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 23:09ㆍ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기존의 공공정책은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점점 수요자 중심의 공공정책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은 강도 높은 수요자 중심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공 정책은 공급자 중심의 목표 설정과 관리, 수요자들의 요구 수준의 상승, 복잡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 부족, 그리고 수요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낼 전략과 방법론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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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중심의 정부를 만드는 디자인, 공공서비스디자인
공공부문에서 혁신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제공자의 제한된 전문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비해 공공부문이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기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유이다.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국민 중심 서비스 정부’의 의미는 국민 즉,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공정책은 본래가 공익을 위해 계획,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정책이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도 최근 수요자 중심의 공공정책이라는 개념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지금까지의 공공정책이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 부문의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작동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공공부문은 전통적으로 서비스 공급자 주도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황혜신 등, 2010) 수요자 중심이라는 개념은 공공부문에서 아직도 낯선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정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최근 공공부문 정책 제공자들 사이에 견해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어떻게 그것을 실현할 수 있을지 세부 실행전략의 단계에서는 구체적이고 타당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수요자 중심 정책이 실현될 수 있게 하자면 정책이 계획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것은 수요자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함과, 수요자의 참여가 실현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함을,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방법이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조건이 마련된 뒤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구상되고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공공부문은 혁신의 노력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절차와 방법이 정착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책 결정의 투명성 144개국 중 133위, 정부지출의 낭비 정도 107위 등 우리의 공공부문의 경쟁력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최근의 OECD 발표를 보면 OECD 회원국 대부분 공공서비스(경찰, 보건, 정부, 사법, 교육 등 5개 부문)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60%, 특히 경찰 및 보건 서비스는 70%를 상회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보건 68%, 경찰 53%, 교육 52% 등 OECD 평균보다 매우 낮은 수준의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 OECD, Government at a Glance 2013 한눈에 보는 정부(2013, 외교부)에서 재인용
대체재가 없는 특징을 갖는 공공부문의 서비스는 모든 관공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삶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은 더욱 강도 높은 수요자 중심으로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공공정책의 현황
최근 공공정책에 대한 수요자 중심으로의 혁신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진행 중이다.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목표로 하였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공공 정책이 처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실패사례를 중심으로 공공정책의 현황을 살펴보자.
마이클 포터의 경쟁력 분석 모델인 다이아몬드 모델*의 4가지 속성, 생산조건(Factor Conditions), 수요조건(Demand Conditions), 관련 및 지원 분야(Related & Supporting Sectors), 기업의 전략, 구조 및 경쟁(Strategy, Structure & Rivalry)을 기준으로 살펴보겠다. 공공서비스 제공자들이 수요자 중심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제로는 수요자에게 가치를 주지 못하고 실패한 사례들은 현재의 공공정책의 한계점과 변화되어야 할 방향에 대한 착안점을 준다.
* 다이아몬드 모델 : Porter (1990)는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생산조건(Factor Conditions), 수요조건(Demand Conditions), 관련 및 지원 분야(Related & Supporting Sectors), 기업의 전략, 구조 및 경쟁(Strategy, Structure & Rivalry)이라는 4가지 속성을 제시했다. 경쟁력을 설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이론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1) 생산조건(Factor Conditions) : 공급자 중심으로 정책 목표가 설정되고 관리됨에 따른 문제
기존 공공정책의 목표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렇지만 주로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의 정량적 성과에 집중하는 등 정책이 의도했던 목표를 정확히 측정하거나 실제적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 못하는 등 성과측정의 유효성에 관해서 많은 논란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정책 목표를 설정할 때 더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허점이다. 문제 출제자가 쉬운 문제를 낸 후 스스로 그 시험의 수험자가 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는 수요자 중심의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2) 수요조건(Demand Conditions) : 정책 수요자 요구 수준의 상승
주로 ‘효율성’과 ‘관리’의 관점에서 구축되고 운영되었던 기존의 공공정책의 운영방식은 사회가 점점 복잡하고 다양화되면서 기존의 대의민주주의만으로는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정책 수요자로서 이제까지 수동적 입장에 있던 국민들은 이전보다 더욱더 높은 교육 수준과 정보력을 갖추게 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국민들이 세심하게 디자인된 민간 서비스를 경험하며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는 공공정책에 대해 위화감을 의식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 서비스 혁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향에 따라 국민들의 공공영역에 대한 수요자 중심의 혁신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질 것이며 그에 따라 불만도 함께 상승할 것이다.
왼쪽 그림 : 기존 공공정책 모델 : 전문적으로 훈련된 소수의 공급자가 정책을 설계하고 제공함
오른쪽 그림 : 변화된 정책 환경. 수요자가 정보우위를 점하며 공급자에서 혁신을 요구하고 있음
3) 관련 및 지원 분야(Related & Supporting Sectors) :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상호 간 긴밀한 협력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려움
이것은 수원지방법원 앞 횡단보도의 사진이다. 지금은 고쳐졌겠지만, 당시는 사용할 수 없는 횡단보도였음을 알 수 있다. 지자체의 도로, 횡단보도, 신호등, 나무식재를 담당하는 부서가 서로 달라 사전에 협의 없이 각자의 역할을 한 결과다.
공공정책은 많은 수요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전달체계가 복잡해 환경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어려운 반면, 공공정책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공공정책의 공급자들은 전문 영역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는 관계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책임을 나누기도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일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4) 구조 및 경쟁(Strategy, Structure & Rivalry) : 수요자 니즈를 찾는 방법의 부재로 인한 공급자 중심의 정책 개발
중소기업청이 추진하고 있는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의 경우도 상당한 수준으로 수요자 중심이 강조되는 정책이다. 정책의 주요 대상인 시장 상인회의 요구에 따라 현대화할 시설을 결정하고 개발하는 것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장 상인회의 요구를 발굴하고 수렴하기 위해 설문조사, 토론, 위원회 또는 협의체 운영 등의 다양한 방법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수요자의 요구를 토대로 사업의 내용을 결정하다 보니, 천편일률적으로 대부분의 시장에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확충, 캐노피(가림막)를 씌우는 것이 사업의 주된 내용이 되었다.
그것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히려 시장의 강점인 전통과 고유성을 없애고 전형화된 시장으로 바꾸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이 많다. 설사 상인들이 희망하는 시설 현대화가 최선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그것 때문에 고객들이 현대식 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더 가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 활성화 정책의 수요자가 과연 시장 상인회인가라는 전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공공정책의 현황, 문제점과 그 원인
사례를 통해 공공정책 부문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종합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 참고 : ‘Porter’s Diamond of National Advantage’(마이클 포터, 1990)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공공정책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 그 상황으로 이끄는 원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공정책은 수요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달성하기 쉬운 방향으로 정책 목표가 설정되고 관리되는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자 편의대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 측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정책 과정에서 수요자의 양적, 질적 참여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수요자들의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 정책 수요자의 참여 의지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짐에 따라 정책 이슈의 복잡성도 점점 더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해결이 어려운, 난제로서의 특징을 갖게 된다.
넷째, 수요자 지향을 추구한 정책이라고 해도 실상 결과를 보면 수요자의 만족과 거리가 먼 정책이 계획되고 실행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것은 수요자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낼 전략과 방법론이 없기 때문이다.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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