똑같이 위쪽에 돈을 넣으면 밑으로 물건이 나오죠. 허리를 굽혀서 집어야 되잖아요? 고령자가 이용하시는 것을 보신 분 있나요? 없죠? 제품들이 입맛에 안 맞아서가 아니라 허리를 굽히기 불편하기 때문에 사용을 안 하시는 것입니다. 제조사들은 “고령자들은 자판기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타깃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들을 위한 자판기를 만들 필요는 없답니다.”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앞뒤가 뒤바뀌었죠. 공급자 중심 사고의 결과입니다. 최근엔 또 이렇게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바뀌었죠? 하지만 허리를 굽혀 밑에 떨어진 제품을 집어야 하는 불편함은 똑같습니다. 기술 중심 혁신은 정작 사용자의 문제 해결과는 무관하게 실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좌) 자판기,  (우) 디지털디스플레이로 바뀌는 최신형 자판기


전자제품에 하나의 버튼만 남겨야 한다면 어떤 것을 남기시겠습니까? 전원 버튼이죠? 네. 방금 말씀하셨던 것과 같은 회의가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주관한 회의였는데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엔지니어, 마케터, 디자이너를 다 불러서 “우리가 앞으로 만들 제품은 버튼이 하나도 있으면 안 돼요.”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다들 놀랐죠. 한 엔지니어가 말했습니다. “아니, 전원 버튼도 없다면 어떻게 켭니까?” 스티브 잡스가 답 했어요. “만지면 켜지고, 놔두면 꺼지면 되죠.” 
그렇죠? 아이팟은 그래서 전원버튼이 없습니다. 물리 버튼이 다 없어진 건 아니지만 전원 버튼은 없습니다. 전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제품 중심, 공급자 중심의 사고입니다. 우리는 아직 거기에 갇혀 있습니다.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됩니다.'라는 말을 하면 제가 접하는 공공부문의 공급자들은 대체로 “우리는 원래부터 수요자 중심이었어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데 우리 주변의 많은 공공서비스는 왜 이렇게 엉망진창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왼쪽 끝에는 완전한 공급자 중심, 오른쪽 끝에는 완전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처음 만들어지는 공공서비스는 왼쪽 끝에서부터 출발하겠죠. 우리는 늘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을 해야 하니까 계속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단, 변화하긴 하는데 얼마나 이동하는 것인지, 0.01미리씩 나가는 건지 어떤지 모르는 것이죠. 
베인앤컴퍼니라는 컨설팅사가 세계 300대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봤더니 우리는 상당히 고객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다고 답한 곳이 80%였고 다시 그 기업의 고객들을 찾아가서 물어봤더니 그중 8%만 이에 동의했습니다. 서로의 갭이 굉장히 크죠? 세계 최고의 기업들의 수준이 그렇다는 거예요. 우리 공공서비스는 어느 수준이겠나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한 요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늘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려 노력하는 중이기 때문에 피로도가 있는 것이죠.


수요자 중심의 국가를 만드는 방법

어떻게 수요자 중심의 국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때 한 세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런던입니다. 런던에 2만 개 이상의 CCTV가 있어서 잘못 주차했다가는 무조건 딱지를 떼요. 조심해야 합니다. 이것은 기술과 규제로 질서를 지키는 것이죠. 아까 일본의 샴푸통 사례처럼요.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돈이 꽤 많이 들겠지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는 베를린인데 정지선과 신호등 위치를 보세요. 여러분이 운전자라면 차를 정지선을 넘지 않게 댈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차가 정지선을 넘어가면 신호등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머리 위로 지나가니까 신호가 바뀌는지를 알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손쉽게 해결할 수도 있죠.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차를 정지선을 지나 정차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죠. 마음이 급한 분들은 정지선을 훨씬 지나서도 대요. 신호등이 이 앞쪽에도 또 있거든요. 거의 모든 네 거리에 신호등이 두 쌍씩 있습니다. 이것은 예산 낭비죠. 설치비가 두 배로  들 거고 운영비도 매년 두 배 들지 않겠습니까? 신호등 제조사들은 좋겠지요. 예산낭비도 문제지만 이런 환경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사고가 더 많이 당하게 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영국과 독일은 반대죠. 이것은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명백히 공공서비스의 설계 과정이 잘못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수요자 중심, 실패하지 않으려면

수요자의 애로나 바람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안 되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미 여러분들도 많이 하고 계시잖아요? 하지만 그 결과 실패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왜 실패하는 걸까요?

강릉시 사근진 해수욕장은 한 해 여성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으로 운영된 적이 있습니다. 크게 실패했기 때문에 이렇게 보도까지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것은 100% 수요자 중심의 접근이었습니다. 수요자들한테 물어봤거든요. “뭐가 제일 불편하신가요?” “저 아저씨가 자꾸 쳐다봐서 불편해요.” “그럼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만듭시다.”해서 만들어졌는데 남자들이 안 오니까 여자들도 갈 이유가 없죠. 그래서 망했습니다.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해서 그간 많은 시도들을 해왔는데 이렇게 실패하고 있습니다. 공통점이 뭡니까? 이 활동들의 공통점은 말과 글로 드러나는 것을 포착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표현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예요. 사람들에게 뭐가 불편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은 그냥 떠오르는 것으로 대충 답을 하죠. 그런식으로 드러나는 사용자 요구를 100% 수용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사용자의 욕구, 니즈는 어떻게 포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실 수 있겠죠? 그 답이 있습니다.

사회학 중 문화 인류학, 민속지학과 같은 학문 분야에 대해 들어보셨죠? 그런 학문에서는 오지에 있는 부족과 같이 언어가 안 통하는 대상을 조사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공공서비스의 제공자와 수요자는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이방인과도 같다고 전제하고, 우리도 공공정책을 계획할 때 그런 방법을 활용해야 됩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오래전부터 그러한 조사 방법을 사용해서 수요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디자인 개발을 위해서는 수요자의 마음에 들어가서 그 안에 숨겨진 니즈를 포착해 내야 되는데 그걸 알아내기 위해 인터뷰도 하겠지만, 인터뷰로는 알 수 없는 숨겨진 사용자의 욕구가 있어요. 왜 저렇게 얘기할까 그 숨은 의도를 포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이 모델을 보면,
1) 말로 알 수 있는 건 굉장히 피상적인 수요자의 요구이고요
2) 그리고 점점 이 밑으로 들어가는데 사람을 관찰해 보는 방법이 상당히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3) 가장 심층적인 사람의 욕구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같이 뭔가를 만들어 보는, 공동 창작 워크숍 등의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고요. 

공공영역에서 정책 기획을 할 때 기존에는 수요자의 요구를 알아내기 위한 방법으로는 맨 위층의 설문이나 인터뷰 같은 것만을 해왔단 말이에요. 그 아래 단계로는 내려가지 않았던 거죠. 국민정책디자인단은 이것을 디자인방법으로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정책 수요자를 찾아서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관찰도 하고, 국민도 함께 참여해서 워크숍도 하는 식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면 국민정책디자인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어린이 칫솔 모양을 아시죠? 처음부터 이렇게 생겼던 게 아니고 1996년부터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그냥 어른 칫솔의 작은 버전이었어요. 그런데 오랄비(현 P&G)에서 디자인 회사 IDEO에 어린이 칫솔을 새로 개발해 달라고 의뢰를 했습니다. 디자인 회사는 어린이들의 칫솔질을 관찰했어요. 아이들은 칫솔을 이렇게 잡고 하는데 손에서 손잡이가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근육이 미세하게 발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죠. 어른 칫솔보다 손잡이는 더 두꺼워야 되는구나. 그것을 알게 되어 이렇게 디자인하게 된 거죠. 실리콘 같은 소재로 미끄러지지 않게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입안으로 들어가는 머리 부분은 작게 만들었죠.
여기에는 놀라운 시사점이 있습니다. 1996년 어린이 칫솔이 다시 디자인될 때까지 누구도 어린이들이 칫솔질하는 것을 관찰해야 된다는 생각을 못 했다는 것입니다. 왜 사람들은 이런 식의 관찰 조사를 할 생각을 못했을까요? 누구나 어린이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용자가 아닙니다. 정책 대상이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사용자인 것처럼 생각하고 계획합니다. 그래서 사용자를 관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모든 것이 그렇다 보니 아직 샴푸통이나 자판기 같은 혁신의 기회가 널려있는 거죠. 세상은 다시 디자인해야 할 것들 투성이입니다.

수요자 중심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 - 영국 폴리시랩

이런 사회의 허점을 보완하려고 하는 노력이 세계 각국에 있는데, 대표적인 곳으로 영국의 폴리시랩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폴리시랩은 영국 캐비닛 오피스 내 정규 조직으로, 디자인을 통해서 정책을 디자인하는 시도를 하고 있고 정부와 공공기관에 디자인싱킹의 이념을 전파하고 교육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아마도 행안부 정보공개과가 하는 역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드레아 시오드목 Andrea Siodmok이 폴리시랩이 만들어졌던 2014년부터 여러 해 이 조직을 이끌어온 소장입니다. 이 분은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 분입니다. 디자인 방법과 함께 시스템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이런 도구를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Y축 위쪽은 부드러운 공유형, 아래쪽은 공식적이고 딱딱한 정부의 역할로 입법화나 기소 이런 것들, 정부가 운영할 수 있는 56개의 다양한 정책 수단들을 펼쳐두고, 예를 들면 코로나 첫 번째 단계에서는 우리가 이런 정책들을 활용을 하자고 합의하면 이 정책 실행에 필요한 기관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공공기관이나 정부 부처 내 어떤 조직이 같이 참여해서 아이디어도 내고 협업 시 역할 분담을 하고... 이런 일을 하는 거죠. 그래서 코로나 단계가 더 올라갔을 때는 한층 더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면 거기에 해당되는 관계자들이 더 참여되고 협업의 내용과 방법을 정하는 식으로 활용합니다.
* 참고 : 시스템으로서의 정부 툴킷 소개
* 참고: 시스템으로서의 정부 툴킷 활용 예(디자인DB 해외리포트. 이보연) 
우리도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법제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행정절차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요. 주무관님께서 소개해 주신 바대로 올해 하반기에 공공서비스디자인 운영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수요자 중심 국가 만들기 - 기본값을 재설정하자

마지막으로, 어떻게 수요자 중심 국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공공서비스의 기본값이 전반적으로 새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그래프는 국가별 장기기증 의사가 있는 운전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표가 중간값이 없고 매우 낮은 값과 매우 높은 값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이상해 보이죠? 이런 표는 조작이 있거나 의도가 있는 조사의 결과라는 것을 말합니다. 영국 국민들보다 프랑스 국민들이 훨씬 성숙하고 포용적인 걸까요? 이것은 국민성의 차이일까요? 이 조사는 어디서 하게 될 것 같습니까? 운전면허 시험 볼 때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는데 내용 중 장기기증에 관한 기본값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기본값이 장기 기증하는 걸로 되어 있는 나라도 있고 반대인 나라도 있거든요. 그 차이입니다. 이렇게 좋은 국민들이 될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기본값 설정은 공무원분들이 하게 되는 일이죠.

우리나라는 올해 말 중 초고령사회로 전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유의 사태죠. 이때까지 접해보지 못했고 25년이나 26년 아닐까 했는데 더 빨리 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낳지 않기 때문이죠. 총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이면 초고령사회거든요. 2017년 이후 생산 가능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정부 부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초고령사회 대비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뉴욕 같은 경우는 오래전부터 노령자를 위한 도시를 준비해 왔습니다. WHO가 노인친화도시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시를 포함해 국내 40여 개 지자체가 이미 가입되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도 이런 노력을 많이 하실 거라고 예상이 됩니다. 여러 도시들 중 뉴욕이 참가할 만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뉴욕시는 건널목 건너는 시간을 느리게 조정하는 것, 보행로의 폭을 넓히기, 도로 표지판을 잘 보일 수 있게 바꾸기 등 도시 전체 인프라를 노령자를 위해서 다시 세팅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세계 1등입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대부분 나쁜 것은 1등, 좋은 건 꼴찌지요. 합계 출산율 꼴찌. 그런데 혁신지수는 또 1등입니다. 모든 IT기술의 수용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요. 이 세 가지가 모이면 공공부문의 비대면화가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최고라 참고할 수 있는 어떤 나라도 없어요. 그래서 어떤 정황으로 전개될지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공공서비스도 키오스크로,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될 것인데 굉장히 급격하게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전에 사회적 약자가 고려될 수 있도록, 이를테면 가이드라인,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 이런 것들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되겠죠.

이것은 모두 공공서비스의 기본값에 관한 문제입니다. 기본값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감성과 공감력이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이 사진 속 할머니가 길 지나가다가 상점 문을 열기 어려워하니까 할아버지가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분은 이때 27세로 할머니로 변장을 한 것입니다. 1주일에 하루를, 여섯 가지 정도 캐릭터로 바꿔가면서 언제는 갑부 할머니로, 어느 날은 노숙자처럼 꾸미고요. 왜 그랬을까요? 이분 학위 논문 주제가 유니버설 디자인이었거든요. 고령자의 세상을 알고 싶어서 고령자로 살아본 것입니다. 극단적인 하나의 예입니다만,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수요자의 불편함을 느끼려고 하는 그런 민감성, 공감력을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여기는 옥소 AXO라는 주방용 제품 제조사의 로비입니다. 옥소 제품은 백화점에 주방용품 코너 잘 보이는데 진열되어 있는 유명한 제품이죠. 많이 걸려있는 장갑들은 각각 다른 수요자를 의미합니다. 이런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된다라는 점을 직원들 머릿속에 각인하기 위해 옥소사가 했던 이런 장치는 우리한테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요자 중심으로의 혁신, 디자인에서 배우기

디자인 회사들이 다양한 수요자를 고려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는 트라이포드 디자인이라는 회사인데 리드 유저 Lead User(앞선 사용자)라 불리는 장애인 사용자 1만 명을 DB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반은 디자이너 반은 장애인으로 팀 구성을 합니다. 디자이너도 못 찾는 불편함을 장애인은 찾아냅니다. 장애인은 불편함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이자 예민한 분석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이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사진은 목장갑, 뿌옇게 흐린 고글 등이 포함된 툴킷을 이용해 사용자의 제품 사용 정황을 재현하는 모습입니다. 툴킷은 디자이너들이 미리 고령자가 되어보고 의약품을 열 수 있는지 아닌지 테스트를 해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고령자들은 CD케이스에 붙어있는 비닐을 손에 습기가 없어서 뜯질 못하고 도구를 써야만 뜯을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이런 걸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본인들만 열 수 있는 걸 만들 수 있겠지요. 제 어머니는 이제 생수병 뚜껑을 못 여세요. 제가 없을 땐 도구를 쓰거나 편의점에서 열어달라고 하십니다. 물병 설계나 개발은 건강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보니 설마 그걸 못 여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간과한 결과입니다.

불편함이나 위화감에 대한 민감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 문제에 여러 상황이 있습니다. 그림에서의 막대들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민감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벽에 위험하게 못이 튀어나와 있는 것처럼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냥 망치로 박으면 됩니다. 
2) 문제가 밖에 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애매한 그런 것들도 있을 수 있고요.
3) 문제는 보이지 않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그런 단계가 있고요.
4) 평범한 사람들은 불편함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데 예민하고 약한 소수만 불편을 느끼는 단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던 자판기처럼요.

출처 : 나카가와 사토시. tripod design. 일본




사회적 약자들은 사소한 불편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나의 문턱도 휠체어를 타고 있다면 못 넘을 수 있잖아요. 정부가 네 번째 영역에서의 사회적 문제를 찾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사회적 약자들의 불편함이 줄어들 것인데, 이 문제점은 민감한 사람들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사회 곳곳에 숨은 사소하고 다양한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되겠죠? 그러자면 디자이너와 장애인 등 불편함에 대해 위화감을 크게 느끼는 앞선 사용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트라이포드 디자인이 제품을 개발할 때 디자이너와 장애인이 참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그림에서 위와 아래의 글씨는 어떤 점이 다릅니까? 위는 나쁘고 아래는 좋아요. 마침표의 크기가 살짝 다르죠? 이것으로 인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조금이지만 달라 보여요. 이것은 미국 디자인대학 전공자들이 보는 타이포그래피 교재 중 이미지인데요 이런 것을 많이 반복해 보면서 무엇이 더 좋은 디자인인지를 찾아내는 것이죠. 민감성을 키우는 이런 노력은 하면 할수록 더 향상됩니다. 노력으로 민감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공공서비스를 새로 만든다면 산의 정상에 올라가서 뭐가 불편한지를 다 내려다보면서 불편점을 찾아서 전체를 설계하는 그런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남들보다 더 민감해서 무엇이 불편한지를 잘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웬만해선 불편함을 못 느끼는 둔한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한다면 그 결과 민감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불편한 세상이 만들어지겠죠.

앞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가장 사용자들이 많이 위치한 중간 영역대에 해당하는 제품만 개발, 제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AI 및 로봇 기술로 인해 다품종소량 생산, 모든 사람들한테 이용될 수 있는 폭넓은 옵션을 가진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게 산업이 바뀌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이죠. 공공 정책에 있어서도 앞으로 변화될 조건을 활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예시 중 왼쪽의 문손잡이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죠. 손가락이 없거나 손이 불편하신 분들도 열 수 있잖아요? 오른쪽 문손잡이에 비해 시장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성장과 포용이 서로 상반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 디자인한다면, 성장과 사회적 가치,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국가 인프라의 기본값도 이렇게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여 수요자 중심의 관점에서 재설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3.07. 대전디자인진흥원
 

2024.03.08. 한국디자인진흥원

2024.03.12. 부산디자인진흥원

2024 공공서비스디자인(국민정책디자인) 사업 - 행정안전부, 한국디자인진흥원
설명회(2024.03.07: 대전. 03.08: 경기, 03.12: 부산) 중 '공공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필요성' 주제 발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사업설명회 및 워크숍 강의자료 (한국디자인진흥원 웹사이트 > 국민정책디자인 메뉴)


* 참고 : 정책디자인의 이해를 돕는 책

1. 다시디자인, 2021.
2. 서비스디자인 안내서, 2023.
3. 디자인이 궁금해, 2022.
4.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2017.  
* 난이도 1(쉬움) ~ 4(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