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서비스디자이너를 위한 안내서

1.2.2 서비스를 혁신하는 방법들

SERVICE DESIGN 2023. 4. 3. 00:41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고도화에는 수요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서비스산업 고도화를 위한 방법으로써 사용자경험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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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세계 주요국들과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산업은 주도적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서비스산업 고도화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제조산업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학문 중 경영, 마케팅, 공학, 과학, 디자인에 관해 생각해 보자. 언급한 학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제조산업의 공급자들이 더 빠르고 싸게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많이 판매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도왔다. 제조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대체로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공급자, 노동력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삽으로 땅을 파는 육체노동의 과정을 잘게 쪼개 면밀하게 분석하는 식의 1880년대의 프레데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은 공급자 관리를 통한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의 대표 전략이라 할 만하다.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경영, 마케팅, 공학, 과학, 디자인 각자의 영역은 서비스산업의 특성에 맞추어 발전되었다. 서비스 혁신을 위한 학문은 ‘서비스디자인’ 외에도 ‘서비스사이언스’, ‘서비스경영’, ‘서비스마케팅’, ‘서비스엔지니어링’ 등이 있다. 제조산업에서 경영, 마케팅, 디자인이 각자 제 역할을 해 온 것처럼 서비스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학문이 서로 간에 차별점을 갖고 다른 역할을 하며 발전하고 있다.

그림 : 제조산업과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하는 학문


세계 각국은 자국의 서비스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각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핀란드, 영국, 아일랜드 등은 서비스산업의 중요성과 서비스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정부 차원에서 서비스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구체적 실행 또는 실행 계획을 수립 중이다. 서비스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서비스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세계 주요국들이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기술혁신 전략과 과제’(2007, 과학기술정책연구원)라는 보고서에서는 주요국의 서비스 혁신을 위한 R&D의 특징에 대해,
1) 미국과 영국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2) 독일과 일본은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엔지니어링’을 연구하고 있으며,
3) 핀란드는 보건 분야와 공공적 목적을 위한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등 나라마다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2007_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기술혁신 전략과 과제_과학기술정책연구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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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제조산업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독일과 일본의 경우에는 서비스산업 혁신에도 제조산업처럼 서비스의 생산성, 효율성 향상과 생산 공정상의 혁신을 중요시하는 특성을 보인다. 제조산업의 성공을 가져온 DNA를 서비스산업에도 이식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과 영국의 서비스산업 혁신 방안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특허 활동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신규 산업을 창출하고자 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서비스 혁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 모습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어떤 방법을 채택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정부도 2008년에 이르러서야 서비스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목적으로 ‘서비스 R&D 활성화 방안’ 등 여러 번에 걸쳐 정책 발표를 하는 등 서비스 R&D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기초연구 방향으로서 경영학, 공학,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사이언스’를 연구하고자 하는 계획을 제시했던 적이 있다. 아직 디자인 주도 혁신의 방법론을 고려하는 측면에는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서비스산업은 제조산업과 근본적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해 기존 제조산업에서 효과가 있었던 접근법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해 보아야 한다. 같은 방법이 효과가 있을까?

제조업을 레고블록에 비유한다면, 서비스업은 유기체로 비유할 수 있다. 제조산업에서는 제조생산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분석, 해체하는 방법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체, 재구성으로 대응하는 식의 해결책이 어느 정도 유효했다.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해체해서 문제가 생긴 부품을 찾아내고 새것으로 갈아 끼운 다음 재조립하는 것이다.
서비스업에서는 이런 식의 문제 정의와 문제해결 방법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서비스업은 유기체와 같아서 서비스의 요소와 요소 간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고 부분의 합이 전체와 같지 않다. 서비스산업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잘게 쪼개 분석하려 하면 그 순간 실체는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된다. 예를 들자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로 이루어진 서비스 전달 체계상에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관계를 해체하고 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제조업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기존의 방법과 규칙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체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보고 해결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제조산업과 서비스산업의 비유



서비스산업은 크게 세 가지 큰 과제를 가진다.
첫째, 첨단의 기술력 같은 공급자 관점에서의 경쟁력보다는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등 수요자를 이해하는 역량이 한층 더 중요하기 때문에 서비스산업 고도화를 위해서는 서비스 공급자들이 수요자를 이해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둘째, 제품 자체보다도 수요자가 얻게 될 경험을 어떻게 잘 설계(디자인)해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수요자의 경험을 다루는 사용자경험, 서비스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정부는 디자인 수요시장에서 서비스디자인이 잘 확산되고 좋은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해야 한다.
셋째,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혁신이 맞물리면서 서비스의 비대면화가 가속화되며 산업에 본질적인 변화가 오고 있어, 그 변화에 신속히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서비스산업을 고도화시키기 위한 서비스 R&D 방법으로써 서비스디자인에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서비스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공급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산업을 위한 접근방법 대신 소비의 주체로서 인간의 욕망과 행동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은 수요자의 요구를 다루는 학문, 기술이며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을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서비스 시스템과 전달체계를 인간 중심으로 혁신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안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제조산업에서 디자인이 스타일링 위주의 역할을 맡아왔던 것에 비해 서비스산업에서의 디자인은 서비스 개발은 물론이고 서비스의 체계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이해관계자 간 구성을 재구축하는 설계자, 혁신가, 중재자로서, 지금까지와는 완연히 다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은 아직 중요성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디자인의 활용도도 낮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극소수 제조기업의 선전으로 마치 우리나라의 디자인 활용 수준이 높은 것처럼 고평가 되어 온 측면이 있다. 대기업이 디자인 주도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게 된 것을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 디자인 활용 수준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산업단지 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디자인 지원조직이 운영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착안으로 수요조사를 했을 때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13.9%, 활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이 86.1% 임을 알 수 있었다. 오래 전의 조사임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절대다수는 아직 디자인을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덴마크디자인센터의 ‘디자인 사다리’ 모델에 따르면 기업은 디자인 성숙도(디자인을 어떤 수준으로 활용하는가를 의미)에 따라 디자인을 활용하지 않는 1단계부터 디자인을 기업의 최고 혁신 전략으로 활용하는 단계까지 4단계로 구분된다. 산업단지 입주기업 80% 이상이 스타일링으로서의 디자인도 접하지 않은 상황이니 디자인을 혁신 전략으로써 활용하는 혁신기업이 당장 나타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제조 강국 우리나라가 제조산업에서도 이처럼 디자인 활용 수준이 낮으니 국제 경쟁력이 최하위인 서비스산업에서 디자인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 것은 명백하다.

이미 해외 선진국과 국제적 기업들은 서비스를 혁신하는 방법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및 사회문제 해결에도 서비스디자인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는 디자인 진흥기관의 주도로 공적 영역에서의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자는 시도가 있었고 그간 많은 성과를 가져왔다.
(‘서비스디자인 동향과 정책방향’ 10~19page, 2010, 한국디자인진흥원)


* 출처 : 보이지 않는 서비스, 보이는 디자인,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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