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5. 23:47ㆍ서비스디자인/정책디자인
디자인은 단순히 외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AI와 데이터를 통해 정부의 지능을 설계하고 사물이 ‘어떻게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핵심 도구이다. 정부는 부처 간 장벽을 허물어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메쉬(Mesh)’ 구조를 갖추고, 실패를 통해 빠르게 배우는 실험적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복잡한 절차와 관료주의를 과감히 제거해 최소한의 행정 부담으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무게 없는 강인함’을 행정의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공무원은 법적 제약에 갇힌 무력감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AI 시대의 디자인과 정책 - 제프 멀건
Design and Policy in the Age of AI - Geoff Mulgan
2025. 12. 23.
원본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I0AGTpLImC0
번역 : 제미나이 (요약, 생략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본을 봐 주세요.)
연사 소개
제프 멀건 경. Sir Geoff Mulgan
제프 멀건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시스템 변화, AI와 정부 등의 주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전직 영국 정부 전략국(Strategy Unit) 국장이자 총리실(No 10) 정책 수석이었으며, 전 세계 여러 정부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위원회(Design Council) 이사를 역임하는 등 디자인 분야에 오랫동안 관여해 왔습니다.
그의 저서로는 '공공 전략의 기술(The Art of Public Strategy)'과 '빅 마인드(Big Mind)' 등이 있으며, 최근작인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는 최근 페이퍼백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프 멀건 교수는 AI 시대의 디자인과 공공 정책, 그리고 프로젝트와 정책에서 제도로 나아가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또한 내년에 출간될 예정인 이번 세기 전 세계 공공 혁신의 교훈에 관한 책의 핵심 내용도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입
사회자 (자라/앤드류): 모두가 퇴장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네, 카메라 버튼을 다시 눌러야겠네요. 완벽해요. 네. 감사합니다, 제프. 모든 준비가 됐습니다. 시작해 주세요.
제프 멀건 (Geoff Mulgan): 좋습니다. 자라와 앤드류,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와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식사는 하고 계시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께 유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경험과 생각, 그리고 어쩌면 몇 가지 도구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말하는 동안 채팅창을 사용해서 질문이나 의견을 남기거나, 다른 분들에게 유용할 것 같은 링크를 올려주시길 권장합니다. 대화가 활발할수록 좋습니다.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슬라이드를 몇 장 사용하겠습니다.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저는 아주 오래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라는 분과 함께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디자인이 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했던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입니다. 화면에 있는 인용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왜 물리적인 사물의 디자인이나 치료법, 판매 계획, 혹은 복지 정책이 모두 인간 문명의 일부인 '디자인의 과학'인지, 그리고 이것이 모든 교육받은 사람에게 핵심 학문이 되어야 하는지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약 60년 전의 주장입니다. 또한 그는 디자인을 창조하는 모든 분야는 사물이 '어떠한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에게 이 공동체의 핵심은 여러분이 단순히 현재 상태에 머물거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미래에는 이러한 사고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관심사는 2025년과 2026년에 정부가 어떻게 디자인되거나 재디자인되어야 하는가입니다. 저의 배경은 정부의 다양한 부처에서 일한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는 시 정부, 총리실, 내각 사무처, 호주 총리실, 유럽 위원회, 그리고 전 세계 약 50개국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만들고, 재단을 운영하고(NESTA, Young Foundation), 현재 UCL 공학부에서 일하며 바텀업(bottom-up) 프로젝트도 수행해 왔습니다. 또한 사회 혁신이나 공공 전략 수립 방법 등에 관한 책들도 썼는데, 이는 내년에 다시 다루어질 주제가 되길 바랍니다.
가장 최근의 두 권 중 하나는 상상력을 다시 점화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몇 주 전 페이퍼백으로 나온 왼쪽의 책에는 상상력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디자인에 관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작년에 나온 과학에 관한 다른 책은 조금 다른 주제입니다. 저에게 여러분이 직면한 핵심 질문은 약 1년 전의 다소 우울한 차트로 요약됩니다. 이 차트는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대중이 정부가 유능하거나 윤리적이며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에게 중심적인 디자인 질문은 '어떻게 하면 정부가 신뢰받고 신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을 실현하는 능력과 역량을 갖추게 할 것인가'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하는 몇 가지 차원을 빠르게 훑어볼 것입니다. 여러분의 의견, 동의, 혹은 반대 의견을 환영합니다.
국가의 지능과 디자인
영국에는 약간 기묘한 국가 기구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앵글로색슨 국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련의 층(layer)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당시엔 꽤 효율적인 국가였습니다. 튜더 왕조가 이를 재발명했고, 동인도 회사의 식민지 제국 프로젝트, 페이비언주의, 대처리즘 등 이 모든 층이 축적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마도 또 다른 중대한 재발명의 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이 그것을 안내할까요?
제 작업의 많은 부분은 지능과 '지능의 디자인'을 국가의 핵심에 두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 지능(intelligence): 단순한 개인의 똑똑함이 아니라, 정부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데이터, 증거, 현장의 지식, 시민의 의견 등을 모두 포함하는 '정보의 힘'을 말한다.
지능의 디자인(design of intelligence): 이러한 정보들을 흩어두지 않고, 어떻게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활용하여 실제 정책 행동과 학습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지 그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정부가 과거의 관행이나 직관에만 의존하지 말고, '똑똑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국가 운영의 중심(핵심)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면에서 이는 당연합니다. 여러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는 데이터, 증거, 암묵적 지식, 시민의 입력 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를 정부의 중심에 조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는 점점 더 지능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있습니다. 공공 부문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작업하는 것 중 하나가 오른쪽 상단의 작은 도표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노인 돌봄이든 교통이나 치안이든, 어떤 분야에서든 데이터, 모델, 분석, 기억, 창의성을 행동과 학습의 루프 안에서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운이 좋습니다. 놀라운 정보 지능 도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런던의 대기질 지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지식을 제공하며, 교육 데이터와 세금 데이터를 연결하는 ONS와 같은 데이터 세트도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것은 없습니다. 이는 온갖 종류의 패턴을 보여줍니다. 코페르니쿠스(Capernicus)와 같은 위성 데이터로 숲과 바다의 실시간 사진을 얻을 수 있고, 제가 좀 더 이야기할 AI는 생각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러한 다양한 지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결정적으로 그것들을 통합하기 위해 국가의 기능을 재디자인하는 데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로 제가 현재 작업 중인 것이 있습니다. 현재의 온라인 서비스(예: gov.uk)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능동적인 동반자 서비스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미래의 NHS 앱은 단순히 기록이나 예약에 쉽게 접근하는 것을 넘어, 짧은 영상 콘텐츠, 동료 커뮤니티, 다른 데이터들의 순위 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 주에 이에 관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며, 일자리와 기술 탐색에 관한 비슷한 내용도 발표할 것입니다. 정부가 사람들이 5년이나 10년 후에 괜찮은 보수를 받는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결정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것들은 모두 시민들에게 유용하도록 지능을 디자인하는 사례들이며, 향후 몇 년간 큰 주제가 될 것입니다.
메쉬(Mesh)로서의 작동과 혁신
두 번째 테마는 어떻게 '메쉬(mesh)'로서 행동할 것인가입니다. 저는 이제 정부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이 다른 주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자치 단체, 통합 당국, 기업, 혹은 시민 사회와 협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시스템, 엮기(weaving), 협업에 더 중점을 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드리겠지만, 이는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하향식 명령과 통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디자인 사고방식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부처와 같은 정부 조직 자체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유럽 수준에서도 일했고 현재는 많은 도시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부서 간 경계를 넘는 예산, 목표, 지식 관리, 백오피스 플랫폼 도구, 프런트엔드, 긴급 상황을 위한 소위 '플래시 팀(flash teams)', 그리고 수많은 파트너십 등 메쉬 방식으로 조직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이 있습니다. 사일로(silo)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체 메뉴가 있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계속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메쉬 방법을 조직하는 방식에 대한 공유된 지식과 기억이 얼마나 부족한지 놀라곤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많은 장관이나 심지어 사무차관들에게도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뉴질랜드와 같이 지난 5년 동안 시스템 전체를 메쉬처럼 작동하게 하기 위해 시스템 리드(system leads) 체계를 갖춘 유사한 사례들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이슈는 여러분 모두가 관여하고 있는 혁신입니다. 저는 과학 기술과 비즈니스의 엄청난 혁신과 공공 부문의 빈약한 혁신 사이의 불일치가 여전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AI에 1조 5천억 달러가 소비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R&D에 약 200억 파운드를 쓰고 있지만, 그중 공공 서비스를 위한 R&D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1930년대 혼란기에 미국 대통령으로서 실험을 임무의 핵심으로 삼고, 일부는 실패할 것임을 깨닫고 다른 것들을 시도했던 FDR(루스벨트)의 팬입니다. 저는 이 분야에서 수년간 일하며 국내외에서 많은 랩과 팀, 펀드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인 내년 4월에 공공 부문 혁신의 실무를 정리한 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조직 구조, 팀, 프로세스, 금융, 데이터 등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여러분 중 일부에게는 잠재적으로 유용할 것입니다. NESTA에서는 전 세계 파트너들과 함께 기회와 과제 이해부터 아이디어 생성, 테스트, 비즈니스 모델링, 확장 등 혁신의 모든 단계를 볼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습니다. 오른쪽에는 현장 직원이나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 유용한 창의성 도구인 '신속 아이디어 생성기(fast idea generators)'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방법론들은 자꾸 잊혀집니다. 바퀴는 끝없이 재발명되고 있으며, 이미 사용 가능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다른 추천 자원은 이번 10년대에 약 100개국에 설립된 UNDP 액셀러레이터 랩(accelerator labs)입니다. 그들은 팀이 문제를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생성하며 실행하는 것을 돕기 위한 툴킷 세트를 가지고 있으며 저도 일부 참여했습니다. 제발 바퀴를 재발명하지 마시고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세요. 더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는 과거에 알았던 것을 기억하는 데 다소 서툽니다.
신뢰와 AI의 활용
다음은 신뢰입니다. 여러분도 이런 차트들을 보셨겠지만, 의사, 과학자, 교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여전히 매우 높지만 안타깝게도 정치인과 공무원은 매우 낮습니다. 저는 신뢰가 디자인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정부에 발언권이 있다고 느낄 때 정부를 훨씬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영향력이나 통제권이 없다고 느끼면 신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웃 수준이든 보건 서비스나 학교 교육에서든 적절한 종류의 입력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부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하향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어떤 결과를 냈으니 감사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응급실 대기 시간 단축 같은 것을 원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참여 방식에 대한 많은 개혁이 필요합니다.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 이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핵심입니다.
AI가 여러분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UCL에서 AI와 공공 서비스에 관한 과정을 가르칩니다. 저희는 세금, 복지, 챗봇 등에서 AI가 어떻게 쓰이는지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최대한 지루하게 가르치려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장관들은 종종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AI를 마치 모든 것에 뿌릴 수 있는 마법 같은 것으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우리는 AI가 사용될 수 있는 모든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훨씬 더 세밀해져야 합니다.
이 도표는 서비스 인터페이스부터 민주주의, 정책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AI의 매우 다양한 용도를 요약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빠진 부분은 AI에 대한 체계적인 실험과 빠른 학습입니다. 제가 알기로 영국은 아직 AI의 효과성과 평가에 대한 기본적인 증거 공유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돈이 AI에 들어가고 있는데, 미래의 오류와 스캔들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기본적인 지능 조율 도구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이상합니다. 실제 공공 서비스에서는 AI와 집단 지성의 결합이 핵심입니다. 저에게 이것은 2020년대 후반 디자인의 핵심 부분입니다.
지난주에 가르쳤던 한 사례는 덴마크가 아동 학대 탐지를 위한 위험 모델링에 AI를 사용하는 사례입니다. 그들이 결합한 데이터의 범위가 놀랍기 때문에 이 사례를 들었습니다. 영국 어느 곳에서도 아직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개인 정보 보호 문제 측면에서 위험할 수도 있지만, 실험과 시도를 통해 무엇이 작동하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 찾아냄으로써만 옵션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정부 예산 사용과 복잡성 감소
다음은 돈입니다. 여러분 중 얼마나 많은 분이 금융 이슈를 다루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부가 예산을 사용하는 방법(Public Finance)이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어긋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명백한 예로, 현재 공공 지출의 대부분은 사람에 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보건, 교육, 돌봄 지출을 매년 단위로 처리합니다. 반면 교량, 도로, 공항에 대한 지출은 30~40년에 걸쳐 상각하는 정교한 투자 방식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인프라보다 더 오래 지속됩니다. 이것은 공공 금융의 디자인을 현대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하지 못한 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입니다. 미래를 가리키는 지표들로는 승수 효과, 웰빙 예산, 정부 통합 계정, 임팩트 본드 등이 있으며, 이들은 데이터의 사용처와 성과를 명확히 하려 노력합니다. 재무부(Treasury)가 아직 이를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이것이 디자인의 핵심 분야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방법론을 사용하여 자금 조직 방식이 정부의 명시된 목적과 더 잘 부합하도록 보장하는 방법 말입니다.
다음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복잡성 감소입니다. 저는 평생 관료로 살았고, 관료주의를 어느 정도 사랑하며 그것이 세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료주의는 의사결정 층위, 규제, 조사 등이 너무 많아져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대학이 이런 점에서는 최악의 기관 중 하나입니다. 그 결과 대중의 부담은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불필요한 프로세스와 관료주의를 정기적이고 가차 없이 도려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저는 시민의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를 고려하여 이를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려는 원칙을 가진 호주에서 많이 일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종종 반대로 하여 이를 최대한 높입니다. 이 시대에는 좋지 않은 방식입니다. 따라서 핵심적인 디자인 과제는 단순함입니다. 시스템을 더 쉽게 작동하게 하고 시민의 삶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가차 없이 근본적인 단순함을 확보할 것인가?
이는 비용 절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DOGE(정부효율부)가 지난주에 사라진 것 같더군요. 일론 머스크의 전기톱 방식은 일종의 재앙이었습니다. 하지만 DOGE가 던진 질문, 즉 본질적으로 어떻게 더 큰 효율성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전 저는 '더 나은 방식의 DOGE'에 대한 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정부에서 효율성 프로그램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요? 본질적으로 이는 많은 디자인 방법론과 디자인 사고를 효율성 제고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영국은 아니지만 꽤 많은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습니다. 공공 금융의 압박을 고려할 때, 머스크 일행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들이 제기한 질문은 피할 수 없습니다.
제도와 정책 공간의 디자인
다음으로 언급할 사항은 자라가 말했던 제도입니다. 저는 공공 기관들이 50년 전이나 100년 전과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 즉 그 소문자 'c' 수준의 보수성에 조금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 세계 그룹과 함께 차세대 공공 기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작업해 왔습니다. 우리가 매일 상호작용하는 BBC, NHS, OU(Open University) 같은 기관들의 미래 대안은 무엇일까요? 이를 '제도적 아키텍처 랩(institutional architecture lab)'이라 부릅니다. 본질적으로 이는 AI나 데이터를 규제하거나 정신 건강, 기후 전환, 도시 교통 조직 등을 위해 필요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디자인 연습입니다. 화이트홀(영국 관청가)에서 듣게 될 내용과는 다소 다른 사고방식을 맛보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디지털 모델에서 차용하여 스택(stack)의 각 층을 다르게 조직할 수 있는 '스택 기반 제도'를 많이 살펴봤습니다. 이는 도시 재생부터 규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프로토콜 기반 제도'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것을 운영하기 위해 거대 기관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단순한 상호 연결 규칙을 디자인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와 같은 분야를 재구성하는 인터넷의 기본 개념입니다. 이는 꽤 다른 사고방식입니다. 인터넷이 나온 지 50년이 되었으니 당연해야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관료 사회에서는 이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생물학적 은유도 많이 활용합니다. 지식이나 자원을 유기적으로 공유하며 지상과 지하의 모습이 다른 균사체(myceliums), 군집(swarms), 산호(corals) 같은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네덜란드의 Buurtzorg 돌봄 조직이 이런 균사체형 사고의 한 예입니다. 저희가 발표한 많은 사례가 있는데, 이번 주에 다시 작업 중인 사례 중 하나는 딥페이크와 전복 시도로부터 선거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종류의 제도입니다. 러시아가 다음 프랑스 선거에 영향을 미쳐 극우 정당을 집권시키기 위해 20억 유로를 쓸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이는 유럽 전역에서 매우 생생한 주제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데 너무 느리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이것은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한 예입니다. 저희는 조달부터 미래 세대, 기후 티핑 포인트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례들도 연구했습니다.
이 청중분들께는 조금 지엽적일 수도 있지만 흥미로울 만한 것이 있습니다. 저는 정책을 디자인하는 물리적 공간이나 가상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정부는 여전히 50년 전이나 100년 전과 똑같은 방에 앉아 회의를 합니다. 디자인 질문은 '어떤 종류의 공간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입니다. 저희가 발표했고 몇몇 정부에서 실행 중인 '정책 조종실(policy steering rooms)'이 그 예입니다.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입니다. 네 개의 벽면을 사용하여 이슈의 서로 다른 차원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소형 보트 입국 저지든 길거리 범죄든 학교 특수교육(SEN)이든 관계없습니다.
첫 번째 벽에는 '팩트'를 둡니다.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해해야 할 데이터와 패턴은 무엇인가? 두 번째 벽에는 '증거'를 둡니다.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증명되었거나 반증되었는가? 세 번째 벽은 '혁신'을 위한 것입니다.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관련성이 있을 수 있는 유망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그리고 네 번째 벽에는 '가능성'을 둡니다. 10년, 20년, 30년 후에 우리는 어디에 도달하려고 하는가? 정책 팀은 말 그대로 이 벽면들을 도표, 종이 조각, 이미지 등으로 채웁니다. 장관들이 결정을 내릴 때 실제로 방에 들어와서 걸어 다니며 관련 패턴, 입증된 증거, 혁신, 시스템 변화의 방향을 논의한 후 결정을 내립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결정 공간과 극장 형태의 공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관료주의를 사각형의 빈 벽이나 어쩌다 한 번 보는 파워포인트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디자인적 상상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매우 비옥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아이디어도 환영합니다.
기술, 사고방식, 그리고 에토스
저는 기술과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작업을 해왔습니다. 1, 2년 전에는 새로운 국립 행정 대학원(National School of Government)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중국과 미국에서 그들의 차세대 기술 역량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20세기 정부의 기술 세트와 21세기의 차이점을 요약해 두었습니다. 왼쪽에는 전 세계 정부 그룹과 함께한 혁신 기술에 관한 작업이 있는데, 핵심은 단순한 페다고지(교육학)보다는 시도하고 실행하며 배우는 사고방식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제 희망은 내년쯤에 공무원, 그리고 이상적으로는 장관들을 위한 기술 및 교육 지원의 대대적인 정비를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AI, 데이터, 과학, 공공 심리학을 이해하게 되길 바랍니다. 이 모든 것들은 현재 통치에 너무나 명백하게 필수적인 것들입니다. 그 도표의 마지막 부분에 있듯이, 훨씬 더 글로벌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저는 요즘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전통적인 곳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정부에 필요한 사례, 방법, 아이디어에 대해 글로벌한 시각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 하나는 '에토스(ethos)'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가까운 미래의 정부와 공공 서비스의 미학(aesthetic)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유용한 두 가지 힌트가 있는데 여러분의 이견도 환영합니다.
하나는 건축에서 온 것으로, '무게 없는 강인함(strength without weight)'을 달성하는 건물 모델입니다. 이것은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종이판지로 만든 대성당입니다. 많은 건축물이 건물에 필요했던 거대한 기둥과 구조물들을 걷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다른 예는 재료 과학의 그래핀(graphene)입니다. 영국의 위대한 혁신 중 하나로, 아주 적은 무게로 놀라운 강도를 달성하는 재료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책, 규제, 법률, 제도를 위한 디자인 에토스로서 '무게 없는 강인함'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차세대 정부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무거운 프로세스, 관료주의, 규제, 종이 법률이 아니라 최소한의 무게로 최대한의 임팩트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말씀드렸듯이 이 주제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방법론의 레퍼토리(repertoire)를 생각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문제 중 하나는 특정 방식에 대한 유행을 탄다는 것입니다. 명령과 통제 관료주의, 신공공관리론, 민영화, 혹은 최근의 '미션'이나 '풍요'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대개 정부가 하는 일의 5~10% 정도에는 관련이 있지만, 항상 과도하게 일반화되다가 잘못되고 모두를 실망시킵니다. 따라서 정책 디자이너로서 여러분의 과제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저는 여기에 작은 병원 안내판 도표를 올려두었습니다. 병원에는 정형외과부터 소아과, 산전 관리까지 다양한 일을 처리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과업을 위해 다양한 레퍼토리가 필요합니다. 유행의 노예가 되는 것은 종종 사람들이 이 명백한 점을 잊게 만듭니다.
디자인에 대해 한두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거의 10년 전에 저는 전 세계 정부에서 디자인 방법론을 사용한 것 중 무엇이 작동하고 작동하지 않았는지 점검하려 노력했습니다. 당시 수백 개의 랩들이 모이는 대규모 모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쓴 글과 다른 보고서들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보실 수 있습니다.
Design in Public and Social Innovation (2014): 공공 서비스에 디자인 방법론을 도입했을 때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보고서.
보고서 다운로드 (PDF) 번역본 https://servicedesign.tistory.com/670
i-teams (2014): 전 세계 정부에서 혁신을 이끄는 20개 팀과 펀드의 사례를 정리한 보고서
보고서 다운로드 (PDF)
The Radical's Dilemma (2014): 공공 혁신 랩(Lab)들이 조직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겪는 실무적 도전 과제들을 다룬 보고서
보고서 다운로드 (PDF)
The Open Book of Social Innovation (2010): 수백 개의 조직에서 사용 중인 사회 혁신 방법과 도구들을 집대성한 자료
보고서 다운로드 (PDF)
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채팅창에 몇 가지가 올라와 있는데, 반대 의견이나 도전적인 질문 환영합니다.
질의응답 (Q&A)
1. NHS 앱의 진화
제프 멀건 (Geoff Mulgan): 알렉산더의 질문부터 시작해 볼까요. NHS 앱에 관한 질문부터 시작하죠. 저도 이 앱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데 사실 꽤 좋아합니다. 제 제안은 다음 진화 단계에서 NHS 앱에 무엇이 연결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질문하신 것처럼 이를 훨씬 더 동반자, 코치, 가이드로 만드는 것입니다. 약 10년 전, 저희는 NHS 및 BBC와 함께 앱이 기록과 예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당뇨 관리, 피트니스 등에 대한 짧은 영상 가이드를 제공하는 버전을 연구했습니다. 또한 앱 내에 특정 질병에 대한 동료 지원 네트워크를 둘 수도 있습니다. 다른 건강 조언 소스들에 대해 별점 시스템(근거 기반이면 5점, 아니면 1점)을 도입하는 제안도 했습니다. 시민들과 훨씬 더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나아가서, "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때요?" 혹은 "이 운동이나 식단은 어때요?" 같은 제안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각 사람의 서로 다른 요구에 맞춰 인지적으로 맞춤화되어야 합니다. 이전 정부들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는 훨씬 더 에이전틱(agentic)한 AI 도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같은 것들이 있죠. 제 생각에 정부는 보건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2027년에는 평생 학습 권리(lifelong learning entitlement) 등 많은 것들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이것이 알렉스의 질문에 대한 빠른 답변입니다.
2. 디지털 격차 해소
제프 멀건 (Geoff Mulgan): "디자인과 정책이 어떻게 디지털 격차를 선제적으로 다루고 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군요. 이 질문은 인터넷의 탄생 이후 줄곧 존재해 왔습니다. 저는 한때 영국 정부의 e-government 프로그램을 감독했습니다. e-government라는 용어를 쓰던 아주 오래전 일이죠. 당시엔 대부분의 노인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지털 격차가 정말 큰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70대, 80대의 인터넷 사용률도 매우 높기 때문에 이슈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친구, 가족, 혹은 사회복지사를 통한 비디지털 접근 경로를 고려해야 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격차를 조금 다르게 봅니다. 약 15년 전 사회적 필요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하며 노인, 청년, 난민 등과 심층 인터뷰를 했을 때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많은 십 대와 난민들은 휴대전화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이틀 정도는 굶을 용의가 있었습니다. 디지털 접근이 물질적 재화보다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디지털 격차는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누가 소외되고 있는지 항상 자문해봐야 할 주제입니다.
3. 의료 분야의 관료주의와 오류 학습
제프 멀건 (Geoff Mulgan): 채팅 말고 직접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의료 분야의 관료주의 부담과 부작용 사고 감소"에 대한 내용이군요. 사이먼 기번스(Simon Gibbons), 본인의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요? 카메라를 켜고 직접 말씀해 보시겠어요?
사이먼 기번스 (Simon Gibbons): 네, 기꺼이요. 저는 미국의 대형 의료 센터에서 근무하며 부작용 사고율이 매우 낮은 것을 관찰했는데, 그곳은 매우 관료적인 환경이었고 감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누구 한 명에게 책임을 묻는 비난의 문화가 덜했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절차(procedure)'가 책임이 있다고 보았죠. 제 질문의 의도는 부작용 사고를 원치 않는다면 의료 분야에서 관료주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아이디어를 던진 것이었습니다. 꽤 복잡한 개념이죠.
제프 멀건 (Geoff Mulgan):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반(反)관료주의자가 아닙니다. 사실 관료주의가 인류 진보의 대부분을 이끈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점에 대해 꽤 극단적입니다. 영아 사망률이 낮아지고, 공공 폭력이 줄고, 성장이 높아진 것은 모두 효율적인 관료주의 덕분입니다. 그것은 단지 과학이나 시장에서 온 것이 아니라 관료주의에서 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료주의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류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많은 불만이 제기되는 것이 정보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공공 서비스에 좋은 징조라는 증거가 많습니다. 최근 누군가 영국 정부가 '시행착오(trial and error)' 대신 '착오 후 시행(error and trial)'으로 가고 있다는 흥미로운 말을 하더군요. 병원에서 무언가 잘못되면 5년 동안 조사위원회를 열어 누구를 비난할지 찾는다는 것이죠. 그보다는 실수를 하더라도 빨리 배우고 미래의 오류를 막기 위해 프로토콜을 바꾸는 '무과실 문화(no fault culture)'가 훨씬 낫습니다. 우리의 공공 조사(public inquiry) 모델은 완전히 시대착오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건강한 혁신 문화에 반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병원, 교통, 치안마다 위험과 오류에 대한 허용 범위가 다르겠지만, 핵심 질문은 오류를 활용하는 '학습 시스템'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4. 거대 시스템의 재구성
제프 멀건 (Geoff Mulgan): 알렉산드라, 발언하시겠어요?
알렉산드라 (Alexandra): 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권고안이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파악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프 멀건 (Geoff Mulgan): 우리가 막대한 돈을 쓰는 공공 조사 모델의 수많은 결함 중 하나는 '실행(implementation)' 요소가 없다는 점입니다. 조사를 마치고 많은 권고를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치고는 이보다 더 비효율적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판사를 앉혀 몇 년간 보고서를 쓰게 하고는 실행이 되길 바라지만, 그것이 실제로 되는지 보장하는 후속 프로세스가 없습니다. 알렉스, 질문 있으신가요?
알렉스 (Alex): 네, 질문이 있습니다. 물리적 자원이나 인간의 사고방식 측면에서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통합하여 디자인하는 것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이 복잡한 시스템을 모두 풀어서 다시 합치는 것은 너무 거대한 작업입니다. 낭비 없이 기존의 일부를 유지하면서도 재조직하려면 어떻게 이런 기념비적인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할까요?
제프 멀건 (Geoff Mulgan): 어떤 의미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디지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를 디지털 렌즈로 재고할 때 종종 제1원칙으로 돌아가서 '여기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무엇이 필수적인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답은 대체하려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죠. 영국 정부와 금융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은 세금 납부, 혜택 수령, 학자금 대출, 벌금 납부, 여권 비용 결제 등 수십 가지가 넘습니다. 20년 전, 저희는 모든 금융 거래를 위한 '단일 개인 계정(single personal account)'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복잡성을 줄이고 비용과 중복을 삭감하여 시민들에게 훨씬 쉬운 환경을 제공하려는 취지였죠. 싱가포르나 덴마크 같은 국가들은 이미 그렇게 했습니다. 영국은 부처마다 자신들의 레거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고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직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디자인 프로세스는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의 것을 통합하면서도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을 바라봄으로써 엄청난 중복과 낭비, 시민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제 도구들이 10~20년 전보다 더 좋아졌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다시 검토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gov.uk가 상호작용 측면에서 잘하고 있긴 하지만, 중복과 낭비되는 시간, 프로세스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큰 야망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5. 무게 없는 강인함의 실천
알렉산더 (Alexander):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NHS에 관한 포인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저희가 계획 중인 것도 말씀하신 것과 아주 비슷합니다. 제 질문은 '무게 대비 강도' 비유에 관한 것입니다. 대부분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 종사자인 저희가 스스로가 그 '무게'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무게 없는 강인함'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시스템의 일부이면서 어떻게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프 멀건 (Geoff Mulgan): 그 질문에 답하려고 쓴 긴 블로그 글이 있습니다.('무게 없는 강인함'. 2025.3.12.)
'Mulgan strength without weight'로 검색해 보시면 한국부터 포르투갈까지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체계적으로 걷어내려고 노력했던 여러 정부의 사례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단순히 상향식도 하향식도 아닌, 사람들의 제안을 듣고 테스트하는 과정들이 에토스에 의해 형성된 혼합된 방식이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권력(power)'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그렇습니다. 제가 영국 정부에서 관찰한 기묘한 점 중 하나는 장관들과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힘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보는 것은 오직 제약 조건과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고 행동하며 권력을 사용하기를 원합니다. 법적 제약이나 예산 부족에만 너무 집착한다면, 여러분에게 권위를 부여한 대중을 배신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무원으로서 여러분의 업무 중 일부는 장관에게 "그건 바보 같은 아이디어라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종종 "이것은 할 수 있고, 고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법적 도전 등의 위험에 대해서는 정직하되, 현재 정부 전반에 퍼져 있는 이른바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지 말고 권력을 사용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저는 도널드 트럼프의 팬이 전혀 아니며 그가 재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하는 한 가지는 '권력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권력을 사용하고 장벽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주택이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런 정신이 조금 필요합니다. 저에게 '무게 없는 강인함'은 무게를 덜어내는 것만큼이나 '강인함'도 중요합니다.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국가의 권력, 관료제, 자금, 데이터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치는 것입니다.
6. 입법 과정과 회의 디자인
제프 멀건 (Geoff Mulgan): 이안(Ian), 사일로나 관료주의, 위계에 대해 말씀해 보시겠어요? 아니면 타타(Tata), 카메라를 켜고 계시니 들어오시죠.
타타 (Tata): 네,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 특히 입법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법을 만드는 것은 장관이나 공무원이 아니라 의회입니다. 우리가 수개월, 수년에 걸쳐 법안을 작성하더라도 일단 의회에 들어가면 우리 손을 떠나게 됩니다. 아까 공무원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무게 없는 권력'을 가르친다고 하셨는데, 의회에는 어떻게 똑같이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최종적인 형태와 민첩성, 유용성을 결정하는 것은 의원들의 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제프 멀건 (Geoff Mulgan): 맞습니다. 영국 거버넌스 시스템의 특징 중 하나는 의회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에서 한 실체, 즉 다수당을 가진 행정부에 권력이 이렇게 집중된 나라는 드뭅니다. 미래에는 의회가 법안을 초안하는 방식도 매우 규정적이고 정밀한 방식에서 좀 더 해석 가능하고 적응력 있는 균형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규제 방법론에서도 제가 '선제적 규제(anticipatory regulation)'라고 부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모든 것을 규칙에 명시하지 말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대응하여 적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임은 법 조항을 따랐느냐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무엇을 달성했느냐에 따라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의회가 1970년대식 사고가 아닌 2020년대 후반의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큰 과제일 것입니다.
'무게 없는 강인함'에 대해 여러분이 실천할 수 있는 다른 두 가지 예가 있습니다. 저는 조직을 운영할 때 두세 가지를 시도하곤 했습니다. 하나는 계약서의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법무 팀에 90%를 줄이라고 요구했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조항을 다시 추가하면 됩니다. 계약의 오버헤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항상 가능합니다. 변호사들은 항상 수많은 조항이 필요한 이유를 대겠지만 말이죠. 가끔은 강연 하나를 위해서도 20페이지짜리 계약서에 서명해야 할 때가 있는데, 여러분은 이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회의입니다. 저는 회의를 훨씬 짧으면서도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의 과학 (meeting science)'과 '회의 디자인 (meeting design)' 과정을 가르칩니다. 안타깝게도 의회, 공무원 조직, 심지어 대학에서조차 이런 회의 디자인의 과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효과적인 지능, 의사결정, 행동의 효율은 높이되 사람을 짓누르는 종이와 시간의 오버헤드는 줄이는 것입니다. 모든 계약서는 80~90%를 줄이고, 모든 회의 시간은 최소 50%를 줄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십시오.
7. 집단 기억과 책임 소재
이안 (Ian): 매우 매력적이고 통찰력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저는 국방부(Ministry of Defense)에 있습니다. 최근 저희 부처에서 과거에 잘못된 일들이 있었는데,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니 한 사람이 13명과 상의해야 했고 누가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는 복잡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담당자들도 다 바뀌어 있고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는 다시 오래된 위계 모델로 돌아가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수평적 연결을 끊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즉,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한 일차적 수단으로 위계적 책임을 다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매트릭스(matrix)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건 다 알지만, 의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실제로 작동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제프 멀건 (Geoff Mulgan): 매트릭스 관리는 항상 어렵지만 복잡한 조직에는 필수적입니다. 부분적인 답변이 될 수 있는 한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시스템이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는지에 오랫동안 집착해 왔습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고, 무엇이 작동했거나 실패했는지 이해하는 일이죠.
수년 전 저는 미 육군에서 영감을 받아 화이트홀을 위한 포괄적인 지식 관리 시스템을 디자인한 적이 있습니다. 미 육군은 작전, 정책, 혹은 전쟁이 끝날 때마다 '교훈 학습(lessons learned)' 연습을 했습니다. 참여한 모든 사람이 무엇이 작동했는지 토론하고 검색 가능한 형식으로 관련자 명단과 함께 기록하는 방식이었죠. 그래서 5년, 10년 후에 누군가 비슷한 일을 하게 되면 공식 기록뿐만 아니라 당시 참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실제로 어땠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조직의 집단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초적인 장치입니다. 이것이 갖춰진다면 여전히 위계적 책임이 필요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비난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수평적으로 조율된 학습 생태계 덕분에 하향식 조사나 방어적인 태도에 훨씬 덜 의존해도 될 것입니다. 현재 영국 정부가 수억 파운드를 쓰고 있는 코로나19 조사 같은 방식은 학습 패턴이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8. 지방 분권과 효율성
존 (John): 질문 하나 더 받아주실 수 있나요? 지방 분권이 정책 수립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잠재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제프 멀건 (Geoff Mulgan): 저는 지방 공무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지방 분권에 대해 강력한 편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스템은 여러 면에서 지나치게 중앙 집중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20년 동안 지방 정부의 역량이 너무나 고갈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방 당국들이 계획, 주택, 경제 성장 등에 관한 역량을 공유하고 중앙 정부와 협력하는 일련의 메쉬 구조를 권장합니다. 지방 정부에 대한 점진적인 권한 이양과 조세권 부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시스템 어딘가에 막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년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여전히 '초중앙집중화(hyper-centralization)'를 기본값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아주 가끔 몇 가지 일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놀라울 정도로 비효율적입니다.
마무리
사회자 (자라/앤드류): 시간이 다 되었네요. 질문해 주신 모든 분과 오늘 함께해주신 제프 멀건 교수님께 큰 감사 드립니다.
제프 멀건 (Geoff Mulgan):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하시는 일들이 잘 실현되고 영국이라는 국가를 잘 재디자인하시길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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