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디자인의 이해 -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윤성원. 2025.8.28.

2025. 8. 29. 13:14서비스디자인/정책디자인

공공영역이 여전히 공급자 중심에 머물러 있음에 따라 일상적 서비스 경험의 불편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시대 전환의 핵심은 
제품→서비스, 소유→경험, 기술중심→사람중심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의 역할은 서비스·경험·정책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해법은 ‘정책결정 초기’에 서비스디자인을 투입해 공감 기반 조사–문제 재정의–반복 실험–이해관계자 합의를 통해 정책을 혁신하는 추진체계 및 프로세스 구축이다.
국제적으로도 정부 내 정책랩·혁신조직에 디자인역량을 내재화하고 디자이너가 혁신업무를 주도하는 운영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디자이너 중심의 정책·서비스 혁신 체계를 정착시키고, 리빙랩 운영과 규정·조례 정비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수요자 중심 혁신의 기반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이해

지자체 중견리더과정(지자체 공무원 약 120명) 내용 기록
지방자치인재개발원

2025.08.28. 윤성원

20250828_공공서비스디자인의 이해_지방자치인재개발원_발표자료(2시간)_윤성원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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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윤성원입니다.
오늘 새로운 디자인 동향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하려는 내용은 디자이너들이 하는 디자인 업무에 대한 것도 아니고 전공 분야로서 디자인에 관한 내용도 아닙니다. 정책을 디자인하는 내용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영역이 지금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거든요.

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디자인진흥원에서 근무한지 25년 쯤 됩니다. 산업부에 산업디자인진흥법이라는 법이 있어요. 그 법을 근거로 정부는 디자인산업 육성,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너무나 중요해지고 여러 영역에서 디자인 역할이 나타나다 보니까 이제 문화부에서도 디자인법을 만들었어요. 2016년에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 통과가 됩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우리나라에 디자인 진흥법이 두 개가 있는 거죠.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디자인에 대해 엄청 진심인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죠.
사실 국가가 디자인진흥법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있다면 특허나 디자인보호법 같은 것이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산업적인 측면으로 디자인을 진흥하겠다고 두 가지의 법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문제점 같은 것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특히 공공디자인법이 통과가 되면서부터 각 지자체가 법에 따라 디자인 예산을 운영하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공공 디자인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공공디자인 기본계획을 만들고 기본 계획에 따라서 또 실행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요. 또 그걸 5년마다 다시 업데이트하도록 돼 있고요. 모든 지자체가 그걸 해야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에 250개 정도의 디자인 기본 계획이 있는 것이죠.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기초에서부터 광역까지, 한 국민은 경기도 주민이기도 하고 성남시의 주민이기도 한데 자기 구역에서 보던 디자인을 동네를 넘어서면 또 다른 디자인으로 구현되어 있는 상황이 되는 거죠.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다 보니까 나타나는 역효과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가 디자인에 대해서 뭔가 해보겠다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정책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나타나고 있어요. 10년에서 15년 쯤 된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Policy Design’, ‘Design for Policy’ 이런 용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그걸 하기 위한 조직이라든지 예산 이런 것들이 구성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일까요? ‘인생디자인’, 보험설계를 그렇게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그런식으로 일반화되어있는 디자인의 의미가 아닙니다. 아주 전문적인 디자인 분야를 말하는 거거든요.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굉장히 인간 중심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고요. 아직도 여전히 기술 중심이고 공급자 중심인 측면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공급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인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디자인이 맡게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의 디자인이 ‘그리고, 꾸미는 디자인’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이 내용을 꼭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된다"라고 말하면 대부분 “우리는 원래부터 그랬어”라고 하시거든요.
그런데 놀라운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베인앤컴퍼니라는 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결과인데, 당신네 회사가 얼마나 수요자 중심이냐 고객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냐 이런 걸 물어봤거든요. 조사 대상이었던 기업들은 세계 300대 탑 기업들이었습니다. 그랬더니 80% 가 그렇다고 답을 했다는 거죠. "우리 회사는 고객중심의 경영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제는 거기 답했던 기업의 고객들을 찾아가서 고객한테 다시 물어봤어요. 진짜로 그러냐라고 물었더니 8% 정도만 그렇다고 동의했다는 거예요. 이렇게 서로의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죠.

그럼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은 어떨 것 같습니까? 똑같이 물어본다고 하면 이 조사 결과보다 더 성적이 좋을까요? 300대 대표적인 기업들한테 물어본 것이라고 했잖아요? 저는 더 좋은 성적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렇게까지 서로 간의 인식 차이가 클까를 생각해봤습니다.
만약에 100% 공급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가 있고, 100% 수요자 중심의 제품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실제 이런 건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개념적으로 이런 게 있다고 생각을 해보자고요.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거나 서비스가 구상이 될 때는 어느쪽에서부터 출발하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왼쪽 끝(100% 공급자 중심)에서부터 출발하겠죠?
그래서 점점점 오른쪽으로 갑니다. 왜 그럴까요? 모든 사람이 그게 옳다고 믿으니까요. 그래서 수요자 중심 쪽으로 가려는 노력을 하지요.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수요자 중심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힘들고 피곤한 거예요. 우리는 오랫동안 그런 변화의 노력을 이미 해오고 있다고 느끼는 거죠. 그렇지만 그 속도가 빠른지 늦은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이 지점(8%) 쯤에 위치하고 있겠죠?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박막례 할머니 키오스크 도전기

여러분 중 반 정도는 이미 이 영상을 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박막례 할머니가 맥도날드에서 키오스크 주문기를 사용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무인 주문기가 지금 엄청 많아졌죠? 전 세계에 우리나라만큼 이렇게 보편화 된 나라가 없습니다. 여러분 최근 해외여행 갔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우리나라처럼 모든 음식점에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그런 나라가 없습니다.
맥도날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초로 무인주문기를 설치한 프렌차이즈 기업인데요. 지금 85% 정도 다 이걸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맥도날드가 이걸 도입한 직후 매출이 많이 떨어졌었습니다.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워서요. 심지어 사용자 경험 디자인, UX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 그 분야 전공 교수님도 조작을 빨리 못해서 햄버거를 주문하다 고등학생 도움을 받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다음 세 가지 요인이 조합되어 있는 독특한 나라입니다.

1) 고령화 속도 세계 1위죠. 2) 출산율 세계 꼴찌입니다. 3) 그리고 혁신 지수는 1등이에요. 그리고 또 로봇도 우리나라가 사용이 엄청 많거든요. 로봇 밀도가 세계 1등입니다. 신기술을 도입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세 가지 요인들이 합쳐지다 보니까 결국 사람 대신 기계나 AI로 서비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모든 상황이 너무나 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모두가 힘들어하면서 그 상황을 버텨내고 있는 거죠. 출산율도 낮으니까 생산 인구를 기계나 기술로 대체하려고 하는 욕구가 크죠. 그래서 아주 작은 음식점들까지 빠짐없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동향은 공공부문도 똑같겠죠? 곧 모든 대면서비스가 다 기술, 기계로 대체될 겁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게 되겠죠.

지금 이 보시는 장면은 어디일까요?
여기 아파트 보이죠. 아파트 단지 내 도로예요. 그래서 이렇게 굽어 있는 도로 여기 도로가 굽어 있다 보니까 사고가 나나 봐요. 그래서 여기 과속 방지턱이 생겼죠. 그것으로 사고가 줄었을까요?
아니죠. 더 사고가 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이라는게 기획하는 대로 되지 않아요. 공급자의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죠.

여러분 샤워하다 보면 샴푸를 써야 하는데 린스가 나와서 물로 씻어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죠?
모든 제품이 이렇게 디자인 돼 있기 때문이에요. 둘 다 패키지가 똑같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맞추느라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샴푸, 린스는 조그맣게 표시돼 있고 브랜드가 제일 크게 보여요. 왜냐하면 매대에 있는 제품들 중 자기 제품의 브랜드가 제일 크게 보여야 잘 팔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공급자 중심의 세상에 있게 된 거예요. 

이것은 법이나 제도로도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샴푸통 뒤에 이렇게 돌기가 있으면 샴푸고 그게 없다면 린스입니다.
이렇게 안 만들면 유통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요. 이런 통제적인 방법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좀 더 세련된 방법도 있습니다. 만약 샴푸통, 린스통이 이렇게 디자인 된다면 어떨까요? 이것은 디자인 언어로도 일관성이 있어보이죠? 하나는 린스통, 하나는 샴푸통 이렇게 정해두면 눈을 감고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방법이죠.
이 제품은 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콘셉트이에요. 제가 매우 좋아하는 성정기라는 디자이너가 만들었어요.
장애인분들한테 편하다면 비장애인은 더 편하겠죠? 그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분들이나 사회적 약자는 사회의 어떤 부분이 고쳐져야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인지 평균적인 사용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포용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 주목받을 트랜드가 될 겁니다.

실제로 올해 1월, 유니버설디자인 기본법이 통과될 뻔 했어요.
*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기본법’, 22대 국회선 제정될까? - 더인디고. 2025년 1월 8일
내용 중 성평등 화장실에 대한 조항이 있었고 그 조항이 논란이 되는 바람에 법이 통과가 안 됐는데요. 사실 유니버설디자인은 우리가 지향해야 될 바고 또 그게 여러 공공 영역에서 필요하다 보니까 법제화해야 된다는 인식이 있다는 거죠. 이미 오랜 동안 그런 필요가 있었고요. 이게 점점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또 우리나라는 유니버설디자인 법이라는 디자인법을 하나 더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특이한 나라죠? 

자판기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판기는 수요자 중심인가요? 이렇게 생겼잖아요?
여러분들 혹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자판기 이용하시는 장면을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손 들어보세요. 저는 없어요. 지금까지 여쭤봤던 분들 중 한 명도 봤다고 하신 분이 없어요. 돈을 넣는 투입구 위치에서 제품이 나오면 될텐데, 음료 출구가 자판기 맨 아래쪽에 있잖아요?
특허 등록된 이후 지금까지 2백년간 만들어진 대부분의 자판기가 이렇게 생겼습니다.
허리가 불편한 분이라면 사용하기 불편하겠죠? 그래서 이용을 못하는 겁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특히 자판기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저렇게 설계 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을 못하시는 것이죠.

여기에 기술이 접목되면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고요. 음료는 여전히 맨 아래쪽에서 나오죠. 그러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전히 이용을 못하십니다. 제조사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 핵심 고객이 아니야."
"그분들은 원래 자판기 음료를 선호하지 않아"라고요.
아니죠. 앞 뒤가 바뀐 거죠.

기술주도의 세상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평균의 범위에 들어있는 국민들의 생활만 나아지고요, 불편을 느끼고 있던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습니다.
우리 세상이 공급자 위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매트릭스처럼,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는데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을 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이 보이게 됩니다.

전자제품에 딱 하나의 버튼만 남겨야 한다면 뭘 남겨야 되겠습니까?
전원 버튼이요? 그 점에 대해 해답을 준 사람이 있었어요.
스티브 잡스가 새 제품 구상을 할 때 엔지니어들, 디자이너, 마케터를 불러놓고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야 될 제품은 물리적인 버튼이 하나도 있으면 안 돼 라고 선언을 했죠.
다들 당황하고 있던 중에 한 엔지니어가 손을 들고 “아니 사장님, 전원 버튼도 없다면 제품을 어떻게 켭니까?”라고 질문을 했어요.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왜 전원 버튼이 필요하죠? 만지면 켜지고, 놔두면 꺼지면 되지요”
그랬던 거예요. 그래서 이 제품(아이팟)은 전원버튼이 없는 제품입니다. 만지면 켜지는 거에요. 이 안에 센서가 있어요. 움직이면 전기가 구동되도록 만든 거죠.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세련된, 수요자 중심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아직 시도해 보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공급자 중심의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까 문제를 알지 못합니다.
막연히 문제가 느껴지더라도 의례 그런 것이겠지 하는 거죠.

이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소유에서 경험으로, 제품에서 서비스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맥상통한, 그리고 일관성 있는 시대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 어느 순간 제품이 구독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계신가요?
LG전자의 경우 이미  40% 정도는 구독으로부터 매출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제품이 아니라 이제 서비스. 저도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 에어컨 사려다 보니까 에어컨 판매 안내하시는 분이 보험도 판매를 하시더라고요. 보험 상품을 구매하면 구독료를 디스카운트 해주고 그런 게 생겼어요. LG전자 제품 판매하시는 분도 그전에는 상상 못해보셨을 거에요. 자기가 에어컨 판매하면서 보험 판매를 같이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바뀌는 거 공급자 중심으로 대신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거예요. 그 와중에 디자인의 역할도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이 아니라 서비스나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이 생기고 있거든요. UX는 유저 익스피리언스 사용자경험을 말하는 거예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큰 고민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디자이너가 한 몇 명쯤 될 것 같으세요? 천 명 넘거든요. 그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제품디자이너에요. 원래 삼성이 제품이 엄청 많았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15년 전.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휴대폰이 한 가지가 아니었죠. 휴대폰이 옆으로도 펼치고 앞으로도 접히고…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있었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갤럭시 하나죠. 모든 폼팩터가 동일하고요. 제품 디자이너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천 명 넘는 제품 디자이너들이 할 일이 없습니다. 그 분들은 이제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고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영역을 봤더니 너무나 할 일이 많다는 게 알려지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영역의 디자인이 뭘까라는 걸 구상하고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약 20년~ 25년 정도 되었습니다. 서비스디자이너라는 디자이너의 직군도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지자체에 공공수영장이 있는데 그 수영장에 몇 달 전부터 사람이 안 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왜 갑자기 시민들이 수용장을 오지 않게 되었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아무래도 우리 수영장이 너무 오래돼가지고 그런가? 인테리어 리뉴얼을 해야 되는가봐 이렇게 시의원들이 상의해서 예산을 마련해가지고 대대적으로 수영장 리뉴얼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공고를 해요. 그래서 건축 설계사가 첫 번째 PT를 하는 날, 공무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이 수영장 다시 인테리어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왜 그렇죠?” 궁금할 거 아니에요 “왜 공사를 안 해도 된다고 하시나요?”
그랬더니 몇 차례 조사를 해보니까 몇 달 전에 수영장 셔틀버스 이용 시간이 바뀐 거예요. 그래서 30분 정도 시간 조정이 됐는데 그걸로 인해서 아침에 여기 와서 수영하고 출근하던 사람이 못 오게 되고, 또 자기 친구들이 안 가게 되니 나도 안가게 되고… 하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안오게 되었었던 것이죠.

예산 투입을 결정하거나 실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이 사례와도 상당히 비슷하지 않습니까?
공급자 중심으로, 이거 아마 보기 흉하니까 예쁘게 바꾸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식으로 전제하는 거죠.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문제 정의를 하는데 우리가 시간과 자원을 많이 안 쓰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디자인의 역할은 이런 거였거든요. 중요한 의사결정이 다 이루어지고 나서,
'여기에 환경 조형물을 하나 만들어주세요. 1억 원짜리면 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정해지는 거죠. 그러면 거기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냥 모양, 형태를 만드는 것 뿐이죠.
거기에 무엇인가가 있어야 된다고 하니까. 누구를 위해서, 왜, 무
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것의 형태를 만드는 일만 디자이너한테 주어졌던 거죠.
하지만 앞으로 바뀌게 될 세상에서는, 정책 기획 앞부분에 사람들의 욕구를 알아내고 그걸 통해서 우리가 뭘 해야 되는지를 결정하는 역할로 디자인을 활용해야 됩니다. 

지금 정책 과정은 이렇게 돼 있죠. 정책 과정에서 우리가 예산을 사용하는 걸 보면은 이런 식으로(뒷부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함) 쓰고 있거든요. 기획 단계에는 거의 예산이 안 쓰입니다. 이 점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많은 사업들도 그렇습니다.

정부 보조금 사업이나 또 출연금 사업이나 이런 것들,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예산이 있잖아요. 지자체 공모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그런 사업들을 보면 기획 단계에 돈 줍니까? 안 주잖아요? 기획은 그냥 여러분들이 하시는 거죠. 기획에 인력이든 시간이든 에산이든 자원 투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만들어진 계획으로 200억이든 300억 원이든 돈을 따면 그 돈은 계획에 따라 그대로 실행이 되는 겁니다.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한 10% 정도는 기획에 돈을 써야 맞잖아요?
그러면은 300억이면 30억까지...는 모르겠지만 3억 원 정도라도 계획을 충실하게 할 수 있게 시간과 돈을 먼저 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계획을 경합을 해서 뽑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사업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부 공모 사업은 기획 단계에 돈을 안 쓰죠. 기획에 돈을 써야 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제대로 계획되지 않은 정책이 실행되고, 처음부터 제대로 정책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계획 때문에 무리해서 실행되고, 안써도 되었을 돈을 써야 되고, 기대했던 효과도 나지 않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게 제대로 된다면 이런 식으로 되어야겠죠. 앞부분에 약간의 노력을 하면, 훨씬 더 사람들이 그 정책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개념을 행안부에 제안을 해서 이 앞부분 기획 단계에 디자인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들어진 사업이 국민디자인단 사업입니다.
그게 지금 올해까지 12년이 됐습니다. 디자인역할을 기획 단계 앞쪽으로 올린다라는 방향으로 운영 해왔고요. 수요자들이 참여하고 합의하는데 여러 가지 디자인 방법을 (모든 주요 결정사항이 결정된 이후가 아니라)이 정책 결정이 일어나는 단계에서 사용하는 거죠.

현재 공공 정책의 현황을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여기는 수원에 있는 지방 법원앞입니다. 횡단보도, 신호등, 가로수를 다루는 부서가 서로 다르죠?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협업 안하고 각자 열심히 한 결과로 사용할 수 없는 횡단보도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민원 때문에 조정이 됐습니다만, 잠깐 이렇게 설치 된 적이 있죠. 여러분들이 운영하시는 여러 사업들의 이해관계자가 되게 복잡하시잖아요.
10년 후나 20년 후에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더 복잡해지겠죠.
이 그림은 옛날인 2009년 사업인데 이때도 이미 국토부나 산업부, 중기부… 다 복잡하게 얽혀 있잖아요? 자동차 정비 서비스 사업 모델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표시한 거예요. 그래서 이에 대한 법안을 마련한다든가 규정을 만든다든가 해야 될 때 이 사람들이 서로 다 합의를 해야 되는 거예요.
다 모여서 합의를 해야지만 바뀌는 거죠.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거기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도 복잡해질 것입니다. 그 문제를 해소하려면 지금과 같이 이렇게 사일로로 나눠져 있는 식의 구조로는 너무나 힘들어지는 거죠.
필연적으로 공공부문은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걸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거죠.

여러분 이 신호등이 좌회전 신호등인데 지금 4개짜리를 쓰잖아요? 이렇게 4개짜리를 써왔는데 한 번 이걸 3개 짜리로 줄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어요. 기억하십니까? 2011년 광화문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했었어요.
참 놀라운 일이죠. 사람들이 제일 많은 광화문에서 우리는 시범 사업을 합니다.
여러분 왼쪽으로 가야 되는 상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빨간색 왼쪽으로 가라는 신호등이 켜졌어요.
그러면 가야 할까요? 가지 말아야 할까요?
이것은 가지 말라고 하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가다가 사고가 많이 났죠.
시범 운영 중에 사고가 많이 났어요. 그래서 시민들이 경찰청에 항의했죠. 그랬더니 경찰청에서는 신호등 체계가 바뀌어서 난 사고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니 그럼 뭐 때문에 사고가 난 거죠? 이때 난리가 났었어요.
그래서 정부는 뒤늦게 홍보를 합니다. 예를들면 신호가 3개로 줄면 뭐가 좋고요, 빨간불 켜져도 출발 금지. 기억하셔야 됩니다…. 이렇게 하는 거죠.
한동안 그런 논란이 있은 후에 경찰청은 “홍보가 제대로 안 돼서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면서 이 정책을 철회했어요.
* ‘3색 신호등’ 시행 보류…시범운영 중단 정책브리핑

이것은 과연 홍보의 문제인가요? 홍보를 잘하면 빨간색 좌회전 신호등이 켜지면 안 가야겠구나 이렇게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이 바뀔까요?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이것은 앞부분에 수요자 중심 기획이 없기 때문에 생기게 되는, 전형적인 정책 개발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렇게 해서 많은 정책들이 실패합니다. 이유는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수요자 중심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 자체가 없어요.
이게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원래 공급자와 수요자는 마치 금성인과 화성인처럼 서로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아까 보셨던 것처럼, 세계에 제일 잘한다는 기업들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직관과 선언에 따른 정책 개발. 이것은 연구가 없다는 말이죠. 앞부분 기획 연구 이런 것이 없고 그냥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 두 가지가 제일 문제입니다.

그럼 이제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드릴게요.
한국행정연구원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 간 기재부 예산을 받아서 이런 연구를 했습니다. 디자인을 정책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연구한 보고서들이에요.
* 정부 혁신을 위해 디자인사고 도입을 연구하는 한국행정연구원의 보고서들
디자인씽킹을 연구하고 정부 활동에 제도화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이 생기고 있었거든요.
도대체 왜, 공무원들이 디자인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을까?
정부가 디자인씽킹에 대해 자꾸 얘기하는 걸까라는 것에 의문을 품고 연구를 했던 거죠.

대표 사례로는 영국의 폴리시랩을 들 수 있습니다.
* 정책디자인, 세계의 정책랩 2 : 영국 폴리시랩, BIT
영국 폴리시랩은 2014년에 생겼고 지금까지도 잘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약 30명 이상의 직원이 있고요. 영국에 케비닛오피스라는 조직이 있거든요. 거기가 우리나라 지금 국무조정실인데 그 안에 팀이 있어요. 폴리시랩이라는 팀. 팀이 30명 정도고 거기에 공무원 포함해서 전문계약직 들 같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이 공동 대표거든요. 이 사람은 디자인 연구자이고요. 이 사람은 예술가예요. 그런 사람들이 공무원들을 데리고 정책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이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요? 그림 그리는 일은 당연히 아니겠죠?
이 사람들은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걸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이분들이 일하는 방식을 소개하기 위해서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이것만 가지고 일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것은 폴리시랩에서 만든 도구인데요. 56개의 셀로 구성이 돼 있고 정부가 하는 전체 역할을 표시합니다. 이 자료는 필요하면 다운 받아서 보실 수 있어요.
* 시스템으로서의 정부. 영국 폴리시랩


넛징이라든가 교육, 투자, 자금 지원… 이런 것, 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 하는 역할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정책, 법제화 같이 딱딱한 영역부터 부드러운 영역까지, 정책 과정에서의 앞부분에서 뒷부분까지 이런 식으로 구분을 해서 펼쳐놨습니다.
이게 어디에 쓰이냐면요. 이 장면은 코로나가 영국에 딱 들어왔을 때 이 폴리스 랩에서 여러 행정부의 관계자들을 부릅니다. 그래서 워크숍을 해요. 워크숍을 하는 과정에 이걸 펼쳐놓고 우리가 이 코로나에 대응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걸 상의해가지고 영역을 정하는 거예요. 방역에 직접 관련된 부분도 있겠지만 아닌 것도 있을 거예요. 관련성이 좀 떨어지는 부분도 있겠죠. 그런 것들을 모두 합쳐가지고 정부가 해야 될 일을 정하고, 그 각각의 영역에서 각 행정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그거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면 좋을지를 코칭을 해주는 거죠.
퍼실리테이터(회의진행자)라는 표현을 들어보셨지요. 그들은 이런 류의 디자인 워크숍 같은 거 하면 늘 아이디어가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움이 돼 주는 역할을 하죠. 정책랩은 정부의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더 심해졌어요. 시간이 지나고 코로나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됐을 때 다시 사람들을 모아서 다시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디자이너가 이런 일을 한다는 거죠.

그리고 대안적인 공공 조직들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런던 기술혁신청(LOTI)이
라는 데가 있습니다. 33개의 기초 지자체 그러니까 런던의 기초 지자체들이 로티를 이용하는데요. 이곳은 IT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거든요. 우리 지자체에서 어떤 시스템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된다 하면 이 조직에서 몇 명의 전문가가 파견나와서 코칭을 해주는 거죠. 설계는 어떻게 해야 되고, 뭐가 필요하고 무엇을 미리 감안해서 개발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얘기를 해주는 거죠. 그래서 디지털 전환이 되도록 도와주는 조직입니다.
지자체에도 이런 게 있다면 좋겠죠. 지자체 내부에 물론 유지 보수나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고 이거는 굉장히 큰 시각으로 그 지자체가 필요한 플랫폼들 제안도 하고 그런 일을 하는 거죠. 이것은 지자체가 약간 회비 같은 걸 걷어가지고 운영을 하는 거에요. 거기에 5천만 원씩 내면 1년 동안 몇 번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 이런 식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거죠.

일본에는 JAPAN-D라는 조직이 있어요.
일본의 산업부인 경산성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은 이 메뉴가 있습니다. 제팬D라는. 이건 뭐냐면 산업부에 있는 젊은 공무원들이 서로 디자인을 공부해야 되겠다고 해서 디자인 공부를 하는 학습 모임 같은 거이기도 하고 또 이들이 하는 활동들이 다른 행정부에 퍼지게 이렇게 자원도 만들고 여러 툴킷 같은 것도 만들고… 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왜 이런 데 이렇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지 거기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일본의 젊은 공무원들이 서비스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usable.co.kr

우리나라에는요. 공공기관디자인협의회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디자인 업무 담당 공무원들의 모임이고요. 공공디자인 업무하시는 분들이 지자체에 있다고 했잖아요? 천여 명 되거든요. 지자체마다 몇 분씩 있어요. 지자체에서 디자인 업무하시는 분들은 섬 같아서 정부가 정보가 부족하고 서로 잘 교류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 모임은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가입된 분들은 130명쯤 됩니다.
* 공공기관공공디자인협의회 활동 소개 usable.co.kr  
특이하게 공공서비스디자이너라고 직무가 주어진 분이 있습니다. 전국에 한 분이에요. 세종시에 근무하면서
공공서비스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민간에는 이런 활동들이 매우 많습니다. 삼성전자는 아까 잠깐 얘기했죠. 메이요 클리닉이라는 것을 좀 주목해 봐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병원으로 순위 1, 2등을 다투는 병원이에요.
미국은 모든 병원의 순위를 평가하고 공개합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2017년부터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검색해 보시면 우리나라 1등 병원부터 쭉 순위가 나와요.
근데 의료 부문에서는 그런 것을 꺼려하고 싫어하거든요. 그렇지만 아무튼 그 일을 심평원이라는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거죠. 미국이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가지고 연구해서 ‘환자 경험 평가’라는 걸 해요. 병원을 평가하는데 환자들이 평가하는 거에요. 수요자 중심에서. 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의료부문에서는 이것 때문에 난리입니다. 엄청 싫어해요. 왜 환자가 병원을 평가하는가. 병원은 병원이 갖고 있는 자원이나 기술 이런 것으로 평가받아야지, 환자가 무엇을 안다고 병원을 좋다 나쁘다 평가한다는 것인가... 하는 거죠. 그래서 병원에서 반발이 많은 제도입니다.
미국은 그것을 굉장히 오랫동안 해왔죠.
이야기를 잠깐 옆으로 나갔습니다만, 아무튼 그것도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1등 병원입니다. 어떻게 1등 병원이 되었을까요? 메이요 클리닉이 다른 병원과는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독특하게 혁신센터가 있어요. 60명 정도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인데요. 이 혁신센터에 상당히 많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디자인씽킹으로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대 병원들은 여기가서 공부하고 벤치마크하고, 메이요 클리닉이 혁신 성과 공유회 이런 거 할 때는 출장 가서 보고 오시고 그러더라고요. 그만큼 주목받는 병원이라는 것이죠.
혁신센터의 60명의 사람들은 뭘하는 사람들인지 구성이 다 공개 되어 있거든요. 이 중 14명. 가장 많은 비중이 서비스디자이너입니다. 제가 디자이너 중에서 서비스디자이너라는 직군이 나타났다고 얘기했죠?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인 거에요.
이 서비스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을 뽑는 것인지 알아보죠. 아까 제가 ‘인생디자인’ 이런거 아니라고 그랬잖아요?
보시다시피 경력 요구 수준은 100% 진짜 디자인이예요. 대학에서도 디자인을 전공해야 되고 디자인 프로젝트도 실행해봤어야 되고… 이런 조건으로 사람을 뽑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병원에서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공직자와 의사가 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리스크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리스크를 회피하려고 하고 관리하려고 하는 특징이 있죠. 이게 잘못됐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업역의 특성이 본래 이렇다는 거예요.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 관절이 불편해서 수술해야 된다라면 듣도 보도 못한 시술법을 시도하고 있는 의사에게 가시겠습니까? 매일같이 새로운 시술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홍보하는 곳이 있다고 쳐요. 그럼 거기서 수술받고 싶으신가요? 아니죠? 수백 번 같은 경험을 해본 그런 전문의가 안정적인 방법으로 수술하는 곳을 찾으셔야 되겠죠?
공직 부문이나 의료서비스 영역은 원래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이 영역과 가장 반대쪽에 있는 특징의 업역을 찾는다고 하면 아마도 이런 사람들일 거예요. 디자이너나 만화가나 소설가나… 이런 사람들이겠죠. 이런 사람들은 리스크를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돼요. 누구도 안 가본 길을 서슴 없이 가야 되는 사람들이에요.
만약 이 제품을 디자인한 사람이 내년에도 똑같은 모양으로 또 같은 것을 디자인하고 있다면 잘릴 거예요.
그렇죠? 시장에 없던 걸 만들어야 되죠.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만들어야겠죠. 만약 안정적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려는 속성이 있는 사람이 디자인을 한다면 디자이너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분야마다 업역의 특성이라는 게 다르다라는 것입니다.

메이요 클리닉에서 잠깐 이 이야기로 왔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의 60명의 혁신센터는 디자이너가 중심이 되어서 병원 내에서 진동을 일으켜서 혁신적인 병원으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일을 해야 된다”라고 이렇게 얘기하고요.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들은 “도대체 왜 쟤네들은 맨날 새로운 얘기만 하지?” “왜 검증되지 않은 일을 하려는거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원래 이거라는 겁니다. 관행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아까 말했던 영국의 폴리시랩도 마찬가지에요. 행정부 내에 그런 변화,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거거든요.
디자이너가 중심이 된, 변화가 잘 되지 않는 부분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혁신 조직들이 이제 곳곳에 생기고 있다는 거죠.

정책랩은 전 세계에 한 120~30개 정도 됩니다.
영국의 폴리시랩 말고도 그런 유사 조직들이 지자체도 있고요. 미국에는 또 지자체별로 많이 있어요.
* 정책디자인, 세계의 정책랩. https://servicedesign.tistory.com/679

 

원래부터 메이요 클리닉이 이런 혁신조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IDEO라는 디자인 회사에 맡겼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병원은 욕심이 생겼어요. 이것을 우리 병원에서 계속될 수 있게 할 방법이 무엇일까? IDEO는 그러고 싶다면 너희 병원 조직 안에다가 디자인팀을 만들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센터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정부 조직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동향을 알아차린 한국행정연구원이 왜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정부 조직에 디자인 팀을 만드는 것일까 해서 연구를 했었던 것입니다. 그럼 5년 간의 그 연구의 결과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을 보시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데, 결론적으로 “좋은 디자인 도구를 만들어야 되겠다” 는 것으로, 디자인 도구모음을 만들었습니다. 공무원들이 디자인 방법을 사용해서 쓸 수 있도록, 이 단계에는 뭘 해야 되고,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되고 이런 것들을 쭉 정리를 해놓은 도구 모음을 개발했던 것이지요. 
* 정부 혁신을 위해 디자인사고 도입을 연구하는 한국행정연구원의 보고서들

하지만 메이요 클리닉이나 영국 폴리시랩의 경우를 보면 '디자인 도구'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한테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디자인하시면 됩니다라고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디자이너처럼 일할 수 있게 되지 않습니다.
공무원, 의사 같은 분들은 본래 새로운 주제에 대한 도전, 파괴적 혁신과는 거리가 있는 분들이에요.
그분들한테 혁신적으로 일하라고,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될 것 같았다면 해외에 운영되고 있는 많은 혁신랩, 정책랩들을 디자이너 처럼 혁신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지 않겠지요. 기존의 질서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 일에 적합한 사람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혁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선호되는데에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역량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는 공감 기반의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요령을 갖추었습니다. 전공 학부에서부터 그런 훈련을 받죠. 그리고 수요자 중심으로 새로운 시각의 문제 정의를 합니다. 아까 수영장 이야기를 떠올려보시면 되겠습니다. 세번째로 문제 구조화 능력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의 균형, 또 반복과 협업 중심의 태도 그래서 자기와 전문성이 좀 다른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여러분들 의견 내보세요.하고 그 내용을 모으고… 이런 일들을 하는 거죠. 

우리나라에도 혁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 분들이 있습니다.
청년 보좌관, 혁신행정담당관, 혁신 부서도 있고요. 근데 이분들 행정 공무원이잖아요. 행정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람인데 이 분들한테 '이제부터 혁신가가 되라'고 하면서 역할을 부여한 거죠. 그래서는 안 되죠. 현재 이렇게 운영이 되고 있다 보니까 담당자의 개인 역량 부족이나 의지 부족을 문제 삼을 수 없어요. 이렇게는 문제가 해결 안 돼요.  
현 정부에서 혁신 행정 담당관이나 혁신 부서의 본질적인 업무는 평가예요. 기관 평가, 개인 평가, 내부 평가 이런 거를 담당하시는 역할이거든요. 이거는 분명히 관리와 통제의 기능이죠. 봤었던 그림으로 보자면, 명백하게 맨 왼쪽 끝에 있는 기능이란 말이에요. 그 기능을 하는, 관리와 통제 성향의 사람들한테 '이제부터는 혁신하는 업무도 같이 해' 이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그것은 말이 안 됩니다. 혁신 역량이 있는 사람을 공공부문에 채용을 해야 합니다. 혁신적인 정부가 실현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실패 때문입니다. 정부가 조직 설계를 잘못했다는 것이고, 인사도 잘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평가 업무를 하고 있는 분들은 특히 리스크 관리와 회피에 치중돼 있는 역량의 전문가들이고 이분들께 혁신의 업무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나라들에 많이 나타나고 있는 정책랩,  메이요 클리닉의 혁신센터에서 배울 수 있듯, 디자인팀을 만들고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방식을 참고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정책랩이라는 게 없어요. 지금까지는 시도도 안 되고 있어요. 앞으로 이게 생겨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부터는 이제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사례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공공 부문 디자인이라고 하면 이렇게 눈에 보이는 매뉴얼을 디자인을 한다거나 그런 일일 것으로 생각하시잖아요?
이것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였고요. 결과물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디자인 회사가 해오던 일이었어요. 이쪽에 보시는 이 그림처럼 집 모니터에다 부착해가지고 우리 집에 에너지가 얼마나 사용, 낭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터페이스디자인, 그러니까 그림으로 잘 보여주면 금방 이해가 되고 우리가 이만큼의 에너지를 쓰고 있구나 해서 좀 절약해야 되겠다 생각할 수 있겠죠? 이게 첫 번째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고요.
두 번째로, 여기는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쓰는 동네였거든요. 그 동네의 에너지를 줄이자라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고요. 그걸 하기 위해서 이 디자인 기업은 에너지 공동 구매하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래서 공동 구매하는 회사는 마을 전체가 쓰는 에너지의 사용량을 측정한 다음, 그거를 공동 구매 해서 배분하는 거예요. 그러면 훨씬 더 싸게 살 수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차액을 가지고 그 회사도 운영을 하지만 이 마을에서 가장 에너지 절감이 전달보다 많이 된 집이 있을 거잖아요. 그럼 그 집에 인센티브를 주는 거예요. 현금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 그래서 서로 경쟁하면서 더 에너지 절감을 하는 마을로 바꿨습니다. 그게 두 번째 한 일이고요. 
세 번째는 컨설팅을 하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컨설팅 회사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당신 집은 이 벽체를 교체하면 몇 퍼센트 에너지 절감할 수 있어요 아니면 천장 소재를 어떻게 바꾸면 에너지 절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원하시면 에너지 절감을 하는 최신 소재로 무료 시공을 해드릴게요. 무료로. 그러면 많이 바꾸겠죠? 어떻게 무료로 하냐면 그 장기간 어차피 에너지 절감으로 인해서 비용 회수가 될 거 아니에요? 그거를 이제 대체하는 거죠. 그래서 몇 년간 절감 비용은 회사가 가져가겠다 이런 식으로 계약하는 거죠. 집주인은 그걸 통해서 에너지 절감하는 집으로 무료로 바꿀 수 있으니 좋은 거죠.
* 사례 : 영국 선더랜드 실업자 구제 시범 프로젝트, 저탄소 거리 프로젝트 usable.co.kr 

디자인회사가 이런 아이디어들을 내가지고 결과적으로는 정책 목표를 이루는 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디자인, 디자인기업이 하는 일하고는 많이 다르죠?

그리고 GOV.UK라는 영국 정부 사이트가 몇 년 전 개편이 됐는데요. 30개의 정부 공공기관 웹사이트가 통합된 것이고 그걸로 인해서 엄청나게 많은 정부 예산이 절감이 됐다고 알려져 있어요.
세계적으로도 상도 많이 받고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것도 디자이너가 총괄해가지고 이 프로젝트가 실행되었어요. 이것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책도 우리나라의 번역되어 있습니다. 혹시 디지털 시스템, 플랫폼 구축에 관심 있으신 분은 이 번역서를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혁신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어요. 꼭 디자인만으로 서비스를 혁신하는게 아니고, 다양한 학문 분야의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비스 사이언스나 경영 마케팅 엔지니어링 이런 분야가 있고요. 그리고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것도 나타났던 거죠. 근데 이 4개는 되게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SSME라고 부르거든요. 사이언스, 경영, 마케팅, 엔지니어링 이걸 묶어가지고 이렇게 부릅니다.
이것과 디자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몇 가지 사례로 소개해드릴게요.

여기는 호시노 리조트라고 부릅니다. 호시노 리조트라고 부르는 리조트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여기 1박 하는데 100만 원이 넘어요. 엄청 좋은 리조트를 운영하는 곳인데요. 여기가 실은 부동산 사업을 하는 곳이에요. 잘 안 되고 있는 리조트를 싼 값을 사서 좋은 인테리어와 좋은 경험을 만들어서 비싸게 운영하는 거죠. 
SSME의 네 가지 영역의 학문이 함께 있다고 그랬잖아요? 이 중에 가장 주목받는 학문이 서비스사이언스이거든요. 서비스사이언스의 대표 사례로 호시노 리조트가 많이 인용됩니다.
사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런 단어들이 나옵니다.
생산성 증진, 근무 방식의 재조합, 직원 수를 줄이고, 직원 적정 배치… 이것들이 공통점이 있죠?
전부 다 공급자에 대한 얘기예요. 그렇죠? 수요자들에 대한 게 아니라 공급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공급자)가 잘하면 된다 이거예요. 
대체로 아까 보셨던 서비스 사이언스, 서비스 엔지니어링, 서비스 경영, 서비스 마케팅 이 네 가지 SSME라고 부르는 영역은 모두 이렇게 공급자에 포커스를 하고 있어요. 공급자가 잘하면 수요자는 당연히 선택하겠지 하는 전제를 갖고 있다는 거죠.
근데 그거는 사실 자원이 부족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제조 산업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제조 중심의 산업은 공급자가 더 싸게 더 빨리 제조할 수 있으면 팔렸거든요. 공급자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었기에 공급자 중심의 생각으로 산업을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SSME는 여전히 공급자의 시각으로 서비스산업을 혁신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이런 학문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서로 대비해서 개념을 쉽게 이해하시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이해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것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의 사례는 어떻게 다를까요? 서비스디자인의 사례는 모두 수요자의 얘기입니다. SSME와 비교하면 공급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것은 ‘Keep the change 잔돈은 가지세요’라는 금융 서비스를 디자인한 사례입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라는 은행이 있어요. 미국 2위의 금융 기업입니다. 난관을 돌파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디자인 기업한테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이것 자체가 특이한 일이죠. 이때까지 디자인기업에 서비스를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예는 없었거든요. 이런 일은 통상 누가 해왔습니까?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이런 일은 경영 컨설팅, 전략 컨설팅하는 회사들이 하던 일이죠. 그런데 디자인 회사에 이걸 의뢰한 거예요. 특이한 일이죠. 그래서 만들어진 서비스가 잔돈은 넣어두세요라는 서비스였습니다. 
*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개발. 더 저금하게 하는 디자인 usable.co.kr

여러분들 커피 사면 4,800원. 그러면 200원 어떻게 돼요? 저금하시나요? 주머니 어딘가에 있다가 없어지죠?
저금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저금하도록 해주겠다고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4,800원짜리를 사면 5천원이 결제되고 200원은 정해진 다른 계좌로 저금해줍니다.
저금을 훨씬 잘 하게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게 엄청나게 많은 신규 고객을 창출했어요. 그다음 해에는 전 세계에서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서비스로 선정이 됩니다. 그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던 서비스인데요.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거는 현금 쓰는 게 아니에요. 체크카드를 쓰는 거였어요. 카드로 결제를 하는데 4800원이 아니라 5천 원으로 결제하고 200원은 다른 계좌로 저금해준다는 것이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당신의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드릴게요.”
이런 서비스란 말이에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게 꽤 편리한 점이 있겠다고 판단했던 거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거죠. 사람은 금융 동물이 아닙니다.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고객을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상정하고 서비스를 기획하거든요.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저렇게 하면 저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면 실제로 저금하게 됩니다. 그게 디자인의 기회이기도 하고, 사람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이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어떤 발상에서부터 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게 되었을까요?

디자인 기업이나 디자이너들은 수요자를 보거든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것을 경영 컨설팅과 비교해봅시다.
경영 컨설팅은 누구의 경영을 컨설팅하는 거예요? 공급자의 경영을 컨설팅하는 거죠?
그럼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누구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거죠? 사용자의 경험을 다루는 것이죠. 그래서 이 둘은 완전히 양극단이고요.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방법도 전혀 달라요. 그래서 경영 컨설팅기업에 컨설팅 용역을 맡기면 경영 컨설턴트들은 일단 공장으로 찾아가요. 그래서 기업이 어떻게 일하고 있고 누군가의 역할이 그 기업 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사람들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등등 기업 내부를 먼저 연구합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에게 프로젝트를 주면 이 사람들은 공급자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시장으로 가요. 그래서 시장에서 사람들이 그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런 걸 봐요.
과제를 접근하는 시각, 이해하는 입장,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거예요.

킵더체인지라는 서비스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거잖아요?
그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저금하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미국의 아줌마들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서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기록을 할 거 아닙니까? 가계부에 적으면서 곤란해하는 거예요. 계산하기도 힘들어하고요. 왜냐하면은 제품 가격이 57.8달러 이런 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마케터들은 60달러가 아니라 57.8달러 이렇게 하는 게 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싸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결정을 늘 그렇게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소비자들은 다 우수리가 있는 품목을 계산해서 적어야 하니까 골치 아프죠. 그래서 그냥 60달러로 계산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너무 편리한 거죠. 그렇게 되면 가계부가 깔끔해집니다. 또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남는 돈은 자기 계좌로 들어오니까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좋은 점이겠죠.
그 작은 기회를 포착한 거죠.

아마도 그걸 경영 컨설팅 회사한테 의뢰를 했었다면 이런 식의 서비스가 개발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고객한테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는, 분명한 이점을 주는 서비스가 아니었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런 아이디어가 나올 리도 없고 나와도 채택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경영 컨설턴트들이 하는 일의 방식은 수렴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굉장히 폭넚은, 여러 가능성을 다 따져본 다음에 아닌 것들을 쳐내고 강한 아이디어를 제일 마지막에 남겨요. 수렴하는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그런데 그에 반해서 디자이너들은 확산과 수렴을 반복해요.
이건 마치 생태계에서 새로운 변종이 탄생하는 그런 과정과도 같습니다. 선택지를 확 늘렸다가 거기서 강성이 생겼다 그러면 그걸로 다시 수렴하고 또 그걸 다시 변형시키고 하는 식으로 하거든요.
a안 b안 c안 디자인이 나오죠? 그러면은 b 안하고 c 안을 합쳐볼까요? 하면 이제 또다시 b2 다시 c2 다시 이렇게 또 만들어지고 그런 식으로 발전시키죠.
경영 컨설턴트는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컨설턴트들의 전략 컨설팅 보고서는 결론이 딱 하나예요. 이러이러한 논리적인 방법을 통해서 전략을 도출하게 되면, 만들어야 할 새로운 서비스는 이거여야 됩니다라는 게 결론이고요. 그 보고서를 채택하거나 말거나. 만약 그 보고서 만들 때 1억 들었다면 1억을 다 날릴까 말까, 이것은 경영자가 판단하는 거죠.
경영컨설팅 회사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니까 접근 방법을 쓰기 때문에 1안, 2안 이런식으로 여러 선택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과학은 동일 조건이면 동일 결과가 늘 나와야 되잖아요? 그러니 다양한 변형된 대안 같은 게 나올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는 거죠.

수요자 중심으로, 디자인적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매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경험하게 되고요, 그리고 그 다양한 아이디어들 중에서 강성의 아이디어가 나오겠죠. 경영컨설팅과 디자인은 그런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존스 홉킨스 병원도 메이요 클리닉처럼 미국에서는 가장 앞서 나가는 병원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도 서비스디자인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 병원은 뛰어난 병원임에도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의사들이 퇴원 요약지를 잘 안 써주는 거예요. 가지고 나가면 다른 병원에 갔을 때 그걸 의사들이 참고를 해야 돼요. 아니면 약국에도 그거 가지고 가야 되고 하잖아요. 그런데 의사들이 퇴원 요약지를 대충 써주는 거에요. 그래서 환자들이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이 컸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디자인 회사에 그것을 해결해달라고 의뢰합니다. IDEO라는 회사가 그 프로젝트를 맡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끝내고 IDEO 디자인 팀장이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때 세미나 중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환자, 환자 가족, 의사, 간호사 이 네 그룹이 병원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본다. 그런데 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의사의 의사결정,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끄는 가장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하나의 중요한 단어가 뭘까?
이걸 세미나 참석자들한테 물어봤거든요. 그걸 자기들이 알아냈다는 거에요. 의사의 의사결정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어떤 하나의 감정 이런 게 뭘까요?
‘공포심’이라고 답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저는 그 얘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의사들은 자기 환자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 상태라고 해도 결정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자기 옆 방에 자기보다 훨씬 더 그 주제에 대해서 이해가 높은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하고 상의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냥 외롭게 결정하는 거예요. 그러고 그 책임을 온전히 자기가 지는 거죠. 그래서 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 확신이 없는 마음을 환자한테 들킬까 그것도 두려워한다고 하고요.
공포심이 환자의 퇴원 요약지를 제대로 써주지 않았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환자 퇴원 요약지를 왜 잘 안 써주시나요?”라고 인터뷰 조사를 했을꺼고 의사들이 설명을 했겠죠?
만 명한테 물어봤다고 하면 공포심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식의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시간이 없고, 너무 행정 업무도 많고, 그런 거 하다 보면 일일이 환자들 퇴원요약지를 쓸 시간이 안난다. 그리고 그거 그렇게 생각처럼 중요하지 않다라는 식으로 대답 합니다.
공포심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누군가 떠올렸다고 해도 말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뷰와 설문조사의 한계점입니다.
우리가 수요자의 의견을 뭘로 듣습니까? 지금까지 인터뷰, 설문조사했잖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게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수요자 관찰을 하고 거기서부터 인사이트를 찾는 거예요. 이분들에게 이러이러한 두려움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퇴원요약지를 제대로 안 쓰고 있는구나라는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과 눈짓, 맥락속에서 인사이트를 찾아야 되는 수 밖에 없어요. 디자이너가 이런 것들을 민감하게 찾는 거죠.
근원적 문제는 의사가 느끼는 공포심이라고 정의하고 이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디자인이 필요할까 이런 것들을 구상을 하는 것이죠. 

여러분, 이 사진에서 알 수 있는 건 뭡니까? 아까 병원 서비스의 이해관계자 네 그룹을 얘기했는데 그 중 간호사가 있었죠? 환자는 전신 마취를 하고 있는 중이고요. 수술 중이에요. 간호사가 한 손으로 환자의 손을 붙잡고 있죠? 한 손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계를 잡고 있고요. 상태를 의사한테 알려줘야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손을 잡고 있겠습니까?
배려심이에요. 환자를 위해서 자기가 뭐라도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간호사를 위한 모니터링 기계는 이렇게 디자인 됐습니다. 한 손으로 조작하면 인터페이스가 바뀌는 그런 디자인을 했거든요.
이게 모양이 아름답나요? 매력적인가요? 그게 좋은 디자인의 조건이 아니라는 거예요.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 사람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그런 것들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의료 분야의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해드립니다. 여러분 GE나 필립스가 의료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인거 아시죠? 이분은 MRI 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에요. 그런데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이용하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자기가 만든 신제품 설치하는 것을 보느라 병원에 갔는데 아이가 막 뛰어다니면서 못하겠다고 무섭다고 도망다니다가 붙잡혀서 수면마취를 하고 MRI를 받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너무 놀랐죠.
MRI 받아보셨죠? 딱딱딱딱 소리 나고 불편하긴 하지만 안 아프죠. 근데 아이들은 그게 너무 무서운 상황인겁니다. 그래서 맨정신으로 검사를 못받는 거에요. MRI 장비 기사에게 물어보니까 80% 정도 아이들은 수면 마취하고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는 충격받았어요. 그래도 내가 이걸 평생 업으로 디자인을 해 온 사람인데 사용자의 사정을  몰랐다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없을까라고 고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요거든요. 
이렇게 들어가고 이렇게 만들어져 이거는 이제 해저 나오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여기에 일하는 분들이 이렇게 이거를 하기 위해서 디즈니 캐스터 있죠. 디즈니 가면 막 이렇게 아이들을 즐겁게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같은 교육을 받아요. 아이들이 여기 딱 들어오면 같이 막 놀다가 앗, 해적이 저쪽에 오고 있으니까 잠깐 여기 누워 있어라고 하면서 움직이면 안 돼 해가지고 해적이 지나간 다음에 해골에서 사탕을 꺼내줍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운영합니다. 여러분들 아마 제가 이 설명을 하지 않고 이 사진들을 그냥 보셨다고 하면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 디자인… 이런 거라고 얘기하셨을 거예요.
그렇죠? 그런데 이것은 경험디자인입니다. 새로운 경험이 있는 거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 거죠. 이게 쉬울까요?
맞아요.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제품 디자인, 환경 디자인은 돈만 있으면 돼요.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사면 되잖아요.
이거 한 번 만드는 데 얼마나 들었겠어요? 그냥 래핑만 한 거니까요. 글쎄 몇 백만원 안 들었을 것 같은데요.
근데 이건 그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만드는 거거든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입니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 사람들이 자기 업을 바꿔야 됩니다.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이죠.
이 이야기의 끝은 이것입니다. 이 분이 다시 병원을 찾아가 봤어요.
그랬더니 방금 조치를 받고 나온 아이가 엄마 치마자락을 당기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저 내일 여기 또 오면 안 돼요?”
더그 디츠는 그 장면에서 큰 감명을 받게 됩니다. TED에서 이야기가 소개되고 그는 유명해지면서 GE를 그만두고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GE에서 이 제품 라인이 16개인가로 다양해졌어요.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할게요. 공공(公共)이라고 하는 그 단어가 이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요.
앞의 공과 뒤의 공이 한자어가 다르거든요. 앞의 공은 공평한 공입니다. 목적에 대한 얘기입니다. 누구한테나 다,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뒤의 공은 방법에 대한 얘기입니다.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 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간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공공 디자인은 이 그림 중 지금은 아래쪽(공공디자인)만 발현이 돼 있습니다.
아까 천 명 정도의 공무원 분들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죠. 환경, 건축, 시설물… 등 주로 공공영역의 물리적 환경 관련된 일을 합니다.
영국 폴리시랩은 이 그림의 제일 위쪽 영역(정책디자인)이죠. 세계적으로 이 역할을 하는 조직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요, 지금 120개 정도 세계에 이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어요. 그리고 중간의 ‘공공서비스디자인’은 말하자면 아까 설명드렸던 행안부와 하고 있던 국민디자인단 활동이 해당됩니다. 이런 사업이 각 지자체들의 희망 희망하는 과제들을 뽑아서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서 기획 단계에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실행해보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공공디자인은 잘 되고 있는 상황이고, 지금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거의 없고 정책디자인은 아예 없습니다.

이 중간 영역에서 나타나는 공공서비스디자인 사례들 중 한 가지만 보여드릴게요.

‘가치운동하다’ 이거는 강남구에 장애인 복지관이 3개인가 4개 있어요.
근데 그중 어느 한 복지관에서 제안을 해가지고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한 2억에서 4억 정도 예산을 받아다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재활을 돕는 운동 장비나 공간을 마련해서 제공하는 일이 거기서 하는 일이에요. 장애인 복지관이 하는 일인데 지금까지 그 예산을 받는 데 주로 노력을 했겠죠. 그래서 내년에는 예산을 올해보다 더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겠죠.
근데 그러지 않고 여기서는 여러분들이 같이 운동할 수 있는, 공원에서 운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역 옆에 어떤 공원에서 장애인분들의 재활을 돕는 운동을 하게 되고요. 이런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하는 겁니다. 원래 그분들이 하는 운동 기구들이 되게 비싸고 특이한 것이다보니까 몇 천만원씩 하는 거죠. 그랬는데 이제 이런 단순한 운동도구로 재활 돕는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을 지도받은 지도자가 한 달에 한 번 날짜 정해가지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동네에 계시는 분들 할아버지 할머니들 다 오셔가지고 재밌다고 같이 운동을 하게 되고요. 지금은 매주 금요일 오전에 모여서 운동을 합니다. 이것도 돈이 크게 들어가는 일은 아니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분들이 즐겁게 운동을 하시게 되는 중요한 활동이 되었습니다.

또 장애인 분들이 운동을 하려면 보통 두명의 사용료를 내야 돼요. 왜냐하면 본인 혼자만 가지면 안 되고 도우미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둘이 같이 등록해야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구에서 운영하는 운동 센터 같은 데에다가 아예 조례를 바꿔가지고 장애인의 경우는 이 두 명이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바꾸는 일도 했고요. 
이런 것들은 사실 그걸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되게 어려운 문제잖아요? 

의미있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작년에 이게 공공서비스디자인사업의 대통령상이었거든요. 광주 동구의 정회명 주무관이라는 분이 담당자였어요. 11월에 시상식 장면인데요, 이분이 대통령상을 받았죠. 이후에 찾아오셨어요. 이제 서비스디자인을 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그래서 진짜로 휴직을 하고 태재대학교에 입학을 해요. 태재대학교 들어보셨습니까? 그곳은 자기 전공을 자기가 설계할 수 있는 학교로 미네르바 대학을 한국에 구현하겠다고 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거기 입학해서 올해부터는 서비스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단하지요.

이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디자인단은 이렇게 12년째 운영 중입니다. 아직까지는 교육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공무원분들이 공공부문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다라는 건 이런 거구나라는 걸 경험해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공공 영역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점들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첫 번째로는 공공 서비스 기본값 재조정입니다.
기본값 재조정이라는 말이 되게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사실 아까 제가 앞부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샴푸 통에 돌기에 만들어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정책랩, 디자인랩 이런 것들을 도입해보자는 거죠.
이거는 아까도 소개해 드린 것처럼 지자체 단위에서도 가능합니다. 여러 나라들이 지자체 단위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고요.
세 번째로 난제 해결 디자인 프로젝트 지금까지 했던 공공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프로젝트 말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대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또 수요자들하고 같이 참여해서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거죠.

이렇게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첫 번째로 공공 서비스 기본값 대조정입니다.

이거는 각국 국민들에게 장기 기증을 얼마나 하겠나를 물어서 응답한 결과인데요. 어떤 나라는 너무 작고 어떤 나라는 너무 높죠. 이런 식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무언가 조작이 있다는 거예요. 조작이 있거나 조사가 잘못됐거나 둘 중에 하나이죠. 중간값이 없잖아요? 대개는 중간값이 상당히 있고 양쪽 끝에 약간 극단치가 있는 게 정상이잖아요. 근데 이 표는 그런 점에서 결과만 보아도 뭔가 조작이 있음을 알 수 있는 표입니다.
어떤 조작이 있었을까요? 이 장기 기증 의사를 어디서, 어느 시점에 물어보게 볼까요?
자동차 면허 심사할 때 그때 서류를 쓰게 돼 있는데요. 그 서류에다가 장기 기증을 하실래요 그럼 체크해 주세요라든가 (그러면 이제 이렇게 되죠)  안 하시려면 체크해 주세요라고 하면 이렇게 됩니다.
좋은 국민을 만드는 방법, 너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섭죠? 이게 다 기본값입니다.
이 기본값 설정은 누가 합니까? 여러분들이 하시잖아요. 이거는 디자이너나 국민 누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공무원분들만 하시는 거예요.

이것도 역시 기본값의 문제입니다. 광화문이죠. 신호등 위치하고 정지선 위치를 잘 보시면요.
정지선은 여기 앞에 있어요. 근데 신호등이 여기에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차를 여기다 대요 여기다.
그리고 여기에 신호등이 있습니다. 여기 밖에 나와 보시면 사거리에 신호등이 두 쌍이 있어요. 여기 앞쪽에 있죠 우리나라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교통신호를 안 지켜요. 여기다가 두지요.
다른 나라랑 비교해 보죠. 영국인데 영국은 이거를 기술과 규제로 사람들을 바꾸고 있어요.
여기 2만 개 이상의 CCTV가 있어요. 제가 조사했던 거는 옛날이라 가지고 지금 훨씬 더 많아졌을꺼에요. 그래서 모든 지역 런던의 어떤 지역이든 다 카메라에 찍힙니다. 심지어 2층 버스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거 아십니까? 앞 차 지나가고 뒤 차 지나갈 때까지 차 를 불법주차했다면 딱지 떼는거죠. 그래서 런던에서는 질서를 지켜야 돼요. 이렇게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합의도 필요하겠지만 굉장히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죠. 

영국보다 훨씬 요령있게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는 독일인데요.
여기는 베를린이고요. 여기 보시면 당시 선 신호등 이렇게 딱 세워져 있죠. 여러분이 운전자라고 생각하면 이 앞으로 차를 대시면 안 되겠죠? 왜냐하면은 머리 뒤로 넘어가면 파란불이 언제 켜질지 볼 수 없을거 아니에요? 그러면 운전 못하니까요.

우리나라는 신호등 제조업자가 좋아하는 방식이죠. 필요한 것보다 두 배씩 설치가 되고 매년 유지비도 두 배가 되니까요. 그 결과 우리의 성적은 되게 낮습니다. 교통사고 사망률 OECD 국가 중에 제일 높은 수준이고요. 꼴찌 수준이라는 거죠.
영국, 독일은 상위권이죠
1, 2등 하는 국가입니다.
그게 국민성의 문제입니까?
절대 아니죠.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공공 환경의 기본 설계를 잘못해 놓으면 국민들이 나쁜 국민이 됩니다.
 

최근 대통령님이 말씀하셨던 내용을 아실 거예요.
* 이 대통령 “지원금 신청 안 했다고 안 주니 사람 죽어…자동지급 제도로”

그래서 이제 이렇게 하고 하겠다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거 아마 그저께인가 최근 기사입니다.
* 정은경 복지부 장관 “복지 신청주의 개선 검토 중”

그래서 이런 것들이 뭐가 있을지 여러분들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하시는 업무 중에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기본 값을 바꾸면 국민들한테 혜택이 가는 거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을 거고 하다 보면 수도 없이 나오겠죠.
그래서 제 생각에 부처별로 청년층 뽑기 이런 거 해가지고 공모전 같은 거 하든가 그래서 따로따로 바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가가 만들어지고 이 기본값이 대규모로 조정된 적이 없어요. 그냥 쭉 가는 거예요. 이게 한 번 이런 식의 대전환이 일어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같은 대규모 전환이 이루어질때 기본값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재검토가 되어서 수요자 중심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책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 기본값을 다시 설정하라 usable.co.kr


두 번째로 정책디자인랩입니다.


이건 앞부분에서 상당히 충분히 얘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광역 지자체, 기초 지자체 할 것 없이 다 이런 조직들을 두고 운영해 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3명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영국 폴리시랩도 지금 30명이 넘는다고 했잖아요. 처음 시작할 때 2014년에 팀이 3명이었습니다. 한 명으로는 안 됩니다. 세종시의 경우처럼 조직 내에서 한 명이서 그 일을 할 수는 없어요. 그 한 명이 맡게 되는 역할은 그냥 처내는 일 정도로 밖에는 안 되고요. 그러니까 적어도 하나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사회 문제 해결하는 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우선 시작해야 될 주제는 안전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일단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면 될 것 같아요. 매슬로의 욕구 단계 모델로 봤을 때 시민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 요 아래쪽이니까, 그것부터 하나씩 사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봅니다.

재난 안전 포털 있는 건 아시요? 지난번에 산불 많이 났을 때 거기 들어가 보니 이렇게 보였거든요. 근데 일본은 후지TV에서 이렇게 반영을 했더라고요. 이렇게 인포그래픽 같은 걸 이용하면 훨씬 더 쉽게 알 수 있게 바꿀 수 있거든요.

이건 세월호 가족 대피소의 사진입니다. 이 다음 사진은 6개월이 지난 후의 장면입니다.
하나도 바뀐 게 없죠?
심지어 이건 10년 뒤입니다. 고성 산불이 났을 때 동광중학교 임시 대피소였는데 여전히 똑같습니다. 모포와 깔개 정도 뿐이죠? 
우리에게는 ‘재난 대응을 위한 디자인’이 없습니다. 
이거는 일본인데요. 예전에 대지진이 난 후 불과 며칠 안 됐을 때 이렇게 세팅이 됐거든요.
여기에서 보시는 이런 것들 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 이게 다 종이예요. 휴지심 같이요. 다 모듈화 돼 있어 가지고 이거는 전국 지자체에 다 배포가 됐고 지자체마다 이거를 가지고 교육도 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참고 : 재난보다 무서운 건 준비되지 않은 정부다. usable.co.kr

그래서 이런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이런 주제들을 내년에 한 두 개씩 좀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서비스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면 너무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이걸 위해서 여러 사례라든가 방법 등을 소개하는 자료를 유저블 www.usable.co.kr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어 들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