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0. 14:23ㆍ디자인/디자인·예술이야기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여기서 지금까지 다뤄온 디자인 연구가 아니다. 심리학과 행동과학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개념, 부스팅(boosting) 을 다룬다. 부스팅은 사람들이 스스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판단 능력 자체를 키워주는 개입 방식이다. 이는 서비스디자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넛지(nudge) 와 뚜렷이 구분된다. 넛지가 환경을 살짝 조정해 무의식적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부스팅은 이용자가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이 논문은 공공서비스, 금융, 보건의료처럼 시민의 선택이 사회적 결과로 이어지는 영역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디자이너가 “어떻게 사용자의 역량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부스팅은 유용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원문 출처 : Annual Review of Psychology Volume 76, 2025
요약 번역 : 챗GPT (누락이나 오역이 있을 수 있으니 원문을 확인하세요.)
https://www.annualreviews.org/content/journals/10.1146/annurev-psych-020924-124753
부스팅: 행동과학으로 시민을 역량화하기
Stefan M. Herzog, Ralph Hertwig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베를린
2024년 10월 16일 사전 공개 리뷰(Review in Advance)로 최초 발표됨
Stefan M. Herzog: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 적응적 합리성 센터(Center for Adaptive Rationality) 소속 연구자. 주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 위험 이해, 인공지능과 인간 역량의 결합이며, 건강 분야 및 AI 해석 가능성과 연결된 부스팅 연구도 수행했다.
Ralph Hertwig: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적응적 합리성 센터 소장. 제한된 합리성, 휴리스틱, 위험 인지, 의사결정 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다. 『Taming Uncertainty』(2019, MIT Press)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통해 행동과학과 정책 응용을 연결하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초록
행동 공공정책은 넛지의 도입과 함께 전면에 등장했다. 넛지는 선택의 자유를 유지하면서도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넛지가 행위자의 주체성을 촉진하지 못하고, 선의의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s)에 의존한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다른 접근법들은 시민의 역량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부스팅(boosting)’을 검토한다. 부스팅은 사람들의 주체성, 자기통제,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동정책 접근법이다. 이는 인간의 의사결정이 넛지가 가정하는 것만큼 심각하게 결함 있는 것이 아니라는 행동과학의 근거에 기초한다. 우리는 기후변화, 팬데믹, 자유민주주의와 인간 자율성에 대한 디지털 기술 및 선택 아키텍처의 위협과 같은 시대적 도전 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느리고 체계적인 접근을 보완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응선으로서 유능하고 참여적인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서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인식되고 있다. 현재처럼 소비하고 오염을 일삼으며 세상과 마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폭력과 혼돈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스스로를 마주할 수도 없다. 선택은 분명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비참하고 아마도 파국적인 미래가 우리를 덮치도록 내버려두거나, 아니면 인간행동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후대 또한 그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 B.F. 스키너, 『Walden Two』
스키너가 이 글을 쓴 것은 1976년이지만,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들린다. 강화 원리와 그것을 활용해 인간행동을 형성하는 방법에 관한 그의 연구는 심리학의 많은 응용 분야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동시에 논란도 많았지만), 그가 바랐던 대로 행동에 기초한 공공정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시도가 지난 20여 년 동안 나타났다. 행동과학의 증거에서 영감을 받아, 주요 공공정책 목표를 다루는 수많은 연구와 개입이 급격히 증가했고, 전 세계적으로 ‘행동통찰팀(behavioral insights units)’이 설립되었다.
이러한 발전은 행동변화를 위한 넛지의 도입에서 뿌리를 내렸다. 이 접근법은 Thaler와 Sunstein의 저서 『Nudge』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들은 넛지를 이렇게 정의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되, 어떠한 선택도 금지하지 않고 경제적 유인도 크게 바꾸지 않는 선택 아키텍처의 어떤 측면. 단순한 넛지로 간주되려면 개입은 회피하기 쉽고 저렴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 아니다. 구내식당에서 과일을 눈높이에 두는 것은 넛지이지만,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Thaler & Sunstein, 2008, p.6)
선택 아키텍처의 특징 중 기본값 설정이나 목록 내 항목의 위치 등은 넛지에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넛지는 이후 경고, 알림, 정보 공개 등으로 구성된 ‘교육적 넛지’로 보완되었다. 하지만 이는 시민을 교육하는 최소주의적 해석에 가깝다.
대부분의 넛지는 선택 아키텍처의 변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인지적·동기적 구조나 과정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이러한 외부세계 중심의 접근은 스키너가 환경 속 긍정적 강화에 주목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스키너가 인간 마음의 내적 작용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과 달리, 넛지는 인간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혹은 작동하지 않는지—에 관한 강한 가정에 근거한다.
한편, 스키너가 이러한 호소를 쓰던 시기에 심리학자들은 불확실성과 위험, 불완전한 정보 상황에서 사람들이 추론 과정에서 범하는 오류를 입증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사람들이 추론 오류를 범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휴리스틱’을 제시했다. 이른바 ‘휴리스틱과 편향 프로그램’은 인간이 체계적으로 비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 성과를 통해 행동경제학, 행동법학, 행동공공정책의 출현에 기여했다.
넛지 접근법의 개념적 토대는 인간 인지가 얼마나 결함이 많은지를 보여준 ‘휴리스틱과 편향(heuristics and biases)’ 프로그램의 연구 성과였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합리적 기대를 보이지 않고, 베이즈 규칙에 따른 예측을 하지 못하며, 체계적인 오류를 낳는 휴리스틱을 사용하고, 선호 역전(preference reversals)을 보이며(즉, A보다 B를 선호하면서도 다시 B보다 A를 선호), 문제의 표현 방식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인간 인지의 이러한 약점은 의지의 약점과 결합되어 ‘무심한 선택(mindless choosing)’, ‘관성(inertia)’, ‘자기통제 문제(self-control problems)’를 낳는다고 여겨졌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마음과 자기통제는 더 나은 행동을 가능케 하는 신뢰할 만한 동맹이 되지 못한다. 특히 의도적 추론 체계가 세계의 눈부신 복잡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편향과 오류는 고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휴리스틱과 편향’ 연구가 심리학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 실제로 얼마나 유능한지를 두고는 심리학과 경제학 안에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허버트 사이먼(1955, 1990)은 제한된 합리성을 개념화하면서, 사람들이 제한된 계산 능력·지식·시간을 고려해 최적화가 아닌 근사치 방식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환경 구조가 인간의 의사결정 성과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의사결정 과정과 환경 구조가 잘 맞을 때 제한된 합리성은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다.
- 휴리스틱: 일부 정보를 무시하고 더 빠르고 경제적이며 때로는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단순한 규칙.
- 제한된 합리성: 인지적 제약을 고려하여 ‘충분히 좋은’ 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략과 환경 구조 간의 적합성이 성과를 결정한다.
- 생태학적 합리성: 특정 환경에서 왜 어떤 전략이 다른 전략보다 더 잘 작동하는지를 탐구한다.
- 합리적 선택 이론: 사람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한 뒤 가장 높은 효용을 주는 것을 선택한다고 가정한다.
- 베이즈식 믿음 갱신: 새로운 증거에 근거해 기존 믿음을 수정하여 사후적 믿음을 형성하는 과정.
2. 부스팅이란 무엇인가?
부스팅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넛지가 가정하는 것처럼 결함투성이가 아니라는 행동과학의 증거에 근거한, 시민 역량 강화를 위한 행동 공공정책 접근이다. 부스트(boost)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선호·욕구에 부합하는 정보에 근거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개선하는 개입이다.
Hertwig와 Grune-Yanoff(2017, p.977)는 부스트를 이렇게 정의했다.
“부스트는 인간의 인지(예: 의사결정 전략, 절차적 루틴, 동기적 역량, 자동적 과정의 전략적 활용), 환경(예: 정보 표현 방식이나 물리적 환경), 혹은 양자를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역량을 개발함으로써, 부스트는 특정 행동을 가능하게 하도록 디자인된다. 또한 부스트는 개인의 주체성을 보존하고 개인이 그 주체성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부스트의 목적을 지지한다면 그것을 선택해 채택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스트의 목표가 대상자에게 투명해야 한다.”
2. 넛지와 부스트의 대조
‘휴리스틱과 편향’ 연구는 인간이 비합리적 판단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반면 허버트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 개념은 사람들이 제약된 상황에서도 환경과 전략의 적합성에 따라 ‘충분히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부스트는 이런 관점에 기반한다. 사람들의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역량을 길러 스스로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Hertwig와 Grune-Yanoff(2017)는 부스트를 “사람들의 인지, 환경, 혹은 양자를 활용해 특정 행동을 가능하게 하고, 주체성을 보존하며, 참여자가 이를 채택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개입”으로 정의했다.
3. 왜 역량화가 가능한가
부스팅은 단지 행동과학만이 아니라 교육학, 생애심리학, 보건학, 상담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이미 연구된 ‘역량 강화 개입’을 흡수한다.
저자들은 두 전략을 제시한다.
- 개념적 삼각형: (a) 사회적 도전, (b) 필요한 시민 역량, (c) 이를 기르는 부스트를 연계.
- 온톨로지 구축: 부스트 개입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데이터베이스화.
5. 핵심 역량을 기르기 위한 부스트
5.1. 위험 이해 역량
- 팩트 박스: 의료검진 이익·위험을 절대수치로 비교.
- 시각 자료: 아이콘 배열 등 직관적 표현.
- 시뮬레이션: 분포를 체험식으로 탐색.
- 최소 조작 표현: 판단 왜곡 최소화.
- 훈련: 직접 표현을 설계·생산하도록 학습.
5.2. 통계적 직관
- 확률을 빈도 형식으로 제시.
- 자연 빈도를 통해 베이즈 추론 학습.
- 사례 기반 학습을 활용.
5.3. 자기통제
- 규칙 내재화, 습관화, 시간 지연 전략 등.
5.4. 디지털 정보 리터러시
- 측면 읽기, 출처 검증, 게임 기반 훈련.
5.5. 기타 역량
- 건강 리터러시, 금융 리터러시, 협력 역량.
6. 부스트의 설계·확산·실행
- 맥락화: 문제와 역량 연결.
- 맞춤화: 대상 집단별 조정.
- 검증: 장기 효과 검증.
- 확산 전략: 툴킷·데이터베이스.
- 실행: 피드백 기반 조정, 제도와 통합.
7. 한계와 위험
7.1. 개인 책임화의 함정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전략을 쓴다. ‘개인 탄소 발자국’ 캠페인, 금융 리터러시 교육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책임 전가의 위험을 내포한다.
7.2. 인지·동기적 요구와 불평등
부스트는 인지적 능력·동기를 필요로 한다. 교육 수준이 낮거나 취약 계층은 불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 넛지도 자유주의적 가드레일을 전제로 하지만, 실제로는 인지·동기 요구가 있다.
8. 결론
넛지는 행동 공공정책 분야의 주요한 접근법으로 널리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민의 주체성과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다른 접근법들도 필요하다. 부스트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와 선호, 욕구에 맞는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스트는 단기·장기 개입 모두를 포함하며, 기존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위험 이해, 통계적 직관, 자기통제, 디지털 정보 리터러시와 같은 핵심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스트에도 한계와 위험이 있다.
- 첫째, 사회적·상업적 건강결정요인 같은 구조적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
- 둘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오용될 수 있다.
- 셋째, 인지적·동기적 요구 때문에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저자들은 부스트를 만능 해결책이 아닌, 규제·교육·넛지 등과 결합한 정책 믹스의 한 부분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역량 있는 시민을 ‘첫 번째 대응선(first line of response)’으로 삼되, 시스템 차원의 해결책과 보완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결국 부스트의 가치는 시민을 수동적 대상이 아닌 능동적 주체로 대우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기후위기, 팬데믹, 민주주의 위협 같은 오늘날의 거대한 도전을 다루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디자인 > 디자인·예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겉과 속이 다른 정책, 버스라 불리는 유람선 (0) | 2025.09.26 |
|---|---|
| 공공디자인 기본계획, 왜 디자인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나? (0) | 2025.09.20 |
| 한강 핑크 버스가 우리 도시를 기억하게 할까? (0) | 2025.09.20 |
| 의성어, 의태어는 눈치와 공감의 언어 - 한국어가 가진 잠재력 (1) | 2025.09.18 |
| 우리도 더 나은 디자인으로 국가를 개선하자 - Korea by Design을 꿈꾸며 (1) | 2025.09.14 |
| 기업에 점령 당한, 대학으로 가는 길 (2) | 2025.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