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1. 08:19ㆍ디자인/디자인·예술이야기

대학 입시, 왜 정부가 책임지고 있지 않은가
대학 입시는 거의 모든 국민이 거치는 생애주기 절차다. 한국의 원서접수 창구는 유웨이와 진학사라는 두 민간 영리기업이 독점 지배하고 있다. 출생신고나 주민등록처럼 당연히 공공이 맡아야 할 행정이 시장에 맡겨진 드문 사례다.
2013년 정부는 국가 차원의 대입전형 종합지원시스템을 추진했으나, 유웨이와 진학사가 “민간 기술 탈취”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들이 승소했다. 이로써 원서접수는 두 회사를 통해야만 하는 구조로 고착됐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려던 시도는 기업의 욕망에 의해 좌절되었다.
수험생 부담 수십만 원, 기업 몫은 수백억
수시 6회, 정시 3회로 지원 횟수가 제공된다. 이렇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경우가 있을까 싶을 만큼. 결과적으로 총 9회 접수를 할 수 있다. 50만 명의 수험생이 평균적으로 약 7.5회 지원한다고 한다. 사립대만 지원하면 접수비만 50만 원 이상이다. 1차, 2차 실기·면접까지 합치면 1인당 100만 원 가까이 내게 된다는 게 현장의 체감이다.(어제 진학사에서 홍익대 원서 접수를 해봤는데 12만 원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추정되는 두 기업의 접수 수수료 수익은 약 380억 원 정도다. 유료 회원제도 운영하고 있다. 합격 예측 서비스, 광고, 데이터 판매, 교재·출판 등 부가사업을 합치면 두 회사의 연간 매출은 약 700억 원에 달한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선진국 대부분에서 대학 입시 원서접수는 국가나 비영리 공공기관이 책임진다. 한국만 유일하게 영리 민간기업이 대입 원서접수 전 과정을 독점하는 구조다.
영국은 UCAS, 프랑스는 Parcoursup, 독일은 hochschulstart.de, 핀란드는 Studyinfo 같은 국가 플랫폼을 운영한다. 미국은 연방 단일 창구는 없지만 Common App·Coalition App이 비영리로 운영되고, 캘리포니아 UC Application은 주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일본도 개별 접수 체제이긴 하나, 핵심 시험은 반드시 국가가 직접 관리한다.
표: 대학 입시 원서 관리 현황. 해외 주요국과의 비교
| 국가 | 운영 주체 | 공공성 수준 | 특징 |
| 한국 | 유웨이·진학사 (영리 민간기업) | 낮음 | 두 기업 복점, 수험생 필수 절차를 민간이 독점 운영. 공정위 시정조치 사례 있음. 정부의 공공시스템 추진은 소송 패소로 무산. |
| 영국 | UCAS (비영리 자선기관) | 높음 | 전국 모든 대학 입시 접수 단일 창구. 정보공개법 적용. 공공이익을 위한 비영리 구조. |
| 핀란드 | Studyinfo.fi (정부 운영 국가 포털) | 매우 높음 | 대학·전문대학 지원을 국가가 직접 관리. 국민 누구나 동일한 경로로 접속. |
| 미국 | Common App·Coalition App (비영리), UC Application (주정부) | 중간~높음 | 연방 단일 플랫폼은 없음. 다만 주요 플랫폼은 비영리. UC Application은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직접 운영. |
| 일본 | 대학별 개별 접수, 공통테스트는 문부과학성 | 중간 | 원서 접수는 대학 자율. 국가가 주관하는 대학입학공통테스트(옛 센터시험)는 정부가 직접 시행. |
정부의 역할을 민간 기업이 독점 할 때 생기는 문제
1. 국민 기본권의 위협
국민 개개인은 입시 과정에서 불이익과 위험에 노출된다.
포용성·디자인 품질 저하: 이익 극대화를 우선하는 민간 운영 구조에서는 사회적 약자(장애인, 저소득층, 정보취약계층)를 고려한 접근성이나 모든 수험생을 위한 사용성(UX) 개선이 뒷전으로 밀린다. 그 결과, 절차가 불편하고 혼란스러워도 개선이 지연되고, 원활한 사용 경험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교육권과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훼손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비용효율을 우선하는 정부 서비스도 UX는 엉망이니 그것은 공공 입찰 제도의 혁신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 침해 위험: 민감 데이터가 상업화되거나 유출될 위험이 상존한다.
서비스 불안정 문제: 서버 장애, 기업 매각·부도 등 민간 리스크가 공적 절차를 마비시킬 수 있다.
가격·형평성 문제: 필수 절차를 민간이 장악하면 수수료 인상과 기회의 불평등이 구조화된다.
= 결국 국민의 교육권·평등권·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가 시장 논리에 종속된다.
2. 국가 거버넌스의 위협
제도를 책임지는 정부의 권위와 통제력이 약화되는 문제를 말한다.
공공성 훼손: 공정위 시정조치 사례(유웨이·진학사가 대학에 발전기금, 태블릿PC 등 약 100억 원 상당 금품 제공 → 공정위 시정명령 받음)처럼, 계약이 품질보다 금품 제공에 좌우된 것은 공공 권위의 민간 종속을 보여준다.
민주적 통제 약화: 정부가 종합지원시스템을 만들려 했지만 민간의 소송에 막힌 사례처럼, 제도 개선이 국민 의사보다 기업 이익에 좌우된다.
= 결과적으로 국가는 정당성·통제력·책임성을 상실한다.
3. 데이터 주권과 국가 역량의 상실
국가가 관리해야 할 핵심 데이터를 민간이 독점할 경우, 장기적으로 정책 설계와 AI 혁신 역량이 약화된다.
데이터 주권 상실: 수험생 전수 데이터(지원 패턴, 합격률, 지역·계층별 분포 등)가 민간 DB에 갇히면서, 국가는 공공정책의 기본 자산을 잃는다.
AI 정책과의 모순: 정부는 빅데이터·AI 기반 정책 혁신을 표방하지만, 입시 데이터만큼 중요한 공공 데이터를 스스로 확보하지 못한다. 정부는 데이터의 소비자가 되고, 민간이 생산자·독점자가 된다.
국가 역량 약화: 입시 데이터가 공공데이터로 존재할 경우 파생될 수 있는, 산업적·사회적 기회 전체가 차단된다. 유웨이·진학사 등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서비스·상업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반면, 국가는 오히려 민간 자료를 구매하거나 의존해야 한다.
국제 흐름과 역행: OECD·EU는 공공이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민간은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다. 반대로 한국은 핵심 데이터가 민간에 집중되어 공공이 주변화된 사례다.
= 결과적으로 국가는 데이터 주권·정책 설계 능력·AI 혁신 역량을 상실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출생신고나 주민등록과 마찬가지로 대입 원서접수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교육권과 평등권이 보장된다.
둘째, 민간 기업은 본 절차가 아닌 모의지원·컨설팅 같은 부가 서비스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재정립하고, 동시에 전수 데이터를 민간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셋째, 원서접수 데이터를 교육부와 국가통계시스템에 축적해 정책·연구·AI 혁신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거버넌스를 회복하고, 국가 차원의 데이터 주권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공성의 귀환이 필요하다
헌법 제31조가 보장하는 교육권을 근거로 할 때, 대입 절차는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교육 기회의 관문이자 사회적 이동의 출발점인 입시를 민간 기업의 영업 모델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실제로 공공 플랫폼의 부재는 공정성 훼손, 개인정보 상업화 위험, 비용 부담으로 현실화되었다.
대입 원서접수의 민간 독점은 국민 기본권 침해, 정부 거버넌스 약화, 데이터 주권 상실이라는 3중 위협을 낳는다. 정부가 AI 기반 정책 혁신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핵심 데이터가 민간 절차를 통해 통제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의 도전이다. 따라서 원서접수 절차는 공공이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재구축하고, 민간은 부가 서비스에 한정된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의 정책 역량과 AI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길이다.
2025.9.11. 윤성원
참고자료
- 매일경제, “유웨이·진학사, 대학에 금품 제공해 공정위 시정조치” (2024.5.6) https://www.mk.co.kr/news/society/11309780
- 소셜타임즈, 한 번 작성으로 여러 대학 지원…수험생 불편 개선 (2015.12.24)
https://www.esocia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6 - 베리타스알파, ‘점입가경 어플라이’ 진학/유웨이 공정위 시정명령.. '결국 수요자 최대 피해' (2025.5.7)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52502 - 뉴데일리, 대입 원서접수 대행 수수료도 내려야… 유웨이중앙·진학사, 100억 독식 (2017.7.25)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7/07/25/2017072510026.html - 한겨레, “2025학년도 수능 응시자 52만 2,670명” (2024.11.15)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67181.html
- 영국: UCAS 공식 소개 https://www.ucas.com/about-us/who-we-are
- 핀란드: Studyinfo.fi 국가 포털 https://studyinfo.fi/wp2/en/
- 미국: Common App 공식 소개 https://www.commonapp.org/about,
UC Application (University of California) https://apply.universityofcalifornia.edu/ - 일본: NIAD-QE (일본 고등교육품질보증기구) “대학입학제도 설명” https://www.nicjp.niad.ac.jp/en/japanese-system/admiss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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